2012년 1월 18일 수요일

폭압이 만든 참극... 시골 농부의 분신자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7일자 기사 '폭압이 만든 참극... 시골 농부의 분신자살'을 퍼왔습니다.
밀양시 산외면 한국전력 고압선로 건설 반대하던 70대 주민 사망


ⓒ밀양 매일신문 16일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분신현장.

새해 벽두부터 노동자, 농민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분신한 신 노동자에 이어, 16일에는 경남 밀양의 한 늙은 농부가 분노와 절망 끝에 분신했다.

이날 오후 8시 10분께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이 모씨(74세)가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건설 강행에 항의하며 분신해 목숨을 끓었다. 

2002년 밀양시 상동마을에서부터 시작된 한국전력의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7년 동안 인근 마을로 확대됐다. 하지만, 한국전력을 비롯한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주민 130여명은 고소, 고발당한 상태다. 

한국전력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10월 31일 주민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11월 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면서부터 주민과의 마찰이 시작했다. 이날부터 주민은 공사를 막기 위해 오전 7시부터 모여 마을 입구에서 대치했다. 

16일 새벽 4시에는 건장한 20대 젊은이 50여명이 기습적으로 마을에 진입했다. 자본의 사병이라고 불리는 용역들이다. 이들은 송전탑 공사현장에 진입해 주민이 공사장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 과정에서 60대에서 90대로 구성된 고령의 주민 20여명은 새벽부터 20대의 용역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고, 주민 일부가 탈진하고 발목에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날 고인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수단인 논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막다 끝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내가 죽어야 송전탑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대책위은 송전탑 건설로 받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생존권과 환경권 문제와는 별개로 송전탑이 있는 지역은 재산가치가 0원이 된다는 주장이다. 주민은 실제 은행에 대출을 문의하면 재산가치가 0원이 되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일식 765㎸ 송전탑 밀양시민연대 대표는 “이 문제 이외에도 송전탑은 사고가 날 경우 주변 200m에 직접 피해를 주는 핵 배낭의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송전탑이 쓰러져 이러한 피해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에는 경찰과학수사대가 현장에서 약 20여분 동안 검안을 했다. 

경찰과학수사대 관계자는 “검안 결과 화재로 인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인화물질의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구자환 기자 비보를 듣고 달려온 밀양시 산외면과 상동면 등 4개 면의 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원와 시민단체 대표 300여명은 장례대책위를 구성했다.

ⓒ구자환 기자 고인의 영정 앞에 한 마을 주민이 통곡을 하고 있다.

8억8천여만원 농지 보상금이 고작 8백8십만원

보라마을 입구 분신현장에는 고인의 시신이 천막으로 둘러싸인 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주위로 비보를 듣고 달려온 밀양시 산외면과 상동면 등 4개 면의 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원장과 시민단체 대표 300여명은 장례대책위를 구성했다. 

장례대책위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송전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고인을 현장에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고인의 시신 수습을 시도했지만, 주민이 완강하게 저항해 대치하고 있다. 

우일식 765㎸ 송전탑 밀양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시작한 논은 97세 노모를 모시는 고인의 3형제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온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시가로 8억8천여만원 가량 되는 농지에 8백8십만원의 보상액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주민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한국전력은 공탁금 6천만원으로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우일식 대표는 “앞서 한국전력은 밀양시 산외면 3개 마을에 직접보상금으로 모두 12억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 마을당 4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지난 10월 30일 협상에서는 마을협력기금 36억원을 125억원으로 인상하는 안에는 타협이 이루어졌으나, 직접 보상금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그 다음 날부터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저농개발촉진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 법안을 기준으로 한국전력은 공사를 먼저 시작하고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이 법의 소급적용 여부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법안은 고압 송전탑 보상비를 현재보다 3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자환 기자 고압선로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는 고인의 논. 고인과 주민20여명은 16일 새벽부터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50여명의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며 대치했다.

ⓒ구자환 기자 용역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 용역들은 고인 사망소식이 알려지면서 차를 버리고 자취를 감췄다.

용역과도 몸싸움...농지에는 굴착기만 남아

고인은 이날 자신의 논으로 들어가려다 용역들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 파괴되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고인은 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급작스런 변고에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고인의 동생 이 모씨(70세)는 삼형제가 공동 경영하던 논으로 안내했다. 

농지로 향하는 둑에는 용역들이 타고 온 에쿠스 등의 10여대의 고급 승용차와 건설 장비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분신 소식을 들은 용역들은 차량을 놔둔 채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고인이 지키고자 했던 농지는 주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망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안으로는 송전탑 기초 공사하기 위해 동원된 굴착기 한 대가 볼썽사납게 버티고 있다.

이 씨는 “농사를 짓지도 못하게 논 중앙에 송전탑을 설치하려 했다.”며 원망과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에서 송전탑 구역 이외에서 농사를 지으면 된다.”며 위치 이동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68세인 자신이 마을 청년회장이라고 소개한 주민은, “고령의 노인 20여명이 20대의 젊은 용역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다.”며 현장으로 안내했다. 

공사 중인 논과 접한 논두렁에는 용역들이 타고 차량이 담벼락처럼 세워졌다. 그 차량을 앞에 두고 노인들과 20대의 건장한 용역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현장에는 용역 간부의 것으로 보이는 무선마이크가 떨어져 있었고, 논바닥은 발자국으로 여기저기 패여 있었다.

마을 청년회장은 이상수씨의 손을 치켜들며 “손톱이 검게 뭉개지고, 지문이 사라진 채로 농사를 지고 살아왔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대한민국에 살려면 배경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착하고 순진하게 살면 이렇게 된다.”고 원망했다. 

한편, 한전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765㎸ 송전선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주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총 길이 90.5㎞의 송전선로는 부산 기장군, 울산시 울주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에 161기의 철탑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중 밀양에는 가장 많은 69개의 철탑이 들어선다.

구자환 기자hanhit@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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