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5일자 기사 '“강제학습이 학생들에게 도움된다는 논리는 사기"'를 퍼왔습니다.
전국적으로 방학 중 강제보충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강제 학습분위기가 약하지만 지방에서는 ‘수업을 빠지면 원서를 안써준다’ 식의 이유를 들이밀면서 보충수업을 시키는 등 강압적인 문화가 여전하다.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인고등학교 조영선 교사를 만나 강제학습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지금 수능은 어느 지역이든 꼴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로 진행된다"며 "성적으로 서열화 시키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시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고 주장했다.
강제학습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그는 “강제로 하는 공부가 효과가 있겠냐”며 “강제학습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지금 입시체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교육의 성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인데, 1~2명의 성공을 위해서 다른 38명의 자율권이 침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빈 기자 조영선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또한 그는 강제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대학입시 환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학부모들 세대가 공부로 계급의 벽을 뚫은 사람들”이라며 “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다 된 세대들이라서 대학에 대한 환상이 굉장히 크다. 근데 지금 아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다르다”고 일침했다.
그 외에도 방학 중 강제보충수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관이 전혀 없다”며 “학생들이 자기 특기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다면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왜 아직도 방학 중 강제보충수업 등 강제적인 학습이 진행되나.
"강제보충수업 문제는 '보육'과 관련이 있다. 중고등학교 부모들이 일하는 시간에 자녀들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불안해한다. 사회적으로 '부모와의 대화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노동시간부터 먼저 단축되야 된다.
강제로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다. 지금과 같은 입시체제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성공'이라는 전제가 있는데, 강제적인 수업을 해서 효과를 보는 애들은 1~2명 정도다.
강제학습은 일종의‘사기’다. 지금 수능은 어느 지역이든 꼴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로 진행된다. 성적으로 서열이 생기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강제로 공부를 시키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진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학업이 보충의 의미가 되려면 절대평가가 되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하면 어느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고 대학에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A가 성적이 오르면 B가 떨어지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B에게 강제로 수업을 시켜 성적을 올리라고 말하고 있다. 시스템은 놔두면서 공부 못하는 애들을 남겨놓고 강제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사기다."
ⓒ이승빈 기자 조영선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 강제학습을 규제할 방법이 없나?
"한 학교만 제대로 잡아도 소문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이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관계당국이 조금만 의지를 보이면 사실 고칠 수 있는 문제다. 형식적으로 동의서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한테 확인을 하는 과정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학생들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인권 조례가 생긴 것은 학생들의 영역이 커진 것이다. 강제로 하지 않는 것은 '내 권리'라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학교에서 조례를 잘 지키고 있는 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자기스스로 인식을 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들은 왜 강제보충수업을 거부 못하나?
"관료적인 교감, 교장이 학교에서 군림하는 구조가 있다. 내년 누가 담임을 맡게 될지, 어떤 학년을 맡게 될 지, 부장을 할 지 안할 지 등 모든 인사문제, 재정적 문제를 다 교장이 결정한다. 이런 수직적인 문화가 학교 안에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쉽게 견제를 못하고 있다.
학교사회가 민주화 되는 것은 학교 내부가 먼저 민주화 되어야 되는 문제다. 교장의 권한을 교사와 학생이 제어할 수 있어야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고 있다."
ⓒ이승빈 기자 조영선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 강제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나?
"학부모 스스로 '입시 신화'를 깨야 된다. 지금 학부모들 세대는 공부로 계급의 벽을 뚫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지금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좋은 대학에 갔기 때문이라는 신화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학부모들이 대학에 대한 환상이 굉장히 크지만 지금 아이들이 맞딱뜨린 현실은 다르다. 계급의 사다리를 '강제보충수업이나 강제야자 통해 뚫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깨져야 한다.
또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기 특기나 적성을 살릴 수 있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일하는 것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은 많은데 지금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경우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 인턴이나 사회경험도 필요한데, 그런 제도들이 정착돼 있지 않다.
강제학습의 문제는 단순히 논리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경우는 수업시간이 3시까지였는데 4시까지로 늘렸다고 해서 벌떼같이 모여서 데모를 했다. 우리도 '어떻게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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