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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3일 월요일

“MBC, 5월부터 120억 원 이상 광고 빠질 것”


이글은 미디어스 2012-04-22일자 기사 '“MBC, 5월부터 120억 원 이상 광고 빠질 것”'을 퍼왔습니다.
1/4분기 광고는 줄지 않아 … 뒷받침한 공영렙 "더이상 어려워"

MBC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MBC의 1/4분기 광고매출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5월부터는 전년도 대비 월 160억~250억 원의 광고가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C의 1/4분기 평균 시청률 6.3%(닐슨AGB 기준)이었으며, 광고매출은 17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동기 1840억 원보다 70억 원(-3.8%)이 감소한 수치다.



KBS는 1/4분기 시청률 6.4%로 1188억 원(전년 동기 12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동기 대비 -3.1%를 기록한 수치다. 지난 1월부터 자사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이하 미디어렙)를 통해 광고를 판매하는 SBS는 6.7%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921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년도 1170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21.3%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MBC 파업에도 1/4분기 광고매출 하락하지 않은 이유?
파업으로 인한 시청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1/4분기 MBC 광고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MBC 기자회는 1월 25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1월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광고매출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방송업계에서는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원하고 있는 MBC가 공영 미디어렙으로 전환할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광고를 판매하고 있는 '덕'을 보고 있는 역설의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사 미디어렙을 운영하고 있는 SBS가 1/4분기 20%가 떨어졌다는 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KBS와 MBC의 파업이 SBS의 광고매출 증가로 전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SBS와 연계판매 중인 다른 라디오 매체의 광고매출 성적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같은 시기 '불교방송' 27.1%, '원음방송' 23.5%, '경기방송' 49.6%의 광고매출 하락이 기록됐다. 반면,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MBC 등과 연계판매 중인 CBS는 1.8%의 광고매출이 상승했다. EBS도 11.3%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SBS의 광고매출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 실적을 보인 것은 공영미디어렙으로 전환될 광고공사를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몇몇 광고주들은 MBC 광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의 안정화를 위한 광고판매 공적 기능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MBC가 원하던 대로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했다면 파업으로 인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MBC 광고 매출 앞으로가 문제"
그러나 장기적인 파업으로 인한 시청률의 지속적 하락으로 오는 5월부터 MBC의 광고매출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 노조 파업이 내걸린 MBC 사옥과 김재철 사장

한국방송광고공사 한 관계자는 “MBC 평균 시청률은 기존 7%대에서 5%안팎으로 떨어졌다”며“SBS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완전한 정상화된 상태였다면 MBC가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MBC의 평균시청률은 전년도 1/4분기는 7.0%였지만 올해는 6.3%로 그리고 4월에는 4.9% 하락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어“MBC 광고매출은 앞으로가 문제"라며 "파업이 장기화되고 시청률 추세가 계속되면 MBC는 당장 올해 1/4분기 때와 비교해 5월부터 월 120억~150억 원의 광고가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업계에서는 1% 시청률이 연간 1000억~1500억 원의 광고매출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MBC가 전년도 대비 2%의 시청률이 하락한 것에 대비하면 월 160억 원 이상의 광고매출이 하락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6일 화요일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6일자 기사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을 퍼왔습니다.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민주당 “로비 통신위원회에 허수아비 위원장 부적격”

“통신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도 옛날 얘기다. 방송을 너무 몰라서 방송을 망칠까 걱정된다. MBC 파업, KBS 제작거부와 총파업 예고, YTN 총파업에 대한 대책도 없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 찾겠다. 부적격이다.”
5일 13시간여 동안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며, 김재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통합당 간사는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가 로비 통신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고, 전혜숙 의원도 “윗분이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 방통위원장을 자임한 것 아닌가”라고 촌평했다.
민주당 뿐만이 아니었다. 허원제 문방위 새누리당 간사는 “방송의 언론 기능과 사명, 방송에 대한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해 후보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죠?”라고 말했고,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수신료 관련해 이 후보자의 말이)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T 사장 출신인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같은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방송 공정성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여야 모두 관련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을 정도로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소홀했지만, 여야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질책’은 끊이지 않았다.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치명적인 폭로는 없었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 후보자가 방송과 통신쪽 정책에서 제대로 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6일 국회 문방위가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주 중으로 이 후보자를 임명할지 주목된다.
KT 사장 출신 로비스트 의혹 여전히 ‘솔솔’


▲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의혹의 핵심은 이계철 후보자가 2000년 KT 사장에서 퇴임한 뒤 정부 산하 기관과 각종 업체에 겸직하면서 업계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비상임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애니유저넷 고문(2002년), KT 고문(2003년~2005), 에이스앤파트너스 사외이사(2005년),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외이사(2006년), BCNe글로발과 글로발테크 고문(2006년~2009년) 등을 겸직해 사기업에서만 총8억 원에 육박하는 고문료를 받았다.
전병헌 의원은 이들 사기업이 KT나 KTF와 계약을 맺었고 이 후보자가 고문을 맡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을 두고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공기업·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 직무수행 지침, 정부 산하기관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근거로 겸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비상임 이사장으로서 법적인 문제는 없고, 로비를 한 적도 없다며 “로비의 로자도 모른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기업 근무 배경을 “정보 통신의 경륜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제 업무 능력을 전수해주고 모르는 것 답변해주는 것밖에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계철 후보자가 KT 사장을 퇴임하고 거쳐간 이들 업체들은 정보통신부 차관 시절의 업무와 당시 겸직한 방통위 산하 기관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이었다. 이 후보자도 이들 업체에 대해 “정통부와 전혀 무관한 곳은 없다”고 확인해 줘, ‘전관예우’·‘로비스트’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유기석 전 BCNe글로발 사장이 “당시 KTF와 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문이)KT 사장 출신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혀, KT 사장을 지낸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고문으로 위촉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송 현안도 정책도 ‘앵무새 답변’…종편? “방송시장 선진화”


▲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사임했지만, 방통위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방송 분야에선 MBC 등 파업 관련한 현안 질의가 가장 많이 제기됐지만, 이계철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비슷한 답변만 반복해 야당 의원들이 목청을 높이며 질타를 했다. 그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내부적 문제”라고 말한 뒤 “국민의 시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켜보겠다. 취임을 하면 충실히 논의하겠다”라고 주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홍보국장의 해고, 최일구 앵커 등의 징계에 대해선 “일단 노조와 사장 간의 문제 아니겠습니까”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앵무새’ 답변이 계속 반복되자, 김재윤 의원은 “쪽지를 읽는 것 아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이 후보자의 답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지 마시고 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해보시라”고 질타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민감한 방송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넘어 대다수 방송 현안과 정책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답변 때문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은 주로 KBS 수신료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후보자는 ‘수신료 산정 위원회’에 대해 “깊이 검토를 안 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방법이 되든지 국회에서 의결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고 단적인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해 수년 간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됐고 국민의 반발도 거센 사안에 대해 이 후보자가 이렇게 답변하자, 안형환 의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시행령·고시 제정 작업에 대해선 “완전히 파악했다기보다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고,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제도개선안에 대해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소상히 파악해 상임위와 긴밀히 협의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임 위원장의 방송 정책에 대해선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향후 방송 정책의 기조 역시 최시중 위원장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에서)법과 원칙이 무너져 종편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라고 지적하자, “(방통위는)방송의 다양성, 공익성을 위해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최 위원장의 업적을 묻자 “방송시장 선진화”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통신사 규제에 ‘조심조심’, KT에는 ‘더 조심조심’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언론노조 등 공동주최로 열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계철 후보자는 KT 사장을 비롯해 최근까지 통신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만큼 각종 통신쪽 정책에서 통신업계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이계철 후보자는 현재 통신요금에 대해 “요금이 비싸다 싸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통신료는 중간 정도”라고 답변해, 전혜숙 의원으로부터 “방통위원장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나”라는 질책을 받았다.
그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를 활성화하고 단말기를 가입자에게 가져오는 자급제를 하면 일방적으로 달아주는 것보다 좋은 현상이 올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제도를 활성화하면 통신수준이 상당수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기기 식별번호(IMEI)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이 가능하도록 해 휴대폰 유통 시장을 다변화 하는 제도) 제도가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서 통신비 요금 인하에 효용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제도의 효과를 강조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제4 이통사는 ‘한다, 안 한다’ 문제가 아니라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한다”면서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혀 통신3사 구조를 깨는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경재 새누리당 의원이 통신비 인하 실패의 원인을 “제4이동통신의 진입 실패” 등으로 꼽을 정도로 여당쪽에서도 통신사 3곳의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통신사 독과점에는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T 관련된 사안에 이 후보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인터넷망을 차단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KT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 차단을 한 것”이라며 “기업 윤리적으로 보면 매우 경솔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병석 의원은 “통신사업자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KT, 삼성전자)양쪽에서 피해 보상을 위해 안을 내놓고 조정 중”이라며 “망 중립성은 세계적 문제”라고 밝혀, 최근 KT에 대한 제재 입장을 보인 방통위 상임위원들보다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이 후보자는 최근 방통위가 KT 필수설비(광케이블, 전주 등)를 후발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고시를 준비 중인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용 확대’에 찬성하는지 묻는 질문에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국가에서 강제로 할 수 없지 않나”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단계적으로 설비 개방 범위를 확대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회피한 KT에 대해 이 후보자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셈이다. 또 이 후보자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이번 설비 개방을 통한 경쟁 확대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이중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방통위에서 결정한 230회 안건 중에서 KT의 인허가나 KT 제재에 관한 사안이 33회”라며 “후보자가 KT와의 인연 때문에 업무 처리에서 어떤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2년 1월 6일 금요일

[사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6일자 사설 '[사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했나'를 퍼왔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오늘 열릴 예정인 민주통합당의 대표 경선 토론회를 생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1야당의 대표 경선 토론회는 국민의 중요한 알권리에 해당한다. 두 방송이 에스비에스와 함께 약속한 방송3사 생중계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두 방송의 생중계 취소는 뉴스 가치나 공평성 등 어떤 잣대로도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는 국민적 관심사다. 대표 선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시민 선거인이 벌써 40만명을 넘은 상태다. 방송사로선 과거 어떤 정당의 대표 경선 토론회보다 ‘흥행’이 예상되는 자리다. 게다가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 경선 토론회는 생중계가 관례였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를 중계했으니 민주당 토론회도 중계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두 방송은 ‘회사 사정’을 이유로 생중계를 취소했고, 생중계 취소보다 더 놀라운 것이 ‘회사 사정’이다. 한국방송 안팎에선 민주당이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과 함께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처리해주지 않아 생중계를 취소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국방송 보도본부장이 방송사 새노조 쪽에 “민주당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했다. 한국방송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상 분풀이를 한 듯하다. 문화방송도 자신을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법안을 고치거나, 아니면 아예 법안을 처리하지 말라고 민주당을 압박해 왔다.
두 방송의 생중계 취소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한국방송은 새노조의 지적처럼 방송 편성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야바위꾼 같은 짓을 저질렀다.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인상해줄 아무런 명분과 도덕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방송사들의 자사 이기주의적 행위는 근본적으로 ‘조·중·동’ 종편에 일방적 특혜를 주려는 미디어렙 법안에서 비롯됐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런 미디어렙 법안을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 법안을 ‘방송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 원칙에 맞게 손질하지 않은 채 공영성을 상실한 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길은 없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방송 장악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지상파방송 3사의 행태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4일자 기사 '‘방송 장악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지상파방송 3사의 행태'를 퍼왔습니다.
최근 목도하고 있는 지상파방송 3사의 행태는 여러 고민을 하게 한다. ‘이 정권 아래에서 이뤄진 방송 장악의 후유증이 이렇게까지 오는 구나’ 하며 이해해 보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방송 장악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방송 장악 이전부터 이들 지상파방송 3사 안에 면면히 흐르는 유전자가 작동한 것이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는 1월15일에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있다.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행사다. 그때까지 여러 지역을 돌며 합동 연설회와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린다. 1월4일에는 광주에서 처음 열렸다. 이 행사들은 올해 4월과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제1야당의 지도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충분한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은 물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보도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1월3일부터 KBS, 서울MBC, SBS의 국회 출입기자 책임자들이 민주통합당의 이런 행사들을 중계하지 말자는 식의 작당과 모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순간, ‘쟤들이 조중동 하고 다를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이해에 맞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저들의 행태가 필자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전파를 사용한다는 저들 방송이 저렇게까지 막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KBS는 미디어렙법안에 엎어서 수신료 인상까지 처리해 달라고 생떼를 쓰기 위해서다. 서울MBC는 미디어렙법안 입법을 무산시켜 자신도 직접 광고영업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회사 미디어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기 위해서다. SBS는 미디어렙법안 입법을 무산시켜 SBS미디어홀딩스가 지배하는 렙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일 게다.
이런 참혹한 행태를 접하며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한 일정한 답을 얻는 소득이 있었다. 그 의문은 ‘어쩌면 저렇게 많은 지상파방송 구성원들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을 아무런 개념도 없이 저렇게 남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직접수신률 10%도 채 안 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저렇게 버젓이 ‘지상파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불편해 하던 필자의 의문이 풀린 것이다. ‘그래 쟤들은 개념이 없고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이 전부인 거야’라는 게 필자가 얻은 해답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를 것인지, 이를 위해 지상파방송 내부 구성원들의 상당한 희생을 수반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각하게 말하면, 그저 지금까지 ‘배부른 돼지 ××들’의 꿀꿀 대는 소리만 있었을 뿐이라고 필자에게는 다가온다. 그들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는 옆집 동네 강아지 이름 정도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소속된 방송사의 이해와 맞지 않다고 반드시 해야 할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방송사이기를 포기하는 행태다. 조폭 양아치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국회에서 하는 일이 방송사의 이해와 맞지 않을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을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감히 단언하건대, 현재 지상파방송 3사의 카메라는 그것이 여러 대 등장하건 한 대도 안 등장하건 ‘사회적 흉기’로 변질됐다. 이런 공갈과 협박에 굴복하지 말아줄 것을 국회에 당부 드린다. 5일 문방위 전체회의와 1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미디어렙법안을 입법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 단, 더 이상 법안을 훼손하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왜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유가 있는 법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걸출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18대 문방위 의원들에게 ‘그래 미디어렙이란 규제는 우리가 유지 존속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종지미’를 거둬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대의에 대한 헌신으로서의 열정이 우리를 정치가로 만들 수 있으려면, 그것은 헌신과 동시에 바로 이 대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열정이라야 하며, 더 나아가 이런 책임의식이 우리의 행동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열정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 감각이며, 이것은 정치가의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자질입니다. 균형 감각이란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곧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입니다. ‘거리감의 상실’은 그것 자체로서 모든 정치가의 가장 큰 죄과 가운데 하나입니다.”(막스 베버, [작업으로서의정치]중에서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미디어렙 보도, 공영방송 뉴스일까 사내방송 뉴스일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3일자 기사 '미디어렙 보도, 공영방송 뉴스일까 사내방송 뉴스일까?'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자사 입장’만 가득한 공영방송 보도의 오늘

방송광고판매대행(미디어렙) 법안을 다루는 방송사들의 보도가 점입가경이다. 미디어렙 법안이 각 방송사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보니, 형식은 분명 뉴스지만 실제로는 각 방송사의 입장만을 노골적으로 담은 영상들이 잇달아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한 방송사들의 입장은 각각 다르다. KBS의 경우, 미디어렙 법안과 함께 KBS 수신료 인상 연계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MBC의 경우에는 공영 미디어렙에 MBC를 묶으려는 움직임에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SBS 또한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를 금지한 방안을 반대하면서 SBS미디어홀딩스의 자사 미디어렙 영업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각 방송사의 입장은 뉴스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1월2일 KBS <뉴스9> 화면 캡처

특히, 공영방송 KBS는 미디어렙 법안의 핵심을 보도하기 보다는, 혹여나 KBS 수신료 인상이 미디어렙 법안에 가려져 좌초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표정을 보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KBS는 2일 ‘뉴스9’ 리포트에서 “TV 수신료 인상안이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질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선 한시가 급하지만 18대 국회도 허송세월만 했다”며 수신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회를 규탄했다.
KBS는 그러면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려는 국회의 행보에 대해서는 “더구나 상업 방송과 종편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미디어렙법은 서둘러 처리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품격 있는 공영방송 만들기란 공적 책무는 방기한 채 일부 언론의 이익과 당리당략만 쫓았다”고 맹비난했다. 


▲ 1월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는 이보다 더 노골적이다. 공영 미디어렙으로 묶는 방안이 미디어렙 법에 포함될 움직임이 보이자, MBC는 보도를 통해 여야가 합의 처리하려는 미디어렙 법안을 연일 때리고 나섰다.
다음은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MBC가 전한 미디어렙 관련 리포트의 제목이다.


MBC의 이 같은 보도는 순수한 의도로 미디어렙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미디어렙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미디어렙 법안의 필요성과 핵심, 장점과 단점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미디어렙 법안이 늦어짐에 따라 피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 매체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MBC 미디어렙 관련 보도, 그 어디에서도 이 같은 부분은 찾을 수 없다. 그저 공영 미디어렙에 MBC가 묶이게 된 상황에 대한 분풀이와 정치권을 향한 노골적인 항의만 가득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디어렙 법안을 둘러싸고 두 개의 공영방송이 보이고 있는 보도 행태는 그저 놀랍다. 방송 뉴스가 가져야 할 공공성 따위는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 공영방송 뉴스인지, 자사 입장을 전하기 위한 사내방송 뉴스인지 헷갈리는 이 상황에서, 이 두 개의 방송사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언론이 외면할 때 우리는 스스로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통합진보당 포스터의 문구가 또렷이 빛을 발하는 2012년의 우울한 어느 날이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미디어렙법의 시계는 2011년에 멈췄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2일자 기사 '미디어렙법의 시계는 2011년에 멈췄다'를 퍼왔습니다.
[시론]2012년 미디어 다양성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야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미디어렙법안)의 시간은 2011년에서 멈췄다. 현재 시각은 2011년 12월 33일 쯤 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의 미디어렙법안 논의는 해를 넘겨 진행됐지만 입법화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미디어렙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오는 5일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미디어렙 입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를 끝으로 사실상 정치권과 국회는 올 4월 총선으로 가는 긴 여정에 돌입했다. 오는 5일 예정된 문방위 전체회의와 이후 국회 본회의가 제대로 열릴지는 안개 속이다.
지난 1일 오전 1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안은 현재의 정치 지형이 허락한 최선의 안이다. 민주당이 ‘1렙, 2개 종편 참여’라는 안을 끝까지 쥐고 갔으나 역부족이었다. 혹자는 법안심사소위 통과 안을 두고 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 후 다수당이 돼 처리하는 게 옳았다고 아직까지 고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을 제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그 이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조준상 사무총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 연내 입법을 촉구하며 “생매장만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디어렙 입법이 절박하다는 사실은 오히려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안이 증명하고 있다. 이날 법안심소위에서 통과된 미디어렙법안 부칙 2조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바로 2012년 1월부터 방송광고영업을 선언한 SBS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경과조치다. 이는 SBS미디어홀딩스와 자회사인 SBS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일종의 특혜로 미디어렙법안과 관련 시행령이 제정되기 전까지 SBS의 무허가 광고 직접 영업을 용인한다는 내용이다.
미디어렙 입법 불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선은 MBC와 SBS의 직접 영업을 꼽을 수 있다. 종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직접 영업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미디어렙 법을 제정하더라도 이들의 직접 영업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현재의 미디어렙 법안이 밝히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렙법안은 선언만 했을 뿐인 SBS크리에이티브의 무허가 광고 직접 영업을 용인하고 있다. 물론 SBS의 로비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미디어렙법안을 만들어 직접 영업 중인 MBC, SBS, 그리고 종편을 법안에 묶어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밖에 안 된다. 법적 공백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시장을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세상이다. 방송사업자가 이미 광고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미디어렙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니면 무늬만 미디어렙법안이든지.
어떤이는 이번 미디어렙법안을 두고 완벽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수준의 규제 측면에서 말한 내용이다. 미디어렙법안의 기본 목적은 진흥이 아니다.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는 KBS가 불만이다. 공영렙으로 지정된 MBC의 불만을 빼놓을 수 없다.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투자할 수 없어 SBS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에 지상파방송사 사업자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법의 규제 목적에 충실한 것 아닌가.
혹자는 종편이 2년간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하게 됐다며 반발할 수도 있겠다 싶다. 굳이 따져보자면 ‘종편이니까’하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미디어렙 논란은 종편이 만든 게 아니다. 종편 이전의 문제로 2008년 헌재 위헌 판결을 출발점으로 한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곳은 먼 미래에 종편 사업권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 당시의 조중동매가 아니다. 당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실체는 아직까지도 명확치 않다. 다만 근원지는 지상파방송사 쪽일 것이라는 추측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지만 법은 꼬리를 목표로 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종편 문제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익 때문에 본질을 흐린 세력이 있었다. 진영논리도 어디까지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익에 복무한다. 
2012년 미디어 다양성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무법상태를 고집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2일자 기사 '무법상태를 고집하는 배경은 무엇인가?'를 퍼왔습니다.
미디어렙 법안의 연내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글자가 가진 의미대로 하자면 맞는 말이다. 분명 미디어렙 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연내 처리 의지를 보인 여야의 입장 정리다. 연내 처리라는 단어는 시한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지금까지 3년 동안 미디어렙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은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문방위에 제출된 법안만 해도 7건에 이르렀고, 청원도 1건 있었다. 그 법안을 토대로 숱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이 있었지만,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경쟁 유형 때문에 여야는 의견 접근을 도출하지 못했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지금 논란을 빚고 있는 종편에 대한 것이 미디어렙 논의의 핵심이 아니었다. 당시는 공영 미디어렙 체제로 갈 것인지에 대한 거친 싸움이 있었다. 미디어법의 통과로 종편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미디어렙 법 논의는 당초 핵심 쟁점이었던 공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 여부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오직 종편 문제로만 귀속되는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다시 정리해보자.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고, 그 핵심은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을 해소하라는 것이었다. 1공영 1민영을 비롯해 1공영 다민영 등 여러 가지 경쟁유형에 대한 논의는 코바코 독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음을 반증한다. 미디어렙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공영 미디어렙 체제의 유지가 핵심이었다. 지금 일각에서 민주당이 1공영 1민영의 원칙을 버렸다는 점을 두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의 미디어렙 관련 논의를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미디어렙 법안의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종교방송을 비롯한 중소방송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종교계의 압력과 로비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들이대면서 논리의 비약을 일삼고 있다. 그것이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에서 나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도 쉽게 인정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이 사회에서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이 땅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기의 종교를 갖고 있다. 종교의 본질은 관용이고 남에 대한 포용이며, 아픈 이웃을 향한 자비심이다. 종교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바로 종교방송이다. 종교방송은 비영리 법인으로서 각 종단에서 출연해 재단법인 형태로 이뤄져있다. 종교방송사 직원들의 연봉은 주요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종교방송사 직원들은 종교적 신념과 봉사 정신으로 어려운 현실을 버티고 있다. 그런 종교방송사에 자사 이기주의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종교방송사의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처사다. 값싼 동정을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종교방송사는 포교나 선교 등 설립 목적에 따라 60% 이상을 전문 편성을 해야 한다. 종교방송사에 대한 조금의 이해 폭만 있어도 알만한 사항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종교계에 대한 폄하는 자신의 거대한 매체 영향력을 잘못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후회할 일을 스스로 만들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미디어렙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여러 차례 합의한 것은 누구의 압력이나 로비 때문이 아니라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한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방기했던 책임을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는 4월이면 총선이 치러진다. 여야는 어쩌면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한 정치인의 기본 책무를 지키기보다 당장 총선의 표계산에 휘둘려 책무를 저버릴 수도 있었다. 미디어렙 법안의 연내 처리를 반대하는 측에서 주장했던 것이 총선의 지형을 바꾸고 난 뒤 야권 세력에 유리하게 법을 제정하라는 논리였다. 그 논리대로라면 지금 무법 상태를 해소하고 총선에서 지형이 바뀐 뒤에 법을 개정하면 된다. 자신의 논리에 스스로 모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논의의 초점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법을 만들지 않으면, 무법 상태가 지속된다. 즉 종합편성채널은 지금도 직접 영업이 가능하다. 무법 상태가 지속되는 한 직접 영업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렙 법안의 입법으로 종편은 유예기간을 거치지만 미디어렙 체제에 묶이게 된다. 종편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무법 상태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종편을 편드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년 총선 이후에 즉각적인 법 제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현실 정치를 모르는 이들의 순진한 발상이다. 현실적인 정치 상황을 아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 무법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도 논의의 시작이 그 때 부터라는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미디어렙 법안의 무법 상태를 주장하는 배경이 과연 무엇인지를.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다. 종교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상식이기도 하다.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고, 자신의 주장만이 만고의 진리라는 아집에서 제발 벗어나기를 바란다.

2012년 1월 2일 월요일

"미디어렙법은 종편 특혜의 결정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1일자 기사 '"미디어렙법은 종편 특혜의 결정판"'을 퍼왔습니다.
[기고]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졸속 통과 안 된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들이 운영하는 종합 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앞으로 2년간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여당인 한나라당과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다. 여태껏 날치기로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펼치며 종편의 저지를 외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졸속으로 합의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종편은 태생부터 현 정부의 보은으로 갖가지 특혜를 받아 논란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선진국에서도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는 아랑곳 없이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언론사들에게 방송사를 허가해 주기 위해 온갖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미디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나아가 종편이 성공적으로 방송시장에 안착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상파 방송과 달리 주로 시사, 코미디, 드라마, 여행 등 전문분야별로 특성화된 채널로 운영되는 케이블 방송에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할 수 있게 허가해 지상파 방송사와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채널 배정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채널과 인접한 채널 번호를 배당해 주어 지상파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틀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광고 영업도 미디어렙의 규제없이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기 위해 종편이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 동안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종편은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개국과 동시에 신문사라는 힘을 이용해 기업들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종편에 광고를 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동안 유예하면 종편들의 약탈적인 광고영업이 더 활개를 치게 될 것이고, 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방송 광고시장이 혼탁해 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MBC의 광고 직접영업을 막기 위해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허용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사진은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등 기자회견 장면. 이치열 기자 truth710@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후도 문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미디어렙 법안을 보면 종편의 자유 방송광고 영업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후, 이들 종편의 방송광고 판매를 위탁 판매하게 될 민영 미디어렙 지분의 40%까지 한 개의 방송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종편들이 2년후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결국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난후 종편들이 자사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하게 되면 종편들이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광고영업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치 2년 후에는 종편들이 민영 미디어렙에 속하게 되어 광고영업의 규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을 근거로 하면 이는 눈속임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종편들은 2년 후나 지금이나 동일한 조건하에서 광고영업의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특혜 법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만 주는 민영 미디어렙 법안을 민주당이 졸속으로라도 처리하려 하는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민주당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 언론노조는 이번 여야 합의로 “MBC와 SBS의 자사 민영 미디어렙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종편이 2년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되는 것을 정당하다는 사회적 확인을 받기 위해서” 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종편이 자유 광고영업 유예기간 2년이 지난 후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을 하게 되더라도 신생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종편이 40%까지 소유하게 되면, 이는 결국 형식적으로는 종편이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되므로 자유 방송광고 판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민영 미디어렙 법안은 MBC의 직접광고 영업을 막는 것이 주 임무이다. MBC의 직접 광고영업을 막기 위해 종편에게 또 다른 특혜를 주는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정성, 그리고 공영성이 확보되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종편이 온갖 특혜를 통해 방송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게 되면 이는 여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결국 부메랑이 되어 야당인 민주당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2012년 1월 1일 일요일

“민주당 기사 다 빼겠다” KBS·MBC 압박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30일 기사 '“민주당 기사 다 빼겠다” KBS·MBC 압박 논란'를 퍼왔습니다.
기자들이 나서 정치권에 미디어렙 처리 불만 표시… 중소방송사들 “자사 이기주의로 공공성 훼손”

여야가 30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KBS·MBC 기자들이 법안 처리 시 향후 정치권 주요 뉴스의보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0일 “지상파 방송사 기자들이 ‘민주당 기사 다 빼고, 민주당 전당대회나 토론회 보도도 안 하겠다’고 했다”며 “미디어렙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KBS·MBC측이 여야 미디어렙 합의안에 반대해 국회 관련 뉴스의리포트를 안 하기로 했다’는 주장에 “전해 들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SBS측은 "우리는 민주당에 항의하지 않았다"며 "KBS, MBC는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시급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고 직접 광고 영업을 선언한 MBC는 연내 미디어렙 입법에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여야는 KBS 수신료 인상안은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상정하지 않았고, MBC는 연내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로 공영 미디어렙에 편입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MBC KBS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KBS·MBC 소식이 전해지자 종교·지역 방송측은 지상파 방송사측이 자사 이익을 위해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종교방송 노조 관계자는 “KBS, MBC 거대 방송사가 방송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자사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미디어렙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중소 방송사들이 저런 행태를 보이는 방송사의 하청 방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방송사의 노조들은 오후에 국회를 항의 방문하고 여야에 연내 입법을 적극 촉구하는 ‘집단 행동’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KBS, MBC측은 민주당측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MBC 국회 반장은 “그런 적이 없다”며 “국회 리포트가 나갔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입 KBS 기자는 “저는 그런 일이 없다. 항의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출입기자니)여러 명 갔으면 나도 갔을 것인데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KBS 국회 반장과는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문자를 남겼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회 문방위는 오전에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오후 2시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오후 1시 반에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미디어렙 ‘연내입법’으로 언론의 내일을 지켜달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29일자 기사 '“미디어렙 ‘연내입법’으로 언론의 내일을 지켜달라”'를 퍼왔습니다.
오후 1시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판가름

방송광고판매대행(이하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오후 1시로 예정된 가운데, 언론노조·지역방송노조협의회·종교계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렙,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연내입법’을 거듭 촉구했다.


▲ 12월 29일 국회 앞에서 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 종교방송협의회, 전국언론노동조합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렙 '연내입법'을 촉구했다ⓒ권순택

언론노조 소속 지역방송협의회 김대환 의장은 “지역방송에서도 불만족스럽지만 울면서 이 안을 받아들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 여야 ‘6인 소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의 렙 위탁 2년 유예 △공영방송(MBC포함) 공영렙 지정 △민영 렙 최대지분 40% 이하 및 지주회사 출자 금지 △중소방송에 대한 연계판매(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에 합의했다. 통합민주당은 28일, 한나라당은 오늘 오전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안을 당론으로 받아들였다. 이변이 없다면 오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2시 본회의 처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27일 통합민주당 의원총회에서 ‘1사1렙을 막기 위한 미디어렙, 2개 이상의 방송사 참여’를 수정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환 의장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나라당의 꼼수로 인해 연내 처리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대선과 연계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합의안이 연내 처리되더라도 우리의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 시행령과 종편 청문회에 대한 투쟁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SBS미디어홀딩스가 6개월 정도라도 영업 유예기간을 달라고 집중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전했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사무총장은 “종편 2년 유예는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였다”며 “종편에 광고영업에 대한 백지위임장을 주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안이 야합인지 아니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지, 그 진정성은 향후 2차, 3차 투쟁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이훈삼 목사는 “종편에 2년 유예를 허용하는 부분은 개탄스럽다”며 “그러나 미디어다양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도 “미흡하긴 하지만 연내입법으로 지상파의 직접영업부터 막아두고, 향후 방송법 개정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전역시민회 정인섭(별칭 자유인) 씨는 “‘연내입법’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걱정은 같을 것”이라며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 법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이해해주고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은 이쯤에서 접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민주당 등원, '전제 조건'은 어디로 갔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21일자 기사 '민주당 등원, '전제 조건'은 어디로 갔나?'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새 출발을 알린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이 선보인 첫 '업무'는 국회 등원이었다. 지난달 한미 FTA 비준안을 날치기를 당한 이후, 한나라당의 사과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별 다른 의견 없이 등원을 결정해버렸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정국과 함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교체하기로 약속받은 것이 등원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망 정국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에서 등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초 등원을 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다수 의원들도 이번 등원 결정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등원과 함께 비준안 날치기 무효화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여야 원내대표단의 회담에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폐기·유보·수정 등을 포함하는 '한미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사과를 받은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최근 '조건부 등원'을 결정하면서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조항 중 론스타 국정조사를 제외하고, ▲'디도스 파문' 특검 도입 ▲ISD 재협상 ▲미디어렙법 제정 ▲정개특위 가동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 ▲복지예산 증액 등을 약속받은 것은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애초 등원 조건으로 내세웠던 한나라당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날치기에 대한 사죄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대신 'ISD 폐기' 부분 역시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에 그쳤기 때문.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 행위다. 애초에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대한 문제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연계하는 건, '논리 비약'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여당과의 협상을 지속해왔던 김진표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의구심이 이어진다.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의 별 다른 논의 없이 홀로 등원을 결정해 논란을 불렀는데 그 이유가 자신은 물론,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한 등원 요구를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 내에서도 "김정일 위원장 사망핑계로 등원한다는 건 한나라당을 살려주고 박근혜비대위 체면을 세워주는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한나라당과 합의한 ISD 재협상 결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한미FTA 반대 당론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원외 관계자는 "민심을 거스르고 야성을 잃은 민주당에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오는 1월 1일에) 발효되게 놓아두고 재협상 촉구 결의안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또 통합진보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의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야권연대를 심대히 위협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여야는 21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했으며 22일 본회의에 이어 29, 30일에는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을 연계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박상희 기자psh@vop.co.kr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비평]언론 환경 재정비 없이는 뒷날을 감당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 단임제 정부에 동승한 모든 권력자들이 꾸는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아직 내리기엔 멀었다는 안도감이 공유될 때, 멀리 내다볼 수 있고 권력은 서로 부딪치지도 않는다. 권력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 내려야 하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이 감지될 때, 권력과 그 주변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진다. 학술적 용어로는 ‘레임덕’이고, 사회적으로 관찰되기로는 ‘집권 말기 현상’이다. 선출된 권력의 교체시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혼란이고,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할 땐 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이 권력엔 이제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 전체가 소란스럽다. 딱 5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몇몇 상징적 사건들은 필연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부터 흔들린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명박 정부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 ‘만사형통, 상왕’ 이상득 의원이 퇴진한다는 것은 상징적 모습이다.
이 정부의 권력을 구성하던 위계가 내부로부터 깨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다. 이상득으로 대변되던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지자,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각적인 연쇄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친이계는 사실상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포함한 비대위의 전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넘긴다는 것은 생사여탈권을 포기해 최악을 피하겠단 서약의 다름 아니다. 이제 이 권력엔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부인은 “비판은 그냥 패스한다“는 말로 호기를 부렸지만 비웃음만 샀다. 정말, 문제적 권력이고 그래서 더 문제인 권력이다. 별로 한 일이 없는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가야할 길이 아직 한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에 언론계 상황만 봐도 그렇다.

'특혜', '관리', '배제'로 이어진 언론정책의 유일한 전제, '정권재창출'


▲ 지난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맞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1면 백지광고를 실었다
잔가지는 다 쳐내고,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보면 임기 전반기엔 방송 장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다음에는 ‘특혜’, ‘관리’, ‘배제’의 3가지 차원에서 언론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은 특혜다. 대놓고 작심하고 우리 편만 챙긴 것이다. 구실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창출이었고, 명분은 지상파 독과점의 해소였지만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얘기였고 아시다시피 접근 자체가 그렇지 않았다. ‘관리’는 침묵으로 충성을 바친 공영방송에게 던져진 수신료 인상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먹을거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재원을 키워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단 언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제’는 나머지 미디어들을 향했다. 미디어렙법의 처리 지연은 ‘특혜’를 준 몇몇 언론과 자력갱생이 가능한 방송을 제외한 매체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3가지 추진 방향 모두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종편의 경우 개국은 했으나 오히려 개국 이후 생존 여부에 강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애당초 4개의 종편을 허용하는 것이 무리였는데, 철저하게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당최 견적이 뽑히지 않는 이상한 우리 편 챙기기가 됐다. 종편 4사들 역시 이제는 ‘차라리 그때 끝까지 싸워 4개 신설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고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종편을 방치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청산의 'X맨‘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를 노릇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이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이유
중장기적으로 종편의 생존을 도모해주기 위해선 정권재창출이 필수적이다. 종편사들의 개별적 역량에 기대어 종편이 생존할 수 있단 건, 당분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극히 낭만적일 뿐이다. 종편은 당분간 아니 꽤 오래도록 홀로 설 수 없는 매체다. 그래서 다소 감정의 격앙이 있더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야만 한다. 그래야 종편에 대한 특혜를 이어갈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바탕으로 종편사들 역시 ‘약탈적 영업’이 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종편의 생존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수구 세력의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당장에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설계할 땐, 분명히 차기 권력이 당연히 박근혜의 몫으로 흐르는 회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졌지만 궤도 수정을 하긴 너무 늦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방책이었다.
수신료 인상은 좌절되고, 미디어렙은 어쩔 수 없고
수신료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찍어 눌러놓은 덕에 아직 저항이 실제화되진 않고 있긴 하지만 KBS 조직 내부에도 수신료 인상 좌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신료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판을 다 깔았는데도 좌절된 것은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는 항변도 가능하겠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정부 임기하에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고, 외려 KBS는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차기 권력과 이렇게 등을 졌으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해졌다.
미디어렙의 경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되었건 입법은 불가피하다. 종편을 유예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여전히 관건이겠지만 매체의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단 대전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은 대의제 체제에선 존립하기 힘들다.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최대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마저 의회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가능한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고자 했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아래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신설을 추동해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보완, 견제하는 의미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했지만 이 정부는 순서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모든 것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어 권력 내키는 대로 언론을 유린했다.


▲ 7월 11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이사회는 즉시 도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기자회견 모습. ⓒ권순택

정권 이양을 고려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
그 유린을 하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정권재창출’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다음 정권 역시 우리 편이 잡게 되면 뒤탈 없이 시간을 더 벌 수 있단 확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됐다.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행여 또 다시 천막을 친다고 해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권력이 사활을 걸었던 종편은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채, 아니 개국한 것만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적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단 얘기고, 공영방송은 대대적인 복수와 보복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선 지역 언론은 총선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멀어져 가고 있다. 청와대에도 이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벌려놓은 일을 그나마 마무리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남은 시간동안 4대강의 보를 되돌릴 순 없다. 다시 747을 띄울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에서 보듯 저해된 언론 행위에 대한 범사회적 반발 때문이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령 정권이 이양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언론환경을 재정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편 언론과 함께 몰락하지 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했던 언론에게 유의미를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장악해서 어찌해보겠단 흑심을 버리고, 장악을 풀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을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코피 난 김에 쓴 혈서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를 퍼왔습니다.
어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약탈적 광고 직접영업으로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를 거부하고 지난달 직접영업을 본격화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나, 그 행태가 조폭이 무색할 정도로 도를 넘은 모양이다.
종편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과도한 광고액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시청률에 비례해 광고액을 정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는데, 종편은 이런 과학적 방식을 무시하고 연간 일정액의 광고비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그룹에 “연간 200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그 규모도 지상파의 70%가 보통이고 많게는 110%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잣대인 시청률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요구다. 반면 기업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종편 광고액은 지상파의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종편이 생떼를 쓰는 것은 ‘조·중·동·매’라는 위협수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신문을 등에 업고 있으니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기업들은 한결같이 종편 뒤의 신문을 의식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약탈적 광고영업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언론사로서 할 짓이 아니다. 종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제 살을 깎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경쟁 지상파나 신문사들의 공격적인 광고영업을 부추겨 언론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까지 추락시킬 소지가 크다.
하지만 종편은 스스로 자율적 규제를 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결국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직접영업을 막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둘러싼 언론사 간 무한경쟁이 줄어들뿐더러 방송의 보도·편성·제작과 광고가 분리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입으론 미디어렙 법안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네 종편을 와 함께 하나의 민영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조·중·동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하루라도 빨리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30일자 사설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를 퍼왔습니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오늘 합동 축하쇼를 열고 일제히 개국한다. 온갖 특혜와 반칙을 통해 태어난 보수언론의 종편사들이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이는 언론의 위기이자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종편 4사의 개국은 단순히 방송채널이 몇 개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언론시장에서 보수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이 동맹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공세에 나섰음을 뜻한다. 그 동맹의 지향점이 여론 장악을 통한 1% 수구 기득권층의 자기이익 보호와 보수정권 재창출에 있음은 여권과 종편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 ‘괴물방송’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시청자 수요와 광고시장의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허가했다. 그리고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스오)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압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 특혜를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이를 통해 케이블로 방영되면서도 지상파 이상의 특혜를 누리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방송’이 등장했다.
종편시대를 열어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2007년 대선에서 권력 창출의 사실상 파트너였던 보수 족벌언론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보수 일색의 여론시장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보수권력을 창출해내려는 것이다. 미디어시장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방송 진출을 추진해온 조·중·동 등 족벌언론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해제를 내건 이명박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 대가로 종편을 허가받은 뒤엔 국회의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입법 논의를 무시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청률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많게는 지상파 광고의 70%를 요구하는 조폭적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획 프로그램의 제작을 약속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로서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뒷전으로 내팽개친 지 오래다.
종편이 활개치는 시대의 우리 사회 모습은 암울한 잿빛일 수밖에 없다. 종편은 이미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조·중·동과 함께 광고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할 것이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중소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다.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대언론 영향력을 키울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언론시장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우리 사회 99%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축소될 게 뻔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 사이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게 분명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가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통행식으로 흐를 때 민주주의는 절대 꽃필 수 없다. 더욱이 종편이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와 거리낌없는 조폭적 영업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공정성과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다.
보수여론의 독과점과 민주주의의 상실
이 땅의 건전한 양심세력이 종편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편에 부여된 온갖 특혜를 없애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종편 4사의 합동 축하쇼에 민주당 등 야당이 불참하기로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종편 4사와 개국 축하 인터뷰를 한 것과 대비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종편 특혜 철회와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종편 개국과 함께 이 땅의 양심·진보세력의 투쟁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 싸움에 온 국민이 함께해 주기를 기대한다.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MBC·SBS까지 밥그릇 들고 튄다


이글은 시사인 2011-11-24일자 기사 'MBC·SBS까지 밥그릇 들고 튄다'를 퍼왔습니다.
코바코의 광고 독점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종편은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MBC와 SBS도 자사 렙을 만든다고 밝혔다. 미디어렙 법은 교착상태, 중소 방송은 벼랑 끝이다.

11월10일 목요일 오후 1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앞. CBS·불교방송·원음방송·평화방송 관계자들이 모였다. 천주교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 주최한 ‘미디어렙’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잠시 후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 종교방송사 대표는 “종교방송 4사 대표가 모일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라”라고 지시했다. 다른 종교방송사 관계자가 받은 전화도 같은 내용이었다. 이날 오전 SBS 측이광고대행사 대표들을 초청해 조찬을 가지면서 ‘내년 1월부터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연락해온 것이다. 이 자리에 있던 다른 종교방송사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SBS가 자사 렙으로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MBC도 따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역방송사와 종교방송은 다 죽는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먼저 일반인에게는 낯선 미디어렙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은 방송사를 대신해 기업에 광고 시간을 팔고 수수료를 받는다. 방송사가 신문사처럼 직접 영업을 할 경우 공영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보도·제작과 광고를 분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81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를 설립해 지상파 방송의 모든 방송광고를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했다. 또 코바코는 연계 판매를 통해 방송광고 재원을 광고 취약 매체인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 분배해왔다.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팀을 나누고, 각 팀에 중소 방송사를 매칭시켜 방송광고를 연계해 판매해온 것이다.


ⓒ뉴시스 1월20일 ‘한국방송광고공사 창사 3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코바코는 군사독재 정권이 방송 장악 수단으로 도입한 측면이 있다. 광고주들로부터는 ‘연계 판매로 기업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을 해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코바코 체제의 순기능을 평가했다.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결탁을 차단했고, 방송광고 요금 인상을 억제해 물가 수준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 점 등이 그것이다.


종편 특혜 위해 법안 미룬다는 의혹도

조 소장에 따르면, 코바코는 광고 연계 판매를 통해 지역방송·종교방송 등을 지원함으로써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했다(연계 판매가 전체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1%로 2010년 기준 2400여 억원). 또 코바코가 조성한 공익자금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을 건립하고 수많은 예술단체를 진흥하는 데 활용되었다. EBS와 아리랑TV를 지원하고, 공익 프로그램 제작을 돕는 데도 쓰였다.

그런데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지상파 광고 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묘해졌다. 당시 방송광고 영업을 하려던 한 회사가 헌법 소원을 제기하자, 헌재는 코바코 독점 체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판결 취지에는 “코바코가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에 안정적 운영 재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 같은 헌재 판결 이후 미디어렙 법안이 마련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만 3년이 되도록 미디어렙 법안 도입은 지연되었다(그간 MBC와 SBS는 방통위 권고로 코바코 대행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당·방송사·신문사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최영묵 교수(성공회대·신문방송학)는 판결 이후 미디어렙 논란을 3라운드로 정리했다. 처음에는 코바코 독점 체제를 해소하는 게 문제였다. 공영과 민영으로 가를 때 MBC가 어디로 갈 것인가가 논점이었다. 최 교수는 “MBC는 기존 코바코보다는 민영 미디어렙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코바코의 판매 방식 말고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경우 더 나은 광고 실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 가운데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서울 MBC)’는 요구로 표현되었다.



그러다가 ‘조선·중앙·동아·매경(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허가되면서 미디어렙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되었다.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란이 옮아간 것이다. 일반 PP(방송채널 사용사업자)는 직접 광고 영업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종편은 외형상 자신들이 PP이므로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종편은 PP이지만 전 국민의 85%가 가입되어 있는 유료 방송이 의무적으로 전송하는 ‘특혜’를 누리는 데다 지상파와 똑같은 편성을 하기 때문에 ‘조중동매’ 종편의 광고 영업이 의무적으로 미디어렙에 위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일반 PP처럼 종편에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하자는 방침이었다. 이 부분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법안 처리가 미루어졌다. 이런 ‘무방비 상태’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종편들이 직접 광고 영업에 돌입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당이 법안 처리를 유야무야 미루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던 차에 지난 10월27일 SBS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이사회를 열어 미디어크리에이트(자본금 150여 억원 규모)를 자회사로 편입해 방송광고 판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미디어렙 논란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SBS 측은 ‘종편 채널이 등장하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회 입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MBC가 독자 미디어렙 설립에 나섰다. ‘종편과 SBS가 나선 이상, 서울 MBC도 자사 렙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MBC는 일단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태다. 김재철 MBC 사장은 11월7일 임원회의에서 ‘미디어렙 설립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MBC는 언제든지 자사 미디어렙 설립에 나설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 교수는 “지상파들이 자사 렙을 설치해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종편의 독자 영업을 막을 논리가 없어진다. SBS가 논점을 흐리며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11월10일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렙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발제를 맡은 김민기 교수는 종편의 등장과 미디어렙 경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신문이 광고를 내면 모든 신문에 광고를 내는 원턴(One-Turn) 현상이 방송광고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광고주가 돈을 내지 않아도 광고가 나오는, 일본말로 ‘뎃뽀(鐵砲)’ 광고 또한 방송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결국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광고 영업이 나오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치명타를 입게 되는 곳이 그동안 지상파 프로그램과 연계 판매 방식으로 광고 수익을 배정받아온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사들이다. 한 종교방송사 경영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방송광고료가 35%, 협찬 광고료 등이 25%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액의 60%를 광고와 협찬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 만일 연계 판매가 안 되는 상황이 온다면 방송광고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아가 12월에 출범하는 종편들이 기업 협찬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에 협찬 광고료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안에 미디어렙 법을 만들어 연계 판매를 강제하지 않으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도 없다. “직접 영업을 하는 게 만만치 않다. 광고대행사가 100개는 되는데, 그럴 인력이 없다. 협찬을 받으려면 대행사와 별개로 기업 홍보실을 다녀야 한다. 비용이 엄청나게 들게 된다.”


ⓒ뉴시스 8월25일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미디어렙 입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역 민방도 타격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9개 지역 민방의 노조 지부장들이 상경해 목동 SBS 사옥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인 바 있다. 김대환 언론노조 지역민방노조협의회 의장(강원민방 지부장)은 “지역 민방 매출의 40%가 연계 판매다. 자체 광고 판매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SBS 측이 ‘지역 민방에 최근 3년치 평균 광고 배분율을 5년 동안 보장하겠다’고 얘기했다지만, 여기에는 ‘광고시장에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었다. 결국 연계 판매를 언제까지 할지는 SBS 뜻에 달렸다는 얘기다.


“종편 광고는 케이블TV에서 빠져나갈 것”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지역방송의 광고 수입은 자체 광고 판매, 연계 판매, 전파료 수입 등으로 구분된다. 전파료 수입은 중앙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지역사들이 릴레이 송출함으로써 시청자가 늘어나고 광고 수익도 늘어나는 대가로 프로그램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 전파료는 SBS 프로그램 광고료에 비례해 내려오기 때문에 SBS 계열 PP 광고가 늘고 SBS 광고가 줄어든다면 전파료까지 줄어들 수 있다. 또 전파료 배분 비율 자체도 홀딩스 렙이 줄일 수 있다. 결국 지역 민방으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조준상 소장은 “종편을 빌미로 지상파 두 회사가 또 다른 야욕을 부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SBS와 MBC의 경우 종편이 등장하면서 광고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그 근거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기 코바코 연구위원은 최근 종편 PP 및 보도 전문 PP가 시장에 진입할 때 일어날 파급 효과를 측정한 보고서를 펴냈다. 광고매체 예산을 배분하는 기업 담당자 200여 명 등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종편 등장이 광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산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5년 종편 PP 및 보도 전문 PP로 광고가 이동하는 비율은 케이블TV가 연평균 14.1%, 위성방송·DMB 등 기타 부문이 13.2%였다. 곧 이들 부문에서 광고비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다고 분석된 것이다. 그 다음 옥외 광고(9.1%), 인터넷(7.0%), 지상파TV(5.6%), 라디오(3.7%), 신문 광고(2.0%) 순서였다. 요컨대 매체력이 약하고 광고를 옮겼을 때 부담이 적은 ‘만만한 매체’에서 광고를 줄여 종편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과 6인 소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11월 안에 매듭을 짓지 않으면 어렵다는 판단이다. 연말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2월에 임시국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총선 직전이어서 ‘별무소용 회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구성돼 상임위가 구성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 미디어렙을 논의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현재 민주당 당론은 ‘1공영-1민영-종편 유예 불가’로, 한나라당 당론은 ‘1공영-1민영-종편 3년 유예 뒤 재검토’로 정해져 있다. 여야 모두 ‘1공영-1민영’에 동의한다. 반면 종편과 관련해서는 ‘유예 불가’와 ‘3년 유예 뒤 재검토’가 맞서며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이전에 민주당이 비공식 제안한 ‘종편 승인일로부터 3년 유예’에 동의했다는 말도 나온다. 

거대 방송사나 종편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종교 방송이나 지역방송만 입는 것이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무너진 데 따른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자사 렙을 만들겠다는 거대 방송사의 웅직임에 시민사회가 극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