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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1일 목요일

대통령 긴급조치, 39년 만의 위헌 결정


이글은 시사IN 2013-04-11일자 기사 '대통령 긴급조치, 39년 만의 위헌 결정'을 퍼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많은 피해자들이 일괄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민변 긴급조치변호단은 긴급조치 제4호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통해 위헌 여부를 가를 계획이다.

백기완 선생은 “포악하였던 봉건 치하에서도 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형식으로 청원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청원하겠다는 것을 15년씩이나 징역을 보낸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나만 남으면 체면이 안 되니 나도 장준하 형님을 따라 형무소에 가겠다”라는 말을 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 긴급조치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1974년 1월 긴급조치 제1호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되었다. 체포된 지 20여 일 만인 1974년 2월1일에 1심이 끝났고, 2개월 만인 3월2일에 항소심이, 8월20일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면서 일사천리로 재판이 종결되었다. 장준하 선생은 징역 15년을, 백기완 선생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아직도 기록이 깨지지 않은, 전무후무하게 신속한 재판이었다.

ⓒ뉴시스 3월2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긴급조치 위헌 판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가운데)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유신헌법이나 긴급조치를 비방하거나 헌법개정 청원운동을 하거나, 집회 또는 시위를 하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중형인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제1호 위반자는 긴급조치 제2호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 군사법원 재판관에 의해 재판을 받아야 했고, 장준하·백기완 선생에 대해서는 판사가 아닌 검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으로 집행하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 가톨릭명동학생시위 사건에서는 판사가 재판정이 아닌 판사 집무실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을 대동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8세 재수생은 노트에 긴급조치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최연소 긴급조치 위반자로서 징역 1년을 살아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3월21일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바70.131.170병합)에서 긴급조치가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고 참정권, 표현·신체의 자유, 영장주의,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만시지탄이나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 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긴급조치가 해제 또는 사실상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면소(기소를 면함) 판결을 해왔다. 오종상 긴급조치 제1호 위반 재심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2010. 4.30선고2009재노19)은 반공법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긴급조치 제1호 위반에 대해서는 실체 심리를 하지 않은 채 면소 판결을 했다. 또한 긴급조치 제4호 민청학련 사건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긴급조치 제4호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했다. 말하자면 근원적으로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를 배제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아니더라도, 법원은 기존 관행을 답습해 면소 판결로 일관했던 것이다. 결국 법원은 과거 선배들이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 ‘정찰제 판결’을 한 바와 똑같이 긴급조치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외면한 채 ‘정찰제 면소 판결’을 해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법원이 2010년 12월16일 ‘오종상 형사 재심사건’에서 긴급조치 제1호가 ‘당초부터’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국회가 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판 관할을 (헌재가 아닌) 대법원으로 정하고 또한 위헌 판단을 한 것이 의외였는데, 여하튼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과거사 청산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헌재 결정만 기다린 하급심 법원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법원은 3년여 동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스스로 사법 심사를 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최근 몇몇 용기 있는 재판부에서 재심 개시 결정과 더불어 무죄선고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재판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검찰은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즉시 항고하거나 무죄판결에 항소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가장 적용자가 많았던)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아직 위헌 판결이 난 게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은 변명을 넘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같은 법조인으로서 피해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1974년 1월 긴급조치 1, 2호 위반으로 군사법정에 선 장준하(맨 오른쪽)와 백기완(오른쪽에서 두 번째).


때늦었지만 해당 원고에게만 판결이 효력이 미치는 대법원 판결과 달리,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해 많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일괄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재심 청구를 통해 재심 개시 결정 및 무죄선고,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 절차를 밟으면 될 것이지만, 긴급조치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되어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제적, 해고된 사람들은 국가배상 절차를 통해 구제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한 시대를 불꽃처럼 살아온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 걸맞게 진상규명, 국가배상, 명예회복, 역사적 재평가 작업 등 일련의 과제가 남아 있다. 

민변의 긴급조치변호단은 2007년 이래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1호 위헌과 무죄판결을, 그리고 이번 헌법재판소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 위헌 결정을 이끌어 냈다. 변호단은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재심 청구 등 피해자들을 모집하는 한편, 피해자 설명회(2013년 4월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13층)를 개최하고, 재심 청구를 비롯한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 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긴급조치 제4호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통해 긴급조치 제4호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것이다. 1970년대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위헌 결정을 통해 긴급조치의 사법적 종말을 고할 계획이다. 

유신헌법이 개정된 지 41년, 긴급조치 제1호가 발령된 지 3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천하를 호령하던 기백을 가졌던 청년은 어느덧 50~60대 반백의 중년이 되었다. 어떤 이는 병마와 싸우다 끝내 운명했다. 김근태, 이범영, 박창수, 채광석, 김도연, 유상덕, 이용덕 등.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아니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던 많은 민초들이 긴급조치라는 폭압에 맞서 싸웠고 인생의 굴절을 겪어야 했다. 이들은 오늘 살아남은 자들에게 묻는다. ‘그대는 우리의 제단에 무엇을 바칠 것인가.’ 
조영선 (변호사·민변 긴급조치변호단 간사)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임기 5년' 박근혜가 '헌재소장 10년' 임명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04일자 기사 ''임기 5년' 박근혜가 '헌재소장 10년' 임명한다'를 퍼왔습니다.
[쟁점] 박한철 후보자의 임기는 3년 10개월인가, 6년인가
▲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고무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기는 3년10개월인가, 6년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박 헌법재판관을 5기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하면서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이 박한철 헌법재판관을 5기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하면서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이미 2011년 2월 1일부터 헌법재판관 임기를 시작해 2년 2개월을 보낸 박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되면, 소장으로서의 임기는 잔여임기인 3년 10개월인가, 아니면 새로 6년인가.

이 질문은 곧 다음 질문과 직결된다. 5년 임기의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 헌법재판소장을 두 번 임명할 수 있는가, 한 번만 임명할 수 있는가. 이는 헌법재판소의 안정성과 독립성과 관련된 중요한 헌법적 질문이다.

박 후보자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당일인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법리 검토는 좀더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헌법의) 문리(文理)만으로는 잔여임기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박 후보자는 최초로 6년 임기가 아닌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지금까지 1~4기 소장(조규광, 김용준, 윤영철, 이강국)의 임기는 모두 6년이었다.

박한철 "잔여임기인 3년 10개월이 맞지 않나 생각"... 지금까지는 모두 6년

논란의 근원은 명확하지 않은 법조항 때문이다. 헌법 111조 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고, 그 다음 조항인 112조 1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기는 명확한 명문 규정이 없다. 결국 헌법과 법률 해석의 문제다.

박 후보자처럼 현직 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할 때 임기를 6년으로 하지 않고 잔여임기로 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안정성과 독립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론적으로 한 대통령이 소장을 여러 차례 임명할 수 있게 된다. 1년짜리 소장을 5번 임명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헌법에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명시한 취지가 간단히 훼손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파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자의 임기가 3년 10개월이라면 박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2017년 1월 소장을 한 번 더 임명하게 된다. 그때 또 다시 코드에 맞는 6년짜리 보수파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다면? 박 대통령은 무려 10년간 자신이 지명한 사람을 헌법재판소장 자리에 앉히게 된다.

이렇게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안정성과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는 이미 이와 관련해 한 차례 논쟁을 벌인바 있다. 일명 '전효숙 사태'다.

전효숙 트라우마

▲ 전효숙 트라우마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을 때 한나라당은 헌법 111조 4항을 근거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절대 불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11월 15일 한나라당은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본회의장 의장석까지 점거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했을 때, 청와대와 전 재판관은 조율을 거쳐 6년 임기 보장을 위해 3년 남은 재판관직을 일단 사직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에서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헌법 111조 4항을 들며 "헌법과 법률상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토록 돼 있지만, 전 후보자는 재판관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에 헌재소장 후보자가 될 자격이 없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나라당이 이 논리에 동조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까지 하는 광풍 속에서 소장의 임기 보장과 대통령과 대법원의 지명권 보호를 위해서였다는 목소리는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104일만에 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다.

▲ 고개 숙인 전효숙 후보자 광풍에 가까운 반대 논리 속에 자신의 재판관직 사퇴는 소장의 임기 보장을 위해서였다는 전효숙 후보자의 목소리는 묻였다. 하지만 6년뒤인 지금 그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사진은 2006년 인사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인채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6년 전 '전효숙 트라우마'를 바로잡겠다고 벼르는 국회의원이 있다. 오는 8~9일로 예정된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위원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첫 질문을 임기가 잔여임기로 생각하느냐 6년으로 생각하느냐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참여했던 최 의원은 당시 속기록을 보면 야당(한나라당+조순형 위원)의 논리에 정면으로 맞서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을 시종일관 주장했었다.

최 의원은 "전효숙 낙마를 끌어냈던 조순형 전 의원의 헌법 해석은 글자 그대로에 얽매인 엉터리였고, 나의 해석이 법리적으로 맞았다"면서 "하지만 조 전 의원의 '미스터 클린' 이미지와 언론의 광풍으로 덮어버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전 의원처럼 헌법 111조 4항을 해석한다면, 88년 처음에는 어떻게 헌재를 구성했겠는가, 헌법재판관이 한 명도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에도 학자들이나 변호사들, 법관들은 개인적으로는 나의 법리 해석이 맞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왜? 노무현이 싫었으니까"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가 뒤바뀌었을 뿐, 2006년 논쟁의 재현이다. 2006년은 헌법재판소 역사상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된 첫 사례였고, 현재는 두 번째다. 2006년 전 재판관은 임기 3년을 남긴 상태였고, 현재 박 후보자는 3년 10개월 남아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과 전 재판관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자문을 구한 후 6년 임기 보장을 위해 재판관직을 사퇴한 채 인사청문회에 임했다 낙마했고, 전효숙 사태를 겪었던 박 대통령과 박 후보자는 현재 재판관직을 유지한 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자, 이제 2라운드다. 

노무현과 전효숙의 선택이 옳았는가, 박근혜와 박한철의 선택이 옳았는가.

이병한(han)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헌법재판소는 왜 유신헌법 53조에 침묵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9일자 기사 '헌법재판소는 왜 유신헌법 53조에 침묵하나'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헌재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이미 사회적으로 매장 선고를 받은 '유신시대 긴급조치'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뒷북치듯 위헌 결정을 발표했다. 긴급조치 1호로 징역을 산 오종상 씨가 낸 유신헌법 53조, 긴급조치 1호, 2호, 9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바70.131.170병합)에서 헌법재판소(소장 권한 대행 송두환 재판관)는 3월 21일 전원일치로 긴급조치는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유신헌법의 핵심'인 53조에 대해서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긴급조치 1호가 만들어진 지 39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세상으로 나왔다. 그것도 매우 앙상한 모습으로.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고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했다'는, 헌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수식어만 나열될 뿐이다. 국가 차원에서 고통의 세월을 견뎌온 국가 폭력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표현하고, 헌법 파괴적인 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 판단을 회피했다. 헌법재판소는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일 뿐이고 사건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신헌법 53조는 인권과 민주주의, 국민 주권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 인식을 헌법재판소는 따라가지도 못했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임무를 방기하는 꼴이다. 그나마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투한 피해자들의 노력과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헌법재판소 상징 문양.

헌법재판소는 1987년 직선제 민주화 개헌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태생부터 양면성을 갖고 있는 '정치적인 권력 기구'이다. 아래로부터 민주주의가 강화되고, 권력에 대한 민중적 통제가 가능한 때 헌법재판소는 정의와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 기구로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한다'는 미명하에 중립성, 객관성, 제3자성이라는 외관을 취하면서 국가의 계급적 법질서를 정당화하고 현존 질서를 유지하며 가진 자들의 특권을 옹호하는 데 기여한다. 즉 민중적 통제 여부와 계급적 정치 질서에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언제든 체제 수호 기관으로 변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2008년 야간 시위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일에 헌법재판소는 묵묵부답으로 5년째 버티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올 사안임에도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기업에 위해를 줄까 전전긍긍하면서 집시법 10조 위헌 결정을 보물단지처럼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헌법재판소가 인권과 헌법의 가치에 어긋나는 결정을 수도 없이 했다. 최저생계비 헌법소원 기각 결정,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합헌 결정, 사형 합헌 결정, 군형법 92조(계간조항) 합헌 결정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자칫 긴급조치 위헌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체제 수호에 앞장선 이력까지 가려질까 우려스럽다.

최근 이동흡·박한철 씨가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내정되면서 '자격 부적격' 여론이 확대되었다. 이동흡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했고 최근 지명된 박한철 후보자는 공안 사건을 진두지휘한 검사로 활동한 이력이 문제되고 있다. 이들이 헌법재판소 소장으로서 인권 보장에 앞장서리라는 기대를 어떤 국민이 하겠는가. 지배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헌법재판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헌법 정신은 육법전서에 있지 않다. 인권의 가치를 법의 논리로 환원해 헌법을 앙상하게 만들고, 체제 옹호적인 입장을 대변해온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성격을 정확히 인식하자.

(*이 글은 "유신헌법 53조에 침묵하는 헌법재판소, 그 존재 이유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퇴임 송두환 재판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2일자 기사 '퇴임 송두환 재판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퍼왔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헌법 권한 넘어 의무"

▲ 22일 퇴임하는 송두환 헌법재판관 ⓒ 헌법재판소

22일로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송두환(64) 헌법재판관이 퇴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송 재판관은 이날 오전 퇴임사를 통해 "18대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도 헌법재판소장의 직위가 60일 이상 궐위 상태에 빠져있다"며 "어제(21일) 뒤늦게나마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 후보자의 지명이 이뤄져 조만간 궐위 상태가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매우 심각한 위헌적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염려스러운 것은, 근래 이러한 헌법재판관 직의 공석 사태가 몇차례 반복되는 것을 통해 '더러 있을 수도 있는' 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혹여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구성을 위한 재판관 후보자의 지명에 관한 헌법적 권한은 단지 권한인 것을 넘어서 동시에 헌법상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 구성에 공백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 필요"

이같은 발언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법 6조 3항은 재판관의 임기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21일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2개월 넘게 공석인 상태다. 이날 송 재판관의 퇴임으로 헌법재판소는 21일 지명한 후보자 3명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당분간 7인 체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송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구성의 공백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고 구체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3월 헌법재판관에 취임한 송 재판관은 임기 후반 헌재소장의 궐위 상태를 맞아 권한대행으로서 무리없이 헌법재판소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법고시 22회로 서울민사·형사지법 판사 등을 거친 그는 1990년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1997년 변호사 554명과 함께 노동법 재개정 촉구 성명을 추도했고, 2000~200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에서는 대북송금 사건 특별검사로 활동했다. 그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송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고 떠남에 따라 헌법재판관 9명은 재야 법조계 출신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주영(imjuice)

2012년 12월 29일 토요일

장발장의 시대가 따로 없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28일자 기사 '장발장의 시대가 따로 없다'를 퍼왔습니다.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직무를 포기하고 보신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법으로 정해진 선고기일을 묵살할 때부터 드러났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선고를 내린다고 할 때부터 위헌 결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이미 어불성설이었다. 그리하여 곽노현이 제기한 세 가지 헌법소원은 일단 기각되었다.

우선 판결의 내용을 잠시 들여다본다. 곽노현은 공직선거법 제232조 1항 2호의 조항에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라는 문구가 지나치게 불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소원을 제기했다. 금전을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제공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후보 사퇴 당시에 금전지급 합의 또는 이와 관련된 유인행위가 있었는지를 불문하여 처벌하고, 가벌성 없는 정치연합에 입각한 선거비용 보전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규제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호소였다.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은 단순히 “대가”라는 말의 뜻이 한국어 사전에 나와 있고, 그 뜻을 누구나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이 불명확하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문제의 핵심을 완전히 회피한 셈과 같다. 곽노현이 “불명확하다”고 호소한 사유는 사전에 매수하기로 묵계가 있었다면 같은 법 1호로 기소할 수가 있는데, 여기에 더해 2호를 정한 이유가 불명확하며, 따라서 2호가 겨냥하는 범죄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재판의 1심과 2심과 대법원은 모두 민주적 선거의 “공정성과 염결성”이라는 공익을 위해서 후보 매수 행위는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고상한 명분을 내걸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로 선거의 “공정성과 염결성”이라는 문구를 실컷 착취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과 염결성을 위해서 후보 매수를 처벌하기로 하면 1호의 조항만으로 충분하고 남는다. 즉, 선거 전에 사퇴의 대가로 금전을 제공했거나, 사퇴의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하고나서 선거 후에 금전을 지급하는 행위는 모두 1호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2호의 조문이 왜 필요한지가 불명확한 것이다. 이것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검찰이나 재판부가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법을 적용할 여지를 열어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과잉금지의 원칙이 원천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중에 3명은 바로 이 때문에 다수 의견에 반대했다. 이 2호의 조항이 목적범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관해 두 차례의 하급심과 대법원의 의견이 이미 달랐다. 소수 의견에서는 이 사실을 적시하면서, 이와 같은 혼란이 불명확한 법조문 때문임을 적확하게 인지했다. 

아울러 정치연합 내지 선거연대를 일방적으로 위축시켜서 “오히려 음성적인 금품수수행위를 초래하여 또 다른 의미에서 선거의 공정이나 자유선거의 원칙을 몰각시킬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헌으로 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관 가운데 5명은 이 모든 문제제기를 단지 묵살하고, 한국어 사전에 “대가”라는 단어의 뜻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다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핑계만으로 합헌 판정을 내리고 말았다.

이 재판에서 대한민국의 재판관들은 완악한 말장난으로 이치를 무지르는 작태를 여러 번 보였는데, 모두가 핵심 쟁점을 회피하고 엉뚱한 얘기를 갖다 붙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1심과 2심의 재판관들은 사전에 어떤 묵계도 없었음을 확인하고서도 곽노현이 “대가성을 인식하고” 돈을 건넸다는 억지를 부렸다. 박명기의 오해가 풀린 이후 강경선이 그야말로 신앙심에 따른 선의에서 곽노현에게 부조의 의무를 강권해서 돈이 제공되었음을 확인하고서도, 그 돈이 사퇴의 대가였다고 우겨댄 것이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목적범을 규정하고 있다고 확인해 놓고서도, 목적범의 규정이 아니라고 해석한 하급심을 파기하지 않고 하급심 판사들의 “대가성” 주장을 승인했다. 그래놓고는 민망했는지, 정작 긴급부조를 강권한 강경선은 “대가성의 인식”이 없었으므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얼렁뚱땅 판결의 전제이자 구실이 된 이 법조항이 사전에 나온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다고 판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법관 가운데 다수가 법을 권력의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법관의 의무가 법을 수호하여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데 있다고 보지 못하고, 그저 월급쟁이로 직위를 유지하는 사익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법관이 이러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관 중 반대의견을 낸 3명과 더불어, 대법관 중에도 양심과 이치의 목소리를 내면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직 법관들 그리고 장차 법관이 될 법학도 가운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서 네 번의 재판부들이 노정한 비겁한 회피를 바라보면서 깊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장을 맡고 있는 이강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불과 두 달 전, 11월 5일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 “이강국, ‘헌재재판관 모두 국회서 뽑아야'"). 새누리당이 다수인 현실을 생각하면, 국회에서 선출하더라도 5대3의 지형이 3대5로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개헌을 통해 헌법재판관만이 아니라 대법관도 모두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 칼럼에서 그렇게 주장한 적도 있다 (관련기사 ☞, “2030년 개헌을 준비하자”). 이번에 다수의견에 참여한 이강국이 특강에서 주장한 발언과 이번 판결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궁금하다. 어쨌든 개헌을 향한 그의 입장만은 쉽게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곽노현과 그 가족에게 참혹할 정도로 송구하다. 여론을 움직일 만한 힘도 없는 주제에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권유한 것이 무책임하지 않았는지 자책도 엄습한다. 그러나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언론과 검찰의 협박 때문에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퇴하는 순간, 곤경에 처한 사람을 선의로 도운 사람이 교육감 자리를 위해 후보를 매수한 사람으로 둔갑해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기 살을 베어 선의로 이웃을 도운 사람에게 어처구니없는 꼬투리를 걸어 박해를 가하는 사회이다. 곽노현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정의로운 법의 보호는커녕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는 법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다.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마저 권력의 올가미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곽노현은 몸소 보여줌으로써, 이 사회의 적나라한 실상을 드러내었다. 자베르와 장발장의 시대가 따로 없는 것이다. 나처럼 그의 신앙심에 감복한 사람이라면 모두 대오각성하여, 자베르 같은 겁쟁이들이 법의 이름을 깔고 앉아서 저지르는 불의를 고치기 위해 영혼과 육신을 바쳐야 한다.


박동천(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촛불 개입' 신영철 대법관, 대선 앞두고 수상하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30일자 기사 ''촛불 개입' 신영철 대법관, 대선 앞두고 수상하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서울 교육감 선거 앞두고 대법선고로 교사 6명 해직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9일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교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아 기소된 주경복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21명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6명의 교사가 교단에서 쫓겨나게 됐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따르면 교사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퇴직해야 한다. 

이로써 MB정부 들어서만 전교조 교사 44명이 해직되어 교단에서 쫓겨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교조 설립을 이유로 군사독재정권에서 1500명이 해직된 이래 역대 정권 최대다. 

▲ MB정권들어 일제고사, 정당후원, 시국선언 사건에 이어 주경복 교육감 선거 사건까지 44명의 교사들이 해고를 당했다. 전교조 설립으로 1500명이 해고된 이래 역대 정권 최대다. ⓒ 김행수

2008년 MB정권이 들어선 해부터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 거부로 인해 13명, 진보정당에 월 5천~1만원 정도의 소액 후원을 이유로 현재 9명, 굴욕적 미국산 소고기 수입협상과 경쟁적 교육정책을 비판한 시국선언을 이유로 16명이 해직과 파면된 데 이어 공정택식 교육을 바꾸어보자며 선거에 뛰어들었던 주경복 교수를 지원한 혐의로 교사 6명이 다시 해직을 당하게 된 것이다.

서울교육감 선거와 대선 앞두고 이루어진 대법 선고 

▲ 신영철 대법관. (자료사진) ⓒ 유성호

대법원의 선고는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물론 이 사건이 2008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만 본다면 다급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힘든 면도 있다. 그러나, 2심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선고를 미뤘던 대법원이 대통령 선거와 서울교육감 선거를 불과 20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선고일을 잡고 유죄를 확정해 버린 것에 대해서 선거 개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주심판사가 촛불시위로 기소된 국민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 하급심재판에 개입한 의혹으로 퇴진 요구에 직면했던 신영철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사건과 연관된 위헌법률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 재청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교원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 그리고 교원의 정치자금 후원과 후원회 가입을 금지한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해서는 위헌법률 헌법소원이 청구되어 있으며, 또한 교원노조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에 대해서는 법원이 직접 위헌법률 재청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주경복 사건은 위에서 제기된 관련 법률들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또 다시 전격적으로 선고를 해버렸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대법원이 먼저 선고를 해버렸다는 점에서 얼마 전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사후매수죄 판결과 비슷하다.

문제가 되는 결정은 또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6월 공포한 '서울특별시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교권조례)'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5일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해당 교권조례는 교원에게 노조·교원단체 활동권과 학생평가권 등을 보장해야 하고 교육감과 학교장은 교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권조례에 대해 진보교육단체들은 환영했으나 교과부와 보수 교육단체들은 조례에 반대했고, 교과부는 지난 7월 '교권조례를 만든 것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대법원이 교과부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더욱이 이 결정 역시 신영철 대법관이 주심으로 있는 대법원2부에서 결정됐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서울교육청의 교사특별채용 직권 취소, 경기교육청의 교사 징계 직권 취소, 전북교육청의 자체 교원평가시행계획 직권 취소 등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것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은 대법원이 갑자기 이후에 제기된 사건에 대해 먼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북의 교원평가 시행계획 직권취소는 2011년 6월, 경기도의 교사징계 직권 취소 건은 2011년 7월에 대법원에 소가 제기되었고,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2012년 1월, 교사특별임용 취소 건이 3월이라는 점에서 왜 대법원이 나중 사건에 대해 먼저 선고를 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판결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이 왜 갑자기 교권조례 건만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고, 주경복 사건만 선고 기일을 잡은 것인지 사법부가 서울교육감 선거와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대법 한명숙 재판은 미루고·헌재 민감한 사건 뭉개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의 행태는 사법부의 생명과도 같은 정치적 중립에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곽노현 전 교육감 사후매수죄 사건에서 현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선고를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20일 남겨 둔 시점에서 갑자기 주경복 교육감 선거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해버렸다.

반면에, 하급심에서 두 차례나 무죄 선고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과 같이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같은 변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선고를 미루고 있다. 이러고도 대법원이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 교원의 정치활동 관련 위헌 청구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계속 선고를 미루고 있다. ⓒ 김행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는 헌법기관은 또 있다. 바로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는 곽노현 교육감의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 신청 사건에 대해서 선고 기한 180일을 훨씬 넘겨서 계속 판결을 미루고 있다. 또한 주경복 사건과 관련된 헌법 소원에 대해서도 기약없이 판결을 미루고 있다.  

교사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대한 위헌 소송은 제기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났고, 법원이 제기한 노동조합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신청도 1년 8개월이 지났다. 선고 기한인 180일을 한참 넘겼다. 2005년 직권상정을 거쳐서 개정되고, 한나라당과 보수사학들의 집단적 반발로 2007년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위헌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5년 넘게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라 판결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 헌법 최고 수호기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을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김행수(hs1578)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투표시간 연장이 헌법재판소를 찾은 까닭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09일자 기사 '투표시간 연장이 헌법재판소를 찾은 까닭'을 퍼왔습니다.
민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제출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살피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마음에서 하루 일당까지 버리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헌법소원 청구인 당사자인 서상철 씨는 새벽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바쁠 때에는 밤 9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건설노동자다. 서상철 씨는 “휴일이 한 달에 고작 3번인데다 그나마 피로 때문에 종일 자야 한다”라며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구인인 홍성우 씨도 마찬가지다. 호텔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홍성우 씨는 “주말과 공휴일이 따로 없고 선거일에도 쉴 수 없으며 새벽에는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며 “직장과 집이 멀면 퇴근 후 집에서 투표해야 하지만 선거일에 쉬지 않으니 투표를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홍 씨는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 중 저와 입장이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선거 시간을 꼭 연장해 서비스 노동자들에게도 투표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00인 청구인단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00인 청구인단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헌법소원 청구인 당사자들도 참석해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나섰다. 

▲ 헌법소원 청구인 당사자인 서상철·홍성우 씨가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미디어스

헌법소원 대리인 중 한 명인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2010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 가까운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투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수와 근무 시간이 과거보다 늘어난 상황에서 1971년 도입된 현행 투표시간 제도로는 투표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적 관점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했다”며 “결국 입법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겠다는 취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한 “현실적으로 헌법소원 청구가 대선 전에 결정되기는 어렵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번 대선을 놓치면 다음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긴급성을 고려하길 바란다”며 “이 사건을 긴급 사안으로 분류해 시급을 다투어 결정을 내리거나 공직선거법 제155조 1항의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여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헌법재판소 민원실을 찾아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단은 모집 기간 중 인터넷으로 신청한 199명 중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50명, 민주노총과 청년유니온 추천자 50명을 합쳐 총 100명으로 구성되었다.

2012년 9월 28일 금요일

곽노현 유죄 선고한 대법원, 뭐가 그리 급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7일자 기사 '곽노현 유죄 선고한 대법원, 뭐가 그리 급했나'를 퍼왔습니다.
[주장] 헌재 결정 앞두고 보수 압력에 굴복... 헌재, 독립적 판단 내려야

27일 대법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징역 1년 형을 확정함으로써 곽 교육감은 직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재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어디까지일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대영 부교육감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교육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 혁신학교 등의 추진에 있어서 상당한 후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새누리당과 교총은 대법원 선고를 재촉했을까

▲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27일 오전 중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8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곽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판결은 법치주의 구현과 국민법감정을 대변한 판결이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일반적 형사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 아니었다. 물론 사건 초기에 검찰, 보수언론과 보수적인 정치권, 단체를 중심으로 사전매수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재판 과정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곽노현 교육감이 상대 후보를 사전에 매수한 바 없으며, 사후에도 보고받거나 추인한 바도 없으며, 사후에 돈을 준 것이 후보단일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 등을 재판부가 모두 인정한 셈이다. 즉,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사실 관계가 아니라 그 사실 관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었다.

그래서 1,2심 재판부는 사후매수죄 조항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사후매수죄 조항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결정하는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그에 따라서 결정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선고를 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압박에 의한 대법원의 정치적 굴복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지난 8월 21일 원내 현안관련 브리핑 '곽노현 확정 판결· 한명숙 항소심 언제까지 미룰 건가'를 통해 "이래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법원을 비난했다.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에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 '곽노현 교육감 판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촉구했다. 이런 연유로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재촉에 대법원이 화답하고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국교총를 필두로 하여 한국교원노동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자유교원조합과 퇴직교원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 한국중등교장평생동지회 등 보수적인 교원단체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종북좌익척결단, 멸공산악회 등 보수단체들도 지속적으로 대법원의 조속한 선고와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새누리당을 정점으로 하는 보수집단의 이런 압박에 화답이라도 하듯, 선고 기일을 확정 발표했고, 27일 서둘러 유죄 선고를 내렸다. 

앞장 서서 대법원의 판결을 재촉한 새누리당은 이번 판결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고, 보수적인 교원단체들도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습게도 새누리당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끼워넣어 함께 재판을 촉구했던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에 대해서는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곽노현 사건이나 한명숙 사건이 모두 법정 선고기일을 넘겼다. 그렇다면 두 사건에 뭔가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혹시 한명숙 사건은 무죄이고 곽노현 사건은 유죄여서 서둘러 선고한 게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은 법적 분쟁, 최종 결과는?

▲ 지난 6.2 지방선거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선고 공판이 예정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출근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3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사건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면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대법원 판결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 있다. 

지난 1월에 제기된 곽노현교육감의 위헌법률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 역시 선고 기일 180일을 넘겨서 9달 째 심리를 해오고 있으며 최근 공석이었던 헌법재판관들의 임명이 완료되면서 곧 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은 곽노현교육감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했고 김창종 후보자 등은 "여러 각도에서 외국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신중히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하여 헌법재판소 결정 시까지 대법원 판결을 미룰 것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결정을 해야 하는 헌재는 묵묵부답이고, 기다려야 할 대법원이 용감하게 선수를 친 것이다.

지난 6월 대법원이 GS칼텍스 등이 제기한 조세감면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대법원 유죄판결을 정면으로 뒤집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최근 헌법 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는 최악이다.

우리 나라 사법제도가 3심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법률에 대한 위헌 심사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주장하는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위에서 제4의 재판기관으로 행세하려고 한다"는 대법원의 온도차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곽노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두 기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를 뒤집고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 심적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라며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해버리면 사건은 더 복잡해 진다. 이 때에는 대법원이 이전의 선례에서 보듯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하부 기관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도 저래도 두 기관은 불편해 질 수밖에 없는데 왜 대법원은 선고를 서둘렀는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공 넘겨받은 헌법재판소... 독립적 결정 내려야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위헌 결정을 내리면 곽노현 교육감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우리 교육계 또한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12월 19일 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교육감이 뽑히고 난 다음에 위헌 결정이 나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사립학교법처럼 무한정 선고를 미루어 버리거나 대법원과의 소원한 관계에 부담을 느껴 섣부른 합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헌법의 최고 수호기관이라는 위상을 가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모두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한 독립된 사법기관으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두 기관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가진 수평적 존재임에 분명하다. 

이제 사법부가 정치적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결론이야 어떻게 나오든 정치적 고려없이 오로지 헌법에 근거한 독립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아무리 늦어도 12월 19일 선거 이전에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를 내려야 할 것이다.

김행수(hs1578)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강일원 후보 “내곡동 특검법 위헌 아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8일자 기사 '강일원 후보 “내곡동 특검법 위헌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강일원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헌재재판관 인사청문서 밝혀
이 대통령, 특검법 심의 보류

강일원(53·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에 대해 “위헌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18일 국회에서 열린 헌재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내곡동 특검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민주당에서 추천하도록 한 특별검사를 국회 이름으로 추천하도록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이렇게 입법을 했는지 의아했다. 유례없는 입법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위헌성이 크지 않다. 위헌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5·16 군사쿠데타에 대해선 “헌법 절차가 아니라 군사력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의미에서 보면 쿠데타”라고 밝혔다.아파트 매매가를 축소신고해 세금 1700여만원을 탈루한 점( 18일치 12면)에 대해선 “계약 당시 상대방이 다운계약서를 요구해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정상적 계약서를 썼는데 최근에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됐는지 의아하다”고 해명했다.병역면제 과정에 대해선 “1981년 첫 징병검사 때도 43㎏이었는데 계측하시는 분이 45㎏으로 수정해주셔서 82년도에 재검을 받을 수 있었다”며 군대에 가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곡동 특검법 수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일단 보류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특검법과 함께 법무부가 제출한 재의요구(거부권) 안건이 동시에 올라왔다.

김원철 박현철 기자 wonchul@hani.co.kr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곽노현, 교육감직 유지할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18일자 기사 '곽노현, 교육감직 유지할까?'를퍼왔습니다.

추석을 앞둔 27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감직'과 관련한 상고심 선고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로 나온 박명기 서울 교대 교수를 매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지난 4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곽 교육감 측은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까지 대법원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곽 교육감은 올해 1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2호(일명 사후매수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곽 교육감의 교육감직이 박탈될 경우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경남도지사와 함께 서울교육감도 보궐선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계덕 기자  |  dlrpejr@hanmail.net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방통위, 방송사에 시청자 사과방송 명령 못 내린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3일자 기사 '방통위, 방송사에 시청자 사과방송 명령 못 내린다'를 퍼왔습니다.
헌재 위헌 결정 “경고·제재로 충분, 강제사과는 방송사업자의 인격권 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7명 위헌, 1명 합헌 의견으로 방송법 100조 1항 1호 중 ‘방송사업자가 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방송법 개정 문제를 방송한 문화방송의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BC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했다. MBC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으로 사과명령의 근거조항인 방송법 100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춰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주체가 된다”며 “해당 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주의 또는 경고 같은 제재나 그런 제재사실을 방송하게 하는 방법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사과명령은 방송사업자 스스로 인정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수단에 비해 효과가 크다고 할 수도 없다”도 덧붙였다.
반면 김종대 재판관은 “법인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이 법인인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방통위의 시청자 사과 명령은 방송사 내에서도 종사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008년 MBC (PD수첩)이 광우병 관련 보도를 했을 때도 방통위는 MBC에 사과방송을 명령했다. 당시 PD수첩 제작진과 시사교양국·노동조합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엄기영 MBC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사과방송이 예정된 당일 MBC노조 조합원들이 사과방송을 막기 위해 주조정실 앞까지 점거했으나 MBC가 자회사에서 사과방송을 송출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PD수첩 제작진이 프로그램에서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거부하자 MBC는 이날 밤 (뉴스데스크) 방송 전에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PD수첩 CP였던 조능희 PD는 회사가 사과방송을 강행하려 하자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할 공영방송 임원들이 개인 안녕을 위해 정권과 유착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퇴보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과방송 당일 조 PD와 당시 PD수첩 사회자이자 시사교양국 부국장이었던 송일준 PD는 보직을 박탈당했다.

점거 당시 노조 위원장이었던 박성제 MBC 기자는 23일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확실하게 인정한 의미가 있다”며 “기자나 PD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정권이 마음에 안 드는 프로그램을 규제하고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이용할 때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장관이 명령해서 사법처리까지 시도했던 PD수첩이 대표적”이라며 “이명박 정권 들어 자기들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해 온 것을 뒤늦게 제자리로 돌리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최근 파업 기간에 해고됐다.

이후 방통위는 뉴스후에서 방송법 개정과 관련된 보도를 하자 사과방송을 명령했다. 이에 기자들이 반발하자 MBC는 사과방송 대신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PD수첩 전 제작진은 “이번 헌재 결정은 현 정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강제로 사과 명령을 할 수 없게 한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PD수첩 제작진들이 요구했을 때 소송을 했으면 위헌 결정이 더 빨리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