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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이대로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위험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2012-11-14일자 기사 '이대로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위험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헌법재판소 '사후매수죄' 판결 왜 미루나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한 후 밝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 남소연

지지부진하던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지난 6일 두 후보가 백범 기념관에서 전격적으로 단독 만남을 가지고 7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가시권에 들어섰다.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제1의 합의사항으로 국민에게 발표했고, 곧바로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단일화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새누리당은 구태정치,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특히 김태호 의원은 "국민을 홍어X로 보는 것"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구설에 올랐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곽노현2"

이뿐 아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12일 "민주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공직선거법 232조 '후보자에 대한 매수와 이해유도죄'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단장은 이어 "문-안 단일화의 조건이 명백한 후보 거래, 다시 말해 곽노현 2로 규정지어질 것에 대비해 선거법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안 단일화를 두고 공동정부론, 안철수 총리(또는 문재인 총리)설, 차기 대권설, 신당 창당설, 민주당 입당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본격적인 공격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일화를 정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교육감인 곽노현을 감옥으로 보낸 '사후매수죄'라는 법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사실 곽노현 이전에는 '사후매수죄'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1997년 DJP 연합을 통하여 DJ가 대통령이 되고 JP는 총리가 되었을 때도,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김근태 후보가 사퇴를 했을 때도(나중에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고, 김근태는 장관이 됐다),  2010년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와 강병기 민주노동당 후보의 단일화 때에도 사후매수죄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1997년 DJP연합 당시 후보매수죄를 검토했다가 김대중 당선 후에 이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사후매수죄는 검찰이 곽노현에게 적용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죄 선고를 받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준 것은 사전에 박명기 후보를 매수하여 금품을 주기로 한 약속을 사후에 이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2억 원이라는 큰 돈이 오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9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청사를 나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법원은 일관되게 사전 매수에 의한 금품 제공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퇴에 대한 사후 대가로 보아서 유죄를 선고했고, 사후매수죄 위헌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매수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후보매수에 대해서 7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에서 말하는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곽노현 사건에 적용된 후보매수죄를 검찰과 법원의 잣대로 문-안 단일화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둘 중의 한 명이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다른 한 명이 총리가 된다면(또는 약속만 하더라도) 사후매수죄에 걸릴 수 있다. 왜냐하면 공직선거법 제232조에 의해 후보사퇴를 대가로 '공직'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이 사퇴하고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도 매수죄에 걸릴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후보사퇴를 대가로 공직뿐 아니라 '사적인 직'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후매수죄가 존재하는 한(위헌이 아니라면) 후보단일화와 공동정부는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후매수죄, 과연 타당한가 

최근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 측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던 경쟁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선거 운동 도중에 국무장관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리 검찰 기준으로 하면 명백한 후보매수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더 큰 일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본 선거에 이르기까지 기간도 길고,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투입된다. 그런데 지난 2008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상대 후보인 힐러리에게 선거 운동 기간에 그녀가 진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에 임명됐고, 오바마 1기 임기 내내 그 자리를 지키다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금품과 공직 제공을 대가로 한 후보매수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년 당선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경우는 더하다.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를 할 수 없게 된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총리가 되었다. 다시 작년 선거에 대통령으로 출마하였고 대통령 경쟁 상대였던 메드베데프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며 결국 후보에서 사퇴하게 했다. 역시 명백한 후보매수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펼치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80만유로(한화 약 11억원)를 주기로 약속하고 보수적인 기독민주당 크리스틴 부탱 후보를 사퇴시켰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스운 것은 사퇴한 부탱 후보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후보매수라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왜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느냐는 채무불이행, 즉 '빚 독촉'이었다. 우리 돈 11억원인 80만 유로가운데 48만 유로만 받고 32만유로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면서 빨리 채무를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사르코지 측에서도 그런 약속을 인정하면서도, 현 시기에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사후매수죄가 아니라) 사전매수죄로 감옥에 갈 일인데 그들은 도덕성 논란은 있을지 몰라도 법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후매수죄라는 조항은 우리나라에서만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이 법조항이 있는 일본도 이 조항이 사문화된 상황이다. 사퇴해서 매수할 후보가 없는데 무슨 사후매수냐는 항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언어학적으로도 사후매수는 형용모순이다. 

헌법재판소 왜 위헌심판 미루나  

▲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있는 헌재 로고 ⓒ 유성호

사후매수죄는 곽노현 교육감에게 유죄선고를 내린 재판부도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라고 할 정도로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조항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지난 1월 27일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니 헌법재판소 선고기한 180일을 계산해 보면 헌법재판소는 7월 26일 이전에 선고를 해야 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규정한 헌법기관이며, 헌법재판소법 제38조(심판기간)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의 최고 수호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100일 이상 기일을 초과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왜 곽노현 사건 위헌 소송에 대한 선고를 하지 않느냐고 헌법재판소를 질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국회에는 이 조항에 대한 법률 개정안까지 제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헌법재판소는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단일화이다. 그런데, 사후매수죄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어 검찰이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에까지 곽노현에게 던졌던 사후매수죄의 올가미를 던진다면 대통령 후보까지 감옥으로 가는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사후매수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하루 속히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해야 한다. 정치적 사건이라도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을 계속 미룬다면, 헌법재판소는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김행수(hs1578)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대법원 '곽노현 유죄판결'의 5가지 문제점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2일자 기사 '대법원 '곽노현 유죄판결'의 5가지 문제점'을 퍼왔습니다.
[기고] 사전 약속 없는 사후매수가 가능한가?

대법원이 2012. 9. 27. 선고한 곽노현 외 2인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판결은 법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1. 원심의 중대한 법률위반이 있음에도 왜 파기환송하지 않았나?

대법원 판결의 첫 번째 문제점은, 원심판결에 중대한법률위반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심을 파기하여 다시 판결하도록 하지 않은 점이다.

제1심과 제2심에서 피고인들은 '사후매수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는 단순 고의범이 아니라 목적범'이라고 주장했다. 즉, 재산상의 이익 등의 제공자가 후보자를 사퇴한 사람에게 이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으면 사후매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심과 제2심은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사후매수죄는 목적범이 아니라 단순 고의범으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원심이 목적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중대한 법리오해'임을 상고이유로 삼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이 상고이유를 받아들였다. 즉,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죄는 그 범죄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 또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받을 목적'을 요구하는 이른바 목적범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에 중대한 법리오해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당연히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목적이 있었는지'를 직접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는 99% 파기환송을 하고, 원심에서 심리를 다시 할 필요가 없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스스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여 원심이 다시 심리해서 각각의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갖고 있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비록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지만 원심의 판단은 피고인 박명기, 곽노현에게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한 후, 스스로 각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는 고의 유무와 마찬가지로 범죄구성요건의 중요한 요소이고,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것 자체로 위법하다. 사람을 죽인 행위가 모두가 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실로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살인죄 여부를 판단하면서 고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한 것과 같다. 이 사건의 경우 행위자가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있더라도 다른 목적, 예컨대 순수한 부조나 종교적인 이유로 행위를 하였다면 사후매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갖고 돈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원심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적인 사건에서 볼 수 없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더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직접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기록만으로 직접 판단했다. 이는 사실판단의 전권을 갖고 있는 원심의 판단권한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판중심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법원이 무리하게 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판단하였을까? 이러한 현상을 법률적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대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2. '목적'이 없는 강경선의 권유를 받아들인 곽노현은 왜 '목적'이 있는가?

대법원 판결의 두 번째 문제점은,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는 목적이 없는데 그 제안을 받아 실천한 사람은 목적이 있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린 점이다.

대법원은 곽교육감에게 곽 교육감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강경선은 2010. 5. 19. 금전지급 합의(양 후보자의 실무자 사이의 합의)에 대하여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곽노현이 부탁하는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하여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위와 같은 강경선과 다른 피고인들의 관계, 강경선의 사건 관여 동기, 경위 및 역할의 정도와 내용, 특히 강경선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는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에게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주자'고 제안한 강 교수의 목적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내지 순수한 부조 차원에서 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보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제공한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이 실무자들 사이의 금전지급 합의에 관한 사실을 선거일로부터 4개월 후인 2010. 10.경에 알았다는 점, 본인이 그러한 합의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그러한 합의를 승인한 바가 없기 때문에 박 교수에게 금전을 지급하여야 할 도의적·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점, 강 교수가 박 교수를 여러 차례 만난 후 곽 교육감에게 '순수하게 박 교수를 도와주자'는 거듭된 제안을 한 사실, 곽 교육감은 이러한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곽 교육감은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박 교수에게 돈을 지급한 곽 교육감이 당연히 목적이 없는 것이다. 강 교수와 곽 교육감은 '일심동체'로 박 교수를 돕자고 결의하고 그 결의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목적이 없으면 다른 사람도 목적이 없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은 진짜인데 동전의 뒷면만 가짜'일 수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논리법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사전 약속 없는 사후매수가 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의 세 번째 문제는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사전 약속이 없이도 사후매수죄가 성립한다고 불가능한 가설을 전제로 한 점이다.

대법원은 "사후매수죄는 후보자 사퇴가 있기 전에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이루어지거나 위와 같은 이익제공 등의 행위가 당해 선거의 투표 종료 이전에 행해져야만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가'는 '주고 받는 '것이고, '매수'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한 후에는 살 물건이 없어 매수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지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경우는 이 두 가지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면, 금전지급 약속에 의해 사퇴를 한 경우는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가 자진하여 사퇴를 한 후 사퇴한 자와 단일후보자가 된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선거권과 선거부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법하지 아니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사퇴 이전에 사퇴 후에 금전 제공이나 이익 제공의 약속을 한 후 일방이 사퇴한 후에 다른 일방이 사퇴한 후보자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사후매수죄는 후자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처럼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없이 한 후보자가 사퇴하고 다른 후보자가 선거 후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사후매수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선거의 공정성과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는 셈이서 부당하다. 선거에 영향이 없는 영역에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게 된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판사나 검사가 사전에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기로 한 약속 없이 재량권을 행사하여 특정 로펌이 맡은 사건을 무혐의나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우연히 퇴직 후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게 된 경우에도 모두 뇌물죄로 처벌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검사나 판사의 자의가 개입될 위험성이 너무가 클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박 교수가 사퇴하기 전에 어떠한 금전지급에 관한 약속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적인 관점에서 '박 교수의 사퇴로 곽 교육감의 당선이 되었고, 곽 교육감은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돈을 준 것이다'라고 추측하여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만난 관계이니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곤궁함에 처해 있더라도 외면하여야 하고, 절대로 도와줘서는 안 되고, 가사 경제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많은 금액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단일후보로 된 사람은 사퇴한 사람과 원수로 지내야 하고, 사퇴한 사람이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호의를 베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이 '선을 버리고 악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4. 헌재의 위헌결정 사전 '김빼기' 아닌가?

대법원 판결의 네 번째 문제점은 헌법재판소의 '사후매수죄'의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 전에 서둘러 선고한 점이다.

이 사건의 처벌조항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사후매수죄 규정은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거 이후에 있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후매수죄 규정은 약 90년 전에 천왕제적 절대주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그 후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54년 전에 입법되었으나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에 최초로 적용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계에서는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피고인들은 이 규정에 대해 한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위헌여부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전격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했다.

이러한 대법원은 왜 이러도 조급하게 판결을 선고하였는지는 판결문에 여실히 드러난다. 대법원은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합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처벌근거조항에 대해 합헌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당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문 27쪽 가운데 12쪽 분량으로 적극적인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자세하게 판단했다. 즉,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②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③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④ 공소시효와 관련한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사후매수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자체로 위법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한 것은 다분히 헌법재판소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법률의 위헌성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사전 '김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사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자세히 밝힌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인 위헌결정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5. 후보단일화 못하게 하는 법리 마련하려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의 다섯 번째 문제점은 야권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선거 후 박 교수가 무보수·명예직에 불과한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문제삼아,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제공한 것은 사퇴에 대한 대가라며 이를 사후매수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규정의 '공사의 직'에는 무보수·명예직은 포함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지 아니하고,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당선자가 사퇴한 후보자에게 정무직이나 무보수·명예직을 제공할 경우 처벌할 가능성이 열어 놓은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는 하나의 보편적인 정치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책연합을 하기도 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정책연합이나 공동정부 구성을 할 경우, 단일후보가 당선되면 사퇴한 후보에게 공직을 배분한다. 예컨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단일후보자가 된 후보자가 사퇴한 후보자나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국무총리 또는 장관으로 임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후매수죄가 존속하고 사후매수죄를 대법원처럼 해석하는 한, 이러한 행위는 모두 불법이고, 단일후보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그들의 지위는 검찰이나 법원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후매수죄의 규정은 헌법상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반하는 위헌적인 조항으로 폐지되어야 하고, 만약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법리적 판단에 오류를 범한 위법한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여 이러한 모순된 법해석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

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안철수 본인도 ‘다운계약서’…‘산 넘어 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8일자 기사 '안철수 본인도 ‘다운계약서’…‘산 넘어 산’'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곽노현 교육감 유죄 확정…12월 대선 ‘판’ 커지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또 다시 ‘다운계약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본인이다. 앞서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27일 시인하고 사과하자마자 의혹이 또 터진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후보자 ‘사후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것이다. 후임 교육감을 뽑는 재선거는 오는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대선과 맞물려 진보·보수진영의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막내린 ‘곽노현 교육 실험’)
국민일보 (곽노현 끝내 ‘아웃’…서울교육 회오리)
동아일보 (혼란만 남긴채…‘郭의 교육실험’ 스톱)
서울신문 (安, 이번엔 본인 명의 다운계약서 의혹)
세계일보 (北어선 NLL 침범 때 F-15K 첫 실전출격 교전직전 ‘위기일발’)
조선일보 (대선 러닝메이트 서울교육감 변수)
중앙일보 (대립·갈등 27개월 곽노현식 교육 불명예 중도 퇴장)
한겨레 (40년 넘게 저녁 6시까지만 투표…“수백만명 참정권 박탈”)
한국일보 (안철수 본인도 다운계약서 의혹)

안철수 본인도 ‘다운계약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 이어 안철수 후보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안 후보 본인이 2000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를 팔면서 당시 실거래가인 2억40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7000만원에 매각했다고 관할 구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3면에 따르면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다운계약서 작성 여부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안 후보가 사당동 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했었기 때문에 어차피 양도세 면제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는 금태섭 상황실장의 해명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서 “2000년 7월 이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안 후보는 기준시가에 비해 8000만원 정도를 낮춰 신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안 후보는 1가구1주택자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다운계약서로 이익을 보진 않았다”면서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는 쪽에서 취득세·등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안 후보 쪽에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28일자 3면에 실린 만평

한국일보는 3면에서 “안 후보는 ‘도덕성 딜레마’에 빠졌다”며 “(안철수의 생각) 등에서 밝힌 자신의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 사례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단순한 사과만으로 사태가 정리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지나치게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켜온 것이 오히려 도덕성 논란을 확대시켜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3면에서 “민심의 풍향계가 요동치는 ‘추석 밥상’을 목전에 두고 다운계약서라는 악재를 만난 안 후보는, 한가위 이후 한 번 더 시련이 예고돼 있다”고 전망했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이어질 국정감사에서 안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신문은 “(새누리당은) 정무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등에서는 안 후보의 의혹과 관련된 증인을 30여명이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안 후보 캠프에는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어 여야 간 협상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고 전했다. 

▲ 한겨레 28일자 3면

곽노현 실형 확정…‘진보 교육정책’ 표류할 듯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곽 교육감은 ‘사후 매수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복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용 35억2000만원도 반납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28일 오후 2시쯤 서울구치소에 나와 수감된 뒤, 앞선 수감기간 4개월을 뺀 나머지 8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곽 교육감은 대법원 선고 결과 소식을 전해들은 뒤 비공개 간부회의에서 “앞으로도 서울교육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동아일보가 2면에서 전했다. 서울신문 3면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이에 덧붙여 “지난 1년간 온갖 오해와 비방이 있었지만, 검찰의 기소내용은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재판을 거치면서 진실이 드러났고, 그런 면에서는 이겼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육감은 오후 1시반경 서울시교육청 직원들과 환송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서울 교육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여러분의 의지와 지혜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떠나겠다”며 “여러분들이 해오던 바를 계속 더 강하게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교육정책 기조를 이어가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 한국일보 28일자 5면

그러나 곽 교육감이 추진했던 정책들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신문은 1면에서 “(권한대행을 맡은) 이(부영) 부교육감은 다음 선거 때까지 새 정책을 추진하거나 기존 정책을 수정하기보다는 조직 관리에 힘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곽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들은 차기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10면에서 “권한대행을 맡은 이대영 부교육감은 이주호 과학기술부 장관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라며 “진보적 교육정책은 ‘일단 정치’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5면에서 "무상급식은 흔들릴 여지가 적지만 혁신학교 등 곽 교육감이 추진해 온 정책 일부는 추동력을 잃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개혁 중단 안 돼”…“교육감 직선제 바꿔야”

곽 교육감의 ‘개혁’ 작업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곽 교육감의 낙마가 그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 온 교육혁신 정책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학생도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려 한 곽 교육감의 정책방향은 서울은 물론 한국 교육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바”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곽 교육감의 유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시민들이 진보교육감을 통해 갈망해 온 교육격차 해소와 학생인원 및 교육복지의 강화, 교육부채 추방 등의 가치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곽 교육감은) 현안들을 놓고 끊임없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했다”며 “현실을 무시한 채 학생인권조례를 밀어붙이는 일에 집착했다”고 평가했다. “본질적인 교육 정책들을 돌볼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곽 씨’라는 표현을 써가며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 신문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인 곽 씨가 초래한 서울 교육의 혼란과 부작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학생 지도에 재갈을 물렸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낸 이 신문은 “현행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고비용 구조의 직선제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도 정치권과 교육계를 중심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거, 대선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신문들은 오는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교육감 재선거에도 관심을 쏟았다. 

동아일보는 2면에서 “대선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서로의 교육 정책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책연대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2면에서 “사실상 교육계는 ‘D-83’의 교육감 재선거전에 돌입했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진보·보수 진영 내에서의 단일화 여부”라고 분석했다. 

보수진영에서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인사는 줄잡아 10여명을 넘는다. 이대영 서울시 부교육감, 이규석 전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을 비롯해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등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송순새 서울교육연수원장, 이수일 전 전교조 위원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부영 전 서울시 교육위원,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최대 변수는 조국 서울대 교수”라고 전했지만, 경향신문은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는 본인이 후보직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8일자 6면

조선일보는 6면에서 “정치권에서는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여야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량급 후보’를 고르겠다는 기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을 검토했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출마를 원하고 있지만, 조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6년 만에 최고…경기 먹구름

경제에 먹구름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내 가계대출 연체율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심리지수도 하향세다. 서울신문이 22면에서 전했다. 

금융감독원이 2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01%로 7월 말보다 0.08% 상승했다. 연체율이 1%를 넘은 것은 2006년 10월(1.07%) 이후 6년여 만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1%로 한 달 전보다 0.08%포인트 높아졌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1.73%에서 1/98%로 0.28% 올랐다.

▲ 서울신문 28일자 22면

같은 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69를 기록했다. 2009년 4월(67)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BSI는 100을 넘으면 기업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나아진 것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8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89로, 역시 2009년 4월(8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앙일보는 B1면에서 “가계와 기업 모두 연체율 수치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절대 수준도 높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빨라 걱정”이라는 한 금감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구미 화학제품 제조공장서 폭발…4명 사망 1명 부상, 주민 긴급 대피

27일 오후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화학제품 제조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 5명 중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근 구미산업단지의 노동자와 주민 등 7명은 폭발로 새어 나온 유독가스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 중앙일보 28일자 16면

사고는 20톤짜리 탱크로리에 든 불산(불화수소산)을 호스로 공장 안의 저장탱크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작업 도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경찰은 저장탱크의 압력이 높아져 폭발했거나 호스가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을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폭발로 휘발성이 강한 유독성 액체인 불산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 시민들이 대피 조치됐다. 불산은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호흡을 통해서는 폐나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물질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마을의 주민 600여명을 사고 현장에서 10km 떨어진 곳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사고 현장 반경 700m 이내에 대해서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통제했다. 인근 4개 초·중교에는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조연희 칼럼]‘낙오자도 없는 교육’ 꿈은 계속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28일자 기사 '[조연희 칼럼]‘낙오자도 없는 교육’ 꿈은 계속된다'를 퍼왔습니다.
곽노현 쫓아낸다고 공정택 시절로 돌아갈까

“감히 말씀드립니다. 혁신학교는 우리 교육과 미래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을 지키고 싶습니다.”

곽노현 서울 교육감의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저녁 시간, 서울 광화문 시민촛불문화제에서 혁신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와 한 말이다. 이 자리에는 혁신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도 자유 발언 형태로 이어졌다.

역시 서울의 어느 혁신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쓴 글이 교육희망네트워크 카페에 올라온 적이 있다.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친구들과 의논하고 토론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과목에 따라서 각자 부분별로 조사해서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한다.”,“하루하루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길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등교하고 오늘 역시 즐거운 하루였다. 만족스럽게 하교한다.”

ⓒ민중의소리 혁신학교 장곡중학교

혁신교육 서울, 공정택 시절로 돌아가나

학교 현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 암기 위주 주입식 경쟁 교육 대신에 창의적이고 상호 관계 지향적이며 체험 활동 중심의 21세기형 교육이 서울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50여개의 초·중·고에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2014년까지 720여 개 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다. 학교 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암기 위주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체험, 자기 주도적 새로운 학습 형태가 일정한 틀을 갖춰가고 있고, 학생, 교사,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제도시라고 자타 공인하는 수도 서울에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교육이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운영되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의 입시 위주 무한 경쟁 교육,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교가 달라지는 자율형 사립고와 국제중학교 설립,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사라졌던 수우미양가 성적표 부활, 이명박 정부보다 3년이나 먼저 시작한 초등학교 일제고사 등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 위주 문제풀이 수업이 확산되며 시대에 뒤떨어진 수업이 이루어졌었다.

교육의 시대적 변화에 공감하고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교육적 효과를 바로 볼 줄 알았던 서울 시민들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곽노현이라는 첫 진보 교육감을 배출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통한 수업의 변화를 추구했고, 무상급식 정책 추진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으며 학생인권조례제정 등을 통해 인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재형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공정택 교육감 시절 만연했던 교육청의 인사 · 공사 비리와 사립학교의 전형적 백화점식 비리 등을 근절하기 위해 개방형 감사제를 도입하고, 제도와 시스템 개선 등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교육청에 만연했던 인사 청탁 등의 관행이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지고,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은 임시이사 파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냈다. 

‘사후매수’라는 형용모순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은 2012년 9월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과 동시에 교육감 직에서 물러났다. 징역 10월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덤으로 받았다. 그의 죄목은 선거법위반인데 ‘사후매수죄’라고 한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의 집단인 법원, 그 중에도 더 엘리트 집단인 대법원에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후매수’라는 형용모순을 법에 적용하여 진보 교육감을 내쫒았다. 서울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사후매수’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이 중대범죄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 학생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곽노현 교육감을 사법 처리하여 교육감 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최소한 단일화 당시 곽교육감이 상대 후보에게 금전을 약속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심문을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밝혀낸 것은 사전에 금전 제공의 약속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부조할 것을 곽 교육감에게 권해서 함께 재판을 받았던 강경선 교수는 최근 사석에서 “검찰과 법원은 멀쩡한 두 사람에게 병이 들었다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시켜 온갖 검사를 하면서 병이 들었다고 계속 주입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어이없어했다. 강경선 교수는 대법원에서 고법으로 파기환송되었다.

‘사후매수죄’라는 이 형용 모순의 법은 세계에도 유래가 없고, 일본에 있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이어서 사문화 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최초로 적용되는 법이다.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이 법으로 인해 1천만 서울 시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교육감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다는 현실 그 자체가 모순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희대의 코미디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당선 이전에 금전 지급을 약속한 증거가 있고, 녹취록도 있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일 보고 형태로 언론에 흘렸다. 이 자체가 불법인데 언론은 이 불법을 묵인했을 뿐 아니라 최대한 활용했다. 언론은 검찰이 흘려주는 내용만 믿고 연일 대서특필했다. 이에는 비교적 진보 성향의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론은 ‘곽노현 죽이기’ 그 자체였다. 이 시점에서 언론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

법원과 헌재가 외면해도 ‘혁신교육’은 부활할 것이다

그나마 교육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곽노현 교육감이 주장하는 ‘선의의 부조’에 대한 진실 규명을 기다려보아야 하는 입장을 견지했고, 공동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모두가 사퇴를 요구할 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 교육의 혁신을 바라고 함께 해오는 과정에서 얻게 된 ‘인간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강경선 교수의 인품과 곽 교육감의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이 실현하고 싶어 했던 ‘한 명이 낙오자도 없는 교육’은 역으로 곽노현 교육감에게도 적용되었다. 만의 하나 곽노현 교육감의 말이 진실이라면 누군가는 끝까지 그의 곁에 남아서 진실 규명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행스럽게 대법원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시민대책위에서 믿었던 사전 매수 행위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곽 교육감은 비록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인내를 갖고 지켜봤던 것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인들에게 정치인들의 ‘뒷돈’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파렴치한 불법 행위 수준이다. 실제 수많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온갖 불법 행위를 한다. 그러한 행위는 마땅히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금전 거래가 대부분 사회악이었다고 해서,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것까지 억지 법 논리를 내세워 처벌하는 것은 법의 정의를 왜곡하는 것이며, 하필이면 한가위 명절을 앞둔 시점에 선고 날짜를 잡아 현직 교육감을 구치소로 보내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보일뿐이다.

ⓒ이승빈 기자 27일 오후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즉각 내리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2월 19일에 서울교육감 보궐 선거가 실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가 그랬듯이 정치적 고려 때문에 판결을 미룬다면 12월 19일에는 대선과 함께 서울교육감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 시장을 내리고 시민운동가였던 박원순 시장을 선택했던 서울 시민들, 학교 혁신이 서울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12월 19일, 곽노현은 새롭게 부활할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재임 기간 내내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을 만났고, 미래 사회에 맞는 질 높은 공교육의 표준을 새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했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은 곽노현 교육감에게 감사와 한없는 애정을 보낸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파렴치범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교육감 직을 던지게 되었던 사람으로서 서울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조연희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법리해석 부적절했지만 원심 확정” 대법 ‘곽노현 유죄’ 아리송한 판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7일자 기사 '“법리해석 부적절했지만 원심 확정” 대법 ‘곽노현 유죄’ 아리송한 판결'을 퍼왔습니다.


학계 “법리 바뀌면 파기환송 원칙”
형 확정을 서둘렀나 의구심 일어

대법원은 27일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 사건에서 1·2심과는 다른 법리를 대면서도 유·무죄 여부와 형량에서는 같은 결론을 냈다. 중요한 법리 오해가 있을 때는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원심이 다른 법리에 근거해 채택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또 공직선거법 232조 1항2호(사후매수죄)에 대한 곽 교육감 쪽의 위헌 주장을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법리를 오해했지만 파기환송은 필요 없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사후매수죄의 해석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이 죄를 단순 고의범으로 본 원심과 달리“목적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목적범으로 보게 되면 단순 고의범의 경우보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대가를 지급한다는 ‘목적’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돈을 주고받은 행위나 그에 대한 인식(고의)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목적성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원심이 사후매수죄를 목적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지만, 원심의 판단은 결국 곽 교육감이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경쟁후보였던 박명기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유죄 확정의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하면서 원심의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의 사실만으로도 그런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인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출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리 오해가 있다면 법률심인 대법원이 아니라 사실심인 하급심에서 법리에 맞게 다시 심리하는 게 옳다는 비판이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가 바뀌면 파기환송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1·2심에선 목적범이 아니라고 못박고 심리를 하는 바람에 목적 여부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강경선 방송대 교수에 대해선, 사후매수죄에 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곽 교육감에게만 파기환송 대신 형 확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 사후매수죄 위헌 주장 조목조목 반박 

대법원은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사후매수죄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나하나 판시했다. 합리적인 해석 기준을 쉽게 도출해낼 수 있고 자의적 해석의 우려도 없다는 것이다.대법원으로서는 곽 교육감 쪽의 위헌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서는 유·무죄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곽 교육감 쪽이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터여서, 헌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재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도 안게 됐다. 헌재가 결정할 문제를 앞서 판결했다는 점에서, 헌재와의 관계도 한층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곽노현 유죄 선고한 대법원, 뭐가 그리 급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7일자 기사 '곽노현 유죄 선고한 대법원, 뭐가 그리 급했나'를 퍼왔습니다.
[주장] 헌재 결정 앞두고 보수 압력에 굴복... 헌재, 독립적 판단 내려야

27일 대법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징역 1년 형을 확정함으로써 곽 교육감은 직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재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어디까지일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대영 부교육감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교육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 혁신학교 등의 추진에 있어서 상당한 후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새누리당과 교총은 대법원 선고를 재촉했을까

▲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27일 오전 중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8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곽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판결은 법치주의 구현과 국민법감정을 대변한 판결이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일반적 형사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 아니었다. 물론 사건 초기에 검찰, 보수언론과 보수적인 정치권, 단체를 중심으로 사전매수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재판 과정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곽노현 교육감이 상대 후보를 사전에 매수한 바 없으며, 사후에도 보고받거나 추인한 바도 없으며, 사후에 돈을 준 것이 후보단일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 등을 재판부가 모두 인정한 셈이다. 즉,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사실 관계가 아니라 그 사실 관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었다.

그래서 1,2심 재판부는 사후매수죄 조항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사후매수죄 조항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결정하는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그에 따라서 결정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선고를 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압박에 의한 대법원의 정치적 굴복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지난 8월 21일 원내 현안관련 브리핑 '곽노현 확정 판결· 한명숙 항소심 언제까지 미룰 건가'를 통해 "이래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법원을 비난했다.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에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 '곽노현 교육감 판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촉구했다. 이런 연유로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재촉에 대법원이 화답하고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국교총를 필두로 하여 한국교원노동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자유교원조합과 퇴직교원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 한국중등교장평생동지회 등 보수적인 교원단체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종북좌익척결단, 멸공산악회 등 보수단체들도 지속적으로 대법원의 조속한 선고와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새누리당을 정점으로 하는 보수집단의 이런 압박에 화답이라도 하듯, 선고 기일을 확정 발표했고, 27일 서둘러 유죄 선고를 내렸다. 

앞장 서서 대법원의 판결을 재촉한 새누리당은 이번 판결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고, 보수적인 교원단체들도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습게도 새누리당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끼워넣어 함께 재판을 촉구했던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에 대해서는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곽노현 사건이나 한명숙 사건이 모두 법정 선고기일을 넘겼다. 그렇다면 두 사건에 뭔가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혹시 한명숙 사건은 무죄이고 곽노현 사건은 유죄여서 서둘러 선고한 게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은 법적 분쟁, 최종 결과는?

▲ 지난 6.2 지방선거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선고 공판이 예정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출근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3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사건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면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대법원 판결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 있다. 

지난 1월에 제기된 곽노현교육감의 위헌법률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 역시 선고 기일 180일을 넘겨서 9달 째 심리를 해오고 있으며 최근 공석이었던 헌법재판관들의 임명이 완료되면서 곧 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은 곽노현교육감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했고 김창종 후보자 등은 "여러 각도에서 외국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신중히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하여 헌법재판소 결정 시까지 대법원 판결을 미룰 것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결정을 해야 하는 헌재는 묵묵부답이고, 기다려야 할 대법원이 용감하게 선수를 친 것이다.

지난 6월 대법원이 GS칼텍스 등이 제기한 조세감면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대법원 유죄판결을 정면으로 뒤집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최근 헌법 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는 최악이다.

우리 나라 사법제도가 3심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법률에 대한 위헌 심사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주장하는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위에서 제4의 재판기관으로 행세하려고 한다"는 대법원의 온도차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곽노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두 기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를 뒤집고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 심적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라며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해버리면 사건은 더 복잡해 진다. 이 때에는 대법원이 이전의 선례에서 보듯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하부 기관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도 저래도 두 기관은 불편해 질 수밖에 없는데 왜 대법원은 선고를 서둘렀는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공 넘겨받은 헌법재판소... 독립적 결정 내려야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위헌 결정을 내리면 곽노현 교육감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우리 교육계 또한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12월 19일 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교육감이 뽑히고 난 다음에 위헌 결정이 나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사립학교법처럼 무한정 선고를 미루어 버리거나 대법원과의 소원한 관계에 부담을 느껴 섣부른 합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헌법의 최고 수호기관이라는 위상을 가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모두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한 독립된 사법기관으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두 기관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가진 수평적 존재임에 분명하다. 

이제 사법부가 정치적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결론이야 어떻게 나오든 정치적 고려없이 오로지 헌법에 근거한 독립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아무리 늦어도 12월 19일 선거 이전에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를 내려야 할 것이다.

김행수(hs1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