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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이대로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위험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2012-11-14일자 기사 '이대로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위험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헌법재판소 '사후매수죄' 판결 왜 미루나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한 후 밝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 남소연

지지부진하던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지난 6일 두 후보가 백범 기념관에서 전격적으로 단독 만남을 가지고 7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가시권에 들어섰다.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제1의 합의사항으로 국민에게 발표했고, 곧바로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단일화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새누리당은 구태정치,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특히 김태호 의원은 "국민을 홍어X로 보는 것"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구설에 올랐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곽노현2"

이뿐 아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12일 "민주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공직선거법 232조 '후보자에 대한 매수와 이해유도죄'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단장은 이어 "문-안 단일화의 조건이 명백한 후보 거래, 다시 말해 곽노현 2로 규정지어질 것에 대비해 선거법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안 단일화를 두고 공동정부론, 안철수 총리(또는 문재인 총리)설, 차기 대권설, 신당 창당설, 민주당 입당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본격적인 공격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일화를 정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교육감인 곽노현을 감옥으로 보낸 '사후매수죄'라는 법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사실 곽노현 이전에는 '사후매수죄'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1997년 DJP 연합을 통하여 DJ가 대통령이 되고 JP는 총리가 되었을 때도,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김근태 후보가 사퇴를 했을 때도(나중에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고, 김근태는 장관이 됐다),  2010년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와 강병기 민주노동당 후보의 단일화 때에도 사후매수죄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1997년 DJP연합 당시 후보매수죄를 검토했다가 김대중 당선 후에 이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사후매수죄는 검찰이 곽노현에게 적용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죄 선고를 받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준 것은 사전에 박명기 후보를 매수하여 금품을 주기로 한 약속을 사후에 이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2억 원이라는 큰 돈이 오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9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청사를 나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법원은 일관되게 사전 매수에 의한 금품 제공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퇴에 대한 사후 대가로 보아서 유죄를 선고했고, 사후매수죄 위헌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매수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후보매수에 대해서 7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에서 말하는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곽노현 사건에 적용된 후보매수죄를 검찰과 법원의 잣대로 문-안 단일화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둘 중의 한 명이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다른 한 명이 총리가 된다면(또는 약속만 하더라도) 사후매수죄에 걸릴 수 있다. 왜냐하면 공직선거법 제232조에 의해 후보사퇴를 대가로 '공직'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이 사퇴하고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도 매수죄에 걸릴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후보사퇴를 대가로 공직뿐 아니라 '사적인 직'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후매수죄가 존재하는 한(위헌이 아니라면) 후보단일화와 공동정부는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후매수죄, 과연 타당한가 

최근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 측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던 경쟁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선거 운동 도중에 국무장관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리 검찰 기준으로 하면 명백한 후보매수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더 큰 일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본 선거에 이르기까지 기간도 길고,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투입된다. 그런데 지난 2008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상대 후보인 힐러리에게 선거 운동 기간에 그녀가 진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에 임명됐고, 오바마 1기 임기 내내 그 자리를 지키다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금품과 공직 제공을 대가로 한 후보매수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년 당선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경우는 더하다.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를 할 수 없게 된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총리가 되었다. 다시 작년 선거에 대통령으로 출마하였고 대통령 경쟁 상대였던 메드베데프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며 결국 후보에서 사퇴하게 했다. 역시 명백한 후보매수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펼치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80만유로(한화 약 11억원)를 주기로 약속하고 보수적인 기독민주당 크리스틴 부탱 후보를 사퇴시켰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스운 것은 사퇴한 부탱 후보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후보매수라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왜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느냐는 채무불이행, 즉 '빚 독촉'이었다. 우리 돈 11억원인 80만 유로가운데 48만 유로만 받고 32만유로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면서 빨리 채무를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사르코지 측에서도 그런 약속을 인정하면서도, 현 시기에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사후매수죄가 아니라) 사전매수죄로 감옥에 갈 일인데 그들은 도덕성 논란은 있을지 몰라도 법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후매수죄라는 조항은 우리나라에서만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이 법조항이 있는 일본도 이 조항이 사문화된 상황이다. 사퇴해서 매수할 후보가 없는데 무슨 사후매수냐는 항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언어학적으로도 사후매수는 형용모순이다. 

헌법재판소 왜 위헌심판 미루나  

▲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있는 헌재 로고 ⓒ 유성호

사후매수죄는 곽노현 교육감에게 유죄선고를 내린 재판부도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라고 할 정도로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조항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지난 1월 27일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니 헌법재판소 선고기한 180일을 계산해 보면 헌법재판소는 7월 26일 이전에 선고를 해야 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규정한 헌법기관이며, 헌법재판소법 제38조(심판기간)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의 최고 수호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100일 이상 기일을 초과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왜 곽노현 사건 위헌 소송에 대한 선고를 하지 않느냐고 헌법재판소를 질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국회에는 이 조항에 대한 법률 개정안까지 제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헌법재판소는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단일화이다. 그런데, 사후매수죄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어 검찰이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에까지 곽노현에게 던졌던 사후매수죄의 올가미를 던진다면 대통령 후보까지 감옥으로 가는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사후매수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하루 속히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해야 한다. 정치적 사건이라도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을 계속 미룬다면, 헌법재판소는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김행수(hs1578)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대법원 '곽노현 유죄판결'의 5가지 문제점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2일자 기사 '대법원 '곽노현 유죄판결'의 5가지 문제점'을 퍼왔습니다.
[기고] 사전 약속 없는 사후매수가 가능한가?

대법원이 2012. 9. 27. 선고한 곽노현 외 2인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판결은 법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1. 원심의 중대한 법률위반이 있음에도 왜 파기환송하지 않았나?

대법원 판결의 첫 번째 문제점은, 원심판결에 중대한법률위반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심을 파기하여 다시 판결하도록 하지 않은 점이다.

제1심과 제2심에서 피고인들은 '사후매수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는 단순 고의범이 아니라 목적범'이라고 주장했다. 즉, 재산상의 이익 등의 제공자가 후보자를 사퇴한 사람에게 이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으면 사후매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심과 제2심은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사후매수죄는 목적범이 아니라 단순 고의범으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원심이 목적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중대한 법리오해'임을 상고이유로 삼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이 상고이유를 받아들였다. 즉,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죄는 그 범죄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 또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받을 목적'을 요구하는 이른바 목적범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에 중대한 법리오해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당연히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목적이 있었는지'를 직접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는 99% 파기환송을 하고, 원심에서 심리를 다시 할 필요가 없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스스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여 원심이 다시 심리해서 각각의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갖고 있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비록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지만 원심의 판단은 피고인 박명기, 곽노현에게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한 후, 스스로 각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는 고의 유무와 마찬가지로 범죄구성요건의 중요한 요소이고,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것 자체로 위법하다. 사람을 죽인 행위가 모두가 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실로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살인죄 여부를 판단하면서 고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한 것과 같다. 이 사건의 경우 행위자가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있더라도 다른 목적, 예컨대 순수한 부조나 종교적인 이유로 행위를 하였다면 사후매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갖고 돈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원심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적인 사건에서 볼 수 없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더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직접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기록만으로 직접 판단했다. 이는 사실판단의 전권을 갖고 있는 원심의 판단권한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판중심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법원이 무리하게 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판단하였을까? 이러한 현상을 법률적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대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2. '목적'이 없는 강경선의 권유를 받아들인 곽노현은 왜 '목적'이 있는가?

대법원 판결의 두 번째 문제점은,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는 목적이 없는데 그 제안을 받아 실천한 사람은 목적이 있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린 점이다.

대법원은 곽교육감에게 곽 교육감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강경선은 2010. 5. 19. 금전지급 합의(양 후보자의 실무자 사이의 합의)에 대하여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곽노현이 부탁하는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하여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위와 같은 강경선과 다른 피고인들의 관계, 강경선의 사건 관여 동기, 경위 및 역할의 정도와 내용, 특히 강경선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는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에게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주자'고 제안한 강 교수의 목적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내지 순수한 부조 차원에서 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보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제공한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이 실무자들 사이의 금전지급 합의에 관한 사실을 선거일로부터 4개월 후인 2010. 10.경에 알았다는 점, 본인이 그러한 합의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그러한 합의를 승인한 바가 없기 때문에 박 교수에게 금전을 지급하여야 할 도의적·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점, 강 교수가 박 교수를 여러 차례 만난 후 곽 교육감에게 '순수하게 박 교수를 도와주자'는 거듭된 제안을 한 사실, 곽 교육감은 이러한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곽 교육감은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박 교수에게 돈을 지급한 곽 교육감이 당연히 목적이 없는 것이다. 강 교수와 곽 교육감은 '일심동체'로 박 교수를 돕자고 결의하고 그 결의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목적이 없으면 다른 사람도 목적이 없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은 진짜인데 동전의 뒷면만 가짜'일 수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논리법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사전 약속 없는 사후매수가 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의 세 번째 문제는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사전 약속이 없이도 사후매수죄가 성립한다고 불가능한 가설을 전제로 한 점이다.

대법원은 "사후매수죄는 후보자 사퇴가 있기 전에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이루어지거나 위와 같은 이익제공 등의 행위가 당해 선거의 투표 종료 이전에 행해져야만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가'는 '주고 받는 '것이고, '매수'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한 후에는 살 물건이 없어 매수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지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경우는 이 두 가지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면, 금전지급 약속에 의해 사퇴를 한 경우는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가 자진하여 사퇴를 한 후 사퇴한 자와 단일후보자가 된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선거권과 선거부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법하지 아니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사퇴 이전에 사퇴 후에 금전 제공이나 이익 제공의 약속을 한 후 일방이 사퇴한 후에 다른 일방이 사퇴한 후보자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사후매수죄는 후자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처럼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없이 한 후보자가 사퇴하고 다른 후보자가 선거 후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사후매수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선거의 공정성과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는 셈이서 부당하다. 선거에 영향이 없는 영역에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게 된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판사나 검사가 사전에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기로 한 약속 없이 재량권을 행사하여 특정 로펌이 맡은 사건을 무혐의나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우연히 퇴직 후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게 된 경우에도 모두 뇌물죄로 처벌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검사나 판사의 자의가 개입될 위험성이 너무가 클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박 교수가 사퇴하기 전에 어떠한 금전지급에 관한 약속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적인 관점에서 '박 교수의 사퇴로 곽 교육감의 당선이 되었고, 곽 교육감은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돈을 준 것이다'라고 추측하여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만난 관계이니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곤궁함에 처해 있더라도 외면하여야 하고, 절대로 도와줘서는 안 되고, 가사 경제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많은 금액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단일후보로 된 사람은 사퇴한 사람과 원수로 지내야 하고, 사퇴한 사람이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호의를 베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이 '선을 버리고 악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4. 헌재의 위헌결정 사전 '김빼기' 아닌가?

대법원 판결의 네 번째 문제점은 헌법재판소의 '사후매수죄'의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 전에 서둘러 선고한 점이다.

이 사건의 처벌조항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사후매수죄 규정은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거 이후에 있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후매수죄 규정은 약 90년 전에 천왕제적 절대주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그 후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54년 전에 입법되었으나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에 최초로 적용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계에서는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피고인들은 이 규정에 대해 한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위헌여부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전격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했다.

이러한 대법원은 왜 이러도 조급하게 판결을 선고하였는지는 판결문에 여실히 드러난다. 대법원은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합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처벌근거조항에 대해 합헌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당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문 27쪽 가운데 12쪽 분량으로 적극적인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자세하게 판단했다. 즉,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②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③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④ 공소시효와 관련한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사후매수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자체로 위법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한 것은 다분히 헌법재판소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법률의 위헌성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사전 '김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사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자세히 밝힌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인 위헌결정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5. 후보단일화 못하게 하는 법리 마련하려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의 다섯 번째 문제점은 야권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선거 후 박 교수가 무보수·명예직에 불과한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문제삼아,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제공한 것은 사퇴에 대한 대가라며 이를 사후매수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규정의 '공사의 직'에는 무보수·명예직은 포함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지 아니하고,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당선자가 사퇴한 후보자에게 정무직이나 무보수·명예직을 제공할 경우 처벌할 가능성이 열어 놓은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는 하나의 보편적인 정치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책연합을 하기도 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정책연합이나 공동정부 구성을 할 경우, 단일후보가 당선되면 사퇴한 후보에게 공직을 배분한다. 예컨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단일후보자가 된 후보자가 사퇴한 후보자나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국무총리 또는 장관으로 임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후매수죄가 존속하고 사후매수죄를 대법원처럼 해석하는 한, 이러한 행위는 모두 불법이고, 단일후보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그들의 지위는 검찰이나 법원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후매수죄의 규정은 헌법상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반하는 위헌적인 조항으로 폐지되어야 하고, 만약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법리적 판단에 오류를 범한 위법한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여 이러한 모순된 법해석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

2012년 5월 2일 수요일

곽노현 “사전합의 없었는데 사후매수 성립하나”


이글은 시사인 2012-05-02일자 기사 '곽노현 “사전합의 없었는데 사후매수 성립하나”'를 퍼왔습니다.
교육감 선거 때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곽노현 교육감과 돈을 건넨 강경선 교수를 만났다. 곽 교육감은 “선행으로 한 일이 결국 법률적 유죄가 되어버렸다”라고 항변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4월17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곽 교육감은 1심에서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 2부(재판장 김동오)는 이날 “곽 교육감에게 실무진 간 금전 지급 합의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교육감 선거의 후보자 사후 매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하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1심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곽노현 교육감 측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박명기교수를 살리기 위해 선의에서 돈을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명기 교수는 카드 돌려막기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고, 사채업자들의 압박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혐의로 곽 교육감과 함께 법정에 섰던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는 “곽 교육감은 선거와 당선 이후까지 한 번도 매수를 시도한 적이 없다. 돈을 주자고 주장한 사람도 곽노현이 아니라 나다”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받았다. 대법원은 1·2심처럼 사실관계나 형량을 따지지 않고 하급심이 적용한 법률이 맞는지 유·무죄 여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곽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구속될 확률이 매우 높다. 법원이 재판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은 7월께 나올 가능성이 크다. 2심 선고를 받은 4월17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를 만났다. 


ⓒ시사IN 백승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과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건넨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왼쪽). 둘은 검찰의 기소 내용이 대부분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다. 

곽노현:재판부가 벌금형에서 징역 1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놀라운 일이다. 설명도 납득도 안 된다. 사실관계가 달라지거나 범죄 혐의가 추가된 게 없다. 이것은 굉장한 모순이다. 선행으로 한 일이, 결국 법률적 유죄가 되어버렸다.2심 선고가 있기 전부터 형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곽노현:재판 중간에 정기인사로 인해 재판부가 바뀌었다. 법리를 다툴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강경선:1심 재판부는 “곽노현은 2010년 5월19일 오전에 유 아무개로부터 후보 사퇴 대가를 3억5000만원으로 하자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거절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5억원을 지급하자는 합의를 승낙했을 리가 없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곽노현은 후보 단일화 당시 박명기가 조건 없이 명분을 위해 사퇴하였다고 알았던 것으로 인정된다”라고 판결문에 적고 있다. 곽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 사실을 몰랐다는 것과 매수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2심 재판부도 인정했다. 그런데 사후에 도와준 돈을 단일화와 연관 있을 거라고 해서 사후 매수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단일화를 위해 사전에 금전적 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인정했다면 후보자 매수가 아니라는 것 또한 인정했다는 뜻 아닌가?

강경선:검찰의 기소 조항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에는 ‘금전 제공 등에 대한 사전 약속을 범죄 구성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재판부는 이 해석을 ‘사전 약속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고 적용한 것이다. 이는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다. 이른바 사후 매수는 언어적으로 난센스다. 예컨대, 내 소유에 이미 속하는 물건을 내가 다시 매입할 수 없듯이, 이미 사퇴해버린 자는 후보자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으며, 팔려고 해도 누가 사지 않는다. 사퇴하기 전의 후보자 지위만이 정치적·경제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사IN 조남진 곽노현 교육감이 4월18일 항소심 선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곽노현:사전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이전에 뭔가 약속을 해야 한다. 직접 하든, 제3자를 통해서 하든. 그것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거나 나중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매수가 성립된다. 재판부는 ‘사전에 합의한 사람이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항소심 판결에는 매우 재미있게도, 두 번이나 이런 표현이 나온다. “돈을 준 것이 5·19 동서 합의(동서 사이인 박명기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과 곽노현 후보의 회계 담당자가 가진 사적 합의)하고는 무관하다.”선거 전에 합의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 주변에서도 없었나? 

곽노현:이번 항소심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로 곽노현이 5·19 합의를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나중에 돈을 제공한 것은 5·19 합의 이행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대가성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곧 ‘매수는 아닌데 대가성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매수가 아닌데, 어떻게 사퇴 대가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1·2심에서 기소한 팩트가 바닷가 모래성처럼 다 무너졌다. 검찰이 기소한 것 중 남아 있는 것은 ‘대가성’이라고 주장한 것 외에 없다.강경선:법의 자의적 해석이 과도하다. ‘대가성을 인식했다’라는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대가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은 인식한다’고 했다. 곧 곽노현에 대한 판결은 후보 매수가 아니라 ‘대가성의 인식’에 대한 것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죄명은 ‘사후 매수죄’다. 사후 매수죄가 되려면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 아무 약속 없이 돈을 주었으니 매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후 매수죄가 되어버렸다.

‘사후 매수죄’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강경선:이 조문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유권자 매수는 있지만 후보자 매수죄는 없다. 후보 단일화 과정은 후보자들 간에 자연스러운 경합 과정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인해 사후 매수죄로 처벌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곽노현:1심과 같이 2심에서도 ‘(후보자 매수에 대한) 사전 약속을 했다’ ‘직접 또는 제3자를 시켜서 했다’는 기소 내용은 무너졌다. 그래도 ‘대가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죄’라고 판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나 돈 주면 처벌하겠다는 것 아닌가.

나중에라도 당선자가 낙선자를 도우면 대가성이 있다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곽노현:선거 연관성을 100% 대가성으로 등치시켰다. 법의 분별력을 믿는 우리에게는 납득이 안 간다. 사기죄가 되려면 사기 행위가 있어야 하고,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절도 행위가 있어야 한다. 사후 매수가 있으려면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없다고 인정하고는, 사후 매수는 성립한다고 했다. 판결문 1심 200쪽, 2심 50쪽을 다 읽어봐도 모르겠다. 곽노현과 강경선이 한 행위 중에 파렴치한 행위가 있으면 지적해보라. 파렴치한 범죄행위, 부끄러운 행위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벌줘야 하는 행위가 있는가.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강경선:박명기 후보가 사퇴하기까지 곽노현에 의한 후보 매수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박명기 후보가 그동안 지출한 선거운동 비용 7억의 손실을 고스란히 안고 가지 않도록 하자’는 약속이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곽노현은 모르게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더욱이 합의 형태를 보면, 박명기 교수가 곽노현 교육감을 먼저 찾아간다. 일반적으로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 지위를 유지하는 자가 ‘돈을 줄 테니 사퇴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돈을 준 것이 문제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돈을 주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강경선:가장 중요한 사실은 곽노현이 돈을 주자고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양쪽의 꼬인 문제를 풀다보니 박명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와주어야겠다 싶어서 곽노현에게 돈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줘야겠다고 한 것은 나다. 검찰의 논리는 모든 사건에 내가 공모하듯이 끼어들었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꿰어 맞추면 곽노현 교육감은 유죄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 매수죄라면 곽 교육감보다는 내가 형량이 더 높아야 한다. 사후 매수는 돈 주자는 사람이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강경선이 박명기를 알게 된 시점은 박명기가 후보도 아닌 시점이기 때문에 사후 매수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곽노현은 교육감인 만큼 사회적 명성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비(非)법적인 논리까지 작동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출범 때부터 보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는 평을 듣는다.

곽노현:언론이 ‘곽노현 죽이기’에 나섰다. 언론이 그렇게 지적하던 진보 진영의 공동자금이 과연 어떤 돈인가?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는가. 는 2011년 9월2일자에 “강경선 ‘2억 단일화 대가 맞다’”라는 제목을 뽑았다. 강경선 교수는 이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 박명기 교수는 검찰에서 사퇴 대가로 받았다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기사 본문과 제목이 서로 다른 왜곡 보도였다.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공정택 전 교육감과 달리 이들 언론의 집중 견제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곽노현:과연 잘못한 일을 했는지 돌이켜보곤 한다. 모든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그래서 작은 합리적인 이유라도 발견되면 과감히 수용하고 나은 모습을 보이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확신한다. (교육감이 된 뒤) 해온 일은 교육의 본질을, 민주사회에서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을 되찾는 일이었다. 체벌 금지든 학생인권조례든 민주 사회로의 대전환을 의미할 뿐 아니라 공교육의 새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7월이면 대법원 판결이 날 것 같다. 구속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곽노현:우선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최고 사법기구답게 사후 매수죄의 문제점을 제대로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대법원을 믿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당하고 꿋꿋하게 교육개혁의 소임을 다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서울의 135만 유권자, 정책에 성원을 보내준 수백만 시민,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재판 여파로 곽 교육감이 교육행정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곽노현:흔히 곽노현 하면 무상급식,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이런 것들이 떠오르실 거다. 하지만 또 하나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점이, 그동안 꾸준히 늘려온 혁신학교가 59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많은 연구학교, 시범학교가 있었지만, 이 학교들은 특정한 한 측면의 사업을 통해 부분적인 개선을 하는 것이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속되기 어려웠다. 또 승진 가산점이 얽혀 있어 이런 시도가 승진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학교 내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것이 수업 혁신, 생활지도 혁신, 돌봄 혁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며 지속성을 가지게 된다. 웃지 못할 일이, 보수 언론의 경우 교육면에서는 혁신학교를 다뤄주지 않는데 부동산면에 기사가 나온다. 혁신학교 주변 집값, 전셋값이 오른다고(웃음). 이러한 혁신의 물꼬가 큰 물줄기를 이룰 수 있도록, 교육감으로서 내게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려 한다.

주진우 기자 | ace@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