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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6일 토요일

'펑·펑·펑' 계속되는 안전사고, 국민들은 '불안'


이글은 뉴시스 2013-03-16일자 기사 ''펑·펑·펑' 계속되는 안전사고, 국민들은 '불안''을 퍼왔습니다.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근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 구미와 삼성전자 불산 유출에 이어 여수산단 폭발사고 등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삼성 화성사업장·구미 불산 사고 등

14일 오후 8시50분께 전남 여수시 여수산단 대림산업 2공장 HDPE 공장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부터 폴리에틸렌과 플라스틱 제품 등을 생산하는 종합 석유화학기업이다. 

사고 후 현장에서는 안전한 작업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이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잔존가스가 완전히 제거됐는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공사 시간 단축을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5명의 사상자를 냈다. 

불산 누출은 같은 날 오후 2시11분께 발견됐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삼성은 불산누출 부분에 내산봉투를 받쳐두는 임시조치를 한 뒤 같은 날 오후 3시8분께 불산누출 사실을 알렸다.

이후 누출이 계속되자 이 업체는 28일 두 차례에 걸쳐 밸브를 교체하고 보수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산 노출은 계속됐고 결국 작업에 나선 박모(34)가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로 번졌다. 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인재'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앙도시' 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구미는 불산 염소유출에 이어 기름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공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해 마을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달 5일에는 구미시 공단동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11명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7일에는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서부지점의 벙커C유 옥외 유류저장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위험물질 5000곳…원전 23기 등 '불안'


이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전국에 산재한 화학공장과 원전 등의 안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위험물질을 다량으로 취급하거나 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전국 5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에너지'로 불리는 원자력 발전소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전기를 공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23기의 원전이 있다. 이중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 34년, 울진원전 1호기는 25년째인 '노후 원전'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원전의 유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원전을 점차 축소,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새누리당은 안전하게 손을 보면서 사용하자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 불감증과 보여주기식 사고처리가 반복됐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홍모(59)씨는 "잊을만하면 사고가 터졌다는 뉴스가 나와서 불안하다"며 "안전 불감증은 우리나라 고질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방에 화학공장이 많을 텐데 다른 곳에서 또 사고가 터지지 않을지 철저히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5)씨도 "사고가 터지면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고 하지만 그때뿐이 아닌가 싶다"며 "노후한 원전도 많다고 하는데 언제 또 사고가 나올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가장 문제인 것 같다"며 "삼성의 경우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불산 노출여부를 점검을 했어야하고, 여수 대림산업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서 나온 일"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여수산업단지의 경우 예전부터 사고가 반복돼왔다"며 "89년 럭키화확 폭발사고로 17명이 사망했고, 94년에는 유독가스누출 3명 사망, 2000년 효성 폭발 사고. 2003년에도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며 "차단녹지 조성 등의 방안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yo000@newsis.com

2013년 3월 4일 월요일

구미서 또 불산 사고…경찰, LG실트론 은폐경위 수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3일자 기사 '구미서 또 불산 사고…경찰, LG실트론 은폐경위 수사'를 퍼왔습니다.

초산·질산 포함된 유독물질 유출
“필터 덮개 교체중 부서지며 발생”
직원이 언론에 제보하자 늑장신고

경북 구미시 ㈜엘지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불산(불화수소산)이 포함된 유독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으나 회사 쪽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경찰이 은폐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구미의 화학제품 생산업체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돼 5명이 숨지고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던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여 만이다.지난 2일 저녁 8시34분께 구미시 임수동 구미국가산업2단지에 있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엘지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불산·초산·질산 등이 함유된 유독 화학물질이 유출됐다. 30~60ℓ가량 유출됐다는 게 회사 쪽 추정이다. ‘혼산’이라고 부르는 이 유독물질은 질산 55%, 불산 21%, 초산 24%씩 섞은 액체로 외부 업체가 납품한 것이다.사고는 약 15시간이 3일 낮 12시20분께 제보받은 언론사가 경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당국에 알려졌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는 뚜렷한 피해가 없더라도 사고 즉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구미시는 공장을 방문해 확인하고 대구지방환경청에도 통보했다고 밝혔다.엘지실트론은 3일 오후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어 “2일 오전 10시 필터 덮개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이날 오후 6시~6시30분 덮개를 교체하고 시험운전하는 과정에서 덮개가 부서져 유독물질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사고 직후 공정을 전면 차단하고 현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1명은 모두 대피해 피해가 없다. 3일 새벽 4시30분쯤 방제작업을 끝냈다”고 주장했다.경찰은 현장을 방문해 사고 즉시 신고하지 않은 이유 등을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쪽이 사고를 덮은 채 수습하려다 일부 직원이 언론사에 제보하자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회사 이미지를 감안하고 외부로 유독물질이 유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1명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를 4일 중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공장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어 감독기관인 구미시청이 유독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엘지실트론 구미2공장에 대해 주기적인 점검을 했는지 여부도 확인해 공무원들의 관리 책임도 수사할 방침이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유령마을’엔 허옇게 말라죽은 농작물만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04일자 기사 '‘유령마을’엔 허옇게 말라죽은 농작물만이…'를 퍼왔습니다.

지난 1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텃밭의 고추들이 허옇게 말라 있다. 텃밭 뒤로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 식용불가’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현장 | 구미 ‘불산 누출’ 그 뒤

민·관 조사단 “불산농도 정상” 불구
주민들 “눈에 안 보여 더 불안” 호소
아직도 대부분이 ‘피난생활’ 고수해
임시거주시설 가니 신경질적 반응만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려

지난 1일 오후 3시께 유독성 물질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은 한낮인데도 텅 비어 있었다. 지난달 6일 마을을 떠나 인근 시설과 친척집 등으로 옮겨간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한 시간이 넘도록 마을과 들판을 돌아다녔지만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집을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만 이따금 들려왔다. 나이 많은 마을 주민들이 모여 놀던 봉산1리 마을회관과 봉산리 노인회관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집 마당 호박·고추·깻잎 등은 물론 들판의 농작물들은 허옇게 말라죽은 채 방치돼 있었다. 마을 곳곳에는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 식용불가”라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려 있어 스산함을 더했다. 이날 마을에서 유일하게 만난 50대 여성은 “젊은 사람들이 낮에 가끔 가축 먹이 주러 다녀갈 뿐”이라고 말했다.저녁 7시께 마을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산동면 백현리 환경자원화시설의 임시거처는 100명 넘는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오랜 ‘피난’생활에 지친 듯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민에게 말을 걸자 “귀찮으니 저리 가서 얘기하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주민은 “오랫동안 집에 못 가다 보니 모두들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정부가 지난달 8일 사고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의 불신과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민관 합동 환경영향조사단까지 나서서 “봉산리 일대 불산 농도 측정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주민 조아무개(54·여)씨는 “불산이 눈에 보이지가 않으니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누구는 안전하다고 하고 누구는 위험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 들어가 산다고 해도 평생 찝찝함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할 게 뻔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명석(49) 봉산리 이장은 “피해는 앞으로도 이어질 텐데, 정부와 구미시의 보상대책은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에 대한 것뿐”이라고 말했다.지난 9월27일 불산 누출 사고 이후 병원 검진을 받은 사람은 1만2243명, 불산에 노출된 가축은 3900여마리, 농작물 피해 면적은 212㏊에 이른다. 경북대병원 등이 지난달 11~12일 대피해 있는 주민 52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69.2%(36명)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한 충격을 받아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현지 정부종합대책반은 과연 앞으로 인체에 문제가 없을지를 묻는 주민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속시원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70대 어르신이 되레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되물었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도 되는 거야? 내년에 농사는 지을 수 있겠어? 어떻게 말 좀 해줘.” 민경석 민관 합동 환경영향조사단장(경북대 교수)은 “피해 농작물 제거와 마을 청소가 끝난 뒤 주민 복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정부는 괜찮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불산이 휩쓸고 간 산동면 주민들에게 사고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었다.

구미/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구미 낙동강에서 계속 물고기 떼죽음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0-26일자 기사 '구미 낙동강에서 계속 물고기 떼죽음'을 퍼왔습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낙동강 퇴적물 유해물질 조사해야"

구미 낙동강 유역에서 사흘째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집단폐사해 떠오르고 있다. 

26일 에 따르면, 구미시 진평동 동락공원 남쪽의 낙동강변에서 죽은 물고기 수천마리가 발견됐다. 폐사된 물고기는 누치, 쏘가리, 피라디 등 다양했고 치어에서부터 치어에서부터 길이가 50㎝에 다하는 물고기도 있었다. 

이곳은 지난 24일 집단 폐사한 물고기가 발견된 산호대교에서 약 4.5㎞ 하류 지점이다. 환경안전공단측은 배를 타고서 뜰채로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고, 구미시도 직원을 동원해 강변에 폐사한 물고기를 치웠다. 

구미시는 "낙동강변 약 300m 구간에 2천200여마리의 크고 작은 물고기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경상북도와 수자원공사는 낙동강 유역에서 24일 1천여마리, 25일 400여마리 등 1천400여마리를 수거한 바 있다. 환경부는 현재 명확한 폐사 원인규명을 위해 물고기 사체를 24일 경북어업기술센터,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및 국립수산과학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은 전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금강 백제보에 이어 낙동강에서도 물고기 집단 폐사가 확산되자 4대강 사업과 구미 불산 누출사고 등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낙동강 어류 집단 폐사현상은 낙동강을 식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있는 13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현재 실시하고 있는 수십여종에 지나지 않는 수질검사등과 같은 단순한 조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낙동강의 퇴적물 조사와 조사항목 외의 유해화학물질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 생태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한 다양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폐사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구미지역의 반복되는 수질사고와 불산사고와 같은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신속한 대처를 위해 폐지되었던 대구지방환경청의 구미출장소 재설치와 유해화학물질을 전담관리 할 수 있는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원인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나 인근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사고 등을 폐사원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고 직후 해당 지역에 대한 수심별 용존산소, 중금속, 미량유해물질 등 수질을 분석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특히 "10월 1일부터 낙동강 본류의 불소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한 결과 0.06~0.17㎎/L(먹는물 수질기준 1.5㎎/L)에 불과했고, 불산 유출 사고지점 유역인 낙동강 제2지류 사창천·임천천·몽대천과 낙동강 제1지류 한천에서는 폐사 물고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구미불산 누출 사고와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최병성 기자 

구미낙동강변 폐사 물고기 추가로 발견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26일자 기사 '구미낙동강변 폐사 물고기 추가로 발견'을 퍼왓습니다.

경북 구미지역 낙동강에서 폐사한 물고기 수천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부영양화가 이뤄져 물고기가 폐사했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당국은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미시는 진평면 동락공원 남쪽 낙동가변 300m 구간에 2200여마리의 크고 작은 물고기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26일 밝혔다. 폐사한 물고기는 누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쏘가리, 피라미 등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곳은 지난 24일 집단 폐사한 물고기가 발견된 산호대교에서 약 4.5㎞ 하류 지점이다. 앞서 24~25일까지 구미시 비산동과 양호동 등 구미지역 낙동강변에서 폐사한 물고기 1400마리가 발견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물고기 집단 폐사는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는 바람에 유속이 느려져 부영양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실제 동락공원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은 유속이 느리고 탁도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산소가 유입될 수 있는 여울과 수중식물이 없는 점도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물고기가 떼죽음했다는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물 속 환경이 변해서 생긴 일”이라며 “물고기를 폐사시키는 물을 사람이 어떻게 마실 수 있겠느냐. 대구 취수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해당 지역에 대한 수심별 용존산소량(DO), pH 등을 측정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산소부족으로 인한 폐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정확한 폐사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금강 이어 낙동강도 '떼죽음 행렬'


이글은 오나이뉴스 2012-10-25일자 기사 '금강 이어 낙동강도 '떼죽음 행렬''을 퍼왔습니다.
구미 낙동강 유역에 물고기 사체 수천 마리 떠올라

▲ 낙동강 구미대교 아래에 폐사한 물고기들이 물에 떠올라 있다. ⓒ 조정훈

금강에 이어 낙동강에서도 물고기가 집단으로 떼죽임당한 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오후 경북 구미의 낙동강 유역에는 입을 벌린 채 죽은 쏘가리·누치·피리 등이 물 위에 떠다니는 광경이 목격됐다.

경북 구미 비산동과 양호동을 잇는 산호대교 주변 물가에는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이곳에는 이미 폐사한 물고기들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물고기들이 널려있기도 했다. 크기도 다양했다. 다 자라지 않은 새끼부터 40cm에 달하는 물고기도 있었다. 

25일 오전, 남구미대교에서 해평취수장 사이 7km 구간에는 떠밀려오거나 강가 수초에 걸려있는 물고기 사체가 굉장히 많았다. 이날은 오염에 강하다고 알려진 참붕어와 메기 등도 떠올랐다.

현장에서 있던 구미시 관계자는 "오전에만 100포대가량 되는 물고기 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 포대에는 약 50여 마리가 들어간다. 즉, 오전에만 약 5000마리 정도 되는 물고기 사체가 수거된 것. 

하지만 구미시·대구환경청의 입장은 상이했다. 구미시·대구환경청은 "오전에 500마리 이상을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죽은 물고기가 해평취수장 인근에서부터 남구미대교까지 떠다니는 것을 수거했다"며 "하지만 불산가스가 유출된 국가산단 4단지와 가까운 한천 인근에서는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불산가스와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주민들은 불안하다... "난생처음 보는 떼죽음"  

▲ 구미시와 대구환경청 관계자들이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다. ⓒ 조정훈

낙동강 인근 마을 주민들은 물고기가 폐사해 떠오른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구미대교 아랫마을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조경훈(43)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동네에 살았지만, 이처럼 많은 물고기가 죽어서 떠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강의 탁도가 좋지 않거나 산소가 부족해서 떼죽음이 발생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낚시를 하러 왔다가 떼죽임당한 물고기 사체를 보고 구미시에 신고했다는 이명운(구미시 인동동·52)씨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해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4대강 공사로 보를 만든 게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구미공단에 사는 유종원(47)씨는 "에쿠스 자동차를 사더라도 유지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듯 4대강 공사를 한다고 보만 만들어놓은 뒤 유지관리비가 없어 관리를 못 한 측면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구미시 동락공원에 인접한 낙동강가에 낚시하러 나왔다는 김아무개(58)씨는 "24일 물고기가 죽어서 떠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임신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수돗물을 먹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평취수장 인근부터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한 이유를 수질의 문제로 생각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 안유환 수질총량과장은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서 수질 자동측정기로 수질검사와 함께 용존산소를 측정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폐수가 유입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낙동강 본류와 지류 등에서 물을 채집해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수량이 많아 폐수가 흘러들어도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죽지는 않는다"며 "폐사한 물고기는 경북어업기술센터에서 검사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물고기도 채집해 수자원과학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이게 다 4대강 때문이다"

▲ 구미 낙동강 유역에서 발견된 죽은 물고기 ⓒ 조정훈

▲ 구미 낙동강 유역에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채 물에 더올랐다. 이곳은 금강과 달리 붕어와 메기도 죽었다. 사진은 죽어서 물가로 떠내려온 붕어의 모습 ⓒ 조정훈

하지만 환경단체 관계자는 떼죽음의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꼽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물고기들이 입을 벌린 채 죽어 있고, 아가미가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봤을 때 산소 부족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강이 호수화되면서 수중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이항진 상황실장은 "낙동강의 집단 폐사는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고에 버금가는 일이며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과 함께 독극물 유입 등 또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는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입을 다물고 죽은 물고기도 많아 질식사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고인 물에 사는 붕어나 메기가 죽은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금강 지역의 피해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불산가스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 당국이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해 원인 파악도 하기 전에 소각하는 행위는 집단폐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인멸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민관합동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구미시와 대구환경청은 24일 경북어업기술센터에 소량의 폐사 물고기를 보낸 뒤 나머지 물고기 사채는 모두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 죽은 물고기들이 낙동강 구미대교 아래쪽 물가에 떠내려왔다. 이렇게 죽은 물고기가 수만 마리에 이른다. ⓒ 조정훈

조정훈(tghome)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비둘기를 까마귀가 파먹는데…누가 쓰러져야 일을 멈출 거요


이글은 한겨레21 2012-10-22일자 제932호 기사 '“비둘기를 까마귀가 파먹는데…누가 쓰러져야 일을 멈출 거요'를 퍼왔습니다.
[특집1] ‘박정희 신화’ 심장부에 울린 ‘악성 위험사회’ 경고음, 구미 불산 누출 현장…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며 일상을 이어가고 정부의 대책은 설왕설래만

원인이 뭔지 몰라서 더 불안해요. 그냥 환절기 감기인지, 불산 때문인지…. 사고 현장 부근은 다 위험하다고 하니 마음이 안 놓이죠.” -주민 공아무개씨

» 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던 화학제조업체 (주)휴브글로벌 앞 공장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우리는 금오산 기슭의/ 쓸모없는 낙동강변 350만 평을/ 땀과 슬기 단결과 협조로써/ 전자공업단지를 이룩하였다/ 이것은 보람찬 80년대로/ 행하는 하나의 디딤돌/ 하나의 전설/ 잘살기를 발돋움하는/ 민족 의지의 표현 꿈의 실현/ 조국 근대화의 우렁찬 고동/ 바꿔놓은 지도 위에/ 찬란한 태양이/ 영원히 빛나리라.”(박목월 시인이 1974년 발표한 시 ‘구미공단’)

통합시 이름으로 거론되던 ‘박정희시’

경북 구미시 동쪽을 지나 낙동강변에 들어서면 널찍한 ‘구미공업단지’(이하 구미공단)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산업화를 일군 ‘박정희 신화’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유신시대를 연 이듬해, 내륙 최대 규모의 섬유·가정용 전자제품 생산단지를 이곳에 세웠다. 당시 구미공단 조성 사업은 구미 출신 대통령을 둔 지역이 누릴 수 있던 크나큰 혜택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구미공단은 1980년대를 지나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타며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의 반도체·전자사업장이 들어서는 등 번영을 누렸다. 이제는 ‘구미국가산업단지’로 불리는 이곳은 구미 사람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구미는 ‘박정희 신화’가 여전히 식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구미 시내 한복판에 ‘박정희 체육관’이 있고, 몇 년 전까지 구미·김천 통합시의 이름으로 ‘박정희시’가 오르내리던 것을 보면 말이다.

길을 가다 보면 땅에 떨어진 비둘기를 까마귀가 먹고 있고, 참새들도 7~8마리 떨어져 죽어 있다.” -봉산리 대책부위원장 김상호씨

»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고추들이 불산에 오염돼 흰색으로 말라버렸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그러나 최근 ‘구미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던 이곳에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 9월27일 오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4공단의 한 공장에서 유독성 가스인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되면서부터다. 화학제조업체 (주)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11t 규모의 불산이 공기 중으로 새나갔다. 이날 사고로 공장 노동자 5명이 죽고, 구미4공단 일대에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반도체·전자제품 생산 공정에서 녹물 제거 등 세정용으로 쓰는 불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를 내며 자극적인 냄새의 유독성 가스로 기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대책본부가 집계한 10월11일 기준 자료를 보면, 입원 치료를 받는 주민은 11명, 그 밖에 검진 및 치료를 받은 이들만 모두 8500여 명이다. 정부는 사고 11일 만인 10월8일 뒤늦게 사고 현장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처음이었다.
“대피소에 앉아만 있으면 뭐합니꺼.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마을에라도 나와 있는 겁니더. 불산이 위험하다 카는데 뭔지 정확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그래도 어떤 검사 하는지는 봐야겠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다음날 찾은 봉산리 일대는 적막함 속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고 초기 가득 찼던 매캐한 불산 가스 냄새는 가셨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은 ‘사고 후유증’에 대한 공포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고가 난 휴브글로벌 공장 건물과 마주한 봉산리 마을의 한 과수원 앞에 김정준(52)씨가 다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들은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이 마을 농작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느라 건너편 논을 살펴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수원을 빽빽이 채운 감·자두나무의 잎은 미라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바닥에는 안부터 말라 들어가다 터진 거무튀튀한 감 열매가 가득했다.
“뻥! 뻥! 터지는 소리가 두세 번 났나? 처음에는 불이 났나 싶었죠. 그런데 검은 연기가 아니라 허연 연기가 막 올라오더라고.” 김씨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 대부분은 축산·과수 농사를 하는 탓에 사고 당시 불산을 들이마신 경우가 많았다. 피해 상황은 옆 동네인 임천리도 비슷했다. 구미4공단과 맞닿아 있어 불산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웠다. 바람이 불어온 흔적을 보여주는 듯, 불산이 훑고 간 곳에는 나무들이 메말라 죽어 있었다. 텃밭에는 ‘불산 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 식용 불가’라고 쓴 구미시의 붉은 펼침막이 내걸렸다. 현재 봉산리·임천리 주민 350여 명은 청소년수련원 등 구미 지역의 대피시설에 머물고 있다. 친척집으로 떠난 이도 있다. 봉산리 주민들은 낮에는 마을에 들어와 개와 소의 먹이를 주고, 마을회관 앞 야외에 설치한 천막에 모여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머물기가 꺼림칙하지만, 사고 수습 과정이 길어지자 낮에는 일을 보러 마을에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 이들은 잠만 대피소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너머에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대형 버스 위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는 장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때 ‘조국 근대화의 우렁찬 고동’으로 불리던 개발주의의 파편들이 이미 ‘위험사회의 징표’로 변질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걸까.

»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에서 경찰들이 야간 방범을 위해 순찰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낙동강 페놀 방류 그 뒤 21년

“오늘만 시료 채취하는 거 아닙니다. 비가 오면 또다시 해야 합니다. 지하수 불소 검사 설명해드릴게요. 불산이 물에 녹으면 불소가 되거든요. 지하 음용수 기준은 ℓ당 1.5mg 이하인데요. 지금 여기는 0.2~0.3mg 나오고 있습니다.” 손동훈 대구지방환경청 측정분석과장이 봉산리 마을회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지하수 오염 검사를 앞두고 마을 주민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 과장은 21년 전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당시에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그는 “두 사건 가운데 뭐가 더 심각하다고 비교해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당시 페놀을 낙동강에 몰래 흘려보내 식수원을 오염시켰던 두산전자 공장이 구미2공단에 있었다. 불산 사고 현장과 5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정작 사고 현장 일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불산의 공포’다. 정부 당국이 사고 대응에 미숙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봉산리·임천리 마을 주민에서 구미4공단 노동자들, 그리고 공단과 떨어진 옥계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에게까지 불안감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뒤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반경 1km 떨어진 ‘구미코’(구미컨벤션센터) 건물에는 재난대책본부가 세워졌다. 이곳에서는 이동진료 버스가 와 매일 사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피검사와 엑스선 촬영, 소변검사 등의 무료 건강검진을 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는 문자메시지로 나중에 통보해주고 있다. 오전 200명, 오후 2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사고 열흘이 넘긴 이날도 하루 종일 대기자가 끊이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4km 떨어진 옥계동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공아무개(44)씨도 아침부터 줄을 서 대기자 번호표를 받은 뒤 오후가 되어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흐르는 증상을 겪었다. 13살 딸과 14살 아들도 증상이 비슷했다. “원인이 뭔지 몰라서 더 불안해요. 그냥 환절기 감기인지, 불산 때문인지…. 사고 현장 부근은 다 위험하다고 하니 마음이 안 놓이죠.” 구미 시내에 살며 한가위 연휴 때 잠시 고향인 임천리를 찾았다는 김아무개(65)씨는 이날 진료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하도 답답하고 숨이 차 진료 버스를 찾았는데 사람이 많아서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며 “동네 병원이라도 찾아가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미4공단 입주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계속 사고 현장 부근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업체 336곳은 대부분 삼성전자·LG전자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납품해야 하는 하청업체인 탓에 공정을 중단하기 어렵단다. 사고 당일에도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휴브글로벌 바로 옆 건물의 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는 LG전자의 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한다. 사고가 난 휴브글로벌도 전자용 화학제품을 LG전자 등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케이스를 납품하는 금형업체인 크루셜엠스 직원 오경석(32)씨도 이날 오후 차를 타고 나와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는 사고 당일에는 조업을 중단했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정상 근무를 했다. “여기 공장 사람들 모두 안전 불감증이 있는 것 같아요. 동료들끼리는 막말로 누가 불산 때문에 쓰러지는 일이 생겨야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를 정할 수 있을 거라고 하니까요.”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 버스 앞에서 만난 한 구미4공단 입주업체 경영진은 “노동청에서도 피해 현황을 적어 내라는 팩스를 보내온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공장들은 멈출 줄 몰랐다.

» 불산 누출 사고 피해 지역의 주민들과 공단 직원들이 지난 10월9일 긴급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구미코’에서 채혈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명진

농작물을 마트에서 안 받는다는 흉흉한 소문

재난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구미코 회의실에서 사고 뒤 처음으로 민관 합동 환경영향조사단 회의를 열었다. 봉산리·임천리 등 사고 현장의 주민 대표들과 정부 관계자, 교수·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한데 모였다. 주민들이 미숙한 대응을 보이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나서 의견을 조율하고자 만든 자리였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회의에서는 이날 오전 환경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구미 불산 피해 지역의 오염도가 기준치 이하”라는 발표 내용에 대한 주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봉산리 대책부위원장으로 나온 김상호(50·교사)씨는 “길을 가다 보면 땅에 떨어진 비둘기를 까마귀가 먹고 있고, 참새들도 7~8마리 떨어져 죽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얘기하면 믿을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천리 주민 김진희(62·농업)씨는 “지금 농민이 농사를 못 짓고 있는데 보름 넘어서 하는 환경영향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냐? 불산 피해가 완치될 수 있는지 안 되는지만 설명해달라”고 다그쳤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중금속·다이옥신 오염이 드러났던)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의 민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처럼, 전문가·환경단체 등이 함께 사후 환경영향평가 작업을 해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고 현장 일대에 퍼진 ‘불산 공포’는 정부가 내놓을 사후 환경영향조사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수그러들기 어려울 듯하다. 봉산리·임천리 등 사고 현장 주민들의 대피 생활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임천리 주민 22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구미시 해평면 해평리 구미청소년수련원은 피난촌과 다를 바 없었다. 눅눅한 숙소 안에 빽빽이 자리잡은 주민들은 애써 쪽잠을 청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구미에서 출하된 농작물을 도시의 마트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퍼지고 있었다. 이순연(63)씨는 “한창 수확철인데 일도 못하고, 사고 소문이 퍼져 사고가 수습된 뒤에도 이 동네 농작물은 못 내다 팔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월선(67)씨는 “전쟁이 나면 끝나고 들어갈 집이라도 있는데, 이런 사고는 다시 살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산업화의 심장부로 여겨지던 구미가 한순간 공포와 재앙의 도시로 변했다. ‘위험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위험사회’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내놓은 이론이다. “합리성을 내세우며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일상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구미 일대의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가 개발·발전 등을 이끈 공업화의 결과물들이 꾸준히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1991년의 페놀 원액 300t 방류 이후에도 2008년 3월 김천의 코오롱유화에서 페놀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구미 일대가 대규모 단수 사태를 겪었다. 페놀 방류만이 단수를 부른 게 아니었다. 지난해 5월에는 낙동강 구미 광역취수장 앞 임시 물막이가 무너져 닷새 동안 상수도가 끊겼다. 같은 해 6월30일에는 낙동강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낙동강을 지나 구미4공단으로 공급되는 송수관로에 누수 사고가 발생해 구미4공단 입주 업체와 일대 주민들이 단수 피해를 입었다. 이번 불산 사고 처리 과정에서 심상정 의원(무소속)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통해, 휴브글로벌 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가 2009년 5월에도 있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 불산 유출 사고로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구미시 산봉면 봉산마을에 백구 한마리가 아무도 없는 집을 지키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명진

교통사고 대비 같았던 사고 대책

이에 대해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콘텐츠학)는 “박정희 시대부터 엄청난 위험이 도사린 공장 등 시설을 주민들에게는 혜택인 것처럼 베풀어놓았던 개발주의의 문제가 응축돼 있다가 이번 사고처럼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고리 원전, 경주 핵폐기물 처리장 등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박정희식 개발 시스템의 수혜로 포장된 위험시설을 받아온 지역들에서 ‘악성 위험사회’의 징후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상기시키며, “구미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사고 징후가 더 큰 대형 사고로 가지 않으려면 시민사회 영역과 정보를 공유하는 종합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어서야 국무회의에서 구미 불산 사고를 언급하며 “교통사고 난 정도로 대비해서 너무 소홀히 했다”며 “초기 대응이 미흡한 경위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뒤, 구미시와 환경부는 초기 방제 작업의 책임을 두고 설왕설래를 벌였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뒤늦게 불산 취급업체의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한때 ‘조국 근대화의 우렁찬 고동’으로 불리던 개발주의의 파편들이 이미 ‘위험사회의 징표’로 변질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걸까.

구미=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정용일기자yongil@hani.co.kr·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뻔뻔한 환경부, 무책임한 국립환경과학원, 뒤로 숨은 노동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11일자 기사 '뻔뻔한 환경부, 무책임한 국립환경과학원, 뒤로 숨은 노동부'를 퍼왔습니다.
[기고] 구미불산가스누출 진짜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는 사고발생 12일 만인 10월 8일 구미 '불산'사고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였다. 구미 '불산' 피해지역은 정부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점차 피해지역과 피해시민이 증가하고 있다. 초기 대응과정에서 ‘불산’에 대한 특성이 방제작업에 참여한 소방관, 경찰, 공무원 등에게 전달이 되지 않아 노출되는 피해가 발생되었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 문제는 이들만이 아니다. 

주변지역에 있는 주민들과 공장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불산에 대한 유해성이 전달되지 않아 주변지역 일부 노동자들은 불산이 주변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구경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이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원인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사고현장 및 관계기관, 언론 등에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서 적합한 방법으로 방제를 하고 대피를 하며, 유해한 물질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뉴시스 구미사고 CCTV.

무책임한 국립환경과학원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은 ‘불산’에 대한 주변지역 측정에 있어 정밀측정차량이 현장에 도착해 있었으면서도 검지관법과 pH페이퍼와 같은 간이측정장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검지관법은 불산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를 정성적으로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방법이다. 주민들이 노출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석도구이다. 

측정 장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측정 장소에서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사고가 발생되면 사고로 인한 피해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기초하여 조사지점을 선택하기보다는 구미시가 지정하는 지점에 대하여 조사지점을 선정하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지점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선정하고 조사방법도 '조사를 했다는 시늉'을 하는 정도의 방법으로 측정을 하고 검출이 되지 않았다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심각단계에서 우려단계로 한단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도 해제하고 50m 접근제한도 해제하였으며, 대피해 있던 주민들에게도 귀가조치를 실시했다. 

또한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30분 안에 벗어나야할 기준인 30ppm을 주민건강 안전기준인 것으로 잘못 적용하여 발생한 3000여명에 달하는 노출피해자 가 발생하게 만든 책임을 물어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직위해제하고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뻔뻔한 환경부

유영숙환경부 장관은 사고발생한 지 9일 만에 뒤늦게 현장을 찾아서 한다는 일이 마을회관에서 100여 명의 주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며 뻔뻔함이 극에 달한다. 환경부는 사고 당일 간이측정기로 측정을 하여 주민들을 ‘불산’에 노출시키더니 사고발생 7일 만에 주변지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한다고 하더니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또 다시 검지관법으로 조사를 하였다. 

국민을 우롱을 해도 이 것은 해도 너무하는 행태이다. 환경부의 뻔뻔함 행진은 멈출줄을 모른다. 토양조사도 요식적으로 지점을 선정하여 실시하여 기존 토양 불소 농도와 차이가 없다고 발표를 하였다. 토양 시료를 언제 채취했느냐에 따라서 그 값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점은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뉴시스 지난달 27일 발생한 경북 구미4공단 휴브글로벌(주) 화학공장 불산가스 유출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한 농가의 메론이 고엽제를 뿌린 것처럼 잎사귀가 바짝 말라 있다.

사고 발생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이 야간에 사고 현장 및 주변지역에서 대기중 불소 농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불소의 이화학적 성징을 안다면 논센스에 가까운 엉터리 측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불산은 끓는점이 19.5℃이다. 따라서 야간에는 액체로 되고 주간에는 기체 상태로 되는 것이 요즘 낮과 밤의 일교차에 의한 ‘불산’의 이동특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밤중에 도착하여 대기중 시료를 측정하는 것은 설사 사고 현장이라고 하더라도 기체 상태에서 액체상태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대기중에서 ‘불산’ 농도는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즉 ‘불산’이 나오지 않는 시간에 측정을 하고 안전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형식적인 ‘불산’ 측정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왔다. 

뒤로 숨은 노동부

그 동안 ‘불산’에 대한 피해가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에 집중되어 제기되었지만 사람측면에서는 구미4공단 노동자에 대한 건강 피해가 심각하다. 사고가 발생한 (주)휴브글로벌과 인접한 아사히글라스 같은 경우 사고 발생 이후에도 3교대로 근무를 계속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공장들도 공장 사정 이외에는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였다. 사고 발생 당시 바람의 방향이 산봉. 임천 마을지역으로 한번 크게 불고 공단지역으로 불었다고 한다. 불산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이동성이 크다. 따라서 구미4공단 전체가 피해지역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데 노동자 안전을 위해 공장을 세운 곳이 한 곳도 없다. 노동부도 여기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었다. 정부의 역할은 산업단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수 박사(사/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르포] "다리를 잘라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물만.."


이글은 노컷뉴스 2012-10-10일자 기사 '[르포] "다리를 잘라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물만.."'을 퍼왔습니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 현장을 가다 ②] 감춰진 진실


지난달 27일 순도 99.8%의 불산가스가 바람을 타고 공장 옆 마을로 흘러들었다. 20톤에 달하는 양이었다. 사고 이후 5명이 사망하고 공장도 잠정 폐쇄됐지만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연기를 마신 소방관, 경찰과 마을 주민들은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원인 모를 발진과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대처는 안이하다. 하루 만에 주민 대피령을 해제해놓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CBS는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이후 공장과 그 주변 마을에 드리워진 '재앙의 그림자'와 사지(死地)에 방치된 주민들, 공장 근로자들의 실태를 심층 취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재앙이 시작됐다
2. 감춰진 진실
 3. 사지(死地)에서의 하루하루
4. 예견된 인재…대안은?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이후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이 눈 따가움과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가스를 마신 주민이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불산이 기관지나 폐 뿐만 아니라 뼈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여서 2차 피해확산에 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구미 봉산리 마을 주민 A(56)씨가 다리를 절기 시작한 건 지난달 27일 사고 이후부터다. 

당시 멜론 밭에서 작업을 하던 A 씨는 100m 떨어진 공장에서 넘어오는 불산 연기를 직격으로 맞았다. 

"불이 나가 연기가 오는 줄 알았는데 매캐한 연기라, 이거 불이 아이다 해서 이카고 있는데 이장님이 대피하라고 방송 해서 나왔지."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 20분 동안 더듬더듬 밭을 벗어나 마을 주민들이 있는 들판으로 합류한 A 씨는 이후 심한 기관지염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을 나오면서부터였다. 6년 전 수술한 왼쪽 다리에 갑자기 이상이 생긴 것. 무릎이 점점 아파오더니 급기야는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 

다리 통증이 심해져 지난 5일 병원을 찾은 A 씨는 결국 "염증이 심하고 연골이 손상돼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왜이카나 하데요. 내 무서워서 불산 까스 마셨다는 얘기는 몬했어요. 의사는 자기가 수술 잘 몬한줄 알고 '나는 수술을 잘 했는데 와이래졌노' 하면서 '할매 수술하게 빨리 병원 오이소' 이카던데. 까스 마셨다고 얘기 해야겠지요?" 평소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1km 떨어진 밭까지 농사를 지으러 다닐 정도로 건강했던 A 씨는 "불산 가스가 다리를 망가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불산 가스가 뼈에도 침투한다니 겁나 죽겠다"며 "이거 내가 다리를 잘라야 되나 생각에 어제는 잠도 안 오고 눈물이 나서 미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문가들은 불산 가스를 코나 입으로 흡입했을 때 호흡기 계통과 폐에 이상이 생기는 것 뿐만 아니라 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학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불산 가스 흡입이 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으로 들어간 불산 가스가 혈액 순환을 통해 뼈에 들어가면 칼슘과 잔응해서 뼈 조직의 손상을 가져온다는 것. 

임 교수는 "가스를 마신 뒤 연골 등 뼈에 이상을 보인 A 씨의 증상이 불산 가스 흡입과 충분히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며 "기존에 있었던 뼈 관련 질환이 가스를 마신 후 악화된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기체 상태의 불산이 하천 등에 흘러들어갔을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2차, 3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임 교수는 "불산에 오염된 물을 정기적으로 마셨을 경우 뼈에 이상이 생기는 사례는 굉장히 많다"며 "이번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2차, 3차 피해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연세대학교가 2006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제출한 에 따르면 사람이 불화수소 가스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심한 저칼슘혈증을 야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은 또 고농도 불산이 식수나 대기중에 공급된다면 치아 부식증과 반점을 야기할 수 있으며 뼈와 신경계의 장기 손상을 가져오는 불소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환경부장관 "불산 잘만 쓰면 괜찮아" 안일한 인식
 

불산 가스 피해가 점차 확대되면서 정부는 8일 구미 봉산리, 임천리 등 불산가스 누출 현장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또 주민들의 건강 피해와 노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민건강영향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오는 2013년 7월까지 건강영향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고 이후 12일 동안 환경부 등 관계당국이 보여준 안일한 인식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불산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6일 토요일 봉산리 마을을 방문한 유영숙 환경부장관은 그대로 말라버린 논과 시커멓게 변한 멜론, 포도를 보며 "농작물, 가축들 피해가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지적에 유 장관은 "불산이 안전하게만 다루면 크게 위험한 물질은 아니다"면서 "전쟁터에서는 매뉴얼대로 따르지 못하듯이 당시 현장 관계자들이 그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정보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열흘만에 현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굳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장관이든 공무원이든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는데 그냥 봐도 괜찮지 않은 상황"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불산이 하천으로 흘러들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3차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하천의 경우 비가 오면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반경 2km 내 오염 물질이 비가 왔을 때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향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상제작]= 노컷TV 민구홍 기자(www.nocutnews.co.kr/tv)

CBS 조혜령 기자

[르포] 불안,공포…사지(死地)로 몰리는 사람들


이글은 노컷뉴스 2012-10-10일자 기사 '[르포] 불안,공포…사지(死地)로 몰리는 사람들'을 퍼왔습니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 현장을 가다 ③] 사지(死地)에서의 하루하루

지난달 27일 순도 99.8%의 불산 가스가 바람을 타고 공장 옆 마을로 흘러들었다. 20톤에 달하는 양이었다. 사고 이후 5명이 사망하고 공장도 잠정 폐쇄됐지만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연기를 마신 소방관, 경찰과 마을 주민들은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원인 모를 발진과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대처는 안이하다. 하루만에 주민 대피령을 해제해놓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CBS는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이후 공장과 그 주변 마을에 드리워진 "재앙의 그림자'와 사지(死地)에 방치된 주민들, 공장 근로자들의 실태를 심층 취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재앙이 시작됐다
2. 감춰진 진실
3. 사지(死地)에서의 하루하루
 4. 예견된 인재...대안은?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몸은 아직 잠에 취한 그대로였다. 구미4단지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정모(36)씨는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 버스에 올랐다. 머리가 띵 하고 정신이 몽롱한 건 이른 아침 출근길의 피로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휴브 글로벌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된 그 시각, 정 씨는 두 블럭 떨어진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 이후 공장은 잠정 폐쇄됐고 공단 사람들도 하나 둘 복귀했지만 김 씨는 예전에 없던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걱정되죠. 대피하란 소리를 늦게 들어서 불산 가스에 노출된 시간이 길었거든요. 불산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게 없으니까...고엽제처럼 나중에 노출된 사람들한테 어떻게 피해가 올지 모르니까 그게 제일 불안해요."


◈불산 내려앉은 공장으로 향하는 불안한 눈빛들 "아파도 출근해야죠"

지난 9일 사고가 난 휴브 글로벌 주위의 공장엔 불산의 '공포가 아직 짙게 남아 있다. 

사고 공장에서 20여m 떨어진 공장에서 작업반장 김모(56)씨가 생석회로 바닥을 문지르며 불산 중화 작업에 한창이었다. 밀대로 바닥을 밀던 김 씨는 사고의 기억까지 지워내려는 듯 힘을 주어 걸레를 문질렀다. 

"그 때도 지금처럼 문을 열고 작업해서 가스를 많이 마셨어. 지금도 머리가 아파요. 다시 공장을 돌리려면 물청소를 해서라도 복구해야지."

구미4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사고 다음날에도 공단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불산이 내려앉은 창문을 맨손으로 닦기도 했다. 

또다시 가스 누출 사고가 날까봐 그만둬야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한다. 

오후 5시가 넘어 대피했다는 김 씨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이유 불문하고 출근하고, 아파도 일을 끝마친 뒤에 아파야 한다"며 종종걸음으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불산 연기 속 출동했던 소방관들 "비난소리 가슴 아프지만 감수해야"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에게도 '그날'의 기억은 불산 연기처럼 뿌옇게 가슴 한켠에 남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불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화학보호복이 있었지만 독성 연기를 마신 사람을 한시라도 빨리 구조하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1차로 현장에 도착한 10여명의 구조대는 공기호흡기만 착용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구조대는 공장 안과 맞은편 ENG 공장 화장실에서 최모(30)씨 등 4명을, 그리고 공장 뒤편 민가로 향하는 수로에서 쓰러진 채 신음하는 이모(49)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독한 불산 연기를 견디며 인명구조를 했지만 사고 이후 돌아온 건 '물을 뿌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여론의 비난이었다. 

"연기가 공장 안이 가득 차 있는 상태라 공기 중에 있는 불산 연기를 중화하는 건 당시로선 의미가 없었어요. 일단 사람을 구조하는 게 중요하니까 시야 확보를 위해 물을 뿌리며 구조를 했죠."

사고 현장에 다녀온 이후 대원들 중 일부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눈이 따가워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주민들의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저희는 공무원이니까 섭섭해도 어쩔 수 없죠. 주민들보다 현장의 대원들이 1차적으로 더 피해를 입었지만 저희를 희생해서라도 구조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당시 불산 누출사고 현장에 투입된 대원은 180명. 하지만 화학보호복 등 장비를 갖춘 대원은 12명에 불과했다. 

"우리에게도 그 곳은 사지(死地)였어요. 죽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산 사람을 구출해야 하는 초를 다투는 상황이었기에 장비를 완벽히 갖출 수도 없었습니다. 보호복 없이 목숨을 걸고 들어가 구조했고 1명을 제외한 4명은 구조 당시에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어요."

"목숨 걸고 일한 대가로 비난을 들었을 때 너무 속상했다"며 어두운 낯빛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한 소방대원은 응급 구조 요청이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구조 현장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CBS 조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