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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6일 토요일

'펑·펑·펑' 계속되는 안전사고, 국민들은 '불안'


이글은 뉴시스 2013-03-16일자 기사 ''펑·펑·펑' 계속되는 안전사고, 국민들은 '불안''을 퍼왔습니다.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근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 구미와 삼성전자 불산 유출에 이어 여수산단 폭발사고 등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삼성 화성사업장·구미 불산 사고 등

14일 오후 8시50분께 전남 여수시 여수산단 대림산업 2공장 HDPE 공장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부터 폴리에틸렌과 플라스틱 제품 등을 생산하는 종합 석유화학기업이다. 

사고 후 현장에서는 안전한 작업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이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잔존가스가 완전히 제거됐는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공사 시간 단축을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5명의 사상자를 냈다. 

불산 누출은 같은 날 오후 2시11분께 발견됐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삼성은 불산누출 부분에 내산봉투를 받쳐두는 임시조치를 한 뒤 같은 날 오후 3시8분께 불산누출 사실을 알렸다.

이후 누출이 계속되자 이 업체는 28일 두 차례에 걸쳐 밸브를 교체하고 보수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산 노출은 계속됐고 결국 작업에 나선 박모(34)가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로 번졌다. 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인재'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앙도시' 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구미는 불산 염소유출에 이어 기름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공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해 마을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달 5일에는 구미시 공단동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11명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7일에는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서부지점의 벙커C유 옥외 유류저장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위험물질 5000곳…원전 23기 등 '불안'


이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전국에 산재한 화학공장과 원전 등의 안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위험물질을 다량으로 취급하거나 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전국 5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에너지'로 불리는 원자력 발전소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전기를 공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23기의 원전이 있다. 이중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 34년, 울진원전 1호기는 25년째인 '노후 원전'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원전의 유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원전을 점차 축소,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새누리당은 안전하게 손을 보면서 사용하자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 불감증과 보여주기식 사고처리가 반복됐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홍모(59)씨는 "잊을만하면 사고가 터졌다는 뉴스가 나와서 불안하다"며 "안전 불감증은 우리나라 고질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방에 화학공장이 많을 텐데 다른 곳에서 또 사고가 터지지 않을지 철저히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5)씨도 "사고가 터지면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고 하지만 그때뿐이 아닌가 싶다"며 "노후한 원전도 많다고 하는데 언제 또 사고가 나올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가장 문제인 것 같다"며 "삼성의 경우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불산 노출여부를 점검을 했어야하고, 여수 대림산업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서 나온 일"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여수산업단지의 경우 예전부터 사고가 반복돼왔다"며 "89년 럭키화확 폭발사고로 17명이 사망했고, 94년에는 유독가스누출 3명 사망, 2000년 효성 폭발 사고. 2003년에도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며 "차단녹지 조성 등의 방안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yo000@newsis.com

2012년 8월 2일 목요일

[사설]KTX 뭐가 문제인지 정말 국민은 궁금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1일자 사설 '[사설]KTX 뭐가 문제인지 정말 국민은 궁금하다'를 퍼왔습니다.

KTX 안전사고가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최근 두 건이나 잇따라 발생했다. 둘 다 핵심 부품의 고장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평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관리 상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잘 보여준다. 찜통더위 속에 승객들은 불안으로 떨어야 했다. 코레일이 그동안 몇 차례나 발표한 KTX 안전관리 대책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레일은 최근의 잇단 사고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안전 불감증을 강하게 질책하자 어제 서둘러 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런 코레일에 신뢰가 통 가지 않는다. 코레일은 일회성·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국민에게 KTX의 안전 운행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총리의 질책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코레일이 이번에 발표한 KTX 안전사고 방지 대책의 핵심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부품을 모두 바꾸고 올해 말까지 ‘한국형 운전취급 및 중정비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주요 부품에 문제가 있으면 제때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형 매뉴얼 작성은 얼핏 보면 뚱딴지같은 말로 들린다. 코레일은 8년 전 프랑스 테제베(TGV)를 도입한 뒤 TGV 중정비 매뉴얼을 적용해 왔으나 한국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프랑스보다 습도가 높고 언덕길이 많아 부품 노후화가 프랑스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는 만큼 교체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면 누구라도 한국형 중정비 매뉴얼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매뉴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만드는 시기에 있다. 코레일이 TGV를 도입한 지 8년이 지나서야 두 나라의 지형과 기후 차이를 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KTX의 안전사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부품의 문제인지, 정비 인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문제인지 정밀 진단할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서는 도대체 코레일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프랑스와 기후와 지형이 달라 부품이 얼마나 조기 노후화되고 있는지도 충분히 검증돼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KTX 승객이 목적지에 내린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일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2012년 6월 24일 일요일

‘숨어 있는 일상’의료사고


이글은 한겨레21 2012-06-25일자 제916호 기사 '‘숨어 있는 일상’의료사고'를 퍼왔습니다.
[기획연재 ‘병원 OTL- 의료 상업화 보고서’ ⑥ 의료사고, 상업화의 그늘]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6800여 명의 두배 넘는 의료사고 사망자 1만7012명… 간호 인력 부족과 전공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주요 원인

» 백혈병을 오래 앓았던 고 정종현군이2009년 8월21일 한국메이크어위시소원별재단이 주선한 행사에서 조훈현 국수와 바둑을 두고 있다. 이듬해 5월 병원을 찾아간 정군는 항암주사를 맞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9일 만에 숨졌다. 병원 쪽은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김영희 제공

젊은 엄마의 목소리는 자주 끊겼다.
지난 6월13일 기자와 통화를 하는 사이 김영희(36)씨의 말은 힘들게 이어졌다. 아들 종현이는 2년 전 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종현이는 6살 때부터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라는 긴 이름의 병을 앓았다. 바둑 두기를 좋아하고, 이라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꼬마였다. 대구에 사는 종현이는 가까운 경북대병원을 찾아 2년 가까이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증상이 가벼운 백혈병이었다. 골수이식을 받지 않아도 항암치료만으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항암치료 도중 갑자기 숨진 아이

2010년 5월19일 밤 10시에도 그랬다. 언제나처럼 병원을 찾아 항암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아이는 머리가 아프고, 엉덩이도 쥐어뜯는 듯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다. 통증은 눈에까지 번졌다. 2시간 뒤에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았다. 마비는 아이의 다리 끝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번졌다. 만 하루가 지나고 나서 아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틀 뒤 의식을 잃었다. 종현이는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죽음의 언저리를 헤매다 5월19일 새벽 1시에 숨을 멈추었다. 어쩌면 평범한 어린아이의 평범한 죽음 가운데 하나였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상했다. 의료진을 채근해도 뾰족한 답을 주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팔을 걷어붙였다. 전문가들을 찾아나섰다. 종현이와 증상이 일치하는 사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9살 꼬마에게 생긴 일은, ‘빈크리스틴’이라는 정맥주사를 척수로 잘못 주사할 때 생기는 증상이었다. 종현이 같은 백혈병 환자들은 척수와 동맥 쪽에 동시에 두 가지 주사를 맞는데, 종종 두 주사가 실수로 바뀌면 생기는 일이었다. 경북대 의료진에서는 “증상이 같다고 과오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 부부는 그해 7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엄마의 말은 무게를 헤아리기 힘들다. “정말 잘 클 줄 알았는데, 너무 아까워서 힘들었어요. 인정할 수 없었어요.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어요.” 현실의 공방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앞서 이런 문제를 바꾸었다면 불행한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제2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죠.” 경북대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답을 준다던 병원은 하루가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병원 관계자는 그제야 답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판결을 기다리겠다.”
종현이의 이야기는 ‘뉴스’가 아니다. 이상일 울산대 교수의 ‘환자 안전의 국내외 동향’ 자료를 보면, 의료사고는 ‘숨어 있는 일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 사망사고가 한 해 3만9109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모두 ‘인재’는 아니다. 이 가운데는 약물 부작용 등 현대 의술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죽음 2만2천 건도 있다. 이 통계를 제외하면 의료진의 크고 작은 실수 때문에 사망하는 인구가 잡힌다. 1만7012명이다. 뒤집어 말하면, 병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잘 갖추었다면 그만큼의 사망은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해 교통사고로 떠나는 생명이 6800여 명이다. 의료사고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세배 가까이 된다. 실감하기 어렵고, 믿기도 어려운 통계다. 추산치의 근거는 무엇일까. 안전사고의 보고 체계가 우리나라보다 잘 갖춰진 선진국의 사고 통계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어림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국립의학연구원은 1999년에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의료사고 사망자 수를 4만4천~9만8천 명으로 추산했다. 이쯤 되면, 일반인이 좀처럼 보기 힘든, 병원의 어두운 얼굴이 윤곽을 드러낸다.


병상 1개당 간호 인력 비율, OECD 평균의 1/5 수준

왜 의료사고가 생길까. 몇 가지 주요한 원인만 짚어보자. 무엇보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 2008년 한양대 의대 간호학과 조성현 교수팀의 논문은 짐작 가능한 가설을 입증해 보였다. 연구진은 국내 236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가 많은 중환자실일수록 사망률이 낮다’고 보고했다. 실태는 절망스러운 수준이다. 2009년 대한간호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국 병원 10곳 가운데 8곳은 정부의 기준에 못 미치는 간호 인력을 갖췄다. 병원 규모별로 살펴보면, 전국 266개 종합병원 가운데 정부의 기준(3.5병상 기준 간호사 최소 1명 상시 근무)을 맞춘 곳은 25.9%에 불과했다. 간호사들이 흔히 3교대로 근무하는 점을 고려하면, 병상 1개당 1명 이상의 간호 인력이 갖춰져야 3.5병상마다 간호사 1명이 24시간 상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대형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또 1224개 중소 병원 가운데 정부의 기준(4.5병상 기준 간호사 최소 1명 근무)을 맞춘 병원은 10%에 불과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부실한 간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2년 자료를 보면, 병상 1대당 간호 인력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0.2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0.99명)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1.36명)이나 영국(1.7명)은 물론 터키(0.38명)보다도 적었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그만큼 간호의 손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박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4~6명, 일본은 환자 수 7명으로 강제하고, 그 규정을 어기면 아예 병원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이 없어 의료 현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은 비용을 절감하려고 간호사를 갖추지 않았고, 정부의 규제도 부실했다는 말이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로 여건도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 2010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42.2%)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또 4명 가운데 1명(26.2%)은 80~100시간 일을 했다. 10명 가운데 7명(67%)은 휴일에도 항상 출근한다고 했고, 응답자 가운데 40.4%는 ‘과도한 업무 탓에 서로 휴가를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전공의들의 낯빛이 늘 유령 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부실한 안전사고 보고 체계

환자 안전사고에 관한 부실한 보고 체계도 문제였다. 2005년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환자에게 중대한 해를 끼친 과오’가 ‘항상 보고된다’고 답한 의료인의 비율은 44.4%에 불과했고, ‘대부분 보고된다’고 답한 비율은 34.1%였다. ‘전혀 보고되지 않는다’라는 비율도 2.4%였다. 설사 병원 내부의 보고 체계가 작동된다고 해도, 그 내용이 환자에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교수와 얘기를 주고받기가 아예 힘들고, 전공의들은 너무 바빠 말을 걸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그나마 전공의가 미달되는 지방 병원 등은 상황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귀한 병원에서 한국의 환자들은 위태롭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기고]정부는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도 민영화' 부활시키려 하는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기고]정부는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도 민영화' 부활시키려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이용시민 안전성은 위협...결국 대기업만 배불려

이명박 정부는 2014년 말 완공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구간을 철도공사가 아닌 민간사업자도 운영할 수 있는 KTX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업체가 수서~부산, 수서~목포간 고속철도운송사업을 2015년부터 운영하게 되면 경쟁으로 인해서 효율성 증진, 매년 2000억 원의 수익 발생, 20% 요금할인 및 수송수요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많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는 철도분할 민영화 방안은 이미 국민의 정부 때 폐기되었던 철도 민영화의 재탕이라고 봐야 한다. 

'철도 민영화 부활', 이유가 있다면 오직 재벌 위한 것

그러면 왜 이제와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철도 민영화를 부활시키려는 것일까? 우선 이명박 정부는 철도공사가 독점적으로 철도를 운영하다보니 내부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수송수요와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서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최근에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09년에는 민자사업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도 폐지되면서 건설대기업들이 새로운 이윤 보장처를 찾게 되자, 이명박 정부가 이윤이 확실히 보장되는 고속철도사업의 민영화를 이들을 위해서 검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첫 번째 근거는 아주 왜곡돼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대기업들의 이윤보장이 유일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철도공사의 영업적자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원인은 과다인력으로 인한 비효율이 아니라 영업이전부터 철도공사가 부담하는 정부의 PSO(Public Service Obligation, 공익서비스부담의무) 미보상액, 선로사용료, 원가미달 운임손실 등 영업적자액의 2배가 넘는 사회적 적자 때문이다. 더욱이 노선별로 분리가 이루어지면 경쟁(분리)으로 인한 효율성이 증가하기 보다는 오히려 규모의 경제가 상실되고 거래비용이 증가해 더 비효율적일 수 있다. 철도산업의 효율성 증진이라는 근거는 잘못되었기 때문에 철도분할 민영화는 결국 대기업들의 이윤보장이라는 타당한(?) 근거 때문에 추진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철도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KTX 분할 민영화 음모 저지를 위한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전사고 증가, 교통기본권 약화, 비정규직 증가 등 피해 우려

그러나 철도분할 민영화가 도입되면 대기업들은 이윤을 많이 얻겠지만 그만큼 국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간사업자들은 수익만을 쫓기 때문에 철도공사처럼 교차보조를 하지 않고 수익노선만 운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교통기본권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철도요금 또한 대폭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철도산업의 특성상, 철도 운영은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데 철도분할 민영화가 이뤄지면 운영주체가 달라서 철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철도는 철도 민영화 이후, 각기 다른 운영주체들 간에 유기적 연계가 이뤄지지 못해서 철도 안전사고가 30%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도 민간사업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업무를 외주화하고 비정규직들을 선호할 것이므로 나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이용시민들의 안전성도 크게 위협 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철도분할 민영화 방안은 철도공사의 비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보다는 오히려 문제점을 더욱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대기업들의 이윤을 확보해주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의 이윤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는 철도공사의 수익을 뺐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그나마 공기업으로서 철도공사가 수행하는 역할이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철도 민영화를 먼저 실시했던 영국과 같이 안전사고가 급증하여 이용시민들의 안전에도 큰 위협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철도분할 민영화는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담보로 대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구실에 불과하므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전 연구원 이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