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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국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30일자 기사 '“국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50) 신부는 산적한 환경․노동 현안과 남북관계 등을 이야기하며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박근혜 정부는 조금이라도 밀리면 52%에서 48%로 된다는 조바심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포용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며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면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쪽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게 아니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랑비가 내리던 28일 오후,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나 신부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성당에서 만났다. 지난 3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새 대표로 선출된 서울대교구 소속 나승구 신부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 서울 신월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지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여전히 안 된 상태고 강정마을에서도 싸움은 계속 진행중이다. 쌍용차 77일간 옥쇄파업 이후 ‘함께 살자’는 호소도 여전하고, 최근 40일 간 공사 중단 결정되긴 했지만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문제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현장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나 신부가 있었다. 왜 그와 사제단은 이 같은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는 걸까. 

왜 사제단이 이같은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는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나 신부는 “우리는 아프고 힘든 사람 옆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가 최전선에 있다고 하는데 그건 최전선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옆”이라며 “여력이 모자라서 모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 갈 수는 없지만 ‘여기는 꼭 있어야 된다’는 곳에 힘을 나눠서 함께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의 경우 ‘천주교에 세뇌당해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발언도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 신부는 “직접 주민들을 만나보고 공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할머니들이 어떻게 막는지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나 신부는 “주민 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거나 변화시키거나 세뇌시킨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분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약하고 힘든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서 신앙인들의 시작이 있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 통일이 너무 멀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 이야기해서 일단 화해하게 만들고 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풀어나가는게 대화의 기본”이라며 “이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통일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북에서 제안한 ‘6.15 민족공동행사’의 민간차원 개최를 우리 정부가 거절한 것에 대해 “민간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는 통일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과거 민주정부라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통일은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런건 정권유지를 위한 통일정책들로, 통일을 하려는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자식 간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는 현재 한국사회가 ‘정신가치를 따를 것이냐, 자본가치를 따를것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있다’고 봤다. 그는 “부모자식 간에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자손들이 재산 때문에 다투고 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간다”며 “소위 말하는 ‘경제만 살리면 정신을 죽여도 된다’는게 이미 많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40년~50년전만해도 이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많이 자살하지 않았고. 이렇게 많이 형제들이 싸우지 않았다”며 “가치의 전도가 우리를 굉장히 황폐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를 굉장히 정신없이 사는 좀비처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신부는 우리가 제자리를 좀 찾길 바랐다. 그는 발전이라는 가치만을 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뒤로 땡기자는게 아니라 발걸음에 좀 여유를 갖자는 것”이라며 “내 마음을 둘러보고, 그렇게 할 때 진짜 인간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선의의 동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나 신부는 “사실 용산 때도 강정 때도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해준다는 것에 놀랐다”며 “그런 걸 볼 때 ‘우리나라의 양심이 살아있구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왜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관심을 갖는가.

당장 우리가 밀양에도 가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기 때문이다. 한전이나 언론은 일방적으로 당장 전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공사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 사회는 송전탑 공사로 인해 사람이 파괴되고 마을이 황폐화되고, 평생 살아온 고향에서 원주민들이 사는게 불가능해지는 일들을 너무 쉽게 허용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밀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개발과 발전과정에서 이뤄진 일방적인 개발의 문제다. 자극은 너무 큰데 반응은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너무 부당하다. 주변 사람들이 그 이야기 나눠서 해주면 그 분들께 더 도움이 될 것이고, 일방적 처사들이 가져올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전 전 부사장이 “밀양 주민들이 천주교, 반핵단체에 세뇌당했다”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 모든 일들이 이런 생각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 분들이 생각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이거다. 자기의 계획대로 하고 그게 안되면 누군가에게 탓을 미루는 거다. 그 일이 돼야만 한다는 전제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 사고 속에서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또 있기도 하다.

직접 주민들을 만나보고 공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할머니들이 어떻게 막는지 직접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을 실행하거나 권력을 갖고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엊그저께 페이스북에 밀양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올라왔다. ‘월급이 2천만원이나 밀렸다’고 하더라. ‘할머니들이 방해해서 공사를 못했다’고 했다. 한전 책임자들은 그 내용을 고려할까? 한전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그 내용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

한전에 있는 많은 하청회사 중 ‘한백’이라는 하청회사는 계약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무리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전은 ‘나는 할머니들에게 손을 안댔다’며 어떤 폭력이 벌어져도 아무 생각 없이 자행되게 놔둔다. 있는 자가 없는 자들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그 가운데서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그분의 발언에 여실히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밀양의 주역들은 활동가도 아니고, 우리가 늘 ‘할배, 할매’라고 부르는 그분들이다. 그분들의 판단에 우리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그게 저희들이 소위 말하는 우리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다. 그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거나 변화시키거나 세뇌시킨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분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약하고 힘든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서 신앙인들의 시작이 있다.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정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한다. 예를 들어 ‘국민소득을 몇 만불 올리겠다. 수출을 얼마나 하겠다’ 목표를 세운다면 이게 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국민들을 위해서다. 그런데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국민들을 괴롭힌다면 이게 올바른가? 이 부분에 대한 명백한 재고가 없다면 정부가 국민들을 압살하는 폭행의 주범이 된다. 그런 정부라면 필요도 없고 없어져야한다. 정부도 역시 보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을 봤으면. 그들과 현장은 너무 먼 곳에 있다.

강정마을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강정도 밀양과 아주 흡사하다. 해군이 해군기지를 세우겠다는 열망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냈다. 현장에서 해군들이 어떻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짓게 됐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마을을 송두리째 찬성과 반대로 갈라놨는지. 정말 현장에서 보지 않고 일하는게 확실하다. 그들의 사고방식 안에는 자기들이 목표하는 해군기지가 세워지면 다 끝난다. 일만 끝나면 ‘다른건 알바 아니다’라는게 있다. 한 마을에서 8년 동안이나 같은 문제를 갖고 ‘아니라’고 얘기할 때는 뭔가가 있다는게 아닌가? 그 이유를 아무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강정마을에 계신분들은 그야말로 제주도라는 섬에서 또 하나의 섬에 살고있다.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릴 때 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고 어느 정권도, 심지어는 독재정권이라고 부르는 정권에서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되면서 통일에 조금 가까워졌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는 통일이 너무 너무 멀어졌다. 물론 사람들은 ‘북핵 때문이다’ ‘북한의 호전적인, 말도 안되는 막무가내’ ‘3대세습 때문’ 등을 얘기한다. 하지만, 대화를 하려면 파트너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어떻기 때문에 나는 못한다’는건 스스로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은 정권유지의 이용거리이지 민족의 염원이라든지 이런건 그들 생각에는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통일부나 국가의 책임있는 기관에서 북한에 대해 얘기할 때 ‘참 예의없이 얘기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이 있는데 중재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한 쪽의 잘못을 부각시킬 것인가? 서로 이야기해서 일단 화해하게 만들고 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풀어나가는게 대화의 기본이다. 근데 이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통일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 얼굴이라도 보자 대화를 나누자. 종교인들끼리 만나서 통일 이야기 못할 수 있지만 작은 통일을 이뤄나가면. 그렇게 하나씩 할 때 통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너무 통일조차도 돈으로 환산을 많이 한다. 개성공단도 금강산관광도 돈의 문제로 풀려고 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해야한다.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는 건, 민족들 안에서 허전함이 늘 있다. 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들이 선행될 때 비로소 거기서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북에서는 ‘6.15 민족공동행사’를 민간차원에서 하자고 했는데, 이게 잘 안됐다. 어떻게 보는가.

과거에 민주정부라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통일은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런건 정권유지를 위한 통일정책들이다. 득이 되면 하고 안되면 치워버리려 한다. 이건 통일하려는 생각이 아니다. 민간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는 통일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아슬아슬하게 정국을 꾸리면서 반쪽으로 살아가고 있다. 반쪽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게 아니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52%에서 48%로 된다는 조바심이 아니라 포용하고 끌어안으면서 그런 차별을 없앤다면,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면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질 것 같다. 굳이 그 분이 독재자의 딸이라든지 그런 말은 하기 싫다. 현장에서 정말 잘한다면 칭찬해주고 싶다. 근데 박수 받을 길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 입에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해서 시원해 할 수는 있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굉장히 불행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제2차 바티칸 정신의 구현이라고 보면 된다. 1962년~1965년 사이에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하는 세계 교회의 전체 회의가 열린다. 65년에 제 2차 바티칸 문헌이 발표된다. 천주교회가 2천년 역사동안 살아오면서 하나님만 보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우리 곁에 고통 받고 어려워하는 이웃들,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 것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민청학련 사건이 생겼다. 독재시대에 이렇게 고통 받는 형제들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여덟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형장 이슬로 사라져 가는데 우리가 어찌 교회 안에서 기도만 하겠느냐. 그분들의 아픔과 괴로움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선언하게 됐다. 그 때부터 세상의 아픔을 갖는 신부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게 1974년이었고. 뜻이 있고 사명이 있는 친구들이 해를 거듭하면서 활동하기도하고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일부에선 ‘사제단에서 지속적인 정치적 활동을 하고있다’ ‘방식이 시위 형식이다’ 등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프고 힘든 사람 옆에 있을 뿐이다. ‘와락’의 정해신 박사는 ‘쌍용차 희생자들은 사지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한 발만 떼면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 사람들 옆에 누군가 옆에 있어만 준다면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지점이 우리가 있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최전선에 있다고 하는데 그건 최전선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옆이다. 우리가 여력이 모자라서 모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 갈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여기는 꼭 있어야 된다는 곳에 힘을 나눠서 함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떤 일의 해결사는 아니다. 역사를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늘 져왔다. 우리는 이기고 지기 위해서 싸움이나 투쟁을 하는게 아니다. 사람이 거기 있어서 가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 분들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랄 뿐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시대정신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가치를 따를 것이냐, 자본가치를 따를것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있다. 이미 많이들 자본의 가치로 넘어갔다. 한참 전부터 개탄해왔다. 부모자식 간에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자손들이 재산 때문에 다투고. 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간다. 소위 말하는 ‘경제만 살리면 정신을 죽여도 된다’는게 이미 많이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권 시기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권 시기 이런게 엄청 많았다. 경제만 살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도 좋다.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의 전도가 우리를 굉장히 황폐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를 굉장히 정신없이 사는 좀비처럼 만들 것이다. 40년~50년전만해도 이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많이 자살하지 않았고. 이렇게 많이 형제들이 싸우지 않았다. 발전이라는 가치에 그런 걸 하나씩 팔고있다. 마치 그림자를 팔아버린 인간처럼.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한 마디 제언한다면.

버려서 치우는게 아니라 내버려두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자리를 좀 찾아서 살면 좋지 않을까.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발전한다는 것에 대한 너무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그야말로 창조적일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창조가 아니라 쥐어짜기다. 창조는 없는데서 만드는 건데, 지금 이야기하는 창조는 없는 것을 쥐어짜서 하고있다. 뒤로 땡기자는 건 아니라 발걸음을 좀 여유를 갖자. 내 마음을 둘러보고, 그렇게 할 때 진짜 인간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추가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선의의 동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사실 용산 때도 강정 때도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나와서 함께 해준다는 것에 놀랐다. 신자가 아닌 경우도 있고 신자인 경우도 있는데, 그런걸 볼 때 ‘우리나라의 양심이 살아있구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싶다. 그래서 한편으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분노로 싸우는게 아니라 선의로 싸울 때 좀 더 아름다운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이상돈 "국민들, 이미 '靑비서실 안되겠다' 판단"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4일자 기사 '이상돈 "국민들, 이미 '靑비서실 안되겠다' 판단"'을 퍼왔습니다.
"우리 정부가 美연방법원에 서게될듯. 아주 망신살 뻗쳐"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이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14일 윤창중 성추행과 관련, "어떻게 보면 예고된 것이 아닌가 한다. 청와대 참모진의 구성으로 봤을 때 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던 거라고 본다"고 질타했다.

이상돈 전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심하고 참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의 문제점으로 "구성원들이 서로 유대감, 이 정권을 꼭 성공시켜야 되겠다는 끈끈한 각오, 이런 것이 과거 정부에 있었던 참모진과는 좀 정도가 낮고, 국정경험이 있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치 문제에 대해서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드물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 같이 인사가 잘못됐다. 저는 대통령께서도 자존심에 상당한 큰 상처를 입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근원적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윤창준 전 대변인과 이남기 홍보수석 경질 정도로 파문을 수습하려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 본인의 어떤 판단을 떠나서 이미 우리 국민들께서 볼 때는 기준에서 볼 때 청와대 비서실이 신뢰를 상실하지 않았나? 이미 국민들이 볼 때 저 청와대 비서실은 안 되겠다 라는 판단이 이미 다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결국에는 대통령께서도 좀 점진적으로 인적의 쇄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번에 청와대 대변인들은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대변인단이다, 이런 얘기가 이미 언론계에서 다 아는 말이 아니냐. 그래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이미 그 대변인들한테서는 기대를 접은 것 같더라. 저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나올 것도 없고 물어봐도 아무것도 모른다, 이렇게 아예 인식이 돼 있으니까 미국 가서도 저 대변인한테는 전화 걸 필요도 없고 아무 용도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할 일 없이 한가하게 술판을 벌인 게 아닌가, 이런 짐작이 된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사실은 대변인 두 사람 중에서 이번에 사고 낸 한 사람뿐 아니라 대변인 전체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라며 "정부의 홍보라는 것은 언론을 통한 것 아니냐. 이 정부의 홍보라인이 처음부터 완전히 마비가 됐다는 것이고 서투른 이런 그러한 대변인들한테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봉급을 줬단 말이죠. 한심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윤창중 성추행의 중차대성과 관련해선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걸 떠나서 제일 중요한 것이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 고위공무원이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범죄행위"라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미 미국법에 여러 가지 어떤 문제의 수렁에 빠진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이게 정확히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와대 고위직이나 또는 주미대사관 등등 우리 한국 고위공무원, 말하자면 윗선에서 윤창중씨를 좀 미국 경찰 수사를 또는 체포를 피해서 도피시키고 이런 데 관여했다면 저는 이것이 미국법상 이른바 사법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많지 않겠나, 이렇게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법방해죄는 성추행보다 더 무거운 범죄"라며 "잘못을 한 것보다 잘못을 은폐하려는 것이 미국 법에서는 훨씬 무겁다. 닉슨도 그것 때문에 그게 탄핵에서 가장 큰 사유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하나는 윤창중씨는 이 사건 당시에 한국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고위공무원이었다. 따라서 한국 정부 자체의 법적 책임, 이런 이른바 손해배상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미국은 미국 내에서 워낙 외국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외국 정부 또는 외국 정부의 공무원이 미국 시민에 대해서 불법행위로서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 미국 시민이 피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한 바가 있다. 그것이 '외국주권면제법'"이라며 "그 법률에 의해서 피해자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그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윤창중씨가 아니라 우리 정부 자체가 외국주권면제법에 의해서 연방법원의 피고로 서는 거다. 아주 망신살이 뻗히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청와대가 윤창중 사태 재발방지대책으로 해외순방 매뉴얼을 만들기로 한 데 대해서도 "좀 우습지 않겠나? 얼마나 미성숙하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이런 매뉴얼까지 필요한가 하는 그런 비아냥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며 "성숙된 사람들 경험있는 사람들 같으면 그런 게 필요 없다고 하겠죠"라고 힐난했다.


박정엽 기자

정미홍 "윤창중이 성폭행해 죽이기라도 했나"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3일자 기사 '정미홍 "윤창중이 성폭행해 죽이기라도 했나"'를 퍼왔습니다.
"언론과 국민이 너무 삼류", 홈피 다운

KBS 아나운서 출신의 극우인사인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가 윤창중 성추행을 옹호, 성난 네티즌들의 융단폭격으로 홈피가 다운되는 등 비난을 자초했다.

정 대표는 13일 오전 동아일보 종편 (채널A)에 출연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고 지극히 경범죄로 신고된 사안인데 성폭행해서 그 사람을 목 졸라 죽이기라도 한 분위기"라며 "이게 미친 광기가 아니고 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상위 10% 안에 드는 상위 국가인데 반해 이런 사안이 터졌을 때 언론이 대응하는 방법이나 국민들이 소문을 만들고 진실에 접근하려는 태도 이런 것들이 너무 삼류"라고 언론과 국민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윤창중이 평소에 그런 일이 있을 때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다"며 "키가 165센티미터에 예순이 다 되신 분이다. 4박5일 바쁜 일정에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고 이랬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정황적으로 너무 과장되게 흘러가는 게 안타깝다"며 윤 전 대변인을 적극 감싸기도 했다.

그는 앞서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직후인 11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기자회견을 보니 그가 잘못한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라며 "출장중에 과음하지도, 젊은 여성 희롱한 적도 없지 않은가. 참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기 쉽다. 사악하고 이상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윤 전 대변인을 옹호했다.

그는 12일에는 "윤 전 대변인께서는 허위사실 유포 확산하는 언론과 종북 세력들 모두 법적 처벌 및 민사배상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며 "사이비 언론인, 거짓말 유포하는 논객들 걸러낼 기회"라고 법적 대응을 부추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19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합니다. 기억합시다"라고 주장해, 이재명 성남시장으로부터 고소되기도 했던 극우인사다.

그의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당신 딸을 윤창중과 같은 방에 집어넣어 봐라" 등 맹비난했고, 급기야 그의 더코칭그룹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변희재씨만은 트위터를 통해 "정미홍의 말은 진실을 찾는 노력없이 인격살인을 통한 장사에만 골몰한 언론을 비판한 겁니다. 그러니 언론이 정미홍마저 죽이러 달려드는군요"라며 정 대표를 적극 감쌌다.


심언기 기자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朴대통령 "국민에게 실망 끼쳐 송구"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3일자 기사 '朴대통령 "국민에게 실망 끼쳐 송구"'를 퍼왔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대국민사과, 이남기 수석 회의 불참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윤창중 성추행과 관련,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될 불미스런 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끼쳐 송구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미 기간중 발생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과 관련, 이같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들 마음에 큰 상처를 끼친 데 사과 드린다"며 인턴 여성과 재미동포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또한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로, 한 점 의혹 없이 사실 관계가 밝혀져야 한다"며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며 미국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세우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다.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혀 이번 일로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회의에 임했으며,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날 회의에 불참해 박 대통령이 사실상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영섭 기자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윤창중, 그대도 국민이면 이건 꼭 해라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11일자 기사 '윤창중, 그대도 국민이면 이건 꼭 해라'를 퍼왔습니다.
[제안] 윤창중, 속죄하는 마음으로 꼭 해야 할 일


“대통령 전용 특별기에 타고 있어야 할 사람이 조그만 손가방 하나 들고 초라한 모습으로 입국심사대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분명히 다시 봐도 청와대 대변인이었거든요.”
8일 오후 1시35분 워싱턴 달라스 공항을 출발해 9일 오후 4시 55분 대한항공 KE 094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목격한 공항 관계자의 말이다. 방미 외교사절단으로 대통령을 수행했다가 성추행 혐의로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줄행랑치듯 혼자 급거 귀국한 것이다.
‘6성급 호텔에서 20대 여성과’? 온 국민이 놀랐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성범죄 신고가 미국 경찰에 정식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 경찰이 작성한 사건보고서에 의하면 윤 전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인 미국 국적의 한국계 젊은 여성에게 성추행을 한 장소인 W호텔(W Washington DC)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 장소인 ‘호텔 룸’ 출입시간 등에 대한 규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행장소로 추정되는 'W Washington DC' 호텔

언론 보도만으로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직원이 호텔 룸으로 불려간 시간이 7일 밤 9시 30분이라는 보도가 있는 반면, 8일 새벽 6시 경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찰에 신고한 시각도 8일 0시 30분, 8일 아침 경, 8일 오후 12시 30분 등 제각기다. 경찰이 윤 전 대변인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가 미국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누가 어떤 식으로 손을 썼는지도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놀랍고도 한심한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체통이 땅에 떨어졌다. 외교사절로 대통령을 수행한 핵심 관계자가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호텔 룸에서 술을 마시고 젊은 여성을 성추행를 했다니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일이다. 초유의 사건을 접한 외신들도 ‘윤창중 사건’을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다.


▲외신 보도 - 로이터통신

국가 망신, 앞으로 관건은 수사 진행
앞으로 관건은 수사진행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나뉜다. 미국 수사기관이 한국정부에 ‘한미범죄인 인도조약’(1999년 체결)에 따라 도주한 혐의자의 신병을 넘겨달라고 요구해 올 수 있다. 미국 수사당국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체포영장을 첨부해 한국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구하면 법무부가 검찰에 인도심사 청구를 명하게 되고 서울고법이 인도 심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신병 인도를 요청하려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의 법체계가 한국과 다르고 각 주마다 관련 법 조항도 제각각이어서 미국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준이라면 워싱턴 DC법상 ‘경범죄(misdemeanor)’에 해당할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1천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구류형에 해당돼 신병 인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워싱턴 경찰이 작성한 '범죄사실보고서'

문제는 미국 수사기관이 신병인도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상당 부분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혐의자를 한국에 둔 채 미국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시공간적인 제약이 따르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형사사법공조조약’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조약이 체결된 국가 간에는 수사와 재판 기록 뿐 아니라 범죄에 사용된 증거, 전과 기록, 출입국 내역, 현지 참고인 진술 등 신병 인도를 제외한 범죄 관련 모든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윤창중 한국에서 버틴다면 수사 진행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이 조약에 따라 한국 수사기관이 미국 수사기관을 대신해 윤 전 대변인을 서울에서 조사할 수 있다. 미국은 현지에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조사가 끝나면 미국 측이 서울 측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토대로 최종판단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도 국내에서 수사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친고죄에 해당하는 성범죄다. 강제추행·강간죄 등은 피해자 본인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친고죄 폐지가 다음달 19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친고죄 조항에 적용받는다.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이다. 게다가 외교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 경찰에 범죄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한 이상 추가로 한국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윤 전 대변인이 한국에서 버티는 상태라면 미국 수사당국이 취할 수 있는 수사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거나, 한국 수사기관과의 수사공조를 통해 양쪽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신병 인도’ ‘수사공조’, 모두 부담 크고 이미지 손상 불가피
그러나 두 가지 방식 모두 많은 논란과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신병 인도 방식의 경우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윤창중 추문’은 국가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건이다. 오래 끌고 갈수록 국가와 국민에게 손해일 뿐이다.
‘신병 인도’는 일종의 강제 구인이다. 신병 인도 절차까지 가게 되면 한국정부에 돌아올 국제사회의 비난이 만만찮을 것이다. 초유의 성추행 범죄자를 은닉한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한미 수사공조 방식도 마찬가지다. 시간도 걸리고 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사 진행에 따라 어느 정도 대외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해 박근혜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성추행을 하고 도주한 범인을 내놓지 않고 보호해 주는 모양새가 돼 정부로서는 아무런 명분을 내세울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최선의 방법은 윤 전 대변인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수사에 응하는 것이다. 그래야 외교적 마찰이나 국가의 체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초유의 성추행 범법자인 윤 전 대변인 스스로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미국 가 수사 받는 것, 이게 그나마 최선
“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눈만 뜨면 성폭행, 성추행하는 ‘미친놈’들에 관한 뉴스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색누리당으로 난리쳐가던 8일 만인 16일에야 나온 박근혜의 첫 언급은 ‘先 규명 後 조치’다. 기가 막힌다.”
김형태 의원의 성추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윤 전 대변인이 이와 관련해 쓴 글이다. ‘김형태 성추문’에 목청 높여 욕설을 퍼부었던 그다. 자신의 ‘추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이쯤에서 필자도 한 마디 하겠다.

윤창중 씨, 초유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당신 같은 ‘미친놈’ 때문에 온 국민이 스트레스 팍팍 받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충격으로 뒤집어 놓고 몰래 비행기 타고 도망질 쳐 귀국한 후 한 말이 ‘만지기는 했어도 성추행은 아니다’라니요? ‘선 규명, 후 조치’라도 가능할 수 있도록 당장 당신의 범행 장소인 워싱턴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으십시오. 국민들 정말 창피해서 못살겠습니다.

육근성

2013년 5월 9일 목요일

이상돈 "MB정권 처벌? 국민이 정의 원하니 당연"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13-05-08일자 기가 '이상돈 "MB정권 처벌? 국민이 정의 원하니 당연"'을 퍼왔습니다.

"MB가 왜 4대강에 그토록 집착했는지, 의혹 밝혀내야"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9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인 것 역시 하나회 척결, 전두환 대통령 구속 등으로 국민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덕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철저한 MB 청산을 주문했다.

8일 (주간경향)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전 교수는 국민 지지도가 높아지려면 지난 정권의 과오나 실패에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국민들은 정의와 진실을 원하니까 당연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특히 4대강사업 의혹과 관련, "4대강의 경우 생태계 등 환경문제도 중요하지만 왜 4대강에 그토록 집착했는가를 따져 각종 의혹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4대강 사업에 정부에서 22조원, 수자원공사에서 8조원 등 33조원 이상의 돈이 들었다. 국방비로 환산하면 아파치헬기 36대 구입비가 1조8천억 원 정도이니 33조원이면 얼마나 큰 액수냐. 또 이건 경제처럼 상황에 따라 양적 완화나 긴축을 하는 유동적 문제가 아니라 가장 명백한 과학의 문제다. 왜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토목계의 전문가까지 1년 만에 정반대의 의견을 냈는지 이제라도 그 과정과 배경을 규명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니까”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번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참 걱정스럽다. 과장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장관을 시키고, 기자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전직 언론인을 대변인으로 내세우고..."라며 "인사는 정권의 컬러와 의지를 내보이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김영삼 정부 때는 개혁성향의 특보를 뒀고, 한완상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천용택 이종찬 김중권 등을 포진시켜 안정감을 주는 데 성공했고, 노태우 정권 초기 내각에도 무게감 있는 강영훈 총리가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개혁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두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점은 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부정부패를 안 할 사람, 사심 없는 사람이란 신뢰를 받는다는 거다. 정치인이 그런 신뢰를 받기가 얼마나 힘드냐"며 "부정적인 면은 인사계통이나 의사결정과정이 걱정스럽다는 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여러 가지 국정 현안의 검토사안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반영되는지도 의심스럽고, 대통령이 참모나 장관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하고 경청을 해서 결정을 내리는지도 모르겠다"며 "MB 때는 첫 내각에서 여성부나 환경부 등 솔직히 주요 부처가 아닌 장관이 부적격으로 판명되었지만, 이번엔 총리를 비롯해 국방, 법무 등 주요 부처 장·차관 후보가 낙마했고,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들의 경우엔 최악의 인사라는 평을 듣잖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첫째 훌륭한 인재를 기용하고, 둘째 각료들이나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하고 국민들과 잘 소통해서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이 불통의 이미지를 벗으려면 무엇보다 기자회견을 자주 해야 한다. 국민 소통 창구가 언론이니까요"라고 조언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은 각료와 참모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때론 눈을 감고 들어서 레이건이 회의 중에 잠잔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레이건, 여기 잠들다’란 팻말을 붙여야겠다며 웃어넘겼죠. 또 기자들의 송곳 같은 질문에도 유머로 답해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했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주력해야 할 개혁으로는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인내를 요청해서 공공분야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칼을 휘둘러야죠. 우리 정부 부채가 900조원인데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이에요. 각각의 공기업이 과연 필요한가부터 논의돼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분야의 개혁과 대학교육 개혁을 우선과제로 삼아야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국정원 내부고발자 국민이 지켜야 할 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1일자 기사 '“국정원 내부고발자 국민이 지켜야 할 때”'를 퍼왔습니다.
[기고]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국정원 댓글녀 행위, 비밀 지켜줘야 할 정당한 직무 아니다

불과 1주일 전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여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데 이어 국정원 내부고발자가 파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필자는 여기 강도가 있다고 소리치는 사람만 처벌되고 오히려 강도들은 재물을 강탈하고 나서도 활개치고 당당하게 다니는 거꾸로 된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분노하면서 내부고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몇 자 의견을 적고자 한다.

일명 ‘댓글녀’라고 불리는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전직 직원을 통해 민주당에 제보했던 직원에 대해 국정원은 비밀누설 금지와 전직 직원 접촉 금지 등 국정원 직원법 위반을 적용해 최고 수위의 중징계인 파면 조처를 내렸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그리고 이에 협조한 또 다른 직원 2명을 징계조처 했다. 국정원의 이러한 조치는 내부고발이 발생했을 때 조직이 취하는 전형적인 행태다.

국정원은 고발의 대상이 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발자를 추악한 범죄자, 인간쓰레기로 매도하면서 비밀누설이니 정치관여 위반이니 하는 실정법을 들이대어 처벌하고자 덤벼든다. 이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고발 내용보다는 고발자 개인으로 돌림으로써 문제를 덮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에게 내부고발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잠재적 고발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불법행위에 눈 감도록 하는 나쁜 조직논리를 강요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보한 ‘댓글녀’ 직원의 행위는 국정원법에 근거한 정당한 직무수행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비밀이 아니며 당연히 누설해서 안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제보 과정에서 설령 국정원 직원으로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법과 법이 충돌할 때 사회적으로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국가기관, 특히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는 보다 큰 법적 가치에 충실하고자 했던 행위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은 뒤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에 지금 요구되는 것은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적반하장격인 징계와 형사고발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제기한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가 되는 국정원의 대선여론조작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 처벌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떨어뜨린 것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증진보다는 정권유지와 자신들의 입지 보장을 위해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인 음지 속 세력이다. 이런 사실을 지금이라도 직시하고 진정으로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기관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최근 행태는 의혹을 오히려 은폐하고자 하고 내부고발자 징계를 통해서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고, 경찰 수사 역시 신뢰를 담보하기에 어렵기 때문에 즉각적인 국정조사가 요청된다.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처벌의 대상은 내부고발 직원들이 아니라, 이들이 제기한 대선개입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2년 전 (한겨레21)의 1990년대 이후 대표적 공익신고 사건 36건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12건(31.5%)만 비리혐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반면 아예 사법당국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10건(26.8%)이나 되었다. 그리고 45명 공익신고자 가운데 20여명은 오히려 파면·해임당한 반면 비리혐의자 10명은 오히려 승진했다고 한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호루라기재단

한밤중에 옆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사실 도둑 수준이 아니라 강도 수준이지만, 이 사실을 목격한 내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대신 신고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찰에 지쳐할 때 옆집에서 “사람 살려”라는 고함소리가 나 현관을 박차고 들어가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도둑이 도망가게 되었다고 해서 뒤늦게 출동한 경찰이 달아난 도둑은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왜 야밤에 남의 집을 부수고 들어갔느냐 하면서 나를 처벌하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이제 우리 자화상의 얼굴을 바꿀 때가 됐다.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자 한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봤을 때 여기 정의롭지 못한 것이 있다고 호루라기를 부는 것에서 정의는 시작한다’고. 그리고 누군가가 그렇게 불어제친 정의를 우리가 지켜줄 때 그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지금은 국정원의 내부고발자들이 우리가 지지해줄 이들이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 media@mediatoday.co.kr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암 걸려도 걱정 말라더니, 박근혜 국민 속였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2일자 기사 '암 걸려도 걱정 말라더니, 박근혜 국민 속였나?'를 퍼왔습니다.
[시험대 오른 박근혜 복지‧下] 말 바꾼 4대 중증질환 공약

복지 공약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10년 '무상급식' 이후 야권의 이슈였던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박 당선인은 자신의 이슈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정치 감각을 선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관련 공약이 휘청거린다. 특히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이 두 가지 간판 공약이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가 급하다보니 공약이 졸속으로 제시된 데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고 복지 정책이 새 정부 국정운영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는 것이 불편한 일부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당선인 주변에 뚝심있는 '복지 전도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박 당선인에게 돌아간다. 복지 정책에 대한 체계화된 이해와 그에 따른 실천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물음이다. 시대적 화두인 복지 문제가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축소·왜곡 조짐을 보이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식어간다. 박 당선인이 이런 안팎의 저항을 견뎌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편에 이어 4대 중증질환 치료비 국가 보장 공약의 속내를 살펴본다. 편집자

설 나흘 전인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 수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인수위는 공약 취지에 맞게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드리는 4대 중증 질환 공약 이행 계획을 수립 중이다"는 것이 전부였다.

인수위가 언급한 '공약 수정 보도'란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지칭한다. 이날 언론들은 '인수위가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혜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본인부담금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험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거의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때문에 인수위의 보도자료는 이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것으로 비쳤다. 마침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인수위에서 그같은 결정을 내린 바가 없음을 공식 확인한다"며 보도를 부인한 다음이었다.

그러나 2시간 후,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수정해 다시 발송한다.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며 "공약의 취지는 질병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보장하는데 있으며, 필수적 의료서비스 외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적용되는 법정본인부담금 제도는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장치로 보장성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담금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다.

ⓒ연합뉴스

인수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부분은 단지 '공약 수정이 아니다'라는 뜻이었던 셈이다. 왜? 원래 공약이 아니었기 때문이란다. 인수위는 "당선인도 보도자료와 언론 답변 등을 통해 이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대선 전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보낸 보도자료를 발췌해 첨부해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자료나 언론사의 정책질의답변, 당선인의 후보 시절 유세 연설 내용과 TV 방송연설, 야당 후보와의 TV토론 등에서 나온 발언들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과연 그렇게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었을까?

4대 중증질환 관련, 박 당선인의 공약집 내용 및 발언 내용

△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 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 (박근혜 대선후보 공약집, 2012.12.10.)

△ 후보는 간병비가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 간병비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며, 이는 진료비나 급여,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음. 다만,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 상급병실료와 간병비와 같은 환자의 부담이 큰 항목에 대해 재원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분명히 밝힘. (박근혜 대선후보 보도자료, 2012.12.18.)

△문재인 : 간병비는 보험 대상이 되나?박근혜 : 치료비에 전부 해당이 되니까 그런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문재인 : 지난번에는 기본급여는 해당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박근혜 : 왜요? 비급여를 커버해서 거기에 대해 100% 책임진다고 했다.문재인 : 그런 간병비, 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전환하는 데에도 1조5000억으로 충당(가능)하나?박근혜 : 네.문재인 : 어떻게 충원하나, 암 질환만 갖고도 1조5000억인데?박근혜 : 암 질환만 1조5000억 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3차 대선후보TV토론, 2012.12.16) △ 암이나 중풍 같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하여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가정경제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 (박근혜 대선후보 서울 코엑스 유세 연설, 2012.12.15.) △ 병원비 때문에 가장 경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암과 같은 4대 중증 질환은 100% 건강보험이 책임을 지도록 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선후보 서울 마천시장 유세 연설, 2012.12.7.)이같은 박 당선인의 발언을 '현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주사비 등에 한해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되, 선택진료비와 간병비, 4인 이하 병실료 등은 지금처럼 알아서 각자 부담해야 하고, 본인부담금도 유지된다'라고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지는 의문이다.

'4대 중증질환 공약'의 현주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이 중요한 것은 중증환자 발생시 가계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가장 큰 항목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인 김종명 내과의사는 지난 4일 (프레시안) 기고에서(☞바로보기) "암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의 법정본인부담률은 현재도 5~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암질환의 보장률은 현재 70.4%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높은 비급여 진료비 비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암질환의 비급여진료비 항목 비중은 선택진료비 34.6%, 병실료 14.4%, 치료재료비 11.4%, 처치수술료 10.4%, 주사료 8.3%, 초음파 6.6% 등이다.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드는 암 진료비 가운데 본인 부담분이 30%나 되고, 그 가운데 절반을 선택진료비와 병실료가 차지하는 것이다. 한 달200만 원 수준인 간병비는 아예 비급여진료비에서도 빠져 있는 비보험 비용이다.

암을 포함한 '4대 중증질환'으로 넓혀 봐도 비슷하거나 더 나쁜 형편이다. 4대 중증질환 전체의 건보 보장률은 2010년 기준 71.4%(2009년 67.8%)다. 병종별 보장률은 심장질환 69.2%, 뇌혈관질환 66.1%, 희귀난치성질환 74.6% 등이다. 이들 질환의 비급여진료비 가운데 선택진료비와 병실료 비중을 보면 심장질환 환자의 경우 선택진료비가 41.4%, 병실료가 10.4%로 나타나 암과 마찬가지로 50%를 넘었고, 뇌질환의 경우 각각 33.1%-12.2%(선택진료비-병실료), 희귀난치성질환은 28.1%-14.2%였다.

이 때문에 김종명 운영위원은 "(선택진료비, 병실료, 간병비 등) '3대 핵심 비급여'를 제외하겠다는 것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약속에서 약간 후퇴하는 정도가 아니다. 사실상 공약 폐기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예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 실천 방안이란 뭘까? 일부 언론에 따르면 현재 비급여 진료비로 돼 있는 치료재료대, 검사료, 주사료, 고가 표적항암치료제 등의 약제비와 같은 일부 항목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200~400만 원(소득하위 50%는 200만 원, 50~80%는 300만 원, 상위20%는 400만 원)인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액의 경우 최소 50만 원~최대 500만 원으로 구간을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과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에 따라 더 가난한 사람이 더 적게 부담하는 구조다.

이 방안대로라면 환자 부담은 얼마나 경감할까? 복지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를 빼고 나머지 모두(식대, 주사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치료재료대, MRI, 초음파, 기타)를 급여화해도 (의료비 보장률이) 현재의 75%에서 80% 정도(로 높아지는) 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5개 의료단체들의 연대체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도 "3대 비급여가 빠진 '전액국가보장' 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며 "대부분의 중증질환 환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며 남은 재산을 팔아 의료비를 대게 되는 이유는 3대 비급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당선인의 말 바꾸기는 예견된 일?

하지만 박 당선인의 이러한 '말 바꾸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4대 중증질환 100% 무료 공약에서 3대 비급여 부분이 빠진 것을 두고 대폭 선회한 후퇴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공약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막대한 돈이 들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했다는 게 이유다.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부담액이 2010년 기준으로 6조3000억 원에 이르는데, 4대 중증질환을 100% 보장하려면, 지금보다 국가부담이 50% 가량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건강보험료 인상은 없음을 누차 강조했다. 복지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마련임에도 이에 대한 해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셈이다.

더구나 이 공약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 계획도 미흡했다. 실제 지난 달 1일 통과된 2013년 예산안에는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박 당선인 계획대로라면 4대 중증질환을 위해 올해 최소 84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에 대한 예산 책정은 없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의지가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다.

이번 공약 수정으로 박 당선인 복지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정책은 큰 시각에서 '무상의료'가 아닌 '선별의료'다. 특정 질병에 한해 100% 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 진료비(비급여 포함)가 500만 원 이상인 고액 진료비 환자 중 45%가 일반 질환 환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55%가 중증질환을 앓지 않는 환자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들 55%를 배제한 공약인 셈이다. 참고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제시한 100만 원 상한제 공약은 질병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에 무상의료에 거의 접근했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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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복지국가로 가는 교두보

그간 무상의료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마뜩잖으나 첫 술에 배가 찰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은 "아쉽긴 했으나 3대 비급여 부분을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무상의료로 가는 교두보로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박 당선인의 공약을 평가했다.

하지만 비급여 부분이 빠지면서 중간단계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성명서을 통해 "4대 중증 질환처럼 특정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는 보편을 원칙으로 하는 건강보험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형평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과의 보장률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렇게 한계가 있는 공약이지만 그럼에도 의료비 부담의 주범인 3대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고 중증 질환부터 단계적 실현방안을 제시한다면 지지부진했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기다 지금 비중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새로 만들어지는 비급여 항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종명 운영위원은 "수천가지나 되는 비급여 항목은 병원에서 작위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지 않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은 현재 1~2인실 등 6인 이하 병실료나 특정 의사를 지정해 진료를 받는 선택 진료비를 비롯해 600여 개에 이른다. 김 위원은 "인수위는 여기서 몇 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은 병원에서는 지속해서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이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포기함으로써, 의료 복지로 가는 최소한의 교두보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냉랭한 여론, 임기 내내 발목 잡을 듯

이유야 무엇이든 3대 비급여의 급여화 공약 포기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듯하다. 이명박 정부도 5년 임기 내내 반값 등록금 거짓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더구나 '약속은 지킨다'을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기에 그 여파는 이전 정부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덜 하진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는 설 연휴(9~11일)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재하는 분과별 국정 과제 토론회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순께 100개 안팎의 국정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정 과제에는 그동안 박 당선인이 국정 과제 토론회에서 강조했던 복지와 직접 연관된 정책들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 관련 핵심공약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이 원상 회복되지 못할 경우 새 정부는 여론의 상당한 질타를 감수하고 출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재훈 기자,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