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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6일 토요일

'기업살인법' 제정 시급해 산재사고율 OECD국가 중 한국 3위


이글은 레디앙 2013-03-15일자 기사 ''기업살인법' 제정 시급해 산재사고율 OECD국가 중 한국 3위'를 퍼왔습니다.

14일 밤 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다시 한번 ‘기업살인법’ 또는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현장에서 사업주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거나 산업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른데도 사업주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법이 없어 사업주의 태만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건만 보더라도 2010년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이 작업중 용광로에 빠져 사망했으며, 2012년 9월에도 전북 정읍시 제3산업단지에서 용광로가 뒤집혀 현장에서 근무하던 2명의 노동자가 쇳물을 뒤집어쓰고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가족들은 무리한 업무와 기계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용광로에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규탄 회견 자료사진(사진=참세상)

2012년 8월 LG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로 8명의 노동자가, 9월에는 구미 휴브글로벌 폭발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같은 달 양주 신도시 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가 트럭에 깔려 사망하고, 영월 석회광산에서는 중장비에 치여 1명이 사망했다.
공사현장이 붕괴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하며, 부동액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가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도 많다.

OECD 국가중 산재율 한국 3위…영국이 제일 낮아기업살인법 도입하면 산재사고비율 낮아져

이같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을 때 해당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강력히 처벌해 더이상 산재사망사고를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한국은 2011년 기준 산재를 당한 근로자가 9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가 2천1백여명으로 하루에 247명이 다치고 6명이 사망했다. OECD 25개국 중 터키와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3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해 9월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과 노동건강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 따르면 2011년 주요 산재 사망 사건의 형량은 대부분 벌금형이었다. 현장소장이나 하청회사가 몇 백만원의 벌금만 낼 뿐, 원청 회사가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2012년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 회견 모습(사진=노동건강연대)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노동자 사망사고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나 사업주 준수 의무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사고 발생시 의무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 없기 때문에 법의 효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산재율이 가장 낮은 영국의 경우 산재사망을 단순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을 위반하는 경우 기업은 1년 총매출액중 2.5%에서 10% 범위 내의 벌금을 내야 하며, 법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에는 벌금 상한선은 없다. 벌금 이외에도 해당 기업은 범죄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 언론에 광고해야 한다.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는 2011년 2월 지반 침하로 노동자가 숨긴 사건이었는데, 법원 해당 기업에 벌금 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기업과실 치사 및 기업살인법’ 제정을, 민주노총 또한 같은 내용의 ‘산재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5일 낮 2시 여수 폭발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제도를 도입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By 장여진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기초노령연금 2배 약속, 어떻게 지키는 게 옳은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2일자 기사 '기초노령연금 2배 약속, 어떻게 지키는 게 옳은가?'를 퍼왔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현재 아버지 세대인 나는 지금 70대 중후반을 넘긴 할아버지 세대인 내 부모님 세대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와 그 이전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시기,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이고 어려운 시기를 살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현재의 할아버지 세대가 빈곤의 늪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의 노인자살률 불러

노인빈곤율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가구 중에서 중위 가구소득 절반 미만의 소득자 비율을 의미하는 상대빈곤의 개념이다. 2011년도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대빈곤율은 14.6%였고, OECD 30개 국가들의 상대빈곤율 평균은 10.6%였다. 양자 사이에 차이가 별로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인 노인빈곤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45.1%였고, OECD 30개 국가들의 평균은 13.5%였다. 3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즉, 우리나라와 OECD 평균을 비교해보면, 전체 상대빈곤율은 (14.6% : 10.6%)인데, 노인빈곤율은 (45.1% : 13.5%)였던 것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할아버지 1명이 자살할 때 우리나라 할아버지는 5명이나 자살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인자살률이 높은 것은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가 넘는 노인빈곤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난하고, 외롭고,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몸이 아프면 점차 우울해지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경과를 밟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대판 고려장을 겪는 노후불안이 극심한 나라가 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사회에 노후불안에 대한 정치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초노령연금 2배 증액’ 대선 공약의 배경이 되었다.  

공적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중요한 이유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퇴직을 하는데, 이때 근로소득의 상실은 일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은퇴 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원이 필요하다. 각 개인이 자산이나 저축을 통해 스스로의 노후를 감당하거나 가족이 부양을 떠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자는 시장적 방식이므로 여기에서 성공한 노인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으므로 한계가 뚜렷하고, 가족구조와 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가족의 부양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개인과 가족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민연금(공무원과 군인 등의 경우에는 특수직역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다. 이 둘이 우리나라의 공적 노후소득보장 제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소중한 제도이다. 특히, 저소득 가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제도가 잘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큰 자랑거리이다. 가령, 1999년 가입자들 중 월 소득 50만원인 사람은 ‘낸 보험료 총액 대비 받게 되는 연금총액’을 의미하는 수익비가 4인데 비해, 150만원인 사람은 수익비가 1.9이고, 360만원인 사람은 1.4이다. 

또, 우리의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현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의 정신을 제도에 충실하게 잘 반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보험설계사들도 자사의 연금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국민연금이 가장 훌륭한 연금보험이라면서 먼저 여기에 가입하라고 권할 정도이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세대 간 연대’ 덕택이다. 가령,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 중에서 1938년 출생자는 수익비가 4.54이고, 1948년 출생자는 수익비가 3.61이고, 1963년 출생자는 2.24이며, 1990년 출생자도 수익비가 2.02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민연금의 몇 가지 문제점들

국민연금은 몇 가지의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평균소득 40년 가입기준으로 70%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기금고갈의 우려로 몇 차례의 개혁을 거치면서 1999년에는 60%로 낮아졌고, 2008년에는 50%로 낮아졌다. 2009년부터 매년 0.5%씩 낮아져 202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진다. 둘째, 국민연금의 미성숙으로 인해 아직도 65세 이상 노인의 약 66%는 공적연금의 수혜자가 아니다. 셋째, 국민연금 납부예외자의 비율이 전체 대상자의 약 30%에 달하여 사각지대가 매우 넓고,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보았듯이,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재분배 효과를 내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고, 무엇보다 후세대로부터의 소득이전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런데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인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기간이 짧아서 넓은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면 국민연금이 이들을 제도적으로 더욱 소외시키는 것이 된다. 지금 가난한 사람들이 장차 노후에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함으로서 공적 노후소득보장에서 아예 벗어나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의 중요성과 인수위의 연이은 실수

우리에겐 단기간에 노인빈곤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일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이 없는 노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했거나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설사,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더라도 그 금액이 월 20만원도 안 되는 경우에는 개인적인 노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것만으로는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수준(2012년 94,600원)이 너무 낮아 일생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애쓰신 어르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2013년에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적 운영을 위한 (국민연금법)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인상 약속이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몇 차례의 잘못을 저질렀다. 첫 번째 잘못은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약 10%)를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2012년 현재 최고 94,600원을 지급하던 것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약 7:3의 비중으로 재원을 분담하였는데, 이를 조세로 조달하던 보편적 성격의 수당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에 필요한 재원 약 10조 원 중에서 3-4조 원 정도를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가져다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인수위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거셌다.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천명하였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찬반의 논란이 있겠으나, 내가 단호하게 반대한 핵심적인 이유는 한 가지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의 훼손’이 그것이다. 2060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불안감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각별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최소화되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미래 적립금’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돌발적인 정책 제안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되면 그만큼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이 강화된다. 2012년 현재 국민연금의 총보험료가 28조 원인데 비해, 민간생명보험의 총보험료는 90조 원이라고 한다. 최근 수년 사이에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민간보험보다 높다는 인식과 국가가 국민연금의 급여를 책임진다는 사실이 점차 확산되면서 신뢰가 증대되고 있긴 하지만, 신뢰의 훼손은 한순간의 일이다. 이렇게 정치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전액 조세방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두 번째 잘못은 국민행복연금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여부와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의 월 수령액에 차등을 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것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기초연금과 관련한 인수위의 연이은 실책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되었고, 실제로 이것 때문에 지난 2월 한 달간 임의가입자의 수가 7223명이나 감소하였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의가입자 수는 2009년 약 3만6천 건에서 2012년 약 20만7천 건으로 7배나 증가했으나, 지난 달 탈퇴자 수의 급증으로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왜 이렇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려고 애쓸까? 지난 대선 때 약속한대로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자니 재정 부담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을 국민연금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훼손할 뿐 아무런 실익도 없다. 국민연금 가입여부뿐만 아니라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받는 식으로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에 차별을 두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가능성이 큰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에게 구조적인 불이익을 주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올바른 해법은?

박근혜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은 잘못된 부분이 있고, 결코 완전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관철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보다 강행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고집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훼손되었고, 기초연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갈등만 증폭시켰다. 잘못된 공약을 그대로 실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된 공약이거나 또는 우선순위가 뒤떨어지는 공약임에도 문자 그대로 실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공약의 취지는 충분히 살리되,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현실적인 방식으로 공약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초노령연금 2배 공약의 실천과 관련하여 어떠한 식으로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여금을 가져다가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한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뿐만 아니라 초대 복지부장관도 약속하였으므로 반드시 조세를 통해 기초노령연금의 소요재원을 모두 마련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여부와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의 차등을 두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하위 70%를 기준으로 나누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여기에 국민연금 가입여부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 노인가구의 소득에는 국민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 등의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소득뿐만 아니라 퇴직연금(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률이 86.5%임)이나 개인연금 등의 사적 노후소득까지 모두 포함하고, 여기에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 재산의 소득환산액까지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포괄적 의미의 노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하위 70%에게는 20만 원을 지급하고, 그 이상 소득계층의 일부에게는 약간의 금액을 차등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더라도 단기간 내에 이를 그대로 지킬 필요는 없다. 나는 상위 10-20%의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에게까지 기초노령연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할 수도 있겠고, 하면 좋겠으나, 이는 우선순위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확충하는 데 있어서 세금을 기초로 한 보편적 현금급여 보다는 현물급여인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확충에 압도적으로 우선순위가 높게 주어져야 한다. 부유한 노인에게 지급할 현금은 보육과 의료 등 사회서비스의 실질적 보편주의를 구현하는 데로 돌려지는 게 옳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 제시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적 운영은 관리운영의 통합에 그쳐야 한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제도의 미성숙과 낮은 급여수준으로 인해 상대빈곤율이 OECD 국가들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정상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소득자산조사를 통해 70%의 노인을 선별하여 조세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보편적 노인수당이다. 여기서 소득하위 70%를 선별하기 위한 소득자산조사는 국민연금 소득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적 소득이 다 포함된다. 

그러므로 기초연금의 지급대상과 지급금액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연금과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 소득은 노인가구의 전체 소득 중 일부일 뿐이며, 특히 고소득 노인가구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공단으로 넘겨서 관리운영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고, 이를 “국민행복연금”이라고 명명해도 무방하겠으나, 어설프게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재정적으로 통합하거나 급여체계를 연동하려는 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잘못된 생각이다. 

셋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장기형 공공임대주택 등 노인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기초노령연금 2배 증액 공약을 여야 후보 모두가 내놓게 된 이유는 심각한 노인빈곤 때문이었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소득보장의 측면에서 기초노령연금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소득에 비해 노인의 지출에서 의료와 주거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경제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40%로까지 낮아질 것이고, 이를 높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므로 올바른 해법은 의료서비스 등 보편적 복지의 강화를 통해 노인가계의 실질적인 지출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상이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교수

원문보기 :  www.welfarestate.net/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한국 복지 지출, OECD 30개국 중 29위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6일자 기사 '한국 복지 지출, OECD 30개국 중 29위'를 퍼왔습니다.

한국의 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6일 공개한 ‘2012년 OECD 공표로 본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9.4%로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였다.

꼴찌는 멕시코(GDP 대비 8.2%)다. 한국의 지출 비중은 OECD 평균(GDP 대비 2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프랑스 32.1%, 덴마크 30.2%, 독일·이탈리아 27.8%, 일본 22.4% 순이었다.

한국은 복지 지출 가운데 ‘가족 지출’(한부모 가정이나 양육·사회생활을 병행하는 여성 등에게 지원하는 돈)이 0.8%에 불과할 정도로 특히 낮았다. 이 부문의 OECD 평균은 GDP 대비 2.6%다. 노령인구에 대한 복지 지출 역시 OECD 평균은 40%지만 한국은 25%에 불과했다.

한국이 복지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은 지원방식 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큰 프랑스, 독일과 같은 나라는 수급자들에게 현물보다 현금을 지원하는 비중이 높다. OECD 회원국들의 현금 급여 비중은 평균 12.6%인 데 반해 현물 지원 비중은 9%였다. 그러나 한국과 멕시코 같은 사회복지 지출 ‘꼴찌 국가’들은 현물 급여 지출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복지 지출 증가율은 20년간 연평균 16.6%로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었다. 이는 그동안 절대적인 지출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증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고경환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복지국가가 발전되기 이전에는 현물 급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가족 지출은 가족부양 시스템의 악화로 연결되는 만큼 가족기능 회복과 사회통합의 기초 마련을 위해 앞으로 우선 투자돼야 할 부문”이라고 밝혔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세금 거의없는 저소득층도 “세금폭탄”…재분배 효과 잘몰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11일자 기사 '세금 거의없는 저소득층도 “세금폭탄”…재분배 효과 잘몰라'를 퍼왔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나]
 ⑤ 유석철씨 부부의 세금 이야기

한해 재산세 20만원이 전부이고
근로소득세도 전혀 안내지만
“세금 너무 많다” 왜곡된 인식 커
노령연금은 월 9만4천원 수령

한국 조세부담률 19.8%로
OECD 평균 25% 크게 밑돌아
낮은 세부담 혜택은 부자몫
소득 불균형 문제 ‘증세’로 풀어야

서울 중랑구에 사는 유석률(가명·69)씨가 한 해 동안 내는 세금(직접세)은 대략 20만원 수준인 재산세뿐이다. 절대 액수로 많아 보이지 않음에도 “세금이 너무 많다”는 말이 입버릇으로 굳어져 있다. 유씨의 부인 이영숙(가명·64)씨는 “없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백화점 식당가에서 1주일에 4일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월수입이 60만원 수준이어서 근로소득세 납부 대상에선 제외돼 있다.남편 유씨는 늦게 신고된 호적 탓에 지난해부터 매달 9만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두달치 노령연금이 일년치 재산세에 버금가지만 유씨의 눈엔 세금과 노령연금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들어오지 않는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돈을 내면 다시 돌아오잖아. 고용보험은 2년 전엔가 할멈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타먹었지만 세금은 돌려받는다고 생각 안 해.”주변의 노인들도 비슷한 생각이란다. 이씨는 “세금 하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저소득층마저 ‘세금 폭탄론’의 편에 서는 기이한 현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왜곡된 인식 탓에 세금폭탄이 서민들한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2일 오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 당원들이 ‘무상급식은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하며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상대적으로 부유한 기업과 개인에게서 더 많이 걷어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세금의 기본 구조다. 유씨 부부가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경제민주화가 부부의 납부 세금과 깊게 관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에도 이런 내용이 잘 담겨 있다. 헌법 119조2항엔 국가의 역할 중 하나로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설령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결과로 소득이 극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재분배 수단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유씨가 그리 불편해하는 세금이다.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세금의 재분배 기능이 아주 미약한 게 현실이다. 유씨가 노령연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돈”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조세와 이전지출(실업수당 등)’로 인한 소득의 불평등(지니계수 기준) 감소 정도는 2008년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31.3%)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이러한 낮은 소득재분배 효과는 세금을 적게 걷어 조금 돌려주는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씨가 2010년까지 8년 동안 한 기업체 연수원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월 100만원, 부인 이씨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전환하기 전 종일제로 월 120만원씩 벌 때도 부부는 소득세를 내본 기억이 전혀 없다. 유씨 부부처럼 월급을 받으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계층은 전체 근로자의 40%에 이른다. 이는 미국·일본·캐나다 등의 20% 안팎에 견주면 높은 수치다.유씨 부부보다 형편이 나은 중산층은 어떨까? 식품 가공업체 간부인 류아무개(41)씨는 서울 강북에 약 100㎡ 크기의 중형 아파트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급여 총액 5456만원 가운데 2.3%인 125만원을 근로소득세로 낸 그는 “솔직히 세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낮은 세부담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자다. 우리나라에서 조세가 소득 불평등도를 거의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도 결국 부자들이 내는 세금의 몫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010년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상위 10%는 평균 소득이 1억300만원에 이르지만, 소득의 11.1%를 세금으로 냈다.글로벌 세금 전문 자문업체인 케이피엠지(KPMG)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화 10만달러(약 1억114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실효세율(소득세/소득)은 1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부자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최고세율(38%) 대상자는 근로소득자 1430만명 가운데 3만여명뿐이다.이렇게 세금을 내는 사람도 적고, 그나마 내는 사람도 적게 내는 구조는 낮은 조세부담률(조세/국내총생산)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약 25%보다 크게 낮다. 현 정부 들어서 감세로 조세부담률은 이전 정부 때보다 낮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를 추진하면서 “혜택의 70%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감세의 정당성을 옹호했지만,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지난 4년간 약 64조원에 이르는 감세 혜택의 60% 이상이 대기업과 부자의 차지였다”고 말했다.

( *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혜택이 컸다. ‘가난한 개인, 부자 기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의 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소수 재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들의 세부담은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 15조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 중 약 11.9%만을 세금으로 냈다.강병구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이는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24.2%)은 물론 ‘최저한세율’(공제·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할 최소한의 세율) 1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해 실제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오이시디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유씨 부부는 없는 살림에 당장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하면서도, 부자들도 더 낸다면 ‘증세’를 꺼리지 않겠다고 했다. 부인 이씨는 “있는 사람이 더 낸다면 우리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세금을 ‘복지’로 되돌려받는다는 전제에서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세금 거의없는 저소득층도 “세금폭탄”…재분배 효과 잘몰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11일자 기사 '세금 거의없는 저소득층도 “세금폭탄”…재분배 효과 잘몰라'를 퍼왔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나]
 ⑤ 유석철씨 부부의 세금 이야기

한해 재산세 20만원이 전부이고
근로소득세도 전혀 안내지만
“세금 너무 많다” 왜곡된 인식 커
노령연금은 월 9만4천원 수령

한국 조세부담률 19.8%로
OECD 평균 25% 크게 밑돌아
낮은 세부담 혜택은 부자몫
소득 불균형 문제 ‘증세’로 풀어야

서울 중랑구에 사는 유석률(가명·69)씨가 한 해 동안 내는 세금(직접세)은 대략 20만원 수준인 재산세뿐이다. 절대 액수로 많아 보이지 않음에도 “세금이 너무 많다”는 말이 입버릇으로 굳어져 있다. 유씨의 부인 이영숙(가명·64)씨는 “없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백화점 식당가에서 1주일에 4일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월수입이 60만원 수준이어서 근로소득세 납부 대상에선 제외돼 있다.남편 유씨는 늦게 신고된 호적 탓에 지난해부터 매달 9만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두달치 노령연금이 일년치 재산세에 버금가지만 유씨의 눈엔 세금과 노령연금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들어오지 않는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돈을 내면 다시 돌아오잖아. 고용보험은 2년 전엔가 할멈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타먹었지만 세금은 돌려받는다고 생각 안 해.”주변의 노인들도 비슷한 생각이란다. 이씨는 “세금 하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저소득층마저 ‘세금 폭탄론’의 편에 서는 기이한 현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왜곡된 인식 탓에 세금폭탄이 서민들한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2일 오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 당원들이 ‘무상급식은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하며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상대적으로 부유한 기업과 개인에게서 더 많이 걷어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세금의 기본 구조다. 유씨 부부가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경제민주화가 부부의 납부 세금과 깊게 관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에도 이런 내용이 잘 담겨 있다. 헌법 119조2항엔 국가의 역할 중 하나로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설령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결과로 소득이 극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재분배 수단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유씨가 그리 불편해하는 세금이다.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세금의 재분배 기능이 아주 미약한 게 현실이다. 유씨가 노령연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돈”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조세와 이전지출(실업수당 등)’로 인한 소득의 불평등(지니계수 기준) 감소 정도는 2008년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31.3%)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이러한 낮은 소득재분배 효과는 세금을 적게 걷어 조금 돌려주는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씨가 2010년까지 8년 동안 한 기업체 연수원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월 100만원, 부인 이씨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전환하기 전 종일제로 월 120만원씩 벌 때도 부부는 소득세를 내본 기억이 전혀 없다. 유씨 부부처럼 월급을 받으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계층은 전체 근로자의 40%에 이른다. 이는 미국·일본·캐나다 등의 20% 안팎에 견주면 높은 수치다.유씨 부부보다 형편이 나은 중산층은 어떨까? 식품 가공업체 간부인 류아무개(41)씨는 서울 강북에 약 100㎡ 크기의 중형 아파트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급여 총액 5456만원 가운데 2.3%인 125만원을 근로소득세로 낸 그는 “솔직히 세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낮은 세부담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자다. 우리나라에서 조세가 소득 불평등도를 거의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도 결국 부자들이 내는 세금의 몫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010년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상위 10%는 평균 소득이 1억300만원에 이르지만, 소득의 11.1%를 세금으로 냈다.글로벌 세금 전문 자문업체인 케이피엠지(KPMG)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화 10만달러(약 1억114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실효세율(소득세/소득)은 1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부자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최고세율(38%) 대상자는 근로소득자 1430만명 가운데 3만여명뿐이다.이렇게 세금을 내는 사람도 적고, 그나마 내는 사람도 적게 내는 구조는 낮은 조세부담률(조세/국내총생산)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약 25%보다 크게 낮다. 현 정부 들어서 감세로 조세부담률은 이전 정부 때보다 낮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를 추진하면서 “혜택의 70%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감세의 정당성을 옹호했지만,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지난 4년간 약 64조원에 이르는 감세 혜택의 60% 이상이 대기업과 부자의 차지였다”고 말했다.

( *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혜택이 컸다. ‘가난한 개인, 부자 기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의 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소수 재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들의 세부담은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 15조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 중 약 11.9%만을 세금으로 냈다.강병구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이는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24.2%)은 물론 ‘최저한세율’(공제·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할 최소한의 세율) 1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해 실제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오이시디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유씨 부부는 없는 살림에 당장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하면서도, 부자들도 더 낸다면 ‘증세’를 꺼리지 않겠다고 했다. 부인 이씨는 “있는 사람이 더 낸다면 우리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세금을 ‘복지’로 되돌려받는다는 전제에서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를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GDP 대비 비중 OECD 4위’ 교묘한 통계 내세워 법인세 낮추라 압박…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낮아 오히려 올려야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야 하는 이슈가 한국에는 참 많다. 국제적으로 비교만 해봐도 결론이 뻔한데 기득권 세력의 힘과 그들을 대변하는 나팔수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다. 세상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꼴찌 수준인 나라에 어떻게 ‘복지 포퓰리즘’ 딱지를 붙인단 말인가. 생활필수품도 제대로 못 사는 저소득층에게 사치하지 말라는 꼴이다.

» 지난해 11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회장단이 ‘법인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높다’는 주장을, 최근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따라 읊조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속성장으로 과세대상·소득이 늘어서

법인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법인세율 부담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 나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OECD 4위이니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몇 년 전부터 떠들더니 이제는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까지 이런 근거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악의적 왜곡과 심각한 논리적 오류의 산물이다.
따져보자.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1) 과세 대상자가 늘거나 2) 과세대상 소득이 늘거나 3) 세율이 올라가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는 법인세 세율이 올라가는 것(세제상 나타난 명목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혜택 등이 줄어 실질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것을 포함)을 말한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과 교묘히 등치시킨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은 것은 세율이 높아서라기보다는 1), 2)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통계연보에 수록된 1982년 이래 2010년까지 법인 수는 17.9배 늘어났다. 그런데 그사이 이들 법인이 가져가는 국민처분가능소득의 몫은 65.7배 늘었고, 법인세 과세소득 금액은 83.9배 늘었다. 하지만 과세금액은 52.5배 느는 데 그쳤다. 그사이 1개 법인당 과세소득 금액은 4.7배 늘었지만, 1개 법인당 과세금액은 2.9배 느는 데 그쳤다. 즉, 평균적으로 법인세 과세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과세액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해 과세 대상자가 늘고 과세 대상 소득이 크게 늘어서지 세율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정확히 나타내주는 지표는 말 그대로 실효 법인세율이다. 실효 법인세율은 나라마다 달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명목 법인세율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4.2%로, OECD 34개국 가운데 21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13개국은 자본을 유치해야 먹고사는 아일랜드·아이슬란드 같은 도시형 국가거나 헝가리·폴란드·슬로베니아 등 과거 동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일본과 미국 등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법인세율은 높은 편이다.

외국에선 개인소득도 한국에선 법인소득 간주

명목 법인세율이 이렇게 낮은데,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역대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 덕이 크다. 실제로 에서 볼 수 있듯 국세통계연보의 수치로 분석해본 2010년 기준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명목 세율보다 훨씬 낮은 16.56%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경련이나 기재부, 박근혜 후보 등의 관심 대상인 5천억원 이상 42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과세소득 수백억원대 중견기업이 내는 실효 법인세율보다도 낮다.
이처럼 한국 개별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오히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거치며 OECD 국가 가운데 일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당초부터 법인세율이 낮았던데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올린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한국이 법인세율을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대기업들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고, 명목 법인세율을 누진 구조로 일정하게 올릴 여지도 있다. 실제로 5천억원 이상 법인 42개 기업이 수백억원대 중견기업 수준의 세금만 내도 2010년 기준 약 9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이 대기업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을 비교할 때 중요한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로 잡히는 상당 부분의 소득이 미국·독일·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개인소득으로 잡힌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S-corporation)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소득은 개인소득세로 잡힌다. 그런데 이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 등의 기업이 숫자로는 70%, 세수 비중으로는 30~40%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세부 회사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두 법인세수로 잡힌다.
이 때문에 OECD 비교통계에서 GDP 대비 한국의 법인세액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개인소득세액은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순위는 지금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액의 비중 차이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안 나 조금만 비중이 늘거나 줄어도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전경련 주장 그대로 읊조리는 대선 후보

결론적으로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으니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 비교통계상의 맹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몇 년 전부터 전경련 등에서 나오던 주장을 이제 기재부 장관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편인가, 재벌 대기업들의 편인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2012년 6월 24일 일요일

‘숨어 있는 일상’의료사고


이글은 한겨레21 2012-06-25일자 제916호 기사 '‘숨어 있는 일상’의료사고'를 퍼왔습니다.
[기획연재 ‘병원 OTL- 의료 상업화 보고서’ ⑥ 의료사고, 상업화의 그늘]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6800여 명의 두배 넘는 의료사고 사망자 1만7012명… 간호 인력 부족과 전공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주요 원인

» 백혈병을 오래 앓았던 고 정종현군이2009년 8월21일 한국메이크어위시소원별재단이 주선한 행사에서 조훈현 국수와 바둑을 두고 있다. 이듬해 5월 병원을 찾아간 정군는 항암주사를 맞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9일 만에 숨졌다. 병원 쪽은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김영희 제공

젊은 엄마의 목소리는 자주 끊겼다.
지난 6월13일 기자와 통화를 하는 사이 김영희(36)씨의 말은 힘들게 이어졌다. 아들 종현이는 2년 전 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종현이는 6살 때부터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라는 긴 이름의 병을 앓았다. 바둑 두기를 좋아하고, 이라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꼬마였다. 대구에 사는 종현이는 가까운 경북대병원을 찾아 2년 가까이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증상이 가벼운 백혈병이었다. 골수이식을 받지 않아도 항암치료만으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항암치료 도중 갑자기 숨진 아이

2010년 5월19일 밤 10시에도 그랬다. 언제나처럼 병원을 찾아 항암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아이는 머리가 아프고, 엉덩이도 쥐어뜯는 듯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다. 통증은 눈에까지 번졌다. 2시간 뒤에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았다. 마비는 아이의 다리 끝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번졌다. 만 하루가 지나고 나서 아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틀 뒤 의식을 잃었다. 종현이는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죽음의 언저리를 헤매다 5월19일 새벽 1시에 숨을 멈추었다. 어쩌면 평범한 어린아이의 평범한 죽음 가운데 하나였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상했다. 의료진을 채근해도 뾰족한 답을 주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팔을 걷어붙였다. 전문가들을 찾아나섰다. 종현이와 증상이 일치하는 사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9살 꼬마에게 생긴 일은, ‘빈크리스틴’이라는 정맥주사를 척수로 잘못 주사할 때 생기는 증상이었다. 종현이 같은 백혈병 환자들은 척수와 동맥 쪽에 동시에 두 가지 주사를 맞는데, 종종 두 주사가 실수로 바뀌면 생기는 일이었다. 경북대 의료진에서는 “증상이 같다고 과오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 부부는 그해 7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엄마의 말은 무게를 헤아리기 힘들다. “정말 잘 클 줄 알았는데, 너무 아까워서 힘들었어요. 인정할 수 없었어요.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어요.” 현실의 공방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앞서 이런 문제를 바꾸었다면 불행한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제2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죠.” 경북대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답을 준다던 병원은 하루가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병원 관계자는 그제야 답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판결을 기다리겠다.”
종현이의 이야기는 ‘뉴스’가 아니다. 이상일 울산대 교수의 ‘환자 안전의 국내외 동향’ 자료를 보면, 의료사고는 ‘숨어 있는 일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 사망사고가 한 해 3만9109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모두 ‘인재’는 아니다. 이 가운데는 약물 부작용 등 현대 의술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죽음 2만2천 건도 있다. 이 통계를 제외하면 의료진의 크고 작은 실수 때문에 사망하는 인구가 잡힌다. 1만7012명이다. 뒤집어 말하면, 병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잘 갖추었다면 그만큼의 사망은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해 교통사고로 떠나는 생명이 6800여 명이다. 의료사고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세배 가까이 된다. 실감하기 어렵고, 믿기도 어려운 통계다. 추산치의 근거는 무엇일까. 안전사고의 보고 체계가 우리나라보다 잘 갖춰진 선진국의 사고 통계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어림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국립의학연구원은 1999년에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의료사고 사망자 수를 4만4천~9만8천 명으로 추산했다. 이쯤 되면, 일반인이 좀처럼 보기 힘든, 병원의 어두운 얼굴이 윤곽을 드러낸다.


병상 1개당 간호 인력 비율, OECD 평균의 1/5 수준

왜 의료사고가 생길까. 몇 가지 주요한 원인만 짚어보자. 무엇보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 2008년 한양대 의대 간호학과 조성현 교수팀의 논문은 짐작 가능한 가설을 입증해 보였다. 연구진은 국내 236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가 많은 중환자실일수록 사망률이 낮다’고 보고했다. 실태는 절망스러운 수준이다. 2009년 대한간호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국 병원 10곳 가운데 8곳은 정부의 기준에 못 미치는 간호 인력을 갖췄다. 병원 규모별로 살펴보면, 전국 266개 종합병원 가운데 정부의 기준(3.5병상 기준 간호사 최소 1명 상시 근무)을 맞춘 곳은 25.9%에 불과했다. 간호사들이 흔히 3교대로 근무하는 점을 고려하면, 병상 1개당 1명 이상의 간호 인력이 갖춰져야 3.5병상마다 간호사 1명이 24시간 상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대형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또 1224개 중소 병원 가운데 정부의 기준(4.5병상 기준 간호사 최소 1명 근무)을 맞춘 병원은 10%에 불과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부실한 간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2년 자료를 보면, 병상 1대당 간호 인력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0.2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0.99명)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1.36명)이나 영국(1.7명)은 물론 터키(0.38명)보다도 적었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그만큼 간호의 손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박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4~6명, 일본은 환자 수 7명으로 강제하고, 그 규정을 어기면 아예 병원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이 없어 의료 현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은 비용을 절감하려고 간호사를 갖추지 않았고, 정부의 규제도 부실했다는 말이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로 여건도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 2010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42.2%)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또 4명 가운데 1명(26.2%)은 80~100시간 일을 했다. 10명 가운데 7명(67%)은 휴일에도 항상 출근한다고 했고, 응답자 가운데 40.4%는 ‘과도한 업무 탓에 서로 휴가를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전공의들의 낯빛이 늘 유령 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부실한 안전사고 보고 체계

환자 안전사고에 관한 부실한 보고 체계도 문제였다. 2005년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환자에게 중대한 해를 끼친 과오’가 ‘항상 보고된다’고 답한 의료인의 비율은 44.4%에 불과했고, ‘대부분 보고된다’고 답한 비율은 34.1%였다. ‘전혀 보고되지 않는다’라는 비율도 2.4%였다. 설사 병원 내부의 보고 체계가 작동된다고 해도, 그 내용이 환자에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교수와 얘기를 주고받기가 아예 힘들고, 전공의들은 너무 바빠 말을 걸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그나마 전공의가 미달되는 지방 병원 등은 상황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귀한 병원에서 한국의 환자들은 위태롭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번져가는 유로존 위기 ― 반자본주의 대안을 건설하자 고장 난 자본주의는 고칠 수도 없다


이글은 레프트21 2012-06-11일자 기사 '번져가는 유로존 위기 ― 반자본주의 대안을 건설하자고장 난 자본주의는 고칠 수도 없다'를 퍼왔습니다.

유로존 위기의 파장이 세계경제 전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도 디폴트를 선언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선, 현재 유로존 위기는 2008년 시작한 세계적 대불황의 연속이다. 그때부터 유로존 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부실해진 금융을 살리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파업하고 있는 스페인 공공부문 노동자들 ⓒ사진 출처 ccoodegranada2 (플리커)

그래서 위기가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로 전화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구멍난 재정을 메우려 긴축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 때문에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정착된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경제 구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유로존 ‘중심’ 국가인 독일은 유로존 ‘주변’ 국가들에 대한 수출로 벌어들인 여유 자금을 다시 ‘주변’ 국가들에게 싸게 빌려줬다. 이 돈은 주로 건설ㆍ부동산ㆍ관광업 등에 투자돼 거품이 계속 커졌다.
이런 구조는 경제 위기가 일어나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남유럽의 ‘주변’ 국가들은 수출을 늘려 빚을 갚기 힘들고, 돈을 더 빌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남유럽에 엄청난 돈을 빌려 준 ‘중심’ 국가들의 은행들도 함께 수렁에 빠져 들었다.
정치 위기
이 상황에서 유럽 지배자들은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긴축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졌지만 경제는 오히려 악화됐다.
최근 유로존 위기를 촉발한 것이 그리스 총선 결과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그리스는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국가파산 상태였다.
그런데 그리스 총선 결과로 더는 이전 방식으로 불만을 관리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밝히 드러났다. 2008년 겨울부터 시작된 급진적인 학생들의 투쟁과 2년간 17차례나 진행된 총파업을 통해 급진화된 노동자들은 더는 긴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그리스가 통제가능하다는 ‘시장의 확신’이 사라졌고 불안이 상황을 압도하게 됐다.
IMF와 OECD 같은 경제기구들은 서둘러 암울한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유럽계 자본이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실물부분에서도 유럽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조선ㆍ선박업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침체가 더 심화하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자본주의는 고장 났고 지배자들이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크루그만 등은 독일이 다른 국가들에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성장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독자적인 환율정책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 모든 방안들은 수렁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더욱더 노동자들을 쥐어짜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기존 지배자들의 정책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유럽 전역에 극우와 급진좌파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위기의 근원인 자본주의 자체를 뛰어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리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디폴트, 유로존 탈퇴, 은행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정치양극화를 낳은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급진적인 청년과 노동자 들의 투쟁이었다. 그리고 이 투쟁들을 통해서만 급진적 대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로존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에서 한 국가에서 발생한 노동자 투쟁은 금방 전체 유로존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빠르게 번져갔듯이 말이다.
유로존의 상황은 한국의 노동자와 투사 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자신감, 교훈을 주고 있다.

최용찬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원전 장사'에 골몰하는 그들, 1년전 재앙 잊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원전 장사'에 골몰하는 그들, 1년전 재앙 잊었나"'를 퍼왔습니다.
"말로는 '안전' 외치면서 실제로는 '수출' 논의"

세계 원자력 산업계 인사들이 모이는 서울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2012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부대 행사로 2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후쿠시마 사고 1주년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원자력 안전 강화'라는 모토와 함께 '원자력 재부흥'을 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자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탈핵' 여론에 원자력 산업 관계자들 역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세계 원자력협회(WNA),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등 원자력 관련 기구 관계자들과 마빈 퍼텔 미국 원자력협회(NEI) 회장, 쑨친 중국 국영핵공업집단공사 원자력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참여했다.

로랑 스트리커 세계원자력사업자협회(WANO)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교훈을 얻어 우리는 사고 예방과 위기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게 됐다" 며 "세계 각국이 함께 연구하고 저마다 갖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원자력 산업을 좀 더 안전하고 강하게 만들자"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강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원자력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황식 총리는 축사에서 "9.11테러 이후 핵 테러 우려가 증가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증가하는 에너지수요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력 사용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40~50년까지는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적 핵안보 체계 강화와 안전에 대한 산업계의 의지를 보여줌으로 실추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원자력 산업계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날 "연구용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새로 원전을 도입하는 나라의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안보 문화의 향상 △연구용 고농축 우라늄 사용 최소화 △IAEA의 권고사항 지원 △사이버테러 대응 강화 △핵안보 관련 우수사례 교류 △신규 원전 도입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 등의 세부 실천 사항도 내놨다.

이중 '신규 원전 도입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은 '핵 수출 확대'라는 이날 회의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공동합의문은 "신규 원자력시설 도입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원자력 인프라 구축에 관한 IAEA의 권고사항에 따라 원자력에너지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IAEA는 그간 개발도상국이 원전을 도입하면 송전망을 깔아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자력법을 제정하는 등의 유무형 인프라 구축을 해왔다"면서 "이 합의문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을 지적하며 이러한 사업을 지원한는 것은 말 그대로 핵발전소를 수출하겠다는 이날 회의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난 지 1년만에 '원자력 수출' 회의 여나"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열린 행사자 부근에서는 이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은 이날 오전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의 반핵 운동가와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초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열리는 그랜드인더콘티넨탈 호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이들의 출입을 통제함에 따라 삼성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당초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경찰과 합의했으나 경찰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과 경찰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를 지켜보던 아시아 반핵 활동가들도 영어로 "남한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외치는가 하면 한 활동가는 기자들에게 "(경찰이 막아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반핵 활동가 에밀리 델라 크루즈 씨는 "현재 도시바, GE와 같은 초국적 에너지 기업이 어떻게 핵 산업을 더 많이 수출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과 같은 에너지 강국도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악몽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태국에서 온 산티 촉차이참난킷 씨는 "다음달이면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지 27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부나 기업은 없다"면서 "핵산업계는 다른 일을 더 벌이기전에 핵으로 인한 피해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핵산업계는 오로지 '수출'만 생각하지 자신들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핵은 안전하다, 좋다'는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은 "한국 정부가 원자력을 확대하고 수출하려는 이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사과하면서 "어떻게 사람의 얼굴을 하고 후쿠시마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원자력을 수출하겠다는 회의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뉴시스

/채은하 기자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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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⑥]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해야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 어르신은 원자력발전소의 숨겨진 문제, 에너지 부정의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주로 해안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서울과 경기도 등 에너지 소비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홍보된 것과 달리 원전은 경제적이거나 효율적인 발전 방식도 아닌데다, 원전과 송전탑이 건설되는 주민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대용량 발전'을 고집하는 이상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같은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굳이 동시대의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를 주는 원자력 발전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원전의 대안은 있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어느덧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언제 대안을 선택할까.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한국에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충분히 가능"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독일은 프랑스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입해다 쓰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바이거 교수는 "독일의 경우 최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많은 전력이 창출되어 오히려 프랑스로 에너지를 수출했다"면서 "프랑스처럼 전력을 주로 원전을 통해 충당하다보면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등 전력 수요가 올라갔을 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략 원전 3개 분량의 에너지를 수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1년 100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독일은 전체 전력의 19.9%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성과를 냈다. 바이거 교수가 말한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은 원자력 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발전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0년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2.61%에 그친다. 독일 뿐 아니라 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15.3%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비중이다. 특히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가운데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은 미미하고 74.9%가 폐기물에서 얻는 전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2009년 재생가능 에너자 잠재량 자료에서 국내 기술 잠재량이 석유로 환산했을 때 17억5000만톤이나 보존되어 있다고 밝혔다. 반면 2008년 이후 현재 생산량은 잠재량의 0.09%에 불과한 154만여 톤이다.

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부지와 건축물 현황, 기술과 경제 조건 등을 보수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보급 잠재량은 2030년까지 한국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인 39GW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더해 영광, 부안지역에는 2019년까지 영광, 부안지역2500MW급 해상 풍력 단지도 건설된다.

이에 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망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서 최종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5년 4.3%, 2020년 5.9%, 2030년 11.3%로 정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2024년까지 48.5%로 잡는 등 크게 높여놨다.

시민들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성공적'이라고 꼽히는 이유는 특히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100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출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다. 가령 독일 남서부의 징엔시 프라드리이뷜러 고등학교 옥상에 설치한 18kW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는 시민 94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여기사 나오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발전하고 그 수익을 94명의 시민이 20년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독일의 4대 생태 전기 공급회사 중 하나인 쇠나우전기회사도 1986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부하는 시민들이 주도해 창립한 곳으로, 현재 1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연간 매출액 3800만 유로(570억 원)의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600명의 회원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40년 간에 걸친 꾸준한 반핵 저항운동과 다양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결과로 수십 년에 걸쳐 원자력 반대운동이 이어져 왔고, 이에 더해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반대 여론이 더 확산됐다"며 "이에 더해 언론이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독일 빌트폴드스리드 에너지 마을, 주민수 2500명의 이 마을은 작은 수력발전소와 태양열 시스템, 태양광 발전시설, 5개의 풍력발전기 등으로 마을 수요의 25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도 독일 국민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의 절반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확산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월 에너지대안포럼이 연 토론회에서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은 "현재 독일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환경 분야에 있으며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관련 산업은 경기 하향 추세에도 성장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가율은 35%에 달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업체인 마이어 솔라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안 폰 그로퍼 사장은 "약 13만 개의 일자리가 태양광 부문에서 창출됐고, 특히 설치와 사전 서비스에는 외부 인력이 아니라 현지 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모토를 내걸고 들어오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원자력 발전과는 대조적인 효과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나리오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비용은 원전을 확대하는 정부 안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가져올 고용 확대 효과는 정부 안보다 1.26~1.47배 높을 것"고 전망했다.

"시민들의 자체 생산 전기가 더 저렴하도록"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2000년 시행된 재생에너지법의 역할이 컸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독일은 정부가 법과 제도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법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공급을 의무화해,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통한 전력이 충분히 생산됐다면 원전 공급은 잠시 차단하고 보류하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공공의 전력보다 더 저렴하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며 "재생에너지의 발전차액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키로와트당 3.5센트 식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사용자가 나누어 부담하도록 해 국가 재정 상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독일의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뼈대는 크게 두가지다. 일단 전기를 송전하는 배전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는 20년 간 같은 가격에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또 송배전망에연결하는 비용을 배전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발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업자들이 망에 연결하는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굳이 의무할당제로 전환한 까닭은? "통제하기 쉬워서"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정부가 재생에너지으로 생산된 전기를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2002년 도입됐으나 올해 폐지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의무할당제는 발전업자들이 생산하는 전기의 일정 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의무하는 정책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할당해왔는데, 정부 예상보다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어나자 '재원 고갈'을 이유로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한국에서도 태양광발전소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태양광발전소의 총용량은 31MWp에서 2008년 10배 이상인 352MWp로 늘어났다. 이 사이에 시민발전소, 마을 에너지 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 협동조합 등의 자발적인 에너지 전환 운동도 일어났지만, 전라도 신안의 동양태양광발전단지처럼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도 건설됐다.

한국에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이필렬 방통대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이 가져온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향상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태양광발전소가 지붕이 아닌 산과 들이 대형으로 건설되면서 환경파괴적이고, 대형 자본 중심의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환경파괴적 조력 발전이 재생에너지?

문제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의무할당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진희 교수는 "의무할당제도는 발전회사에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주고 '달성하라'고 하는 식"이라며 "관료 입장에서는 목표량이 정해져 있으니 관리가 쉽지만 발전업자들은 정해진 양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대용량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각 발전소의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보면 대부분 조력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은 서산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등은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진 서해안 갯벌에 가로림만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계 훼손과 주민 생존권 파괴 등 문제점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천만, 강화도, 천수만, 새만금 등에서 조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살린다는 재생에너지 활성화법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에서 의무할당제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환경파괴적인 조력발전에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3분의 1, 5분의 1의 가치만 인정하는 등의 가중치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의무할당제는 대용량 발전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 제도이고, 사업자들 역시 환경파괴적인 대규모 발전에만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반시장적'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몇몇 주의 경우 의무할당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소형 발전업자들에게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식으로 두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할당제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발전차액지원 역시 전기요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울의 경우 전력 자급률이 3%도 채 안되는데 만약 각 아파트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식의 자급률이 늘어나면 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독과점에서 탈피하게 되고, 한 지역이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부정의(不正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