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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7일 목요일

야심찼던 꿈..태양광·전기차·LED조명..초라한 현실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3-02-06일자 기사 '야심찼던 꿈..태양광·전기차·LED조명..초라한 현실'을 퍼왔습니다.
대한민국 먹여살리겠다던 新성장동력 3인방의 ‘辛성장 리포트’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3인방인 태양광발전, 전기차, 발광다이오드(LED)조명산업이 '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미래를 보고 수조원을 투자했음에도 4∼5년 이상 활성화되지 못한 채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들 산업은 모두 선진국형 미래 먹거리란 평가 아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던 사업이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현재도 여전히 '미완의 기대주'다.
이들 사업의 활성화가 늦어지는 요인으로 LED 조명의 경우 비싼 가격, 전기차의 경우 주무부처 간 소통 부재, 태양광의 경우 전기요금에 대한 딜레마가 꼽혔다.
6일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 세계 조명시장에서 LED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였다. 이 시장은 오는 2016년까지 40%가량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세계 일반조명용 LED 조명 시장의 규모만 고려해도 2011년 65억달러에서 2016년 416억달러로 7배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LED 조명 시장의 경우 지난해 12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기업과 1000개가 넘는 관련 중소업체에는 파이가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또 2014년 41조원으로 약 3.5배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 세계 시장의 성장폭과 비교하면 초라한 전망치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세계의 성장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태양광업계는 더 심각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업계는 지난 2007년 3660억원이던 투자규모를 2011년 4조2049억원까지 늘려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투자규모가 3조1172억원으로 다시 줄었고 올해는 대폭적인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장 수요 격감으로 많은 업체가 도산했거나 도산위기에 몰리는 가운데 대기업들조차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지 오래다.
전기차 분야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지난해 보급된 전기차 대수는 모두 753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목표 수량 2500대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도 276억원에 그쳤다. 이는 572억원이던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규모로 정체된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30일자 기사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를 퍼왔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원전 없이는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16일자 기사 '원전 없이는 못 살아! 정말 못 살아?'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전력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일상에서 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전기가 어느새 한국 사회가 직면한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전기 공급의 40퍼센트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핵발전소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둘러싼 갈등은 사회의 핵심 갈등 사안이 되고 있다.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을 시도하게 끔까지 몰아간 밀양의 고압 송전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2011년)부터는 전력 대란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도 시행되기 시작했다. 전쟁 위험에 대비하는 민방위 훈련과 마찬가지의 전국적인 훈련이 전기 때문에 제도화되었다. 전기 생산과 송전, 이와 연관된 전력 대란 위기라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기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전기 문제 해결 노력은 기술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력 대란의 문제를 2014년에 신규 발전소가 가동되면 해결될 수 있는 전력 설비 확대 문제로 축소하고 그 시점까지 위기 대응 훈련이라는 임시적인 대응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제기되고 있는 핵 발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내진 설계 강화, 수소 제어 설비 보강 등 안전 기술 설비 강화로 대처하고자 한다.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대량의 전기를 송전해야 할 필요 때문에 가설되고 있는 초고압 송전로 건설은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설치되어야 할 인프라임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일방적으로 잠재우려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기술적 대응은 이들 문제를 대하는 시민 사회의 인식과 크게 어긋나고 있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 설비의 강화로 핵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시민들은 그동안 편리함 속에서 잊고 있던 전기 생산 과정에서의 불평등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값싼 전기를 가능하게 해 준 핵발전소가 우리 후손들에게 무한히 지속될 수 있는 방사능의 공포를 물려 줄 수 있음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세대 간 부정의를 조장할 수 있는 값싼 핵 발전 전기를 계속 써야할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싸지만 불평등이 덜한 태양광, 풍력 발전 전기를 쓰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 전라남도 해안에 건설되어 있는 핵 발전 전기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전기 생산-소비 시스템이 고리, 월성 지역 주민들에게 사고 위험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음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불평등의 또 다른 반영이 고압 송전로에서도 드러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밀양에 건설되는 고압 송전로는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 송전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핵 발전 전기에 함축된 위험의 불균등한 분배 문제가 제기되자 다른 대안 기술들에 주목하는 시민들도 나타났다. 아직 경제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에 재난적인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고 지역 생산도 가능하여 위험의 불평등 분배도 강요하지 않는 재생 에너지 기술 대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값싼 핵 발전 전기와 이를 조장하는 낮은 전기 요금 체제가 만들어낸 우리의 과도한 전기 소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도 등장했다. 정부 정책에 의해 구조화되기도 하였지만 핵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대량의 전기를 값싸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소비하던 시민들 중에 절전 소비 운동에 나서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핵발전소를 줄이는 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기 소비에서도 윤리적 소비가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의 불편함을 사회적 가치에 따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시민 사회가 보여주는 단상들은 전기나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생산가와 기술적 효율성만을 내세우며 핵 발전 확대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부의 전력 정책은 기술에 내재된 사회적 불평등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민 사회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화두가 되어버린 현재, 산업에 필요한 값싼 전기 생산을 이유로 사회에 불평등을 강요하는 핵 발전 중심 정책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민 사회는 정부와 어떤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안전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여 수명 연장 논란이 되고 있는 핵발전소 폐지를 결정하고 줄어든 전기 공급을 대신하여 정부에서 시민들에게 절전을 요구한다면 이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우리 시민 사회의 현재이다.

ⓒ연합뉴스

전기,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독일 사회이다. 2011년 6월 독일은 2022년에 모든 원전 가동을 중지하고 이들 전력을 비롯하여 석탄,석유 전력 일부까지도 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와 유사한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로서 2022년에 재생 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재생 에너지 전력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이라도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경제성이 여전히 낮은 태양광 등의 설비를 확대하자면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고, 규제 강화를 통해 절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더구나 해상 풍력 단지 조성, 태양광 발전 설비 확충 등 재생 에너지 설비 확장과 더불어 송전망의 구축은 시스템 전환을 위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송전망 구축은 345킬로볼트 고압 송전 확장을 포함하고 있어 송전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사업이다. 이와 같은 여러 문제들이 하나라도 정체 상태를 빗게 되면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선언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직후인 2011년 7월부터 이들 전환 정책에 대한 '시민 대화'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8개 주요 도시에서 '시민 회의'를 개최하여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수용 여부, 에너지 효율화 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기타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정책들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시 이외에 시민 단체나 대학 연구소들에서 스물두 차례의 시민 워크숍을 조직하도록 하여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 없이는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지 않고 에너지 문제는 시민들의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독일 정부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환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하여 나의 정책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술 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독일 정부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즉, 사회적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송전망 구축도 이와 같은 과정을 밝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작년부터 송전망 구축과 연관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 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직접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송전망 사업자들에게는 매년 송전망 계획 보고서를 계획 확정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고, 이들 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는 시민 의견을 반영하여 계획을 최종 확정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송전로 지역 주민들은 계획 이후에 공청회를 통해 송전 계획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계획 과정부터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독일 시민들은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서 거듭나고 있다.

에너지, 전기의 기술적 문제, 사회적 갈등은 더 이상 정부 행정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에너지 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가치 판단이 광범위하게 논의될 수 있고, 또한 이를 근거로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시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이 마련될 때 더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2012년 4월 20일 금요일

[사설]핵에너지 없는 대한민국은 가능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9일자 사설 '[사설]핵에너지 없는 대한민국은 가능하다'를 퍼왔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어제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핵 에너지 없는 대한민국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2050년까지 전체 공급에너지의 60%를 깨끗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선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동시에 전체 에너지부문 투자재원의 90%를 재생가능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에 투자할 경우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50년까지 매년 평균 48억달러의 에너지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수많은 녹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 현존 기술의 일부분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겉으로는 재생·클린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세계 원자력 강국을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부의 제1차 국가기본에너지계획은 2030년까지 현재 전체 수요전력의 39%인 원자력발전 의존율을 59%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있으려면 40~50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 수준이 드러난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시장논리 측면에서 보아도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 보고서가 적시했듯이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5~2010년 사이에 풍력에너지 설비용량은 333%가, 태양광은 700% 이상 성장했다. 미국 시민단체 퓨채리터블 트러스트가 지난 13일 발표한 ‘누가 신재생에너지 경쟁에서 앞서가는가’라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전년에 비해 17.3%가 늘었다. 미국은 481억달러(54조5690억원), 중국은 455억달러를 투입해 1, 2위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22년까지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306억달러, 이탈리아가 280억달러를 각각 투입했다. 한국의 투자규모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5위에 그친 3억3300만달러에 불과했다. G20 국가들의 총 재생가능에너지 투자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것은 0.1%에 불과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같은 투자규모는 중국·인도·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뒤지는 것으로 미래 에너지 후진국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다. 

원자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재원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정부의 정책의지가 관건이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고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기술은 있었지만, 비전이 없었다’고 말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2일자 기사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를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⑥]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해야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 어르신은 원자력발전소의 숨겨진 문제, 에너지 부정의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주로 해안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서울과 경기도 등 에너지 소비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홍보된 것과 달리 원전은 경제적이거나 효율적인 발전 방식도 아닌데다, 원전과 송전탑이 건설되는 주민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대용량 발전'을 고집하는 이상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같은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굳이 동시대의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를 주는 원자력 발전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원전의 대안은 있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어느덧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언제 대안을 선택할까.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한국에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충분히 가능"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독일은 프랑스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입해다 쓰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바이거 교수는 "독일의 경우 최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많은 전력이 창출되어 오히려 프랑스로 에너지를 수출했다"면서 "프랑스처럼 전력을 주로 원전을 통해 충당하다보면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등 전력 수요가 올라갔을 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략 원전 3개 분량의 에너지를 수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1년 100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독일은 전체 전력의 19.9%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성과를 냈다. 바이거 교수가 말한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은 원자력 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발전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0년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2.61%에 그친다. 독일 뿐 아니라 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15.3%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비중이다. 특히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가운데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은 미미하고 74.9%가 폐기물에서 얻는 전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2009년 재생가능 에너자 잠재량 자료에서 국내 기술 잠재량이 석유로 환산했을 때 17억5000만톤이나 보존되어 있다고 밝혔다. 반면 2008년 이후 현재 생산량은 잠재량의 0.09%에 불과한 154만여 톤이다.

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부지와 건축물 현황, 기술과 경제 조건 등을 보수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보급 잠재량은 2030년까지 한국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인 39GW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더해 영광, 부안지역에는 2019년까지 영광, 부안지역2500MW급 해상 풍력 단지도 건설된다.

이에 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망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서 최종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5년 4.3%, 2020년 5.9%, 2030년 11.3%로 정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2024년까지 48.5%로 잡는 등 크게 높여놨다.

시민들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성공적'이라고 꼽히는 이유는 특히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100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출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다. 가령 독일 남서부의 징엔시 프라드리이뷜러 고등학교 옥상에 설치한 18kW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는 시민 94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여기사 나오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발전하고 그 수익을 94명의 시민이 20년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독일의 4대 생태 전기 공급회사 중 하나인 쇠나우전기회사도 1986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부하는 시민들이 주도해 창립한 곳으로, 현재 1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연간 매출액 3800만 유로(570억 원)의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600명의 회원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40년 간에 걸친 꾸준한 반핵 저항운동과 다양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결과로 수십 년에 걸쳐 원자력 반대운동이 이어져 왔고, 이에 더해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반대 여론이 더 확산됐다"며 "이에 더해 언론이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독일 빌트폴드스리드 에너지 마을, 주민수 2500명의 이 마을은 작은 수력발전소와 태양열 시스템, 태양광 발전시설, 5개의 풍력발전기 등으로 마을 수요의 25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도 독일 국민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의 절반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확산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월 에너지대안포럼이 연 토론회에서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은 "현재 독일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환경 분야에 있으며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관련 산업은 경기 하향 추세에도 성장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가율은 35%에 달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업체인 마이어 솔라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안 폰 그로퍼 사장은 "약 13만 개의 일자리가 태양광 부문에서 창출됐고, 특히 설치와 사전 서비스에는 외부 인력이 아니라 현지 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모토를 내걸고 들어오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원자력 발전과는 대조적인 효과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나리오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비용은 원전을 확대하는 정부 안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가져올 고용 확대 효과는 정부 안보다 1.26~1.47배 높을 것"고 전망했다.

"시민들의 자체 생산 전기가 더 저렴하도록"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2000년 시행된 재생에너지법의 역할이 컸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독일은 정부가 법과 제도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법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공급을 의무화해,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통한 전력이 충분히 생산됐다면 원전 공급은 잠시 차단하고 보류하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공공의 전력보다 더 저렴하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며 "재생에너지의 발전차액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키로와트당 3.5센트 식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사용자가 나누어 부담하도록 해 국가 재정 상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독일의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뼈대는 크게 두가지다. 일단 전기를 송전하는 배전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는 20년 간 같은 가격에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또 송배전망에연결하는 비용을 배전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발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업자들이 망에 연결하는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굳이 의무할당제로 전환한 까닭은? "통제하기 쉬워서"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정부가 재생에너지으로 생산된 전기를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2002년 도입됐으나 올해 폐지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의무할당제는 발전업자들이 생산하는 전기의 일정 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의무하는 정책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할당해왔는데, 정부 예상보다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어나자 '재원 고갈'을 이유로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한국에서도 태양광발전소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태양광발전소의 총용량은 31MWp에서 2008년 10배 이상인 352MWp로 늘어났다. 이 사이에 시민발전소, 마을 에너지 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 협동조합 등의 자발적인 에너지 전환 운동도 일어났지만, 전라도 신안의 동양태양광발전단지처럼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도 건설됐다.

한국에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이필렬 방통대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이 가져온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향상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태양광발전소가 지붕이 아닌 산과 들이 대형으로 건설되면서 환경파괴적이고, 대형 자본 중심의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환경파괴적 조력 발전이 재생에너지?

문제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의무할당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진희 교수는 "의무할당제도는 발전회사에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주고 '달성하라'고 하는 식"이라며 "관료 입장에서는 목표량이 정해져 있으니 관리가 쉽지만 발전업자들은 정해진 양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대용량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각 발전소의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보면 대부분 조력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은 서산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등은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진 서해안 갯벌에 가로림만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계 훼손과 주민 생존권 파괴 등 문제점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천만, 강화도, 천수만, 새만금 등에서 조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살린다는 재생에너지 활성화법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에서 의무할당제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환경파괴적인 조력발전에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3분의 1, 5분의 1의 가치만 인정하는 등의 가중치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의무할당제는 대용량 발전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 제도이고, 사업자들 역시 환경파괴적인 대규모 발전에만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반시장적'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몇몇 주의 경우 의무할당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소형 발전업자들에게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식으로 두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할당제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발전차액지원 역시 전기요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울의 경우 전력 자급률이 3%도 채 안되는데 만약 각 아파트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식의 자급률이 늘어나면 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독과점에서 탈피하게 되고, 한 지역이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부정의(不正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