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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일요일

재생에너지 만드는 핵발전소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재생에너지 만드는 핵발전소'를 퍼왔습니다.
[특집] 핵발전소로 건립됐지만 국민투표에서 ‘탄핵’당해 시동도 못 걸었던 오스트리아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 지금은 외벽에 태양광 패널 붙여 재생에너지 만드는 시민발전소 된 탈핵운동의 상징을 가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핵발전소를 향하는 좁은 길을 닮아 있었다. 지난 3월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약 45km 떨어진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츠벤텐도르프 시내를 지나 굽이굽이 가다보니 도나우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곳엔 월성 핵발전소와 다른 결정적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핵 없는 핵발전소’라는 점이다.

애물단지 된 1조4천억원 발전소

이곳은 1970년대 오스트리아 정부의 핵발전소 6기 건설 계획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발전소다. 1972년 오스트리아의 8개 전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6년 만에 완공한 이 발전소는 공사비만 10억유로(약 1조4천억원)가 드는 초대형 사업의 산물이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공업 시설이 많던 이 지역의 군부대 부지에 900MW 규모의 핵발전소를 세우고 도나우강 일대에는 700MW의 대규모 수력발전소 등을 세워 중앙 유럽에서 가장 큰 에너지 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핵발전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스트리아는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핵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이 결성되고 빈에서는 대규모 반핵 시위가 열렸다.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핵발전소 건립 반대에 나섰다. 정부는 경제 발전을 언급하며 핵발전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격렬한 시위로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 일대가 봉쇄되자 정부는 도나우강을 통해 우라늄 연료를 옮겼다. 갈등이 깊어지자 브루노 크라이스키 총리는 핵발전 폐기 법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출범한 오스트리아 제2공화국의 첫 국민투표였다.

» 오스트리아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의 모습. 전광판에는 발전소 곳곳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만드는 전기 발전량이 표시되고 있다.


투표 결과는 총리의 예상과 달리 ‘법안 반대’로 근소하게 기울었다. 1978년 11월5일 국민투표 결과 49.53%(157만6839명)가 찬성을, 50.47%(160만6308명)가 반대를 했다. 완공된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는 시동 버튼을 누를 수조차 없게 됐다.
투표는 끝났지만 24만㎡ 부지에 지어진 츠벤텐도르프 발전소는 고스란히 남았다. 재가동에 대비해 발전소에는 200여 명의 직원이 8년 동안 시설을 지켰다. 시설 유지 비용만 5억유로(약 7200억원)가 들었다. 예정됐던 핵발전소가 문을 열지 못하자 화력발전소를 돌려야 했고, 오일쇼크(1978) 직후 전기료 폭등의 후폭풍은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메르켈, 탈핵으로 돌아서다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가 새롭게 탈바꿈한 건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건을 겪으면서부터다. 사고 직전, 운영 업체가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에파우엔(EVN)이라는 전력회사에 발전소를 매각했다. 중요한 부품은 독일 등의 핵발전소에 팔았다. “츠벤텐도르프 발전소는 오스트리아 역사의 일부분”이라며 매입 이유를 밝혔던 에파우엔은 부지 활용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짜냈다. 오스트리아의 잘못된 정책을 알리는 박물관, 또는 오스트리아판 할리우드 스튜디오처럼 유명 영화 제작소를 유치하자는 논의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현재 이 발전소는 아이러니하게 핵발전소의 모습을 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됐다. 이미 발전시설 부지로 허가받은 땅에는 바이오가스 발전시설 등을 설치했다. 발전소 외벽에도 태양광 패널을 붙였으며, 건물 너머에는 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태양광 시설도 들어섰다. 450kW를 생산하는 이 시설은 츠벤텐도르프 지역의 150~2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지역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시민발전소다. 1999년부터는 발전소 안에서 친환경 기업이 후원하는 음악 축제 ‘누크 페스티벌’(Nuke Festival)도 열린다. 내부의 원전 시설은 견학 프로그램이나 독일 등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라의 인력이 와서 교육받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츠벤텐도르프의 교훈’은 주변 마을도 바꿔놨다. 당시 탈핵 운동을 직접 경험한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헤르만 퀴트라이버 츠벤텐도르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쓰레기 재처리와 연료에 쓰이는 바이오에탄올 사업 등을 해왔으며 마을 안에는 바이오가스 시설도 있다”면서 “2020년까지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겠다는 전략을 우리 마을이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세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일찌감치 탈핵을 선언한 국가다.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1975년 지진 발생시 안전성이 낮다는 이유로 핵발전소 산업을 폐기했으며,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스웨덴(1980), 노르웨이(1984), 이탈리아(1987~90), 스위스(1990), 네덜란드(1994), 아일랜드(1999) 등이 한시적·영구적 원전 건설 금지, 가동 중 원전의 단계적 폐쇄 등을 법제화하거나 정부 정책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은 국가는 독일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건의 피해를 겪기도 했던 독일은 1980년대 녹색당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1988년에는 뮐하임케를리히 핵발전소의 가동 중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2년 사민당과 연정을 통해 재집권한 녹색당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기존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정책을 이끌어냈다. 특히 2009년 선거에서 승리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독민주당)는 다수당의 힘을 앞세워 핵발전소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정책을 결정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후쿠시마가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에겐 안전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고 탈핵 정책을 고수하기로 해 전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탈핵 선언을 한 지 35년이 지난 오스트리아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67.9%. 탈핵 11년차 독일은 21%다. 그동안 이들 국가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까지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긴 논쟁을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탈핵이 여전히 진행될 수 있는 건, 바로 ‘안전’이라는 가치를 가장 앞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45개 지자체장 참여한 ‘탈핵 모임’

국내에서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뒤인 2012년 초 지방자치단체들의 ‘탈핵 선언’이 이어진 바 있다. 지난해 1월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원전 1기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지난 2월13일에는 전국 228개 지자체의 21%에 해당하는 45개 지자체장이 참여한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치단체장모임’이 출범했다. 이들은 전력 소비를 줄여 핵발전소를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핵 선언을 한 지 35년이 지난 오스트리아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67.9%, 탈핵 11년차 독일은 21%다. 그동안 이들 국가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까지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긴 논쟁을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탈핵이 여전히 진행될 수 있는 건, 바로 ‘안전’이라는 가치를 가장 앞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츠벤텐도르프(오스트리아)=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2013년 3월 31일 일요일

HOME > 뉴스 > 특집 > 특집일반 ‘솔라 분데스리가’를 아십니까?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솔라 분데스리가’를 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특집] 시민 에너지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발전 주도하는 독일, 태양에너지 발전량 겨루는 ‘솔라 분데스리가’도 있어… 공동주택, 마을회관, 축구장 등 곳곳에 시민발전소 있는 프라이부르크를 가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2년. 과연 옆 나라 한국은 그동안 어떤 교훈을 얻은 걸까.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정부의 원전 정책을 보면, 별다른 깨달음이 없는 듯하다. (한겨레21)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과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자치단체장 모임’과 함께 대표적인 유럽의 탈핵 국가인 오스트리아·독일의 재생에너지 현장을 취재했다. 무던한 한국과 달리 후쿠시마 사고를 되짚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고민하는 이들 나라의 모습을 전한다. _편집자

»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 동쪽에 위치한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바데노바 경기장)의 모습. 경기장 지붕에는 1993년 이 지역 시민 100여 명이 투자한 돈으로 만든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솔라파브릭 제공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도시는 어디일까. 도르트문트? 뮌헨? 정답은 글뤼싱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데스리가’는 독일 프로축구 리그가 아니다. 독일 전역에서 태양에너지 발전량을 겨루는 ‘솔라 분데스리가’(Solar Bundesliga)이기 때문이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2010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40%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4대 전력회사의 비중은 6.5%에 그친다. 그 견인차는 바로 독일의 협동조합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40% 개인 소유

솔라 분데스리가는 독일 환경지원협회(Deutsche Umwelthilfe e.V.) 등이 2003년부터 인터넷(solarbundesliga.de)에서 공개하고 있는 이른바 ‘태양에너지 발전경쟁 리그’다. 솔라 분데스리가에서는 독일 전 지역을 대상으로 태양광·태양열 발전량을 평가하고 그 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한다. 영예의 1위 자리에 오르는 도시에는 상도 준다.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이렇다. 주민 1인당 생산하는 태양광은 1W에 1점(500kW 이상은 100점)을 준다. 태양열도 1W당 1점을 준다. 이 점수를 산출 공식에 대입하면 도시별 합산 점수가 나온다. 지난해 ‘챔피언’인 글뤼싱은 덴마크 국경과 가까운 독일 북부에 자리잡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글뤼싱은 태양광 1670.3점, 태양열 1만4651.4점을 땄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열기를 짐작해볼 만한 점수다.
독일 연방정부의 자료를 보면, 2011년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율은 18.7%였다. 9년 안에 가동을 멈추기로 한 핵발전소의 발전량은 17.8%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한 투자가 몇몇 대형 전력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2010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40%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4대 전력회사의 비중은 6.5%에 그친다. 그 견인차는 바로 독일의 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이 일정 금액의 출자금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 태양력·풍력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한 이른바 ‘에너지협동조합’ 형태는 독일에서는 이미 지난 5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협동조합을 향한 열기는 독일 협동조합들의 연맹인 ‘독일협동조합협회’(Genosenschaften in Deutschland)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독일 전역에서 결성한 협동조합 272곳 가운데 50%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협동조합이었다. 형태도 다양해 풍력, 바이오가스,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시설을 활용한 열병합 협동조합도 만들고 있다. 독일협동조합협회는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약 600곳인데 매해 160곳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시민발전소는 지난 3월14일 찾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스위스·프랑스를 마주하고 있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도시인 이곳은 유럽의 대표적 환경도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인구 22만 명인 프라이부르크는 2003년부터 3년 연속 솔라 분데스리가 대도시 부문에서 1위를 지켰을 만큼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선 도시이기도 하다.

핵발전소 반대에서 출발한 대안운동

프라이부르크가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선 배경에는 40여 년 전 겪었던 핵발전소 건설 논란이 있다. 이날 프라이부르크시 오페라홀에서 만난 디터 뵈르너 프라이부르크시 환경보호국장은 당시의 변화를 ‘빅뱅’(Big-bang)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1970년대 서독 정부는 프라이부르크 외곽의 빌이라는 곳에 20번째 핵발전소를 지으려 했습니다. 독일 남서부를 책임지는 대규모 에너지 공급원을 만들려 한 것입니다. 계획이 발표되자 대학생·자영업자 등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시민의 저항으로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했어요. 환경의 중요성을 느낀 시민들이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 뒤 독일에는 녹색당이 등장했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의 반대를 서독의 다른 지역에서는 그저 님비(NIMBY)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뵈르너 국장은 “당시에는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이를 꾸준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기술적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는 ‘프라이언호프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ISE) 등 각종 태양광 관련 연구시설과 업체가 모여 있는 연구·개발(R&D) 도시다. 지금은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태양광산업 박람회인 국제태양에너지전시회(Intersolar)를 처음 시작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에너지 연구에서 가장 앞선 도시가 된 건, 주민의 참여를 열어둔 시민발전소 육성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시민발전소의 형태는 프라이부르크 도심에서 약 4km 남서쪽으로 떨어진 보방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방은 옛 프랑스군 주둔지에 시민들이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체적으로 설계한 마을로 유명하다. 그 설계를 밑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방과 같은 특수한 경우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곳곳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진다. 도심 동쪽에 있 는 이 지역의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이 대표적인 예다. 2만5천 명을 수용하는 이 축 구장은 1954년에 지어졌다. 현재 이 경기장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다

» 2002년 옛 보방 단지 건너편에 들어선 ‘플러스 에너지’(Plus Energy) 단지의 모습.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는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진 이 마을은 태양광 시설로 전기를 자급하고 있다(왼쪽). 보방을 지나는 도로와 ‘플러스 에너지’ 단지 사이에서 방음막 역할을 하는 상업주거시설의 모습. 이곳에도 태양광 시설을 올려 전기를 얻고 있다. 한겨레 김성환 기자

“은행보다 나은 연리 5%”

옛 보방 단지 건너편에는 2002년에 들어선 ‘플러스 에너지’(Plus Energy) 단지가 있다. 59가구가 사는 건물로, 우리나라의 연립주택 형태를 닮았다. 이곳은 열손실을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로 지었는데 모든 건물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스 외르크 슈반더 이노베이션아카데미협회 대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태양광 시설을 집과 함께 분양했다. 100㎡ 거주자는 전기료를 전혀 내지 않으며 매달 300유로(약 72만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방의 옛 주거단지 안에 있는 마을회관 ‘하우스057’과 마을 입구에 있는 주차장 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자신이 투자한 태양에너지 시설로 전기를 얻고 나머지로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방이라는 큰 마을 전체가 시민발전소 형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보방과 같은 특수한 경우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곳곳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진다. 도심 동쪽에 있는 이 지역의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바데노바 경기장)이 대표적인 예다. 2만5천 명을 수용하는 이 축구장은 1954년에 지어졌다. 현재 이 경기장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경기장 전력을 돌리고 나머지는 판매하는 식이다. 위르겐 하르트비히 프라이부르크미래연구소장은 “1993년 독일 최초의 시민발전소 형태로 만들어진 이곳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를 포함한 100여 명의 시민과 시민협동조합으로 이뤄진 지역 금융협동조합도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SC프라이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성적이 좋아 1년치 시즌 입장권을 구하기 힘들었는데, 시민발전소 참가자들에게 시즌권 구입 우선권을 주자 큰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전력업체가 큰돈을 들여 경기장에 투자했다면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을 겁니다. 축구를 보러온 관객이 태양에너지 시설을 보면서 나타난 홍보 효과가 컸으니까요. 프라이부르크에서 나타난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변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북동쪽 풍력발전소와 박람회장 지붕의 태양광 시설, 흑림(Schwarzwald)으로 향하는 국도 터널 위 태양광발전기도 시민발전소 형태다. “이곳에 투자하면 열과 전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은행보다 좀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죠. 대부분 투자금 대비 연 5%의 이익을 얻고 있거든요.”
좀더 전문적인 형태의 에너지협동조합도 프라이부르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바로 ‘시민햇빛협동조합’(Solargeno)이다. 2006년 지역 활동가인 부르크하르트 플리거가 만든 이 협동조합은 프라이부르크를 주요 활동 영역으로 시작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와 부르슈타트, 다름슈타트, 란다우, 피싱겐 등 5곳에서 시민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30명의 회원이 1010계좌(약 10만유로)를 출자했는데 소방서 옥상과 학교 옥상 등을 임대해 운영하는 형식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선 지난해 9월 알파인스키 연습장 체육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얹었다. 협동조합이 소유한 발전시설로 순간 최대 전력을 589kW까지 얻을 수 있다.
독일에서 에너지협동조합 형태가 처음 등장한 건 1999년 ‘그린피스 에너지협동조합’(Greenpeace Energy eG)이 출범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단순한 협동조합의 문화로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활발한 시민 참여를 설명하기 힘들다.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2000년에 제정된 재생에너지법(EEG)이다. 전력 생산 부문에서 수력·풍력·태양광·지열·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이를 지원하는 법적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우리나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처럼 같은 전력이라도 재생에너지 사용에 우선권을 주며, 20년간 발전차액(기준 가격과 전력거래 가격의 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민발전소에서 만든 전기가 발전차액을 받아 이익을 볼 수 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 이동 수단인 전차(트램)의 모습. 프라이부르크시는 값싼 정기 승차권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자연스레 자동차 이용을 줄여 온실가스 절감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환 기자

오히려 발전차액 제도 없앤 한국

그러나 독일과 반대로, 우리나라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2001년부터 운영해오던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010년 전력 생산자가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꿨다. 결국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형 전력업체 중심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로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정·지역공동체 등 10kW 이하의 재생에너지 시설에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용하는 제도(Micro-FIT)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산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솔라 분데스리가’와 비견할 만한 ‘솔라 K리그’가 화려하게 열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프라이부르크(독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이제 서광이 비치기 시작해

국내 에너지협동조합 현황

우리나라에 ‘에너지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불과 석 달 전이다.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에너지협동조합 출범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도록 설립 기준이 완화됐고 자본금 제한 규정도 없어지는 등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출범을 선언한 에너지협동조합은 이른바 ‘햇빛발전소’라고 부르는 태양광발전 시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30만 명의 조합원과 21개 생활협동조합이 모여 있는 한살림연합이다. 한살림연합은 지난해 12월25일 ‘한살림햇빛협동조합’을 세웠다. 기존 조합원이 있는 덕에 1386명이 참여해 모두 13억원의 출자금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한살림햇빛협동조합는 오는 7월부터 경기도 안성의 한살림물류센터 지붕 위에 47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고교 학생·교사 등 구성원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조합원 180여 명이 모인 이 협동조합은 학교 옥상에 2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사실 에너지협동조합이 등장하기 전에도 ‘시민발전소’는 이미 존재했다. 전북 부안 등용마을 주민들이 세운 부안시민발전소나 경기도 시흥시청 옥상에 세운 시흥시민햇빛발전소 등도 잘 알려진 시민발전소 중 하나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설비에 투자했거나, 시민들의 돈을 모아 세운 주식회사 형태였다. 실제로 시흥시민햇빛발전소는 70여 명의 주주가 1천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낸 ‘주식회사’다.
그러나 최근 시민발전소가 부침을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높은 초기 비용과 임대료 때문이다. 현재 발전용량 1kW에 설치 비용으로 약 250만원이 드는데 일정 규모의 발전시설을 갖추기 위한 출자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도심에서는 임대료 문제 때문에 학교나 공공기관 건물을 활용하는데, 이조차 생각보다 비용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발전회사가 총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한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시민발전소의 전기를 사들이지만, 높은 초기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요금이라 큰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 시민발전소 설비를 방치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협동조합 등의 시민 참여 열기를 식게 만드는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시커멓게 타 죽어가던 시체를 어떻게 잊겠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9일자 기사 '"시커멓게 타 죽어가던 시체를 어떻게 잊겠소!"'를 퍼왔습니다.
[현장] 히로시마에서 살아남은 96세 老의사의 절규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의사는 나밖에 없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내 아이, 주변에 아는 사람의 아이, 내 친척의 아이를 포함한 모든 아이가 방사능의 해를 입지 않기를 원한다면 우리 손으로 반드시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올해로 만 96세를 맞은 노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자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일본의 저명한 반핵운동가 의사인 히다 슌타로 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함춘회관에서 열린 강연회 '히로시마와 후쿠시마 : 그 핵의 상처를 말한다'에 연사로 참석해 피폭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1945년 히로시마에서 원자 폭탄이 터질 당시 그라운드 제로(원자 폭탄이 폭발한 지점)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후 그는 평생 피폭당한 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지속해서 피폭자를 치료하며 핵의 위험성을 고발하는데 앞장서 왔다. 지난 2005년 영국 BBC가 방영한 (카운트다운 히로시마)에서 히다 씨의 경험이 재연되기도 했다.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1년이 흐른 지난해, 잠시 고향을 방문한 일본 주민들. ⓒ도요다 나오미

부라부라 병…이유 없이 아픈 사람들

히다 슌타로 씨는 일본이 핵폭탄을 경험한 뒤에도 국제 정세로 인해 핵에 반대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패전 후 일본은 실질적으로 미국에 점령당했다"며 "미국 정부는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은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고 매일 같이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히다 씨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자를 계속해서 진료해온 의사들은 모두 미국의 이야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히다 씨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더 많이 그리고 가까이에서 피해자들을 봐온 그였기 때문에 더욱더 미국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원폭 피해자를 봤을 때 가장 고통받았던 경험을 말하고 싶다"며 핵폭탄 투하 당시 그를 찾아왔던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폭 현장에서 머리카락이 빠진 채 시커멓게 타 죽어가는 시체를 수도 없이 목격한 히다 씨지만 정작 그의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환자는 "겉으로 볼 때는 아무 이상이 없는 듯했던" 한 남자였다.

히다 씨의 말에 따르면 원래 히로시마에 살고 있었던 그 환자는 원폭 당시 일이 있어 오사카에 머물고 있었다. 그 남자는 원폭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라디오 뉴스를 듣고서야 히로시마에서 엄청난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자는 부인과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며 한달음에 히로시마로 달려왔지만 결국 가족들을 찾지 못했다.

"집 같은 집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시체들이 마치 그냥 자는 듯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던" 히로시마에서 종일 가족을 찾아 헤매던 이 남자가 어느 날 히다 씨에게 찾아왔다. "몸이 너무 나른하고 무겁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살펴도 도저히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결국 히다 씨는 뾰족한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부라부라 병(ぶらぶら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어로 '빈둥빈둥 병'으로 해석되는 이 병에 걸리면 몸이 나른해서 일할 수가 없었다. 부라부라 병에 걸린 환자들은 "멀쩡한 몸을 가지고서 힘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며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히다 씨 역시 당시에는 병의 원인을 몰라 당황스러웠고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야 했다. 그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이후에 생겨난 부라부라 병과 같은 병들이 지금은 '만성 방사능증'으로 불린다"며 "현재 핵발전소가 있는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도 이런 병을 가진 환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몇 년 지나면 후쿠시마에도 희소병 발생"

이어서 히다 씨는 지난 1975년 유엔 사무총장(쿠르트 발트하임)에게 핵 실험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을 일본 대표로 전달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무총장은 '우리가토론해서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의견은 묵살됐다"고 말했다.

히다 씨는 "당시 나는 피폭자들을 치료할 방법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자고 유엔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유엔은 미·일 양 정부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원폭 피해자는 1명도 없다. 죽을 사람은 이미 다 죽었고 생존자는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저의 의견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유야무야 식으로 피해를 덮어온 히로시마 원폭 당시와 현재 후쿠시마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히다 씨의 생각이다. 그는 "70여 년이 흐른 지금 후쿠시마 현에도 아이들을 포함해서 방사능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원자 폭탄의 방사선과 같은 것이 지금 핵발전소에서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히다 씨는 "일본의 후쿠시마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 달라"며 "아무리 능력이 있는 의사라도 자신들이 아는 의학적 근거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나면 후쿠시마에서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발전소 많은 나라인 한국 국민에게 부탁"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이웃 나라 한국에 대한 히다 씨의 걱정은 매우 컸다. 현재 한국은 23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4기의 핵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그는 "한국에도 핵발전소가 수십 기 있다고 들었다"며 "지금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발전소는 일정량의 방사능을 공기 중에 방출한다"고 우려했다.

히다 씨는 "원래 핵발전소 자체가 일정량의 방사선을 누출하는 구조"라며 "이 늙은이가 이렇게 이웃 나라에까지 와서 핵발전소에 맞서 필사적으로 싸워나가자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핵발전소는 싸고 안전하게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핵발전소 찬성론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는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신화'로 회자된다. 이에 히다 씨는 "싸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사능이라는 공포의 독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히다 씨는 "암 환자를 만들어내는 핵발전소를 가능하면 하나씩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며 "그런 활동 속에서 매우 큰 저항에 부딪히겠지만 경제성이나 편리성보다 여러분의 생명이 파괴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히다 씨는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한국인 여러분은 핵발전소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며 "한국인의 힘으로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핵발전소가 안전? 그럼 대도시에 지어라"


ⓒ프레시안(최형락)

"삼척 지역 중심의 운동에 머물렀다"

박혜령 :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영덕·삼척 투쟁이 승리한다고 탈핵이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역운동이 '탈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삼척 투쟁은 지역 중심 운동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탈핵 운동으로 확장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이상호 : 동해시의 작은 교회 3개가 모여 반핵사진전이나 집회, 촛불집회도 했지만, 일회성으로 끝났다. '왜 삼척의 문제를 동해 사는 우리가 하느냐'는 생각에 갇혀 귀를 닫고 있다. 삼척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공유할 기회가 없었다.

박홍표 : 실제로 내부를 보면 고리는 고리발전소, 월성은 월성발전소의 문제가 제일 크다. 지역색이 아니라 당면 과제이다. 당면 과제를 하다가 '탈핵'의 인식에 이를 수 있다. 전국적인 탈핵 모임을 확산시키려면 오히려 당면 과제에 대해 죽어라 싸워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탈핵을 삼척이 다 할 수는 없다. 시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도 필요하다.

성원기 : 탈핵에너지전환교수모임에서 '탈핵과 문명 전환'이라는 주제로 원광대에서 신년 세미나를 했다. 주된 내용은 지금과 같이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한다면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명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대국민적으로 이뤄질 때, 탈핵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광우 :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무한정의 전기를 생산해서 쓰자는 것이 골자다. 생산·공급만이 아니라 소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핵 반대 운동을 하면서 전기 소비를 줄이는 시민들의 운동을 병행해야겠다.

백경순 : '핵이 위험한 것은 알고 있지만 핵이 없으면 전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대안이 있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 모델을 삼척에서도 적용해보면 좋겠다. 절전은 기본이다. 대안 제시를 동시에 해야 한다.

성원기 : 전기 공급은 주택용, 산업용, 상업용, 교육용 등으로 구분되는데, 주택용은 (전기 수요의) 15%. 산업용이 55%다.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은 여태까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산업 부문의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려면 전기세를 현실화해야 한다.

박설희(강원녹색당 창준위 준비위원) : 삼척 이외의 강원 지역에서는 '삼척 투쟁'이 탈핵 이슈라기보다 김대수 시장을 향한 주민반대운동의 측면으로 부각되었다. 아직 탈핵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핵에 대한 연대틀이 있다면 각 지역에서 결합하고 꾸준히 소통하면서, 핵에너지의 위험성과 함께 에너지 소비 구조와 지역 에너지 자립 문제 등을 논의하고 탈핵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공유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붕희 : 핵발전소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데, 5000만 인구가 외면하고 있다. 사용자 부담 원칙을 강조해서 '안전하다면 대도시에 지어라', '사용자들이 생산하라'라고 말해야 한다. 왜 소수자들에게 강요하는가. 그래야 사용자들에 대한 규제도 마련될 것이다.

박혜령 : 영덕도 주변의 대구·경북 지역이 이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힘들다. 삼척의 경우 타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이광우 : 주변 지역을 끌어들이기 위한 삼척의 역량이 부족하다. 금년부터라도 삼척이 연대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박홍표 : 삼척투쟁위가 만들어진 지 2년 반이나 됐지만, 전문성과 기술력에 한계가 있고 이광우 실장도 시의원이 되어 여력이 없다. 사람들을 엮어낼 전문적인 사람이 내부에 없어 걱정이다.

신규 부지인 삼척과 영덕의 연대

박혜령 : 한국의 핵정책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역 안에서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이 다른) 삼척과 영덕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이광우 : 5월 정도에 여력이 된다면 삼척 사람 5명, 영덕 사람 5명이 '(지정)고시 해제하라'는 깃발을 걸고 해안선을 따라 도보 투쟁을 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박홍표 :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이야기를 나눈다면 영덕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각 지역에서 싸우면서 동시에 그들의 관심을 계기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협의체를 만들자.

이붕희 : 핵발전소가 있는 울진도 함께하면 좋겠다.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들만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서 이슈를 크게 만들 필요도 있다.

성원기 : 영덕과 삼척이 어떻게 탈핵 운동을 해나갈지 모색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 지역의 문제,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다. 우선 지역부터 연대하자.

이옥분 :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영덕과 삼척이 신규 부지로 함께 선정된 만큼 힘을 합치자.


 /(탈핵신문)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후쿠시마는 남의 일 아니다, 삼척 핵발전소 결사반대"


이글은오마이뉴스 2013-03-12일자 기사 '"후쿠시마는 남의 일 아니다, 삼척 핵발전소 결사반대"'를 퍼왔습니다.
삼척 시민들,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 진행

▲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2년째를 맞는 3월 11일, 삼척 시청 앞 삼척 핵발전소 반대 집회. ⓒ 성낙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째가 되는 11일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그 사고로 희생을 당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삼척시 근덕면에 건설될 예정인 삼척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후쿠시마를 기억하고,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을 알리는 한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2주년을 맞아 핵 없는 세상, 핵 없는 삼척을 위한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려는 목적으로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삼척시와 삼척시의회에 핵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에서 삼척시와 시의회 심판할 것"을 경고했다.

삼척 핵발전소 반대 시민들이 이날 다시 삼척시 등에 주민투표를 요구한 데는, 박근혜 정부가 오는 8월 '핵 발전 고시 확정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결사반대하는 삼척 시민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그 뜻을 정부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집회는 삼척시청 앞 광장에서 '핵없는 세상을 위한 2013년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삼척시청 앞에서 삼척우체국까지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을 진행하는 순서로 거행됐다.

미사는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관했으며, 3보1배 대행진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에서 주관했다.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의 삼척시민을 비롯해 김양호 강원도 도의원, 정진권 삼척시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단체로는 근덕면원전반대투쟁위원회, 삼척환경시민연대, 진보신당, 민주통합당 등이 참석했다.

▲ 삼척 시청 앞,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을 준비하는 시민들. ⓒ 성낙선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에너지 절약형 사회 만들어야"

이날 집회에서 정의평화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서도 보았듯이 "핵발전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앙"으로서 "다가올 미래는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하고 일본 전 국토의 11.6%가 오염되는 등 후쿠시마는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핵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에너지이자 후세에 (핵 처리) 비용을 떠넘기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로 규정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그 자체가 핵무기로 핵무기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북한의 핵실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핵발전소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신재생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에 의존하는 에너지 절약형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8월경 수립될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핵 발전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조속히 삼척시와 삼척시의회가 주민투표를 발의"해 삼척시민들의 뜻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대수 삼척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고, "우리의 염원을 저버린다면 이제는 물리적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척시민환경연대 김승호 대표(강원대 삼척캠퍼스 환경공학과 교수)는 핵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 온 김대수 삼척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국 240여 개의 지자체 중에서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서 죽기 살기로 핵발전소를 유치한 사람은 삼척시장뿐"이라며 "삼척 핵발전소가 백지화될 때까지 결사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양호 강원도 도의원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온 삼척 시민"들에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삼척 원전으로부터 삼척을 끝까지 지켜내자"고 말했다. 정진권 삼척시 시의원은 "주민투표는 삼척 시민의 권리"로 "주민투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보 1배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질서 있게 진행됐다. 3보 1배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척우체국 앞에서, "핵발전소 건설 구역 지정 고시 해제" "주민투표 실시" "핵발전소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 삼척 시청 앞,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 삼척시 척주로를 지나는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성낙선(solpurn)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박정희가 풀어놓은 골렘, 박근혜가 잡아넣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1일자 기사 '박정희가 풀어놓은 골렘, 박근혜가 잡아넣어라!'를 퍼왔습니다.
임기 중 핵발전소 폐쇄해야, 한 기 해체에 최소 6000억 원

"이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과학기술 면에서도 커다란 전환점을 이룩하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하고 그 1호기 준공식을 갖게 된 것은 참으로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의 도정에서 이룩한 하나의 기념탑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스물한 번째로 핵 발전국 대열에 참여하게 되어 과학 한국의 모습을 자랑하게 되었다."

지난 1978년 7월 2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준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35년이 지났다. 이미 그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30년의 설계 수명이 끝난 상태다. 현재는 2008년 1월 재가동 승인을 받아서 10년의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2017년에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중이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 최초로 핵발전소를 닫는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때 연 핵발전소를 딸 박근혜 당선인이 닫아야 하는 것. 하지만 정작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핵발전소를 중단하는 일, 즉 핵발전소 폐쇄를 놓고는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이다.

고리 1호기 이어서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다. 핵발전소의 안전 관리를 총책임지는 대통령 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총체적 안전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의 실행 방안을 보고했다. 그 대상으로는 설계 수명 30년이 넘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가 꼽혔다. 고리 1호기를 따라서 월성 1호기도 2012년 11월 20일로 설계 수명을 다했다.

잦은 고장, 납품 비리, 사고 은폐 등으로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 핵발전소의 안전 검사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테스트를 놓고 환경 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 검사지 오래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에 이어서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200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의 재가동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사 기간은 서류 제출일로부터 18개월 이내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9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심사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처럼 월성 1호기도 10년간의 승인 연장을 해주리라는 것에는 대체로 부정하는 이들이 없다. 최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애초 대통령 직속의 중앙 행정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핵 발전 진흥을 진두지휘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산하 기관으로 격하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수순 밟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헌석 대표는 "월성 1호기처럼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재가동을 염두에 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것이 아니라, 가동 중단 즉 폐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전경. ⓒ프레시안(이대희)

왜 핵발전소 폐쇄를 말하지 못하나?

물론 애초 설계 수명보다 핵발전소를 더 가동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은 아니다. 전 세계의 많은 핵발전소가 애초 설계 수명보다 더 가동한다. 하지만 지금 수명 연장 심사 중인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도 안전장치에 아쉬움을 표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비상 냉각 장치의 설치는 그 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만약의 사고로 원자로를 식힐 냉각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할 때 가동하는 비상 냉각 장치는 복수로 설치돼야 한다"며 "월성 1호기는 그 비상 냉각 장치가 한 개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 개 더 설치하라고 권고했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래된 핵발전소라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광 5호기, 6호기 등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불량 부품이 최근까지 10년 이상 쓰인 사실이 확인된 것도 걱정을 부추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전국의 핵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수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량 부품 수천 개가 끼어 있으니 걱정이 안 될 리 없다.

월성 1호기는 지난 30년간 총 39회의 고장이 있었다. 2012년에도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두 차례의 고장이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 번은 작은 부품 고장, 다른 한 번은 기술자의 기기 조작 실수"라며 "월성 1호기를 비롯한 핵발전소는 티끌만한 문제가 있어도 일단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안전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는 원래 티끌만한 문제나 혹은 평상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비교적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사고는 하나씩만 일어났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작은 고장'과 '인간의 실수'가 운이 없게도 연달아 겹쳐서 일어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역시 1971년 가동을 시작해 40년간 문제가 없었다. 여러 차례의 고장이 있었지만 모두 "핵발전소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 넘는 규모의 지진과 지진 해일이 이 핵발전소를 덮치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그토록 자신했던 안전장치는 하나도 제 구실을 못했다.

핵발전소 한 기 폐쇄, 적게 잡아도 6000억 원


설계 수명이 다 된 핵발전소라도 당장은 땜질해서 쓸 수는 있다.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운 좋게도 큰 문제없이 가동한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원히 가동할 수 있는 핵발전소는 없다. 이것이 한국수력원자력 또 박근혜 당선인이 직시해야 할 불편한진실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진실을 부정하는 것일까?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핵발전소 폐쇄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모든 시민이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 일이야말로 핵발전소 유지, 확대에 목매는 핵 마피아들이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핵발전소 폐쇄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든다. 지식경제부는 2011년 말 핵발전소 한 기당 해체 비용을 39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 정도도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28일 해체 비용을 6033억 원으로 올렸다.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비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추산 비용보다 약 두 배가 증가한 금액이지만 여전히 국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예측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낙관적일 정도로 핵발전소 폐쇄 비용을 낮게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산정한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을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하면 9860억 원(2011년 말 기준)에 달한다. 2011년 12월 19일 일본의 추산을 보면, 핵발전소 한 기당 해체 비용은 680억 엔이다. 이는 현재(2013년 1월 17일) 환율 기준으로 8122억9400만 원에 달한다.

시간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20~30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의 설계 수명 30년에 육박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약 15년 정도는 계속해서 냉각기를 돌리면서 원자로 안의 방사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핵발전소 폐쇄를 준비하라!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한국은 아주 작은 연구용 원자로 외에는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폐로해본 경험이 없다"며 "핵발전소 폐쇄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지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핵 발전에 찬성하는 이들이 되뇌는 '핵발전소는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박근혜 당선인은 이제 핵발전소 폐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핵발전소 폐쇄 문제는 찬핵/반핵 갈등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핵 발전 찬성파도 낡은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데는 찬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낡아서 못 쓰게 된 기계는 버려야 하듯이 오래된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978년 7월 20일자. ⓒnewslibrary.naver.com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 앞에는 핵발전소 폐쇄와 동시에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는 선택지밖에 없을까?

과학학자 해리 콜린스와 트레버 핀치의 비유를 빌리자면, 핵발전소는 유대교 신화에 나오는 '골렘'이다. 그것은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일을 대신 해주며 위협적인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통제를 받지 않은 그것은 손발을 마구 휘둘러 주인을 파괴한다. 자신이 가진 힘도 모르고 자신이 얼마나 서투르고 무지한 존재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 골렘 핵발전소를 우리에서 풀어 놓은 장본인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1978년 7월 20일 핵발전소만 찬양한 것이 아니었다. 한 차례의 석유파동(1973년)을 호되게 겪고 또 다른 석유 파동(1979년)을 대비하던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를 넘어서는 지도자가 되려는 박근혜 당선인이 '원자력 시대'의 황혼기에 들어야 할 충고는, 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당부가 아닐까? 아버지가 풀어 놓은 골렘은 다시 우리 안에 가두고.

"기름 한 방울을 아끼고 전기 사용에서도 낭비를 삼가는 알뜰한 생활 태도를 미풍으로 삼으면서 한편으로는 태양열, 조력, 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 개발하는 데도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다. 넉넉한 부존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가 세계의 부강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기풍을 계속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남빛나라 기자,강양구 기자 

2013년 1월 4일 금요일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4일자 기사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을 퍼왔습니다.
'비싼' 핵발전소·'값싼' 전기, 기업은 웃고 시민은 운다

3일 서울 아침 최저 기온 영하 16도.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9시께 순간 예비 전력이 450만 킬로와트 미만으로 하락해 전력 경보 '관심'(4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는 피했으나 '준비'(5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가발령됐다.

이런 상황을 놓고서 정부는 또다시 핵발전소 타령이다. 3일 청와대에서 국무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파로 전력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영광) 원전 5, 6호기가 재가동돼서 다행"이라며 다시금 핵발전소를 에너지 구원 투수로 추켜세웠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12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의지를 수차례 밝혔었다.

 
▲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관리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위험한 핵발전소, 알고 보니 '돈 먹는 하마'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핵발전소가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을 놓고는 갈수록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은 "핵발전소가 화석 연료보다 36퍼센트 더 비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전 단가에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사고 발생 위험 비용, 노후 핵발전소 해체 및 환경 정화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비용, 사회 갈등 비용 등을 포함하면 석탄, 석유 등의 화력 발전소보다 오히려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발전소와 같은 비싼 에너지원에서 생산되는 한국의 전기가 왜 싼 것일까? 한국의 전기 요금은 일본(2.8배)은 물론이고 중국(1.4배), 필리핀(2.4배)에 비교해도 매우 낮다. 이렇게 전기 요금이 낮은 이유는 바로 한국전력이 국민을 상대로 '밑지는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총수입을 원가로 나눈 것)은 87.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100원에 사서 시민에게 87원에 판 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수년째 조(兆) 단위의 적자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순손실만 3조5100억 원이다.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적자는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한국전력의 밑지는 장사에 더해서 앞에서 언급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까지 염두에 두면 시민의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참사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고리 1호기와 같은 노후 핵발전소 해체, 시시각각 쌓이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희정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장·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핵발전소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화석 연료보다 싸지도 않고 또 상시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핵발전소는 고장이 잦아 전력 체계를 불안하게 하므로 오히려 전력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전기 '펑펑' 쓰는데, 왜 시민 탓만?

이렇게 정부가 핵발전소 타령을 하면서 정작 전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기 절약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체 전력 소비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용전기 사용자인 기업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전력 소비의 14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애꿎은 가정용 전기 사용자만 탓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는 싸도 너무 싼 산업용 전기 요금이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을 많이 쓸수록 올라가는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아껴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정부가 가정에서 전기를 아껴 쓰자는 캠페인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정은 절전의 여지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이미 제법 절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진짜 타깃인 기업 대신 엉뚱한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2011년 6월 21일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시행된 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결과를 보면 더욱더 설득력을 얻는다. 김현우 연구원은 "당시 20분 동안 관공서와 일부 기업이 참여했을 뿐이었는데도 전력 예비율의 약 15퍼센트를 확보했다"며 "이렇게 공장, 회사 등이 10~20퍼센트만 전기를 아껴도 전력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절약한 전력량은 화력 발전소 10기, 핵발전소 5기 정도를 가동할 때 얻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확인해 놓고도 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는 대신 안전성을 놓고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재가동했다. 고리 1호기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1.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김현우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 기업 경쟁력이 줄어든다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전기의) 원가를생각할 때는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재 수준의 30~40퍼센트는 올려야 한다"며 "계속해서 값싼 전기에 의존해서는 그들이 강조하는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한빛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올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가운데 세 번째는 요금이나 재무 개선"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을 현실화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전기 요금에 손을 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빛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