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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9일 화요일

경제민주화의 해법 "주식회사 변혁"에 있다


이글은 대자보 2013-03-16일자 기사 '경제민주화의 해법 "주식회사 변혁"에 있다'를 퍼왔습니다.
마조리 켈리의 (주식회사 이데올로기)..기업보다 사람이 먼저야

▲ 표지 © 북돋움
지난 18대 대선에서 핵심키워드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였다. 여야 후보는 물론 시대정신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학자와 전문가 그룹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다양한 논리가 전개됐지만 좀 더 명확한 지침서를 찾기가 힘들었다. 

10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마조리 켈리의 ( The Divine Right of Capital )이란 책이 (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복돋움, 2013년 3월, 제현주 옮김)로 번역돼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나름대로 경제민주화의 해법을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주식회사를 변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를 변혁하거나 폐지할 권리가 시민에게 있듯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주식회사를 변혁하거나 폐지할 권리는 역시 시민에게 있다고. 

한때, 국가는 왕의 재산이었다. 귀족은 일하지 않고 수확물만 거두어 갔다. 재산 없는 자들은 투표를 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묻는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재산인가? 기업의 수확물은 어째서 주주만의 몫인가? 종업원은 왜 투표를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저자는 이 책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라고 말한다. 즉 주식회사는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이며, 기업이 속한 더 큰 공동체가 그러하듯,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책은 마조리 켈리가 10년 전에 ( The Divine Right of Capital )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지만, 10년 전에 출간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리의 잘못된 경제 현실에 대한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권리에 앞선 사람의 권리에 대해 집요하게 천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기업이 먼저라는 완고한 주장이 버티고 있다. ‘노동자가 살기위해 기업도 있다’는 논리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있다’는 논리가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노동자와 상인을 살리기 위한 기업의 규제는 수그러들고, 경제 살리기는 곧 기업 풀어주기로 통하는 주장들이 난무하다. 

더 나아가 기업이 사람이라는 논리는 곧 기업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강변되는 주주, 특히 대주주의 재산권과 자유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부자의 권리와 자유이고, 여기에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우리의 현실에서 이 책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처한 조건은 더욱 나빠진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이익을 제대로 나눠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OECD국가 중 가장 소득 불평등이 높은 나라라면서, 한국은 상위 1%가 전체소득의 17%을 차지하는데, 이보다 심한 불평등을 보이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저자는 파이가 전처럼 급속히 커지지 않으면,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 진다고 말한다. 현재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보통의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점점 적어지는데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계속해 커지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시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 있는 권력 집단에 유리하게 설계된 경제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경제귀족주의, 경제 권력이 소수 특권층의 손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경제민주화를 구현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계층의 소득을 진작하고,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격차를 줄이며, 비정규직, 여성, 이주민, 소수자, 청년층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경제적 기회가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대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창업자와 중소기업을 복 돋는 경제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고, 사회적 기업, 종업원 소유 기업, 협동조합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정의의 원칙을 주장하면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듯이 부유한 이가 다른 이들보다 더 큰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되며, 주식회사가 인간의 권리를 누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마조리 켈리는 보스턴에 위치한 35년 역사의 비영리 연구 및 컨설팅 조직 텔루스 연 구소의 일원이자, 컨팅엣지 캐피탈 컨설팅그룹의 소유 전략부문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비즈니스 윤리)를 공동 창간해 20년간 대표를 맡았다. 사회적 환경적 재무적 목표를 통합하는 기업구조를 구상하고 옹호하는 단체인 코퍼레이션 20/20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이 책을 옮긴 제현주는 KAIST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근무하며 기업경영 및 M&A, 투자분야에서 1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현재 좋은 책을 번역하고 기획하며, 인문 사회과학 공부와 글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김철관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하청 노동자 잡는 위험 작업 외주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03-17일자 기사 '하청 노동자 잡는 위험 작업 외주화'를 퍼왔습니다.

ㆍ화학·조선 등 산재 많은 일터, 대부분 비정규직에 떠넘기기ㆍ기업들 안전 교육·관리 소홀… 사고 나면 처벌도 ‘솜방망이’

대기업의 산업재해 피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유해하고 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넘기면서 일어나는 ‘위험의 외주화(하도급화)’이다. 인건비를 덜고 사용자 책임을 피하려는 하청업체로의 외주화가 고용 불안을 넘어 ‘목숨과 안전의 불안’을 낳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로 숨진 노동자 1명, 지난 14일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사고 때 목숨을 잃은 노동자 6명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산재로 숨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3명 중 2명도 입사 2주~1개월밖에 안된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1990년대 성수대교·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빨리빨리 시방서’가 바닥을 드러낸 데 이어 여수·울산·구미 등에 집적된 중화학단지의 안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기업의 외주화는 안전관리에 구멍을 내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동일 사업장에서 원청 정규직은 안전교육을 받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유해물질을 쓰는지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제공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신범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은 “안전작업의 외주화가 심각해 기계·전기 등 설비 보수를 지원하는 부서들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놓고아웃소싱되고 있다”며 “사업장과 공정 내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일하고 교육이나 안전관리도 소홀해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요구, 하청노동자의 불안한 고용구조도 산재사고를 키우고 있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여수의 대림산업은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밤샘작업을 시키다 참사를 빚었다. 사고 발생 후 하청업체 노동자는 “동료니까 당신들이 구하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밝혀 산업재해를 보는 대기업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김신범 실장은 “원청은 공기를 단축해 가동중단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들은 계약을 빨리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일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비소·염화비닐·디클로로벤지딘 등 13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 도급(외주화)을 금지하고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13종이 지정된 후 유해물질은 한 차례도 추가되지 않았고 문제가 된 불산 등도 빠져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등에 대한 원청 책임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불감증을 낳고 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사고로 40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사업주는 벌금 2000만원을 무는 데 그쳤다. 2011년 이마트 냉동창고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죽었지만 벌금 100만원이 전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 2012년 7월까지 발생한 2290건의 중대재해에서 57.2%가 벌금형이었고, 징역형은 2.7%인 62건에 불과했다.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일터의 하청화가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수가 급증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들이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책임은 은폐되면서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3년 1월 31일 목요일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30일자 기사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를 퍼왔습니다.

ㆍ에델만 조사… 기업 신뢰도, 26개국 중 ‘꼴찌’

한국인은 기업, 정부, 미디어보다 비정부기구(NGO)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대상 26개국 중 꼴찌였다.

광고홍보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2013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 기업·정부·미디어·NGO 등 4대 기관 가운데 NGO가 신뢰도 66%로 유일하게 한국에서 신뢰받는 기관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미디어(49%), 정부(44%), 기업(31%) 모두 신뢰도가 50%에 못 미쳤다. 신뢰도가 50% 미만인 경우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사기행위·부정부패 때문에 정부를 불신한다고 답한 비율은 51%였고, 기업에 대해서도 사기행위·부정부패를 불신 요인으로 꼽은 사람이 44%였다. 투명성 문제가 불신의 요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기업 34%, 정부 18%였다.

한국인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조사 대상 26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미국(62%), 영국(56%), 일본(52%)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74%), 브라질(64%), 러시아(40%) 등 신흥국보다도 훨씬 낮았다. 또 중소기업(55%)이 대기업(44%)에 비해 여론주도층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기업 운영보다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 고객 의견 경청, 문제 또는 위기 대처에 있어 책임 있는 행동, 도덕적·투명적 관행, 수익보다 고객 우선 등이 신뢰도 형성에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추세가 윤리경영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말 잘 듣는 사람만 앉히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민간 기업도 설명회 등을 통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2013년 1월 4일 금요일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4일자 기사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을 퍼왔습니다.
'비싼' 핵발전소·'값싼' 전기, 기업은 웃고 시민은 운다

3일 서울 아침 최저 기온 영하 16도.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9시께 순간 예비 전력이 450만 킬로와트 미만으로 하락해 전력 경보 '관심'(4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는 피했으나 '준비'(5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가발령됐다.

이런 상황을 놓고서 정부는 또다시 핵발전소 타령이다. 3일 청와대에서 국무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파로 전력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영광) 원전 5, 6호기가 재가동돼서 다행"이라며 다시금 핵발전소를 에너지 구원 투수로 추켜세웠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12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의지를 수차례 밝혔었다.

 
▲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관리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위험한 핵발전소, 알고 보니 '돈 먹는 하마'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핵발전소가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을 놓고는 갈수록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은 "핵발전소가 화석 연료보다 36퍼센트 더 비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전 단가에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사고 발생 위험 비용, 노후 핵발전소 해체 및 환경 정화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비용, 사회 갈등 비용 등을 포함하면 석탄, 석유 등의 화력 발전소보다 오히려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발전소와 같은 비싼 에너지원에서 생산되는 한국의 전기가 왜 싼 것일까? 한국의 전기 요금은 일본(2.8배)은 물론이고 중국(1.4배), 필리핀(2.4배)에 비교해도 매우 낮다. 이렇게 전기 요금이 낮은 이유는 바로 한국전력이 국민을 상대로 '밑지는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총수입을 원가로 나눈 것)은 87.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100원에 사서 시민에게 87원에 판 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수년째 조(兆) 단위의 적자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순손실만 3조5100억 원이다.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적자는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한국전력의 밑지는 장사에 더해서 앞에서 언급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까지 염두에 두면 시민의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참사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고리 1호기와 같은 노후 핵발전소 해체, 시시각각 쌓이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희정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장·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핵발전소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화석 연료보다 싸지도 않고 또 상시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핵발전소는 고장이 잦아 전력 체계를 불안하게 하므로 오히려 전력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전기 '펑펑' 쓰는데, 왜 시민 탓만?

이렇게 정부가 핵발전소 타령을 하면서 정작 전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기 절약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체 전력 소비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용전기 사용자인 기업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전력 소비의 14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애꿎은 가정용 전기 사용자만 탓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는 싸도 너무 싼 산업용 전기 요금이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을 많이 쓸수록 올라가는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아껴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정부가 가정에서 전기를 아껴 쓰자는 캠페인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정은 절전의 여지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이미 제법 절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진짜 타깃인 기업 대신 엉뚱한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2011년 6월 21일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시행된 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결과를 보면 더욱더 설득력을 얻는다. 김현우 연구원은 "당시 20분 동안 관공서와 일부 기업이 참여했을 뿐이었는데도 전력 예비율의 약 15퍼센트를 확보했다"며 "이렇게 공장, 회사 등이 10~20퍼센트만 전기를 아껴도 전력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절약한 전력량은 화력 발전소 10기, 핵발전소 5기 정도를 가동할 때 얻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확인해 놓고도 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는 대신 안전성을 놓고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재가동했다. 고리 1호기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1.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김현우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 기업 경쟁력이 줄어든다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전기의) 원가를생각할 때는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재 수준의 30~40퍼센트는 올려야 한다"며 "계속해서 값싼 전기에 의존해서는 그들이 강조하는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한빛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올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가운데 세 번째는 요금이나 재무 개선"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을 현실화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전기 요금에 손을 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1월 2일 수요일

책임회피의 끝판왕 기업을 처벌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31일자 기사 '책임회피의 끝판왕 기업을 처벌하라'를 퍼왔습니다.
[기업살인 사회를 넘어·끝] 노동자의 위험, 막는 건 기업의 책임

'기업살인 사회를 넘어' 연재가 이번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됩니다. 마지막회는 그 동안 노동자들의 현실을 취재한 집필노동자 희정 씨가 서문을 쓰고, 노동건강연대의 유성규 편집위원, 박혜영 상근활동가가 본문을 썼습니다. 그간 연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 산업재해 문제를 취재하면서 든 의문이 하나 있다. 왜 대부분의 산재는 돈으로 해결되는 걸까. 보상금은 늘 해결의 중심에 서는 걸까?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하니까, 하고 말기에는 생명을 대체하는 것이 돈이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러다 쓰레기수거 노동자들을 취재하게 됐다. 쓰레기 수거차는 생각보다 꽤 높았다. 노동자들은 수거차에서 내려 쓰레기를 치우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차는 100미터마다 섰다. 노동자들이 차에 내리고 오르는 작업도 100미터마다 반복됐다. 이 과정이 하룻밤에 200번 넘게 있다고 했다. 오르내리기 버거웠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수거차 뒤에 매달려 가는 것을 택했다. 안전이니 정석이니 그런 것은 작업환경을 가능하게 만들고 할 소리였다. 이들은 주어진 작업량만으로 벅찼다.

이들을 따라 차 뒤에 매달렸다. 쓰레기 썩은내가 속을 뒤집었다. 옆에서 여름이 아니라 이만한 거라 위로를 해왔다. 그 냄새에 코가 다 헌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속도였다. 보는 것보다 차가 빨랐다. 급정거나 작은 충돌에도 떨어져 다칠 가능성이 컸다. 말로 듣던 위험이 몸으로 와 닿았다.

달리는 차에 매달려 생각했다. 만약 떨어지면 치료비는 어떻게 하지? 누가 책임지는 거지? 이미 차에 오른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안전장비가 아니었다. 다친 후 사정이었다. 의문이었던 '왜 노동자들의 병과 죽음은 돈으로 결론 맺어지는가'의 답은 나왔다. 그들은 이미 위험 앞에 놓여 있었다. 이미 위험 위에 선 노동자들에게 예방이나 시설 개선은 먼 이야기였다. 그들의 머리를 차지하는 것은 치료비와 남은 가족들의 생활비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늘 위험 위에 올라 일한다. 원래 일이 다 그런 것이라 한다. 위험 위에 오르려 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해고라는 더 큰 위험을 주어진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반수가 넘는 사회다. 위험을 거부할 수 없는 노동자가 연연해 할 것은 위험 후 보상뿐이다.

노동자가 일터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을 때야 돈이 아닌 생명을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의 물질을, 시간을, 속도를, 안전장치를, 보호구를, 예방과 교육을 통제할 수 있어야 노동자는 살아남을 수 있다. '살인기업법'은 노동자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수단이다.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마치며, '살인기업법' 제정의 의미를 밝힌다. (기록노동자 희정)

-기업살인 사회를 넘어

(1) 우리는 일터에 죽으러 가지 않았습니다
(2) 기록도 없이 사람 죽어나가는 그곳엔 무슨 일이…
(3) '빽' 없는 윤식이들은 '찍'소리 못하고 죽었다
(4) 순식간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 단 한사람이 없어서…
(5) 그녀를 미행한 범인은 회사직원, 몰래 찍힌 사진 속엔…
(6) 우체국 제복 입은 그들은 우체국 직원이 아니다
(7) 그들은 720원에 목숨을 건다
(8) 저녁이 없는 삶, "먹고 살려다 죽는다"
(9) "우린 지금 매일 발암물질을 밥에 섞어먹고 있다"

통계의 함정과 철가방 우수 씨 

자살률, 노인사망률, 빈곤율. 뉴스에서 읽히는 우리의 각종 통계가 나의 삶이라 느껴진 적이 있는가? 1년 동안 2114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 1일로 환산해보면 하루 평균 6명이 오로지 일 때문에 죽어간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1명이 죽을 때 한국에서 14명이 죽는다는 지나가는 뉴스. 산재사망률은 세계 1위고,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는 은폐된 산재사망을 더하면 그 수치는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이마트에서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하다가 질식사 한 청년, 누군가는 10만 원짜리 안전펜스가 없어 용광로에서 죽었고, 그를 추모하는 시를 통해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다. 12월 초, 울산 해상에서 배가 전복되어 죽은 사람 중 고3 학생이 있었다. 부모들은 바닷가로 가 아들을 찾아내라며 울부짖는다. 짜장면을 배달하다 사고로 죽은 철가방 우수 씨는 가난한 이웃을 돕고 있었고, 뜻을 기려 후원회에 그의 이름이 붙기도 한다. 그들은 다름 아닌 일을 하다가 죽었다. 산업재해는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때로는 한 가정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기도 하는 절절한 사연을 동반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람의 죽음들을 안타까워는 하나, 왜 죽었는지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철가방 우수 씨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결국 2114명 중 한 숫자를 차지한 저 사연들은 단지 통계로만 세상에 남게 된다. 간혹 미담이나 슬픔으로 남게 될지언정 그 죽음의 원인이 산업재해였다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통계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돼서 나온다. 노동자들의 죽음이 산재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7월 12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공공연맹에서 열린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결의대회에 참가한 유가족과 피해 노동자가 숨진 노동자들의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119를 부를 수 없는 하청노동자

사실 알고 있다. 회사에서 어떻게 산재처리를 하나. 신청 안 해주면 그만이다. 스스로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그놈의 통계에 안 잡히게 하려고 119를 부르지 못하고 트럭에 태워 보내지다 목숨을 잃었다. 정규직이 되려고 공상처리를 할지언정 산재는 감히 엄두도 못 낸다. 남은 사람들은 체념하고 깨닫는다. 어차피 산재는 안 된다.

라디오에서 가끔 일하다가 다쳤다,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지만, 그들에게 산재신청 하라는 얘기는 해주지 않는다. "어머 어떻게 하면 좋아요, 쾌차하시길 빕니다." 한다. 학교, 부모님, 어른, 동료 어느 누구도 일하다가 다쳤을 땐 산재 신청하면 된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조심하지 그랬느냐며 등을 다독여준다. 그뿐이다. 그래서 모른다. 산재 신청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내 월급에서 4대 보험이 빠져 나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패스트푸드점에선 '4대 보험'을 직원 복지 영역에 넣어놓고 인심이나 쓰듯 플래카드를 걸어둔다. 참으로 감사하다.

실수로 다쳤으면? 산재보험은 무과실이다. 고의가 아닌 이상 모두가 보호를 받는다.산재 처리하면 재활치료도 잘 받을 수 있고, 쉬는 동안 휴업급여도 준다는 사실을, 산재보험은 무과실이란 사실을 노동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심지어 노무사들도 노동법을 공부하다가 무과실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산재은폐는 회사의 고의 또는 정부가 책임 있게 알려주지 않는 덕분에 당연시되고 굳어진다. 산재신청을 안 하고 일자리를 택해야 하는 지금, 산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산재은폐를 더 공고히 만든다. 산재은폐는 범죄라고 말하는 노동부조차 왜 산재 신청을 안 하는지, 왜 못하는지 관심이 없다.

이러한 사실마저 통계로 나와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산재환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다 적발된 건수는 39만 8000여 건에 이른다. 건강보험공단의 부족한 행정력을 고려할 때, 적발되지 않은 산재 건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문제잖아? '통계상' 사람이 매일 6명씩 죽는데

통계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 정책 입안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1위의 산재사망률에, 산재 은폐도 엄청나다는 통계도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정부는 무얼 하고 있을까?

정부는 언제부터인가 '노동부'를 '고용부'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행정에 나타난 변화는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가 친기업을 표방하며 노동행정의 중심축을 '노동'에서 '고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정부 규제감독이 대거 후퇴하였다. 반복되는 산재사망의 악몽 속에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도 부족한 판에 정부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포기다.

규제와 감독이 중요한 이유는 목숨 걸고 일하는 일터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돈을 투자해서 안전설비를 갖추는 사장이 얼마나 될까? 용광로에서 사람이 떨어져죽기 전에 그 펜스를 만들 이유가 필요하다. 날씨가 궂어도, 비나 눈, 새벽 서리에 미끄럽더라도, 발을 헛디뎠다고 해도 추락해 죽는 게 아니라 안전그물에 떨어져야 한다. 그걸 만드는 게 규제와 감독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매우 복잡한 법이 있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나열하고 처벌조항까지 강하게 두고 있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안전배려의무를 지고 노동자는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는 일은 일터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주변의 이웃과 자연까지 보호하는 일이다. 구미 불산사고로 대피한 지역 주민이 얼마나 많았나?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그 사건의 이유는 산업재해였다.

그런데 노동부의 '안전보건 지도감독' 대상사업체 수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감소하였다. 2007년 5만여 건에 이르던 지도감독 대상사업체 수는 2009년에 이르러 1만 7000여 건으로 급감하였다. 법 위반 사업장의 대부분이 시정, 경고에 그치고 과태료나 사법 처리비율은 5%에 불과하였다.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은 산재사망 발생 가능성을 그대로 방치하였음을 의미한다.

▲턱없이 저조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 사법처리 사례. ⓒ노동건강연대

산재사망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정부는 사업주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을까? 2011년 1심 법원에서 판결된 주요 산재사망 사건의 형량을 살펴보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부분 미약한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심지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아래 표 참조)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 결과 고찰,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2011년. ⓒ노동건강연대

이 양상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2008년~2011년 대법원에서 판결된 주요 산재사망 사건의 형량을 살펴보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대부분에서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원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업주들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아래 표 참조)

▲전형배,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제도의 실효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워크샵, 2012년. ⓒ노동건강연대

한국 산재사망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이유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벌금 몇 푼 내면 해결되고, 산재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법상 의무를 무시해도 시정 권고면 그만이다. 어떤 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겠는가?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를 산재유발자라 칭할 수밖에 없다.

간접 고용, 책임 회피의 끝판왕

대기업의 하청으로 먹고사는 중소 영세 기업들을 보자.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데 일하는 사람의 90%는 하청이다. 하청에 하청이 셀 수도 없다. 원할 때 사람을 불러, 쪼아서 일을 시킨다. 사람이 죽는다. 하청이 책임진다. 대기업은 내가 왜? 아파트는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불티나게 팔렸다. 이 얼마나 편리한 고용 구조인가. 지탱하는 것조차 힘든 하청기업에 산재 예방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어불성설이다. 최근 발생한 큰 산재사고는 전부 하청기업이다. 간접 고용의 증가는 많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이 인용한 노동부 자료를 보면, 2007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사고성 중대재해 76건 중 사내하청에서 발생한 재해가 62건으로 전체 사고의 81.5%에 이르렀다. 원청 대비 사내하청의 중대재해 발생률이 무려 4.42배에 이르는 것이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이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일부는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이 부담하는 의무는 그 내용상 협의, 지도, 지원 범위 등에 국한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서류 쪼가리 몇 장, 확인서 몇 장만 잘 갖추어 놓으면 산재사망에 따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원청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서 산재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할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어떠한가

많은 이들이 산재사망을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사업주들이 실제 변화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기업의 회계관련 처벌 규정은 강력하고 실제 처벌 수위도 비교적 높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회계 관련 범죄를 반복하여 저지른다. 그 이유는 그 위험에 상응하는 몇십 배, 몇백 배의 경제적 이윤이 따르기 때문이다. 산재사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벌금형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의 정보를 언론에 공시함으로써 기업에 실질적인 압력을행사하는 방안 등 다양한 처벌 유형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속성상, 단 한 번의 산재사망으로 자신이 벌어들인 이윤 전체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업 스스로 산재예방을 위한 방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이 논의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s)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그것에 가까운 악의'에 의해 피해를 본 경우, 그러한 행위를 장차 두 번 다시 하지 않게 하려고 손해액과는 관계없이 고액의 배상금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은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가 동일 사업체에서 반복적으로 매년 발생한다.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아니면 사고의 개연성이나 가능성을 알면서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 위험을 내버려두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그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존 손해배상 체계와 모순되지 않도록 정리한다면 전체 도입도 가능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부분적으로 빌릴 수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어떤 처벌 유형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자가 처벌받아야

이와 같은 입법적 변화만으로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우리가 목격하는 '비상식적' 현실들은 단순히 입법 미비에서 야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사망의 예방 법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소권을 보유한 검찰과 수사권을 행사하는 노동부의 문제점에 있다. 검찰과 노동부의 문제점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입법적 문제점이 해결되더라도 실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입법적 시도들과 더불어,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노동부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보강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재판에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와 조사 권한을 행사하는 '(가칭) 노동안전보건청'의 설립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간접고용 등 기형적 고용구조도 고려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지는 사업체의 대표자, 즉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는 않았지만,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이들의 노동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리는 지위에 있는 자가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 같은 변화를 매우 거창하고 엄청난 일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미 파견노동자 안전에 관한 사용자 책임을 형식상 사용자가 아닌 실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지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이에 대한 법률적 보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처벌 강화와 관련한 논의의 핵심은 법률의 제정이 아니라 진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 박근혜만 무관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4일자 기사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 박근혜만 무관심'을 퍼왔습니다.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등 입모아 “산업재해 입증책임 기업에 있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한국 사회 주요 이슈중 하나인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입장과 해결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등 전현직 대선후보들은 직업병 문제에 대해 노동자 중심의 공통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18대 대통령 선거기간 중 대선후보들에게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정책 대안에 대해 물었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발병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산업재해 입증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보다 기업의 영업기밀이 우선 할 수 있는지 여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입장을 각각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 캠프에 물었다.
그 결과 박근혜 후보 측은 모든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질의를 준비한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 연구원은 "지난 10월 28일 반도체노동자의 날 행사에서 대선후보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밝힌 뒤 각 후보들에게 홈페이지 공식이메일을 통해 똑같이 답변을 요청했으나 박 후보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398쪽으로 구성된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자료집에도 직업병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제도실시가 필요하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었다. '행복한 일자리를 키워나간다'며 홍보했던 늘·지·오 공약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관련 입장을 잘 모르겠다고 밝혔으며, 새누리당 정책국은 박근혜 캠프 공보단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박근혜 캠프 공보단 관계자는 직업병 관련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후보 측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선 확인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 2011년 3월 31일 삼성 본관에서 고 박지연씨의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이 열린 모습. ⓒ이치열 기자

반면 다른 후보 측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민주통합당 전순옥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후보를 대표해 반올림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며 그 자리에서 "어린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민주당이 무엇을 했는지 부끄럽다", "더 이상 죽어가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으로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직업병 문제와 관련, 산업재해 발생 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개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이 기업의 영업기밀보다 우선될 수 있게 하겠으며, 이를 통해 직업병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는 “지금 시대에 노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삼성에 일찍이 노조가 있었다면 이 문제도 해결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정희 후보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통합진보당 측은 삼성노동자들의 희귀암 발병을 두고 △산재보험 선 보장 사후평가제도 실시 △산재보험 적용 확대 △산재치료 후 원 직장 복귀 의무화 △산재보험 국고지원 △기업살인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공약했다.
무소속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 또한 삼성노동자에게서 발생한 희귀병이 직업병이 확실하다고 강조한뒤 산재당사자의 입증책임이 사업주와 정부에게 있도록 전환돼야 하며 건강권과 알권리가 영업기밀보다 우선한다고 입을 모았다.

▲ 2010년 4월 2일 삼성 본관 앞에서 한 시민이 백혈병으로 숨진 고 박지연씨를 추모하는 피케팅 모습. ⓒ이치열 기자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역시 지난 11월 15일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치료 중인 한혜경씨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노동자가 직업병의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큰 병에 걸린 분이 어떻게 증명해내겠느냐"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현장과 직업병 간의 관련성 입증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후보를 제외한 대선후보 대부분이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기업의 영업기밀보다 국민의 건강권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반올림 추산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150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58명이다.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완화하는 산재법 개정안이 현 정부에서 제출된 바 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2일자 기사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 작가

지난 10월 22일, 인기 웹툰 (이끼)와 (미생) 윤태호 작가의 또 다른 신작 (내부자들)이 출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과 대선 정국을 노린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이다. 그 중에서도 굳이 (내부자들)에 꼭 주목하는 이유를 꼽자면 이 작품은 그런 시의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정말 '진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겨레hook 지면에 연재되고 있는 (내부자들)(바로가기)은 여태까지 나온 정치풍자물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내부자들)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동네 뒷골목에서, 고급 요정에서, 여의도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가운데 연재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내부자들)의 큰 줄기를 이끌어나가는 수도일보, 일국당, 미래자동차는 이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세 집단은 각각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보수 언론, 현 여당, 재벌 대기업을 상징한다.
(내부자들)을 읽다 보면 윤태호 작가에게 묻고 싶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쥐벽서 사건’과 ‘트위터 국가보안법’ 등의 시국사건을 연신 터뜨리는 정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을까? 취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왜 온라인상에 74화 이후 다음 편은 올라오지 않을까?
그래서 (미디어스)가 윤태호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내부자들), 한국 사회의 카르텔을 들여다보다

언론·정치권·재벌은 각각 삼각형의 한 꼭지점을 이루며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드는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때로 검찰도 합세하여 돌아가는 이 ‘불편한 삼각관계’를 조명한 배경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지난 민주정부 10년 간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후퇴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만과 위기감이 들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 등장인물 왼쪽부터 수도일보 이강희 논설위원, 일국당 김석우 의원,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윤태호

윤태호 작가는 이를 위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신문사, 국회, 종로 낙원상가 뒷골목 등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신문사 논설위원과 정치인, 기업인 간의 밀실 회합은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실제 사건과 인물을 곧잘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내부자들' 8회 연재분 중 수도일보 편집국장과 미래자동차 회장의 회동 장면.ⓒ윤태호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간혹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사회 고위층과의 경험을 증폭시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면대면 취재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기사를 통한 ‘간접 취재’이다. “뉴스를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력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눈을 속이는 메이저 언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확한 뉴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런 연출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작가는 “다수의 대중이 보는 포털이 아닌 한겨레 지면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이 당연히 있다”며 “편집자들도 배짱 있게 지지해주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연재 도중 가족들의 염려 때문에 몇 번 주춤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윤태호 작가는 연재 당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직접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데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정치를 피상적으로, 혹은 사담 나누듯 이해하다가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 내 정치적 의식의 앙상함과 빈곤함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는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천하는 길 또한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제 생을 걸어서라도 막고 싶었지만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이제 피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뉴스1

이런 고민을 하며 작품을 연재하던 윤태호 작가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태’이다. 윤태호 작가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멘붕’을 겪고 작품 창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연재를 쉬고 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의 74화가 지난 8월 17일 올라온 뒤 다음편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댓글란에는 왜 연재가 재개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포털에 연재 중인 (미생)의 스케줄이 워낙 살인적이라 연재가 밀리고 있다”며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 윤태호 작가.ⓒ오마이뉴스

윤태호, 종이책에서 모니터로

웹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탓에 윤태호 작가를 신인으로 알고 있는 독자가 많지만, 그는 본래 1993년도 ‘월간 점프’에 으로 데뷔해 한동안 출판만화계에서 활동해왔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에 발을 들인 이후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리듬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답했다. “평소 만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지라 결국 내 작품 안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계속 보고 반성하고 방법을 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며 ‘리듬감’을 찾은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는 공통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윤태호 작가가 평소 “‘와, 이거 리얼한데?’라고 느끼는 지점을 분석”했던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윤태호 작가는 “현재를 다루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판타지가 담겨있어도 얼마든지 ‘리얼’한 지점이 있다”며 “‘리얼리티’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에 숨어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작업할 때) 웹 연재 당시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최종결과물인 단행본으로의 변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연재하는 (미생)은 전작인 (이끼)와 달리 나름대로 출판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줄지 살펴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이끼’의 포스터. 영화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인기 웹툰은 자연스럽게 출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변주되곤 한다. 윤태호 작가 역시 전작 가 영화화된 경험이 있다.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작가들이 다작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작품 하나의 가치는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툰은 출판만화와 달리 한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작가가 해당 작품을 통해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 원고료라는 고정 수입이 끊기면 작품을 출판해 인세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작가들의 처지를 고려해 다음 ‘만화속세상’은 완결 만화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웹툰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지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 유료화 관련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변화 또한 합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이어 “물론 독자들은 변화의 속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와 디지털만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니만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도굴꾼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연재에 들어가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앞으로의 연재 계획을 밝혔다.
“소재나 주제 등은 ‘사고’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것들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평소 그런 ‘사고’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사고의 칼을 잘 연마하는데 주력한다”는 윤태호 작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윤태호 작가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자신감을 담백하게 펼쳐 보였다.
“한 작가의 진화를 꾸준히 따라가 보는 것도 나름대로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태호라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펼치는지 담담하게 따라와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공정위, 4대강 과징금 부과한 기업에 'A등급'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5일자 기사'공정위, 4대강 과징금 부과한 기업에 'A등급''을 퍼왔습니다.
'공정 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 등급 우수 기업' 선정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 김동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2년도 공정 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CP) 등급 평가' 결과가 논란이다.

CP(Compliance Program)는 기업이 공정 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CP를 도입한 기업은 536개다. 공정위는 CP를 도입한 기업 중 신청한 곳에 한해 CP 운영 성과를 평가해 등급을 결정한다.

이번 등급 평가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9개, 포스코 계열사 8개, 대림 계열사 4개, 풀무원·삼성 계열사 각 3개 등 39개 기업이 신청했다. 공정위는 이 중 27개 기업에 A등급 이상(AA 4, A 23)을 부여했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과징금 감경(A등급은 10퍼센트 이내, AA등급은 15퍼센트 이내), 직권조사 면제(A등급은 1년, AA등급은 1년 6개월), 공표 명령 감경(공표 크기 및 매체 수 하향 조정) 혜택을 누린다.

'공정 거래 우수 기업' 27곳에 불공정 거래 기업 다수 포함


그런데 이번에 A등급 이상을 받은 27개 기업에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당했던 기업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사업 관련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고도, 이번에 A등급을 받았다. 9월 10일, 공정위는 4대강 사업 관련 담합을 한 8개 건설사에 1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규정대로라면 과징금이 1115억 원보다 많아야 했으나, 공정위는 건설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1115억 원으로 줄여줬다. 삼성물산도 이 8개 건설사 중 하나로, 당시 삼성물산의 과징금은 103억 원이었다. 정리하면,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위가 반년도 안 돼 삼성물산에 '공정 기업'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삼성토탈은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담합으로 처벌을 받고도, 이번에 A등급을 받았다. 삼성토탈은 임직원이 중요 서류를 가지고 달아나는 등 가격 담합 관련 조사를 방해해 과태료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A등급을 받은 현대모비스도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공정위로부터 22억95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급 업체의 납품 단가를 최고 19퍼센트까지 일방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가 적발됐다. 현대모비스의 이러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는 '공정 거래와 동반 성장 협약' 기간 중에도 지속됐다.

이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지탄을 받은 기업들도 A등급 이상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포스코강판은 컬러강판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CU(옛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각종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공정위에 고발된 상태다(관련 기사 : 참여연대, 공정위에 세븐일레븐 고발…CU 이어 2번째). BGF리테일도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역시 A등급을 받은 이노션은 일감 몰아주기 폐해를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 총수 일가 3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이노션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광고를 만드는 곳으로, 2010년 매출액의 거의 절반이 현대차그룹과 한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신세계도 A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신세계는 공정위가 지난 8월 '중소 납품업체에 판촉 행사비, 판촉 행사비, 물류비 등을 전가했다'고 발표한 11개 대형 유통업체 중 한 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기업에 면죄부도 모자라 상까지 주나"

이처럼 담합, 불공정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처벌 혹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들이 '공정 기업'으로 선정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불공정 대기업에 면죄부도 모자라 상까지 주고 있다"며 공정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공정위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공정 거래 우수 기업'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해당 기업에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징금 감면 등의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삼성물산은 4대강 건설 담합이 적발됐을 때도 기본 과징금의 44퍼센트를 감면받았고 삼성토탈도 건별로 58-72퍼센트의 감면 혜택을 받은 바 있다"며 "이런 기업에 추가로 과징금 감면 인센티브를 비롯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 국민 상식에 합당한가"라고 공정위에 따졌다.

또한 경실련은 선정 방식과 평가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서 '경영진의 자율 준수 의지 선언' 등 7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각각의 가중치 및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최종 평가 등급만 발표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공정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방침이다.

"CP 제도, 과징금 부과에 대비한 대기업들의 보험"

CP 제도의 문제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당시 공정위에 대한 국감에서 "CP 제도가 과징금 부과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을 기업에 제공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과징금 감경 등의 혜택을 노리고 CP 제도를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2009년부터 컬러강판 담합 혐의로 조사받아 공정위 제재가 임박한 포스코강판과 현대하이스코가 2010년 CP 등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기업들이 서둘러 CP 등급을 올리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덕련 기자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한국 부채규모 3천조원 육박…6개월새 100조 증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04일자 기사 '한국 부채규모 3천조원 육박…6개월새 100조 증가'를 퍼왔습니다.
가계ㆍ기업ㆍ정부 부채합계 GDP 대비 234% 달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박성진 기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정부 등의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부채합계가 3천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 합계는 올해 6월 말 현재 2천962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33.8%에 달했다.

작년 말 부채 합계는 2천859조원으로 GDP의 231.1%이었다. 6개월 만에 주요 경제 주체들의 부채 합계가 10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2007년말 201.7%였던 GDP 대비 부채비율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8년말 220.5%, 2009년말 228.5%로 상승했다. 2010년말 224.2%로 낮아졌으나 이후 다시 급격히 뛰었다.

부채 합계는 2007년말 1천966조원으로 2천조원에 못 미쳤으나 2008년말 2천263조, 2009년말 2천434조, 2010년말 2천631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GDP 대비 부채의 비율은 지난 2분기 명목 GDP를 연간으로 환산해 구했다. 기업의 경우, 금융법인을 제외한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대출금과 채권만 부채로 집계했다.

각 경제주체 부채합계의 GDP 대비 비율은 민간과 정부의 부채가 경제 수준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럽 채무위기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도 부채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가계 부채 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부채도 급증해 잠재적인 채무위기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부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년 81.5%에서 꾸준히 증가해 작년 연말에는 89.2%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말에는 88.5%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기업 부채의 비율은 금융위기로 2009년 108.9%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2분기 108.1%로 다시 올라갔다.

각 부문의 과다부채를 판정하는 임계치는 국제기구별로 GDP 대비 60∼90%로 제시된다. 일반적으로 가계와 정부는 85%, 기업은 90%를 초과하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한국의 가계 부채 뿐 아니라 기업 부채도 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채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GDP 대비 부채는 2008년말 30.0%에서 올해 2분기말 37.2%까지 상승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한국도 선진국처럼 부채가 빠르게 팽창해 `채무의 역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4년간 정부 경제정책은 부채 팽창 쪽에 치우쳤고, 가계와 기업 부채도 늘어 지금부터라도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채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상황이어서 성장세 둔화를 가속화 할 우려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대외 충격이 오면 재정 부담이 일시에 커질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무조건 부채를 줄이면 성장에 악영향이 있고 불황으로 소득은 늘지 않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yonh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