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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 박근혜만 무관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4일자 기사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 박근혜만 무관심'을 퍼왔습니다.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등 입모아 “산업재해 입증책임 기업에 있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한국 사회 주요 이슈중 하나인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입장과 해결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등 전현직 대선후보들은 직업병 문제에 대해 노동자 중심의 공통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18대 대통령 선거기간 중 대선후보들에게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정책 대안에 대해 물었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발병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산업재해 입증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보다 기업의 영업기밀이 우선 할 수 있는지 여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입장을 각각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 캠프에 물었다.
그 결과 박근혜 후보 측은 모든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질의를 준비한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 연구원은 "지난 10월 28일 반도체노동자의 날 행사에서 대선후보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밝힌 뒤 각 후보들에게 홈페이지 공식이메일을 통해 똑같이 답변을 요청했으나 박 후보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398쪽으로 구성된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자료집에도 직업병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제도실시가 필요하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었다. '행복한 일자리를 키워나간다'며 홍보했던 늘·지·오 공약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관련 입장을 잘 모르겠다고 밝혔으며, 새누리당 정책국은 박근혜 캠프 공보단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박근혜 캠프 공보단 관계자는 직업병 관련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후보 측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선 확인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 2011년 3월 31일 삼성 본관에서 고 박지연씨의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이 열린 모습. ⓒ이치열 기자

반면 다른 후보 측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민주통합당 전순옥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후보를 대표해 반올림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며 그 자리에서 "어린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민주당이 무엇을 했는지 부끄럽다", "더 이상 죽어가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으로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직업병 문제와 관련, 산업재해 발생 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개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이 기업의 영업기밀보다 우선될 수 있게 하겠으며, 이를 통해 직업병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는 “지금 시대에 노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삼성에 일찍이 노조가 있었다면 이 문제도 해결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정희 후보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통합진보당 측은 삼성노동자들의 희귀암 발병을 두고 △산재보험 선 보장 사후평가제도 실시 △산재보험 적용 확대 △산재치료 후 원 직장 복귀 의무화 △산재보험 국고지원 △기업살인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공약했다.
무소속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 또한 삼성노동자에게서 발생한 희귀병이 직업병이 확실하다고 강조한뒤 산재당사자의 입증책임이 사업주와 정부에게 있도록 전환돼야 하며 건강권과 알권리가 영업기밀보다 우선한다고 입을 모았다.

▲ 2010년 4월 2일 삼성 본관 앞에서 한 시민이 백혈병으로 숨진 고 박지연씨를 추모하는 피케팅 모습. ⓒ이치열 기자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역시 지난 11월 15일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치료 중인 한혜경씨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노동자가 직업병의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큰 병에 걸린 분이 어떻게 증명해내겠느냐"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현장과 직업병 간의 관련성 입증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후보를 제외한 대선후보 대부분이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기업의 영업기밀보다 국민의 건강권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반올림 추산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150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58명이다.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완화하는 산재법 개정안이 현 정부에서 제출된 바 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한국사회의 '저열한 노동인식' 드러낸 "버스파업" 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2일자 기사 '한국사회의 '저열한 노동인식' 드러낸 "버스파업" 보도'를 퍼왔습니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버스파업"…"노동문제에 대한 무관심 방증"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22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조선일보 22일 [지하철 운행 늘리고 전세버스 투입…등교 1시간 늦추기로])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중앙일보 21일 온라인판 [버스 파업 D-1 …"출근길 교통대란 어쩌나"])
"22일 0시 전국 버스의 동시 전면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동아일보 21일 ['대중교통 택시'에 뿔난 버스 "내일 전면파업"])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반발해, 버스업계가 22일 새벽 첫차부터 모든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한겨레 22일 [오늘 전국 버스 파업…서울 마을버스는 정상 운행])
"버스업계가 오는 2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경향신문 21일 [정치권 때문에…버스·택시 '대중교통법'충돌])
지난 21일 '버스운행 전면 중단' 예고로 언론이 뜨거웠다. 언론들은 이 사태를 '버스파업' '운행중단' '버스대란' 등의 용어로 다양하게 표현했으나 그 중에서도 '버스파업'이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이는 진보, 보수언론 가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파업'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구체적으로, 버스 운행 중단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파업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포털 사이트에 '버스파업'으로 검색한 결과 -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이번 사태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아래 버스연합회) 측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택시 대중교통법'에 반발해 생긴 갈등이다. 버스업계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은 버스 보조금이다. 택시가 대중 교통으로 인정되면, 버스 업계는 1조 4천억원(1년 기준)의 버스 보조금을 택시 업계와 나눠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스 운행 중단 사태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버스연합회'라는 사용자였고 그 목적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기보다 사용주의 이권을 위한 갈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들이 '운행중단'을 '파업'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파업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파업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지칭하는 말이다. 버스연합회가 보여주는 사태는 거칠게 말하면, 자본가들의 이권에 따른 운행 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희 대변인은 "파업은 정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이) 파업이 아닌 것을 파업으로 규정함으로써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버스사업주들의 '버스운행중단'에 반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21일 "버스사업주들의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한 버스운행 중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운행중단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 한겨레신문 22일자 기사

노동문제에 민감해야 할 진보언론들 마저도 '업무 중단 사태'와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떨어짐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업무 중단, 업무 거부를 파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노동법상으로 보면 버스운행 중단 사태는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론들은 예전에 의약분업시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서도 '의사파업'이라고 기사화했었다. 이번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파업을 포함한 노동쟁의 행위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하종강 학장은 "(진보언론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업무중단과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저열함을 보여준다. 노동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이것 자체가 문제"라며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파업과 폐업, 업무 중단을 구분해서 가르친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는 정부는 강력하게 법으로 엄단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어떤 근거도 없이 자본가들이 업무를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혀 없다"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체행동에 대한 사회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하종강 학장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업무를 거부하면 생존을 박탈하는 가혹한 징계를 당하지만 자본주들이 이처럼 시민의 발을 붙잡고 업무를 중단해도 우리사회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자본가들이 폐업을 해서 노동자들을 실직상태로 만들어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3일자 기사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의왕시 메타세쿼이아 길의 비극... 제발 허리띠 좀 풀어주시길

▲ 숨이 막혀요. 허리띠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화강암틀에 갇힌 가로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외침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헉!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도롯가의 가로수들이 "아유, 숨 막혀. 허리띠 좀 풀어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배불뚝이가 된 나무들을 바라보는 순간, 제 숨도 탁 막힐 것처럼 답답해졌습니다.

나무들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가득 채운 지 이미 오래된 듯합니다. 둥그렇게 자라야 할 나무가 사각형 가로수 보호대 틀에 갇혀 네모 반듯한 나무 기둥이 되었습니다. 사각 틀에 키워 비싼 값에 팔린다는 네모난 수박이나, 작은 발이 미인이라며 버선에 발을 가두던 중국의 전족은 들어보았지만, 네모난 가로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갑니다. 나무 기둥이 화강암 틀을 넘쳐흐르지만 가로수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과식과 비만으로 허리띠를 조인 똥배 나온 사람처럼, 사각형 틀 밖으로 넘친 지도 오래됐는지 나무 뱃살이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덮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형으로 자란 게 하루 이틀이 아님을 의미하겠지요.

고통을 호소하는 나무들

▲ 헐! 한 눈에 보기에도 숨이 콱 막힙니다. 나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아쉽습니다. 나무에 전족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 최병성

인적이 드문 시골 길이 아닙니다. '메타세쿼이아'라 부르는 가로수들이 멋지게 자라는 이곳은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가로수 양쪽에 아파트가 늘어서 있고, 상가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버스 정거장도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나무가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의 혜택을 입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나무의 아픔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운 나무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분들은 나무들이 숨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몰랐던 것일까요? 나무가 워낙 거대하고 특별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몰랐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못 본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나무가 이렇게 된 지 벌써 몇 해가 되었으니, 이미 보고 알고 있었지만 나무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 보기에는 참 멋진데....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는 의왕시. 의왕시민 여러분 나무에게 조금만 관심 가져주세요. ⓒ 최병성

이렇게 고통받는 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줄지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무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화강암 보호대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기도 했고, 보도와 도로 사이의 경계석을 도로 쪽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계석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손되기 시작한 인도입니다. 가로수 근처의 인도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 천하장사 가로수? 인간의 무관심 덕에 사각형 틀이 하늘로 벌떡 들렸고 인도까지 들려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최병성
▲ 경계석이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조만간 도로까지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 최병성

가로수들이 숨 막히기 전에 진즉 보호대를 풀어주었다면, 나무들도 고통받지 않고 인도와 도로를 보수하는 예산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큰 화로 돌아온 것입니다.

우선 나무의 고통을 풀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돌로 된 가로수 보호대를 빼 주기만 해도 나무들이 좋아하겠지요. 이는 어렵거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인도...경계석은 밀려나고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나무들의 고통스러움이 역력한데, 이렇게 오랜 시간 무관심할 수 있었는지 잘 이해되질 않습니다. 돌기둥 하나만 빼주면 되는 간단한 일에 불과했는데 말입니다. 

▲ 인도는 하늘로 올라가고, 경계석은 밀려나고. 인간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무서운 보복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최병성

'배려'란 큰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 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큰 동정이 아니라 작은 배려를 통해 사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잔뜩 졸라맨 돌기둥 허리띠로 인해 고통스럽고 숨차하는 나무들이 의왕시 공무원들의 작은 배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려를 원했더니 소통에 방해된다고 아예 잘라버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그런 불상사라도 생길까 괜한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잘라버리면 안됩니다. 이 나무는 왜 잘렸을까요? 이 나무도 도로 경계석을 밀어낼 만큼 자란 상태에서 잘려나갔습니다. 다른 나무들도 이 모양이 되면 안되겠지요. 제발! ⓒ 최병성

우리의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나무들이 의왕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 숨 막혀 고통스러워 하는 나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가로수들이 이렇게 된 것은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잘못된 가로수 선택이 근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가로수를 심을 때 메타세쿼이아 나무 기둥이 종종 기형적으로 굵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고, 처음에 나무를 너무 얕게 심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도시 조경에 가로수 수종을 선택할 때, 나무의 특징을 잘 따져보고 좁은 도심과 외곽도로 등 상황에 맞는 가로수를 선정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가는 길에 나무에게 눈길 한 번 주면 어떨까요? 시원한 그늘과 맑은 산소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혹시나 아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의 따스한 눈길로 살펴봐 주시지요. 혹시 그런 나무들이 있다면 관할 관청에 연락해주시면 나무들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가로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대한민국, 우리네 삶도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 나무는 왼쪽은 사각틀, 오른쪽은 둥근 반원틀에 꽉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 최병성

최병성(cbs5012)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3일자 기사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의왕시 메타세쿼이아 길의 비극... 제발 허리띠 좀 풀어주시길

▲ 숨이 막혀요. 허리띠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화강암틀에 갇힌 가로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외침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헉!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도롯가의 가로수들이 "아유, 숨 막혀. 허리띠 좀 풀어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배불뚝이가 된 나무들을 바라보는 순간, 제 숨도 탁 막힐 것처럼 답답해졌습니다.

나무들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가득 채운 지 이미 오래된 듯합니다. 둥그렇게 자라야 할 나무가 사각형 가로수 보호대 틀에 갇혀 네모 반듯한 나무 기둥이 되었습니다. 사각 틀에 키워 비싼 값에 팔린다는 네모난 수박이나, 작은 발이 미인이라며 버선에 발을 가두던 중국의 전족은 들어보았지만, 네모난 가로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갑니다. 나무 기둥이 화강암 틀을 넘쳐흐르지만 가로수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과식과 비만으로 허리띠를 조인 똥배 나온 사람처럼, 사각형 틀 밖으로 넘친 지도 오래됐는지 나무 뱃살이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덮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형으로 자란 게 하루 이틀이 아님을 의미하겠지요.

고통을 호소하는 나무들

▲ 헐! 한 눈에 보기에도 숨이 콱 막힙니다. 나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아쉽습니다. 나무에 전족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 최병성

인적이 드문 시골 길이 아닙니다. '메타세쿼이아'라 부르는 가로수들이 멋지게 자라는 이곳은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가로수 양쪽에 아파트가 늘어서 있고, 상가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버스 정거장도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나무가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의 혜택을 입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나무의 아픔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운 나무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분들은 나무들이 숨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몰랐던 것일까요? 나무가 워낙 거대하고 특별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몰랐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못 본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나무가 이렇게 된 지 벌써 몇 해가 되었으니, 이미 보고 알고 있었지만 나무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 보기에는 참 멋진데....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는 의왕시. 의왕시민 여러분 나무에게 조금만 관심 가져주세요. ⓒ 최병성

이렇게 고통받는 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줄지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무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화강암 보호대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기도 했고, 보도와 도로 사이의 경계석을 도로 쪽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계석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손되기 시작한 인도입니다. 가로수 근처의 인도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 천하장사 가로수? 인간의 무관심 덕에 사각형 틀이 하늘로 벌떡 들렸고 인도까지 들려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최병성
▲ 경계석이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조만간 도로까지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 최병성

가로수들이 숨 막히기 전에 진즉 보호대를 풀어주었다면, 나무들도 고통받지 않고 인도와 도로를 보수하는 예산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큰 화로 돌아온 것입니다.

우선 나무의 고통을 풀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돌로 된 가로수 보호대를 빼 주기만 해도 나무들이 좋아하겠지요. 이는 어렵거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인도...경계석은 밀려나고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나무들의 고통스러움이 역력한데, 이렇게 오랜 시간 무관심할 수 있었는지 잘 이해되질 않습니다. 돌기둥 하나만 빼주면 되는 간단한 일에 불과했는데 말입니다. 

▲ 인도는 하늘로 올라가고, 경계석은 밀려나고. 인간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무서운 보복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최병성

'배려'란 큰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 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큰 동정이 아니라 작은 배려를 통해 사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잔뜩 졸라맨 돌기둥 허리띠로 인해 고통스럽고 숨차하는 나무들이 의왕시 공무원들의 작은 배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려를 원했더니 소통에 방해된다고 아예 잘라버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그런 불상사라도 생길까 괜한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잘라버리면 안됩니다. 이 나무는 왜 잘렸을까요? 이 나무도 도로 경계석을 밀어낼 만큼 자란 상태에서 잘려나갔습니다. 다른 나무들도 이 모양이 되면 안되겠지요. 제발! ⓒ 최병성

우리의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나무들이 의왕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 숨 막혀 고통스러워 하는 나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가로수들이 이렇게 된 것은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잘못된 가로수 선택이 근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가로수를 심을 때 메타세쿼이아 나무 기둥이 종종 기형적으로 굵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고, 처음에 나무를 너무 얕게 심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도시 조경에 가로수 수종을 선택할 때, 나무의 특징을 잘 따져보고 좁은 도심과 외곽도로 등 상황에 맞는 가로수를 선정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가는 길에 나무에게 눈길 한 번 주면 어떨까요? 시원한 그늘과 맑은 산소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혹시나 아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의 따스한 눈길로 살펴봐 주시지요. 혹시 그런 나무들이 있다면 관할 관청에 연락해주시면 나무들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가로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대한민국, 우리네 삶도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 나무는 왼쪽은 사각틀, 오른쪽은 둥근 반원틀에 꽉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 최병성

최병성(cbs5012)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정치판은 다 썩었다"...또 속지 말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10일자 기사 '"정치판은 다 썩었다"...또 속지 말자'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정치 혐오한다면, 정치권 향해 종이돌을 던져라

결국 총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18대 총선은 누가 뭐라 해도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난 4년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들불처럼 번져간 촛불의 물결에 동참했던 사람이라면, 4년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고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정국은 이상스레 요동치고 있다.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 일으켜지면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 선거라는 총선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모호해진 정권심판, MB에 대한 면역효과?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008년 6월 9일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3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총선의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종의 면역효과의 영향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직후만 해도, 국민들은 정부의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 수준에서 정권을 평가했다. 2008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그토록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대단히 민감할 것이라는, 더 정확하게는 어떤 정부라도 민주정부라면 국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의사표현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근거 없는 기대는 대단히 파격적인 방식으로 허물어졌고, 이후에도 국민의 상식을 훌쩍 넘어서는 일들이 뻔뻔하게,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다. 4년간의 학습효과는 디도스 공격이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증거가 폭로되어도 과거와 같은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만들었다. 상식이 파괴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놀람과 분노의 감정보다는, 늘 벌어지고 있던 일의 연장선이라는 무덤덤함이 더 크게 발휘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반MB정서에 편승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프레임 전략으로 인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친이-친박이라는 당내 계파 갈등을 여·야 간 대립에 맞먹는 갈등구조로 대치시킨 결과가 '반MB=반새누리당'이라는 공식을 교란시키는 데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큰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심판자로 프레이밍 되면서,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동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정권심판의 주체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자승자박, 여권의 이슈 흔들기


 ▲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김용민 심판이 아닌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셋째, 민주당 등 야권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정권심판의 프레임을 굳힐 수 있었던 초기에는 이해득실 때문에 미적미적 시간을 보냈고, 후보등록일이 다 되어서야 극적인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승적 명분에 상처를 입었고,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희석시킬 정도의 부적절한 공천은 '반MB 이후'에 대한 낙천적 전망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데 실패하게 된 원인을 만들었다. 게다가 잇따른 경선불복은 정권심판이 시대적 명분이라기보다 정치'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정치구호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강화시켜 버렸다.

마지막으로, 총선의 의미를 교란시키는 미시적 사건이 침소봉대되면서 실상 중요한 문제들은 묻혀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선거가 지역단위의 전망을 둘러싼 경쟁이라면, 총선은 중앙이나 전국적 범위의 의제가 주요 화두가 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는 실상 이 둘이 모호하게 결합하면서 지자체 선거가 정권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 되거나 총선이 오로지 지역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개발'이라는 지역적 의제가 관통했듯이, 이번 선거 또한 지역의제나 개별적 이슈에 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의 의미를 어느 순간 잊어버린 채, 누군가가 그려놓은 협소한 프레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언론이 과거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경우다. 이는 마치 8년 전, 정동영 의원의 노인 관련 발언을 대통령 탄핵사건과 동급으로 올려놓고 난도질을 해댔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미시적 사건은 해당 선거의 시대적 의미를 은폐하려는 이들에게 억지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계기로 활용되어 왔다.

시대적 의미 실종된 선거는 냉소주의로 이어져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번 총선은 지엽적인 쟁점이 전국적 쟁점이 되거나 전국적 의제가 지역의제에 파묻히면서 선거 의미가 실종되고 있다. 정부가 4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온 패러다임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전망이 화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과거 발언이 전국적 이슈로 등장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반복이 가져오는 가장 참혹한 결과는 냉소주의와 정치무관심의 확산이다. 선거가 우리 삶의 새로운 전망을 설계하기 위한 설렘의 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실수를 평가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대적 의미를 놓쳐버린 선거를 '그들(정치꾼들)만의 리그'라며 자신의 삶과 분리해 버리고, '정치는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수용한다. 

4년 전 총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났다. 오로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선거였던 대선이 끝나자 뉴타운을 매개로 한 욕망만이 넘실댔던 18대 총선은 국민들의 외면 속에 역대 최저의 투표율(46.1%)을 기록했던 '냉소와 무관심의 선거'였다. 46.1%의 투표율이 말해주는 것은 국민 10명 중 2~3명의 지지만 얻어내면 국민을 대표한다고 떠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지난 4년의 시간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총선의 시대적 의미 되찾는 것, 결국 유권자의 몫

▲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총선은 누가 뭐라 해도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시간이며 앞으로 4년 동안 전개될 정치의 폭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이것은 설령 선거가 지엽적인 문제나 거짓에 현혹되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로 선택을 했건, 지금의 결정은 향후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이유가 무엇이었건 절반 이상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의 결과를 감내해야 했다. 정치적 권위주의가 복원 되었고, 힘의 논리가 정당성의 논리를 압도했다. 대통령이 장로 출신임에도 마치 불교가 국교가 된 것처럼 온 나라가 사찰 논란이다. 국가의 재산과 공적인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넘실대도, 그것을 제어할 권력이 없다. 

신자유주의 경쟁만능주의가 약속했던 '저비용-고효율' 사회는 힘과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실이 되었을지 몰라도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지독스런 '고비용-저효율'의 연속이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더 열심히 일했어도 소득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총선이란, 이런 정치적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어떤 대안적 패러다임을 한국사회에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전국적인 정치행위다. 특정 패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동참해야할 정치행위다.

무관심과 참여 사이의 격차는 이른바 '박원순 효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의 투표운동과 결합된 반값 등록금 운동은 선거 직후 서울시립대의 즉각적인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어졌고, 이번 총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조금씩 힘을 합친 정치적 행동은 수조원의 돈이 강바닥을 헤집는 데 쓰이게 만들 수도, 보육비나 등록금 보조금으로 쓰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위해서만 힘을 쓰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욕하거나 언론의 편파방송을 탓하기 전에, 유권자가 먼저 이번 총선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 시대적 의미를 잃어버린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국민 자신이다. 따라서 ARS나 RDD 여론조사로 드러나지 않은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전달해야만 한다.

정치학자 쉐보르스키는 이런 의미에서 투표용지를 유권자가 정치권에 던지는 '종이돌(paper stone)'이라 불렀다. 유권자 누구에게나 한 개의 종이돌이 주어진다. 지난 4년이 불만이었다면 종이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무관심이 공갈뉴스 낳는다


이글은 시사인 2012-02-27일자 기사 '무관심이 공갈뉴스 낳는다'를 퍼왔습니다.
“경찰은 넘어진 노조원들을 방패로 이곳 저곳 찍고 발로 차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한 노조원은 정신을 잃은 것처럼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도 경찰 여러 명이 계속 때렸다. 경찰에 대항하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때린 게 아니다. 무장 해제당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폭행이었다.” 

2009년 8월5일 MBC 가 보도한 내용이다. MBC는 이 리포트에서 경찰이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KBS와 SBS는 ‘경찰 강경 진압’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MB 정부 이후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국가인권위원회도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우려했을 정도.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 정도 문제의식도 담아내지 못했다. 공갈뉴스였다는 얘기다.



2646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된 지 2년9개월이 지났다. 1000일(2월15일 기준)이 지났지만 쌍용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12명이 자살하고 9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는 여전히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1000일 전에는 왜곡 보도로 공갈을 치더니, 1000일이 지날 즈음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런 점에서 공갈뉴스와 무관심은 동급이다.  

달라진 게 없는 언론이지만 변화 조짐은 보인다. 당시 공갈뉴스를 내보냈던 SBS는 지상파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쌍용차 1000일’을 다뤘다. 2009년 8월5일 제대로 된 리포트를 내보냈던 MBC 기자·PD들은 지금 ‘뉴스·프로그램 정상화’를 위해 파업 중이다. KBS에서도 기자·PD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