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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목요일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절경... 명불허전이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0-04일자 기사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절경... 명불허전이네'를 퍼왔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⑩] 담양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

(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은 담양천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을 홍수로부터 지키고자 만들어졌다. ⓒ 김현자

▲ 메타세쿼이아 옆 4차선 도로를 걸으며 본 관방제림. 볼라벤 때 주택 피해는 없으나 비닐하우스 피해가 많았다고. 담양군의 주요 특산물은 메론과 딸기라고 한다. ⓒ 김현자

볼라벤이 우리나라 전역을 통과하던 지난 8월 28일, 내가 사는 지역을 향해 볼라벤이 가까워질수록 불안은 커져만 갔다. 지난 가을에 이사 온 집이 단독주택인데다가, 지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사실 유례없이 강한 태풍이라는 말에 며칠 전부터 은근 걱정되던 터였다.  게다가 집 가까이에 있는 키 큰 나무들이 바람에 쓰러져 집을 덮칠까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서울 경기 북부를 통과한다는 오후 2시가 됐는데도 남부지역을 통과하던 오전과 바람의 세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필 문을 열었을 때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몰아쳐 창문을 박살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누르고 간신히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세상에! 쓰러져 집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원망스럽게 바라봤던 울안의 목련나무와 살구나무가 온몸이 꺾일 듯 사정없이 휘청거리며 바람을 맞고 있지 않은가! 그랬다. 태풍은 예정대로 지나가고 있었다. 집주변의 나무들이 온몸으로 바람을 대신 맞고 있어서 지은 지 오래된 우리 집에 잘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 태풍에 꺾이지 않았다면 굵게 자랐을 생 나뭇가지들과 새파란 나뭇잎들이 마당을 가득 덮었다. 태풍이 지나가는 동안 온몸으로 우리 집을 바람으로부터 지켜준 나무들이 한없이 고맙기만 했다. 우리 조상들이 바람과 홍수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자 마을 주변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한 이유를 온몸으로 톡톡하게 실감했다고 할까.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은 우리 조상들이 볼라벤과 같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는 마을숲이다. 이 숲이 처음 조성된 것은 1648년(인조 26년).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 주변의 60여 가구가 홍수 피해를 입자 당시 담양 부사였던 성이성이 담양천을 따라 제방을 쌓은 후 제방을 오래 유지하고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 아래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이 흐른다. ⓒ 김현자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에는 월요일인데도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과 휴일에는 말하면 잔소리. 이래서 담양의 사랑방으로 불리나 보다. ⓒ 김현자

자연재해 막으려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다

민간이 아닌 관청 주도로 조성된 숲이라 관방제림이다. 선조들의 자연재해를 막는 지혜가 응축된 역사 문화자료로써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원래는 약 2km에 걸쳐 700그루까지 심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나무는 420그루이다. 이중 1.2km에 이르는 구간 185그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나무마다 번호를 부여해 관리 보호하고 있다. 

사실 시작과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관리가 소홀하면 세월 속에 묻히고 사라지기 십상이다. 또, 그 가치를 모르면 오늘날 걸핏하면 잘려나가는 나무들처럼 훼손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관방제림은 흔한 말로 '복을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관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숲이 조성된 후 200년이 흐른 1854년(철종 5년). 담양부사 황종림이 연간 3만 여명을 동원해 제방과 숲을 정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후 부임해 오는 관리들마다 개인의 재산까지 털어 관방제림 관리에 신경을 쏟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들이 관방제림 숲에 깃들어 더위도 식히고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나무나 자연의 가치와 역할을 이미 오래전에 제대로 알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옛날 담양 부사격인 오늘날의 담양군수 역시 담양의 옛 부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관방제림은 물론 담양의 나무들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단다. 길잡이를 해준 신순호씨(담양군청 녹지과)에 의하면 "매일 관방제림이나 담양의 여러 길들을 일을 삼아 다니며 어떻게 하면 담양의 나무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은 분,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있는 나무뿌리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분"이니 말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걷던 여 직원은 "그래서 거의 매일 3개의 관련 방안들을 지시하시기도 해요"라며 조용히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담양군수와 담양군의 최대 화두는 나무다. 어떻게 하면 선조들이 심어 유산으로 물려준 나무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가 최대 숙제라고 한다. 그래서 관방제림과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일원에서 대나무축제 등 여러 축제들이 열리는데 인공조형물은 최대한 설치하지 않는 축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단다.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에서 본 담양천. 건너편에서 사진 왼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죽녹원과 담양 향교 등이 있다. ⓒ 김현자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에서 본 담양천은 맑고 평화로웠다. ⓒ 김현자

"군수님과 업무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날마다 3건의 지시를 하시니 따르자면 때론 힘들기도 하고 그러지 않아요?"(필자)

"그래도 무턱대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어떤 신념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뭐 결론적으로는 힘들지 않아요. 워낙 나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니 무엇보다 나무를 위해 좋고요."(담양군청 녹지과 신순호)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 이후 또 다른 길들을 걷는 동안 나무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들의 나무 하나를 둘러싼 이야기들과 관방제림의 저마다 다른 나무 설명들을 들으며, 담양 군수만이 아니라 녹지과 두 사람 역시 나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 제대로 미친 사람들이란 생각 또한 들었다.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의 노거수들 ⓒ 김현자

▲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 나무들의 이름표 ⓒ 김현자

가을철 아름다운 관방제림, 겨울에도 꼭 오고 싶다

현재 관방제림에는 푸조나무 111그루를 비롯하여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 모두 15종의 420그루의 나무들이 있다. 모두 활엽수인데다가 수백 년이나 된 고목들이 특히 많아 어떤 계절보다 단풍철에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난, 잎을 모두 떨어뜨려 나뭇가지의 선을 온전히 볼 수 있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의 나무들을 특히 좋아하는지라 올 겨울에 꼭 가보고 싶다. 참, 관방제림에 특히 많은 푸조나무는 뿌리가 비교적 굵게 얽히는 듯 자라기 때문에 흙이 휩쓸리는 것을 방지하고, 강바람이나 바닷바람을 잘 견뎌내기 때문에 방풍림이나 해안 방재림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가진 카메라가 참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굵고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다가 오가는 사람들을 신경쓰다보니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관방제림 건너편이나 담양천으로 내려가 관방제림을 잠시라도 봤다면 관방제림의 전체 모습이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았다.

사실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라기보다 시간도 부족하고 또 나무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걷다보니 어느새 관방제림 다음으로 가보자 계획한 메타세쿼이아 길 가까이까지 가고 말았던 것. 혹시 이 기사를 읽고 가시는 분들은 필자의 이런 아쉬움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모습을 만나보시길~! 

관방제림 숲길을 1km쯤 걸었는가 싶은 순간 저 멀리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는 오른편 길 쪽으로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들이 보였다. 이 메타세쿼이아 거리숲은 죽녹원과 함께 오늘날 담양을 대표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 명성답게 월요일인데도 학생들과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 건강한 시민정신 덕분에 살아남은 메타세쿼이아 거리숲 ⓒ 김현자

▲ 도로확장을 위해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을 반대한 덕분에 메타세쿼이아 거리를 비켜서 난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이다. ⓒ 김현자

새삼스럽게 이 메타세쿼이아 거리숲에 대해 좀 이야기 하면, 메타세쿼이아들은 1972년대 이후에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2000년대 초 도로확장 때문에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었다. 그때 담양의 시민들이 길을 확장하자고 나무들을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며 뜻을 모았고, 동시에 인터넷 등을 통한 공론화 덕분에 현재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자연과 나무에 대한 애정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담양은 물론 우리나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가 된 이 메타세쿼이아 길은 가로수 축제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단다. 

2015년, 대나무 엑스포 열려

필자가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찾은 24일 이틀 전인 22일부터 23일까지 메타세쿼이아 일원에서 '제2회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축제'가 열렸다. 오래전부터 지역민들 위주로 열렸던 축제(메타세쿼이아들이 도로확장으로 잘려나갈 뻔한 위기를 자축)를 지난해부터 군과 협력하는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란다.

24일 담양 일부를 다니는 중에 가로변에 대나무들이 많이 보여 물어보니 현재 담양의 가로변에 일부러 심은 대나무는 2만 4천 본. 이전에 심은 1만 1천 본에 올해 심은 1만 3천 본을 합한 숫자다. 담양 시가지 가로변의 대나무들을 보며 어느 고장이든 고만고만한 나무들을 심을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잘 자라거나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들을 심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참고로 2015년에 담양군에서는 '대나무 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다. 최근 담양군은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길'에 이르는 8km가량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했다. 

아울러 필자의 느닷없는 탐방을 위한 방문에 오후 일정을 접고 오후내내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 봉산초등학교양지분교, 송강정까지 길잡이해준 담양군청 녹지과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의 평균 키는 대략 27m에, 흉교직경 60~85cm쯤. 언뜻 크게 훼손되지 않아 볼라벤이 비켜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관리하는 할아버지에 의하면 볼라벤 때 나뭇잎들이 좀 많이 떨어져 예전에 비해 좀 성글단다. 그래도 내 눈에는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참 관방제림은 태풍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담양의 관방제림은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와 산림청으로부터 제5회 아름다운 숲 마을숲 부문 대상(2005년)을, 메타세쿼이아 길은 제3회 아름다운 숲-거리숲 대상(2002년)에 선정됐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외에도 아름다운 길 등에 선정되는 등 여러 가지 영광을 차지했다.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거리숲은 담양군청과 시외버스터미널, 죽녹원 등과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면, 광주역 후문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311번 시외버스를 타고 담양터미널이나 담양군청, 관방제림이나 죽녹원 등에서 내리면 된다. 시간은 대략 30분~40분. 요금은 2200원 정도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김현자(ananhj)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3일자 기사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의왕시 메타세쿼이아 길의 비극... 제발 허리띠 좀 풀어주시길

▲ 숨이 막혀요. 허리띠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화강암틀에 갇힌 가로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외침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헉!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도롯가의 가로수들이 "아유, 숨 막혀. 허리띠 좀 풀어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배불뚝이가 된 나무들을 바라보는 순간, 제 숨도 탁 막힐 것처럼 답답해졌습니다.

나무들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가득 채운 지 이미 오래된 듯합니다. 둥그렇게 자라야 할 나무가 사각형 가로수 보호대 틀에 갇혀 네모 반듯한 나무 기둥이 되었습니다. 사각 틀에 키워 비싼 값에 팔린다는 네모난 수박이나, 작은 발이 미인이라며 버선에 발을 가두던 중국의 전족은 들어보았지만, 네모난 가로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갑니다. 나무 기둥이 화강암 틀을 넘쳐흐르지만 가로수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과식과 비만으로 허리띠를 조인 똥배 나온 사람처럼, 사각형 틀 밖으로 넘친 지도 오래됐는지 나무 뱃살이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덮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형으로 자란 게 하루 이틀이 아님을 의미하겠지요.

고통을 호소하는 나무들

▲ 헐! 한 눈에 보기에도 숨이 콱 막힙니다. 나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아쉽습니다. 나무에 전족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 최병성

인적이 드문 시골 길이 아닙니다. '메타세쿼이아'라 부르는 가로수들이 멋지게 자라는 이곳은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가로수 양쪽에 아파트가 늘어서 있고, 상가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버스 정거장도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나무가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의 혜택을 입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나무의 아픔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운 나무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분들은 나무들이 숨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몰랐던 것일까요? 나무가 워낙 거대하고 특별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몰랐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못 본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나무가 이렇게 된 지 벌써 몇 해가 되었으니, 이미 보고 알고 있었지만 나무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 보기에는 참 멋진데....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는 의왕시. 의왕시민 여러분 나무에게 조금만 관심 가져주세요. ⓒ 최병성

이렇게 고통받는 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줄지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무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화강암 보호대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기도 했고, 보도와 도로 사이의 경계석을 도로 쪽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계석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손되기 시작한 인도입니다. 가로수 근처의 인도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 천하장사 가로수? 인간의 무관심 덕에 사각형 틀이 하늘로 벌떡 들렸고 인도까지 들려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최병성
▲ 경계석이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조만간 도로까지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 최병성

가로수들이 숨 막히기 전에 진즉 보호대를 풀어주었다면, 나무들도 고통받지 않고 인도와 도로를 보수하는 예산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큰 화로 돌아온 것입니다.

우선 나무의 고통을 풀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돌로 된 가로수 보호대를 빼 주기만 해도 나무들이 좋아하겠지요. 이는 어렵거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인도...경계석은 밀려나고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나무들의 고통스러움이 역력한데, 이렇게 오랜 시간 무관심할 수 있었는지 잘 이해되질 않습니다. 돌기둥 하나만 빼주면 되는 간단한 일에 불과했는데 말입니다. 

▲ 인도는 하늘로 올라가고, 경계석은 밀려나고. 인간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무서운 보복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최병성

'배려'란 큰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 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큰 동정이 아니라 작은 배려를 통해 사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잔뜩 졸라맨 돌기둥 허리띠로 인해 고통스럽고 숨차하는 나무들이 의왕시 공무원들의 작은 배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려를 원했더니 소통에 방해된다고 아예 잘라버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그런 불상사라도 생길까 괜한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잘라버리면 안됩니다. 이 나무는 왜 잘렸을까요? 이 나무도 도로 경계석을 밀어낼 만큼 자란 상태에서 잘려나갔습니다. 다른 나무들도 이 모양이 되면 안되겠지요. 제발! ⓒ 최병성

우리의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나무들이 의왕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 숨 막혀 고통스러워 하는 나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가로수들이 이렇게 된 것은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잘못된 가로수 선택이 근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가로수를 심을 때 메타세쿼이아 나무 기둥이 종종 기형적으로 굵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고, 처음에 나무를 너무 얕게 심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도시 조경에 가로수 수종을 선택할 때, 나무의 특징을 잘 따져보고 좁은 도심과 외곽도로 등 상황에 맞는 가로수를 선정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가는 길에 나무에게 눈길 한 번 주면 어떨까요? 시원한 그늘과 맑은 산소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혹시나 아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의 따스한 눈길로 살펴봐 주시지요. 혹시 그런 나무들이 있다면 관할 관청에 연락해주시면 나무들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가로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대한민국, 우리네 삶도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 나무는 왼쪽은 사각틀, 오른쪽은 둥근 반원틀에 꽉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 최병성

최병성(cbs5012)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3일자 기사 '가로수의 반란과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의왕시 메타세쿼이아 길의 비극... 제발 허리띠 좀 풀어주시길

▲ 숨이 막혀요. 허리띠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화강암틀에 갇힌 가로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외침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헉!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도롯가의 가로수들이 "아유, 숨 막혀. 허리띠 좀 풀어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배불뚝이가 된 나무들을 바라보는 순간, 제 숨도 탁 막힐 것처럼 답답해졌습니다.

나무들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가득 채운 지 이미 오래된 듯합니다. 둥그렇게 자라야 할 나무가 사각형 가로수 보호대 틀에 갇혀 네모 반듯한 나무 기둥이 되었습니다. 사각 틀에 키워 비싼 값에 팔린다는 네모난 수박이나, 작은 발이 미인이라며 버선에 발을 가두던 중국의 전족은 들어보았지만, 네모난 가로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갑니다. 나무 기둥이 화강암 틀을 넘쳐흐르지만 가로수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과식과 비만으로 허리띠를 조인 똥배 나온 사람처럼, 사각형 틀 밖으로 넘친 지도 오래됐는지 나무 뱃살이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강암 가로수 보호대를 덮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형으로 자란 게 하루 이틀이 아님을 의미하겠지요.

고통을 호소하는 나무들

▲ 헐! 한 눈에 보기에도 숨이 콱 막힙니다. 나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아쉽습니다. 나무에 전족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 최병성

인적이 드문 시골 길이 아닙니다. '메타세쿼이아'라 부르는 가로수들이 멋지게 자라는 이곳은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가로수 양쪽에 아파트가 늘어서 있고, 상가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버스 정거장도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나무가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의 혜택을 입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나무의 아픔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운 나무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분들은 나무들이 숨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몰랐던 것일까요? 나무가 워낙 거대하고 특별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몰랐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못 본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나무가 이렇게 된 지 벌써 몇 해가 되었으니, 이미 보고 알고 있었지만 나무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 보기에는 참 멋진데....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는 의왕시. 의왕시민 여러분 나무에게 조금만 관심 가져주세요. ⓒ 최병성

이렇게 고통받는 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줄지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무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화강암 보호대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기도 했고, 보도와 도로 사이의 경계석을 도로 쪽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계석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손되기 시작한 인도입니다. 가로수 근처의 인도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 천하장사 가로수? 인간의 무관심 덕에 사각형 틀이 하늘로 벌떡 들렸고 인도까지 들려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최병성
▲ 경계석이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조만간 도로까지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 최병성

가로수들이 숨 막히기 전에 진즉 보호대를 풀어주었다면, 나무들도 고통받지 않고 인도와 도로를 보수하는 예산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큰 화로 돌아온 것입니다.

우선 나무의 고통을 풀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돌로 된 가로수 보호대를 빼 주기만 해도 나무들이 좋아하겠지요. 이는 어렵거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인도...경계석은 밀려나고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나무들의 고통스러움이 역력한데, 이렇게 오랜 시간 무관심할 수 있었는지 잘 이해되질 않습니다. 돌기둥 하나만 빼주면 되는 간단한 일에 불과했는데 말입니다. 

▲ 인도는 하늘로 올라가고, 경계석은 밀려나고. 인간의 무관심에 가로수들의 무서운 보복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최병성

'배려'란 큰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 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큰 동정이 아니라 작은 배려를 통해 사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잔뜩 졸라맨 돌기둥 허리띠로 인해 고통스럽고 숨차하는 나무들이 의왕시 공무원들의 작은 배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려를 원했더니 소통에 방해된다고 아예 잘라버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그런 불상사라도 생길까 괜한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잘라버리면 안됩니다. 이 나무는 왜 잘렸을까요? 이 나무도 도로 경계석을 밀어낼 만큼 자란 상태에서 잘려나갔습니다. 다른 나무들도 이 모양이 되면 안되겠지요. 제발! ⓒ 최병성

우리의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나무들이 의왕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 숨 막혀 고통스러워 하는 나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가로수들이 이렇게 된 것은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잘못된 가로수 선택이 근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가로수를 심을 때 메타세쿼이아 나무 기둥이 종종 기형적으로 굵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고, 처음에 나무를 너무 얕게 심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도시 조경에 가로수 수종을 선택할 때, 나무의 특징을 잘 따져보고 좁은 도심과 외곽도로 등 상황에 맞는 가로수를 선정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가는 길에 나무에게 눈길 한 번 주면 어떨까요? 시원한 그늘과 맑은 산소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나무들이 혹시나 아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의 따스한 눈길로 살펴봐 주시지요. 혹시 그런 나무들이 있다면 관할 관청에 연락해주시면 나무들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가로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대한민국, 우리네 삶도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 나무는 왼쪽은 사각틀, 오른쪽은 둥근 반원틀에 꽉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 최병성

최병성(cbs5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