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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윈윈 협상했다'는 민주당, 어디서 이긴거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9일자 기사 ''윈윈 협상했다'는 민주당, 어디서 이긴거지?'를 퍼왔습니다.
[분석]산 이슈 다 내주고, 죽은 이슈 3개 받아온 민주당 '퀄리티'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8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정부조직법 합의를 평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여와 야 모두 윈윈(win-win)했다”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의 상생정치”가 이뤄졌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정치, 성숙한 정치의 모습”이라는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정말, 그러한가? 언론계 안팎에선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에서 졌다’는 평가와 ‘이길 순 없던 게임이라도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 비대위원장의 평가는 이와는 근본적인 온도차를 보인다.
문 위원장이 이번 합의를 ‘윈윈’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여야 합의를 통한 해결’,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거수기 관계 재정립’,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협상하는 야당’ 등의 세 가지이다. 합의를 했다는 것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이 합의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뤄냈다는데 또 각별한 의미를 두는 판단이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뉴스

윈윈의 협상? 민주당의 정신승리는 아니고?

민주당에 안 된 말이지만, 이는 지극히 ‘승리적인 정리’ 즉, ‘정신승리’의 다름 아니다. 예컨대, 문 비대위원장의 논법은 시험을 마친 학생이 ‘시험이 끝났으니 무조건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 근거로 ‘풀 수 있는 문제만 푼 실력’에 만족하고 자신은 이미 ‘등수와 상관없는 성적’인데 ‘시험을 거부하지 않은 것 자체가 성숙한 태도’였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어느 학생이 시험을 안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봤고 그나마 아는 문제는 꽤 풀었으니 잘한 것 아니냐고 물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하는 것일까? 문 비대위원장의 판단은 스스로 민주당이 한국 정치의 이런 학생이란 고백의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존재 의의는 여당과의 협상을 위한 것이고, 여당과의 합의에서만 야당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할 때 그런 수동적 정치 집단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의 근본적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물론, 예로 든 학생의 경우 공부를 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적성과 인성의 축적 과정이란 점에서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기회를 제공받는 학생의 입장과는 다르고, 그나마 이번 합의를 놓고 보면 ‘적성’과 ‘인성’에서도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는 것이 또 심란한 문제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은 총 20여 가지이고, 이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한 것은 9가지이다. 그 밖의 11가지는 국회 운영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었단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아니다.

정부조직법 합의도 문제지만, 부속 합의는 더 문제

상임위 개정을 제외한 국회 운영 관련 합의의 주요 내용은 ‘6월까지 인사청문회법 개정 논의’,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 ‘4대강 감사 결과 이후 미진한 부분 국정조사’,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자격 심사’,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동수 위원회 구성’ 등이 있다. 여야 합의가 ‘콘클라베’ 방식의 협상으로 이뤄져 어떤 것이 민주당의 제안이고 또 어떤 것이 새누리당의 제안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슈의 방향과 주도성을 봤을 때, 민주당의 득실은 매우 저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민주당이 따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국정원, 4대강 국감’의 경우 이미 죽은 이슈들이고, 지난 정부의 문제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사무관까지 다 들어낼 정도로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하등 부담스런 이슈들이 아니다. 국정원 문제의 경우 대선 기간 중 발생한 사건을 포함하고 있어 폭발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관의 특성 상 민주당 입장에선 성과를 끌어내기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이미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말기, 기존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바 있고, 친박 인사들 역시 사업 자체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굳이 이를 정치 협상에서 주요한 합의로 가져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죽은 이슈 따내고, 산 이슈 내준 민주당의 협상력

반면, 새누리당이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청문회법 개선’과 ‘이석기, 김재연 자격심사 건’은 민주당 입장에선 다소 뜬금없거나 말린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법의 개정은 박근혜 정부의 인선이 난항을 겪으며 여권 내부에서 돌출적으로 등장한 문제의식일 뿐, 민주당 입장에선 굳이 6월까지라는 시점을 정해 시급하게 논의할 까닭도 이유도 없는 문제다. 이석기, 김재연 자격 심사 합의 역시 어떤 근거를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 둘이 당선 과정에 불법을 저질렀다는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인데, 민주당은 무얼 근거로 그걸 합의했는지 알 수 없다. 새누리당 입장에서야 ‘종북’이라 심사를 해야 한다고 ‘선전’을 해도 되겠지만, 민주당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대선 기간 중 박 대통령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한 정치 보복 성격까지 거론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에 말린 것은 아닌지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동수 위원회 구성’은 이슈를 점화해 끌고 간단 측면에서 민주당의 성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적 힘의 역관계를 감안했을 때, 하나마나한 실효성 없는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얼핏, 의석 분포가 적은 민주당이 동수의 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한 협상 내용처럼 보이지만 그게 뭘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동수로 구성했던 ‘미디어발전위원회’ 역시 민주당은 뭣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형식적 절차의 ‘알리바이’만 만들어준 꼴이 되고 말았었다.

매번 이런 협상을 하는 게 민주당의 '퀄리티'

결국,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원안’을 사수하며 부속적인 내용은 ‘보완 장치’로 남겨주는 정도에서 협상을 해냈다. 반면, 민주당은 애초 요구했던 SO 방통위 고수를 관철하지 못한 채 다소 완충적인 지대를 만들어낸 것 정도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딸린 부속합의는 구도만 놓고 보자면,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새누리당이 수용하는 것이 마땅할텐데 어찌된 일인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요구가 절반씩 포함됐고,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죽은 이슈’를 새누리당은 ‘산 이슈’를 따낸 양상이 됐다.
‘협상’의 사전적 의미는 “양방향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통하여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의 합의(agreement)에 이르는 과정”이다. 민주당은 양방향 의사소통이 됐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에게 ‘양방향 의사소통’은 대화를 했단 것 그 자체이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협상의 주체로 본인들이 존재한단 사실 그 자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은 왜 늘 이런 협상을 하는가의 해답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협상 결과야 말로 민주당의 ‘퀄리티’, 정치적 실력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십알단' 윤씨 "내가 '신천지' 덮었다" 박근혜 후보 SNS 보고현장에도 참석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2-14일자 기사 ''십알단' 윤씨 "내가 '신천지' 덮었다" 박근혜 후보 SNS 보고현장에도 참석'을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뒤늦게 임명장 수여 인정... "개인의 자발적 행위"

[기사 보강 : 14일 오후 6시 25분]

▲ 서울시선관위에 대선용 SNS 여론 조작으로 적발된 윤정훈씨가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 ⓒ 트위터

직원 7명을 고용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SNS 여론 조작활동을 하다가 서울시 선관위에 적발된 윤정훈씨가 자신의 사건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렸다.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회 총괄팀장 겸 국민편익위원회 SNS미디어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씨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제 이슈 때문에 민주당의 국정원 드립건과 새누리당의 신천지 연관 건이 다 실패했다고 하네요 ^^;; 민주당에 좀 미안하네요! 네거티브는 그만~"이라고 올렸다. 


자신의 SNS조작단이 적발돼 크게 이슈가 됨으로서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박근혜 후보 신천지 연관설이 다 묻혀버렸다는 것. 윤씨는 이를 자신의 공로로 추켜세운 셈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윤씨가 새누리당에서 임명장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문제의 사무실 운영자가 새누리당 선대위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사무실과 아무련 관련이 없고,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운영비를 지원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새누리당 선대위 직책을 가진 사람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은 심히 유감이고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방대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서 개개인들의 자발적인 행위마저 새누리당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선관위가 이 사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안 대변인은 "선관위는 아직 확정이 안 될 사실을 마치 모든 수사가 다 끝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선관위의 노력은 존중하지만 오늘 오전 선관위 발표 내용에 대해선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9월에 '새마음포럼' 활동 계획 보고받아 


그러나 새누리당의 해명과는 달리 윤씨가 SNS 여론 조작 활동을 위한 박근혜 후보측 조직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박 후보 본인도 이 조직의 SNS 여론전략 발표를 직접 듣는 등 윤씨와 박 후보의 관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시사in)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친 새누리당 성향 ROTC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ROTC정무포럼 정례세미나에는 박근혜 후보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윤씨도 참석했다. (시사in)이 입수한 당시 행사 영상에서 당시 참석자들과 세미나 내용이 확인된다. 


이 모임에서 박 후보는 약 6분간 직접 축사를 했고, 'SNS 현황과 전략'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끝까지 들었다. 발표 내용은 '정무포럼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고 자료를 준비해 SNS 활동 이슈를 만들어가겠다'는 것. 여기서 '새마음포럼'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발표자는 "영향력이 큰 일반 논객들과 '새마음포럼'을 공동으로 조직하여 이미 30여 명의 논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9월말 100명, 10월 말 300명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에서 100명 이상이 '좋아요'를 클릭할 경우, 20~30만 명의 친구에게 노출이 되는데, 저희들은 페이스북 개인 사용자 최초로 1000명 이상의 '좋아요'와 100명의 공유 댓글 수 580개를 통해 100만 명에서 150만 명 이상에게 노출하였으며 평균 글 클릭수가 300~800명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과시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에 기여할 SNS 여론전략 조직으로 새마음포럼이 소개됐고, 박 후보는 이를 직접 보고받은 셈이다. 그런데 지난 13일 서울시선관위의 단속 중 윤씨의 SNS 조작단 사무실에서 나온 증거물 중에서도 '새마음포럼'이란 목록이 있다. 


윤씨가 새마음포럼의 활동 전략이 박 후보에게 보고되는 현장에 참석했고, 윤씨의 사무소에서 새마음포럼 관련 자료가 나온 것. 이는 윤씨의 SNS 여론 조작 활동이 새마음포럼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가 새마음포럼의 활동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점에서 윤씨의 SNS 여론 조작 활동을 "개인의 자발적 행위"라는 새누리당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안홍기(anongi)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해직 만 4년’ YTN 사태 해결에 국회도 움직인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3일자 기사 '‘해직 만 4년’ YTN 사태 해결에 국회도 움직인다'를 퍼왔습니다.
"10차례 게릴라 파업에도 내부적 해결 어려운 상황"… 국감서 언론장악 이슈 집중 조명

‘낙하산 사장’ 논란으로 노종면 기자 등이 해직된 지 만 4년. 언론인들이 다시 YTN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회가 국정감사로 지원하고 있어 불법사찰, 언론장악 논란 등 YTN 사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만 4년이 되는 날인 5일 오후 5시에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해직 4년 행사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가 열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과 한국기자협회(협회장 박종률)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YTN, MBC,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해직언론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1970년대 동아투위를 결성해 언론탄압에 맞선 언론인들과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참석한다.

4년 전인 2008년 10월 6일 YTN은 ‘낙하산 사장’으로 지목된 구본홍 전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던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기자를 해고했고, 돌발영상 팀장 등 6명을 정직에 처분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도 YTN 사태에 대해 관심을 보인 바 있고, YTN은 올해 3월부터 총 10차례 게릴라파업을 벌인 바 있다. 지난 7월 노종면 기자는 노조 내 설치한 불법사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해직자들이 낸 징계무효 확인소송의 결과도 주목된다. 법원은 2009년 11월 1심에서 6명 전원에 대해 ‘해고 무효’ 판결을 했지만 지난해 4월 고등법원은 노종면 기자 등 3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며, 노 전 기자 등 원고 측은 불법사찰 등 자료를 추가로 제출한 상황이다.

내부 해결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수진 YTN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홍보부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직자 복직을 위한 중립적 기구 설치를 경영진에 제안했지만 성사가 안 됐다”면서 “내부적인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해직 4년에 맞춰 국정조사 등 국회가 움직이는 것은 해직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다. 4일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사태에서 드러난 언론장악 문제를 집중 제기할 계획이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이 회견의 주요 내용은 불법사찰, 해직 등 YTN 사태의 조속한 해결 촉구다. 회견문에는 소속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앞서 국회 문방위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YTN 사찰과 노조원 해직 등 징계와 관련해 배석규 YTN 사장과 노종면 해직기자를 각각 국정감사 증인고 참고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배석규 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이명박 정권이 YTN을 비롯한 방송을 정권의 손아귀에 장악하려는 음모 속에 낙하산 사장에 이어 어용사장을 세우기 위해 치밀하게 자행된 불법 사찰 실상을 국민 앞에 검증하고, 끝없는 YTN노조에 대한 탄압과 편파방송을 획책해 온 사장의 전횡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수진 YTN노조 홍보부장은 국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고, 여기에 장단을 맞춰 몇몇이 이익을 챙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시사매거진 2580도 노조탄압 아이템 ‘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3일자 기사 '시사매거진 2580도 노조탄압 아이템 ‘킬’'을 퍼왔습니다.
노조에 얼차려 강요 등 발레오 만도 이슈 거부당해… MBC 연상시킨 탓?

MBC 금요와이드에서 방송 직전 불방이 됐던 노동자 인권 탄압 아이템이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아이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와이드 제작진은 지난 8월 24일 '이슈 클로즈업' 코너에서 경주에 소재한 발레오 만도와 구미에 소재한 KEC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인권 탄압 문제를 방송할 예정이었다.
방송은 사측이 노조 조합원에게 푸쉬업, 오리 걸음, 한강철교 등 얼차려를 강요하거나 상급 산별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풀 뽑기,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인권 탄압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사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뿐 아니라 MBC 경영진은 사전 미보고와 지시불이행을 들어 이영백 PD와 김정민 PD에 대해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사내망에 MBC 경영진에 불방 책임을 물어 비판 의견을 개진한 민병선 PD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태를 두고 MBC 경영진이 아이템으로 제출한 노동인권 탄압 내용을 보고 업무 복귀 이후 보복성 징계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MBC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방송 불가를 결정하고 과도한 징계 조치까지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금요와이드 제작진이 다루려고 했던 발레오만도 노동 인권 탄압 문제를 아이템으로 제출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에 따르면 9월초 이영백 PD의 허락을 얻고 금요와이드에서 불방이 결정된 노동인권 탄압 아이템을 제출했다. 하지만 금요와이드가 속한 교양제작국에서 회사 쪽 반론을 취재해오면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템이 폐기된 게 아니라면서 결국 시사제작국 소속의 시사매거진 2580팀에서 해당 아이템을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 지난 8월 금요와이드 제작진이 다루려고 했던 발레오만도 노동인권 탄압 모습. ⓒMBC 노조 제공

하지만 이영백 PD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에게 시사매거진 2580팀이 아이템을 다루려고 했는데 교양제작국에서 한다고 거절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이미 시사매거진 2580팀에게는 해당 아이템을 다뤄도 좋다고 허락했다. 노동인권탄압 아이템을 다루지 않기 위해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이 서로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PD는 "좋은 얘기로 교육발령이라고 하지만 직무와 무관하게 브런치를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 MBC의 모습들이 아이템으로 다루려고 했던 노동인권 탄압 모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민망해 하면서 아이템을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 관계자도 "교양제작국에서 절차상 문제만 제기하고 아이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절차 문제를 지키고 회사 쪽 입장까지 취재해 반영하겠다고 했는데도 아이템으로 다룰 수 없다고 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사실상 노조탄압 모습을 담은 방송 내용이 (업무 복귀 이후)MBC 분위기와 연결해 생각해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시사제작국이 아이템 수용 여부를 놓고 교양제작국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다음주 께 노동인권 탄압 아이템을 다시 한번 제출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아이템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노동 현장에서 심각히 인권을 탄압한 이 같은 현장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음주 반응을 보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요와이드 이영백 PD와 김정민 PD, 민병선 PD 등 3명의 징계 조치를 포함해서 업무 복귀 전후로 해고 1명, 정직 7명, 교육 10명, 강제발령 7명 등 총 25명의 PD가 보복성 징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교양 PD 협의회는 "시사교양PD 조합원 중 42%에 달하는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통 속에 떠돌고 있다"면서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은 25명을 학살한 충실한 대리인이다. 본인의 무능력·무책임을 감추고 조직원들에 대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김철진을 즉각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어린 백셩(愚民)' 속여먹기…유신도 그랬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0일자 기사 ''어린 백셩(愚民)' 속여먹기…유신도 그랬다'를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협박이 이슈 되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의 초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선 출마 문제를 놓고, 정준길 씨와 금태섭 씨 사이에 오간 대화의 성격이다. 한 쪽에서는 정 씨가 '뇌물'과 '여자관계'를 들어 협박하며, 안철수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친구로서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전한 사적(私的) 대화를 금 씨가 과대포장했다고 항변한다.

요컨대 위협 섞인 불출마 권유였는지, 참고하라는 정도의 '우정 어린' 대화였는지 양 측 주장이 팽팽하다. 알다시피 정 씨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공보위원을 맡은 검사 출신이고, 금 씨는 안철수 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는 변호사다. 두 사람은 서울법대 86학번 입학 동기이면서 검찰 1년 선후배 '친구 사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두 사람의 맡은 일은 성격상 서로 상반돼있다. 한마디로 창과 방패다. 정준길 공보위원은 주로 안철수 원장과 관련된 의혹들을 증폭시켜 공격하는 쪽이었고, 금태섭 변호사는 그 같은 공격을 방어하고 해명하는, 네거티브 사안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 6일 기자회견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왼쪽) ⓒ연합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문제의 대화가 이 예민한 시기에, 적어도 서로 경쟁해야하는 두 진영(지금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에서, 업무의 성격상 서로 대결관계에 있는 '예민한 공적지위'에 있는 공인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한담(私的閑談)'일 수는 없다. 더구나 근래 들어 두 사람은 상대방이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서로 은근히 견제까지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친구사이'라는 두 사람의 우정도 지금 양 쪽을 비교할 때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특히 정준길 씨(정 씨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공보위원직을 사퇴했다)는 금 변호사와의 우정을 유난히 강조한다. 새누리당도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음을 총력을 다 해 주장하며, 금 변호사의 '우정에 대한 배신'을 말했다. 때맞춰 이른바 보수언론들도 금 변호사가 '협박·불출마 종용'이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26년 친구가 1시간 만에 정적이 되었다고 썼다.

금태섭 변호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우정을 배신한 듯한 느낌을 주는 기사들이었다. 아마도 '사적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박근혜 후보 쪽에 보탬이 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날 두 사람의 교분이 어떠했건 적어도 지금은 서로의 처지를 분명히 하는 게 옳다. 지극히 간단한 원칙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준길 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어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정 씨의 언행에는 수긍이 가지 않는 해괴한 대목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 씨가 안철수 원장의 비리 의혹이라며, 금 변호사에게 말한 뇌물과 여자관계 의혹 가운데 특히 뇌물 부분은, 안 원장이 지난 1999년 신주 인수권부 사채 발행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벤처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2002년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결론이 나와 있다.

산업은행 팀장이 구속됐고, 안 원장도 수사대상에 올랐으나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의 '정준길' 검사였다는 점이다. 자기가 수사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새로 밝혀진 안 원장의 비리가 있는 듯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라며 흔들어 댔다. 금태섭 변호사로서는 바로 수사를 담당했던 정 씨가 뭔가 꼬투리를 잡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래서 "출마하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등줄기에 식은땀깨나 흘렸을 게 틀림없다.

정준길 씨는 공보위원으로 있으면서 트위터를 통해 '가지가지'를 했다. 8월31일에는 "안철수연구소의 BW발행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쉽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안 원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는 글도 띄웠다. "금태섭 변호사 더 바빠지겠네요"라는 빈정거림도 있었다. 그래놓고도 6일의 기자회견 때는 금 변호사와의 우정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람을 한껏 두들겨 패 정신을 잃게 하거나, 손발을 묶은 뒤 금품을 가져가도 강도이지만,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째려보는 것만으로 '항거불능'케 한 뒤 재물을 가져가도 강도가 된다. 전문가들은 마찬가지로 "협박은 '상대가 어떻게 받아 들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법학의 기초"라 말한다. 따라서 정준길 씨는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대한 협박죄'를 적용해 법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법학자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그런 정준길 씨에 대해 "협박을 하고 말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속내를 털어 놓은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서너 가지의 이유가 있다. 지금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원장일 것이다. 바로 안 원장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준길 전 공보위원 만한 인물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우선 안 원장 캠프를 압박하는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못한다.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 쪽과 '뜻'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채널이 확보돼 있으면서 전후좌우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의욕적인 사람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둘째 2002년 산업은행 뇌물사건을 수사했던 정준길 당시 검사만큼 안철수 원장의 비리 가능성을 많이 들여다 본 사람이 당 안팎에 없다. 따라서 그의 언행에는 적지 않은 비중이 실려 있다. 이번 금태섭 변호사와의 '통화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 원장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뜬구름 잡는 것일지라도 그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게 되어 있다. 애당초 대선 캠프 공보단에 유일한 검사출신 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셋째 정준길 씨가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 말 했듯이 정 씨만큼 검찰 등 사정기관과 소통하는 인물이 흔치않다. 해박한 법률지식도 그러려니와, 특히 대선기간 중 당과 검찰의 중간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은 안다. 이와 함께 연속적인 안철수 원장 '깎아 내리기 작업'과정에서 보았듯이 정 씨 개인의 능숙한 트위터 작업능력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정준길 씨는 '보물'이었을 것이다. 드러내놓고 "그렇다"며 시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정준길 공보위원 '폄하' 발언은 본 뜻을 잘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준길 씨는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 정준길 전 공보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쯤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를 막으려한 일련의 작업들은 결코 정준길 전 공보위원 혼자 해 냈을 리 없다. 새누리당이 되었건 어느 정보기관이 되었건 아니면 그들이 함께 모였건, '뒷조사하고 논의하고 분석하고 조정하는' 거대한 콘트롤 타워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본인 아니면 알 수 없는 개인정보들이 줄줄이 새어나와 유통되고 있는 것도 배후의 '힘 있는' 기관들의 역할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거나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거나 하는 소리들, 다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사실은 이런 게 다 범죄 행위이고 바로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태섭 변호사가 '협박폭로' 기자회견을 하던 6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한 통의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고, 사실 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진실 확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쿵저러쿵 사실 관계를 왈가왈부함으로써 우선 안철수 원장에게 상처를 입히는 쪽으로 사태가 발전돼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기들이 여기저기 그토록 들쑤셔도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자, 확인되지는 않지만 우선은 귀에 솔깃한 루머들을 마구 퍼뜨려 안 원장에게 흠집을 내놓고, 출마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영문 모르고 있는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도록 속이자는 이야기다. 때문에 '협박·종용'과 관련된 음모규명이 시급하다. 중요하다.

부정한 음모에 속아 넘어가고, 그렇게 잘못 판단해서 잘못 선택하고, 나라의 운명이 그래서 잘못 결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라와 국민이 거대한 피해를 본 적도 있다. 그저 그게 최고의 가치인줄 알았던 '돼지의 행복'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면서 우리가 겪어야 했던 참혹한 세월을 잊을 수는 없다. 사정없이 '속여먹기' 당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유신 때 그랬다.

유신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은 이제 막 본격화 된 느낌이지만, 부정투성이였던 유신헌법 투개표 과정은 지금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워낙 규모가 큰 거대한 '속여먹기' 판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필자 같은 사람에게도 '그 때'와 관련된 제보가 꼬리를 물고 있다.

계엄령을 선포하며 겉으로는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토론을 금지하면서도 박정희 정권은 뒤로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저질러댔다.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들을 동원해 각 마을별로 이른바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였다. 표면적으로는 투표독려였으나 내용인 즉슨 대대적인 '찬성 독려활동'이었다. 속여먹기 활동이었다. 국력을 극대화해야 북한의 위협을 막아 통일을 앞당길 수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박정희 대통령을 밀어줘야 한다는 설득 작업이었다.

반상회 하듯 사랑방 좌담을 마친 결과는 교감에게 보고해야했다. 투표하는 날, 정당 참관인을 배제한 투표소에서는 대리투표가 스스럼없이 이뤄졌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군대에서처럼 공개투표까지 자행됐으나, 투개표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 밤 개표 업무에 차출된 교사들은 투표함을 열면서 접히지도 않은 채 사전에 무더기로 집어넣은 투표용지 뭉치를 무수히 보았다고 했다.

찬성이건 반대건 100장 묶음 위에 찬성표 한 장 올려놓고 '찬성 100표 한 묶음'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92.9% 투표율에 91.5% 찬성률 기록은 그렇게 탄생했다. 박근혜 팬 카페인 '근혜동산'에 들어가 보면 그 "유신헌법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90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적혀있다. 북한침략을 사전 대비해 엄청난 국민의 희생을 막아냈다는 설명이다.

유신이 선포된 1972년 10월17일, 그 25일 전인 9월22일 필리핀에서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박정희 씨와 동갑인 1917년생이다)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정적과 언론인을 구속했다. '공산주의와 이슬람 반군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내걸렸다. 그 때 마르코스가 내 건 슬로건이 '신(新)사회(New Society)건설'이었다. '유신'의 '신'도 새신(新)자다. '마르코스'와 '박정희'의 이 기막히게 절묘한 닮음이여! 당시 우방국들의 민주화를 줄곧 촉구해 오던 미국은 필리핀 사태에 그저 팔짱만 끼고 구경했다. 대통령선거가 목전에 닥쳐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 씨는 필리핀 사태에서 힌트를 얻어 안심하고 유신을 결행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분명한 것은 두 나라 다 백성 속여먹기를 한 것이었다.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유신이나 '협박·불출마종용'이나 다 백성 속여먹기를 목표로 하고 벌어진 일들이다.

바야흐로 커다란 속여먹기 판을 만들어 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눈 부릅떠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6월 3일 일요일

차기정권서 4대강 운명은?…“이슈는 죽은 게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2일자 기사 '차기정권서 4대강 운명은?…“이슈는 죽은 게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4대강 이슈는 죽은 게 아니다. 야당이 들고 나올 것이고, 여름에 비가 오면 또 어떻게 될지…. 솔직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4대강을 안고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담이 되는데 마냥 피하기만 하겠습니까.” 5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을 역임했다. 비대위 이전 4대강과 관련한 그의 직함은 ‘4대강사업저지운동본부 공동대표’였다. 비대위원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4대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비대위에서 거의 유일한 ‘4대강 반대’ 목소리였다. 

차기정권에서 4대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직 대선이 남았다. 어느 쪽이 대권을 잡느냐의 문제는 4대강의 운명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4대강 반대운동을 벌여온 최병성 목사는 “일단 야권이 대권을 잡아서 지금 건설된 수문의 보를 열어두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한 열어놔야 그만큼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4대강 반대 진영의 일각에서는 ‘폭파를 통한 보의 해체’도 주장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4대강 사업이 자연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대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단 가동보 수문을 열어놓은 뒤 보의 기능을 하지 않도록 하면 더 이상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고정보가 많은 구간은 몇 년 정도 흐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의 운영원칙을 차기정부에서 세우는 정도만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명박 정부와 일정한 각을 세워온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다면? 

충남 연기군 금남면에 위치한 세종보 위로 금강이 흐르고 있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구간에 설치된 16개 보 중 최초로 완공된 보로 전체 길이 348m에 가동보 3기와 고정보 3기로 구성됐다. /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은 지난해 6월 ‘대선주자 10인의 녹색성적표’를 선정하며 주요 대선주자의 4대강 관련 발언을 검토한 바 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적이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으로 바뀐 뒤인 2008년 12월 16일 그의 발언은 이렇다. “정부가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운하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믿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책임질 일” 박근혜 발언 진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은 그 뒤 오랫동안 ‘4대강’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했었다. 세종시 등 다른 현안에서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상돈 교수는 5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그 후 경향신문 김호기·이상돈과 대담에서 박근혜가 ‘정부가 추진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말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전체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정부에서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을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라서, 제가 언급하기가 부적절하고 또 결과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이상돈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올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원점에 서서 검토하면 문제제기가 될 것이다. 야당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도 모른 척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최병성 목사는 “4대강 문제를 많이 지적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 많다”며 4대강 저지운동에 국민 참여를 보다 많이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국민들이 나서서 4대강 수문과 주변의 문제를 꼼꼼히 검토하고 고발하는 운동을 지금이라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더 큰 재앙으로 가지 않으려면.”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국장은 현재 4대강 저지운동이 일정한 소강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싸워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사실 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된 뒤 한강물이 완전히 썩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이렇게 만든들 저렇게 만든들 국민들이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4대강 문제를 방치하면 잊혀지겠지만 지속적으로 알려서 일단 취약한 부분부터 철거하는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그대로 두면 다음 정권에서 논란이 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 다음 정권에서는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 “4대강 보 5백만 이용”

5월 30일, 국토해양부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4대강, 500만 국민을 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5월 29일을 기점으로 4대강을 찾는 방문객이 5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그 중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를 찾은 관광객 수는 258만명으로, 보가 4대강 관광의 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집계 기준은 연인원이다. 국토부 하천이용과 관계자는 “캠핑장·자전거길·보에는 계측기가 있어 실측이 가능하고, 생태공간 등은 일정한 면적에 시간당 얼마나 왔는지 추계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보와 수변 생태공간, 체육시설, 자전거길, 캠핑장 모두 각각의 기준으로 집계한다. 이 방식대로 한다면 4인 가족이 오토캠핑장에 묵고, 가지고온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다가 보를 가게 된다면 4×3=12명으로 집계된다. 이 관계자는 “수치를 과장하거나 부풀린진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 통계 역시 의심한다. 이철재 국장은 “모든 정부 부처·기관에 4대강 강변에서 체육대회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던 사람들의 집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4월 총선 무렵 이 논란과 관련해 당시 4대강추진본부 쪽의 반론은 “산하기관에서 국토해양부에 문의가 많아 참고로 알려준 것이며, 국책사업으로 완공된 공공시설물의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을 독려하는 활동은 정부 본연의 직무”라는 것이었다.

총선 이후, 정권 ‘핵심인사’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사실 4대강 반대단체에 결과적으로 고마워해야 한다. 원래 관급공사는 시방서대로 하기어렵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다보니 공사도 더 엄정하게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좋아졌다.” 4대강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함안보의 경우 보를 낮추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당시 국토부는 (그런 내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깎아 내렸다. 그런데 실제로 검토해보니 정말 그런 것이다. 결국 보 높이를 2.5m 줄였다. 우리는 총체적 문제와 부실을 비판했는데, 그쪽 입장에서는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는 용도로 활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4대강 사업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애초 취지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본래 목표는 수량 확보와 홍수 방어, 수질 개선이다. 그런데 캠핑장이나 경관 이야기를 하는 것 말고 지금까지 이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는가. 본질을 외면하면서 변죽만 울리는 까닭은 홍보할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내다보는 전망은 4대강추진본부가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부터 정면으로 배치된다.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둠으로써 수질은 더 악화된다. 수질문제에 직결된 ‘녹조현상’은 날이 더워지면서 수온이 올라가면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홍수 방어문제도 마찬가지다. 본류를 준설하면서 지천의 홍수위험은 더 커졌고, 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보에 설치된 가동보 수문이 고장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문이 고장나서 수리한 곳을 박 교수가 직접 확인한 곳만 다섯 군데가 넘는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문이 40m 이상 되는 곳은 거의 없다. 수문이 너무 무겁다. 낙동강의 많은 보들에 설치된 수문의 무게가 500톤 내외가 된다. 들었다 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홍수 철에 이게 고장나게 되면….” 

지난해 10월 경기도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김문수 경기도 지사, 권도엽 국토부 장관 등이 손을 흔들며 완공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본류에 설치된 보가 위험

박 교수는 4대강 공사 후 지금까지는 운수가 좋은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동안 태풍이 우리나라에 대규모로 들어온 적이 없다. 물론 태풍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6월에서 9월까지 내륙으로 태풍이 들어온다면 자연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금 하천 상태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홍수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그리 크지 않은 국지성 호우만으로도 피해가 발생했다. 구미의 식수대란이나 왜관철교 붕괴, 신진교 붕괴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강 본류에 설치된 보에서 발생하는 사고다.” 

박 교수를 비롯해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측에서도 “그렇다고 보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위험을 알리는 이상신호나 크고 작은 피해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대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도 있지만 장기에 걸쳐 꾸준히 일어나는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문제점은 지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다 정년퇴임한 이후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이철재 국장은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4대강 재앙’은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으로서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공사를 했는데, 그 정도 부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4대강 비리사건이 드러나도 일종의 불감증이라고나 할까 큰 반응이 없다. 반면,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4대강 반대운동이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다.” 

천성산 이데올로기 공세가 그렇다. 지난해 봄과 올해 봄, “천성산에는 도룡뇽 알이 넘친다”고 표제를 뽑은 르포기사가 보수매체들의 1면에 각각 올랐다. 단지 참여정부 때 환경정책 과정을 비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도룡뇽 소송단’으로 대표되는 환경운동의 가치나 목표를 공격하는 동시에 현재 진행되는 4대강 반대운동을 겨냥한 비난이다. 

이 국장은 그동안 환경운동 진영의 4대강 반대운동 ‘전략’에도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로서는 기술적·공학적 문제보다는 생태문제를 기본으로 수질·예산·구조 문제 식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전문적 논쟁으로 이슈가 흘러가도록 관리를 못한 측면이 있다.” 그는 현재까지 국면에서 아직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정권 쪽으로 보고 있다. “정권이 마음을 먹으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MB정권으로선 운수가 좋았다. 지난해 봄과 올해 봄에 비가 많이 왔다. 원래 봄에는 비가 적게 오기 때문에 길바닥이나 하수구의 오염원이 비가 오면 일시에 몰려와서 수질 악화 문제가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유량이 많다보니 그 문제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4대강 준공을 작년 10월에 한다고 했다가 다시 6월로 미뤄놓은 상태다. 장마철이 돼서 홍수문제가 나타나면 ‘아직 공사 중이라 보완하면 된다’고 답을 하면 되도록 맞춰놓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에서 “역사적인 일에는 반대가 있게 마련”이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남도 아니고 우리 품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최병성 목사는 “사실 따지고 보면 한강종합계획 사업도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에 시작한 것”이라며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한반도 대운하’가 자기의 평생 신념이라고 밝혀 왔는데, 이 대통령은 정말 그게 강을 살린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4대강 사업 공정이 거의 마무리된 이후 관광이나 레저 이외에 4대강 공사로 확보된 물을 활용하는 다른 이수(利水) 사례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본지 지적과 관련,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13억㎥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는데 이 규모는 팔당댐의 5배 규모이고 서울시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며 “이렇게 확보된 물은 갈수기에 흘려보내면 연중 일정하고 풍부한 물이 흘러 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의 건강성도 회복될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4일자 기사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를 퍼왔습니다.
진보언론, '구럼비'를 잇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필요해

중앙일간지 속에서 강정이 사라졌다. 더 이상 그들의 지면 어디에서도 강정과 관련된 소식을 찾기 힘들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앞두고 몇 주간은 모든 매체의 집중을 받았지만 4.11 총선과 함께 열기는 식었다.
사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단순히 ‘다른 이슈가 많다’기 보다는 중앙언론 입장에서 지금의 강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집중적으로 다루기 참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 구럼비 바위 폭파와 함께 건설이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경찰은 강정 모든 지역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동시에 무더기 연행이 이어졌다. 완전히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인데, 때문에 집회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종교행사만 허용되는 정도인데, 종교행사 역시 물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사제들이 연행 당할 정도이다.  
소요사태 대신 강정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제주도 행정부를 둘러싼 행정전이다.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쳐야’ 지방의 사안에 관심을 갖는 중앙 언론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화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강정해군기지에 대해 ‘공사중징명령’을 내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 지사의 입장은 ‘민관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한 항만’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도와 국방부의 1,2차 검증결과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상적인 형태의 민관복합항이 현재의 공사대로라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주도 시민사회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압박해왔다.
이들의 근거는 국토해양부장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제주특별법(144조)이다. 공사중지명령은 ‘자치사무’이며 중앙정부의 감독권은 도지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했을 때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사중지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사태가 금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제주도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경우 지방자치법(169조1항)을 근거로 그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정지시킬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와 제주대 법학대학원 소속 교수들은 지방자치법 169조1항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거부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 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법정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지금처럼 공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주민 입장에서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 지사는 최근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기로 한 시기를 두 달 동안 거듭 미루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실시간 시뮬레이션 재현을 통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15만톤급 동시 접안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서 해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계속 굳이 중지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
사실 우 지사의 애매한 태도는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에도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 당선 후에 확실히 밝히겠다’와 같은 화법으로 일관해왔다. 당선 후에도 어떤 특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태를 방관해왔다.
특히 우 지사가 취하고 있는 기본 전제가 ‘민관 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강정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당선 이후 제주도민의 눈치도 보고 해군과 국토부의 눈치도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기다려달라’식의 행보를 계속해왔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쪽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계륵이자 희망고문인 셈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에 강정해군기지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강경한 태도로 소요사태가 줄어들고 복잡한 행정전이 진행되면서 중앙언론들은 흥밋거리가 떨어진 강정 해군기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활동가들과 강정 주민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지난 10일 와의 인터뷰에서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씨는 강정을 다루는 중앙언론들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인터뷰에서 박씨는 구럼비 폭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구럼비가 다 폭파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강정 싸움은 끝났다'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방송사 노조와 재능교육의 파업이 그러하듯 거대권력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지긋지긋하고 긴 여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싸움을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것인가, 어느 시점에서 의제 설정을 통해 여론을 형성시킬 것인가가 주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속가능한 연대는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부터 비정규직 교수들까지 연대 의사를 밝혔으며, 시애틀부터 쿠바 하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명 인디밴드들을 초청한 평화콘서트가 강정에서 열렸고, 로스쿨 교수들은 세미나와 모의법정 등 학술적인 방법으로 제주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강정균 강정마을회장은 성균관대로 거리강연에 나섰다.
문제는 ‘구럼비’에 상응하는 제 2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이다. 사실 언론은 그동안 ‘구럼비’ 바위에 해군기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구럼비’라는 상징은 대중들로 하여금 좀 더 강정 해군기지문제를 쉽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동시에 ‘구럼비 파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정서는 더 호소력을 지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가 마무리되고 경찰과 해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구럼비 발파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들에게 이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강정주민의 삶은 이전처럼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으며, 해군기지 건설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구럼비 폭파를 마지막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여론 주도력’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강정의 매일매일은 극적이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예전보다 더 쉽게 연행되며, 108배와 미사와 같은 종교행사에 대한 압박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언론은 지금의 강정을 흥밋거리가 떨어진 지루한 곳으로만 여기는 모양이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의 차원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강정을 다룰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파편화된 현재의 보도만으로는 강정은 독자들에게 흥미도 없고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파편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잇는 거대한 의제 설정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언론들은 뭔가 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영토권 분쟁의 상황도 아닌 데에도 특유의 프레임 구성으로 문제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여론 형성에 이바지 했다, 그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상황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언론들의 의제 설정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준영 / '제주의 소리' 기자  |  mediaus@mediaus.co.kr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9일자 기사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초대석] 동료들 떠난 빈 자리, 기계적 중립이 민망하다

두 번의 대선에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윌리엄 새파이어는 1973년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칼럼니스트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주의 균형 맞추기용 보수논객 채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캠프인사의 언론인 변신을 기자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새파이어는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따돌림 당했다. 사직을 고려하던 그의 처지는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민주당 선거캠프는 물론 기자들까지 도청대상이 된 사실이 폭로되자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으로 닉슨을 그야말로 불같이 공격했다. 그가 정파적 이해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들은 그제야 그를 동료로 인정했고 그로부터 32년 뒤 은퇴하기까지 새파이어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한 명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민간인 사찰이 화두가 된 한국에선 정반대의 ‘새파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불같은 비판을 택한 새파이어와는 달리 ‘중계’와 ‘기계적 균형’이라는 일견 세련된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리셋뉴스9의 사찰문건 폭로 뉴스

먼저 지난달 20일 ‘내가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날 이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톱리포트를 보자. 기사문의 모든 문장의 주어가 이 전 비서관일 정도로 “윗선은 없다”는 기자회견문 요지를 낭독하듯 전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은 애초부터 없었다”거나 “야당총재와 공개토론을 하자”는 허황된 주장까지 아무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중계했다.
민간인 사찰문건 폭로와 청와대의 반박이후 나타난 보도양상도 중계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로된 사찰문건의 80%는 참여정부의 것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사찰이란 이슈는 ‘현 정권의 명백한 과오’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논란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청와대의 반박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KBS)을 보자. 청와대 회견을 그대로 요약한 톱 리포트에 이어 여야의 반응을 엮은 후속 리포트가 붙는, 즉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하는 배치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80퍼센트 문건’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감찰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서술되고 만다.



물론 선거전 보도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당의 선거유세 보도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민생탐방이 단독 리포트로 완결성 있게 중계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자유선진당 등은 한 리포트로 묶여 종합되곤 한다. 그런가하면 정치경력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현격히 차이 나는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 간의 선거전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며 ‘불꽃 튀는 양자 대결’로 보도되기도 한다. 

전봉기 MBC 기자
비리를 감추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찬반 논란으로 물타기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일 리 없다. 이런 중계 혹은 기계적 균형 보도기법이 처음 나왔던 미국에서조차 객관저널리즘이 단순 중계나 방송시간의 동등한 제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정난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의 저널리즘도 기계적 균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공감대 아래, 대신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객관성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시민들이 자치(自治)를 실현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 보도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되살리겠다고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에서 중계와 기계적 균형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남은 기자들’. 그들에게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 거듭난 윌리엄 새파이어의 선택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치판은 다 썩었다"...또 속지 말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10일자 기사 '"정치판은 다 썩었다"...또 속지 말자'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정치 혐오한다면, 정치권 향해 종이돌을 던져라

결국 총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18대 총선은 누가 뭐라 해도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난 4년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들불처럼 번져간 촛불의 물결에 동참했던 사람이라면, 4년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고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정국은 이상스레 요동치고 있다.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 일으켜지면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 선거라는 총선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모호해진 정권심판, MB에 대한 면역효과?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008년 6월 9일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3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총선의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종의 면역효과의 영향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직후만 해도, 국민들은 정부의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 수준에서 정권을 평가했다. 2008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그토록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대단히 민감할 것이라는, 더 정확하게는 어떤 정부라도 민주정부라면 국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의사표현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근거 없는 기대는 대단히 파격적인 방식으로 허물어졌고, 이후에도 국민의 상식을 훌쩍 넘어서는 일들이 뻔뻔하게,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다. 4년간의 학습효과는 디도스 공격이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증거가 폭로되어도 과거와 같은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만들었다. 상식이 파괴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놀람과 분노의 감정보다는, 늘 벌어지고 있던 일의 연장선이라는 무덤덤함이 더 크게 발휘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반MB정서에 편승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프레임 전략으로 인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친이-친박이라는 당내 계파 갈등을 여·야 간 대립에 맞먹는 갈등구조로 대치시킨 결과가 '반MB=반새누리당'이라는 공식을 교란시키는 데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큰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심판자로 프레이밍 되면서,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동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정권심판의 주체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자승자박, 여권의 이슈 흔들기


 ▲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김용민 심판이 아닌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셋째, 민주당 등 야권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정권심판의 프레임을 굳힐 수 있었던 초기에는 이해득실 때문에 미적미적 시간을 보냈고, 후보등록일이 다 되어서야 극적인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승적 명분에 상처를 입었고,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희석시킬 정도의 부적절한 공천은 '반MB 이후'에 대한 낙천적 전망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데 실패하게 된 원인을 만들었다. 게다가 잇따른 경선불복은 정권심판이 시대적 명분이라기보다 정치'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정치구호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강화시켜 버렸다.

마지막으로, 총선의 의미를 교란시키는 미시적 사건이 침소봉대되면서 실상 중요한 문제들은 묻혀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선거가 지역단위의 전망을 둘러싼 경쟁이라면, 총선은 중앙이나 전국적 범위의 의제가 주요 화두가 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는 실상 이 둘이 모호하게 결합하면서 지자체 선거가 정권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 되거나 총선이 오로지 지역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개발'이라는 지역적 의제가 관통했듯이, 이번 선거 또한 지역의제나 개별적 이슈에 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의 의미를 어느 순간 잊어버린 채, 누군가가 그려놓은 협소한 프레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언론이 과거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경우다. 이는 마치 8년 전, 정동영 의원의 노인 관련 발언을 대통령 탄핵사건과 동급으로 올려놓고 난도질을 해댔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미시적 사건은 해당 선거의 시대적 의미를 은폐하려는 이들에게 억지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계기로 활용되어 왔다.

시대적 의미 실종된 선거는 냉소주의로 이어져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번 총선은 지엽적인 쟁점이 전국적 쟁점이 되거나 전국적 의제가 지역의제에 파묻히면서 선거 의미가 실종되고 있다. 정부가 4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온 패러다임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전망이 화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과거 발언이 전국적 이슈로 등장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반복이 가져오는 가장 참혹한 결과는 냉소주의와 정치무관심의 확산이다. 선거가 우리 삶의 새로운 전망을 설계하기 위한 설렘의 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실수를 평가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대적 의미를 놓쳐버린 선거를 '그들(정치꾼들)만의 리그'라며 자신의 삶과 분리해 버리고, '정치는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수용한다. 

4년 전 총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났다. 오로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선거였던 대선이 끝나자 뉴타운을 매개로 한 욕망만이 넘실댔던 18대 총선은 국민들의 외면 속에 역대 최저의 투표율(46.1%)을 기록했던 '냉소와 무관심의 선거'였다. 46.1%의 투표율이 말해주는 것은 국민 10명 중 2~3명의 지지만 얻어내면 국민을 대표한다고 떠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지난 4년의 시간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총선의 시대적 의미 되찾는 것, 결국 유권자의 몫

▲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총선은 누가 뭐라 해도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시간이며 앞으로 4년 동안 전개될 정치의 폭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이것은 설령 선거가 지엽적인 문제나 거짓에 현혹되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로 선택을 했건, 지금의 결정은 향후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이유가 무엇이었건 절반 이상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의 결과를 감내해야 했다. 정치적 권위주의가 복원 되었고, 힘의 논리가 정당성의 논리를 압도했다. 대통령이 장로 출신임에도 마치 불교가 국교가 된 것처럼 온 나라가 사찰 논란이다. 국가의 재산과 공적인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넘실대도, 그것을 제어할 권력이 없다. 

신자유주의 경쟁만능주의가 약속했던 '저비용-고효율' 사회는 힘과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실이 되었을지 몰라도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지독스런 '고비용-저효율'의 연속이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더 열심히 일했어도 소득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총선이란, 이런 정치적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어떤 대안적 패러다임을 한국사회에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전국적인 정치행위다. 특정 패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동참해야할 정치행위다.

무관심과 참여 사이의 격차는 이른바 '박원순 효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의 투표운동과 결합된 반값 등록금 운동은 선거 직후 서울시립대의 즉각적인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어졌고, 이번 총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조금씩 힘을 합친 정치적 행동은 수조원의 돈이 강바닥을 헤집는 데 쓰이게 만들 수도, 보육비나 등록금 보조금으로 쓰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위해서만 힘을 쓰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욕하거나 언론의 편파방송을 탓하기 전에, 유권자가 먼저 이번 총선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 시대적 의미를 잃어버린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국민 자신이다. 따라서 ARS나 RDD 여론조사로 드러나지 않은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전달해야만 한다.

정치학자 쉐보르스키는 이런 의미에서 투표용지를 유권자가 정치권에 던지는 '종이돌(paper stone)'이라 불렀다. 유권자 누구에게나 한 개의 종이돌이 주어진다. 지난 4년이 불만이었다면 종이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