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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뉴스스탠드 5일차, 진보언론은 어떻게 적응하는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5일자 기사 '뉴스스탠드 5일차, 진보언론은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퍼왔습니다.
'한경프오'의 '탈 네이버' 전략

▲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 캡쳐


1일 월요일부터 시작된 ‘네이버 뉴스스탠드’ 체제가 5일째로 접어들었다. 각 언론사 사이트의 조회수가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보언론들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간지, 어느 정도 조회수 지켰지만 새 수익모델 마련해야

언론사 관계자들은 뉴스스탠드 제체에서 가장 타격이 적은 진보언론사로 한겨레를 꼽는다. 한겨레는 뉴스캐스트 체제에서도 ‘가장 낚시질을 덜 한’ 언론사로 꼽혔다. 경향신문이 진보언론이면서도 종종 민망한 제목으로 네이버에서 ‘영업’했다면,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도의를 지킨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겨레의 경우 일정 수준의 조회수를 얻으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기조라고 한다. 그래서 개편 이전 한겨레의 사이트 일일 조회수는 경향신문의 70%에서 80%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신 한겨레는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다른 매체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그 격차를 메꾸려고 했다. 잡지 중심의 수익모델로 ‘네이버 우산’을 극복하려 한 것이다. ABC 판매부수에 따르면 ‘한겨레21’의 주간지 시장 점유율은 ‘시사in’에게 거의 따라 잡혔거나 뒤집힌 상황이지만 다른 매체와는 꽤 차이가 나는 1,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주간경향’은 '시사저널'과 함께 5위와 꽤 차이가 나는 3,4위 그룹을 형성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역시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한겨레는 몇 달 전 월간지 나-들을 창간하는 등 신규매체 창간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일간지의 경우 신문시장의 왜곡현상으로 인해 판매비가 제작비보다도 적고 그 격차를 광고비로 메꿔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경향신문의 부수가 현저히 늘었지만 그때문에 적자폭이 더 늘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잡지의 경우는 판매비가 제작비보다 확실히 많기 때문에 팔면 팔수록 이득이 된다. 잡지 중심의 수익 모델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잡지가 많다 보니 '뉴스가판대' 앱처럼 한 번의 유료결제로 한겨레 계열 매체들의 기사를 모두 볼 수 있는 앱도 반응이 좋다. 그러나 사업이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라서 개편 전에는 온라인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의 경우 한겨레보다는 타격이 크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선방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가 있다. 경향신문은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종종 보수언론 수준의 ‘낚시질’을 하여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곤 했다.
그래도 경향신문 역시 스포츠신문들처럼 네이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낙폭’은 견딜만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개편 전 조회수의 60% 정도를 끌어내고 있으며 ‘차두리 이혼’을 단독으로 친 날은 개편 전 조회수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의 조회수가 다소 적게, 경향신문의 조회수가 다소 크게 감소하면서 이제 두 신문의 ‘조회수 덩치’는 엇비슷해진 상황이다. 
일선 기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뉴스스탠드 체제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기자들 사이에선 ‘낚시 기사 안 올리면 우리는 좋은 거 아니냐’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일선 기자들의 경우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종종 온라인 담당들에게 “아무리 조회수가 중요하다지만 (이런 ‘낚시’ 제목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라거나 “우리 신문도 ‘고로케’에 등장했더라”며 불평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언론 기자들의 경우 과거 언론이 말도 안 되는 기사로 장사를 했다는 공감대가 있고 이 기회에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시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영진이나 온라인 부서장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고 한다. 한 진보언론사 관계자는 “결국 네이버의 대응이 시사하듯이 우리도 모바일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온라인신문, 당장 타격이 크지만 모바일과 SNS 강화해야

온라인신문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측은 일간지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우 구성원 중 일부만이 ‘조회수 스트레스’를 받지만 두 온라인신문의 경우는 거의 모든 구성원이 조회수에 민감하다.
오마이뉴스 측은 “개편 이후 30%에서 50% 정도의 조회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네이버를 경유하는 뉴스접속자 숫자는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오마이뉴스의 경우 뉴스가 아닌 다른 종류의 에세이 콘텐츠도 많기 때문에 ‘낙폭’이 이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평가된다. 오마이뉴스 측은 “연초부터 모바일팀과 SNS팀을 따로 꾸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면서 차별화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레시안의 경우 뉴스스탠드 체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진보언론으로 평가받는다. 프레시안 측은 “개편 이후 조회수가 1/5로 급감했다”라고 설명한다.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80%의 조회수 감소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프레시안이 뉴스 이외 다른 콘텐츠가 많지 않고 그간 네이버로부터의 유입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레시안 측은 ‘프레시앙’ 회원을 배가하고 회원들과 독자들에게 ‘my 언론사’ 설정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모바일로 넘어가는 흐름을 인지했기 때문에 모바일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 개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기사를 홍보하는 등 SNS에서의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부족해진 조회수를 메꾸려는 시도도 보인다.
온라인신문들은 조회수 하락으로 인한 광고 단가 하락을 염려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한 언론사만 조회수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다함께 낮아졌기 때문에 광고단가가 낮아진 조회수 비율만큼 급격하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고민하고 기본기를 확충해야  

결국 새로운 체제에 대한 적응의 핵심은 ‘플랫폼’과 ‘기본기’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맞서 끊임없이 새로운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고 그러면서 언론 기사의 질을 지키고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진보언론들은 보수언론보다 빈약한 물적 토대 위에 놓여 있지만 상대적으로 상업성에 덜 물들었다는 장점이 있다.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심도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당장은 보수언론이나 경제신문보다 더 괴로운 나날을 보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언론의 정도를 지키면서 재생산을 위한 물적 토대를 지키는 길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 'My언론사' 설정에서 네개 언론사를 선택했을 때 구현되는 화면. 이런 화면을 많은 이의 컴퓨터에서 보고 싶은 것이 진보언론 종사자들의 심정일 것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진보언론의 보수언론 따라 하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9일자 기사 '진보언론의 보수언론 따라 하기'를 퍼왔습니다.
언론과 권력 (84)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변호사 문재인은 2011년에 펴낸 자서전에서, 대통령직을 떠나 봉하마을에서 평민으로 살던 노무현이 검찰의 강압적 수사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던 시기의 언론에 관해 이렇게 기록했다.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이 돼 벌이는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은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대통령을 아예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 검찰에서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아침저녁으로 공식 브리핑을 했다. 중수부장 이하 검사들도 언론에 수사상황을 모두 흘렸다. 심지어 검찰관계자라는 이름의 속칭 ‘빨대’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보탰다.

  뇌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갖다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 소설이 단적인 예이다.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으니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압박으로 굴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 언론은 기꺼이 그 공범이 됐다.

  무엇보다 아팠던 것은 진보라는 언론들이었다. 기사는 보수언론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칼럼이나 사설이 어찌 그리 사람의 살점을 후벼 파는 것 같은지, 무서울 정도였다. (···) 그렇게 날카로운 흉기처럼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대해 반성한 것을 보지 못했고, 글쓰기를 자제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문재인의 운명], 399~400쪽)

 한국 사회에서는 언론을 양분하는 방식이 굳어져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통념이 바로 그것이다. 보수의 대표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이고, 문화·세계·국민일보가 같은 계열로 분류된다. 서울신문은 실질적으로 정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권의 성격에 따라 진보와 보수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다. 

 진보적 신문으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꼽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한겨레는 1988년 5월 창간 당시부터 ‘대중적 정론지’를 표방하면서 진보적 보도와 논평에 주력해왔다. 경향신문은 1998년 4월 한화그룹에서 독립해서 사원주주제를 택한 이래 지면 제작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겨레와 비슷한 진보언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이 언제나 진보의 정도를 걸은 것은 아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문재인이 지적한 사실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그 경위를 살펴보자. 

 2008년 2월 25일 이명박이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5개월째인 7월 들어 국세청은 노무현과 가까이 지내던 기업인 박연차가 회장으로 있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해 11월 세종캐피털 등 대부업체 5~6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서 박연차 본인을 비롯한 노무현의 친형 노건평,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정규, 국회의원 이광재,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상문이 구속되었다.

 2009년 4월 11일에는 노무현의 부인 권양숙이, 12일에는 아들 노건호가, 5월 11일에는 딸 노정연 부부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4월 30일에는 노무현이 조사를 받기 위해 봉하마을을 나서 서울 대검 청사로 갔다. 

 얽히고설킨 박연차 게이트에서 권양숙과 자녀들이 관련된 부분에 관해 노무현은 4월 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지지하고 신뢰를 표 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권양숙이 어떤 방식으로든 빚을 갚고 자녀를 돕기 위해 박연차한테서 3억 원이라는 큰돈을 받은 사실을 노무현이 퇴임 후에 알았다고 인정한 이상, 그것이 법에 어긋나는 금품수수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리고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의 돈 500만 달러를 투자 용도로 받았다면 노무현이 대통령 재임 시기에 권력을 이용해서 박연차에게 압력을 가했는지도 증거를 통해 밝혀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검찰은 노무현의 주변을 샅샅이 수사하면서 그 일가는 물론이고 정치적 동조자들과 친지들이 모두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검찰의 그런 ‘작전’을 충실하게 대행한 것은 바로 언론이었다. 검찰은 주로 박연차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 흔히 ‘빨대’라고 불리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09년 3월 31일 자 기사(‘박연차, 작년 2월 말 500만 달러 노건평 맏사위에게 송금’)에서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검 중수부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하면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이 신문은 4월 2일 “500만 달러에 관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몫으로 건네진 돈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위의 보도만을 놓고 보더라도 검찰과 동아일보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은 형사피고인이 아니라 단순한 시민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죄’를 저질렀음이 명백하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 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인의 기자에게 고지(告知)하는 때도 공표가 된다. 

 박연차 게이트를 중심으로 노무현 일가와 친지들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간들로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공표죄’를 철저히 무시했다.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보기로 하자.

 (조선일보) 2009년 4월 10일 자 기사(‘노 전 대통령 몫으로 100만 달러 돈 가방 줬다’)는 “정 전 비서관이 이 돈을 실제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정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기사(‘검, 노 600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형사처벌’)는 검찰이 노무현을 사법처리 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동아일보)는 이튿날, “노, ‘100만 달러 보내라’ 직접 전화··· 청와대로 박연차 불러 ‘고맙다’ 인사”라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이 기사는 순전한 ‘작문’이었다. 

 (중앙일보) 4월 10일 자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노무현의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한테서 500만 달러를 받아 설립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는 노무현의 아들 노건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은 이렇게 일방적인 보도를 쏟아내면서 노무현 본인과 그 일가를 ‘파렴치범’으로 모는 ‘경쟁’을 벌였다.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고 ‘진보’를 표방하는 한겨레와 경향도 비슷한 보도행태를 되풀이했다. 검찰의 ‘빨대’가 뿜어내는 박연차 게이트 관련 피의사실들을 보수언론처럼 받아쓰던 (한겨레)는 노무현이 4월 7일 ‘사과문’을 발표하자 9일 자 사설에서 ‘한 오라기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단언하면서 노골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이는 태도는 구차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검찰이 발표하기 전에 앞질러 ‘자백’과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면피용’에 가깝다. (···)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남김없이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4월 12일 자 사설에서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노 전대통령의 위선을 보는 것 같아 말문이 막힌다”고 비난했다.

 “자기 패는 감추고 상대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격을 가하는 게임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그 속내가 궁금하다. (···) 노 전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와 해명’이 아니라 진정성 담긴 고백이다.”

 앞에 소개했듯이, 노무현은 ‘사과문’에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는 정상문 비서관의 것이 아니라’ ‘저의 집(권양숙)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모든 언론의 기사나 논설처럼 그 자신이 그 돈을 받아서 쓴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던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은 그의 사과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석고대죄’와 ‘진정성 담긴 고백’을 요구했다. 

 당시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을 읽은 사람들 가운데서는 ‘이것은 조·중·동의 사설이 아닌지’ 하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래 인용하는 두 사설을 보고 어느 신문의 것인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지지 말아야 할 돈을 만지면 그것이 똥이 되는 것이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고 활개치며 내로라하는 얼굴들이었다니·····.”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어디 한 번 증거 찾아봐라, 아마 쉽지 않을 걸?’ 하며 버티는 꼴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앞엣것은 (중앙일보) 4월 11일 자 사설, 뒤엣것은 (경향신문) 4월 21일 자 사설의 한 대목이다.

 4월 22일 노무현은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글에서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4월 30일 대검 중수부로 조사를 받으러 떠났다. 그러나 중앙 일간지들의 중추적 필자들은 그 이전에 칼럼을 통해 그에게 ‘파렴치범’이라는 유죄 선고를 내려버렸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서민들이 가난해지는 동안 노무현 패밀리는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절망 속에 빠진 서민을 내버려두고 자기들은 옥상으로 피신해 헬기를 타고 안전지대로 탈출하려 했다. (···)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경향신문] 4월 16일 자, 정치·국제 에디터 이대근)

 “‘전직의 명예’가 무너진 마당에 사법절차에나 매달리겠다니 인간이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 노무현 게이트에 얽힌 돈의 성격과 액수를 보면, 그야말로 잡범 수준이다. 정치자금도 아니고 그저 노후자금인 것 같고 가족의 ‘생계형’ 뇌물수수 수준이다. 그래서 더 창피하다. 2~3류 기업에서 얻어 쓰고 세금에서 훔쳐간 것이 더 부끄럽다.” ([조선일보] 4월 27일 자, 고문 김대중)

 경향신문의 칼럼은, 1975년 4월 말 북베트남에 패한 남베트남 대통령 구엔 반 티우가 대통령 관저 옥상에서 가족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달아난 사실을 빗대어 노무현을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칼럼은 노무현을 아예 ‘잡범’으로 몰아붙였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진보언론 일제히 “민주당 정신 차려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4일자 기사 '진보언론 일제히 “민주당 정신 차려라”'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안’ 사이 벌리는 보수언론… 박근혜, 쌍용차 농성장 방문?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3일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지난달 23일 사퇴 후 열흘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안 전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데로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며 지지자들을 향해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은 이 정도 수준이었다. 일각에서 예상된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연설에서는 새 정치를 강조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언론의 분석도 다양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고공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농성현장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근혜 후보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진압과정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고 농성장을 찾겠다는 것이다. 강추위 속에서 목숨을 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땅으로 내리는 데는 여야가 필요 없다. 다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음은 4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안철수 “대선,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일보 (문 지원 미지근…새정치 불 때기)
동아일보 (안 “끝이 아닌 시작” 차차기 출정식?)
서울신문 (강력부 검사들이 ‘브로커’ 전락)
세계일보 (정권교체보다 새 정치 안 승부수는 ‘마이웨이’)
조선일보 (해킹 불능이라던 ‘안전결제’ 뚫렸다)
중앙일보 (안, 문 지지보다 독자행보에 무게)
한겨레 (안철수 “문재인 후보 성원해달라” 재차 당부>한국일보

보수언론 ‘문-안 연대 차단’, 진보언론 ‘아쉬움’

선거초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세에 밀리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날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화끈하게’ 지지한 후, 공동유세에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비하면 분명 이날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에게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임은 분명하다.
안 전 후보는 해단식 발언을 통해 “11월 23일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저와 함께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2월 4일자 1면.

보수언론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안 전 후보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의사는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상 안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거리를 뒀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발언”이라는 분위기다.
동아일보는 1면 제하 기사에서 “여야 모두 과거에 집착해 이전투구를 하는 구태 세력으로 낙인 찍은 데다 문 후보에 대한 명확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안 전 후보 지지층인 중도층과 무당파층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도 1면 제하 기사를 통해 “기존 지지의사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침에 따라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면 제하 기사를 통해 “정치권에서는 ‘방관적 지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 한겨레 12월 4일자 1면.

한겨레는 3면 제하 기사를 통해 “(안 전 후보의 지지발언은)누가 봐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사퇴선언문 내용을 재인용하는 소극적 형식”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1면 제하 기사에서 “당초 예상되던 구체적인 지원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문 후보 측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캠프는 “지원한다” 해석, 안 SNS에 “문 지원”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이 수위가 낮았지만 안철수 후보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는 백의종군해서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는 말을 분명히 다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안 후보는 해단식 이후 캠프 핵심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해당 브리핑이 안 전 후보와의 교감 속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 서울신문 12월 4일자 1면.

안철수 후보도 밤 9시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또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새정치와 정권교체에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저의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본인의 발언을 복기했다. ‘생각보다 약하다’는 정치권 반응에 나름 본인의 의사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안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원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한겨레는 3면 제하 기사에서 “(안 전 후보는)‘개인 안철수’ 자격으로 문 후보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며 “연설내용에 비춰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거나 문재인 후보 선대위 특정 직책을 맡는 방식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분석했다.

▲ 국민일보 12월 4일자 3면.

그런데 보수언론의 해석은 다르다. 국민일보는 3면 제하 기사에서 “문 후보를 제한적으로 돕거나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막판에 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전망”이라며 “안 전 후보는 지원 방식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3면 제하 기사에서 “(안 전 후보가)문 후보와 만나거나 지원유세를 할지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이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 안 전 후보가 제동을 거는 모양”이라고 보도했다.

진보언론 “정신차려 민주당!”

결론적으로 향후 지원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지만, 이날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진보언론들은 이에 대해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3면 제라 기사를 통해 “이 정도로는 문 후보 구원투수로 (안 전 후보가)귀환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언급을 새겨보면 문 후보 지지에 대해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도 읽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메시지 대상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으로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유권자층”이라며 “즉 민주당이 대선 판을 긍정적으로 끌고 간다면 최대한 자신의 지지층을 설득해 돕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고 해석했다. 이어 “자신이 내세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결단을 문 후보 측에 요구하는 ‘조건부 지지’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12월 4일자 3면.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30면 제하 칼럼에서 “문재인의 선거 캠페인은 역동성, 이슈, 정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박근혜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뛰지 않는다는데, 후보의 역동성이 있어야 그들을 뛰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아 위원은 “지난주 문재인은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며 “그렇다면 국회의원직부터 던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주민과의 약속, 중요하지만 금배지를 포기하지 않는 문재인은 ‘건너온 다리’를 불사르지 않고 남겨두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1면 사설 에서도 “문제는 (안 전 후보의 발언을)수용하는 민주당의 태도”라며 “‘반드시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는 것으로 ‘새 정치’는 뒷전에 밀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전 후보의 지지선언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는데만 분주했지 달라진 모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고심은 안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도흠 민교협 상임의장도 한겨레 기고 를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지 않은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한 적 없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네거티브 프레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네거티브 모드에 머물 경우, 여당은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지만 야당은 대폭 하락하며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오늘(4일) TV토론, 또 하나의 변곡점 될까

선거 중반에 접어든 이번 주 표심을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이벤트는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과 함께 TV토론이 꼽혔다. TV토론은 4일 저녁 8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지상파 등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 세계일보 12월 4일자 4면.

세계일보는 4면 제하 기사를 통해 양 캠프 토론 전략을 보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 후보 측은 ‘차분한 정책 중심의 토론’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박 후보는 최근 강조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이력을 강조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청와대에서 쌓은 국정경험과 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당내 경선 및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쌓은 TV토론 경험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언론이 보는 변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다. 중앙일보는 5면 제하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4일 TV토론회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차도지계’”라며 “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공격한다는 뜻으로 ‘남의 칼’은 바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라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12월 4일자 5면.

중앙일보는 “새누리당은 검토 결과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오히려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 후보의 공격에 문 후보가 편승한다면 ‘두 후보가 이념적·정치적으로 가깝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줄 수 있어 그다지 불리하지만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문 후보도 이 후보의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 후보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가감 없이 공격함으로서 문 후보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민주통합당은 “NLL과 한미FTA,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 이 후보와 문 후보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해 ‘문재인-이정희 세트화’에 대한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박근혜, 쌍용차 방문해 ‘국정조사’ 내놓을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쌍용차 해고자 농성장 방문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철탑위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쌍용차 사태 이후 지난 4년 간 터져 나온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가 대선국면을 타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는 1면 제하 기사에서 “박 후보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자들의 농성 현장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관계자는 ‘박 후보가 대통합 차원에서 농성장을 방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는 행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국민일보 12월 4일자 1면.

박 후보 측은 현재 쌍용차 노조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한 노동계 인사 발언을 통해 “황우여 대표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먼저 밝힌 뒤 박 후보가 철탑 농성 중인 경기도 평택 농성 현장을 방문하는 방안이 노조 측에 제안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향신문은 제하 기사에서 “당내 이한구 원내대표 등의 보수파가 이 같은 쌍용차 문제 해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쌍용차 농성장 방문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경향신문은 “중도층 공략”으로 해석했다.

북한, 1단 로켓 장착

북한이 오는 10~22일 발사를 예고한 은하 3호의 1단 로켓을 장착했다. 실제 발사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북한은 은하 3호 발사 시 1단·2단 추진체와 페어링의 예상 낙하지역도 함께 공개했다. 1단 추진체는 전북 부안에서 140km 떨어진 서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6면 제하 기사에서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런 추세라면 1주일 안으로 모든 발사 준비를 끝내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2월 4일자 6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를 가속화함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도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까지 3국의 이지스구축함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되며 미국과 일본의 정찰위성, 한국의 아리랑 3호 등이 발사 준비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검찰 또 사고,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비판받았던 검찰이 내부에서부터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이번엔 ‘브로커 검사’가 등장했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의 현직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을 인척 변호사에게 알선해 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알선의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 달 사이 감찰 또는 수사를 받은 검사의 수는 6명으로 늘었”다. 경향신문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퇴임한 3일 또 비리가 터지자 검찰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이 정말 망하려나 보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경향신문의 보도다.

▲ 한국일보 12월 4일자 8면.

한국일보는 8면 (“검찰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망연자실)제하 기사에서 “일선 검사들은 ‘검찰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라며 “잇달아 터지는 악재에 검찰조직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기관인지 감찰기관인지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진보 언론의 박근혜 사과 비판의 근거는 ‘진정성’?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5일자 기사 '진보 언론의 박근혜 사과 비판의 근거는 ‘진정성’?'을 퍼왓습니다.
‘진정성’은 박정희주의자의 논리…다른 접근 필요해

▲ 오늘자 한겨레 1면 기사. 박근혜가 2주만에 말을 바꿨다는 시선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보수언론은 사과 기자회견문을 높이 평가했고 진보언론은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데 의문을 표시한 방식이 의외다. 사과문의 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다는 투다.
한겨레의 비판의 전제는 1면 기사의 제목에서 보이듯 박근혜가 2주만에 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도 지적하는 바다. 그들은 그렇기에 박근혜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급히 이런 기자회견을 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박근혜가 정말로 말을 바꾸었는지 여부는 따져 봐야 할 문제다.
한겨레 등 진보언론이 근 2주간 지적해왔듯, 박근혜의 ‘아버지’ 시대에 대한 인식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고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핵심은 박정희가 조국 근대화의 큰 뜻을 품고 한 시대를 만들었으나, 그런 과정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고 그에 대해선 박근혜가 사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이 인식에서 ‘사과’에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광폭행보’의 그림이 나왔고 시대정신을 강조할 때엔 ‘최선의 선택’이나 ‘불가피’라는 평가가 나왔을 뿐이다. 그는 아버지가 모종의 욕심에 의해 권력연장을 꾀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독재자에겐 대의와 사리사욕이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중앙일보 김진이 말하는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는 ‘대의를 위한 좋은 독재’와 ‘사리사욕을 위한 나쁜 독재’의 대립항이 있을 것이다.

▲ 오늘자 한겨레 2면 기사. '진정한' 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한다.

물론 박근혜가 이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버지 시대에 일어난 사건의 디테일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시대에 대한 총론적 평가를 물을 때는 공과를 동시에 말하는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인혁당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손석희가 묻자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식의 어이없는 답변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답변과 이번 기자회견문은 그의 기본적인 역사인식에 모순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번에 그가 인정한 것은 5.16, 인혁당 사건, 유신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과 민주주의에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박근혜가 부인을 하려고 해야 할 수 없는 기본적인 원칙들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역사인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런 기본적인 원칙들 위에 다른 원칙을 올려놓는 역사철학(?)을 펼치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추구했지만 그 와중에 ‘본의 아니게’ 희생자가 생겼다는 인식 자체가 바로 그것을 함축한다. 민주주의자라면 민주주의 원칙과 헌법의 가치가 최상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이들에겐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했다’나 ‘헌법에 어긋난다’는 인정이 큰 의미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는 민주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자신의 역사관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 생각에는 헌법이나 민주주의 원칙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헌법이나 민주주의 원칙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철학이야말로 그가 민주주의자가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

▲ 오늘자 한겨레 3면 기사. '진정성'이 기사 제목으로 등장한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탄생하고 존재해온 기간은 불과 몇 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근대 이전의 위인들을 민주주의적 잣대로 비판하는 것이 사려깊은 일이 아니라면, 당대의 시대상황을 고려하자는 얘기가 전적으로 부당하지는 않다. 대한민국의 지금 시점에서 군부 쿠데타는 말도 안 되는 일로 여겨지지만, 박정희가 5.16을 일으킬 당시만 해도 제3세계 인민들은 자기 나라에서도 이집트 나세르와 같은 강단있는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후 ‘미제국주의’에 맞서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관점을 존중하더라도 한 독재자가 제 머릿속으로 구성한 '대의'를 위해 사람들을 죽인 상황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즉 박근혜의 역사인식은 오락가락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종의 논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한국 사회의 많은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보수’해야 할 가치는 헌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본래적 의미의 그것이 아니라 반공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공산당을 때려잡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의미에서의 자유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 헌법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부류라면 인혁당에 대해 박근혜가 두 개의 판결을 말하듯 “두 개의 헌법이 있었고 그중 하나엔 부합하지 않고 다른 하나(유신헌법)엔 부합하지 않았나”라고 말할 것이다. 헌법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류라면 “헌법에 어긋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희가 추구한 가치는 헌법보다 절실했다”라는 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뉴라이트 학자들의 경우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박근혜가 전자를 택하다가 최소한의 지적 감수를 거쳐 후자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 오늘자 한겨레 3면 기사. 한면에 '진정성'이란 제목이 두 번이나 등장하고 있다.

박정희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이라면 5.16과 유신이 헌법을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 “맞다. 그런데 조국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사람나고 헌법났지 헌법나고 사람났냐. 헌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헌법을 위해 있는 것이냐. 밥을 먹어야 헌법을 만들지 밥도 안 먹고 헌법을 만들 수 있느냐. 그러므로 밥을 준 박정희가 헌법을 훼손했지만 근본적인 공로가 있는 것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여기서 공유되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상위에 놓이는 어떤 역사적 목적을 당연시하고 그것을 위한 개인의 희생까지 정당화하는 전체주의적 시각이다. 한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아직 이것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러니까 박정희도 박근혜도 지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 개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박근혜 사과의 ‘진정성’을 문제삼는 시선은 어떠한가. 그런 이들은 정반대의 편향으로 박정희의 ‘진심’을 평가한다. 역시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맞춰 박정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낭만화한 박정희의 ‘진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박정희가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고 오직 자기 밥그릇만을 끝없이 늘리기 위해 경제발전을 추구했다고 믿는다. '친박'이 박정희가 경제발전과 국가안보에 대한 진심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반박'은 박정희가 그런 진심은 없었고 안가에다 여자불러다 놓고 양주 쳐먹을 사심만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박정희의 추악한 사심을 폭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박근혜가 던지는 전선, ‘대의를 위한 좋은 독재’와 ‘사리사욕을 위한 나쁜 독재’의 대립항이 성립한다. '진심'이 논점이 된다면 언제나 박정희는 그 '진심'을 통해 죄사함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박정희의 ‘진심’을 비판하는 이들이 대체로 ‘대의를 위한 좋은 FTA’와 ‘사리사욕을 위한 나쁜 FTA'의 대립항을 받아들이는 이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많은 한국인들에게 헌법보다 상위의 가치로 놓여 있는 것은 밥솥이다. 그들이 김일성과 박정희를 구별하는 기준도 어떤 헌법적 가치가 아닌 그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밥솥의 크기다. 사진은 롯데마트가 쿠쿠와 제휴해 '통 큰 압력밥솥'을 선보이는 모습. 판매원들의 표정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연합뉴스

즉 박근혜의 ‘진정성’을 묻는 것이야말로 박정희의 진정성을 통해 그 시대를 평가할 수 있다는 박정희주의자들의 논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자세다. 우리는 진정성이 아니라 원칙과 절차에 대해 물어야 한다. 물론 한겨레가 말한 진정성은 단지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무언가가 아니라 이후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박근혜의 역사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발언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그 역사인식의 핵심을 비판하지 않고 ‘진정성’이란 말을 사용할 때, 우리는 박정희주의자들의 논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 게다. 진보언론이 박근혜 사과를 '진정성'이란 용어로 비판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박근혜의 드러난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을 담백하게 지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무리해서 비판하지 않아도 어차피 드러날 것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6월 4일 월요일

"~에 따르면 ~카더라" 기사에 절망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04일자 기사 '"~에 따르면 ~카더라" 기사에 절망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퍼왔습니다.
자칭 '진보 언론'까지 '배상' 문제 함부로 다뤄..."확인절차 없는 바보같은 기사"

ⓒ양지웅 기자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지난 6월 1일, 한국의 언론에는 “日, 3가지 해결 방안 제시”, “일본 정부가 직접 보상하는 방안도 포함되는 등 종전보다 진전된 내용” 등의 기사가 일제히 보도되었다. 

도쿄 연합뉴스 발로 시작된 이들 기사는 “한국과 일본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논의”하였고, “한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측이 총리의 유감 표명과 주한일본 대사의 위안부 피해자 방문 그리고 일본 정부의 배상 등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행간 사이에 기자의 흥분되어 있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이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일본 발 기사 따라 쓰냐”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기사는 5월 13~14일, 북경에서 열렸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홋카이도 신문에 보도되었던 내용과 똑같은 것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한국정부 측에 확인하였지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홋카이도신문 기자에게도 사실여부를 확인했는데, ‘사과의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정부로부터 확인했지만 ‘배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 기자의 추측기사로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기사였다. 그런데 그 추측성 기사가 거의 20여일이 지난 후에 다시 한국의 언론에 의해 ‘~카더라’는 형태로 사건화 되어 버렸다. 적어도 기사를 쓰기 전에 관련단체나 정부에 확인절차라도 거쳤다면 이런 바보스런 일은 피했을 것이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도대체 일본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무엇을 사죄한다는 것인지, 그 사죄의 내용에 대해서 관심도 없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는 일본대사도 아닌, ‘총리개인으로서’도 아닌, ‘일본국가의 대표로서 총리가’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해야 한다. 당연히 그 사죄의 내용에는 국가가 법을 어겼고, 그로 인해 소녀와 여성들을 일본군의 성노예로써 인권을 유린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배상’이라는 단어 함부로 쓰는 무책임한 언론

보도된 내용들은 ‘배상’이라는 용어도 무책임하게 사용하고 있다. 적어도 배상이 무엇인지, 보상이 무엇인지 그 용어를 선택할 때는 한번 쯤 사전적 검색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배상의 내용은 무엇인지, 명분은 무엇인지도 관심은 없어 보인다. 

이미 일본정부는 1995년 법적인 책임을 부인하면서 ‘위로금’ 방식의 ‘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려 했지만 피해자들이 ‘돈’이 아닌 ‘법적인 배상’을 요구하며 거부하여 실패로 끝났던 일이 있다. 그런 아픈 과정을 역사로 껴안고 살아온 피해자들과 관련단체들에게 이와 같은 무책임한 ‘~카더라’의 기사는 또 하나의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같은 날,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일본 외무장관이 공식 부인”이라는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아, 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얼마나 황망한 일인가? 해명도, 기사 정정도 없이 하루 동안에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완전 상반되는 기사를 이렇게 퍼뜨릴 수 있는가? 필자도 이렇게 황망할진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어떠했겠는가? 지난 21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혹은 세계 곳을 돌며 일본정부에게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활동해왔던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 아니 해방 후 지난 66년 동안 일본정부로부터, 한국정부와 사회로부터 명예회복을 기대하며 기다려왔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그들이 이 기사를 접하며 희망을 느꼈을까? 웃겼다가 울렸다가 결국에는 절망하게 만들어 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이런 무책임한 “~에 따르면 ~ 카더라”는 식의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자들의 모습도 만나보기 힘들다. 이미 21년을 지나오면서 일본정부의 무책임과 위선적 태도를 참아내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 배상으로 재발방지에 기여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지금 여기까지 온 필자이기에 앞으로 조금만 더 책임있는 보도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8, 90대 고령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66년의 세월, 21년의 세월에 조금이라도 머리를 숙이고 겸손해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곽노현·박원순의 교육희망 선언, 진보언론마저 외면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1일자 기사 '곽노현·박원순의 교육희망 선언, 진보언론마저 외면하나'를 퍼왔습니다.
[권재원의 교육창고] 진보는 도덕적 순결이 아니라 미래의 전망

스승의 날을 하루 앞 둔 5월 14일 역사적인 선언이 있었다.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교육희망선언’이 그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5월 12일에 있었던 통합진보당 중앙위 폭력 사태로 주요 신문의 지면이 가득 덮이면서 이 귀중한 뉴스가 묻혀버리고 말았다.

소위 진보진영에서 일어나는 선정적인 소재라면 불원천리하며 달려가는 조중동이야 딱 좋은 먹이를 찾아 달려가느라 신경쓸 틈도 없었다지만, 소위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들, 진보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의 ‘서울교육희망선언’에 대한 무관심은 의외다.

물론 진보진영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도덕적인 스캔들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진보는 돌아보기 보다는 내다 보아야 한다. 자신의 내부를 깨끗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와 함께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래의 밝은 희망을 보여주는 그런 진보진영의 메시지도 있음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조중동과 진보언론의 차이라야 했다. 그렇다면 그 무렵에 “서울교육희망선언”보다 더 좋은 소재가 무엇이 있었겠는가?


지난 14일 오전 '2012 서울 교육 희망 공동 선언'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더구나 경향신문 같은 경향은 아이를 살리는 7대 약속인가 뭔가 하는 기획까지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이 7대 약속 기획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 약속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너무 당연하고 뻔해 보이는 것들이다. 이런 뻔하디 뻔한 약속들에 대한 강조는 교육문제를 교육주체의 문제로 전가시켜 버린다. 또 어른들과 아이들의 약속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교육 전문가인 교사와 일반인인 학부모가 모호하게 일체화되어 버린다. 이런 식의 약속은 안 그래도 신자유주의 시대 들어서서 공교육에서 손 떼려고 하는 국가와 지자체에게 탈출티켓을 진보의 이름으로 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 식의 접근이 나쁜 것은 교육문제의 해결을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노력과 운동이 아니라 개인적인 진실성과 노력으로 환원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활동만으로도 교육개혁을 위해 할 일을 다했다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천진난만한 착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 편향으로 치우쳐서도 안 된다. 그 반대되는 위치에 사회구조 환원론이 있다. 입시문제, 더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 구조가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사회개혁이 일어나기 전에는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진보진영에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는 사실상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주체들은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사회개혁이 다 되어야 하는데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만약 왜 사회가 개혁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사회개혁가들은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왜 의식이 바뀌지 않느냐 물어보면 교육이 문제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러니다.

반면 곽노현 교육감과 박원순 시장의 서울교육희망선언은 교육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하려는 경향과 더 큰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환원하려는 경향을 모두 극복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마을이 학교다”라고 주장하는 박원순 시장과 “학교가 마을이다”를 주장하는 곽노현 교육감이 만난 것이다. 여기서 “마을”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마을은 도시, 국가처럼 거대하고 추상적인 사회체계의 영역도 아니며, 그렇다고 개인, 가족처럼 사적인 영역도 아니다. 마을은 그 사이의 매개가 되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영역이며, 서로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서도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다.

그 동안 우리 교육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같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목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세계를 꿈꿀 것”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민족, 국가, 세계와 같이 멀리 떨어진 거대한 전체를 위해 공부해야 했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그러하였다. 학생들은 공부를 항상 미래를 위해서 했다. 공부란 자란 다음, 어른 된 다음, 심지어는 노후을 위해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견뎌야 하는 고역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삶에서 느끼고 마주칠 수 없는 거대한 국가, 세계, 인류 따위를 위해 공부한다는 말은 공허하다. 국가, 세계, 인류를 위해 기여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기여할 방법과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회를 위해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출세부터 해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공허한 목적이기 때문에 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공부는 사실상 이기적인 목적, 즉 자기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었음을 느끼고 싶어하며, 자신이 어떤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끼며 거기에서 존재론적인 안전감을 얻는다. 하지만 국가, 민족, 세계 따위는 그러기에는 너무 거대하며, 만약 거기에서 존재론적인 안전감을 얻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파시즘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고 기여할 수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커서 추상적이 되어버리지 않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동체를 가지지 못한 인간은 외롭고, 고독하며, 상실감을 느끼며, 불안하다. 이것이 찰스 테일러가 말한 현대인의 질병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만남은 너무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동안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했다.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를 그저 돈이나 주면 되는 존재로 여겼다. 또 반대로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지원사업을 자신을 폼내는 일로 생각했지 실제 교육적인 내용까지 고민하지는 않았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일에 대해 협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공동의 실천 방안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의 실천방안을 기나긴 토론 끝에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실천할 영역이 문화·예술과 돌봄임을 천명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단위는 “마을”임을 명시했다. 학교는 이 마을의 문화·예술·돌봄의 허브가 되며, 동시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시설들은 학교에게 살아있는 삶의 현장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이 마을에 참여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마을”이 책임지고 맡아주며, 이들은 마을에서 단지 보살핌만 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문·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교육받는다.

이런 꿈 같은 희망을 그려내면서 “서울교육희망선언” 은 지금 여기에서 교육청과 시청, 그리고 교사와 공무원, 학부모와 시민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저 착하기만 한 경향신문의 일곱 개의 약속이 개인 차원에서, 민간인 차원에서의 약속이라면 이 선언은 실제로 어떻게 돈을 써서 무엇을 세우고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수준의, 공동체 수준의 약속인 것이다. 개인 수준과 공동체 수준의 약속이 모두 이루어져야 비로소 기성세대는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약속을 한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경향신문의 “교육희망선언”에 대한 외면은 매우 뼈 아프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후 이 선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되어 나가는지에 대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도리어 보수진영에서는 이 선언의 진보성과 위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계속해서 비판해 보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이러니 진보가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침묵하지 말라.

참고로 서울교육희망선언의 전문을 여기에 링크한다. 

권재원 풍성중학교 교사 | hagi814@gmail.com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4일자 기사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를 퍼왔습니다.
진보언론, '구럼비'를 잇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필요해

중앙일간지 속에서 강정이 사라졌다. 더 이상 그들의 지면 어디에서도 강정과 관련된 소식을 찾기 힘들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앞두고 몇 주간은 모든 매체의 집중을 받았지만 4.11 총선과 함께 열기는 식었다.
사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단순히 ‘다른 이슈가 많다’기 보다는 중앙언론 입장에서 지금의 강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집중적으로 다루기 참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 구럼비 바위 폭파와 함께 건설이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경찰은 강정 모든 지역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동시에 무더기 연행이 이어졌다. 완전히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인데, 때문에 집회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종교행사만 허용되는 정도인데, 종교행사 역시 물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사제들이 연행 당할 정도이다.  
소요사태 대신 강정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제주도 행정부를 둘러싼 행정전이다.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쳐야’ 지방의 사안에 관심을 갖는 중앙 언론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화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강정해군기지에 대해 ‘공사중징명령’을 내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 지사의 입장은 ‘민관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한 항만’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도와 국방부의 1,2차 검증결과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상적인 형태의 민관복합항이 현재의 공사대로라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주도 시민사회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압박해왔다.
이들의 근거는 국토해양부장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제주특별법(144조)이다. 공사중지명령은 ‘자치사무’이며 중앙정부의 감독권은 도지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했을 때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사중지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사태가 금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제주도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경우 지방자치법(169조1항)을 근거로 그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정지시킬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와 제주대 법학대학원 소속 교수들은 지방자치법 169조1항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거부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 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법정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지금처럼 공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주민 입장에서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 지사는 최근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기로 한 시기를 두 달 동안 거듭 미루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실시간 시뮬레이션 재현을 통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15만톤급 동시 접안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서 해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계속 굳이 중지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
사실 우 지사의 애매한 태도는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에도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 당선 후에 확실히 밝히겠다’와 같은 화법으로 일관해왔다. 당선 후에도 어떤 특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태를 방관해왔다.
특히 우 지사가 취하고 있는 기본 전제가 ‘민관 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강정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당선 이후 제주도민의 눈치도 보고 해군과 국토부의 눈치도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기다려달라’식의 행보를 계속해왔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쪽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계륵이자 희망고문인 셈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에 강정해군기지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강경한 태도로 소요사태가 줄어들고 복잡한 행정전이 진행되면서 중앙언론들은 흥밋거리가 떨어진 강정 해군기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활동가들과 강정 주민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지난 10일 와의 인터뷰에서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씨는 강정을 다루는 중앙언론들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인터뷰에서 박씨는 구럼비 폭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구럼비가 다 폭파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강정 싸움은 끝났다'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방송사 노조와 재능교육의 파업이 그러하듯 거대권력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지긋지긋하고 긴 여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싸움을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것인가, 어느 시점에서 의제 설정을 통해 여론을 형성시킬 것인가가 주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속가능한 연대는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부터 비정규직 교수들까지 연대 의사를 밝혔으며, 시애틀부터 쿠바 하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명 인디밴드들을 초청한 평화콘서트가 강정에서 열렸고, 로스쿨 교수들은 세미나와 모의법정 등 학술적인 방법으로 제주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강정균 강정마을회장은 성균관대로 거리강연에 나섰다.
문제는 ‘구럼비’에 상응하는 제 2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이다. 사실 언론은 그동안 ‘구럼비’ 바위에 해군기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구럼비’라는 상징은 대중들로 하여금 좀 더 강정 해군기지문제를 쉽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동시에 ‘구럼비 파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정서는 더 호소력을 지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가 마무리되고 경찰과 해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구럼비 발파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들에게 이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강정주민의 삶은 이전처럼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으며, 해군기지 건설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구럼비 폭파를 마지막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여론 주도력’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강정의 매일매일은 극적이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예전보다 더 쉽게 연행되며, 108배와 미사와 같은 종교행사에 대한 압박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언론은 지금의 강정을 흥밋거리가 떨어진 지루한 곳으로만 여기는 모양이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의 차원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강정을 다룰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파편화된 현재의 보도만으로는 강정은 독자들에게 흥미도 없고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파편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잇는 거대한 의제 설정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언론들은 뭔가 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영토권 분쟁의 상황도 아닌 데에도 특유의 프레임 구성으로 문제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여론 형성에 이바지 했다, 그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상황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언론들의 의제 설정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준영 / '제주의 소리' 기자  |  mediaus@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