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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쇠사슬도, 통곡도 막지못한 천막 철거 대집행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0일자 기사 '쇠사슬도, 통곡도 막지못한 천막 철거 대집행'를 퍼왔습니다.
서귀포시, 경찰 도움 얻어 행정대집행 1시간만에 마무리... 강정주민 등 4명 연행


[제주=문준영 기자] 1시간 만에 모든 것이 끝났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쇠사슬도, 노인들의 항의도 경찰이 합세한 행정대집행을 막지는 못했다.

서귀포시청은 10일 오전 8시부터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맞은 편에 설치된 천막 2동에 대한 철거에 들어갔다. 이 날 시 재난관리과와 건설교통과 공무원 100여명이 투입됐고, 경찰은 인근에 6개 중대, 4개 제대 등 총 769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 강동균 마을회장은 쇠사슬로 목과 천막 지지대를 연결한 채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천막은 철거됐고, 그는 연행됐다. ⓒ 제주의 소리

강정 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는 천막 1동을 자진철거 했지만, 나머지 1동 마저 허물 수 없다며 주민 40여명이 천막 안팎에 모여 경찰, 시청 직원들과 대치했다.

천막 주변을 둘러싸며 주민들의 출입을 막았던 경찰은 수 차례의 경고방송에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천막에서 나오지 않자 8시 30분쯤 안에 있던 사람들을 차례대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철거는 속도를 내 시청 직원들은 차례대로 쇠파이프로 된 골격을 분리하고 천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강동균 마을회장과 마을 주민 등 4명은 쇠사슬에 몸을 묶고 저항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강 회장은 천막 중앙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앉은 채 쇠사슬로 자신의 목을 지붕 지지대에 고정시켰다. 다른 주민과 활동가 3명 역시 각자의 몸을 기둥에 고정시켰다.

경찰은 절단기를 이용해 쇠사슬을 끊고 강 회장과 주민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쇠사슬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무리하게 진압을 해도 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천막 안에 남아있던 10여 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두 경찰에 의해 이동되고 천막이 찢겨져 나가자 분개한 강 회장은 의자와 테이블을 치우고 쇠사슬에 목을 맨 채 허공에 몸을 던졌다. 경찰들이 강 회장의 몸을 들어올리고 쇠사슬을 잘라내면서 위급한 상황은 모면했다. 

결국 행정대집행 1시간 만에 천막과 인근의 조형물들은 완전히 분리돼 트럭에 실려나갔다. 천막 안에 몸을 쇠사슬로 묶었던 강 회장과 마을 주민 등 총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공무원들 마저 "이럴수가"... 마을 주민 '탄식'


▲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 제주의소리

▲ 강동균 마을회장의 어머니인 고병연(80.여)씨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한탄했다. ⓒ 제주의소리

천막이 완전히 철거되고 강 회장까지 연행되자 마을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는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행된 강 회장의 어머니 고병연(80·여)씨는 "이렇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몰상식한 일을 한 당신들이 대한민국 경찰이고 공무원이냐"며 "우리는 강정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철거를 집행한 서귀포시청을 겨냥해 "당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려고 이러는 것이냐"며 "특히 서귀포시장은 단 한 번도 강정에 와서 불법공사 현장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다시 몸싸움이 시작됐다. 서귀포시가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공사차량을 동원해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 곧바로 화단 조성에 들어간 것.

김향욱 서귀포시 건설교통과장은 "불법 시설물 설치가 반복되니 주민과 저희들이 계속 부딪치고 주민이 연행되는 사태도 발생한다"며 "공공부지이기 때문에 하천 전용 허가를 받고 화단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 남아 항의하던 주민과 활동가 10여명은 경찰과 대치하다 결국 한 명씩 끌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평화활동가 김모(40.여)씨와 박모(32) 순경, 부산 1기동대 소속 이모(44) 경위가 6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서귀포시는 10시 30분께 공사차량을 투입해 본격적인 화단 조성 공사에 돌입했다.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을 동원해 현재 흙과 돌을 쌓아 다지는 등 기본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에 철거된 천막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해군기지 철야 공사가 이뤄지자 같은 해 11월 10일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저지범대위가 불법공사 감시 목적으로 설치했다. 서귀포시는 세 차례 계고장을 전달하고 자진철거를 유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행정대집행을 최종 결정했다. 

강정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 등 반대단체는 서귀포시가 강경하게 행정대집행에 돌입할 필요가 있었냐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은 "행정대집행이 차후에도 또 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고, 행정이라는 것이 분명 유도리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렇게 주민들 말살해가면서까지 반드시 당장 해야 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김재봉 서귀포시장이 앞서 행정대집행을 하더라도 경찰 앞세우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체포가 이뤄지고 주민이 추락했다"면서 "사무처리는 주민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건 해군의 요구만 받아들이고 주민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행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 제주의소리

▲ 천막 철거가 완료되자 서귀포시청은 곧바로 화단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 제주의소리

문준영(jejusori)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한국이 입국거부한 대만여성, 얼마나 위험하기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26일자 기사 '한국이 입국거부한 대만여성, 얼마나 위험하기에...'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강정마을을 사랑한 에밀리의 자진 출국
▲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을 했던 왕에밀리(대만, 27)씨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입국을 거부했다. 에밀리는 이에 맞서 26일 정오에 자진 출국했다. ⓒ 김동원


국적과 종교, 피부색은 달라도 누구나 귀하게 여기는 말이 있다. '사랑'과 '평화'다. 사랑은,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을 존귀하게 여기는 한없는 연민이다. 평화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 않고 되레 쌀 한 톨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평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된 지 오래다.

대만 출신 평화활동가 왕 에밀리(27, 이하 에밀리)가 26일 정오 스스로 한국을 떠났다. 그는 24일 저녁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에 따라 입국 거부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또 한국 정부 어떤 기관이 에밀리의 입국 거부조치를 요구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에밀리는 대체 얼마나 대한민국에 위협적인 인물이기에 입국을 거부당한 것일까.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 거부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에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강정마을을 상주취재하다시피 하고 있던 2011년 7월 어느 날, 나는 대만에서 온 에밀리를 인터뷰했다. 국제평화단체인 '개척자들' 회원들과 함께 에밀리는 2011년 6월부터 강정마을에 상주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했다.(관련기사 : 동티모르 닮은 강정마을..."구럼비여 울지 말아요")
▲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 에밀리에게 한국의 벗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송강호 박사 제공


당시 불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던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던 에밀리, 이 행동이 '대한민국의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동네 주민들이 밭일을 도와줘 고맙다며 건넨 아이스크림 한 조각 얻어먹은 에밀리, 이것이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를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유독 아이들이 잘 따라 강정마을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즐겨하던 에밀리, 이 아이들과의 놀이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에밀리의 입국 거부 소식을 접한 강정마을 사람들과 벗들이 백방으로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2박3일 동안 인천공항에서 한국 정부와 황당한 실랑이를 벌이던 에밀리는 결국 "한국 정부가 나를 강제 출국시키기 전에 내 발로 나가겠다"며 자진 출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법무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준비를 하고 있던 한국의 벗들에게 "대만에 가서 평화의 섬 연대를 시작하겠다"며 "강제 출국 기자회견 마시고 축제를 하시라"고 위로했다.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온전히 품고 사는 이. 그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을 파괴하고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를 반대했다. 대한민국이 하는 일을 반대하면 오가는 길을 틀어막으면 된다고 강짜를 부리는 정부 당국. 그 행태에서 극악했던 유신 군사독재가 연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웃나라 간의 평화를 위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안 된다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던 에밀리. 그 어떤 폭력적인 행동조차 하지 않은 그를 단지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대한민국 국책사업을 반대했다고 입국 거부하는 옹졸한 대한민국을 세계는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에밀리가 스스로 한국을 떠난 26일, (민중의소리)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인권 실태를 점검한다"며 "특히 유엔 보고관이 '강정마을 공권력 남용 실태' 등과 관련해 진정을 받은 뒤 한국행을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우리나라의 인권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타이완에서 강정마을로 왔어요
강정바다는 매우 아름다워요
저는 타이완에서 강정마을로 왔어요
바위는 따뜻하고 굳세요
사람들은 당신을 구럼비라고 불러요
저는 할망이 고요히 잠든 모습을 봤어요
사람들은 당신을 중덕바다라고 불러요
중덕이와 중덕이 아버지는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구럼비의 신음소리가 들려요
구럼비의 신음소리가 들려요
전세계 평화일꾼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구럼비여, 울지 말아요." 

- 왕 에밀리 (구럼비의 노래)
▲ 에밀리가 2011년 강정마을에 살면서 그린 구럼비 풍경. ⓒ 에밀리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촛불 든 작은예수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2013-01-24일자 기사 '촛불 든 작은예수들'을 퍼왔습니다.



4년 전 용산참사 뒤 목요일마다
투쟁현장 찾아 159번 촛불예배
벼랑 끝 철거민·해고자 등 위로
촛불교회 “벼랑 내몰린 사람들
현장 목소리가 성서의 메시지”

추웠다. 용산 재개발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 남일당 일대는 벌판으로 남아 있었다. 4년 전 건물들이 철거된 뒤 분초를 다투듯 성급히 추진되던 재개발은 이뤄지지 않은 채였다.그 한편 주차장으로 쓰이는 남일당 앞터에 17일 저녁 7시 100여명이 모였다. 매주 목요일이면 이곳을 찾아와 예배를 하는 ‘촛불교회’ 동참자들이었다.재개발을 이유로 철거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검거된 27명의 철거민에 대한 기소와 투옥이 이어진 그 현장은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살려고 살아보려고 잘살아보려고 몸부림친 곳이 벼랑 끝이었습니다. 가공할 방법으로 자행된 공권력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서로 다른 말과 서로 다른 생각으로 서로 짓밟고, 관계는 금이 가고 공동체는 파괴된 괴물 같은 바벨탑, 너도나도 그 위에 서고자 이 미쳐 돌아가는 사회를 막아내지 못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야외 간이의자에 앉은 이들이 입을 모아 중보기도를 낭송했다.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어둠을 살랐다. 그들은 손에 손에 촛불 하나씩을 쥐고 있었다. 멀리 바벨탑처럼 솟구친 용산시티파크를 돌아 바람이 휘몰아쳤다. 4년 전 공권력 앞에서 떨던 용산의 철거민들과 죽음을 택한 23명의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들, 지금도 고공에서 황소바람을 뼛속으로 받아들이는 평택 쌍용자동차, 울산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노동자들처럼 촛불이 떨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대중은 물론 제자들까지 떠나버린 예수의 무덤을 마지막까지 지킨 세 여자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살로메’인 양, 몇몇 여성들의 눈망울이 유난히 컸다. 사회를 본 서울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와 용산참사 유족 대표로 눈물을 토해낸 전재숙 집사, 설교를 한 한백교회 양미강 목사도 여성이었다.



양 목사는 “예수가 처형당하자 분노는 절망을 낳고 절망은 포기로 이어져 하나둘 십자가 현장을 떠난 뒤 여인들만 남아 무덤을 막은 커다란 돌을 치워야 했지만, 경비병은 말할 것도 없고 군중과 제자들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무관심과 절망, 포기만 있었다면 빈 무덤의 부활 사건은 없었다. 희망이 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꽃핀 게 예수의 부활이다”라고 설교했다.
촛불교회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그달부터 매주 목요일 절망의 현장들을 찾아갔다. 재능교육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현장, 제주 강정마을과 4대강 공사 현장 등이었다. 예배 뒤엔 헌금을 모아 현장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남일당 예배가 159번째다.이 촛불예배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구속자 석방을 위해 이해동·문동환 목사 등이 주축이 돼 매주 목요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 모여 열었던 목요기도회의 정신을 이은 것이다.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던 목요기도회를 잇기 위해 모인 ‘예수살기’ 회원 60여명이 켜기 시작한 촛불은 꺼지지 않고 4년을 달려왔다.촛불을 든 사람들이 몰리면서 고립무원의 절망 속에 있던 철거민과 해고자와 유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서울 동교동에서 철거당한 두리반 철거민은 촛불교인들의 성원과 공동투쟁에 힘입어 건설사로부터 보상을 받아 홍대 앞에 새로 칼국수집을 내기도 했다.촛불교회 총무로 예배를 준비하는 데서 나아가 철거반이 들이닥칠 때면 예수살기 회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곤 했던 최헌국 목사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성서의 메시지가 아닌가. 살아 있는 현장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과연 목회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책임과 사명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예전 건물 안에서 목회할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유족이나 철거민들만큼이나 위로받고 변화한 것은 바로 ‘고난에 동참하는 이들’ 자신이었다. 함께하는교회 담임으로 촛불교회 운영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방인성 목사는 “현장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무관심했음을 자성하고, 깨어 있는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면서 정작 영적인 힘을 얻은 것은 나였다”고 고백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119       페이스북 : hoosim119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법륜스님의 <쟁점을 파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2012-11-23일자 기사 '법륜스님의 (쟁점을 피하다)'를 퍼왔습니다.

법륜 스님 사진 류우종 기자

우리는 전쟁 중이다. 휴전선만이 아니다. 4대강에서도, 제주 해군기지 강정마을, 쌍용차 문제에서도. 이런 갈등 현장에 대해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지식인들조차 직시하기보다는 사팔뜨기 행세를 하는 동안 문제는 꼬여간다. 상처는 깊어지고 사람이 죽어간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에 손댔다간 멀쩡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수구꼴통’이나 ‘빨갱이’가 될 수 있다며 쉽사리 나서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법륜(59) 스님이 우리 사회의 환부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구상’이란 부제를 단 란 책에서다. (스님의 주례사)가 결혼을 앞둔 남녀의 궁금증에, 이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엄마의 질문에 각각 응답해 개인적인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라면, 이 책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고 있다.

 법륜 스님은 붓다가 중생들의 질문에 답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 문답식 강연을 되살려 ‘즉문즉설’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즉문즉설에서 어떤 질문에도 답을 회피하지 않은 그답게 이 책에선 갈등 현장뿐 아니라 비정규직, 재벌세습, 성장과 분배, 교육, 남북문제 등 첨예한 사회 현안을 정면에서 다뤘다. 


지난 16일 인터뷰를 하러 그를 찾아간 곳은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20층이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평화재단이 유력한 세 대선 후보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부른 토론회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가 세 시간째 청중석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토론 뒤 마무리말을 했다. “40여년 전 한·일 국교정상화 때 반대가 많았다. 한국전쟁 때 북한을 도운 중국과 국교를 열 때도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면 아직까지 일본이나 중국과 국교도 열지 않았다면 어찌 됐겠는가. 남북문제도 그렇다. 북한에 악감정도 있고, 많은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단절해 버린다면 우리 민족의 내일을 열 수 있을 것인가.”

 그 순간 200여명의 청중석에선 토론 때의 찬반 논쟁을 넘어서는 남다른 파장이 흘렀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회피가 아니라 직면이 최선임을 충분히 감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궁금증을 물어야 하는 건 기자의 숙명이다. ‘왜 스님이 세상 일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는 첫 질문에 그는 “왜 암탉이 설치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응수했다. 개인적 고민이건, 세상사에 대한 문제건 사람들의 고통에 응답해 해소해 주는 게 종교인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그의 답변은 정토회를 창립한 이후 지난 20여년간 구호단체 제이티에스와 좋은벗들 등을 통해 인도·필리핀·북한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쉬지 않고 도와온 활동이 뒷받침해 준다. 

 우선 쟁점에 대해 어떻게 깊이 있는 현안 파악이 가능했을지가 궁금해진다. ‘내 편, 네 편’ 이란 편견 없이 당사자들의 말을 허심탄회하게 경청하지 않고서는 얻기 어려운 이해력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문제를 푸는 접근 방식이다. 책 표지 바탕에 깔린 ‘화쟁(和諍)’이 바로 열쇠다. 화쟁은 삼국통일 뒤 신라에서 서로 부딪치게 된 쟁점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고승 원효가 주장했던 것이다.

 “서울로 가는 방향을 물을 때 인천 사람은 동쪽이라고 하고, 수원 사람은 북쪽이라고 한다. 표현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자기가 선 위치와 관점에 따라 같은 사안도 다르게 볼 수 있다.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틀렸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보고 출발하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해도 차이점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으로 싸우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화쟁이 가능할까. “그렇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달라진다. 후보들은 모두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내놓은 평화·통일·경제민주화·공정·복지 등의 공약에서 공통점이 많다. 공통점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입법화·제도화해야 한다. 그러면 세 후보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인들에겐 ‘결과’만 관심거리지만, 그는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느냐 짓지 않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어떤 결정이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처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추석 다음날에도 강정마을에서 찬성파와 반대파를 한데 모아 그가 잔치를 벌여준 것도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니라 ‘함께 사는 것’임을 깨우쳐주는 행보였다.

법륜스님이 지난 8월 22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마련한 초청강연에서 ‘시대정신과 대통령 선거’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강창광 기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 8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긴급 수해 지원 및 북한 어린이돕기 범국민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앞줄 왼쪽 둘째)이 국민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이정아 기자

대선 정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시각도 남다르다. 한쪽에선 부자의 재산을 뺏거나 재벌을 해체하려 들고 재벌은 이에 극력 반발하는 대립 구도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불황이 오면 약자들이 가장 고통을 받기 때문에 여유 있는 이들이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자기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인도 세비를 깎으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를 보여야 불황기의 한시적인 부자 증세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성장 동력도 떨어진다. 부자도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존경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부자들이 전체 이익을 위해 나설 때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나라가 된다.”

 화쟁은 찬성과 반대의 중간이 아니다. 옳은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스님은 누구나 알면서도 이해 당사자들의 옹호에 휘둘리는 쟁점에 대해선 날선 원칙론을 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북한 이탈주민들을 꾸준히 도와온 그가 그들을 이민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의외다. 그는 “이민자와 다른 특별대우가 남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회 적응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에 혼란을 막도록 조율하지 않으면, 재벌은 적극적으로 통일을 원하고, 남한 노동자들은 목숨 걸고 통일에 반대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이 보는 이 시대 화두는 “안으로는 양극화 해소, 밖으로는 통일”이다. 누구라도 시대 정신을 읽지 못하고선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으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스님은 사람들의 내적 고통을 덜어주고 세상의 희망을 열기 위해 지난 1년 내내 ‘즉문즉설’을 해왔다. 모두 300회의 이 ‘희망 만들기 콘서트’는 △25일 오후 2시 부산 벡스코 △26일 오후 7시 대구 엑스코 △27일 오후 7시 창원 세코 △29일 오후 7시 경희대 편화의전당 등 이제 4회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희망 만들기 콘서트’를 북한의 시·군·구에서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획을 바꿔 북한의 모든 시·군·구에 옥수수 100톤씩을 보내줄 작정이다. 북한동포들에겐 즉문즉설보다 먹을 것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프니 그가 아프다. 그래서 그는 늘 고통 받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고통스런 사람과 현장을 회피하고 고통을 줄여줄 수는 없다. 쟁점을 회피하고 쟁점을 타파할 수도 없다. 그가 우리의 용기를 이끌어낸다. ‘쟁점 속에 뛰어들어야만 생채기 속에서 진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법륜 지음/한겨레출판·1만1500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안철수의 뭉클한 눈물, '악어의 눈물' 아니라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5일자 기사 '안철수의 뭉클한 눈물, '악어의 눈물' 아니라면…'을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안철수에게 전하는 고급 정보 '네 가지'

유력 대선 후보들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제주 강정마을을 찾았다. 11월 2일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는 주민 동의를 비롯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책임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주민분들 말씀을 듣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다시 한번 더 찾아뵙고 말씀 듣고, 전임 정부 일이긴 하지만 사과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강정마을 방문에 앞서서는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제주도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다. 파괴와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유력 대선 후보가 역사의 아픔이 서린 현장을 찾아 비폭력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고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의 말을 전한 것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평화공원에서 보인 가슴 뭉클한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4·3의 역사성과 강정마을의 현재성을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 해법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원하는 '고급 정보'가 대체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는 해군기지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는 "과연 대한민국에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이고, 또 하나는 "강정을 선정할 때 그 과정상의, 또는 주민 동의 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차상의 문제는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해군기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굉장히 국가 안보상의 정보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여러 정부에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그래서 다른 제가 고급 정보를 지금은 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들 이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또 국제 환경도 지난 20년간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있는 것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런 필요하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7월에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힌 안철수 후보는 '공사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호소를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을 찾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대통령의 자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해군기지가 왜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그 근거를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대선 후보의 자격'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밝힌 유일한 근거는 "제가 고급 정보를 지금은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이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검토'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결정'한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또한 현재로선 국가안보상의 고급 정보를 접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고 고급 정보를 접한 이후에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할 정도로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일단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내놓았어야 했다.

안철수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안보에 대한 권위주의적 시각이 엿보인다는 점에 있다. 위에서 인용한 안 후보의 발언 속에는 '정부는 안보를 잘 알고 국민은 잘 모른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이 깔려 있다.

물론 정부가 국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국가안보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통킹만 조작 사건과 이라크 침공에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천안함 침몰 조사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때때로 정부는 정권 안보를 위해 정보를 은폐·조작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보와 전문성을 이유로 국가안보 문제를 민주주의의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사회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할 까닭이다.

안철수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 '네 가지'

안철수 후보가 4·3. 평화공원에서 보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익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도 알려주지 않은 '고급 정보'(?)들도 있다. 네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정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팩트'이다.

둘째,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이용 여부는 한국의 주권이 아니라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 모르지만, 이 역시 주장이 아니라 '팩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를 개정해 사전승인제를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일대 파란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환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미간에는 밀실협의를 통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한국이 미국에게 제공키로 했다. 이 역시 '팩트'이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는 이를 위한 최적의 위치에 건설되고 있다.

넷째,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와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 이어도에 대한 초계 활동에 나설 가능성과 이 기지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면 한중관계는 크게 불안해진다. 미국이 이용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못하게 하려고 할 경우에는 한미관계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면 이러한 우려는 애초부터 할 필요가 없어진다. G2 시대에 화두처럼 회자되고 있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지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어도 문제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합의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차기 정부가 협상을 통해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설정할 수 있는 소중한 토대이다.

결론적으로 제주해군기지는 백지화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포함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대안으로 서귀포시 화순항과 제주항에 건설·확장될 예정인 해경부두를 해군이 기항지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우려는 차단하면서 남방 해역에 대한 안보는 강화하고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강정마을을 제주도의 소프트파워의 중심지로,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매력의 발신지로 만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은 MB정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1일자 기사 '"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은 MB정부"'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강정마을, 그대로 두는게 평화다!

제주도는 모순과 역설의 땅이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자연보호총회(WCC)가 열리고 있는 제주컨벤션센터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불과 7km 떨어진 곳이다.

제주도는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다. 그런데 이 평화의 섬에 외국의 환경 평화 활동가들 일부가 입국거부 당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강정마을에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방문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입국 불허 사례만 하더라도 22건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가 아닐 수 없다. MB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코리아'라는 슬로건이 블랙코미디로 전락하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평화활동가들이 오지 못하는 현실만큼이나 지독한 역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정마을에 가면 한국에 못 올 각오를 하라'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때부터 잉태된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를 통해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와 인권이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유린당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MB, 강정마을 세계화 1등 공신?그런데 15일까지 열리는 WCC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MB 정부는 해군기지 문제가 WCC에서 다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 활동가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한편, 이미 주최측에서 약속한 행사장 내 강정부스 설치를 외압으로 취소시켜버렸다.

역설적 전환은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됐다. 수천명의 외국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정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외국 대표단의 일부가 입국 거부당하고 약속된 부스 설치가 정부 압력으로 취소된 것은 WCC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외국 활동가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섰고, 해군기지 문제를 결의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로비 활동에도 대단히 적극적이다. 제주 현지에서 만난 외국 활동가들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도울 수 있는 일을 알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인 IUCN의 존재 이유로까지 연관시켜 생각하는 있다는 것이다. IUCN의 존재 이유는 주민과 환경이 공존하는 자연을 보호하고 평화의 정신을 실현하는데 있다. 그런데 IUCN이 강정마을의 호소를 외면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IUCN의 문제와 미래에 대해 통렬히 반성을 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온 활동가의 말이다.

외국 활동가들은 또한 WCC가 끝난 이후에도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입국과 부스 불허로 강정마을 문제를 사전에 봉쇄하려고 했던 MB 정부가 강정을 세계화하는데 1등 공신(?)이 되고 있는 셈이다.

▲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회 등이 8일 오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장 부근을 행진하며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역설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이 연출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역설은 슬픔과 분노의 땅을 즐거움과 환희로 충만한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웃고 놀면서 저항하자'는 정신은 이미 '마약 댄스 4종 세트'를 통해 실현되고 있고, 최근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강정스타일'(☞보기)을 통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연인원 300명이 등장하는 이 뮤직비디오는 배포 10일만에 조회수 약 4만을 달성했다.

9월 8일 저녁 WCC 행사장 앞에서 열린 집회는 주변을 오가던 WCC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구경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말춤을 따라추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전세계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봤지만, 이렇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거듭 호소하고 싶다. 강정마을, 그대로 두는 것이 평화다.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은 양립할 수 있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내국인도, 외국인도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하고 함께 놀 수 있는 땅으로 두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국익이자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강정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세계 평화는 강정에서부터'라는 구호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한국정부 입국거부는 강정마을 인권유린의 해외노출 의식한 탄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9일자 기사 '“한국정부 입국거부는  강정마을 인권유린의 해외노출 의식한 탄압”'를 퍼왔습니다.

다카하시 도시오(59·맨 오른쪽) 사무국장. 사진제공 다카하시 도시오
추방당한 일본 NGO 활동가의 편지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자연보전 총회에 참석하려 입국했다 인천공항에서 강제추방당한 일본 후텐마 미군기지 소음 소송단의 다카하시 도시오(59·맨 오른쪽) 사무국장이 9일 에 편지를 보내왔다. 다카하시 국장은 이 편지에서 “이번 입국 거부는 인권유린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폭거”라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다카하시 국장 등 일행 3명은 지난 5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을 출발해 이날 오후 2시4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의 초청을 받은 다카하시 국장은 총회에서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엄’의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었다.하지만 입국심사대에 여권을 제시하자 담당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카하시 국장 일행을 입국관리사무소로 보냈다. 이곳에서 이들은 여권을 압수당하고 양손 검지손가락 지문을 찍어야 했다. 오후 3시25분께 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그에게 “당신은 입국금지에 해당된다. 이유는 모른다. 법무부에서 연락이 왔으니 오늘 중으로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다카하시 국장은 “법무부 직원에게 입국금지 사유를 서면으로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담당 직원은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라고만 답하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국장 일행은 곧바로 후쿠오카행 비행기로 추방당했다.그는 “지금까지 열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이 한창이던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한 것 때문에 입국금지를 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이 국제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벌이고 있는 탄압”이라고 말했다.한국 정부는 다카하시 국장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세이브 더 듀공’ 대표인 우미세도 유타카도 이날 함께 추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익에 위배되거나 안전에 위험이 되는 외국인 리스트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입국금지 기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새까만 두 형제 신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조현글방 2012-09-07일자 기사 '새까만 두 형제 신부'를 퍼왔습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문정현(맨 왼쪽) 신부와 피켓을 들고 있는 문규현 신부

지난 4일 해질무렵 제주 강정 마을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두 신부를 만났습니다. 문정현 문규현 두 형제 신부입니다. 제주에서 개통되는 천주교순례길 취재차 내려갔다가 기자들의 요청으로 버스를 잠시 강정마을에 멈추고 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수십명의 강정마을 지킴이들과 함께 강정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안에서 본 강정마을은 이미 파헤쳐지고,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은 파괴돼 시멘트 트리포드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현장

공사현장에 설치된 철구조물들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있는 해안은 이미 시멘트 트리포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해군은 바다에 기지를 만들기 위해 거대 구조물 50개를 만들어 그 가운데 7개를 이곳에 옮겨왔는데, 이번 태풍으로 다 유실되고 2개만 남아있다. 이 구조물 `케이슨'은 무려 8800톤으로 한번 설치되면 해체가 불가능한데,유실돼 해양 오염이 문제될 뿐 아니라 이 두개의 케이슨도 기울여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붍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구럼비 해안 인근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미 해군기지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도로에서 지킴이들이 저항했지만, 그날도 트럭이 90대나 공사현장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문정현 신부는  시위도중 공중에서 떨어져 몸을 크게 다쳐서 운신이 어려운데도,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공권력이 미사중에 가톨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를 짓밟은 것에 대해 자신의 몸을 짓밟은 것보다 더 분노했습니다.

 문규현 신부는 도로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부안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4대강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까지 했던 그는 작년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 사지를 다녀왔습니다. 얼굴은 너무 검어서 흑인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금경축을 앞둔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강정마을 지킴이들

강정마을지킴이들

구럼비야 사랑해 걸개그림

구럼비를 지키다 수감중인 송강호 전도사의 그림이 걸려 있다

문정현 문규현 신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 몸을 돌보지 않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둘은 너무도 다정한 형제입니다. 삼보일배를 하던 당시 수경 스님이 농담처럼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부자라에서 문규현 신부님이 형아! 하고 부르면서 응석을 부리고, 둘이서 간지럼을 태우고 장난을 치는 걸 보면서 저렇게 어린애처럼 순수한 형제는 보다 보다 처음'이라던 말이.

 문정현 신부는 사제 서품 50년을 맞는 금경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 울분이 젖은 강정마을 사람들을 달래며 그들을 대신해 공권력에 맞서고 있습니다. 두형제를 거리에 두고 돌아서는 길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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