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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군종신부 선발 ‘사상검증’…지원자 3명 첫 탈락


이글은한겨레신문 2013-03-12일자 기가 '군종신부 선발 ‘사상검증’…지원자 3명 첫 탈락'을 퍼왔습니다.

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포구 앞에서 천주교에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방부 면접 문항에 “제주 해군기지 하나님의 뜻일지도…”
군 입장과 다른 답변에 퇴짜…천주교 “유례없는 검증”

국방부가 최근 군종 장교 선발 과정에서 제주 해군기지,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뒤 중립적인 반응을 보인 신부 3명을 탈락시켰다. 군이 군종 신부를 선발하면서 지원자의 정치·사회적 견해를 문제 삼아 탈락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사상검증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국방부는 지난 6일 군종 신부에 지원한 신부 9명 가운데 3명을 탈락시키는 내용의 군종 장교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군은 지난 1월31일 면접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 뒤 답변을 문제 삼아 탈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면접에는 4명의 군종 장교와 3명의 일반 영관급 육·해·공군 장교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다.탈락한 3명 가운데 한 신부는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해군기지는 내용보다 이행 과정이 잘못됐다. 잘못된 과정으로 사람들이 아파하는데, 그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이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이 신부는 또 “북한이 도발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분단국가의 60년 응어리가 곪아터진 것이다. 사제 입장에서 어느 한편에 치우친 대답을 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당시 면접에 참여한 신부들의 답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자 한 면접관이 “신부들의 답변이 다 같다. 다른 신부들도 그런가”라고 물었다. 이에 탈락한 다른 신부는 “이념적인 질문이 사목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면접관은 그 신부에게 “군의 입장이 개인의 입장과 다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물었고, 그 신부는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군종 장교에 지원한 신부들은 면접 전에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서면 질문도 별도로 받았다고 밝혔다.이들 신부 3명은 면접 직후인 1월31일~2월1일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안보의식과 면접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면접 결과, 군종 장교 4명은 이들에 대해 ‘합격’ 의견을 냈으나, 일반 장교 3명 중 일부가 ‘탈락’ 의견을 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탈락한 한 신부는 “신부는 장병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기도해주는 게 본연의 임무인데, 면접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면접관은 “지난해 김관진 국방장관이 ‘장교들의 국가관을 확실히 검증하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라 이번에 군종 장교를 뽑는 데서도 그런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밝혔다.현재 복무중인 한 군종 신부는 “과거 면접에선 이렇게 사상을 검증하는 듯한 질문이 없었다. 아마도 지난 정부에서 천주교회가 해군기지 사업에 반대한 일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도 “군종 신부는 군 복무를 이미 마친 사람이고, 교구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오락가락 민주당, 말 바꾼 당선자


이글은 시사IN 2013-02-13일자 기사 '오락가락 민주당, 말 바꾼 당선자'를 퍼왔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정부가 갈등 조정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정치권은 숱한 말 바꾸기로 불신만 조장했고 정부는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적 정당성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 해법은 없을까.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놓고 막판 진통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31일 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그러나 끝내 ‘공사 중단’이라는 문구를 부대조건에 넣을 수는 없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누리당 쪽에서 당장 대선 패배 얘기부터 하더라. 전체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제주도 표심만 보자는 거다. 제주의 가장 큰 이슈가 해군기지 문제였는데, (박근혜 우세로 나온 대선 결과를 보면) 도민들이 이미 표로 심판한 거 아니냐는 거였다. 어쨌든 박근혜 당선자도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입장 차이가 없으니…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칠 수도 있어 마냥 고집할 수만은 없었다.” 

ⓒ시사IN 자료 강정마을을 지나가는 제주올레 7코스.

그렇게 해를 넘겨 2013년 1월1일 제주해군기지 예산 2009억원은 단 1원도 삭감되지 않고 전액 통과됐다. 물론 ‘70일 동안 민·군 복합항임을 확인하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 예산 집행’이라는 부대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 조건은 보란 듯이 무시된 채, 공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여·야가 합의한 ‘선검증, 후예산집행’을 국방부(해군)는 ‘선공사, 후예산집행’ 논리로 돌파하며 공사를 강행 중이다. 

70일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월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부대조건이 공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월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공사 중단’ 이라는 용어를 빼자고 한 게 이한구 원내대표다”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싸움이 벌써 7년째 이어진다.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지난 7년간 끊임없이 소란스러웠다. 제주해군기지는 국책사업 시행에서 정부가 갈등 조정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왜, 강정마을은 이처럼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됐을까.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역을 둘러싼 안보 이슈도 중요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사업을 둘러싼 ‘거짓말’이다. 정부와 군, 그리고 정치권은 지난 7년간 문제 해결은커녕 불신만 조장해왔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갈등 중재는 불가능하다. 법과 절차는 번번이 무시됐고, 정치권은 제주해군기지를 이슈화해 표를 얻는 데만 골몰했다. 

ⓒ뉴시스 1월10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 정문을 막고 있다.

오락가락 민주당, 말 바꾼 당선자

2007년 2월 “해양대군을 육성하고, 남방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던 한명숙 전 총리는 5년 뒤인 2012년 3월, 강정마을을 방문해 “여러분과 손잡고 강정마을을 지켜내겠다”라고 약속한다. 참여정부 당시 제주해군기지를 찬성했던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그리고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 ‘말바꾸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참여정부의 ‘원죄’는 당장 새누리당의 공격 포인트가 된다. 민주당은 이에 대항할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거치며, 한·미 FTA와 함께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참여정부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은 ‘공사 중단 후 재검토’를 당론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15일 한 보수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관한 당론 변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 민주당의 ‘좌클릭’을 선거 패배의 이유로 제기한 탓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이라는 정략적 차원에서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했다는 비난은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 역시 근본적 해결보다는, 표를 얻기 위해 강정마을을 활용한 셈이다. 

원칙과 신뢰를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또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말 바꾸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7년 6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던 박 당선자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세력을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세력’으로 규정한다. 

박 당선자는 2012년 10월 제주를 방문해 “민·군 복합 관광미항 건설은 제주 도약을 이끌 수 있는 중차대한 과제로 안보와 제주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크루즈 관광허브로 확실히 키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제주를 하와이처럼, 해군기지를 진주만처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그러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하와이의 진주만 해군기지가 골치 아픈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절차적 정당성’은 어디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시작인 7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07년 4월 당시 강정마을 총회 회의록에 따르면 마을 전체 주민 1900여 명 중 단 87명이 모여 한 시간 만에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가결해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로 신청한다. 형식적으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숫자다. 설명회와 공청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강정마을은 애당초 해군기지 후보군에도 없었던 지역이다. 

2002년에는 화순에서, 2005년에는 위미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해군기지 유치에 실패한 해군과 제주도는 이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제주시 ‘제주해군기지 영향조사 연구팀’은 찬반 결정 방식으로 주민투표, 설문조사, 시민 배심원 제도, 제주도의회 결정, 제주 도지사 결정 등 5가지 방법을 제시했고, 도는 이 중 ‘조사결과에 대해 반대 측의 수용성이 가장 낮은’ 여론조사로 사업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려했던 대로 졸속과 오류가 있었다. 2007년 7월24일 KBS제주 보도에 따르면 표본 추출이 부실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예를 들면, 20대 이상 표본이 199명이라고 기록된 대천동의 경우, KBS제주가 전문기관 두 곳에 분석 의뢰한 결과 79명에 불과한 식이었다.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층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하는 ‘유일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된다. 

결국 2007년 8월, 강정마을회는 주민 재투표를 실시한다. 72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680명(94%)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한 이 재투표는 주민 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2011년 8월 야 5당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이 펴낸 조사보고서를 보면 “대다수 마을 주민이 해군기지 사업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숙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유치결정 과정에서 마을 주민의 참여와 의견 수렴이 충분하게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혀 있다. 

국책사업을 이유로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도의회가 ‘날치기’로 해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도개발특별법(1991.12.31. 법률 제4485호로 제정)이 제정될 당시 무절제한 개발로 훼손되어가는 자연을 보전하고 제주도 고유의 자연적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지역을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 도입됐다. 강정마을은 2004년 10월27일 절대보전지역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해군은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신청하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득하여 선정된 입지이므로” 따로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해제 면적 역시 절대보전지역 면적(82만6000m²) 대비 12.7%(약 10만5000m²)에 불과한 ‘경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2009년 12월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절대보전지역 지정 해제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그러나 제주시가 펴낸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예정지 내 절대보전지역 변경(축소) 조사 검토서’에 따르면 “2004년과 2009년 환경여건이 변화되지 않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해제의 명분이 전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로써 법률에 지정된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무력해졌다. 

김태환 전 도지사의 ‘이중 체결’도 도민의 분노를 샀다. 제주도는 2009년 4월27일 국방부 및 국토해양부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기본협약서(MOU)를 체결하면서, 눈속임을 위해 ‘이중 협약서’를 만들었다. 서명은 ‘해군기지’ 제목의 협약서에 하고, 도민들에게는 ‘관광미항’이라는 제목의 협약서를 공개한 것이다. 

민항이냐, 군항이냐…계속되는 논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민항을 중심으로 하고, 군용 선박은 기항만 하는 ‘민·군 복합형 기항지’가 될 것이라고 약속해왔다. 민항을 주된 기능으로 하되, 필요 시 해군이 정박하는 시설로 쓴다는 의미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제주해군기지의 이름도 ‘살짝’ 바뀌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제주해군기지에 15만t 크루즈 두 척이 동시 기항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라고 공약한다. 그렇게 2008년 9월, 제주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은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확정된다.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정부 투자계획이다. 크루즈항은 534억원, 해군기지에는 9770억원으로 군항 예산의 규모가 민항 예산의 18배가 넘는다. 예산은 군항 위주 건설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셈이다. 

2011년 국회 예결위원회는 이 같은 이유로 2012년 예산 422억원의 대부분을 삭감했다. 국회가 문제 제기했던 ‘설계 오류’ 역시 확인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12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15만t 크루즈가 전 세계에 6~7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또한 해군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는 설계상 15만t 크루즈 두 척의 동시 접안이 불가능했다. 같은 해 2월17일 총리실이 주관하는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기술검증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이 입수한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 기술검증위원회는 해군기지 공사 강행을 위한 ‘들러리’였음이 드러난다. 1차 회의(2012년 1월26일)와 2차 회의(2012년 1월30일)에서는 15만t 크루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군항으로 픽스해놓고 크루즈 부두 한다고 하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왜 화끈하게 15만t을 불렀는지 모르겠다” “충분히 검토했다면 15만t은 안 나왔을 것”. 

4차 회의(2012년 2월14일) 회의록에서는 “총리실에서는 검증문제가 조기 매듭지어지고 국책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런 방침으로 검증위원회도 구성한 것이고, 그 점을 고려해 종합 결론을 도출해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방법으로도 설계 변경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에서 기술적 대안을 찾아달라”라는 ‘당부’가 발견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검증위원회 참석 인사의 발언이 있었지만, 결국 검증위원회는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박 시뮬레이션을 하라’는 보고서를 채택한다. 

2월19일 국방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설계에 근본 오류가 있다거나 입출항이 불가능하지 않다”라며 검증위원회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항만 내부와 항로 설계 일부를 변경한다(변경된 설계 역시 기술적·법적 논란이 있다). 그리고 2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여러 정황이 ‘민항’이 불가능함을 시사하고 있고, 우근민 제주도지사 역시 “해군기지에 민간 선박은 입출항을 할 수 없다”라며 무늬만 ‘민·군 복합항’임을 인정했지만 정부 내부의 ‘다른 목소리’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해 3월, 구럼비 바위는 폭파되기 시작했다. 

2012년 예산 통과 후 ‘70일 부대조건’에 따라 정부는 1월17일과 18일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역시 “총리실 주최라는 비독립적 검증 주체, 불완전한 전제조건, 부족한 검증기간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고 시민단체와 강정마을회는 문제를 제기한다.  

누구를 위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인가?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9월 대정부 질의에서 문서 하나를 공개한다. 해군본부가 2010년 발행한 ‘08-301-1 시설공사 공사시방서’였다. ‘설계적용’ 난에는 ‘CNFK(주한 미해군사령관) 요구조건(DL(-) 15.20m)을 만족하는 DL(-) 17.40m로 계획’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주한 미해군사령관이 요구한 계획 수심은 핵추진 항공모함(CVN 65급)에 적용되는 수심이었다. “미군 항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 가능성이 없다”라는 국방부 주장과 배치되는 문서였다. 

장 의원은 “한국에는 있지도 않은 항공모함을 시뮬레이션의 대상 선박으로 설정한 이유는 제주해군기지가 미군의 상시적 활용을 전제로 한 기지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국방부가 해군기지 건설의 경제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항모의 입항을 전제로 했다. ‘키티호크호 승조원 5200명, 구축함 등 군함에서 800명 등 6000명의 인원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할 것으로 추산’한 것이다. 국방부는 미군이 하루 300달러씩 소비할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이유를 경제효과의 근거로 제시했다. ‘접점’은 없을까? 

반대 세력과의 ‘대화’는 없었다. 공권력의 폭력과 탄압이 있었을 뿐이다. KBS제주는 2009년 1월29일 단독 보도를 통해 정부 주요 기관이 반대 세력 진압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해군·국가정보원·제주지방경찰청·환경부 등 관계자 15명이 제주시 전복요리 전문점 ‘산호전복’ 회동에서 “고소·고발을 해줘야 경찰도 조처가 가능하다” “인신 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 따위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여론을 제압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이 2012년 10월 펴낸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강정마을 인권침해 조사보고서’와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따위 이유로 연행된 사람만 700명이 넘고, 이 중 22명은 구속, 480명은 기소 상태다. 법과 공권력을 통해 갈등을 ‘종료’시키려고 한 결과다. 군(해군)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군복무에 어긋난 사례들도 보고됐다. 군사시설을 짓는 단순 사업장에서 해군이 ‘군사작전’을 펼친 것이다. 

정부는 갈등 조정자 구실을 방기했다. 청와대(사회통합수석 및 외교안보수석),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국무총리실, 특임장관실, 국방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여러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자인 해군 측에만 책임을 떠맡긴 채 ‘적극적 구실’을 거부하고 있다. 

2011년 6월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은 청와대의 적극적 구실을 요구하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게 “제주도의 문제는 제주도에서…” “도민 대다수는 찬성”이라는 기존 방침만 되풀이했다. 같은 해 6월2일 대정부질의에 출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국가를 위해 주민의 일부 반대가 있다고 해도 할 것은 해야 하는 것이 국가 의무다.” 

사업진행률 22%, 정부와 군은 같은 방침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이처럼 갈등을 방치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가 적절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반대 세력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처럼 ‘선심성’ 선거 공약으로 시작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국민적 공감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기 십상이다. 졸속 추진의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주무부처와 공공기관은 갈등 상황에서도 사업을 지속하려는 속성을 보인다. 열린우리당 당시 한 당직자는 “참여정부의 최대 실책이 있다면 관료에게 포섭당한 것이다. 당시에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봤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관료들의 말을 더 신뢰한 게 패착이었다”라고 말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있다.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사업 주무장관인 국방부 장관이 ‘민관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 또한 거부해왔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기조를 보이는 박근혜 당선자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법과 공권력으로 ‘진압’되는 갈등은 필연적으로 재앙의 씨앗을 품게 되어 있다. 여러 언론에서 인용하는 강정마을 주민 대상 ‘정신건강 실태조사’의 결과 역시 그렇다. 적대감·우울·불안·강박 등 정신적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로 제주도민 평균 (8.1%)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안철수의 뭉클한 눈물, '악어의 눈물' 아니라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5일자 기사 '안철수의 뭉클한 눈물, '악어의 눈물' 아니라면…'을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안철수에게 전하는 고급 정보 '네 가지'

유력 대선 후보들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제주 강정마을을 찾았다. 11월 2일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는 주민 동의를 비롯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책임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주민분들 말씀을 듣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다시 한번 더 찾아뵙고 말씀 듣고, 전임 정부 일이긴 하지만 사과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강정마을 방문에 앞서서는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제주도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다. 파괴와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유력 대선 후보가 역사의 아픔이 서린 현장을 찾아 비폭력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고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의 말을 전한 것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평화공원에서 보인 가슴 뭉클한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4·3의 역사성과 강정마을의 현재성을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 해법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원하는 '고급 정보'가 대체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는 해군기지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는 "과연 대한민국에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이고, 또 하나는 "강정을 선정할 때 그 과정상의, 또는 주민 동의 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차상의 문제는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해군기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굉장히 국가 안보상의 정보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여러 정부에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그래서 다른 제가 고급 정보를 지금은 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들 이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또 국제 환경도 지난 20년간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있는 것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런 필요하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7월에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힌 안철수 후보는 '공사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호소를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을 찾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대통령의 자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해군기지가 왜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그 근거를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대선 후보의 자격'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밝힌 유일한 근거는 "제가 고급 정보를 지금은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이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검토'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결정'한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또한 현재로선 국가안보상의 고급 정보를 접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고 고급 정보를 접한 이후에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할 정도로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일단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내놓았어야 했다.

안철수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안보에 대한 권위주의적 시각이 엿보인다는 점에 있다. 위에서 인용한 안 후보의 발언 속에는 '정부는 안보를 잘 알고 국민은 잘 모른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이 깔려 있다.

물론 정부가 국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국가안보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통킹만 조작 사건과 이라크 침공에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천안함 침몰 조사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때때로 정부는 정권 안보를 위해 정보를 은폐·조작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보와 전문성을 이유로 국가안보 문제를 민주주의의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사회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할 까닭이다.

안철수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 '네 가지'

안철수 후보가 4·3. 평화공원에서 보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익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도 알려주지 않은 '고급 정보'(?)들도 있다. 네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정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팩트'이다.

둘째,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이용 여부는 한국의 주권이 아니라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 모르지만, 이 역시 주장이 아니라 '팩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를 개정해 사전승인제를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일대 파란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환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미간에는 밀실협의를 통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한국이 미국에게 제공키로 했다. 이 역시 '팩트'이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는 이를 위한 최적의 위치에 건설되고 있다.

넷째,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와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 이어도에 대한 초계 활동에 나설 가능성과 이 기지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면 한중관계는 크게 불안해진다. 미국이 이용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못하게 하려고 할 경우에는 한미관계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면 이러한 우려는 애초부터 할 필요가 없어진다. G2 시대에 화두처럼 회자되고 있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지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어도 문제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합의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차기 정부가 협상을 통해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설정할 수 있는 소중한 토대이다.

결론적으로 제주해군기지는 백지화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포함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대안으로 서귀포시 화순항과 제주항에 건설·확장될 예정인 해경부두를 해군이 기항지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우려는 차단하면서 남방 해역에 대한 안보는 강화하고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강정마을을 제주도의 소프트파워의 중심지로,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매력의 발신지로 만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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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해군기지 건설 사업, 공권력 남용·인권 탄압 통해 진행”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04일자 기사 '“해군기지 건설 사업, 공권력 남용·인권 탄압 통해 진행”'을 퍼왔습니다.
김재윤 “군이 민간인 폭행하는 일 있을 수 없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강정마을 인권침해 조사보고서 발표회’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미디어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강정마을 인권침해 조사보고서 발표회’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회는 오는 5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찰과 해군이 강정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에게 저지른 인권침해 행위가 다루어져야 할 것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진정한 국가라면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지 인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국민이 바라는 대로 헌법과 평화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강정마을 인권침해 조사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주민들의 평화까지 깨뜨릴 수밖에 없다”며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공권력 남용을 통해 인권을 탄압하면서 진행된다는 것은 비참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무분별한 채증과 이동의 자유 제한 등 경찰 상주로 인한 감시와 통제 △집회시위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국제 활동가 추방 등의 인권옹호자 탄압 △진압·연행·수사 과정에서 경찰·해군·용역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 △업무방해의 자의적 적용과 법에 대한 권리 침해 등의 사례가 다루어졌다.
특히 군경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폭력 진압 사례가 중점 조명되었다. 정부는 4·3사건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제주도에 공권력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이는 자칫 제주도민들이 간직하고 있는 양민 학살의 트라우마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민주노동자연대 랑희 활동가는 “송강호 박사, 철조망을 넘은 대학생들에게 군이 폭력을 행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증언했다.
고권일 위원장은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참여환경연대 활동가를 때린 적이 있다”며 “맞는 장면과 상처 부위를 찍어서 증거로 제출했지만 무혐의 처리되었다”고 전했다.

▲ '2012 생명평화대행진' 포스터.
고 위원장은 또한 “해군 대령이 마을 회관 잔치 자리에 군인들을 데리고 와서 자해 행위를 한 적도 있다”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되겠냐’, ‘우리는 명령에 죽고 사는 집단이라 하라면 할 수밖에 없다’고 위세를 하다가 갔다”고도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사람을 직접 때리지 않더라도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고 겁에 질리게 만들며 위협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보충했다.
김재윤 의원은 “군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군기지 공사업체인 대림건설과 삼성물산 사장, 그 외 군경 당국자들을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하면 좋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해군 본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는 18일 이루어진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10월 5일 강정을 출발해 11월3일 서울광장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우리가 하늘이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기부할 수 없는 법령 예고… “기부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후원 계좌를 경찰이 조사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 마을회 이름의 계좌를 게시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이유다. 강정마을은 지난 5년간 후원계좌로 4억원을 모았고, 이 중 3억5천만원을 행정소송 비용과 벌금형을 받은 마을 주민 지원 등에 집행해왔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 제주 강정마을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정마을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참가자 1천여 명이 지난 7월31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해변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모습. 서귀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등록한 기부는 1%도 안 되는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5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 조사 사실을 알았다. “후원금 모금은 2007년부터 해오던 일이다. 제주 지역의 각 마을은 다 그렇게 후원금을 받아 마을 일에 쓴다. 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갑자기 불법 운운하며 수사하니 황당하다.” 법률 자문을 맡은 백신옥 변호사는 “기부금 단체가 대부분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 법을 수사기관이 갑자기 들고 나와 강정마을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적 장소에서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때는 지방자치단체(10억원 미만)나 행정안전부(10억원 이상)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강정마을회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연간 기부금 총액은 10조300억원인 데 비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한 기부 규모는 1145억원에 그친다. 전체 모집 시장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강정마을회 후원 계좌를 개설한 강 회장은 지난 6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한 차례 받은 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경찰이 후원금을 보낸 기부자들의 계좌까지 조회하고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제주경찰청에서 은행에 금융거래 정보 제출을 요구해 강정마을 계좌의 입금자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은행이 입금자에게 최근 이를 통보해 강정마을회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백신옥 변호사)
강정마을회는 ‘합법화’도 시도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중에 후원금 5억원을 목표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제주도에 신청한 것이다. 모집 목적은 ‘해군기지 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활동 지원’ 등으로 적었다. 제주도는 행안부의 법률 검토를 받아 ‘불가하다’고 지난 6월28일 강정마을회에 통보했다.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11개 분야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강정마을회는 “기부금품법이 명시한 환경보전사업, 시민참여사업, 공익사업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공익활동이라면 대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해야 하는데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서 갈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금을 모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애초부터 합법적으로 대중 후원금을 모집할 길이 강정마을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강정마을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후원 계좌를 내렸고 후원금도 크게 줄었다. 백신옥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패소한 행정소송 탓에 제주도가 강정마을회에 소송 비용 3469만여원을 청구했다. 삼성물산 등도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금도 청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이 ‘빚더미’에 올라앉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기부금품법을 시민사회 활동을 억누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또 기부금품 등록 비율이 1% 미만이라서 특정 사회활동을 형사처벌하는 수단으로도 검찰이 활용한다.

»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이찬열·진선미 의원이 지난 8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강정마을도, 촛불시위도… 못박아 ‘거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활동이 그랬다. 서울중앙지검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회칼 테러를 당해 시민의 치료비를 모금한 김아무개(46)씨를 기부금품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천만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았고 치료비 외에 택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촛불집회와 관련한 광고를 게재하려고 기부금 1900만원을 모집한 대학생 김아무개(27)에게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이제는 법률에 못박기로 했다. 행안부는 8월3일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명분은 법률명에 ‘기부문화 활성화’를 추가하고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등록해주고 일부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등록할 수 없는 규제 사업 항목이 문제다. △영리·정치·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 △법령 위반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을 원칙적으로 틀어막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입법예고안이 알려진 7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맹형규 행안부 장관에게 물었다.
“시민단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의 일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국가 정책이 제대로 가는지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부 입법예고안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부 정책에 찬성과 반대하는 경우에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는 걸로 돼 있다. 이유가 뭡니까?”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실상 시민단체의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인 게 너무나 명백하군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한상민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활동 근거, 시민의 사회참여를 아예 부정하겠다는 발상이다. 환경보호 활동하다가 정부가 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뒤늦게 내놓으면 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실장은 기부금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 참여 행위를 국가가 차단하고 특정 영역에 가둘 필요가 없다. 무질서한 기부금품 요구나 난립은 형법으로 규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사후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 한겨레21 926호 표지이야기 기부금 현황
단속에 초점 맞춘 1951년 철학 그대로

기부금품법은 사실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애초에 기부활동을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기부의 자유’ ‘기부의 활성화’를 열망하는 21세기 기부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1951년 한국전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민간단체들이 반강제적 모금행위를 벌여 재산권을 침해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누구든지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없다’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했다. 다만 ‘국제구호, 천재지변 구호, 자선사업 등 법률이 규정한 공익사업에만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7월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가 북한 주민을 도우려고 현금과 의약품을 모집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가 불허했다. 지원본부는 행정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 자제를 금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국제구호에 유독 북한 주민만 제외할 이유가 없다.” 결국 1998년 5월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기부행위의 허가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 행위로 하며 △기부행위의 모집 목적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기부금품법 모집 허가 범위를 넓히고 그 사용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률도 2010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합헌이었다. “기부금품 모집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며 옛 기부금품법과 달리 금지가 아니라 과잉모집 규제와 적정사용에 목적을 둔”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대현 당시 재판관은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기부행위는 기부자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모집 목적이 위법행위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해로운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모집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법행위는 형법 등이 규제하고 있으므로 기부금품의 모집을 금지하거나 허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시민사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안부는 정부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는 새로운 입법예고안을 냈다. 염형국 변호사는 “국민의 자유로운 기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부금품법을 운영해야 하는데, 기부활동을 입맛대로 규제·통제하겠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행위는 ‘표현’이며, 기부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기부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며“상업적 거래를 권고하는 광고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는 기부행위를 “정치적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1970~80년대는 시위하며 의견을 표현했고 시민단체가 생긴 1990년대에는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 사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 있는 사안에 모금을 하며 사회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강정마을에 후원금을 보내고 희망버스를 타며 사회에 연대감을 표현하는 거다. 특정 기부행위를 봉쇄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 사업은 ‘기부 특혜’

지난해 12월 민변이 2주 만에 4억8097만원(9038명)의 후원금을 모은 일명 ‘쫄지마 기금’이 그런 사례다. 정식 명칭은 ‘표현의 자유 옹호 및 증진을 위한 공익변론기금’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다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피소된 시민들을 변론하려는 기금이다. 팟캐스트 에 출연하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년 징역형을 받아 수감된 게 계기였다. 민변은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난해 11월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입법 예고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쫄지마 기금’과 비슷한 공익변론기금은 앞으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개정안에는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기부금품의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장학재단설립법 등 10개 법률에는 기부금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국가 정책에 따른 성금이나 기부금은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반면 매년 주무 관청에 사업보고서를 내고 국세청의 공시 의무도 이행하는 공익법인은 기부금품법을 추가로 따라야 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기부금 단체 관계자

» 기부금품을 행정청에 등록하는 비율이 전체 기부금 규모의 1% 수준에 그친다. 가수 이효리씨가 후원한 동물보호단체도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공익단체도 등록을 거의 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기부금 단체는 2만9132개, 공익단체는 3164개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1천만원 이상을 모집한다고 등록한 건수는 97건에 그쳤다. 기부금 단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을 따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15∼2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처벌 강도는 날로 높아진다. 기존의 3천만원 이하 벌금형, 3년 이하의 징역에서 올해부터는 지정기부금단체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게 됐다.
‘잠재적 범죄자’가 넘쳐나다 보니 고소·고발이 잇따른다. 지난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관련 캠페인을 열어 후원금 56억7200억원을 모금했는데 기부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만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조사하자 제주 시민단체들이 부만근 범도민추진위원장을 고발했다. 지난 3월 정아무개씨가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을 불법 모금단체로 고발했고 동물보호단체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아무개씨가 적법한 모금과 투명한 모금 사용을 목적으로 동물보호단체 20곳을 8월24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씨가 에세이 의 인세를 전액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서울시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경찰에 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달부터 등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금 단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8월23일까지 등록 신청한 건수가 44건으로 지난해(41건)보다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기부금 규모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막무가내 고소·고발 잇따라

시민사회단체도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대화마당을 8월27일 아름다운재단 1층에서 열어 시민사회 활동을 위축시킬 개정안의 ‘등록 금지 조항’을 전면 폐지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새로운 대안 법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월11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이라서 시민사회가 의견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7월 7일 토요일

강정마을 대책위 “해군기지 반대투쟁 계속할 것”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5일자 기사 '강정마을 대책위 “해군기지 반대투쟁 계속할 것”'을 퍼왔습니다.

대법, 제주해군기지 적법 판결에 반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5일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취소해달라며 강동균(55)씨 등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주민 438명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2심에서 원고 패소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상고를 기각해, 국방부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그러나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 시민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반대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이 국방·군사시설 사업 관련 환경평가서 제출 및 협의요청 시기를 ‘기본설계 승인 전’이라고 규정한 것은 글자 그대로 ‘기본설계’ 승인 전을 의미하는 것이지, 옛 국방사업법상의 ‘실시계획 승인 전’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해군기지 ‘실시계획 승인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9년 1월의 이 계획 승인처분이 위법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국방부는 2009년 1월 강정마을 인근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국방·군사시설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없는 사업 승인은 무효라며 2009년 4월 소송을 냈으며, 그 뒤 2009년 7월 해군이 환경영향평가를 냈고 2009년 12월에는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 터의 절대보전지역 축소변경결정을 했다.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2010년 3월 실시계획 변경승인 처분을 했다.1·2심은 2009년의 실시계획 승인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2010년 실시계획 변경 승인은 이를 보완했으므로 적법하다고 판결했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원심이 무효라고 판단한 부분까지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이다.대법원은 또 2010년 처분에 대한 원고 쪽 상고를 기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절대보전지역 축소결정은 주민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없는 도지사의 재량행위이고, 환경영향 평가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그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것은 아니다”며 “절대 보전지역 축소 결정이 위법하거나 환경영향 평가가 부실해 이 계획에 대한 변경 승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대법원은 이어 “옛 국방사업법상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대해서는 ‘실시계획 승인 전’에는 옛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사전환경성 검토’를, ‘기본설계 승인 전’에는 ‘환경영향 평가’를 각각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판시했다.반면 전수안·이상훈 대법관은 “시행령 규정의 ‘기본설계 승인 전’은 옛 국방사업법상 ‘실시계획 승인 전’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시행령 규정은 무효”라며 “무효인 규정에 따라 행해진 승인 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반대의견을 밝혔다.한편,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강정마을 주민 2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상고를 기각해, 주민들에게 원고 적격이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이에 대해,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애초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은 승인고시에 대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지, 해군기지 전체 문제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1·2심에서 무효로 판결된 부분까지도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것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며 “대법원의 판결에 관계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싸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정부는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정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홍기룡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애초 계획인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나 민항 중심의 기항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회의 부대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사가 공사정지 명령을 내리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기항지로 제대로 건설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며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yeopo@hani.co.kr

2012년 6월 18일 월요일

강정마을 주민을 뭐로 보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7일자 기사 '강정마을 주민을 뭐로 보고…'를 퍼왔습니다.

ㆍ해군, ‘녹음기’로 제주 해군기지 군관사 건립 사업 설명회 황당

제주 해군기지 군관사(아파트) 건립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사전에 녹음한 내용을 트는 것으로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녹음기 설명회는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주민설명회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해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단은 17일 논란이 일자 “1차 설명회에 이어 2차 설명회도 일부 반대주민과 단체의 방해활동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주민들과의 협조과정을 통해 해군 아파트 건립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군은 주민설명회가 무산됐지만 공람을 거친 만큼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군은 앞으로 주민의견 반영 및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작성하고, 다음달 중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쳐 8월에 사전환경성 검토 용역을 완료하고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해군은 강정마을에 군인 아파트를 건립하기 위한 사업계획 및 사전환경성 검토 설명회를 지난달 29일 열었으나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되자 지난 15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시도했다. 그러나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100여명이 설명회 중단을 요구하며 단상을 점거했다. 

주최 측은 사전에 녹음된 내용을 튼 것으로 설명회를 끝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설명회를 녹음방송으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해군의 황당한 꼼수”라고 항의했다. 강 회장은 “마을 임시총회에서 강정마을에 군관사가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설명회가 끝났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 허구성을 설명하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10만명 서명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말까지 제주도 내 전 지역에 반대 전단지를 배포하고 55만 도민을 모두 만나는 홍보활동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민변, 제주 해군기지 '민항 기능' 이의 제기


이글은 노컷뉴스 2012-05-19일자 기사 '민변, 제주 해군기지 '민항 기능' 이의 제기'를 퍼왔습니다.
민변, 법제처에 의견서 제출& 제주도, 크루즈 도상연습 추가 요구

정부가 제주해군기지를 민군 복합형 항구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민간 항구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제주 민군복합항에서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하도록 군사기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국토해양부에서는 크루즈선박 관련 구역을 무역항계로 지정하는 내용의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관련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 민군복합항의 수역은 군함을 수용할 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의 어떠한 곳이라도 여객선이 입출항하려면 관할부대장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어,관할 부대장의 판단에 따라 정박중인 크루즈 선박의강제퇴거를 명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법제처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의 핵심은 "두 법 시행령 개정안이 충돌되어사실상 제주해군기지의 무역항 지정은 아무런 실익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추진상의 또다른 핵심 쟁점은 대형 크루즈 선박 2척의 접안이 가능한지에 대한 도상연습(시뮬레이션)에 대한 견해 차이다. 제주도는 정부의 용역결과에서 나온 도상연습 사례와는 별도로 도가 요구하는 케이스의 도상연습이 이뤄져야만 공사를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또한 제주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확고한 입장을 보여, 추가 도상연습 수용여부가 제주해군기지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CBS 김영태 기자

2012년 4월 28일 토요일

막가는 용역... 문정현 신부 멱살 잡고 수녀 욕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7일자 기사 '막가는 용역... 문정현 신부 멱살 잡고 수녀 욕설'을 퍼왔습니다.
삼성·대림 용역, 문신부-수녀에 "XX새끼" "XX년"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YDipv2LEA5I

제주해군기지 시행사인 삼성과 대림 용역직원들이 성직자에게 폭력과 욕설을 퍼부어 주민과 활동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용역직원들은 특히 중상을 당한 문정현 신부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등 10여분간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26일 오전 11시30분께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문정현 신부와 수녀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해군과 시행사인 삼성.대림은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레미콘 차량을 공사 현장으로 진입시키려 했다. 강정포구 방파제에서 추락, 중상을 입고 퇴원한 지 1주일만에 현장에 나온 문 신부는 레미콘 차량 밑으로 몸을 내던졌다.

용역직원, 멱살 잡고 흔들기까지


▲ 제주해군기지 공사 시행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용역 직원이 문정현 신부의 멱살을 잡고 있는 모습 ⓒ 강정마을회 제공

문 신부는 "오탁방지막이 훼손되고, 침사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에서 해군기지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차량을 막아섰다.

삼성과 대림 직원들은 '차량을 더 이상 공사장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평화로운 미사를 허용한다'고 활동가들과 합의하는 조건으로 문 신부를 차량 밑에서 나오게 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공사차량들은 사업장으로 진입했고, 사업장에 설치된 스피커로 '공사를 방해하면 징역 5년 이하의 형벌을 받는다'는 방송까지 내보냈다.

이에 분개한 문 신부는 삼성.대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그런 도중 용역업체 직원이 문 신부에게 "XX 새끼야" 등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멱살을 잡아 흔들기까지 했다.

강정마을회 "해군, 고의로 조장"


▲ 제주해군기지 공사 시행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용역 직원이 문정현 신부의 멱살을 잡고 있는 모습 ⓒ 강정마을회 제공

또한 용역 직원은 항의하는 수녀에게 'XX년'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했다.

강정마을회와 활동가들은 27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종교인 폭행, 폭언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은 용역깡패 고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을회는 "이번 사태가 삼성과 대림산업이 폭력적 경비업체 직원을 고용한 후 고의적으로 조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며 "평화적 미사를 보장해 준다고 한 후 분란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마을회는 "해군은 경비업체 직원들을 통해 무력과 폭력으로 시민들을 압박해 통제하려는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며 "부도덕한 기업 삼성.대림은 현장 파견 직원들을 비롯한 경비업체 직원들이 '용역깡패' 소리를 듣는 이유를 살펴, 더 이상 무모한 사업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승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