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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여성 허리 만지며 격려하는 한국문화 있다? ‘미시 USA’, “뻔뻔함에 치가 떨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1일자 기사 '여성 허리 만지며 격려하는 한국문화 있다?  ‘미시 USA’, “뻔뻔함에 치가 떨려”'를 퍼왔습니다.

방미 기간 벌어진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울=뉴시스】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이번 사건의 공론화에 큰 기여를 한 인터넷 사이트 ‘미씨유에스에이’에는 분노와 허탈감을 표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미시USA’ 게시판 갈무리

한 회원은 “기자회견하는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며 “미국 문화를 몰랐다고 하는데 그럼 한국에선 그래도 되는 문화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회원은 ‘이민 2세들을 울리는 윤창중 전 대변인’이란 글에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한국 정부에서 깨끗하게 이 사건을 처리해 주길 교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왜 멀리 한국으로 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면서, 기자회견에서 했던 것처럼 미국 경찰에서 떳떳히 해보라고 말했다.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을 ‘가이드’로 표현한 데 대해서도 비난하는 글이 많았다. 한 회원은 “인턴과 가이드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의 차이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인턴이라면 왠지 유능한 젊은 인재가 떠오르지만 가이드라면 지리를 안내하는 정도의 현지인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일부 회원들은 진실을 제대로 밝히도록 재미동포들이 서명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수사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자”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2013년 1월 4일 금요일

국정원女 흔적 없다더니, 대선 뒤 두번이나 소환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03일자 기사 '국정원女 흔적 없다더니, 대선 뒤 두번이나 소환'을 퍼왔습니다.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28)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지난달 16일 김씨의 혐의가 없다는 식으로 발표한 것이 성급한 조치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경찰이 대선 직전에 이같은 발표를 서둘러 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경찰이 지난달 16일 “김씨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두고 3차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나고 1시간이 채 안된 밤 11시19분에 전격적으로 이같은 자료를 배포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 내용도 부실했다. 당시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로부터 받은 컴퓨터와노트북 하드디스크만을 분석해 문제가 될 만한 댓글이 없다고 단정했다. 김씨의포털사이트 로그기록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하는 작업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이번에 조사가 진행된 것처럼 김씨 컴퓨터에서 나온 20개의 아이디(닉네임)에 대한 인터넷 검색 작업도 이뤄지기 전이었다.

이후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아이디·닉네임 20쌍을 넘겨받아 이틀간‘구글링(인터넷 검색)’을 통해 김씨의 흔적을 찾는 작업을 벌였다.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당초 의혹처럼 김씨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 등을 단 단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불법선거운동에 관여한 정황은 확인됐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비방·댓글 의혹이 이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치러진 3차 TV토론 직후 나온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선거 개입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2012년 9월 3일 월요일

한국, 아동 음란물 세계 6위 생산국?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3일자 기사 '한국, 아동 음란물 세계 6위 생산국?'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사진오보 사과문 “범죄 상업주의가 부른 참사”

나주 성폭행 피의자 고아무개씨가 피해자 초등학생을 목졸라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고씨를 비롯해 조두순씨나 통영초등생 납치·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아무개씨 모두 아동 포르노를 봐왔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앞다퉈 국내 아동 음란물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도 절반이 집행유예라는 사법부의 조사결과를 들어 판사들도 신중한 결정을 해야한다는 일부 판사들의 공감대를 전하기도 했다(국민일보).
한국이 전 세계의 아동 음란물 유통비율이 6위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로OO’라 불리는 아동사진을 즐겨보며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는 변태 누리꾼을 질타하며 이들에 대한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동아일보).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무고한 시민을 고씨의 얼굴로 착각해 1면에 그대로 게재했다가 언론사상 최악이라 할 만한 오보를 냈다. 이를 두고 언론의 지나친 범죄상업주의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단독 회동해 야당으로부터 “선거중립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민생현안에 대한 대화만 공개했을 뿐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은 3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국, 아동 음란물 세계 6위 생산국)
-국민일보 (판사들의 자성 “아동 성범죄 처벌 너무 관대했습니다”)
-동아일보 (공공기관장 ‘무늬만 공모’ 공모과정에 대체 무슨일이…/내정 인물 5순위 밀리자 후보들려 낙점)
-서울신문 (아동포르노 세계 톱5…‘악마’는 활보한다)
-세계일보 (성폭행 초등생 죽이려 했다)
-조선일보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20204년까지 건설)
-중앙일보 (연세대 5개 학과 최상위권/서울대·고려대는 3개 학과)
-한겨레 (나주 성폭행범, 초등생 목졸라 살해하려 했다)
-한국일보 (성폭행 뒤 초등생 살해하려 했다)

한국 아동 음란물 생산 세계 6위?

전남 나주 성폭행 사건 등 최근 잇단 7~12세의 초등생 여자 어린이가 성범죄자의 주된 표적이 되면서 한국 내 아동 포르노와 성 범죄의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한국, 아동 음란물 세계 6위 생산국)에서 “한국에서도 아동 포르노가 범람하면서 성도착증 환자들의 범죄 의식을 부추기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 포르노 생산국이나 성범죄자의 절반가량은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내놓은 ‘2011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자들은 7~12세 여자아이들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았으며, 피해자 1306명 가운데 41.8%인 546명이 초등생 여학생이었다고 경향은 전했다. 특히 이 나이대의 여아는 여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2차 성징은 나타나기 전이라 이런 아동들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가해 남성은 대부분 ‘소아기호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것.

경향신문 9월 3일자 1면

경향은 “성도착증 환자들은 상당수가 아동 포르노물에 심취해 있다”며 “전남 나주의 성폭행범 고아무개씨(23)도 평소 인터넷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즐겨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아동 음란물 6위의 생산국이라는 근거에 대해 경향은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정보소식지 ‘이슈와 논점-온라인 아동 음란물의 위험성과 대책’을 들었다. 이 소식지가 인용한 인터넷자율규제기구 ‘인터넷감시재단(Internet Watch Foundation)’의 온라인 아동 음란물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이 세계 유통물량의 50%를 생산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데 이어 러시아 14.9%, 일본 11.7%, 스페인 8.8%, 태국은 3.6% 순이었다. 한국은 2.16%로 6위였다고 경향은 전했다.
경향은 “그러나 법원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관대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 “아동성범죄 부추기는 인터넷 사이트…변태적 누리꾼들”

또한 동아일보도 아동성범죄를 부추기는 인터넷 사이트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조두순 김점덕 고종석으로 이어지는 아동성폭력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는데도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비뚤어진 어른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인터넷에는 이런 변태적 누리꾼들이 올리는 사진과 글이 노골적으로 게시되는데도 당국은 법적 허점으로 인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최근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는 “‘로○○’ 사진 대방출합니다”는 유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여자 어린이를 등장시키거나 입가에 우유를 묻히는 등의 사진 내용을 설명했다.

동아일보 9월3일자 12면

게시글에는 “로○○가 진리다” “로○○를 먹고 싶다” 등 아동을 성적 대상물로 삼는 댓글이 달려 있으며 변태적 누리꾼들 사이에 유행어가 된 ‘로○○’란 단어는 성인 남성이 미성년 여자아이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 동아는 소개했다.
전남 나주 성폭행사건의 범인 고종석이 경찰에서 “아동포르노물을 자주 봤다. 어린이와의 성행위를 꿈꿨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간 1일에도 “로○○ 많이 모인 곳에 가서 관찰하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동아는 전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마음속 환상이나 충동은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 삼을 수 없지만 글이나 사진으로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부터는 행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이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의도가 로○○류의 글에 담겨 있다고 해도 현행법상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화상이나 영상에 성교 및 유사성교, 자위행위 등이 담겨 있어야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조선일보 사상 최악의 오보 “범죄상업주의”

조선일보가 전남 나주 성폭행 사건 피의자 사진이라며 애꿎은 시민의 사진을 신문 1면에 싣는 오보를 냈다. 조선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조선은 1일자 1면에 나주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범인 고OO의 얼굴’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을 실었다.
웃고 있는 사진 속 남성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실었을 뿐 아니라 사진설명으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OO.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의 어울리는 모습의 이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 있던 것”이라고 썼다.
신문이 나온 뒤 한 누리꾼이 “내 칭구의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다”며 포털사이트에 항의 글을 올리면서 오보의 단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사진 속 실제 인물인 K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라며 “정리 되는대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 등은 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조선일보는 이날 저녁 조선닷컴에 ‘바로잡습니다’를 올려 “잘못된 사진을 게재해 피해를 입은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면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조선은 이날 “취재팀은 31일 밤 고OO의 모습이 비친 호송사진과 CCTV 화면 등을 확보했다”며 “이후 고OO 주변인물 미니 홈페이지 등을 검색하던 중 CCTV화면 등에 나오는 고OO과 닮아 보이는 인물 사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또 조선은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확인을 못했으며 고OO의 얼굴을 아는 10여 명으로부터 ‘맞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9월 3일자 4면

조선일보는 3일자 신문 1~2면에 사과문을 실었다.
이를 두고 “‘범죄 상업주의’가 부른 참사”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가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씨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해 수사단계부터 흉악범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뒤 성폭행범 조두순·김길태씨 등의 얼굴을 공개해왔다며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는 반론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응징’ 심리를 이용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는 이 사건으로 얼굴 공개의 문제점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종천 변호사는 “(일부)언론은 강호순씨 사건 이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이 얼굴 공개의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공권력이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라며 “헌법상 규정된 인격권이나 초상권을 제한하는 신상 공개는 원칙적으로 성범죄자 신상 공개처럼 유죄 판결이 난 사건에 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조선일보에 대해 “무분별한 피의자 사진 공개는 시류에 영합한 ‘범죄 상업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썼다.

판사들 “아동 성범죄 처벌 너무 관대…절반이 집행유예”

지난해 발생한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949건으로 하루 평균 3명의 아이들이 성폭력 범죄에 노출됐으나 이 가운데 절반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것과 관련해 전국의 형사재판부 판사들이 모여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성범죄자 정상 참작 사유로 보는 관행을 탈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부산지법 주최로 열린 첫 전국형사법관포럼에서 현직 판사 38명은 성범죄 관련 ‘재판 결과’와 ‘국민 인식’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형이 확정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468명 중 225명(48.1%)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강제추행의 경우 집행유예 비율이 60.9%나 됐다. 이들의 재범률도 50%에 달했다.

국민일보 9월 3일자 1면

국민일보는 “이는 성범죄 양형기준상 ‘합의’나 ‘상당 금액의 공탁’이 형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참작되기 때문”이라며 “법원은 성범죄자가 피해자와 합의에 실패하면 실형, 합의를 하면 집행유예라는 오랜 원칙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합의나 공탁 모두 ‘돈’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유전무죄’의 위험성도 담고 있는 대목이라고 국민일보는 지적했다.
형사법관 포럼에서는 성폭력 범죄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고, 금전 보상으로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판사들은 특히 나주 초등생 납치·성폭행 사건 피의자 고종석(23)의 사례처럼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기존에는 ‘심신 미약’ 상태로 보고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향후 이를 양형에 고려할 때는 ‘극히 신중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나주 성폭행 피의자 “신고 못하게 죽이려 했다”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아무개(23)씨는 피해자 A양(7·초교1년)을 성폭행한 뒤 완전범죄를 위해 A양을 살해하려고 했다고 국민일보 등 언론이 보도했다.
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그는 광주지법 101호 법정에서 2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경찰수사 과정에서 이 같이 진술했다. 이명호 나주경찰서장은 “고종석이 성폭행 뒤 살해할 의도로 A양의 목을 졸랐는데 의식이 없어 도망쳤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A양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현장을 벗어났다는 것.
고씨는 “5년여 전부터 나주 친척집에 갈 때마다 마주쳤던 아이를 떠올렸다. 당시 집안에 들어갔다가 거실 맨 바깥에서 잠자던 A양을 이불째 안고 나오게 됐다”고 진술했다. 자매 등이 잠자던 거실이 어두워 덩치가 큰 언니를 아버지라 판단하고 A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장막에 가려진 박근혜 이명박 만남 “선거중립 훼손”

대선을 3개월 여 앞두고 전격 회동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만난 사실과 함께 태풍피해 복구, 성폭력 등 안전문제 등 민생 관련 논의만 국민에 알렸다.
박 후보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둘의 대화는 민생 분야로 한정됐고, 브리핑도 박 후보 측 이상일 당 대변인이 전담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청와대는 “일점일획도 보탤 게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박 후보는 2일 낮 청와대에서 10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과 단독 오찬회동에서 “민생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특별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학 반값 등록금과 0~5세 영·유아 보육수당 확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박 후보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 기간으로 정하고 민관합동으로 반사회적 범죄의 예방체계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박 후보는 태풍 피해와 관련해 “지원의 사각지대가 많다”며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 브리핑에선 3가지 민생 현안 관련 대화만 공개됐다. 경향은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만남 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여 만의 만남이고, 100분간 마주 앉았던 것을 보면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의 성공과 박 후보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던 2010년 8월 합의의 구체적 버전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경향은 내다봤다.
경향은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주변 의심과 소문에 대해 확인했을 수도 있다”며 “이재오 의원 등 당내 친이계 입장 정리와 지원을 요구한 반면, 이 대통령 역시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대선을 위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등의 수위를 물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두고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특정당 대선 후보의 정책과 공약사항을 들어주는 모양새”라며 “선거중립을 훼손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회동이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대선까지 남은 3개월여 동안 동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직선제를 택한 1987년 이후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권 마지막까지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상파 종일방송 이르면 이달중 허용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규제 완화 방안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지금까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하루 19시간 동안 방송해온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사가 방송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사실상 24시간 방송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종일 방송을 하는 유료방송에 비해 지상파 방송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심야 방송을 하게 되면 취약계층이 무료방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방통위는 방송시간을 지상파 방송사가 정하도록 하는 대신 의무적으로 하루 최소 19시간 이상 방송하도록 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또 공익성 보호를 위해 심야시간(새벽 1시~오전 6시)에 재방송 비율과 19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의 방영 비율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용배 팀장은 “지상파 광고 시장 독과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야 방송까지 허용하면 케이블채널의 장점이 사라지고 광고 점유율의 지상파 편중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고 경향은 전했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 타계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文鮮明) 총재가 3일 오전 1시54분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병원에서 성화(聖和)했다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성화는 통일교에서 타계를 지칭하는 종교적 용어다. 향년 92세.
3일 세계일보 온라인판에 따르면, 문 총재는 8월 중순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하다 지난달 31일 통일교가 운영하는 청심국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왔다. 문 총재는 고령에도 최근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선교 활동을 벌여오다 과로로 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열 통일교 대변인은 문 총재의 부인 한학자 총재와 자녀들이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13일장(葬)으로 치러지는 ‘문선명 천지인 참부모 천주 성화식(聖和式)’은 통일교 성지인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15일 거행된다. 빈소도 같은 곳에 차려진다. 통일교 측은 조문객은 성화 3일째 되는 5일부터 11일째 되는 13일까지만 받는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장준하 사건 재조사한다니?

고 장준하 선생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사건의 재조사를 맡게 돼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행안부에는 조사 권한이 없어 특별기구를 꾸리지 않는 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일 행안부에 따르면 (사)장준하기념사업회와 장준하 선생의 유족이 청와대에 제기한 의문사 재조사 요구가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행안부에 배당됐다.
세계일보는 “행안부는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 등을 두고 정부의 이행 여부 등을 점검·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업무지원단은 필요한 경우 전문가나 관계기관에 조사나 연구를 의뢰할 수 있지만, 권고사항의 이행 여부 등 업무에 관한 경우에 한정될 뿐 사건 자체에 대한 조사 권한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특별조사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세계는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1988년 통일민주당의 요구로 장 선생의 죽음에 대한 경찰 조사를 진행했으나 ‘실족사에 따른 추락사’라는 원래의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으며, 2000∼2004년에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2기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공권력 개입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정황상 타살 의혹은 있지만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자료 비협조로 충분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조사는 지난달 1일 장 선생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을 검시한 결과 두개골에서 지름 5∼6㎝ 크기의 구멍과 금이 간 흔적이 발견됐다며 유족들이 타살 의혹을 재차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장준하선생기념사업회는 오는 5일 김영삼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등이 참여하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도 발족해 장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00만인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기부할 수 없는 법령 예고… “기부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후원 계좌를 경찰이 조사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 마을회 이름의 계좌를 게시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이유다. 강정마을은 지난 5년간 후원계좌로 4억원을 모았고, 이 중 3억5천만원을 행정소송 비용과 벌금형을 받은 마을 주민 지원 등에 집행해왔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 제주 강정마을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정마을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참가자 1천여 명이 지난 7월31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해변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모습. 서귀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등록한 기부는 1%도 안 되는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5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 조사 사실을 알았다. “후원금 모금은 2007년부터 해오던 일이다. 제주 지역의 각 마을은 다 그렇게 후원금을 받아 마을 일에 쓴다. 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갑자기 불법 운운하며 수사하니 황당하다.” 법률 자문을 맡은 백신옥 변호사는 “기부금 단체가 대부분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 법을 수사기관이 갑자기 들고 나와 강정마을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적 장소에서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때는 지방자치단체(10억원 미만)나 행정안전부(10억원 이상)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강정마을회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연간 기부금 총액은 10조300억원인 데 비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한 기부 규모는 1145억원에 그친다. 전체 모집 시장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강정마을회 후원 계좌를 개설한 강 회장은 지난 6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한 차례 받은 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경찰이 후원금을 보낸 기부자들의 계좌까지 조회하고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제주경찰청에서 은행에 금융거래 정보 제출을 요구해 강정마을 계좌의 입금자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은행이 입금자에게 최근 이를 통보해 강정마을회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백신옥 변호사)
강정마을회는 ‘합법화’도 시도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중에 후원금 5억원을 목표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제주도에 신청한 것이다. 모집 목적은 ‘해군기지 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활동 지원’ 등으로 적었다. 제주도는 행안부의 법률 검토를 받아 ‘불가하다’고 지난 6월28일 강정마을회에 통보했다.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11개 분야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강정마을회는 “기부금품법이 명시한 환경보전사업, 시민참여사업, 공익사업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공익활동이라면 대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해야 하는데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서 갈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금을 모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애초부터 합법적으로 대중 후원금을 모집할 길이 강정마을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강정마을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후원 계좌를 내렸고 후원금도 크게 줄었다. 백신옥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패소한 행정소송 탓에 제주도가 강정마을회에 소송 비용 3469만여원을 청구했다. 삼성물산 등도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금도 청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이 ‘빚더미’에 올라앉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기부금품법을 시민사회 활동을 억누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또 기부금품 등록 비율이 1% 미만이라서 특정 사회활동을 형사처벌하는 수단으로도 검찰이 활용한다.

»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이찬열·진선미 의원이 지난 8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강정마을도, 촛불시위도… 못박아 ‘거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활동이 그랬다. 서울중앙지검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회칼 테러를 당해 시민의 치료비를 모금한 김아무개(46)씨를 기부금품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천만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았고 치료비 외에 택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촛불집회와 관련한 광고를 게재하려고 기부금 1900만원을 모집한 대학생 김아무개(27)에게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이제는 법률에 못박기로 했다. 행안부는 8월3일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명분은 법률명에 ‘기부문화 활성화’를 추가하고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등록해주고 일부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등록할 수 없는 규제 사업 항목이 문제다. △영리·정치·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 △법령 위반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을 원칙적으로 틀어막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입법예고안이 알려진 7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맹형규 행안부 장관에게 물었다.
“시민단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의 일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국가 정책이 제대로 가는지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부 입법예고안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부 정책에 찬성과 반대하는 경우에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는 걸로 돼 있다. 이유가 뭡니까?”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실상 시민단체의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인 게 너무나 명백하군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한상민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활동 근거, 시민의 사회참여를 아예 부정하겠다는 발상이다. 환경보호 활동하다가 정부가 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뒤늦게 내놓으면 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실장은 기부금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 참여 행위를 국가가 차단하고 특정 영역에 가둘 필요가 없다. 무질서한 기부금품 요구나 난립은 형법으로 규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사후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 한겨레21 926호 표지이야기 기부금 현황
단속에 초점 맞춘 1951년 철학 그대로

기부금품법은 사실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애초에 기부활동을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기부의 자유’ ‘기부의 활성화’를 열망하는 21세기 기부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1951년 한국전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민간단체들이 반강제적 모금행위를 벌여 재산권을 침해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누구든지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없다’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했다. 다만 ‘국제구호, 천재지변 구호, 자선사업 등 법률이 규정한 공익사업에만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7월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가 북한 주민을 도우려고 현금과 의약품을 모집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가 불허했다. 지원본부는 행정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 자제를 금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국제구호에 유독 북한 주민만 제외할 이유가 없다.” 결국 1998년 5월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기부행위의 허가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 행위로 하며 △기부행위의 모집 목적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기부금품법 모집 허가 범위를 넓히고 그 사용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률도 2010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합헌이었다. “기부금품 모집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며 옛 기부금품법과 달리 금지가 아니라 과잉모집 규제와 적정사용에 목적을 둔”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대현 당시 재판관은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기부행위는 기부자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모집 목적이 위법행위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해로운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모집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법행위는 형법 등이 규제하고 있으므로 기부금품의 모집을 금지하거나 허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시민사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안부는 정부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는 새로운 입법예고안을 냈다. 염형국 변호사는 “국민의 자유로운 기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부금품법을 운영해야 하는데, 기부활동을 입맛대로 규제·통제하겠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행위는 ‘표현’이며, 기부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기부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며“상업적 거래를 권고하는 광고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는 기부행위를 “정치적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1970~80년대는 시위하며 의견을 표현했고 시민단체가 생긴 1990년대에는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 사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 있는 사안에 모금을 하며 사회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강정마을에 후원금을 보내고 희망버스를 타며 사회에 연대감을 표현하는 거다. 특정 기부행위를 봉쇄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 사업은 ‘기부 특혜’

지난해 12월 민변이 2주 만에 4억8097만원(9038명)의 후원금을 모은 일명 ‘쫄지마 기금’이 그런 사례다. 정식 명칭은 ‘표현의 자유 옹호 및 증진을 위한 공익변론기금’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다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피소된 시민들을 변론하려는 기금이다. 팟캐스트 에 출연하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년 징역형을 받아 수감된 게 계기였다. 민변은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난해 11월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입법 예고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쫄지마 기금’과 비슷한 공익변론기금은 앞으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개정안에는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기부금품의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장학재단설립법 등 10개 법률에는 기부금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국가 정책에 따른 성금이나 기부금은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반면 매년 주무 관청에 사업보고서를 내고 국세청의 공시 의무도 이행하는 공익법인은 기부금품법을 추가로 따라야 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기부금 단체 관계자

» 기부금품을 행정청에 등록하는 비율이 전체 기부금 규모의 1% 수준에 그친다. 가수 이효리씨가 후원한 동물보호단체도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공익단체도 등록을 거의 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기부금 단체는 2만9132개, 공익단체는 3164개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1천만원 이상을 모집한다고 등록한 건수는 97건에 그쳤다. 기부금 단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을 따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15∼2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처벌 강도는 날로 높아진다. 기존의 3천만원 이하 벌금형, 3년 이하의 징역에서 올해부터는 지정기부금단체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게 됐다.
‘잠재적 범죄자’가 넘쳐나다 보니 고소·고발이 잇따른다. 지난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관련 캠페인을 열어 후원금 56억7200억원을 모금했는데 기부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만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조사하자 제주 시민단체들이 부만근 범도민추진위원장을 고발했다. 지난 3월 정아무개씨가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을 불법 모금단체로 고발했고 동물보호단체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아무개씨가 적법한 모금과 투명한 모금 사용을 목적으로 동물보호단체 20곳을 8월24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씨가 에세이 의 인세를 전액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서울시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경찰에 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달부터 등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금 단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8월23일까지 등록 신청한 건수가 44건으로 지난해(41건)보다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기부금 규모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막무가내 고소·고발 잇따라

시민사회단체도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대화마당을 8월27일 아름다운재단 1층에서 열어 시민사회 활동을 위축시킬 개정안의 ‘등록 금지 조항’을 전면 폐지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새로운 대안 법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월11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이라서 시민사회가 의견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