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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4일 금요일

국제앰네스티, 3년만에 다시 “한국 언론자유 탄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3일자 기사 '국제앰네스티, 3년만에 다시 “한국 언론자유 탄압”'을 퍼왔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서 언론인권 침해 있을 수 없는 일… MB 5년 악화”

매년 전 세계 인권 상황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는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의 언론 노동자들이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 ‘2013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해 언론 노동자들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항의해 파업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대한민국’ 파트에서는 언론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면서 MBC가 1월 파업에 들어갔다”며 “KBS와 뉴스 전문 채널 YTN,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잇따라 파업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이어 “KBS와 연합뉴스가 6월 파업을 종료했으나 MBC는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면서 7월까지 파업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 ‘2013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도 2009년 3월 편집 독립권 보장을 요구한 YTN 소속 언론 노동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사례와 2009년 6월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소개하고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 팀장은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것은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문제”라며 “지난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를 다룬 이후 3년 만에 언론사 파업을 다뤘는데 언론의 자유에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침해가 나타나 이번 보고서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 팀장은 이어 “지난해 언론사 파업은 비단 한두 달 발생한 문제 때문에 파업한 것이 아니고 2008년 이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축적된 언론 자유 제약이 파업으로 발현했다”며 “언론인권 상황은 지난 5년간 더욱 악화됐으며 언론 자유나 언론 독립권이 침해·제약됐기 때문에 언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했다”며 “권력 이양기 동안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막기 위해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고 독립적인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모호한 조항을 가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상태에 있었던 사람은 구속기소를 포함해 41명이었다”며 “국가보안법 조항이 북한에 대한 온라인 토론을 통제하는 데 계속해서 이용됐다”고 강조했다.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분야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주민과 활동가가 민·형사상 고소·고발 및 기소를 당했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5월 유엔 특별보고관들(UN Special Rapporteurs)은 공동서한을 통해 평화로이 집회·시위를 한 이들을 괴롭히고 위협하고 부당 대우 한 것을 언급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도 노동권 침해 사례로 들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2600명은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었고 지난해 11월 노조 조합원 세 명은 평택 공장 인근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71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9일 건강이 악화돼 지상으로 내려왔다. 

전경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인권은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국가는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어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재산, 신념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많은 경우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신의 권리 요구를 위해 주장하거나 협의할 기회가 없어 민주적 가치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3년 5월 7일 화요일

세계 최대 원폭 피해국인 일본과 한국이 빠진 이유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06일자 기사 '세계 최대 원폭 피해국인 일본과 한국이 빠진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NPT 회의 참여기](下) NPT 준비회의 결산


핵확산금지조약(NPT) 준비회의가 4월 22일부터 5월 3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개막됐다. 2015년 뉴욕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 회의는 핵문제를 둘러싼 지구촌의 갑론을박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이 회의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 '북한과 NPT'(☞바로가기)에 이어 준비회의를 총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 2003년 1월 11일 평양에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지지 100만명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북한은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같은해 6월 미국과 고위급회담 이후 탈퇴를 보류했다. 그러나 2002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하고 공식 탈퇴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970년에 발효되어 1995년 무기한 연장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가장 희한한 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표적으로 성공한 군축 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회원국이 189개국에 달하는데, 이는 네 나라를 제외한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핵보유국은 북한을 포함하더라도 9개국인데, 그나마 이 정도로 묶어둘 수 있었던 것도 NPT에 힘입는 바가 크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비확산'에 초점을 맞춘 조약이다. 이 조약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한 미국, 소련(이후에는 러시아), 중국영국프랑스의 핵무기 보유는 인정하면서 핵폐기 의무를 '선의(good faith)'에 맡겨 버렸다. 반면 비핵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금지는 의무사항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NPT를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일컫는 까닭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물무기금지협약, 화학무기금지협약, 대인지뢰금지협약, 집속탄금지협약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군축 조약은 해당 무기의 사용 및 실험을 금지하고 폐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NPT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다. 조약에 따르면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사용해도, 핵실험을 해도,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생산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보완책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핵보유국들 내의 이견과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이다.

아직도 높은 경계 태세?

2015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본회의를 앞두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106개국 정부 대표와 53개의 NGO 관계자 및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차 준비회의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5월 3일 회의 결과를 담은 요약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는데, 요약문에는 핵보유국들의 핵 독트린, 투명성의 부족, 핵 신고의 표준 제정, 핵보유국들의 핵폐기 의무 소홀 등이 두루 담겼다.

특히 요약문에서는 "많은 나라들은 많은 핵무기들이 여전히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발적인 핵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미사일 발사 태세를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핵무기와 운반수단, 그리고 관련 인프라가 계속 현대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꾸준히 핵무기 감축에 나서왔다며 문제는 자신들이 아니라 NPT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북한과 NPT 회원국이면서 조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4월 29일에는 이집트 대표단이 NPT 회의에서 1995년에 합의된 '중동 비핵지대 창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철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동 비핵지대 창설은 아랍 국가들을 비롯한 상당수 비핵국가들이 1995년 NPT 무기한 연장의 핵심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안이었다. 또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핵문제 논의를 기피해온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 구상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어? 일본과 한국이 없네

이번 NPT 준비회의 내내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핵무기의 비인도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의 중반인 4월 24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안과 77개국 정부의 연명으로 '핵무기의 인도적 영향(humanitarian impact of nuclear weapons)에 관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공동성명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핵무기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제사회는 핵무기가 또 다시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폐막일에 발표된 요약문에도 이 부분은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핵폭발에 의한 결과는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에도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추가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인 일본 정부가 공동성명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남아공을 비롯한 공동성명 제안국들은 일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적극적은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표단은 "어떠한 환경에서도(under any circumstances)"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명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표단은 "일본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핵폭발의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일본이 처한 안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시장, 그리고 일본 NGO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가즈미 마쓰이 히로시마 시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공동성명은 히로시마의 염원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고 개탄했다. 토미히사 타유 나가사키 시장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태도는 "원폭피해자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든 것이자 핵폐기를 위해 노력해온 많은 나라들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 NPT 준비회의 참석자들 ⓒ피스데포


한편 일본 NGO 대표단과 원폭피해자들, 그리고 국제단체 인사들은 4월 26일 저녁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일본 대표부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행진에 앞서 일본 피스보트 공동대표인 가와사키 아키라는 "일본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 약화를 우려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일 피폭국으로서 핵무기의 비인도성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할 일본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한국 정부 역시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폭피해자가 있는 한국 역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의 약화를 우려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을 그 근거로 들고 있지만, 두 나라는 북한의 핵보유 이전에도 핵무기 사용 금지 조약이나 핵무기 폐기 협약 논의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한편 NPT 회의는 내년 3차 준비회의를 거쳐 2015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가 열린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최초의 국가인 북한의 복귀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의 현실에서 '평화체제 없는 비핵화는 맹목이고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일본 욕하면서 닮아가는 한국, 이제 핵폭탄만 남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6일자 기사 '일본 욕하면서 닮아가는 한국, 이제 핵폭탄만 남았다?'를 퍼왔습니다.

[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집착하는가 ⑤]


"우리의 숙원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또 무산됐습니다. 핵연료 재처리에 여전히 미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신 현행 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9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무산 소식을 전하는 문화방송(MBC) 권재홍 앵커의 멘트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언제부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우리의 숙원"이 되었을까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핵연료 재처리로 정말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소리 높여 반대하면서, 왜 핵폭탄 원료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한국 정부는 "숙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일까요?

그 복잡한 사정을 일본 마쓰야마 대학 장정욱 교수가 이번 주 5회에 걸쳐서 파헤칩니다. 장 교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은 그만! 핵연료 재처리로는 절대로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비용만 수백조 원이 든다! 또 핵연료 재처리는 잘못하면 동북아시아의 핵확산 도화선에 불을 댕기는 위험한 일이다!"
● 첫 번째 글 : 한미 원자력 협정, 그 뒤에 숨은 검은 음모는?

● 두 번째 글 : 한반도 대운하 뺨치는 500조 사기극, 박근혜 노리나?

● 세 번째 글 : 박정희의 부활 "핵폭탄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네 번째 글 : '황금 알 낳는 거위'를 믿는 핵 마피아! 박근혜는?


고속로, 위험한 시도


고속로가 냉각재로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한 사고의 위험은 숙명적이다. 고속로에서는 고속 중성자를 감속시키지 않도록 냉각제만 사용하는데, 흔히 나트륨이 이용된다. 나트륨은 금속이지만 98도에서 액체로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액체 나트륨은 열전도율이 물보다 뛰어 나지만, 수분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한다. 콘크리트의 수분이나 공기 중의 수분과도 반응해 화재를 일으킨다. 세계의 고속로 중에서 나트륨의 누출로 인한 폭발 또는 화재 사고가 없었던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 폭발, 화재 사고를 막으려면 여러 가지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 때문에 고속로의 건설비는 더욱더 많아진다.

고속로 추진파는 나트륨이 흐르는 배관을 이중으로 하는 등 여러 안전 대책을 통해서 액체 나트륨을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액체 나트륨의 누출이 있더라도 실내의 대기가 질소로 가득 차 있다면 폭발, 화재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심 용융(melt down) 같은 사고가 나도 수동식 냉각 시스템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추진파의 주장을 뒤집는 현실의 사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95년 일본의 고속로 몬쥬의 화재 사고의 경우, 배관에 삽입되어 있는 온도계가 나트륨의 유속에 의해 파손되었고, 바로 이 부분을 통해서 나트륨이 누출되었다. 나트륨은 실내 바닥의 철판을 뚫고서 콘크리트에 포함된 수분과 접촉해 화재를 일으켰다. 경제성만 따져서 냉각제를 나트륨으로 사용하면서 생긴 전형적인 사고다.

핵발전소(경수로)는 150기압의 환경 때문에 배관 두께가 7센티미터 정도이나, 고속로 몬쥬의 1차 냉각 계통의 배관 두께는 겨우 1.1센티미터이다. 이렇게 두께가 엷은 만큼 내진성이 약하고 심지어 크레인 등의 작업 시의 충격으로도 파손이 되어 나트륨의 노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더구나 나트륨이 방사능을 받아서 강한 방사성 물질로 바뀌면 유지, 보수 작업에 지장을 초래한다. 보통의 나트륨23(Na23)이 방사성 물질인 나트륨24(Na24, 반감기 15시간)와 소량의 나트륨22(Na22, 반감기 2.5년)로 바뀌면 핵반응로(원자로)의 가동 정지한 후에도 1주일 정도는 사람의 접근이 곤란하다.

더구나 액체 나트륨은 불투명해서 이물질이 섞여도 발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기기의 개발도 필요해서, 보수에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예를 들면 2007년 5월에 실험로 죠요에서 금속핀 6개가 행방불명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재가동을 2015년으로 계획하고 있을 정도이다. 앞서 말했듯이, 몬쥬는 14년 5개월이 걸렸다.

또 고속로는 원자로 내의 핵 폭주로 노심 용융 사고에 이르기 쉽고, 최악의 경우에는 핵폭발도 일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추진파는 자연 냉각이 가능한 수동식 냉각 구조의 도입으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외부의 인위적인 공격 또는 자연재해로 배관의 파손이 일어나면 수동식 냉각 기능도 기대할 수 없다.

고속로에서는 노심 용융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증기 발생기의 전열관 파손 사고도 발생했지만, 여전히 안전성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고속로는 원래 플루토늄 생산로다!
플루토늄 생산로라는 고속로의 애초의 군사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고속로는 중성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원자로의 노심(爐心) 연료의 이외에도 열화 우라늄(주로 우라늄238(U238))으로 외측 연료로 바깥쪽을 둘러싼다(Blanket). 아래 그림처럼, 이 바깥에 둘러싼 열화 우라늄이 노심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고속 중성자를 흡수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구조다.

일본 몬쥬의 경우, 노심 연료로 5.9톤의 MOX 연료와 외측 연료로 17.5톤의 열화 우라늄(U238)을 장착한다. 1년 동안에 약 5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배출되는데 , 그 속에는 슈퍼 핵무기급의 원료인 순도 98퍼센트의 플루토늄이 약 92킬로그램 나온다. 고도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경우, 플루토늄 약 3킬로그램 전후로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다.
▲ 몬쥬의 노심 연료. ⓒ장정욱


상황이 이런 데도 고속로 추진파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때문에 플루토늄의 단독 추출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애서 개발하려는 고속로는 노심 바깥쪽을 둘러싸는 구조가 아닌, MA를 변환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어서 순도 높은 플루토늄의 생산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추진파의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심 바깥쪽의 구조 변경은 아주 간단하다. 또 노심의 연료 중에서도 제일 위쪽과 아래쪽의 부분은 노심 연료봉의 연장 개념으로 중성자의 영향이 적게 미치기 때문에, 짧은 조사 기간을 이용하면 핵무기 급의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고속로로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줄인다?
고속로 추진파는 고속로가 고준위 폐기물의 배출량을 줄이기 때문에, 최종 처리장의 면적을 줄이고 그 기산도 100분의 1로 줄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명백히 과장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의 직접 처분(23톤)에 비해서, 습식 재처리를 통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약 3분의 2(15톤) 그리고 고속로의 이용으로 약 3분의 1(9톤)까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재처리 및 고속로를 직접 설계, 활용하는 일본 정부의 이런 연구가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론적으로 핵종의 100퍼센트 변환이 가능하더라도, 원자로에서는 완벽한 조건을 구비하는 실험실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즉 추진파의 주장처럼 고속로를 통해서 장수명 핵종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설사 추진파의 주장처럼 모든 장수명 핵종의 수명이 수백 년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최종 처리장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인간이 안전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최종 처리장을 관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겨우 몇 백 년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위험 물질을 수백 년 이상 체계적으로 관리해본 경험이 없다.

설사 변환을 하더라도 부가적인 핵분열 생성물도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이 약점을 보완하고자 추진파는 핵분열 생성물의 백금족류(Ru, Rh, Pd), 희토류(Rare Earth), 테크네튬(Tc), 스토론튬(Sr) 등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분리 후에 각 핵종의 방사능이 법의 규제보다 낮아질 때까지의 비축 기간을 보면, Ru106(루테늄) 40년, Rh102(로듐) 80년 등으로 경제성을 찾아볼 수 없다.
ⓒ프레시안(손문상)


나가며
핵반응로(원자로)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한 장치였고, 또 그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재처리 방법이 개발되었다. 건식 재처리 방법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은,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가 고속로의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개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가 2012년 말 현재 1만2000톤이 넘고, 앞으로도 계속 증대할 것이므로 시급히 그 처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약 4년 전부터 북한의 핵실험 및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의식한 핵주권론자들이 국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핵 마피아도 핵연료 주기의 완성을 주장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 온 건식 재처리 방법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과, 핵반응로(원자로)로 소듐(나트륨) 냉각 고속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검증한 것처럼, 핵연료 주기의 완성으로, 자원의 효율성, 경제성, 환경 친화성, 안전성, 핵 비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핵 마피아의 주장에는 타당성 및 합리성의 근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현재까지의 주장도, 실제의 사용 후 핵연료에 의한 실험 결과가 아니라,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재료의 실험 결과이다.

플루토늄 생산이라는 핵연료 주기의 근본적인 군사적 성격을 제쳐 두더라도, 파이로-프로세싱과 나트륨 냉각 고속로를 선택한 이유를 놓고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개발 시에 여러 형태의 핵반응로가 연구되었지만, 핵잠수함의 엔진을 확대하여 만든 경수로가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토륨(Th) 자원은 우라늄 자원보다 많으며 지역적인 편재성도 없으며, 이를 이용하는 핵반응로는 안전성도 경수로보다 훨씬 우월하였지만 중지되었다. 그리고 경수로의 경우에도 소형로의 개념이 1970년대에 이미 나왔지만,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냉전 시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에 비효율적인 점, 2) 대형화로 이익의 확대를 추구하려는 원자력 산업계, 3) 경수로 지식만을 습득한 원자력공학자의 기득권 유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핵 마피아는 최근까지 조직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해서는 반대자 및 비판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편,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이상, 어느 누구도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정부를 비롯한 핵 마피아는 올해,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 시설에 대한 공론화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인 것 같다. 과거 부안 사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강한 탓인지, 핵발전소 내의 포화 상태가 임박한 점만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핵 발전의 확대라는 전제조건에서 모든 정책이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제2, 제3의 부안 사태가 재연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국민을 단순한 계몽 대상으로 간주하여 일방적인 과학 용어만을 나열하는 종래의 설명 방식은 이미 시대착오인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의 안전화는 시간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현재로서는 최대한 생태계에서 격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일시적인 방편으로써, 건식 저장의 중간 저장 시설이 선택되더라도, 자칫하면 핵발전소의 확대를 위한 기회를 주는 셈이 되기 쉽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핵 발전의 장단점에 대한 성실한 설명과 함께 이후의 원자력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전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최소 10만 년의 격리가 필요한 사용 후 핵연료를 계속 배출하는 핵발전소의 운명부터 결정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그 후에, 중간 저장 시설을 논의하는 것이, 사회적인 대립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한국에선 '슈퍼 을' IT 개발자, 미국 가니 연봉 1억!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2일자 기사 '한국에선 '슈퍼 을' IT 개발자, 미국 가니 연봉 1억!'을 퍼왔스니다.

너무나 다른 한미 IT 환경…"창조 경제? 개발자 처우부터 개선해야"


IT 개발자인 김장엽(41) 씨는 직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프로그래밍이 "너무 좋아서" 개발자의 길을 택했던 그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서 내 명령대로 컴퓨터가 작동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2002년 한국을 떠났다. 1998년 한국 IT 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지금은 8년째미국에서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닌다. 김 씨는 지금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일을 즐길 수 없었다고 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한국의 작은 SI(시스템 통합) 업체에 다녔던 그는 10일 (프레시안)과 만나 IT 업계 환경이 "처참했다"고 기억했다. 근로계약서를 쓴 기억이 없다. 야근 수당도, 출퇴근 관리시스템도 없었다. 일정은 촉박했고 새벽 1시, 2시까지 일하기가 부지기수였다.
(☞ 관련 기사 : ①'일의 노예'…한국의 IT 개발자가 사는 법, ②"사람 잡는 야근…폐 잘라낸 SI 개발자", ) 

'슈퍼 갑' 아래 '쥐어짜이는' 도급의 도급의 도급들

개발자들이 '쥐어짜이는' 배경 중 하나로 그는 IT 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문제를 꼽았다. 한국 IT 업계는 건축 업계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에서 위계 서열은 분명했다. '정'은 "주말도 없고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개발자"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갑'이 삼성SDI라고 하면, 삼성SDI에서 하도급을 주고 도급업체가 또 하도급을 줍니다. 갑은 직접 개발하는 건 없고 업체 관리만 하고요. 삼성SDS는 '슈퍼 갑'이죠. 그 정도 급의 대기업 과장들은 자기보다 열 살, 스무 살 많은 하도급 사장한테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막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청업체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마감 기간을 단축하고 인건비를 줄인다. 5명이 5개월에 마쳐야 할 프로젝트에 3명만 투입하는 식이다. 나머지 2명분의 일을 하기 위해 3명이 야근하는 구조다. 그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일하다 과로로 쓰러지는 바람에 두 명이 6개월에 해야 할 일을 혼자 5개월 만에 마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급 단계가 늘어날수록 개발자들 손에 들어오는 보수는 적어진다. 김 씨는 "항상 원청 관리자가 직접 작업 지시를 했지만, 연봉은 1800만 원대였고, 처음 들어갔을 때는월급이 60만 원대였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IT 개발 환경, 한국보다 낫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간 김 씨는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로 '개발자에 대한 처우'를 꼽았다. 단적으로 연봉이 다르다. 10년차 개발자인 그는 현재 연 9만3000달러(1억4860여만 원)를 받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작지 않은 차이다. 야근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는 "야근을 하면 반드시 수당이나 대체 휴일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IT 개발자는 선망받는 직업이다. 지난달 미국의 시사 매체인 (US뉴스 & 월드리포트)가 조사한 '최상의 직업' 10위 안에는 IT 관련 직업이 4개나 포함된다. 4위는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연봉 7만8770달러), 6위 데이터베이스 관리자(7만5190달러), 7위 소프트웨어 개발자(8만9280달러), 9위 웹 개발자(7만7990달러) 등이다.

가장 큰 문화적 차이로 그는 '합리적인 업무 관행'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꼽았다. 할 일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개발자와 회사가 협상을 통해 할 업무와 하지 않을 업무를 넣고 빼는 식이다. 계약서에 없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도급 구조도 정부의 큰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갑을'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동등한 파트너십은 하도급 관계에서도 유지된다.

"한국에서 이틀이면 끝나는 일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먼저 발주처가 얼마나 걸릴 것 같은지 을사에 물어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주일 걸린다고 답하고요. 이틀 걸릴 것을 일주일에 하니까 당연히 만들어 놓고도 오류가 있는지 계속 테스트를 많이 하게 됩니다. 코드도 깔끔하게 쓰니 질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죠.

한국이었다면 을사가 '일주일'을 부를 권한 자체가 없습니다. 갑사가 정하는 시간 안에 원하는 것을 무조건 다 해야 하죠. 그리고 미국은 발주처가 중간에 수정을 요청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더 지불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상상도 못해요. 고소의 천국이라 그런지 미국은 법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요."


창조 경제? 소프트웨어 질은 '개발자 처우'와 무관한가?

새 정부의 '창조 경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개발자 처우가 좋다면 인재들이 모여들고 더 질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김 씨는 "한국에도 개발하는 사람이 좋은 조건에서 일해야 결과물이 잘 나온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느긋함'이 품질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살인적 야근에 폐 잘라낸 개발자…창조 경제는 어디에?)

"소프트웨어는 개발자의 자율이 중요하거든요. 창작 작업이에요. 고민해도 안 되던 문제의 해결 방법이 아침에 갑자기 생각날 때도 있어요. 미국은 한국보다 느긋한 편이에요. 감시나 압박을 받는 느낌이 없습니다. 나이나 서열을 따지지도 않는 편이고요. 

반대로 한국에서는 압박하는 문화가 강했어요. 사장이 자꾸 '내일까지 되느냐'고 물어요. 그런데 IT는 건축과는 다르거든요. 건축은 층을 올리면 언제 끝날지가 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경과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장이 '얼마만큼 됐느냐, 1층은 지었느냐'고 물어보면 대화가 안 되죠."
▲ 창조 경제의 개념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물론 미국이 IT 개발자의 천국은 아니다. 김 씨는 "미국도 대기업은 위계 서열이 심하고, 직원들끼리 정치가 심하다"고 말했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고 이직이 잦은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실업급여를 최대 2년까지 받을 수 있고 이직할 때마다 연봉을 올려 받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확실한 건 한국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나 업무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개발자가 권한이 많은 만큼 책임도 많지만, 한국 개발자들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어요. 한국은 소프트웨어의 질에 대한 인식이 낮아요. 동작만 하면 된다는 식이에요. 미국은 코드의 질까지 고려합니다. 다른 개발자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써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유지 보수가 쉬워야 합니다."

김 씨는 잘 작동하기만 한다고 해서 소프트웨어의 질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용자 관점'에서는 잘 작동하는 게 중요하지만, 개발자 관점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중요하다고 했다. 컴퓨터의 외관이 깨끗하다고 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부품이 좋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쥐어짜면 오류가 나오기 쉬워요. 버그가 많아지죠. 이용자 관점에서는 버그 문제가 생기지만, 전문가 관점에서는 그 코드를 본 사람이 이해를 못 해요. 날림 공사를 한 것이죠. 쉽게 설명하면 설계 도면과 실제 집이 달라져요. 도면에 수도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땅 파보니 가스관이 나오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버그가 났는데 코드를 이해 못해서 버그를 못 고치는 경우도 있거든요." 
IT 개발자 "나이 40대, 이미 한계 상황까지 왔다"

김 씨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IT 업계의 열악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2010년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IT노조)의 실태 조사를 보면, IT 노동자들은 평균 주당 61.7시간, 연간 3000시간씩 일한다. OECD 평균(1768시간)에 비해 1232시간 더 많다.

고용 불안도 문제다. 한국에서 1999년부터 SI(시스템 통합) 개발자로 일해 온 조 아무개(41) 씨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회사에 있어봤자 고용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리랜서는 정규직보다 월급을 150% 정도 더 받는다. 그의 연봉은 4000만 원이다.

이전 직장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가 사라져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랜서가 된 조 씨는 "나중에 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IT 개발자의 평균 수명이 30대 후반인 탓이다. 그는 "할 수만 있으면 이 일에 오래 종사하고 싶지만, 40대 내 나이대 개발자들이 거의 없다"며 "이미 한계 상황까지 왔다"고 자조했다.

김 씨는 짧은 개발자 수명이 소프트웨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한국은 연공서열로 인해 40세면 관리자로 빠지기 때문에 노하우나 지식이 새로 온 개발자들에게 전수가 안 된다"며 "아래 개발자들은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가 다니는 미국 회사에서 새로 뽑은 개발자가 50세가 넘었습니다. 치프 아키텍트(chief architect)는 손자까지 있으신 분인데, 60세가 넘어서까지 아직도 코딩을 합니다. 60세가 넘은 개발자에게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6, 7년차와 30년 동안 코딩한 사람하고 (실력이) 다르죠."

김 씨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씨는 "나이 때문에 한국에서 내가 개발자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IT 개발자에게 '미래'가 있을까. "창조 경제는 사람이 핵심"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땅의 수많은 IT 개발자들이 묻는 질문이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