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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2일 수요일

북한 핵무기 40~50개, 그 가공할 시나리오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1일자 기사 '북한 핵무기 40~50개, 그 가공할 시나리오는?'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북핵이야기](19) 박근혜-오바마, 2016년을 생각해보라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공조기간은 미국의 대선이 예정된 2016년까지이다. 그런데 조속히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가공할 만한 시나리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핵 억제력"을 늘려갈 경우 2016년까지 40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이러한 추정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초 북한은 불능화되었던 5메가와트 실험용 흑연감속로를 복구해 재가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북한은 핵무기 1~2개 분량에 해당하는 8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을 매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영변에 있는 현대식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가동하면 매년 40킬로그램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핵무기 2개 분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바로 완공을 눈앞에 둔 30메가와트급 실험용 경수로이다. (38 노스)가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의 최근 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 이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이 원자로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도 가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이 경수로를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할 경우 2016년까지 16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3년 4월, 북한은 흑연감속로의 재가동을 선언했다. ⓒ 뉴시스

또 하나의 복병도 있다. 북한이 제2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만약 그렇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약 2000개의 원심분리기로 가동되는 비밀 시설로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면 매년 2개 정도를, 저농축 우라늄을 30메가와트 경수로 연료로 사용해 플루토늄을 만들면 매년 5~6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정을 토대로 ISIS는 북한이 2016년까지 최대 48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30메가와트 경수로에 매력 느낄 듯

우라늄 농축 시설과 30메가와트 경수로 사이의 관계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북한이 농축 프로그램을 고농축 우라늄 생산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농축 프로그램을 경수로 연료 제공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첫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고농축 우라늄만 생산하면 30메가와트 경수로를 가동시킬 연료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시나리오도 고성능 핵폭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농축 프로그램의 일부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하면서 경수로 연료 생산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전력난 해소용으로 경수로 운영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0메가와트 경수로 자체적으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경수로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더 큰 규모의 경수로 건설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둘째는 경수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3~5퍼센트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경수로 가동 후 나온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는 있지만 그 농도가 70% 정도여서 무기급인 90% 이상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경수로에 사용할 저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10% 수준으로 높이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전력난도 일부 해결하고 "핵 억제력"도 증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경수로 가동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그 방도 가운데 하나를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발전시키고 경수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시간은 한미동맹의 편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북한은 공개된 핵 시설만으로도 2016년까지 약 40개를, 여기에 비밀 농축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약 5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퇴임 직전에 경고했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시점도 2015~16년이다. 만약 북한이 40~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는, 이 가운데 일부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먼저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어느 일방에 의한 의도적인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하더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 및 확전의 위험성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이 증강될수록 그 위력을 믿고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는 군사 모험주의적 행태를 지속하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능동적 억제'를 공식화한 상태이다. 핵심 골자는 북한의 도발 시 "현장 지휘관이 먼저 조치를 취하고 나중에 보고하라",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확전불사론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시 선제타격까지 검토하고 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화재로 이어지는 봄철 산불처럼 한반도 정세는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은 핵 위협을 동원해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오키나와와 괌, 더 나아가 하와이와 미국 본토까지 다다르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경우 이러한 가정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모험주의, 남한의 '능동적 억제', 미국의 '확장 억제'가 악순환을 형성하면 한반도는 정전체제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열전(熱戰)의 위험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력이 질량적으로 강화될수록 한국의 핵무장론도 커지게 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민의 60~70%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보유량이 40~50개로 늘어나면 남한의 핵무장론도 동반 상승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또 다시 북한의 위협과 한국의 핵무장론을 '이중 억제'하고자 핵 투발수단을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는 더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도 2013년 봄에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유지의 한 축이 북한-남한-일본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 현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현상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북한발 핵확산의 우려도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은 경제적 목적이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든, 이란 등 다른 나라에 핵을 수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량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북한과 이란이 2012년 9월 '과학협력협정'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이 협정에는 "양국은 전문성을 교환"하고, "과학 연구 장비를 함께 사용"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리아와 2002년에 과학협력협정을 맺고 시리아에 원전 제공을 시도했다는 전례를 들어, 북한-이란 협정이 핵과 미사일 협력 강화의 전주곡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은 6자회담 합의를 통해 핵을 외부에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6자회담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상태이다. 또한 2013년 4월 1일에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제정하면서 "핵무기나 그 기술, 무기급 핵물질이 비법적으로 루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담보하기 위한 보관관리체계와 질서를 세운다"고발표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비법적으로"라는 표현이다. 양자 협정을 체결한 이란과의 핵ㆍ미사일 거래는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염두에 둔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 거래를 구체적으로 포착할 경우 북한이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곤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위험한 시나리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의 딜레마도 커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 수출이 포착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핵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한반도, 그런데도 인내를?

지난 5월 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한미동맹의 대북정책은 '봉쇄'의 성격이 짙다. 외교적으로는 까다로운 대화 조건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고립화시키고, 경제적으로는 다양한 수준의 제재를 총동원하고, 군사적으로는 억제와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한 대북 압박은 중국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러한 봉쇄 위주의 정책은 그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현상유지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가 과연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봉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북한의 핵 능력은 강화될 것이고, 북한은 '게임 체인저'가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전체제를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현상유지 체제는 불안정성은 가중되는 반면에 지속가능성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장기간의 현상유지를 염두에 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이와 흡사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한다. 재검토의 핵심은 평화적인 현상 변경, 즉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면서 북핵 문제를 여기에 녹여낼 수 있는 능동적인 태도이어야 한다. 시간은 결코 한미동맹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윤창중 성추행에 가려진 MD 편입 의혹, 진실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4일자 기사 '윤창중 성추행에 가려진 MD 편입 의혹, 진실은?'을 퍼왔습니다.
[정욱식 칼럼] MD 편입의 대안은 대북 협상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마저 묻히고 있다. 바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의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MD 편입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들여온다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북관계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에 미치는 파장, 한국의 경제적 부담, 한미동맹의 종속성 심화 등 다방면에 걸쳐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5월 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안보동맹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방어체제(M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군의 공동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문에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됐다. 한미 양국 사이에 상당한 물밑 대화와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나오고 힘든 내용들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주한미군과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공유, 가용자산 운용 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면서 "우리 군은 하층 방어 위주의 한국적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층' 위주로 짜여진 KAMD와 '다층' 방어체계로 구성된 미국 MD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MD 참여 기준으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을 꼽았다. 한국은 이들 세 가지 가운데 단 하나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거나 편입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자의적인 잣대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은 대단히 자의적인 것들이다. 우선 GBI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미사일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영토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배치된 사례 자체가 없다. GBI 기지 제공 여부를 MD 참여 기준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한 X-밴드 레이더 설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MD 체계에 한국이 레이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는 하층체계뿐만 아니라 상층방어체계에서도 미국에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있는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미 해군=뉴시스

일본 북부에 이어 남부에도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하기로 한 미국은 한국의 기여 방안으로 한국형 이지스함에 탑재된 최신형 레이더 SPY-1D(V)에서 수집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26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미국은 지역 MD의 요체로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삼고 있다. 그리고 이지스함을 보유한 한-미-일을 연결하고 싶어한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달 말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넘어 "지금이 바로 미국-일본-한국이 군사 자원을 한데 묶어 3자 MD 체제를 구축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 발사 탐지-추적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한 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MD 참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정도의 협력 국가는 일본이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부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MD 공동연구 역시 그것을 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비용 지불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명박 정부 임기 초기부터 미국과 MD 공동연구를 해왔다. 더구나 미국은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전술 레이더 기지, 그리고 MD 작전 사령부를 한국에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 해상 MD 훈련도 실시해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대화가 멀어질수록 MD 편입은 가속화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과의 대화는 더욱 멀어지고 남한의 MD 편입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국은 MD 구상에 있어서 북한을 최대 구실로, 남한을 우선적인 포섭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악연을 끊어야 할 남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는 서로 삿대질하면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MD와 한국의 국익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총알로 총알 맞추기'에 비유될 정도로 MD는 근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MD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동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미국의 속삭임과는 정반대로 북한은 더 많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MD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MD가 미국의 선제공격 첨병 역할을 해온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군산복합체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겠지만 납세자들에게는 '돈 먹는 하마'이다. 무엇보다도 MD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동북아 평화협력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 미국 주도의 MD가 결국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MD의 늪에 더 깊숙이 빠져들기 전에 과감하고도 치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북한과의 대화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할수록 국익에 반하는 MD 편입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3년 5월 7일 화요일

세계 최대 원폭 피해국인 일본과 한국이 빠진 이유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06일자 기사 '세계 최대 원폭 피해국인 일본과 한국이 빠진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NPT 회의 참여기](下) NPT 준비회의 결산


핵확산금지조약(NPT) 준비회의가 4월 22일부터 5월 3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개막됐다. 2015년 뉴욕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 회의는 핵문제를 둘러싼 지구촌의 갑론을박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이 회의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 '북한과 NPT'(☞바로가기)에 이어 준비회의를 총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 2003년 1월 11일 평양에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지지 100만명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북한은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같은해 6월 미국과 고위급회담 이후 탈퇴를 보류했다. 그러나 2002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하고 공식 탈퇴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970년에 발효되어 1995년 무기한 연장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가장 희한한 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표적으로 성공한 군축 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회원국이 189개국에 달하는데, 이는 네 나라를 제외한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핵보유국은 북한을 포함하더라도 9개국인데, 그나마 이 정도로 묶어둘 수 있었던 것도 NPT에 힘입는 바가 크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비확산'에 초점을 맞춘 조약이다. 이 조약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한 미국, 소련(이후에는 러시아), 중국영국프랑스의 핵무기 보유는 인정하면서 핵폐기 의무를 '선의(good faith)'에 맡겨 버렸다. 반면 비핵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금지는 의무사항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NPT를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일컫는 까닭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물무기금지협약, 화학무기금지협약, 대인지뢰금지협약, 집속탄금지협약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군축 조약은 해당 무기의 사용 및 실험을 금지하고 폐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NPT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다. 조약에 따르면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사용해도, 핵실험을 해도,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생산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보완책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핵보유국들 내의 이견과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이다.

아직도 높은 경계 태세?

2015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본회의를 앞두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106개국 정부 대표와 53개의 NGO 관계자 및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차 준비회의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5월 3일 회의 결과를 담은 요약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는데, 요약문에는 핵보유국들의 핵 독트린, 투명성의 부족, 핵 신고의 표준 제정, 핵보유국들의 핵폐기 의무 소홀 등이 두루 담겼다.

특히 요약문에서는 "많은 나라들은 많은 핵무기들이 여전히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발적인 핵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미사일 발사 태세를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핵무기와 운반수단, 그리고 관련 인프라가 계속 현대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꾸준히 핵무기 감축에 나서왔다며 문제는 자신들이 아니라 NPT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북한과 NPT 회원국이면서 조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4월 29일에는 이집트 대표단이 NPT 회의에서 1995년에 합의된 '중동 비핵지대 창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철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동 비핵지대 창설은 아랍 국가들을 비롯한 상당수 비핵국가들이 1995년 NPT 무기한 연장의 핵심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안이었다. 또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핵문제 논의를 기피해온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 구상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어? 일본과 한국이 없네

이번 NPT 준비회의 내내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핵무기의 비인도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의 중반인 4월 24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안과 77개국 정부의 연명으로 '핵무기의 인도적 영향(humanitarian impact of nuclear weapons)에 관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공동성명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핵무기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제사회는 핵무기가 또 다시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폐막일에 발표된 요약문에도 이 부분은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핵폭발에 의한 결과는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에도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추가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인 일본 정부가 공동성명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남아공을 비롯한 공동성명 제안국들은 일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적극적은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표단은 "어떠한 환경에서도(under any circumstances)"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명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표단은 "일본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핵폭발의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일본이 처한 안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시장, 그리고 일본 NGO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가즈미 마쓰이 히로시마 시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공동성명은 히로시마의 염원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고 개탄했다. 토미히사 타유 나가사키 시장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태도는 "원폭피해자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든 것이자 핵폐기를 위해 노력해온 많은 나라들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 NPT 준비회의 참석자들 ⓒ피스데포


한편 일본 NGO 대표단과 원폭피해자들, 그리고 국제단체 인사들은 4월 26일 저녁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일본 대표부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행진에 앞서 일본 피스보트 공동대표인 가와사키 아키라는 "일본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 약화를 우려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일 피폭국으로서 핵무기의 비인도성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할 일본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한국 정부 역시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폭피해자가 있는 한국 역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의 약화를 우려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을 그 근거로 들고 있지만, 두 나라는 북한의 핵보유 이전에도 핵무기 사용 금지 조약이나 핵무기 폐기 협약 논의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한편 NPT 회의는 내년 3차 준비회의를 거쳐 2015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가 열린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최초의 국가인 북한의 복귀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의 현실에서 '평화체제 없는 비핵화는 맹목이고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3년 5월 3일 금요일

미국 '탄도미사일 실험' 예고…다시 고조되는 긴장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02일자 기사 '미국 '탄도미사일 실험' 예고…다시 고조되는 긴장'을 퍼왔습니다.

[기고] 미국, 살얼음판에 돌 던지지 말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질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달 연기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실험을 이달 중 실시할 예정이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보도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가 "이번 실험은 미사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닌 만큼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3월에 B-52와 B-2 전폭기, 그리고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보내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ICBM 시험 발사까지 강행하면, 핵잠수함-전폭기-ICBM으로 구성된 전략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모두 과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2~4월 위기 국면을 딛고 냉각기를 거치려고 하는 한반도 정세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언행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맞대응을 선택해온 북한이 미국의 희망처럼 "오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북한은 4월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는 잠시 연기하였다고 하나 그것도 5월에는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단 두고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ICBM를 발사하면 북한도 유보했던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2010년 10월 10일,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연합뉴스


불안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미국의 ICBM 발사→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대북 대응→북한의 4차 핵실험→한반도 위기 다시 고조.

미국은 성능 확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수없이 많은 시험 발사를 통해 '미니트맨-3' 450기를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어 북한도 ICBM을 이용한 타격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은 당초 4월로 예정되었던 시험 발사를 연기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이번 ICBM 실험이 혹자들에 의해 우리가 북한과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러한 오해와 조작을 피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ICBM 발사를 강행하려 한다. 북한이 그 사이에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ICBM 발사를 또 다른 도발적 언행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미국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음모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한-미-일 3자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이를 위한 한일 군사정보호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한 더없이 좋은환경 조성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특히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이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자신이 ICBM 발사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해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해 또다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면 그 책임을 미국에 묻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또한 한-미-일 3자 MD와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도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미국의 압력에 의해 박근혜 정부가 이를 추진했다가는 한국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여름에 치렀던 홍역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당연히 미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이미 충분히 공개적인 방식으로 근육질을 과시했다. 또다시 ICBM까지 동원해 근육질을 선보인다면, 이는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하여 미국이 태평양 상공으로 보내야 하는 것은 ICBM이 아니다. 북한에 분명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미국 특사를 태운 비행기를 평양에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한 배려이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가장 부합하는 방법이다.


/정욱식 평화
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 미국의 환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2일자 기사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 미국의 환상!'을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북핵이야기] 중국 역할론의 허와 실(上)


오늘날 북핵 문제는 1960년대 중국 핵문제와 여러모로 닮았다. 북한이 핵무장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일방주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마오쩌둥(毛澤東)도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때 비로소 전쟁광(미국)이 우리의 정당하고 이성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소련은 원자탄을 갖고 있다. 그것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두려워한다는 점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두려워하는가?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자탄과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타이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 동기에는 중국에 대한 불만과 견제 심리도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소련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 온전한 주권 행사가 어렵다고 봤다.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자주의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치켜세우듯이 중국 역시 양탄일성 덕분에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사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기아를 환기시켜왔다. 이는 1964년 10월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 존슨 대통령이 "중국 인민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 중국 정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었다.
▲ 북한 김정은(왼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오늘날 북핵 문제는 1960년대 중국 핵문제와 여러모로 닮았다. 북한이 핵무장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일방주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마오쩌둥(毛澤東)도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때 비로소 전쟁광(미국)이 우리의 정당하고 이성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소련은 원자탄을 갖고 있다. 그것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두려워한다는 점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두려워하는가?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자탄과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타이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 동기에는 중국에 대한 불만과 견제 심리도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소련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 온전한 주권 행사가 어렵다고 봤다.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자주의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치켜세우듯이 중국 역시 양탄일성 덕분에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사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기아를 환기시켜왔다. 이는 1964년 10월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 존슨 대통령이 "중국 인민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 중국 정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었다.
이번에는 다를까?
2기 들어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역할론'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3월 15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계속 참아왔지만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태도가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중국이 다시 계산하고 '이제 손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호전적 자세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4월 17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선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중국이 없다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해왔다고 생각한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AP=뉴시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중국은 북한에 연료의 4분의 3을 제공하고 중요한 금융 연결고리이며 식량을 제공한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는 케리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면서 60년대 케네디 행정부가 서독 핵문제라는 미끼를 던져 소련을 설득하려고 했듯이, 오바마 행정부는 MD라는 미끼를 던져 중국을 압박하고 설득하려고 한다.

오바마는 '채찍'부터 먼저 들었다. 중국이 2012년 12월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주저하자 중국의 핵심적인 우려를 자극해보자며 MD 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를 두고 2012년 12월 13일 자 (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 불편한 선택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 2기 때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MD 구축을 가속화하면 중국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미국이 3~4월에 MD 기능을 장착한 이지스함 2척 동아시아로 급파, 미국 서부 해안에 14기의 요격미사일 및 괌에 고고도방어체제(THAAD) 배치 결정 등 북한위협을 이유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의 불만도 커졌다. 그러자 케리 장관은 중국에 당근을 제시했다. 중국의 역할에 힘입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MD를 증강해야 할 논리적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의 '중국역할론'은 짝사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단 미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위성)이 '자주의 무기'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자주권'을 가장 중시하는 한, 중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 동참은 북한의 언행을 순화시키기보다는 더욱 거칠게 만든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규탄 성명이나 제재 결의에 동참할 때마다 핵실험으로 응수해왔다. 더구나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 2087호를 채택하자 북한은 "잘못되였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렬한 처사"라며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