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기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기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영훈학원 ‘꼼수’… 수익용 기본재산 미신고 지적 받자 ‘기부’로 둔갑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22일자 기사 '영훈학원 ‘꼼수’… 수익용 기본재산 미신고 지적 받자 ‘기부’로 둔갑'을 퍼왔습니다.

부정입학 의혹으로 서울시교육청의 특정감사를 받고 있는 영훈학원이 2004년 아파트 3채를 구입해 8년간 월세를 받으면서도 서울시교육청에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법인의 실정을 잘 아는 ㄱ씨는 21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영훈학원은 2004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아파트 3채를 구입해 민간인에게 임대해주면서 1채당 보증금 5000만원을 포함해 월세 70여만원을 꾸준히 받았다”며 “하지만 교육청에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입한 아파트는 85㎡ 두 채와 60㎡ 한 채로, 모두 합쳐 현재 12억원가량을 호가하고 있다.

ㄱ씨는 “당시 아파트 구입 자금은 영훈초등학교 학교운영비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아파트 임대 수입은 영훈초등학교가 아니라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이 문제를 학교 측에 자세히 묻지 않은 것 같다”며 “양심까지 속이면서 살고 싶지 않아 이런 사실을 말하게 됐다”고 했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영훈학원은 2011년 국세청 조사에서 이 사실이 지적됐다”며 “당시 황급히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하면서 독지가가 기부한 것처럼 둔갑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학교가 재산을 산 다음에 어느 순간 법인에 귀속시키고 수익을 챙기는 방법은 사학비리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영훈학원 측은 서울시교육청에 ‘아파트를 외국인 강사들에게 임대해주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이동흡, 매년 천여만원씩 어디다 기부했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7일자 기사 '이동흡, 매년 천여만원씩 어디다 기부했을까?'를 퍼왔습니다.
사법연수원 교재를 자신의 저서로 기재 “허위기재·허위증언 의혹”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매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내고도 국회에 제출한 기부내역서엔 수십만 원의 내역만 밝혀 뭔가 숨겨야 할 기부 내역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자신이 저술한 저서 목록에 사법연수원 교재를 기재해 허위경력 기재 의혹도 제기됐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17일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기간인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700만~8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냈지만, 기부내역에는 정작 연 36만 원에 해당하는 항목만 기재해 소명되지 않은 금액에 의혹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이 후보자의 근로소득원천징수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07년 703만4790원, 2008년 781만638원, 2009년엔 1000만 원이 넘는 1136만7960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2010년에는 896만5363원, 2011년에는 874만9440원, 지난해엔 644만1718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자료에 적혀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헌법재판관 재임 기간 동안 기부활동 내역을 밝히라는 인사특위의 요구에 대해 2006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낙산사 복지재단에 월 3만 원을 후원, 지난해 9월부터 흥천사에 월 3만원, 2013년 1월부터 지장선원 복지재단에 월 2만원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를 모두 합쳐봐도 이 후보자가 기부한 금액은 1년에 최대 36만 원에 불과하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CBS노컷뉴스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했거나, 기부금 후원처를 밝히기 곤란하기 때문인 것은 아닌가 의혹이 인다”며 “헌재 재판관 재임기간인 6년 동안 6억 원 이상 예금이 늘어났던 이 후보자가 해마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부금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자는 자신이 저술했다고 보기 힘든 저서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7일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및 임명동의 요청사유서’에 기재된 저서 항목에는 “저술활동 중 헌법관련 저서로는 (헌법소송),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 등이 있음”으로 돼 있으며, 저서·논문 등을 제출하라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요구에도 “(헌법소송)(사법연수원·2001), (주석 행정소송법)(공저), (주석 민사소송법)(공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2011)”을 적어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헌법소송’이라는 사법연수원에서 저술하였다는 교과서는 혼자 지은 것이냐, 공저이냐”는 주호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혼자 지었다”, “그래서 한 10년…처음에는 얇았는데 계속 두꺼워져서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한 기간이 1993년 9월부터 1995년 2월까지로, ‘헌법소송’ 저술 시기인 2001년 보다 한 참 전”이라며 “과연 이 후보자가 이 책을 저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인 ‘헌법소송’에 대해 한 변호사의 말을 들어 “사법연수원 교재는 보통 여러 교수들의 공동연구로 집필되고 매년 가필되기 때문에 누구의 저서라고 할 수 없다”며 “이 후보자가 초판 발행 당시의 책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경력에 대해 허위로 답변한 것도 모자라 헌재소장 임명동의 요청사유서, 인사청문특위 요구자료에 대한 답변에까지 허위경력을 기재했다”며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의 해명과 답변을 언론에 전달하고 있는 김정원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현재 이 후보자가 답변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이동흡, 매년 천여만원씩 어디다 기부했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7일자 기사 '이동흡, 매년 천여만원씩 어디다 기부했을까?'를 퍼왔습니다.
사법연수원 교재를 자신의 저서로 기재 “허위기재·허위증언 의혹”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매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내고도 국회에 제출한 기부내역서엔 수십만 원의 내역만 밝혀 뭔가 숨겨야 할 기부 내역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자신이 저술한 저서 목록에 사법연수원 교재를 기재해 허위경력 기재 의혹도 제기됐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17일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기간인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700만~8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냈지만, 기부내역에는 정작 연 36만 원에 해당하는 항목만 기재해 소명되지 않은 금액에 의혹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이 후보자의 근로소득원천징수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07년 703만4790원, 2008년 781만638원, 2009년엔 1000만 원이 넘는 1136만7960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2010년에는 896만5363원, 2011년에는 874만9440원, 지난해엔 644만1718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자료에 적혀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헌법재판관 재임 기간 동안 기부활동 내역을 밝히라는 인사특위의 요구에 대해 2006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낙산사 복지재단에 월 3만 원을 후원, 지난해 9월부터 흥천사에 월 3만원, 2013년 1월부터 지장선원 복지재단에 월 2만원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를 모두 합쳐봐도 이 후보자가 기부한 금액은 1년에 최대 36만 원에 불과하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CBS노컷뉴스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했거나, 기부금 후원처를 밝히기 곤란하기 때문인 것은 아닌가 의혹이 인다”며 “헌재 재판관 재임기간인 6년 동안 6억 원 이상 예금이 늘어났던 이 후보자가 해마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부금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자는 자신이 저술했다고 보기 힘든 저서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7일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및 임명동의 요청사유서’에 기재된 저서 항목에는 “저술활동 중 헌법관련 저서로는 (헌법소송),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 등이 있음”으로 돼 있으며, 저서·논문 등을 제출하라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요구에도 “(헌법소송)(사법연수원·2001), (주석 행정소송법)(공저), (주석 민사소송법)(공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2011)”을 적어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헌법소송’이라는 사법연수원에서 저술하였다는 교과서는 혼자 지은 것이냐, 공저이냐”는 주호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혼자 지었다”, “그래서 한 10년…처음에는 얇았는데 계속 두꺼워져서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한 기간이 1993년 9월부터 1995년 2월까지로, ‘헌법소송’ 저술 시기인 2001년 보다 한 참 전”이라며 “과연 이 후보자가 이 책을 저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인 ‘헌법소송’에 대해 한 변호사의 말을 들어 “사법연수원 교재는 보통 여러 교수들의 공동연구로 집필되고 매년 가필되기 때문에 누구의 저서라고 할 수 없다”며 “이 후보자가 초판 발행 당시의 책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경력에 대해 허위로 답변한 것도 모자라 헌재소장 임명동의 요청사유서, 인사청문특위 요구자료에 대한 답변에까지 허위경력을 기재했다”며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의 해명과 답변을 언론에 전달하고 있는 김정원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현재 이 후보자가 답변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30호 기사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애플이 법이다- 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애플


모바일 혁명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지금 세상은 한입 베어문 사과로 상징되는 애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애플은 불과 5개의 제품(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북·맥PC)으로 세상을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이 연 1천억달러를 넘고, 순이익률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여기에 머문다면 그것은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외신들은 애플을 곧잘 중국의 공산당에 비유한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찬사 뒤에는 비밀주의, 소비자와의 불통, 노동권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면서 충전 단자를 30핀에서 8핀으로 바꿨다. 외신들은 일제히 소비자 이익과 환경 보호에 반하는 것은 물론 어떤 기술적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역사상 폐쇄성은 결코 개방성을 이기지 못했다. 애플 스스로 매킨토시(폐쇄)와 IBM PC(개방)의 경쟁에서 이미 쓴맛을 보지 않았던가. _편집자

매출 수조원 올리면서 고용·기부 등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AS도 최하위권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추정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직원은 8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AS도 국내 기업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 고객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고용창출·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당수 국내 소비자에게 소통이 없는 기업,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이 오늘날 애플의 현주소다.

김연기 부편집장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빠졌다. 애플은 지난 9월13일(한국시각) 아이폰5 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한국을 1·2차 출시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9월21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1차 출시국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홍콩·싱가포르 9개국이다. 이보다 일주일 늦은 2차 출시국에는 벨기에·핀란드·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북미와 주요 유럽 국가 등 거대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싱가포르 등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도 한국은 밀렸다.
이번만이 아니다. 애플은 여태껏 제품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늘 한국을 1·2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아이폰3GS는 2009년 6월 발표 뒤 한국 출시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이폰4는 3개월, 아이폰4S도 한 달 늦게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 쪽은 "한국 정부의 전파기기 인증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외 전파기기가 국내에 들어오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 정도면 마무리되는 형식적 절차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주일 정도 걸렸지만 최근에는 5~6일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최소 일주일 전에만 먼저 들여와 인증 절차를 밟아도 출시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한국 소비자 홀대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는 애플이 운영하는 직영 매장 애플스토어가 1곳도 없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30곳이 넘는 애플스토어를 새로 열었다. 현재 전세계의 애플스토어는 300개를 훌쩍 넘는다. 이웃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2곳이 개설됐다. 애플은 몇 년 안에 중국 내 매장을 25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애플이 직접 실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도 애플스토어 내 고객상담센터인 지니어스바(Genius Bar)를 통해 이뤄진다.

애플 마케팅 부사장인 필립 실러가 지난 9월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5 발표회에서 1차 출시국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1·2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졌다(왼쪽). 한 남성이 서울 역삼동 애플코리아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신화 / 한겨레 박승화

소비자 불만 키우는 일방적 AS 정책

애플스토어 설치는 국내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애플의 부실 AS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10월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애플의 파렐 파하우디 시니어 디렉터가 AS 정책 개선을 위해 강조한 것도 애플스토어 설치였다. 당시 파하우디 디렉터는 "소비자의 불편은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애플의 이렇다 할 진전된 움직임은 없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직영점을 내기 위해선 수익성, 입지 등 여러 기준이 맞아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해 애플스토어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S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11년 1~9월 스마트폰 소비자 피해 구제 현황'을 살펴보면 애플의 피해 구제율은 48.4%로 6개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애플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10명 가운데 5명 정도만이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71.2%로 피해 구제율이 가장 높았고, LG전자가 63.2%로 뒤를 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애플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북 등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소형 전자기기에 대해 구입 뒤 1개월 안에 결함이 생기면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리퍼 상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리퍼 상품은 불량이 발견된 제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재정비(수리 및 교체)해 다시 내놓은 제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을 그대로 폐기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인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리퍼 상품은 사실상 중고 제품에 가깝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시행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 AS 기준은 정착되지 않고 있다.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내에서는 AS를 받으려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를 통해야 한다. APR는 현지 기업이 애플의 승인을 얻어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유통점을 말한다. 국내에선 프리스비·에이샵·컨시어지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APR 매장 10곳을 대상으로 새 AS 기준 반영 여부를 확인해보니, 절반이 넘는 5곳에서 새 AS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애플코리아 쪽은 "본사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APR 브랜드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본사가 대리점에 정책 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바일 콘텐츠 장터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한국 소비자는 차별을 받는다. 지난해 국내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앱스토어에서는 원화 결제가 불가능해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달러 결제인 만큼 환차손 위험이 뒤따르고 해외 결제 수수료도 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원화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애플이 금융 당국의 전자결제대행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시스템 운영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뒤집어써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제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해당 앱 업체나 신용카드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청구 절차 탓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렐 파하우디 애플 애프터서비스(AS) 시니어 디렉터(왼쪽)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아이폰 부실 AS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 본사만 아는 아이폰 국내 매출

이처럼 한국 소비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애플은 해마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가 설립된 때는 1998년. 애초 주식회사로 출발한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005년 448억원, 2008년 1486억원, 2009년 178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0 회계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2009년에 견줘 10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10년 실적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출시 직전인 2009년 8월 주주총회를 거쳐 유한회사로 탈바꿈해서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유한회사는 상법상 재무제표 공개나 회계 감사 등의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실적이 대폭 호전되기 직전에 유한회사로 바꿔 주변의 감시를 피해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주식회사 당시에는 주된 사업 영역이 컴퓨터 판매였기 때문에 사명도 애플컴퓨터코리아였다. 하지만 이후 사업 영역이 컴퓨터에서 아이폰으로 옮겨가면서 사명도 바꾸고 기업 형태도 달리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애플코리아의 실적은 애플 본사만이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내에서 애플 제품은 얼마나 팔렸을까.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은 약 250만 대가 팔렸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방통위에 제출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4S 32GB의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16GB 모델은 67만8600원, 64GB 모델은 94만2600원이다. 세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전체 판매 대수에 이 가격을 단순 곱하면 애플은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으로만 2조원 넘게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아이패드도 50만 대 이상 팔려 전체 매출 규모는 2조7천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애플이 이처럼 기업 형태를 바꿔가면서까지 기업 정보를 감추려는 것은 애플의 비밀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밀주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일관된 특징이지만 애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경제전문지 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가 쓴 책 을 보면, 애플 본사에서는 신제품 회의 때 반드시 창문이 없는 방을 사용한다. 또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입사원에게 몇 달이든 가짜 프로젝트만 맡긴다. 비밀 유지는 애플맨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인 셈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철학을 최우선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애플이 이처럼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점은 일면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애플의 폐쇄성은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도드라진다. 애플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납품업체는 삼성전자·삼성전기·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인터플렉스 7곳이다. 여기에 삼성·LG 등을 통한 2차 공급사까지 합치면 국내 납품업체는 10곳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외부에 애플과의 영업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애플이 협력사들에 이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 이익률, 납품업체 쥐어짰나?

납품업체와 관계를 유지할 때 쓰는 전략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애플은 납품업체에 애플을 위해서만 부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애플에 의존하는 종속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앱 등 소프트웨어 수익이 있다 하더라도 30%가 넘는 애플의 순이익률은 일반 제조업체 시각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며 "이는 애플이 납품업체를 관리하면서 협력사의 마진폭을 줄이고 자사의 이익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수준이다. 우선 국내 고용 창출이 거의 없다. 현재 애플코리아의 직원 수는 80명 안팎이다. 매출액이 애플코리아에 한참 못 미치는 외국계 IT 기업 한국HP와 한국IBM의 직원은 각각 1천여 명, 2300여 명이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기부 등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도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난해 기업 기부 현황을 보면 1천만원 이상 기부 기업은 27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애플 본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지난해 9월 도입했다.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최대 1만달러(약 1120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캐나다·멕시코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빼내가면서도 기부는 물론이고 한국 내 재투자에 쓰는 돈이 거의 없다"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ykkim@hani.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기부할 수 없는 법령 예고… “기부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후원 계좌를 경찰이 조사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 마을회 이름의 계좌를 게시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이유다. 강정마을은 지난 5년간 후원계좌로 4억원을 모았고, 이 중 3억5천만원을 행정소송 비용과 벌금형을 받은 마을 주민 지원 등에 집행해왔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 제주 강정마을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정마을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참가자 1천여 명이 지난 7월31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해변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모습. 서귀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등록한 기부는 1%도 안 되는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5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 조사 사실을 알았다. “후원금 모금은 2007년부터 해오던 일이다. 제주 지역의 각 마을은 다 그렇게 후원금을 받아 마을 일에 쓴다. 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갑자기 불법 운운하며 수사하니 황당하다.” 법률 자문을 맡은 백신옥 변호사는 “기부금 단체가 대부분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 법을 수사기관이 갑자기 들고 나와 강정마을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적 장소에서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때는 지방자치단체(10억원 미만)나 행정안전부(10억원 이상)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강정마을회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연간 기부금 총액은 10조300억원인 데 비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한 기부 규모는 1145억원에 그친다. 전체 모집 시장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강정마을회 후원 계좌를 개설한 강 회장은 지난 6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한 차례 받은 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경찰이 후원금을 보낸 기부자들의 계좌까지 조회하고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제주경찰청에서 은행에 금융거래 정보 제출을 요구해 강정마을 계좌의 입금자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은행이 입금자에게 최근 이를 통보해 강정마을회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백신옥 변호사)
강정마을회는 ‘합법화’도 시도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중에 후원금 5억원을 목표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제주도에 신청한 것이다. 모집 목적은 ‘해군기지 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활동 지원’ 등으로 적었다. 제주도는 행안부의 법률 검토를 받아 ‘불가하다’고 지난 6월28일 강정마을회에 통보했다.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11개 분야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강정마을회는 “기부금품법이 명시한 환경보전사업, 시민참여사업, 공익사업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공익활동이라면 대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해야 하는데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서 갈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금을 모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애초부터 합법적으로 대중 후원금을 모집할 길이 강정마을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강정마을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후원 계좌를 내렸고 후원금도 크게 줄었다. 백신옥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패소한 행정소송 탓에 제주도가 강정마을회에 소송 비용 3469만여원을 청구했다. 삼성물산 등도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금도 청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이 ‘빚더미’에 올라앉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기부금품법을 시민사회 활동을 억누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또 기부금품 등록 비율이 1% 미만이라서 특정 사회활동을 형사처벌하는 수단으로도 검찰이 활용한다.

»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이찬열·진선미 의원이 지난 8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강정마을도, 촛불시위도… 못박아 ‘거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활동이 그랬다. 서울중앙지검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회칼 테러를 당해 시민의 치료비를 모금한 김아무개(46)씨를 기부금품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천만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았고 치료비 외에 택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촛불집회와 관련한 광고를 게재하려고 기부금 1900만원을 모집한 대학생 김아무개(27)에게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이제는 법률에 못박기로 했다. 행안부는 8월3일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명분은 법률명에 ‘기부문화 활성화’를 추가하고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등록해주고 일부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등록할 수 없는 규제 사업 항목이 문제다. △영리·정치·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 △법령 위반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을 원칙적으로 틀어막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입법예고안이 알려진 7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맹형규 행안부 장관에게 물었다.
“시민단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의 일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국가 정책이 제대로 가는지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부 입법예고안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부 정책에 찬성과 반대하는 경우에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는 걸로 돼 있다. 이유가 뭡니까?”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실상 시민단체의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인 게 너무나 명백하군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한상민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활동 근거, 시민의 사회참여를 아예 부정하겠다는 발상이다. 환경보호 활동하다가 정부가 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뒤늦게 내놓으면 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실장은 기부금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 참여 행위를 국가가 차단하고 특정 영역에 가둘 필요가 없다. 무질서한 기부금품 요구나 난립은 형법으로 규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사후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 한겨레21 926호 표지이야기 기부금 현황
단속에 초점 맞춘 1951년 철학 그대로

기부금품법은 사실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애초에 기부활동을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기부의 자유’ ‘기부의 활성화’를 열망하는 21세기 기부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1951년 한국전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민간단체들이 반강제적 모금행위를 벌여 재산권을 침해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누구든지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없다’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했다. 다만 ‘국제구호, 천재지변 구호, 자선사업 등 법률이 규정한 공익사업에만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7월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가 북한 주민을 도우려고 현금과 의약품을 모집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가 불허했다. 지원본부는 행정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 자제를 금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국제구호에 유독 북한 주민만 제외할 이유가 없다.” 결국 1998년 5월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기부행위의 허가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 행위로 하며 △기부행위의 모집 목적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기부금품법 모집 허가 범위를 넓히고 그 사용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률도 2010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합헌이었다. “기부금품 모집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며 옛 기부금품법과 달리 금지가 아니라 과잉모집 규제와 적정사용에 목적을 둔”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대현 당시 재판관은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기부행위는 기부자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모집 목적이 위법행위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해로운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모집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법행위는 형법 등이 규제하고 있으므로 기부금품의 모집을 금지하거나 허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시민사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안부는 정부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는 새로운 입법예고안을 냈다. 염형국 변호사는 “국민의 자유로운 기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부금품법을 운영해야 하는데, 기부활동을 입맛대로 규제·통제하겠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행위는 ‘표현’이며, 기부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기부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며“상업적 거래를 권고하는 광고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는 기부행위를 “정치적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1970~80년대는 시위하며 의견을 표현했고 시민단체가 생긴 1990년대에는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 사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 있는 사안에 모금을 하며 사회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강정마을에 후원금을 보내고 희망버스를 타며 사회에 연대감을 표현하는 거다. 특정 기부행위를 봉쇄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 사업은 ‘기부 특혜’

지난해 12월 민변이 2주 만에 4억8097만원(9038명)의 후원금을 모은 일명 ‘쫄지마 기금’이 그런 사례다. 정식 명칭은 ‘표현의 자유 옹호 및 증진을 위한 공익변론기금’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다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피소된 시민들을 변론하려는 기금이다. 팟캐스트 에 출연하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년 징역형을 받아 수감된 게 계기였다. 민변은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난해 11월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입법 예고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쫄지마 기금’과 비슷한 공익변론기금은 앞으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개정안에는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기부금품의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장학재단설립법 등 10개 법률에는 기부금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국가 정책에 따른 성금이나 기부금은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반면 매년 주무 관청에 사업보고서를 내고 국세청의 공시 의무도 이행하는 공익법인은 기부금품법을 추가로 따라야 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기부금 단체 관계자

» 기부금품을 행정청에 등록하는 비율이 전체 기부금 규모의 1% 수준에 그친다. 가수 이효리씨가 후원한 동물보호단체도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공익단체도 등록을 거의 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기부금 단체는 2만9132개, 공익단체는 3164개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1천만원 이상을 모집한다고 등록한 건수는 97건에 그쳤다. 기부금 단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을 따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15∼2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처벌 강도는 날로 높아진다. 기존의 3천만원 이하 벌금형, 3년 이하의 징역에서 올해부터는 지정기부금단체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게 됐다.
‘잠재적 범죄자’가 넘쳐나다 보니 고소·고발이 잇따른다. 지난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관련 캠페인을 열어 후원금 56억7200억원을 모금했는데 기부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만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조사하자 제주 시민단체들이 부만근 범도민추진위원장을 고발했다. 지난 3월 정아무개씨가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을 불법 모금단체로 고발했고 동물보호단체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아무개씨가 적법한 모금과 투명한 모금 사용을 목적으로 동물보호단체 20곳을 8월24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씨가 에세이 의 인세를 전액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서울시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경찰에 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달부터 등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금 단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8월23일까지 등록 신청한 건수가 44건으로 지난해(41건)보다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기부금 규모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막무가내 고소·고발 잇따라

시민사회단체도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대화마당을 8월27일 아름다운재단 1층에서 열어 시민사회 활동을 위축시킬 개정안의 ‘등록 금지 조항’을 전면 폐지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새로운 대안 법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월11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이라서 시민사회가 의견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