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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전태일에게 꽃바치며 맹세했던 그녀는 어디로 갔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3일자 기사 '전태일에게 꽃바치며 맹세했던 그녀는 어디로 갔나'를 퍼왔습니다.
쌍용차 철거, 노동부 업무보고엔 ‘고용’만 가득…“박근혜 정부, 노동을 권리가 아닌 관리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후보 시절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지만, 전태일 재단 측의 거부와 쌍용차 노동자들 등에 의해 방문이 무산됐다. 이어 청계천변에 위치한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고자 했으나 이 역시 쌍용차 노동자들에 의해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당시 박 후보는 전태일 동상 앞에서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어도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문에 설치된 쌍용차 노동자 분향소가 지난 4일 강제 철거됐고 이에 앞선 지난달 27일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천막도 기습 철거됐다. 이와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화 움직임도 벌어지는 등 노동탄압 양상은 이명박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핵심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내세웠지만 여기에 노동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3년 업무보고에는 이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총 62페이지의 업무보고에 노동계 최대 현안인 ‘쌍용차’는 불과 2번 언급된다. 그나마 해법도 아닌 현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 “비정형적 노사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조율기제가 미흡했다”는 평가의 한 사례로 언급될 뿐이다.

고용노동부의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대립적 노사관계의 원인도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단기적 이익 극대화 추구, 상급단체의 과잉 정치활동” 등 노조의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진단이 이러니 해법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미래창조형 상생의 노사관계’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를 위한 방법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추진’이란 추상적 형태로 나타난다.

그나마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최저임금과 임금체불, 불법파견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전향적이나, 사회적 의제가 돼 버린 쌍용차 등 노사관계 현안에 대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서울 종로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를 방문, 헌화를 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통적으로 박 대통령이 노동을 권익의 문제가 아닌 관리의 대상 정도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최저임금 일부 인상 등에 대해선 성과가 나올 수 있지만 노동권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배제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업무보고의 대부분이 일자리 문제였고 노사관계나 노동권 문제에 대해서는 업무보고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때문에 현안질의의 경우도 대부분 고용 쪽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부터 노동권 문제가 없었다”며 “전태일 동상 방문은 제스처였고 쌍용차 국정조사도 말 바꾸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노동자에 대해 ‘배려’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권리’로 접근하는 관점이 없다”며 “때문에 노동권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도 없고, 다만 노동권에 입각해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반노동’이었다면 박근혜 정부는 ‘무노동’이라고 얘기할 정도”라며 “노동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관점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논의나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방식을 보면 노동을 홀대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이 눈에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노동을 사회의 중요한 주체로 구성하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대통합을 말할 때, 노동을 어떻게 포용할 것이냐 정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이냐가 핵심인데 현재까지는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에서 배제하고 홀대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반전이 있지 않는 한 오히려 노동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이 없다는 지적은 받았지만 고용과 노동은 사실 분리하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나 사내하도급, 노사관계 등 노동분야가 업무보고에 포함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안사업장 문제는 업무보고에 쓰기 어렵다”며 “현대차 문제의 경우도 사내하도급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김미정 정책실장은 “결국 노동이 고용에 대한 하위개념으로 밖에 자리 잡지 못했다”며 “고용률을 높이는, 수치에 집착을 하면 노동권이 보장될 일이 없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은 무시 수준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전략”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창조컨설팅 문제 등 이미 노동을 탄압하고 방조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토대 위에서 반 노동정책이 구체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강훈종 대변인도 “지금 정부가 노사 관계보다는 고용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현장의 여러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 해결하려는 의도 크게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에 대해 “그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나 고용률 70%, 중산층 70% 복원이 나쁜 말은 아니지만 정책 실현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진보정의당 대표는 “노동문제의 핵심은 노사 문제에 있다”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현대차 불법파견, 한진중공업의 손배 가압류 등이 사실은 한국사회의 주요 갈등요건이고 그렇다면 노동부가 정리해고를 방지한다거나 관리감독 철저히 하는 등 사전 예방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금은 노동 없는 고용노동부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1500만 월급쟁이’라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이 나라가 노동 없는 나라가 된다면 이명박 정부 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고용에 '몰빵'한 박근혜, 그 결과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27일자 기사 '고용에 '몰빵'한 박근혜, 그 결과는…'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시대' 개막·③] 無노동 정부, 사회적 대타협 요원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두고 '무(無)노동'이라고 말한다. 반(反)노동'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명박 정부보다 한 발 더 뒤로 간 평가다. 25일 발표한 대통령취임사에는 '노동자', '노사관계' 등 노동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만이 나열됐다.

박근혜 정부의 무노동 정책은 대통령인수위원회 때부터 예고됐다. 청와대, 고용노동부 등에서 고용·노동정책을 책임지는 관계자 중 노동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중장년층의 일자리를연구한 고용복지 분야 전문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노인복지 전문가인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 등이 그렇다. 둘 다 노사관계를 포함 노동정책분야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라도 노사관계 전문가로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26일 언론에 알려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도 고용정책 전문가였다. 한창훈 고용노동비서관 내정자는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청와대에 '뻥튀기'를 선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취임사 어느 구석에도 '민주주의'와 '노동'은 없었다"며 "노동자의 권리는 무시하면서 경제부흥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창조도 융합도 없다"고 밝혔다.

▲ 취임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정부, '노동'을 버리고 '고용'에 올인한 이유

박근혜 정부가 고용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핵심 경제정책인 '중산층 70%(고용률 70%) 재건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 박 대통령이 중산층 복원을 위해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정책의 핵심은 '중산층으로의 편입'과 '중산층의 이탈 방지'다.

이것을 위한 선결 조건은 일자리 창출이다.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대해 "일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이룰 수 있다"며 "행복은 일자리고 일자리는 행복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등식"이라고 일자리, 즉 고용이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과제임을 언급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률은 약 64%로,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1% 이상 고용률을 높이고 매년 40만~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 있고,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70% 고용률 달성은 어려운 일이다.

산술적으로 고려하면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약 240만 개의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 이런 일자리를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8년까지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박근혜 정부는 생각하고 있을까.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은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여성 일자리 창출'이다.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4%이지만 한국은 49.9%에 불과하다. 30~50대로 가면 남성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30~50대 남성 평균 고용률이 89.4%이지만 여성은 59%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도 밑그림은 그려놓은 상태다. '근로시간단축'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단축은 단순히 법과 제도 개정만으로 이뤄지긴 어렵다.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은 노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한국노총과 경총을 파트너로 대타협 시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과 손을 잡고 노사정 대타협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에서는 정리해고, 임금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 노사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노사정 대타협을 진행해왔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적극 장려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총을 연달아 방문해 "정부는 고용정책을 책임지고 기업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과 이윤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타협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자리 문제 해결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라며 노사정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롤 모델까지 언급되고 있다. 네덜란드 '바세르협약'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1년 4월께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하면서 네덜란드 노사정 협의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델란드는 1980년대 초 대규모 재정적자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 당시 노사는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시간 단축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의 핵심은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는 대신,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게 골자다. 협약 체결 후 연간 임금인상률은 5% 미만으로 하락했고 사측은 평균 주당 40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을 주 38시간으로 단축해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대신, 파트타임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려나갔다. 정부는 노조가 임금 인상 억제를 감내할 수 있도록 세금감면 등을 통해 실질소득을 보장해주었다.

파트타임 중심 일자리 증가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늘며 고용률이 크게 상승했다.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임금 억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가 증가한 셈이다.

대타협 이뤄진다 해도 실효성은?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긴 쉽지 않다. 노조조직률이 4%에 불과한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에서 대화상대가 아닌 '구색 맞추기'로 한국노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럽의 노사정 대타협은 노동계가 재계와 정부로부터 파트너십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파트너십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노동단체가 노동계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띠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 당시 네델란드 노조 조직률은 40%에 가까웠다.

게다가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마저도 배제된 상태다. 또, 한국처럼 재계의 소유개념이 강하고 경영자의 입지가 약한 조건에서 경총이 참가한 노사정 협의체가 성공하긴 어렵다. 대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합의안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를 어떻게 달성할지 두고 볼 일이다.


 /허환주 기자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고용과 노동, 복지정책에 승부걸어야


이글은 대자보 2013-01-10일자 기사 '고용과 노동, 복지정책에 승부걸어야'를 퍼왔습니다.
[신년기획-박근혜 당선자의 길4] 정부가 적절한 규제장치 도입해야 한다

가장(家長)이 직장을 잃으면 주택을 잃게 되고 자식은 학교를 중단해야 하고 부부는 싸움으로 이혼을 하게 되고 결국 가정이 파탄된다. 사회는 불안해지고 결국 폭동으로 이어진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그날 일이 없으면 하루를 공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장은 아예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 주소 없는 전화로 집에 전화를 건다. 다 잘 있지? 나도 잘 있으니 좀 참아라! 그리고 끊는다. 식구들은 애간장을 태운다. 반면 대기업은 수출이 많아지고 판매가 늘어나는데도 자동화를 도입 인건비를 줄이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인건비를 줄인다든가 인건비를 아주 없애는 방법은 경영의 미덕으로 자본주의는 설교하고 있다. 그러나 보라! 고용은 소비를 창출한다는 기본상식이 결여된 자본주의는 결국 망한다. 이것이 자동차의 왕 Ford 가 주장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것을 포드주의 (Fordism) 라고 한다. 

1. 세계의 추세: 보따리 인생: La vie aux portmanteau

앞으로 비정규직이 점점 늘어나고 직장이 철밥통 (鐵飯碗 철반완: Iron Rice Bowl)이라고 생각했던 교수 의사 변호사들도 자유직(自由職: Freelancer)으로 점점 자동 전환된다. 그 중 보따리장사라는 별명을 가진 대학 시간강사는 고질병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학은 정규직 교수를 줄이고 가능하면 전부 시간강사로 대체하려고 한다. 대학의 학과장은 시간강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목에 힘을 주고 산다. 한국에는 학과장 한 명만 그것도 시간제고용으로 사용하는 의과대학도 있다. 앞으로는 학과장도 필요 없게 된다. 대학강의실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세계적 석학이 하는 강의를 직접 듣게 한다. Richard Feynman의 물리학 강의를 직접 듣는다. 성우가 한국말로 번역해서 언어의 불편도 없다. 대학은 앞으로 시험 채점을 매기는 조수를 시험 기간 중 시간으로 채용하면 된다. 학교에 갈필요도 없다. 집에 있는 노트북 하나면 충분하다. 바야흐로 사회는 부동직사회 (浮動職社會: Precariat Society)로 진입하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美麗新世界: Brave New World」인가? 적어도 한국은 이래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국가화가 시급하고 동록금전폐가 대답이다. 

2. 新루드主義 Neo-Luddism

▲ 인류는 기점에 도달하는가? 奇点迫近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 강성종

포드주의 (Fordism)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표현된다면 자동화 시대는 대량생산만 가능하고 대량소비가 어렵게 된다. 노동이 완전 제거될 위험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제거되는 만큼 소비도 제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일차적 고통과 사회혼란이 생기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종말을 예고한다. 

昇陽電腦(Sun Microsystems) 首席科學家 Bill Joy 박사는 Wired 라는 잡지에서『왜 미래에는 우리가 불필요한가?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 』 라는 논문에서 현대자동화가 인간을 멸종위기종 (瀕危物種 Endangered species)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종을 했다. 그래서 그는 新루드主義者 (Neo-Luddist) 라고 낙인이 찍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공유한다. 만일 쿨츠바일러(Raymond Kurzweil) 처럼 인류가 생물학을 선행한다면 奇点 (Singularity)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자동화가 生物本然性을 앞선다면 인류의 끝이라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3. 고르디아스 (Gordias)의 매듭을 풀 때가 왔다. 누가 풀 것인가?

부동직사회 (浮動職社會: Precariat Society)는 시간폭탄이다. 물론 이는 가장 심각한 사회 병으로 번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단 한번도 직장을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국가에서 만연되고 있는 현상이다. 국가의 문제인가? 개인의 문제인가? 

이는 국가의 문제다. 국가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도 완전고용에 완전 건강에 완전복지를 원하겠지만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 어느 사회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는 도저히 풀 수 없게 큼 엉클어진 고르디우스 매듭과도 같다. 교육, 남북관계, 금융, 주택, 건강 모두 다 중요하다. 그러나 각자의 안정된 생활이 기초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서로 얽혀있어서 하나가 풀려야 다 풀어진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현 정치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이론이 있겠지만 만개의 처방을 내놓아도 불가능하다. 금융자본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4. 우리는 떠돌이: 부동직사회(Precariat 浮動職社會: 떠돌이 직장)는 한국의 유행병

부동직계급 (浮動職階級: Precariat) 이란 Precarious (불확실한) 라는 단어와 Proletariat (無産階級) 의 합성어다. 즉 불확실한 무산계급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5년전부터 노동절을 유로노동절 (Euro Mayday) 라고 부른다. 모토가『부동직계급이여 일어나라! 』다. 그만큼 부동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부동직은 무산계급에 비해서 고학력이기 때문에 나라를 뒤집어 엎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부동직사회에서는 이런 희망이 말살되고 있다. 물론 어떻게 이 채 바퀴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은 있을 수 도 있지만 세계의 추세가 그런데 어렵다. 이는 국가의 방향을 돌려야 하는데 우리에게 그럴만한 사람이 있을까? 박근혜가 할 수 있을까? 

5. 큰 정부에 규제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신자유주의 혹은 보수정권은 흔히 작은 정부에 무규제(無規制)를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노무현과 이명박이 저질은 죄는 갚아야 한다. 특히 22조를 처 들였다는 4대강의 책임은 물어야 한다. 이 액수면 대학등록금 폐지에서부터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건설회사가 아우성을 치겠지만 이번에 건설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 건설회사는 더 좋은 기회를 국가가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은 북조선의 나진 남포항만과 동북아 철도의 현대화를 목표로 하는 북조선 개발 건설에 참여시킨다. 다른 선택이 없다. 이것은 국내에만 눈이 어두웠던 건설의 대명사 이명박의 4대강보다 더 건설회사에 공헌하게 된다. 한국은 정권 내내 건설에 중점을 두었다. 현금거래가 많아서 정치자금 내지 빼먹기가 아주 좋은 업종이다. 북조선 건설에 남한 건설회사가 참여한다고 해도 국내 고용에는 큰 기대가 어렵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모식(模式)을 제안한다: 

1. 한국의 정책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유상이하 정책 (由上而下 政策: top-down approach)을 해왔다. 잘 못된 정책이었다. 적어도 고용의 안정은 유하이상 정책 (由下而上 政策: bottom up approach)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즉, 하급직장일수록 또한 임금이 낮을수록 가장 높은 안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에 존재하는 용역회사를 전부 없앤다. 고용의 안정은 근무태만의 결과를 갖아온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가 망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국가의 쇠망은 저소득층의 부성실성에 기인된 적은 없다. 전체적 사회의 안정성은 저소득층의 안정에 달렸다. 저소득층은 고용의 안정이 있어도 상승하는 물가에 견딜 수가 없다. 즉

2.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도저히 못 따라가고 있다. 이 얘기는 생활이 점점 어렵거나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가동결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임금동결도 필요하면 단호하게 해야 한다. 

3. 물가동결은 공공요금의 동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건물의 임대료 동결이다. 건물주의 아우성까지 다 들어줄 수는 없다. 미국에서 임대료동결은 생소한 말이 아니다. 경제위기에는 항상 해왔다. 지금도 어느 주에서는 계속하고 있다. 또 주마다 임대료 상한선이라는 것이 있다. 법으로 말이다. 

4. 고소득층 수익은 하향조정을 한다. 그리고 고용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년 10억의 고소득 임원이 있다. 그들은 그 많은 봉급 외에도 차량과 기사까지 제공받는다. 그들의 식사 또한 회사경비로 지불되는 것이 한국 현실이다. 그래서 차량 기사제공 외부의 식사도 수입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90%까지 조정한다. 그러한 경비절감으로 국가는 고용창출을 명령할 수 있다. 정부기구도 용역업체를 전폐하고 현재의 공무원수를 두 배로 늘린다. 특히 대학교수의 수는 대폭 늘려야 한다. 시간강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필요 없는 인력이 많다고 생각하면 기업은 근무시간을 대폭 줄인다. 한국은 근무시간이 제일 긴 나라로 유명하다. 

5. 나라가 부유하다면 아무런 제제도 필요 없다. 그러나 세계추세만 그럴 뿐 아니라 한국사회는 금융적으로 풍전등화와 같다. 그럴수록 자본이탈 (Capital Exodus) 현상은 극심해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뉴욕에는 BMW745 몰고 다니는 한국어린아이들이 아주 많다. 한국에서 피난 온 돈인듯하다. 한국인은 수입보다 더 많이 소비를 한다. 수입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를 둘러싼 참모들은 국가개념이 없는 것 같다. 가능하면 청와대로 입성하는 날 축하 파티도 전부 취소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긴축정책 모드(mode:方式) 로 들어가야 한다. 돈도 없지만 정치인의 이미지 가 중용하다. 

5. 한국의 고용정책

고용문제의 대학자는 영국의 Guy Standing 박사다. 그는 한국의 대학졸업 후 인턴제도를 실패한 임시변통이라고 지적하고 오히려 이것이 대학생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고용정책은 자본주의 양상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아직 사회안전망(社會安全網) 이 없다. 그래서 서구식 고용개념을 도입할 수 없다. 

6. 완전고용이 복지다

긴축정책과 완전고용은 상반된 정책으로 보는 학자들이 있다. 이것이 근시안적 서양 경제사상이다. 완전고용에서 긴축경제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우리는 종종 복지를 얘기할 때 스웨덴식이니 덴마크식이니 떠드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맞는가 하는 문제다. 산업화와 함께 대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핵가족이라는 고립되고 위험한 가족단위로 들어갔다. 따라서 가정이 문어지면 완충지역이 없다. 길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복지정책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1. 지금 어린아이를 나면 德國에서 배운 Kindergeld (兒童金) 라고 몇 살까지는 무조건 양육비의 일부를 준다. 우리는 이러한 정책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 장난감(Toy) 사는데 수 백만 원씩 쓰는 부유층에게는 이렇게 작은 액수는 불필요하다. 부유층에는 주지 말아라. 

2. 장애인들을 활용해야 한다. 특별교육을 실행해서 전문가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재활교육을 시켜도 취직이 안되니 소용없다고 하는 비관론자가 많다.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국가공무원으로 하루에 4시간하는 정규직을 많이 만든다. 그리고 일주일에 반은 집에서 근무를 하고 콤퓨터로 작업보고를 하게한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철밥통의 시대는 지나갔다. 

3. 정년퇴직 연령은 대폭 올린다. 전체적으로 70세로한다. 나이가 많다는 말은 경륜이 많다는 말과 같다. 국가의 보배들이다. 노련(老練)하다는 말에는 나이가 많다는 노(老)라는 단어가 있다. 중국에서는 가장 훌륭한 선생을 노사(老師)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늙은이 빨리 죽으라고 한다. 2차대전후 백림자유대학 총장을 임명할 때 84세의 Meinecke 교수를 임명했다. 그리고 막스 푸랑크연구소를 새웠을 때 화학연구소에 61세의 Harnack 목사를 임명했고 그는 81세까지 20년간 계속 소장을 했다. 년륜(年輪)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가? 콤퓨터 연건전문가가 55세에 명퇴를 해서 명퇴금으로 설롱탕집을 경영한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4. 젊은 사람이 갈 길이 없어서 일정나이가 되면 노인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논리다. 현대판 정신적 고린장(高麗人葬) 논리다. 젊은 사람도 좋은 자리에서 일하고 노인도 수명도 늘었으니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방법은 아예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양자택일(兩者擇一)은 서구개념이다.우리는 그런 사고에서 벗어나야 부민강국(富民强國)을 건설할 수 있다. 우리의 동양사상은 양자보완(兩者補完)이다.

5. 누가 할 줄 모르나? 돈만 있으면 다 한다. 한국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이게 올바른 생각인가? 한번 다시 심사숙고 (深思熟考) 해 보아야 한다. 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출하는 것이다. 부를 창출하지 못하면 궁핍하게 살수밖에 없다. 그것은 완전고용 일 경우 최대 성과를 낸다. 모두가 다들 돈을 버니까…

6. 복지정책이 완전고용이라고 해도 이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도와야 한다. 이게 복지다. 구체적 방안은 행정가들의 몫이다. 

7. 미사려구(美辭麗句) 다 좋다. 파이(Pie)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앞으로 자동화는 더 발달할 것이고 과잉인구와 한정된 국토와 일자리에서 더 나갈 길이 없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꽉 막힌 생각의 산물이다. 첫째 귀농단지를 만들고 귀농의 장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생각하고 있고 실천에 옮기고 싶어한다. 그런데 현대식 귀농의 하층구조 (下層構造; Infrastructure) 가 빈약하다. 우선 서울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지는 전부 몰수하고 귀농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공업단지 과학단지 많이 만들었다. 별로 도움이 못 되였다. 한국은 사료가 부족해서 축산업을 못한다고 한다. 전부 수입한다. 이는 바로 하부구조의 부재에서 온다. 공장에서 자동화 기계에서는 한 시간에 수천 개의 TV가 생산된다. 그러나 땅에서는 그렇게 못나온다. 방법이라고는 GMO (유전자조작 생명체) 밖에 없는데 이는 지금 위험성이 점점 노출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GMO 수입금지와 GMO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둘째로 한약제 생산단지를 귀농단지 안에 두고 희귀품목제배를 한다. 지금 히페리쿰은 1 칼로 에 20만불한다. 유일한 생산지는 중국四川省과 雲南省이다. 그 외에도 약용 버섯이 고가품의 수두룩 많다. 뭘 하면 돈을 벌 가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자문하겠다. 

셋째로 소보다는 양이나 염소가 한국지형에 더 잘 맞는다. 사료도 생질량(Biomass)으로 대체된다. 흙 냄새를 맡아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된다. 지하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땅속 약 1미터만 내려가도 기온이 일정하게 10-1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저장할 수 있다. 

넷째로 종묘산업이 전부 외국 손에 있는데 한국인의 먹거리를 다국적 자본에 맡길 수 없다. 이것은 자살행위뿐만 아니라 국가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다. 

다섯째로 우리는 빌게이트(Bill Gates)나 구굴(Google)이 나와서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를 바래서는 안 된다. 작은 것을 하나씩 모으면 빌 게이트보다 더 큰 위력을 발생한다. 

여섯째로 한국은 사향 길에 접어든 서양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유교사상에 기초를 둔 모식(模式)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은 한 식구라고 했다. 좋은 표현이다.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정동영의 새로운 길이다. 정동영은 새로운 길은 대륙으로 가는 길이다 라고 선언한다. 이는 일본이 자행한 地理學的 얘기가 아니다. 더 넓고 더 人道愛的이다. 

다음 연재는 5. 통일을 지향하는 삼위일체:『한경연』과『대륙으로 가는 길』과『새로운 길』입니다. 

필자 강성종 박사는 1969~70년 두 차례에 걸쳐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세계적인 뇌과학자입니다.현재 뉴욕에서 Biodyne Research Center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과 치매를 치료하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진보·좌파 성향의 과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 주요 약력 한국인 최초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논문 게재(제1저자-1969,1970년) 전 미국 뉴욕시립대학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교수(1968-94) 전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교수(1975~78)전 서울대 AID교수(78-79) 전 중국 천진대학 자문교수(86-94) 전 한효과학기술원 원장(89~95년)현 뉴욕 Biodyne Research Center 연구소장(치매/우울증) 

* 저서(한국 과학기술 백년대계를 말한다)(라이프사이언스 펴냄)(당신의 두뇌 안녕하십니까?)(라이프사이언스 펴냄)

* 강성종 박사 블로그 : http://quovadis.tistory.com/
* 강성종 박사 트위터 : http://twitter.com/quovadiskorea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30호 기사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애플이 법이다- 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애플


모바일 혁명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지금 세상은 한입 베어문 사과로 상징되는 애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애플은 불과 5개의 제품(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북·맥PC)으로 세상을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이 연 1천억달러를 넘고, 순이익률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여기에 머문다면 그것은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외신들은 애플을 곧잘 중국의 공산당에 비유한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찬사 뒤에는 비밀주의, 소비자와의 불통, 노동권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면서 충전 단자를 30핀에서 8핀으로 바꿨다. 외신들은 일제히 소비자 이익과 환경 보호에 반하는 것은 물론 어떤 기술적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역사상 폐쇄성은 결코 개방성을 이기지 못했다. 애플 스스로 매킨토시(폐쇄)와 IBM PC(개방)의 경쟁에서 이미 쓴맛을 보지 않았던가. _편집자

매출 수조원 올리면서 고용·기부 등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AS도 최하위권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추정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직원은 8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AS도 국내 기업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 고객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고용창출·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당수 국내 소비자에게 소통이 없는 기업,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이 오늘날 애플의 현주소다.

김연기 부편집장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빠졌다. 애플은 지난 9월13일(한국시각) 아이폰5 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한국을 1·2차 출시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9월21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1차 출시국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홍콩·싱가포르 9개국이다. 이보다 일주일 늦은 2차 출시국에는 벨기에·핀란드·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북미와 주요 유럽 국가 등 거대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싱가포르 등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도 한국은 밀렸다.
이번만이 아니다. 애플은 여태껏 제품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늘 한국을 1·2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아이폰3GS는 2009년 6월 발표 뒤 한국 출시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이폰4는 3개월, 아이폰4S도 한 달 늦게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 쪽은 "한국 정부의 전파기기 인증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외 전파기기가 국내에 들어오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 정도면 마무리되는 형식적 절차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주일 정도 걸렸지만 최근에는 5~6일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최소 일주일 전에만 먼저 들여와 인증 절차를 밟아도 출시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한국 소비자 홀대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는 애플이 운영하는 직영 매장 애플스토어가 1곳도 없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30곳이 넘는 애플스토어를 새로 열었다. 현재 전세계의 애플스토어는 300개를 훌쩍 넘는다. 이웃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2곳이 개설됐다. 애플은 몇 년 안에 중국 내 매장을 25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애플이 직접 실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도 애플스토어 내 고객상담센터인 지니어스바(Genius Bar)를 통해 이뤄진다.

애플 마케팅 부사장인 필립 실러가 지난 9월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5 발표회에서 1차 출시국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1·2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졌다(왼쪽). 한 남성이 서울 역삼동 애플코리아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신화 / 한겨레 박승화

소비자 불만 키우는 일방적 AS 정책

애플스토어 설치는 국내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애플의 부실 AS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10월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애플의 파렐 파하우디 시니어 디렉터가 AS 정책 개선을 위해 강조한 것도 애플스토어 설치였다. 당시 파하우디 디렉터는 "소비자의 불편은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애플의 이렇다 할 진전된 움직임은 없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직영점을 내기 위해선 수익성, 입지 등 여러 기준이 맞아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해 애플스토어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S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11년 1~9월 스마트폰 소비자 피해 구제 현황'을 살펴보면 애플의 피해 구제율은 48.4%로 6개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애플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10명 가운데 5명 정도만이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71.2%로 피해 구제율이 가장 높았고, LG전자가 63.2%로 뒤를 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애플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북 등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소형 전자기기에 대해 구입 뒤 1개월 안에 결함이 생기면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리퍼 상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리퍼 상품은 불량이 발견된 제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재정비(수리 및 교체)해 다시 내놓은 제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을 그대로 폐기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인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리퍼 상품은 사실상 중고 제품에 가깝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시행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 AS 기준은 정착되지 않고 있다.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내에서는 AS를 받으려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를 통해야 한다. APR는 현지 기업이 애플의 승인을 얻어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유통점을 말한다. 국내에선 프리스비·에이샵·컨시어지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APR 매장 10곳을 대상으로 새 AS 기준 반영 여부를 확인해보니, 절반이 넘는 5곳에서 새 AS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애플코리아 쪽은 "본사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APR 브랜드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본사가 대리점에 정책 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바일 콘텐츠 장터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한국 소비자는 차별을 받는다. 지난해 국내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앱스토어에서는 원화 결제가 불가능해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달러 결제인 만큼 환차손 위험이 뒤따르고 해외 결제 수수료도 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원화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애플이 금융 당국의 전자결제대행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시스템 운영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뒤집어써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제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해당 앱 업체나 신용카드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청구 절차 탓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렐 파하우디 애플 애프터서비스(AS) 시니어 디렉터(왼쪽)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아이폰 부실 AS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 본사만 아는 아이폰 국내 매출

이처럼 한국 소비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애플은 해마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가 설립된 때는 1998년. 애초 주식회사로 출발한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005년 448억원, 2008년 1486억원, 2009년 178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0 회계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2009년에 견줘 10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10년 실적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출시 직전인 2009년 8월 주주총회를 거쳐 유한회사로 탈바꿈해서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유한회사는 상법상 재무제표 공개나 회계 감사 등의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실적이 대폭 호전되기 직전에 유한회사로 바꿔 주변의 감시를 피해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주식회사 당시에는 주된 사업 영역이 컴퓨터 판매였기 때문에 사명도 애플컴퓨터코리아였다. 하지만 이후 사업 영역이 컴퓨터에서 아이폰으로 옮겨가면서 사명도 바꾸고 기업 형태도 달리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애플코리아의 실적은 애플 본사만이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내에서 애플 제품은 얼마나 팔렸을까.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은 약 250만 대가 팔렸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방통위에 제출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4S 32GB의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16GB 모델은 67만8600원, 64GB 모델은 94만2600원이다. 세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전체 판매 대수에 이 가격을 단순 곱하면 애플은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으로만 2조원 넘게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아이패드도 50만 대 이상 팔려 전체 매출 규모는 2조7천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애플이 이처럼 기업 형태를 바꿔가면서까지 기업 정보를 감추려는 것은 애플의 비밀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밀주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일관된 특징이지만 애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경제전문지 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가 쓴 책 을 보면, 애플 본사에서는 신제품 회의 때 반드시 창문이 없는 방을 사용한다. 또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입사원에게 몇 달이든 가짜 프로젝트만 맡긴다. 비밀 유지는 애플맨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인 셈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철학을 최우선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애플이 이처럼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점은 일면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애플의 폐쇄성은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도드라진다. 애플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납품업체는 삼성전자·삼성전기·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인터플렉스 7곳이다. 여기에 삼성·LG 등을 통한 2차 공급사까지 합치면 국내 납품업체는 10곳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외부에 애플과의 영업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애플이 협력사들에 이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 이익률, 납품업체 쥐어짰나?

납품업체와 관계를 유지할 때 쓰는 전략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애플은 납품업체에 애플을 위해서만 부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애플에 의존하는 종속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앱 등 소프트웨어 수익이 있다 하더라도 30%가 넘는 애플의 순이익률은 일반 제조업체 시각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며 "이는 애플이 납품업체를 관리하면서 협력사의 마진폭을 줄이고 자사의 이익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수준이다. 우선 국내 고용 창출이 거의 없다. 현재 애플코리아의 직원 수는 80명 안팎이다. 매출액이 애플코리아에 한참 못 미치는 외국계 IT 기업 한국HP와 한국IBM의 직원은 각각 1천여 명, 2300여 명이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기부 등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도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난해 기업 기부 현황을 보면 1천만원 이상 기부 기업은 27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애플 본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지난해 9월 도입했다.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최대 1만달러(약 1120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캐나다·멕시코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빼내가면서도 기부는 물론이고 한국 내 재투자에 쓰는 돈이 거의 없다"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y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