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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철도, 전기, 가스, 물, 의료...박근혜 정부 총체적 민영화

[출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전기, 상수도, 의료 등 민영화 추진 가속도
진주의료원 폐쇄 예고 등...“민주노총 총력투쟁 나설 수밖에”

전기, 상수도, 의료 등도 민영화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노조에 의하면 전력산업의 경우,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민자 발전회사의 설비용량은 5개 화력발전 공기업 보유 대비 6.6%에서 19.3%까지 증가해 2013년 현재 화력발전 공기업 1개 규모에 이르렀다. 

설비 증가율에 있어서도 전체 설비용량이 44.2% 증가하고 5개 발전공기업이 31.6% 증가한데 비해, 민자 발전회사의 설비용량은 282% 늘어났다. 전력산업 민영화는 그동안 민자 발전 확대의 방식으로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향후 2027년까지 민자 발전회사는 총 11,760MW 발전설비를 건설한다. 민자 발전은 복합 화력을 포함해서 석탄 화력까지 진출했고 삼성물산, 동양, 동부,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에너지․건설 민간 자본이 대거 진입했다.

김동성 발전노조 정책실장은 “전력산업 민영화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발전산업 공기업이 운전, 유지해 온 것이 민자 발전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조는 먼저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민자 발전 추진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민영화 정책을 폐기해 한전으로 통합해서 국가 관리, 사회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로 불거진 정부의 공공의료 민영화 추진에 대해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사무국장은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재정 적자 운운하다가 이제 노조 존재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며 “공공병원 폐쇄는 서민과 환자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수도 민영화의 심각성을 제기한 이수현 공무원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은 “2001년 수도법이 개정되고 상수도 민영화에 민간, 외국계 기업도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며 “상수도가 민간위탁 되면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으로 상수도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잇는 가운데 2002년 경남 마산 지역을 시작으로 경북 안동․영주․상주, 전북 전주․남원, 충남 부여․당진․예산·․홍성, 충북 진천, 경기 광주 등 12개 지역에서 상수도 민간위탁 추진을 저지한 상황이다. 

이호동 민주노총 비대위원은 “지난 15년 동안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을 해왔고, 정부는 민영화를 강행해왔다”며 “공공부분을 자본의 이윤 추구 도구로 전락시키는 박근혜 정부를 보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 민영화가 강력한 국민 저항에 부딪히자 정부와 자본이 우회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민영화를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총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재은 기자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민주화 뜻 거꾸로 이해하는 젊은이, 기성세대 책임”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6일자 기사 '“민주화 뜻 거꾸로 이해하는 젊은이, 기성세대 책임”'을 퍼왔습니다.

ㆍ‘분단고통과 통일…’ 출간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ㆍ“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제2 MB’ 되어선 안돼”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80)는 최근 (분단고통과 통일전망의 역사)(선인)를 출간했다. 국토와 민족이 분단된 과정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통일을 전망하는 내용이다. ‘통일로 향하는 분단시대의 근현대사 이야기’가 부제인 책은 조선 8도 중 경기도만 조선 왕조 통치 아래 두고 남부 4개도는 일본의 지배, 북부 3개도는 청국의 지배로 두자는 청일전쟁(1894) 무렵 일본의 음모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분단사를 상세히 파고든다. 

강 교수는 ‘책을 내면서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라고 붙인 책머리에 평화주의자로서, 열린 민족주의로서, 그리고 미래지향적 인간주의자로서 분단 문제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탈냉전시대라는 21세기에 남북한이 여전히 지난 20세기의 냉전주의적 생각에 묶여있는 것은 아닌가, 평화통일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냉철히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책을 냈다고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만난 강 교수는 “우리 민족사회가 당면한 합리적 통일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 책을 썼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분단질곡이 역사상 어떤 연원과 조건에서 빚어진 것인가를 알고, 과거에 어떤 분단 위험이 있었고, 그 극복방편으로는 어떤 것이 제시되었는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분단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24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제6회 ‘강만길연구지원금’ 수령자인 유경순 박사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강 교수의 사재로 설립된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에서는 매년 근현대사 우수논문 을 선정해 해당 연구자에게 지원금을 수여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책머리에는 ‘또다시 우리 땅의 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2013년 4월4일에 강만길 씀’이라고 씌어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가 이뤄진 지 이틀째 되던 날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중국시진핑 주석을 만나 6자회담 복귀를 언급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물론 남북대화 재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강 교수는 최근 정세에 대해 “남북이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역지사지하고,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야 분단과 동북아 평화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정책, 통일 문제에서 제2의 이명박 정부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의 의미도 거론했다. “박정희 군사정부 때 미국과 소련,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에 영향을 받아 발표한 7·4남북공동성명은 남녘에서 박정희 종신 집권을 위한 ‘유신’의 ‘멍석 깔기’가 됐다”면서도 “통일을 평화적으로, 주체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7·4남북공동성명은 이후 평화통일론을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그런 것을 잘 이어받아 (대북, 통일, 평화정책을) 잘하길 바란다”고 했다. 

강 교수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 등으로 해직됐다가 1983년에야 복직했다. 최근 5·18 왜곡과 폄훼 문제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렸다. 논란이 된 한 아이돌 가수의 ‘민주화’ 발언을 두고는 “젊은이들이 본래 뜻을 모르고 거꾸로 이해하는 것은 역사가 역행한다는 이야기”라며 “시대 상황에 흔들려 본질을 잃은 교육 문제와 후진 세대를 옳게 가르쳐야 할 책무를 못 지킨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했다. 

24일은 강 교수가 설립한 ‘내일을 여는 역사’ 재단의 ‘강만길연구지원금’ 수여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매년 그해 가장 우수한 근현대사 논문을 뽑아 주는 상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학술 활동을 통해 한국 역사 연구와 사회 진보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원금은 강 교수의 사재로 마련됐으며 선정된 우수연구자에게는 2000만원 이 지급된다. 

올해 수상자는 (1980년대 변혁적 노동운동의 형성과 분화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역사학연구소의 유경순 박사다. 학생운동가들이 왜 노동현장에 투신했는지, 변혁적 노동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분석한 논문이다. 한국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중민주주의와 ‘노동해방’ ‘평등사회’라는 대중적 주장을 평가하고, 사상적 기반과 주체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조직 건설 에 나선 ‘조급성과 관념성’, 상호 대립·갈등의 ‘내부 정치’의 한계, 조직 간 상호 배타의 ‘정치조직 간의 정치’ 문제를 지적한다. 심사위원장인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사건인데도 자료 수집의 어려움 때문에 학문적 접근이 어려웠던 1980년대 ‘변혁적 노동운동사’를 풍부한 문헌 자료와 구술자료를 토대로 촘촘히 엮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구술을 해준 76명의 노동운동 관련자 분들께 감사의 말을 드린다”며 “큰 구도를 정리하는 데 급급해 치밀한 분석이 결여됐는데, 앞으로 더 나은 내용으로 보충,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유 박사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처음 만났다. 강 교수는 “첫해부터 논문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 지원이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는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그만두던 2007년부터 강원도 양양 하조대에서 살고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틈틈이 집필하고 있다. 그는 “우리 나이에 계획적인 일을 하기 어렵다. 정년하고 두 번째 쓴 책인데, 앞으로 뭘 쓸지 고민할 것”이라면서 “좌이대사(坐而待死·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림)할 수는 없잖으냐”며 웃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정 총리 등 8명, 직계존비속 재산 공개 거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4일자 기사 '정 총리 등 8명, 직계존비속 재산 공개 거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과 청와대 차관급 이상 가운데 30%가량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 내역을 공개한 청와대 국무위원·청와대 차관급 27명 가운데 8명(29.6%)이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24일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독립 생계 유지를 이유로 장남의 재산 내역 고지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부모의 재산 고지를 각각 거부했다. 재산총액이 47억원으로 대상자 27명 가운데 1위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시부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이정현 정무수석비서관이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모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같은 이유로 장·차남, 손자 2명, 손녀 2명의 재산 공개를 모두 거부했다. 박흥렬 청와대 대통령경호실장도 장남과 손자의 재산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새 정부의 청와대 차관급 이상과 국무위원의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 거부 비율은 이명박 정부의 행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고지 거부 비율을 웃돈다. 지난 3월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등 행정부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공개 대상인 1933명 중 27.6%인 534명이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심사 결과 등록대상 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누락 또는 잘못 기재하는 경우 경고나 과태료 부과, 징계의결 요청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의 직계존비속 등이 피부양자가 아니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사항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공직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을 투명하게 감시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윤창중 부재 25시간, '대통령 기망' 없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0일자 기사 '윤창중 부재 25시간, '대통령 기망' 없었나'를 퍼왔습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8) 윤창중 사태로 박근혜 정부 '민낯' 드러나…

미국 현지시간 8일 오전 8시 12분 워싱턴DC 911에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접수됐다. 이후 25시간이 지난 9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 사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격 경질했다.

'윤창중 사태'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25시간의 공백.

가장 긴밀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는 대통령-청와대 비서실 간 업무가 하루 이상 오리무중이었고, 늘 대통령 옆에 있어야 하는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밤 LA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 행방을 궁금해 했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한국 시각으로 9일 오후 4시 55분 손가방 하나만을 들고 귀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4박 6일 방미 일정을 끝까지 동행하지 않은 것이다. 비슷한 시각,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는 '한국 고위공직자가 인턴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10일 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11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12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된 1시간 30분에서 50분가량을 넘긴 오후 7시 50분께 자리를 끝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엄중하다는 뜻이다.

간담회가 있던 날(15일) 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가 녹음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진행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전홍기혜 현 (프레시안) 편집국장, 10년 이상 여의도 정치 밥을 먹은 임경구 정치팀장, 그리고 현재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를 출입하는 곽재훈 기자가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밀도 있게 분석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 미국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행 전용기 내에서 수행원 및 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뒤에 윤창중 전 대변인이 서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쓴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성추행 사건'의 장본인이 된 지금, 윤창중 전 대변인이 생각하는 박근혜 정권의 수준이 궁금하다. ⓒ연합뉴스

윤창중 부재 25시간, '조직적 기망' 발생?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부분 행사에는 대변인이 동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8일 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LA 동포 만찬 간담회에 윤창중 전 대변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대변인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을까? 물었다면, 현지 관계자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이철희 소장은 "대변인이 눈앞에 안 보이면 당연히 물어봤을 것"이라며 "(10일 이남기 홍보수석이) 기자들에게 대답했듯 만약 '부인이 아파서 돌아갔습니다'라고 했다면 대통령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희 소장은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 앞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면 "(이는 대통령) 기망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해명은 누구 지시로 이뤄졌을까? 홍보수석이 자의적으로 한 결정일까, 아니면 국내에 있는 비서실장의 지침을 받은 것일까.

이남기 홍보수석은 워싱턴에서 LA로 이동하면서 당시 상황을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재훈 기자는 "보도를 종합하면, (이 수석이) 그때 한국에 전화해서 '윤창중 전 대변인이 한국에 들어갈 테니 들어가면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허 비서실장에게) 이야기를 해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윤창중 전 대변인이 워싱턴에서 귀국 비행기를 탄 시점은 8일 오후 1시 35분, 대통령이 LA행 비행기를 탄 시점은 오후 3시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워싱턴에서 한국까지 15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까지는 약 20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결국 허태열 비서실장은 20시간 동안 관련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철희 소장은 "대통령 부재시 국내 상황은 비상체제다. 상황이 발생하면 비서실장에게 바로 보고돼 비서실장이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다"며 "만약 (대통령에게 윤창중 전 대변인 부재와 관련해 어떤) 보고가 들어갔다면 이남기 홍보수석이 자의적으로 그렇게 대답한 게 아니고, 비서실 전체가 이 문제를 그렇게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대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에 대해) 조직적인 기망(欺罔)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홍기혜 국장은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사건을 접한 청와대 관계자 중 남자 행정관들은 '별일 아니고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엄청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고, 청와대는 결국 덮으려고 하다가 집단적인 기망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창중 사태, 개인의 문제로 끝낼 수 있었다?


8일 오전 미국 경찰이 성추행 신고를 받고 호텔에 왔을 때 윤창중 전 대변인의 신변을 경찰에 바로 인도했다면, 이번 사태가 개인의 문제로 끝났을까?

이철희 소장은 "그 자리에서 경찰에 인도하고 '이 사람이 잘못했다', '대통령이 이 사람 자르라고 했다'며 손 털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만약 홍보수석이고 비서실장이면, 대통령에게 가는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판단력 문제를 언급했다. "'정상회담인데다 현직 대변인이, 그것도 권력관계에 있는 인턴직원을 어떻게 했다'는 것은 단순 사실만 나열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홍기혜 국장은 "청와대 관료들이 독립적인 브레인으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일단 사건을 축소시키더라도 사실을 보고하면서 대통령을 설득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할까, 윤창중 전 대변인을 (대통령이) 되게 예뻐하는데, 나보다 더 예뻐하는데'라는 생각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임경구 팀장은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적인 책임의식 방기'를 꼬집었다. 임경구 팀장은 "청와대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 집단적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전혀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윤창중 전 대변인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때 방으로 찾아간 게 그 선에서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이 사과하기 위해 인턴직원의 방을 찾아갔다'라는 말이 나왔지만, 윤창중 전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사랑하는 마음 떠나…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될까? 의견은 2대 2로 나뉘었다.

임경구 팀장과 곽재훈 기자는 이번 사태가 정권 유지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경구 팀장은 "보수 정부는 완충지대가 상당히 넓다"며 "우리 사회의 구성비를 보면 이번 건으로 보수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홍기혜 국장과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무너졌다'는데 동의했다. 전홍기혜 국장은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일반인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굉장히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싸늘하게 식은 민심을 다시 데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이철희 소장은 "심리적 기대치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이 "(박근혜) 정권의 진면목, 민낯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것을 사람들이 체감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벌써 상당한 거리를 두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권 운영이) 상당히 힘든 과정으로 들어갔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단기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지만 "다시 안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국민들이) 마음을 열고 안 열고의 차이"라며 "사랑하는 마음을 주는 정권으로는 이미 끝난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주에 비해 5퍼센트 포인트 하락한 51퍼센트로 나타났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7퍼센트로 조사됐다. 잘못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55퍼센트가 '인사 잘못, 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을 꼽았으며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국민 소통에 미흡하다'와 같은 응답이 뒤를 이었다.


▲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임경구 팀장 - 곽재훈 기자 - 전홍기혜 국장 - 이철희 소장 - 박인규 대표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윤창중 부재 25시간, '대통령 기망' 없었나"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이명선 기자 

국정원 ‘정치 개입’, 박근혜 정부로 불똥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0일자 기사 '국정원 ‘정치 개입’, 박근혜 정부로 불똥'을 퍼왔습니다.

ㆍ‘문건 책임자’ 청와대 근무

야당 정치인들을 종북인사로 규정한 국가정보원 문건이 추가로 나오고, 이 문건 작성에 간여한 국정원 간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당장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 문건의 보고라인에 있는 국정원 고위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로 파견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란 문건의 작성자는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 사회팀의 6급 조모씨다. 해당 문건 아래에 나와 있는 보고라인에는 사회팀 팀장으로 추정되는 추모 팀장이 등장한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정치 개입 내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야당 정치인 종북인사 규정 등 “광범위한 개입 밝혀야” 여론‘댓글 의혹’ 수사 확대 불가피

여권 핵심 관계자는 “추 팀장은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추 팀장은 문건이 작성된 2011년 6월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2급 직급 상당으로 청와대에 파견돼 있다. 

추 팀장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강등당하면서 불이익을 받았던 인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파견되면서 다시 복권됐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대구·경북(TK) 라인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현재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의혹만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 범위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 정보소식통은 “해당 문건은 서식 등으로 봐서 국정원 문건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심리전단에 소속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개입 사건만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전반적인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익전략실은 2차장 산하로, 일부 부서가 아니라 국정원의 여러 부서가 정치·선거 개입에 동원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의 새 문건은 ‘반값 등록금’ 정책과 공약에까지 국정원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여당 내에서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국정원 문건에서 종북좌파 인사로 규정되고, 자녀 유학 문제를 심리전 차원에서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조지 오웰이 쓴 (감시사회의 등장을 경계한) 이나 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정치 개입이 어떠한 형태로 기획되고 실행되었는지 총체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이 문건이 ‘심리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단순히 심리정보국 차원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추 팀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추 팀장의 등장으로 박근혜 정부도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서 구경꾼 처지로 남을 수만은 없게 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태까지 국정원 댓글 개입 의혹은 이명박 정부 때의 일로만 치부해왔다. 

청와대로서는 당장 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간부를 민정비서관실에 그대로 두기가 어려워졌다. 추 팀장을 잔류시킬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의지도 의심받을 수 있다.


강병한·구교형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박근혜 정부 5년, 계급적 원성 언젠가는 폭발할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6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 5년, 계급적 원성 언젠가는 폭발할 것"'을 퍼왔습니다.
[남재희 인터뷰 ②] "박근혜, '비상한 결심' 할 사람은 아닌 듯"

남양유업 사태는 '갑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약탈적 경제권력의 횡포에 억눌린 세상의 모든 '을'들의 반란을 대표한다. 언론을 이를 '사태'라고 표현했다. "사태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제도에 기반해 갈등을 조정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정부와 정당에겐 수모적인 표현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갑을 사회' 논란의 제도적 욕구인 경제민주화에 얼만큼의 위기의식과 해결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남재희 전 장관의 얘기다. "비상한 결심을 하기 전엔 재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이 비상한 결심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덧붙여 "이제 우리나라는 계급화됐다. 비참하다. 그런 계급적 원성이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라고 했다.

'을(乙)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은? 새로 출범한 김한길 대표 체제에 회의적이었다. 소설 쓴 거 말고는 모르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철 통일사회당 당수와도 막역한 친분을 쌓았던 남 전 장관의 표현 치고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야박했다.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단 보류"라고 했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나는 문성근이 옳다고 본다." 친노 세력을 편든 게 아니다. "대선에서 48%를 얻은 것에서 출발해 모자란 2~3%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논리가 옳다는 얘기다. 남 전 장관은 "김한길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에게도 비판적인 한마디를 했다. "새정치를 들고 왔으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냐 틀린 방향이냐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무위로 배정돼 주식을 신탁하는 거는 당당히 해야 했다"면서 "대권 생각이 있다는 걸 암시했으면 자기 주식은 팔든지 신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늘 그렇듯, 남 전 장관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진보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애정이다. 이번엔 김세균 교수의 표현을 빌어 "진보운동은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진보운동,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글쎄, 글루미(gloomy)하다."

다음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임경구 정치팀장이 진행한 남재희 전 장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남재희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강한 의지 없으면 권력은 재계에 끌려다닌다"

프레시안 : 요새 남양유업 문제로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불만은 단지 남양유업만이 아니라 '빵 회장', '라면 상무' 등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는 듯하다. 경제적 강자의 횡포,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남재희 : 제도적 문제도 있고, 관습적 문제도 있다. 현재 문제가 많이 제기되지 않았나. 제도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관습이 안 돼 있는 것도 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의 입법을 더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딱 한 마디로 규정을 못 하겠다.

프레시안 :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얼만큼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완화되거나 미뤄진 데에는 재계의 집단적 목소리와 로비가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 법과 정치보다 대기업의 힘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아닌가 싶다.

남재희 : 권력의 강한 의지가 없다면 권력은 대기업에 밤낮 끌려다닌다. 집권 세력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에 진다. 기업은 돈이 있지 않나. 돈이 있어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다. 법원, 경찰, 검찰을 다 동원한다, 그것을 이기려면 권력이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가 어렵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그런 의지가 있다고 보나.

남재희 : 의지가 강하지 않다. 이한구 의원을 보라. 막 떠들지 않나. 그 이야기 들으면 무섭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재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세력을 대변한다. 이한구 의원은 개인이 아니다. 여권 내 일정 세력과 재계를 등에 업었다. 이한구 의원이 한은 총재를 두고 느림보니, 청개구리니 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자칫 청개구리 심리가 있거나, 또는 호주 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그런 일은 없도록 고심해 달라"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요구했었다. 편집자)

김중수 총재를 편들자는 게 아니다. 한국은행은 독립기구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가 압박을 가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무엇인가. 그것을 여당 원내대표가 무시하고 있다. 이런 일은 이한구 의원이 개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여당 내 보수세력과 재계의 대변인이다.

프레시안 : 이한구 의원의 일련의 발언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관련, "대기업 옥죄기는 안 된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재계는 모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남재희 : 비상한 결심을 하기 전에는 재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투자한다, 고용한다 하면 권력은 그 말에 흔들려 재계에 끌려간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댄 애커스 제너럴모터스(GM)회장이 향후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투자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건 권력이 재계에 끌려가는 거 아닌가. 우리 대통령이 비상한 결심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통상임금 문제는 좀 복잡하다. 첫째는 현재 법제하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 그걸 뒤집으려고 하면 안 된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걸 여러 차례 판정했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서 법령을 바꾸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령 개정이 없는 한 대법원 결정을 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원칙은 현행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엄청난 탈취를 할 거다.

"이론이 아니라 사태가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경제민주화도 질질 끌다가 폭발하는 사태가 일어나서 해결될 수도 있다. 가령, 폭동이 일어나든가 말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려운 싸움인데, 박 대통령의 5년 동안 돌발사태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계급화됐다. 비참하다. 그런 계급적 원성이 언젠가는 폭발한다.

"김한길이라는 사람의 정치철학을 들은 적 없다"

프레시안 : 사태가 발생해 해결되기 전에 정상적인 질서를 통해 해결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

남재희 : 그러면 좋지만 알다시피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나.

프레시안 : 민주당 지도부가 김한길 대표 체제로 거듭나면서 '을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는 듯하다. 이런 야당의 역할 또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야당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남재희 : 나는 김한길이라는 사람의 정치철학을 들은 적이 없다. 김한길은 소설 밖에 모른다. 정치철학은 내세운 게 없다. 그래서 김한길의 정치철학을 모르겠다. 판단보류다. 그간 한 게 없으니까.

프레시안 : 민주당이 처한 상황의 절박성이 김한길 체제로 하여금 변화를 강제하도록 하는 면도 있지 않겠나.

남재희 : 최근 재미있는 두 가지 기사를 봤다. 명계남이 봉하마을을 찾은 김한길에게 생떼를 부린 거다. 그거 보면 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의 대립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명계남의 행동은 의도적인 거다. 계파갈등이 심각하다는 거다. 수습이 안 되고 있다. 또 하나는 문성근이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점이다. 문성근은 지금까지의 민주당 체제를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대선에서 48%를 얻은 것에서 출발해 모자란 2~3%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48% 얻은 것을 깨부수려고 하는 거는 안 된다는 거다. 48% 얻은 걸 실패했다고 보고 그것을 박살 내려는 게 지금 현상인데, 그러지 말고 48% 얻었으니 부족한 2~3%를 채워나가는 쪽으로 각도를 돌려야 한다고 했다. 그게 맞는 이야기다. 명계남, 문성근이 본질을 건드린 건다. 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김한길 대표가 명계남으로 폭발한 노무현파를,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두고 봐야 한다. 난 심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말씀처럼 밖에서 보는 것보다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대단히 심각한 지경이다.

남재희 : 한상진 교수처럼 문재인 의원을 박살 내는 것으로 갈지, 아니면 문성근처럼 48%에서 보완하는 것으로 가야 하는가에서 고르라고 하면 난 문성근이 옳다고 본다. 앞으로 김한길 체제가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야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장관님께선 문재인 의원의 가능성에 여러차례 주목했다.

남재희 : 문재인 의원은 앞으로 많이 등장할 거다. 대선이 4년여 남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고, 손학규 전 도지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을 해야한다는 게 아니다. 현재로는 문재인 의원이 이룩한 업적을 완전히 없애고 나가려는 건 안 된다는 거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말한 거다.

프레시안 : 그런 점이라면 문재인 의원이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거기에서 나아가 친노 수장이라는 한계를 딛고 지난해 부족한 점으로 지적된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남재희 : 외국 같은 경우, 대선에서 패하면 몇년간 잠복한다. 문재인 의원의 경우는 지금 설칠 필요가 없다. 다음 대선 시즌이 왔을 때, 요구하면 나오고 아니면 그냥 있는 거다. 지금 아등바등할 필요없다. 세력 유지하겠다는 식은 필요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선이 되면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다. 그리고 본인이 시민운동을 오래해서 그런지, 정치를 정치인 뺨칠 정도로 한다. 시민운동이 사실 정치 아닌가. 정치훈련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얼마 전 에 쓴칼럼이 박원순 시장의 현재 상황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적 이슈에 부딪힌 적이 없다. 거기서 부딪쳐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그걸 본 적이 없으니 아직은 미지수다.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방향제시를 전혀 못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장관님의 인물평에서 안철수 의원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박하다.

남재희 : 명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엄청나다. 국회의원과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증을 갖고 있다. 그 혐오를 없애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방향제시를 전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유독 안철수에게만 '너의 비전이 무엇이며 실행 계획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 게 좀 가혹해 보일 수도 있다.

남재희 : 새정치를 들고 왔으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냐 틀린 방향이냐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치 불만을 몰아갈 방향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몰아갈 방향은 말 한마디로도 가능하다. 외국의 예를 보면 그렇다.

예컨대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것이 순환출자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비전으로 걸어야 한다. 여러 말 필요 없다. 이거 해결하겠다고 하면 '아 이 사람이 진짜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여러 말 필요 없다. 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럽처럼 대학교학비도 무료다'라는 식으로 던지는 게 필요하다. 가능하지 않는가.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한두 마디로 된다. 그런 말 없으니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위 배정 관련해서 정무위로 배정돼 주식을 신탁하는 거는 당당히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아까워서 다른 곳에 간다는 건 대체 뭔가. 요리조리 피하기만 한다. 정치는 정치대로 하고 재산은 재산대로 유지한다는 건 잘못된 처사다. 대권에 도전을 안 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대권 생각이 있다는 걸 암시했으면, 자기 주식은 팔든지 신탁해야 했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경쟁관계가 예상된다. 야권의 이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나.

남재희 :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각자의 길을 간 뒤, 4년 후 대선에서 서로 뭉칠 때 임팩트가 크다. 그 과정 동안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진영 관련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노원병에서 나온 김지선 씨가 5.7%. 통합진보당이 0.8%를 얻었다. 그리고 부산 영도에 나온 통합진보당이 12%. 부여·청양에서는 5.72%를 받았다. 그리고 전라남도 남원·순창이 지역구인 강동원 의원은 진보정의당을 탈당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학계 쪽에서는 진보운동의 선봉이다. 그런 김세균 교수가 '진보운동은 완전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표현이 재미있다. 정말 완전 원점으로 돌아간 거 같다.

프레시안 : 다시 싹이 날까.

남재희 : 글쎄, 글루미(gloomy)하다. 미국에서도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게 옳으냐, 아니면 밖에서 하는 게 옳으냐 논쟁이 있다. 우리 진보세력도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 나는 두 가지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합적으로 진행돼야지 일률적으로 들어간다 안 들어간다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진보진영도 민주당 들어가는 세력와 외부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세력으로 나눠지는 게 당분간 진행될 듯하다.



/임경구 기자,허환주 기자(정리)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박근혜 정부에 불만 “그렇게 해서 북남 대화 되겠나”


이글은 시사IN 2013-05-16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에 불만 “그렇게 해서 북남 대화 되겠나”'를 퍼왔습니다.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도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북한의 연이은 강수에 밀릴 수 없다는 방침은 이해할 만하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남북관계에서 뭔가 책잡힐 일을 피하려다 보니, 예상외의 강수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첫 방미 때는 대부분 한·미 양국 간에 기 싸움을 방불케 하는 외교전이 펼쳐졌다.

북한은 북한대로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권 5년간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한에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고,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최근 행보까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자기들과 대화할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 주도로 하려 하고, 자기 원칙만 강조하는 듯 보인다. ‘그렇게 해서 북남 사이에 대화가 되겠나’ ‘그 원칙 다 지키면 자기네가 죽을 텐데 그걸 어떻게 하나’ 따위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청와대 제공 4월26일 청와대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소집됐다.

박 대통령이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하고 인도적 지원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종의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인도적 지원 필요 없다’ ‘자꾸 신뢰 얘기하는데 먼저 보여달라’ 등, 아직 허니문 기간이라 막말을 하지는 않지만, 실망에서 분노로 감정이 변화하는 게 읽힌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권 때 불신으로 점철돼, 그것을 먼저 걷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신뢰만 요구하니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거기다 지금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년을 지켜본 자식들이다. 자기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남한·중국·미국·일본에서 당했던 수모에 대한 분노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포용력을 발휘할 수도 있으련만,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난 20년간 나타났던 ‘남북관계 징크스’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마다 취임 초에 남북관계 돌부리에 걸려 길게는 5년, 짧게는 2년 이상 단절기를 거쳐야 했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윤창중 만큼 황당한 박 정부의 ‘사과 매너’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14일자 기사 '윤창중 만큼 황당한 박 정부의 ‘사과 매너’'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사과 ‘요지경 속’



그간 박근혜 대통령는 공식석상에서 두 차례 ‘송구’ ‘사과’ 등의 표현을 썼다. 지난 3월 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세계경제도 위기인데 경제부총리도 안 계셔서 정말 안타깝고 국민 앞에 송구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야당이 고위 공직 후보자 무더기 낙마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자,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사과 받아야 할 ‘국민’ 없는 대국민 사과
하지만 대국민 사과는 아니었다. 첫 번째 ‘송구하다’라는 표현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야당에 대한 힐난이 포함돼 있고, 두 번째 ‘죄송하다’는 말은 야당 지도부에게 한 말이지 국민에게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토록 사과에 인색한 박대통령도 ‘윤창중 사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재미동포와 피해 인턴 여대생에게도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여러분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멘트만 보면 대국민 사과가 맞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왔던 장소와 상황, 참석 인물 등을 감안한다면 어색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장소는 청와대 회의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였다. 참석자는 수석비서관들뿐.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들어야할 ‘국민’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흘린 ‘사과 멘트’를 기자들이 주워듣고 기사화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사과 ‘요지경 속’
국민이 직접 들을 수 없는 사과를 한 것이다.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박근혜 정부 두 달 반 동안 도합 다섯 차례 정도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 사과조차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뭘까.

▲대독사과 - 3월 30일 김행 대변인이 대신 읽은 17초짜리 사과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7명이 줄줄이 낙마해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청와대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다.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의 사과문을 김행 대변인이 대신 읽은 것이다. “새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인사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사과문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단 17초.
대변인을 통해 사과문을 읽게 해도 된다는 발상이 황당할 뿐이다. 사과를 받아야할 국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안 한 것보다 열배, 백배 못한 사과였다.

▲셀프사과 - 5월 10일 밤 이남기 홍보수석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한 ‘윤창중 사건’ 때문에 청와대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이남기 홍보수석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대독사과’ 때처럼 단 넉 줄짜리 짧은 내용의 사과문을 읽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죄송하다며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청와대 구성원의 하나로 보지 않고 사과를 받아야할 국민에 포함시킨 셈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판에 겨우 홍보수석이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한답시고 대통령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황당하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정권이다.

▲불통사과 - 5월 12일 허태열 비서실장

‘셀프사과’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한 직급 위인 허태열 비서실장이 나선다. 무겁고 침통한 표정으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대독사과’와 ‘셀프사과’ 논란을 의식해서 인지 4분 25초 동안이나 이어진 ‘사과문 낭독’에서 허 실장은 잔뜩 몸을 낮췄다. 세 번 고개를 숙이며 ‘송구’ ‘죄송’ ‘사과’ 등의 표현을 반복 사용했다.
‘사과문 낭독’까지는 좋았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낭독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줄행랑치듯 브리핑 장소를 빠져 가갔다. 배석했던 민정수석,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등도 곧장 허 실장의 뒤를 따랐다. ‘낭독해 주는 것만 듣고 질문을 하지 말라’는 투였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휭하니 자리를 뜨는 게 새 정부 청와대의 버릇이란다.

▲직급사과 - 사과문 낭독자? 꼼꼼히 직급 따져서

“먼저 홍보수석으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문’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자신이 왜 사과문을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상위직급자이기 때문에 사과문 낭독자로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직급을 따지는 버릇은 곳곳에서 관찰된다. 지난 3월 인사위원장 명의의 사과문을 대변인이 대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허태열 실장의 사과문 낭독에도 ‘직급 따지기’ 관행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윤 전 대변인의 상급자인 홍보수석의 사과가 먹히지 않자 홍보수석의 상급자인 비서실장이 나섰다.

▲간접사과 - 5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회의실 사과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는 게 대국민 사과다. 박 대통령은 이런 ‘직접사과’를 꺼린다. 사과의 의도만 전달되면 됐지 구태여 국민 앞에 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이다. 회의실에서 업무 얘기를 하는 중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건 국민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어렵게 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국민 사과를 할 때마다 왜 진풍경이 벌어지는 걸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원인제공자는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 방법과 내용에 ‘국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과에 인색하다. 한다고 해도 흉내만 낼 뿐이다.
‘간접사과’를 ‘직접사과’로 둔갑시킨 언론들
취임 초 대국민 사과를 한 역대 대통령은 여럿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석달 만에 자신의 고향 땅 투기와 생수회자 투자 배경과 관련된 의혹이 일자 “이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하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촛불집회가 확산되자 취임 80일 만에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모두 박 대통령 같지 않았다. 직접 국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육성으로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다.



‘간접사과’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일부 언론이 거들고 나섰다. 회의 중에 한 몇 마디를 마치 ‘대국민 담화’라도 되는 양 포장하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언론들은 아예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전문’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냈다. ‘윤창중 사건’과 관련해 회의 도중 언급한 내용을 공식 사과문인 것처럼 각색한 것이다. ‘간접사과’를 ‘직접사과’로 둔갑시켜 보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을 마치 공식 대국민 사과 담화인 양 포장한 언론들

주인에게 사과하는 것, 당연한 일이다
사과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아버지 박정희를 닮아서 일까.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주고 지켜야 할 덕목 중 하나로 ‘사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시시콜콜 챙기며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독선적 리더십이 빚은 부작용일 수도 있다. 독선의 뿌리는 위엄과 권위다. 독선적 사고에서 출발하면 사과는 위엄과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보이게 된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부족한 정권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국가의 주인다.국민을 진정 주인으로 여긴다면 대국민 사과를 꺼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인에게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수치스러운 일인가?

육근성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고위층 성접대’에 ‘윤창중 성추행’까지···끊임없는 성추문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10일자 기사 '‘고위층 성접대’에 ‘윤창중 성추행’까지···끊임없는 성추문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를 퍼왔습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4차 인선안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 전 의원, 국정기획수석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 민정수석 곽상도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홍보수석 이남기 전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양지웅 기자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정부·여당의 성추문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은 정부·여당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미국 현지에서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9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됐다.미국 워싱턴DC 경찰당국은 이날 윤 대변인의 ‘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윤 대변인의 사건을 두고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이 경찰 수사 중인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충격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돼 있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초기에 등용됐다가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3월 21일 전격 사퇴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성추문에 휘말리기 일쑤다. 지난 해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이던 당시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형태 의원은 ‘제수 성추행 미수 의혹’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전격 탈당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국회 윤리특위에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제출하고,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사전선거운동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최연희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당시 맡고 있던 한나라당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 전격 탈당했다. 당시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최 의원 사퇴촉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최 전 의원은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7월 아나운서지망 대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해 ‘여대생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강 의원을 제명시켰다. 이후 국회에서 강 의원 제명안이 상정됐지만 부결됐고, 모욕·무고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는 2011년 한 조찬회 특강에서 우리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예를 들며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 먹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해 구설에 오른 바 있으며,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도 2010년 걸그룹 멤버와 관련된 얘기를 하던 도중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만 찾는다고 하더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회 본희의 도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드’ 사진을 검색해 보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담겨 파장을 일으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