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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윤창중 스캔들 풀리지 않은 의혹

이글은 시사IN 2013-05-28일자 기사 '윤창중 스캔들 풀리지 않은 의혹'을 퍼왔습니다.
‘제2의 윤창중’을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누가 도주를 도왔는지, 대통령 보고 시점이 왜 늦었는지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

지난 1월 초, 한 인수위원과 기자단의 오찬 자리.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청와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창중 대변인은 뉴스가 잘 나오지 않는 철통보안 인수위의 ‘뉴스메이커’였다. “뉴스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한다”라고 기자들에게 호통 치는 등 ‘기행’을 일삼는 윤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놀란 기자들은 인수위원을 다그쳤다. “정말 안고 가나? ‘윤창중 논란’ 박(근혜)은 모르나?”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위원은 머쓱하게 웃었다. “왜 모르나. 당선인이 직접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의 칼럼을 좋아한다는 말이 ‘정설’로 회자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보는 기사 스크랩에도 윤 전 대변인의 칼럼이 꼬박꼬박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새누리당 당사 4층 기자실 엘리베이터 옆에는 윤 전 대변인이 칼럼세상 대표 시절에 쓴 글이 붙어 있곤 했다. 언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이, 심지어 친박계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이 나온 윤 전 대변인의 청와대행은 그만큼 박 대통령의 ‘개인 작품’이었다.


ⓒ시사IN 이명익 5월11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에 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5월15일 44개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한 말은 자신 역시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와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고 생각을 많이 한다.” 사과 대상에 대통령을 포함시켜 ‘과잉 충성’ 논란을 빚었던 이남기 홍보수석의 5월10일 기자회견은 이러한 박근혜 청와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한 장면이었다.

꼬리 자르기도 시작됐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5월16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임한 이남기 홍보수석을 ‘희생양’으로 지칭하며, “이남기 수석이 정리되면서 사건도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친박 좌장 격으로 복귀한 김무성 의원은 같은 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직자 금주 선언을 촉구하며 스캔들의 원인을 개인의 술버릇으로 돌렸다.

대변인 인사는 박 대통령 ‘개인 작품’

신의진 원내 대변인은 5월13일 브리핑을 통해 일찌감치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위 소집’이라든가 ‘청문회 개최’ 요구는 섣부르다.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친박계인 최경환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창중 건을 놓고 국회가 할 게 뭐가 있느냐. 국정조사나 청문회는 불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은 대통령 ‘보위’에 일단 팔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와 함께 후폭풍에 휘말릴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번 윤창중 스캔들에 대한 사실 공방과 법적 책임 여부는 일차적으로 미국 사법 당국의 수사와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문제는 당·청이 합심해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연일 불거지고,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 귀국 직후인 5월9일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에 동행했던 홍보수석실 관계자 전원의 행적 전반에 대해서도 감찰 활동을 벌였다. 주미 대사관이나 문화원의 보고를 통해 얻은 ‘사실들’도 여느 기관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대변인은 5월11일 돌발 기자회견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조사 내용을 “날조된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의 진술 내용(‘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있다’ ‘피해 여성이 방에 왔을 때 알몸 상태였다’ 등)을 비공식으로 언론에 알리며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만을 부각시켰다.

이후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NCND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애초 5월12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기자회견에서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해명해야 할 쟁점 중 핵심은 윤 전 대변인의 한국행, 즉 도주를 도운 ‘윗선’의 정체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이런 사람을 대통령 곁에 있게 하는 게 좋은지 안 좋은지는 누구든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귀국 지시를 사실상 시인했지만, 윗선의 정체를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또한 “청와대의 귀국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법상 문제될 게 없다”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꼬리 자르기, 은폐·축소 멈춰야

더불어 대통령 보고 시점도 논란이 되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께 아무 때나 불쑥불쑥 들어가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직된 청와대 분위기를 드러냈다. 윤 전 대변인은 5월8일 오후 1시30분 귀국길에 올랐고, 박 대통령은 “9일 오전 9시~9시30분에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통령 일정 중 대변인 귀국이라는 중대 사실을 22시간 가까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셈이 된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내놓은 수습책은 즉각적인 후속조치보다 ‘대통령 순방 시 공직기강팀이 동행한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인사추천권을 보장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매뉴얼을 내놓겠다’ 따위다. ‘앞으로’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방미 당시 250쪽 분량의 ‘미국 방문 행사 책자’와 78쪽 분량의 ‘대통령 해외방문 행사 준비지침’이 수행단 전원에게 배포되는 등 매뉴얼이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보고 없이 야간에 숙소를 벗어나는 식의 개별 행동 금지를 명시한 이 매뉴얼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을 벗어나 승용차로 10분 이상 떨어진 W호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수행단 지침을 위반한 것이 된다. 또한 주미 한국문화원이 윤 전 대변인에게 별도 차량을 제공한 것 역시 매뉴얼을 위반한 ‘과잉 예우’였음이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은 5월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을 저지른 사람이나 수습하는 윗사람들이나 어쩌면 수준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라고 탄식했다. ‘윤창중 성추문 스캔들’은 청와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제2의 윤창중’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청와대의 부실 대응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 및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5월16일 발표한 5월 셋째 주 주간 정례 조사는 “내각 구성 이후 ‘인사 문제’ 지적이 점차 줄었으나, 윤창중 사태 이후인 5월 3주에는 다시 급부상해 부정 평가자 두 명 중 한 명이 인사 문제를 꼽았다”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51%로 일주일 전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어청수 전 경호처장, 퇴임후에도 관용차량 사용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27일자 기사 '어청수 전 경호처장, 퇴임후에도 관용차량 사용'을 퍼왔습니다.
청와대, 관행적으로 퇴직 경호처장들에게 '특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어청수(58)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퇴임 후에도 두 달 동안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를 사용한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장을 편법으로 독점해 물의를 빚은 지 한 달 만에 최측근인 어 전 처장마저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실은 지난 2월 퇴임한 어 전 처장에게 두 달 동안 관용차량인 에쿠스와 운전기사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등에는 퇴직 경호처장에게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비서관과 운전기사 그리고 경호와 경비 등이 제공될 뿐이다.

그런데 청와대 경호실은 내부규정까지 만들어 퇴직 경호처장들에게 관행적으로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경호실측은 "그 사안과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특히 어 전 처장은 퇴임 뒤 두 달 동안만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하기로 한 내부 규정을 재직 당시 1년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의 경호실에 근무한 한 관계자는 "퇴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차량을 제공할 수 있는 법률은 없다"며 "국가 소유의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어 전 처장은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퇴임 후 (이명박 전 대통령)업무와 운동 있을 때 경호차량을 뒤따라가기 뭐해서 1~2차례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어 전 처장은 "오히려 재직 당시 퇴직 경호처장에게 기간 제한 없이 계속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경호실 규정을 1년간 전직 대통령 경호에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축소시켰다"고 주장했다.

어 전 처장은 청와대 치안비서관과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내 대형 로펌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BS 고무성 기자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박 대통령, 전두환에게 받은 돈 사회환원 언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24일자 기사 '박 대통령, 전두환에게 받은 돈 사회환원 언제?'를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토론때 6억 환원 약속
청와대 “언젠가 방안 낼것”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4일 새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 규모를 공개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밝힌 ‘재산 사회환원’ 약속이 지켜질지 여부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후보 1차 텔레비전 토론회 때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한테서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6억원을 받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는 “아버지께서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경황없는 중에 받았다.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때 언급된 6억원은 1979년 10·26사태 직후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박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금고에 남겨둔 돈으로 알려져 있다.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 시효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데다 검찰도 미납 추징금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한테 받은 돈의 사회환원 약속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재산환원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별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정부 출범 직후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그런 부분까지 심도있게 검토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제와서 무슨 개인적인 욕심이 있을 리 없지 않느냐.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인 만큼 언젠가는 약속을 지킬 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공개된 박 대통령의 재산은 25억5861만원으로, 지난 2월5일 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공개된 박 대통령의 재산 24억3903만원보다 1억1958만원 증가했다. 박 대통령의 재산 구조는 서울 삼성동 집과 자동차 1대, 예금 등 세 가지로 단순하다. 삼성동 집이 23억원, 2008년식 베라크루즈가 1994만원, 예금이 2억3867만원으로, 재산 증가분은 삼성동 집값 상승분이 반영된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청와대로 향하는 쌍용차 해고자, “대정부투쟁 불가피”


이글은 참세상 2013-05-23일자 기사 '청와대로 향하는 쌍용차 해고자, “대정부투쟁 불가피”'를 퍼왔습니다.
24일 청와대 1박2일 농성 돌입...범대위 “5~6월 사태 해결 중요시기”

박근혜 정부가 다음달 4일 출범 100일을 앞두고도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의 대화도 사실상 거부할 조짐이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쌍용차 해고자를 비롯해 범국민대책위는 24일 오후 7시부터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며 1박 2일 청와대 앞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민주노총, 범대위 등은 지난 16일 5월20~25일 사이 정부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박근혜 정부는 면담 요구에 아무 답변이 없는 등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쌍용차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콧방귀만 뀌고 있으니 대정부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대한문 분향소를 유지하면서 대정부 투쟁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쌍용차 범대위 역시 5~6월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범대위 등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비롯해 5월24~25일, 6월17~21일 청와대 앞 노숙농성, 5월30~6월 1일 청와대·광화문광장 농성, 5월27일 광화문광장 제 단체 투쟁선포 기자회견, 6월4~5일 민주노총 집중집회, 6월22일 범국민대회를 사실상 확정했다. 또한 6월10~14일 쌍용차 평택공장 집중 선전전, 15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6월 임시국회에 쌍용차 국정조사를 제기해야 한다”며 “5~6월은 쌍용차 사태 해결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로, 숨 가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광범위하게 구성된 쌍용차 범대위는 22일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 역시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 불가피 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한 희생자 중 23, 24번째 죽음은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로,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 죽음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쌍용차 문제 해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문 분향소 재건에서 머물지 않고 주요 투쟁방향을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투쟁으로 집중해야 한다”며 “쌍용차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제 철폐, 외국자본에 대한 통제의 제도화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신당은 23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약속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지난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 등 8명의 의원에게 질의 공문을 넣고 오는 31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확인 및 추진 의지 여부와 시기 등이 담겼다.


정재은 기자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청와대-국정원-일베, 무슨 관계일까?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22일자 기사 '청와대-국정원-일베, 무슨 관계일까?'를 퍼왔습니다.
박근혜의 국정원 ‘일베‘ 두둔, 이러니 날뛰는 거다


극우적 망동을 일삼는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가 자신들의 행동반경을 ‘인터넷 공간’에 국한시키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행동화 하는 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창중 사건’을 처음 외부에 알린 ‘미시USA’를 ‘일베’ 회원이 해킹했다고 주장한 바 있고,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을 훼손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일베’ 망동, 게릴라식 행동화까지
‘게릴라식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을 ‘DJ컨벤션센터’ 주변 설치물에 모욕적인 글과 함께 게시하고 ‘인증샷’을 찍거나, 대형 할인마트 가전 매장의 고객 시연용 스마트TV와 컴퓨터에 사진을 올린 뒤 이를 촬영해 ‘일베’에 게시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베’의 동시다발적 ‘5.18훼손’은 ‘일탈’의 범주를 넘어서 ‘역사 테러’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일베’ 회원에게 국정원장이 초청장을 보냈다. ‘일베’ 회원 일부가 오는 24일 열리는 국정원 안보 특강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일베’ 회원 초청이 ‘국가 안보 수호를 임무로 하는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둘러댄다. 111콜센터 우수신고자를 초청해 위로하는 행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베’ 회원을 초청한 게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한 둘 아니다. ‘일베’ 회원이 111콜센터에 집중 신고한 시점은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북한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후 회원 명단을 공개한 직후다. 회원들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며 일부 내용을 국정원 콜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일베 특별히 초청한 것 아니다”, 그렇지 않은 정황 ‘수두룩’
‘우리민족끼기’ 회원에 대한 신상털기가 ‘일베’에 의해 자행됐다는 걸 국정원이 모를 리 없다. 관련 기사가 며칠 간 언론에 차고 넘쳤는데도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 시점에서 ‘우수신고자’를 선정할 경우 ‘일베’ 회원이 다수 포함될 거라는 점도 익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일베’ 회원을 겨냥해 초청한 게 아니라는 국정원의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달라 보인다.
국정원이 ‘일베’ 회원들을 타깃으로 초청을 한 거라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5.18 정신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하해 논란이 된 ‘일베’의 망동을 국정원이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영령들을 모신 관이 즐비한 광경을 홈쇼핑 장사판로, 관을 택배 물건에 비유해 “홍어 포장 완료” “택배 장사 잘 된다”며 고인들을 모독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저들이다. 안보정신이 투철하다며 초청까지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경천동지할 일이겠지만 정치 개입을 주업으로 해온 대한민국 국정원이라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2월에 열렸던 국정원 안보특강에서 일부 강사들이 “5.18 당시 북한 간첩이 내려와 있었다”는 발언을 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 인사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정원 쇄신’은 헛소리, 얼굴만 교체됐다
‘국정원 쇄신’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처럼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국정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그러겠노라고 국민 앞에 맹세한 바 있다. 그러기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MB의 국정원’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줄 알았다. 허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놈이 그 놈’, 달라진 게 없다. ‘쇄신된 국정원’이라면 이런 판에 ‘일베’를 국정원에 초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입을 닫고 있다. 국정원이 안보를 빙자해 5.18 훼손을 방관하거나 우회적으로 부추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못 본 척이다. 하기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게 막은 박승춘 보훈처장을 유임시킨 게 바로 박 대통령 아닌가.
청와대의 묵인과 방조가 없다면 국정원이 이러지 못할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근혜 사람’으로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국방안보특보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명박의 원세훈’이나 별 다름이 없다. 그가 원장에 취임한 직후 80% 이상 자리가 교체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해 측근을 영입하거나 요직에 앉혔다. 김규석 국정원 3차장은 군 복무 시절 남 원장의 오랜 부하였던 관계로 서로 가까운 사이다. 김 차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 참여한 친박 성향의 인물이기도 하다.
‘남재준의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
남 원장의 측근과 육사 출신이 국정원에 대거 포진하자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게 국정원이냐, 육군본부냐”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해진다. 사람은 대거 교체됐지만 야권 인사와 시민단체를 종북으로 규정하는 ‘종북 몰이’는 ‘MB의 국정원’ 때와 변함이 없다.
‘반값등록금’ 주장을 ‘종북세력의 공세’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반값등록금 심리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가 현재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추 국장은 2011년 6월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이 작성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문건의 보고 책임자였다. 또 중간 책임자급이었던 함모씨는 영전해 국정원 감찰실에서 근무 중이다.
‘반값등록금’은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이 공약을 이행하겠노라고 약속했던 사람이다. 겉으로는 공약인 양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뒤로는 ‘좌파공세’라며 국정원의 심리전 대상으로 삼아 여론을 흩트리려 했다니 황당할 뿐이다. 새누리당의 ‘좌클릭’은 표를 구걸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게 또 다시 입증된 셈이다.



국정원 ‘일베’ 두둔, 이러니 날뛰는 거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법을 어기고 국내 정치에 개입한 추 국장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했고, 국정원장은 여기에 가담했던 함모씨를 내부 영전을 통해 요직에 앉혔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내팽개친 국정원 간부가 처벌을 받기는커녕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니 이 또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국정원이다 보니 이 판국에 ‘일베’를 초청할 수 있었던 거다. 국정원이 ‘일베’의 황당한 책동에 동조하지 않는데도 그럴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민간인 사찰, 야당과 시민단체를 종북으로 낙인찍는 작업 등에 대해 적극 지지를 보이는 ‘일베’가 저들의 눈에는 기특해 보였나 보다.
‘일베’에 대한 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일베’ 초청을 밀어붙였다. 이것은 국정원이 ‘일베’의 망동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정원이 ‘일베’의 탈선적 책동에 동조할 뿐더러, 초청 등의 방법으로 우회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일베’가 날뛰는 거다.
재미있는 그림, 청와대-국정원-‘일베’
재미있는 구도가 그려진다. 국정원장의 뒤에는 박근혜 정권이 있고, 국정원 내부는 ‘남 원장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극우 망동 사이트인 ‘일베’는 국정원과 박 정권을 지지하고, 국정원은 암암리에 ‘일베’와 교감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 일베...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답은 무척 간단하다. 수학 문제 푸는 것에 비유한다면 더하기 빼기 수준일 테니 말이다.


육근성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윤창중 사태'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7일자 기사 ''윤창중 사태'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다'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윤창중과 청와대는 피해 여성에게 '사과'했나?

온 나라가 윤창중 얘기로 그득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윤창중 전 대변인이 벌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연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내놓은 '대안'을 보아도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위 윤창중 '사태'로 들끓고 있는 공분이 '분'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라며, 이번 일을 용기 있게 폭로한 피해자인 여성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윤창중 '사태'가 아닌 '성폭력 사건'이라는 정확한 표현이 사용되어야 한다.)

진심 없는 '사과',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윤창중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그의 상급자인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과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의 사과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번 일로 공분하는 국민·동포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과였다.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은 "물의를 일으킨 자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여자 '가이드'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가이드'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에서 비롯된 물의로,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던 게 주 내용이었다.


▲윤창중 전 창와대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이후 공방의 내용은 귀국 종용 여부로 전환되었다. 윤창중 개인 사정으로 귀국했다던 청와대의 발표는 거짓이었고, 관계가 없다며 발뺌했던 주미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의 입장 또한 거짓이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허태열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들 또한 국민들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언급하긴 했지만, 다른 내용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보며 저들은 왜 '사과'하는 걸까 질문하게 된다. 줄줄이 이어진 사과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진실과 진심, 그러나 그들이 말한 진실과 진심은 피해자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윤창중으로 인해 국격이 훼손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윤창중 성폭력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의 인사실패와 국정운영을 둘러싸고 공격과 수비의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부적절한 인사가 문제였고, 새누리당은 윤창중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직자 기강 점검이 필요하다 말한다. 이번 일로 청와대는 '순방 매뉴얼'을 만든다고 한다. 방미 중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상짓'도 제기되는 가운데 저들의 뇌 구조에서는 별다른 일이 아니었을 이번 '사태'가 과연 어떤 경종이나 울릴까 싶다. 여기에 '윤창중의 그녀'라는 지칭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기를 하면서 '반역자', '국제좌빨'의 딱지를 붙여 퍼뜨리고 있다는 소식은 광기마저 느끼게 한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은 윤창중 개인이 저지른 잘못과 물의를 꾸짖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윤창중 개인'에만 시선이 가는 한, '한 번의 실수 또는 재수 없어 걸린 사건'이라는 프레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은 여성-남성이라는 젠더 위계와 인턴-대변인이라는 직위 차이가 맞물린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을 때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했다.

의례적인 '사과'는 피해자에게 더 상처가 될 뿐이다. 성폭력 신고를 한 피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문화원과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시도였다. 처음 성폭력 사건을 접한 문화원의 반응은 묵살이었다. 이어 문화원과 청와대는 사건을 무마하려고 경찰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했다. 설득이 되지 않자 한 짓이 가해자를 대동하여 '사과'시키고 얼버무리려 한 것이었다. 용기 내어 드러냈건만 이를 전면으로 부정당한 것, 이러한 조직적 은폐 시도는 피해자에게 그 자체로 또 다른 가해였다.

제2, 제3의 윤창중이 판치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번 사건으로 김형태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과거 공직자들의 성폭력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임에도 직함이 유지되고, 공공연하게 성 상납이 판치는 현실은 매번 강조되어 온 공직자의 '윤리' 문제로 결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공분이 뜨거운 이유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겪었던 경험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여성민우회에 접수된 고용평등 상담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이 가장 많은 상담유형이었고, 피해사례의 절반이 계약직이나 파견직의 경우였다.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성희롱 피해가 정규직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성희롱, 성폭력의 상황에서 대부분이 그저 참고 넘어가는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계약 해지 되는 등 고용상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여성가족부가 있는 청계천변에 작은 텐트가 쳐졌다. 성희롱을 알렸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된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농성 텐트였다. 1년 넘게 지속된 관리자들의 성희롱을 제보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징계해고였다. 이후 성희롱 피해의 고통, 가해자, 하청업체, 현대차까지 무수히 반복된 2차 가해에 맞서 싸운 그녀와 그녀의 싸움을 지지하고 연대한 사람들의 힘으로 그녀는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성별, 고용형태별 온갖 위계가 맞물려 권력으로 작동하면서 폭력은 발생한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 이런 비하와 몰인격적 태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 자본의 막강한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권력구조의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폭력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숨겼던 전모가 드러나면서 들끓는 공분이 온갖 권력관계로 작동되는 위계들을 흔드는 힘으로 이동하길 바라는 이유다.

이렇게 성별, 고용형태별 온갖 위계가 맞물려 권력으로 작동하면서 폭력은 발생한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 이런 비하와 몰인격적 태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 자본의 막강한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권력구조의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폭력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의 숨겨진 전모가 드러날수록 들끓는 공분이 '분'을 넘어 권력관계로 작동하는 다양한 위계들을 흔드는 '힘'으로 이동하길 바란다. 자본과 가부장 권력을 뒷받침하는 사회구조와 국가권력을 바꾸지 않는 한,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윤창중 성폭력 사건이 공분으로 그치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박 대통령 만찬 발언, ‘윤창중 사건’ 심각성 모른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6일자 기사 '박 대통령 만찬 발언, ‘윤창중 사건’ 심각성 모른다'를 퍼왔습니다.
황새에게 위임한 통나무 대통령, 청와대서 유유자적하다가 임기 마칠라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스승의 날인 15일 개최한 언론사 정치부장단 초청 만찬에서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느냐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그런 때는 참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박대통령은 "앞으로 더 철저하게 노력하는 길, 더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을 찾고,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인사검증)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면서 인사검증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윤 전 대변인이 사실 그렇게 성추행에 연루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한 박대통령은 논란이 됐던 '윤창중 사태'를 보고받은 시점에 대해 "이때 받았다, 저때 받았다 하는데 정확한 것은 로스앤젤레스를 떠나는 날(현지시간 9일) 아침 9시 조금 넘어 9시 반 사이"라고 밝혔다.


▲ 16일자 한겨레 5면 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 만찬 발언은 대통령의 책임문제를 쏙 빼놓았을 뿐더러 ‘윤창중 사건’의 심각성을 특정 영역에 국한시키는 것이란 점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다. 정권 수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윤창중 사건’에서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의 다섯 가지 정도다. 

1) 먼저 성추행 진실공방을 떠나서라도 해당 시간에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과 술을 마시고 또 밤새 술을 마셨다는 사건 정황과 청와대 민정수사실 수사결과를 전면 부정한 향후 대응에서 드러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격과 품성에 대한 경악의 차원일 것이다.

2) 다음으로 이러한 윤창중 전 대변인이 걸러지지 않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다. 

3)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인사결정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문제도 있다. 특히 윤창중 전 대변인의 경우 인수위 대변인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이에 대해 박대통령이 “내가 알아서 할께요”라며 비호하는 등 ‘불통인사 1호’라는 논란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박대통령은 "성추행에 연루될 줄 누가 알았나"고 하지만 내용이 성추행일 줄 몰랐을 뿐 윤 전 대변인이 '사고'를 칠거라 생각한 이들은 부지기수였단 사실을 알아야 한다. 

4) 사건 발생 후 청와대 대응의 문제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지나치게 늦었고 비서관들이 후속조치를 취한 후 보고를 하는 형식이 되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을 귀국시키는 후속조치가 적절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다. 이제 와서 윤창중 전 대변인에게 미국 가서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할 거면 처음부터 그를 대피시키기보다는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게 했어야 했다. 그를 귀국시킨 조치는 그가 기자회견 없이 조용히 근신할 것을 기대하여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 했던 근시안적인 ‘기술적 조치’로 판단될 수 있다. 

5) 사건의 파장이 커진 후 사과를 표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무능과 혼선을 드러냈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 허태열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차례로 3차례에 걸쳐 사과하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남기 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박대통령은 사과를 국민에게 직접 하지 않고 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는 등의 문제를 보였다. 

사실은 뒤로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 사안들을 동등하다 치더라도 박 대통령은 단지 앞의 두 개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후보 시절부터 화제였고 모든 문제에 대해 논평하면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쏙 빼고 말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만찬에서도 박 대통령은 3)의 논점을 생략하면서 그 자신의 육체를 이탈하여 영혼만 공중부양하여 뭇 인간과 사물을 내려다보는 유체이탈 화법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 16일자 한겨레 5면 조혜정 기자의 기자수첩. 박대통령의 인식에는 자신의 잘못이란 측면이 빠져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박 대통령이 4)와 5)의 논점은 차마 떠올리지도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는 박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보다도 국정운영에 더 큰 장애가 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정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지 현재의 청와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넘어서, 물론 그 문제만으로도 사태는 심각한 것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물위에 동동 뜬 한 방울의 기름처럼 국가 기관과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청와대 집무실 안에 홀로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흔히 ‘레임덕’이라 부르지만 정권 초의 측근들이 박 대통령을 업신여겨 이리 행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반대로, 측근들이 박 대통령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사실을 늦게 보고하고 문제가 터지면 면피용 사과를 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거나 오히려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이 터졌을 때 측근들이 바로 보고하지 않고 ‘알아서’ 대응책을 마련해 오는 것에 만족하고, 본인은 나중에 그게 문제가 되면 “적절하지 못했는데, 나와 상관없다”고 품평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한국인들은 원래 대통령을 군주처럼 생각하는 데다, 박 대통령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전략’이 마냥 실패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처럼 수구언론이 물어뜯지도 않으니 측근들의 실수는 유권자들에게 ‘박근혜의 실수’가 아닌 ‘측근 개인의 실수’ 정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유리한 민심과 언론환경에 자만하여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면 ‘가랑비에 옷 젖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경제민주화 문제나 북핵위기 등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러한 ‘측근 위임형 통치’를 지속할 경우 박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어진다는 데에 있다. 

만일 상황이 그런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박대통령은 퇴임할 때 ‘그저 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으려고 청와대에 들어갔느냐’는 비아냥거림이나 받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통나무 왕’은 개구리들의 칭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 잡아먹는 황새와 뱀들을 방치한 무능한 대통령이 될 뿐이다. 정말로 추억을 곱씹을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대한민국을 통치하거나 경영하려고 그 자리에 올라섰다면, ‘대통령이 무서워 보고하지 않는 무리들’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영국 왕실처럼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가 미덕인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 박근혜 대통령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통치한다면 차라리 엘리자베스 2세를 존경한다고 말하는게 솔직한 일일 것이다. 지난 4월 17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부군인 필립 에든버러 공과 함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장례미사가 거행되는 세인트폴 성당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AFP=뉴스1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청와대 출입기자 비판에 대한 변명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5일자 기사 '청와대 출입기자 비판에 대한  변명'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기레기’와 ‘선배기자’란 문법 사이 매체비평지의 시선은

▲15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매체비평지에 입사한지 만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기수문화와 선후배 관계로 얽힌 기자사회에서 소규모 온라인매체 기자의 정체성은 혼란스럽지요.  
거기다가 ‘매체를 취재하는’ 매체비평지 기자라는 사정까지 겹치면 그 혼란은 가중됩니다.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글을 쓰지만 저 자신이 기자인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신문비평과 정치평론이 주된 업무인 제 주된 출입처는 농담보태 얘기하자면 “전화기와 네이트온, 그리고 카카오톡”입니다. 머릿속으로 정체성의 갈등을 겪을 때면 타 매체 기자들을 스스럼없이 ‘선배’라 부르는 어떤 동료들의 구김살 없는 태도가 부럽기도 합니다. 

기성매체의 기자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 역시 미묘하게 이중적이라고 느낍니다. 기자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선배대접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를테면 ‘내부’면서 ‘외부’인 것이겠지요. 미디어스 기자들은 각자 한 번쯤은 취재차 전화 건 기자에게 “몇 년 차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2년차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차피 그들 입장에선 ‘꼬꼬마’이니 1년차인지 2년차인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싶기도 합니다. 저는 “몇 개월 안 됐어요”라고 답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경험은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련 상황의 맥락 속에서 사태파악을 위해서도 중요할 것입니다. 언론사 기자들이 매체비평지 보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도 이해가 갈 듯 합니다. 취재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간접보도, 데스크의 관행과 의사결정 구조를 모르고 쓴 과도한 추측보도라는 비판이 가능할 것입니다. 어떤 보도에서는 그러한 비판이 그대로 사실이기도 할 것입니다. 

매체비평지 기자는 그 직능의 성격으로 볼 때는 기성매체의 경험을 두루 거친 이가 하는 것이 바람직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타매체 경험이 있는 기자들의 숫자가 오히려 소수이지요. 제 경우에도 이곳이 첫 직장입니다. 기성매체의 기자들이 볼 때엔 기자들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훈련도 받지 못했고 현장도 모르는 이들이 드러난 현상과 자신의 감만 믿고 비판을 일삼는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매체비평지 기자가 그 직능의 성격에 적절한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언론시장의 환경과 언론운동의 현주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물론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질이 낮은 기사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논법으로라면 어떠한 언론인도 어떠한 정치인도 비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양질의 기사를 위해 노력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면서 현실적인 비판의 척도가 되겠지요. 

신문비평과 정치평론을 하면서 제가 비평대상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 정도에 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매체에 돌아올 때도 합당하다고 여겨질 수준의 비판수위를 남들에게도 견지해야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기성언론에서도 그렇듯 비평이란 것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관행을 거부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인 일개인의 결단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제 경우는 입사 전 자유기고가로 살 때에도 정치평론을 했습니다만, 사실 한 영역에 대해 평론을 하다보면 그 비평대상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가령 정치평론을 오래하다 보면 정치인을 비난하는 시민들보다는 정치인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 많고, 일관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다보면 모순된 요구를 어떻게든 채우려고 허우적거리는 그들을 동정하게 됩니다. 

신문비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시민들은 흔히들 기자들이 익명의 취재원 뒤에 숨어서 자신의 편견을 배설하고 사실을 왜곡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체비평지 기사에서도 그렇지만 기명의 취재원은 발언이 자유로울 수 있는 몇 사람으로 한정되기 마련이지요. 주로 교수집단에 해당하며, 그들 중에서도 유난히 사회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몇 명으로 한정됩니다. 

왜 자꾸 같은 사람만 등장시키느냐고 화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그런 분들만 발언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익명의 취재원을 등장시키지 않고 기사를 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요. 사실 시민들이 자기 편견으로 진실을 구성한 후 그 이면에 있는 맥락을 지적하는 기사들에 발끈하여 ‘기레기’란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어떤 기사는 미리 ‘야마’를 잡고 그에 맞는 발언을 해줄 이들을 동원해 급조되었단 느낌을 받기도 하고 아마도 그것이 사실이겠지만, 대체로 기자 1인당 하루 두 건 정도는 기사를 써야 하는 매체비평지 기자들의 경우에도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타매체의 보도를 비판함에 있어 앞서 말했듯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양질의 기사를 위해 노력하기를 요구하는 정도의 수위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물론 이는 제가 그 위치에 있다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서 그렇듯 우리는 환경의 제약과 관행에 휩쓸려 다닙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이 정도 수위의 비판과 지적을 하면서 당연시되었던 것들을 돌이켜볼 수 있다면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매체비평지를 비평하는 언론은 없다는 점에서 이 제안이 ‘불공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기성언론 역시 자신들에 대한 비평에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익숙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본인들은 관료나 법조인의 행적이나 발언을 실명을 거론하여 쓰면서, 특정 보도에 대한 비평에서 기자 개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정서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것 역시 ‘공정’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5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이 사건은 한국의 조직사회가 성추행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까발린 측면이 있다.

여기까지도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였습니다만, 이제 며칠 전 제가 쓴 기사 얘기로 넘어가야겠습니다. 저는 (윤창중의 알리바이, 78명의 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미정상회담에 따라간 청와대 출입기자 78인이 윤창중 사건을 눈치채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이 기사는 전현직 기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만, 비평대상이라 볼 수 있는 78인의 청와대 출입기자의 발언을 담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흔히들 이런 기사를 ‘반쪽자리 기사’라고 합니다. 합당한 비판이지요. 다만 증언들만 나열한 게 아니고 비평으로 나아가니 공정하게 말하자면 ‘반쪽자리 기사’의 형식 뒤에 비평을 얹었다고 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부족한 형식의 기사가 나오게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형적인 반응은 뻔하게 예상되는데, 전형적이지 않은 반응을 위한 취재를 기울일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전형적인 반응을 지탱하는 근거와 맥락들은 기사에 담되, 다른 방향의 취재나 탐색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당사자의 뻔한 반응을 하나 따내어 담는 것이 언론윤리의 측면에서, 좀 더 기술적으로 말하면 책임회피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을 생략한 것에 대한 모자람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을 수 있습니다만, 이 기사가 “현장 상황에서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는 그와 별개로 판단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기사 내용의 핵심은 “78인의 기자들이 윤창중의 성추행을 감지할 수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물론 전후 정황을 돌이켜보건대 78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인지하는 게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불가능에 가까웠다”라고 쓸 수도 있었겠지만 우연히 기자 눈 앞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그게 그대로 보도가 되는 일도 있는 게 인생이니 그렇게까지는 쓰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저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윤창중은 78명의 기자들을 알리바이로 내세웠지만 애초에 그들은 알리바이가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길이 실제로 제가 간 길입니다. 각각의 길로 가는 판단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현장상황의 지난함만을 전달해 윤창중의 해명의 부적절함을 논파하려 했다면 전자의 길을 갔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시민들이 쉽사리 기자를 ‘기레기’로 모는 정서에 부화뇌동하지 않았다는 자위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성추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윤창중이 어디선가 술을 마시거나 취해있는 것을 보았다는 기자들의 후일담이었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이 증언들은 주요언론 기사들의 중요한 ‘소스’가 되었습니다. 

물론 ‘눈가리고 아웅’ 식의 조율된 발언이라 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이 그 시간에 인턴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업무이탈이며 해임사유라고 본다고 발언했습니다. 우리의 ‘공식적인 언어’ 속에서 윤창중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시선으로 해임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기자들에게 공공연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기자들 역시 그 사실을 기억은 했으되 이상한 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물론 ‘공식적인 언어’와는 다르게 그것이 범상한 일, 혹은 주목할 가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눈과 귀가 관계자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메시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돌아다니는 이들의 행보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포사회에서 윤창중이 아닌 청와대 관계자들도 특정 인턴을 집어서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소문이 도는 것에 주목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업무를 이탈하여 인턴과 술을 마시는 정도의 풍경은 용인가능한 상황에서 성추행으로 나아가기 전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이상행동들이 숨겨졌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며칠 간 상황에 대한 78인의 경험의 총체가 무엇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그 78인 중 1인에게도 마찬가지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 급박한 사건상황에서 피해자와 신고자가 미국 경찰에 가기까지 한국 언론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였는지 만큼은 우리 모두가 곱씹어봐야 할 화두가 아닌가 합니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 미국의 제도가 금지하는 한계 언저리에서 피해자 주변인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언론보도 상황을 보면 그들의 선택이 현명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입니다. 


▲ 15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청와대, 윤창중 파면? 직권면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5일자 기사 '청와대, 윤창중 파면? 직권면직?'을 퍼왔습니다.
靑 인사조치에 눈길…윤창중, 집에 머물며 지인들과 전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중 주미대사관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지에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청와대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15일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을 파면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반면 (연합뉴스)는 청와대와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직권면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홍보수석실 소속 비서관인 청와대 대변인의 법령상 신분은 '별정직 고위공무원'이다. 지난 3월 제정된 '대통령비서실직제'(대통령령 24426호)는 "대통령비서실장 밑에 비서관, 선임행정관 및 행정관을 둔다"며 "비서관 및 선임행정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또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보한다"고 정하고 있다.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보면, '공무원징계령' 22조는 "별정직공무원에게 징계 등 사유가 있으면 직권으로 면직하거나 이 영(대통령령)에 따라 징계처분 등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징계를 할 경우, 같은 영 2조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자의 징계 사건은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토록 하고 있다.

징계위원회를 거쳐 정식으로 파면 처분을 받게 되면 퇴직급여에 제한(5년 이상 근속자는 1/2, 5년 미만은 1/4)이 가해지고, 이후 5년간 다시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게 된다. 직권면직은 공식 '징계'가 아니어서 이같은 제한 조항은 없지만,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아도 돼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지난 10일 경질을 발표한 이후 열흘의소명 기간을 준 것으로 하고 오는 20일께 인사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변인의 경우 근무 기간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퇴직급여는 의미가 없고,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금지 역시 굳이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사실상 확정적이어서 직권면직만으로도 효과 면에서는 파면과 같을 것으로 보인다. 단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엄중히 징계하는 것은 '일벌백계'라는 상징적 메시지는 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윤 전 대변인은 20일까지는 가급 고위공무원 신분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다만 10일 이후로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만큼 급여는 일정 부분 감액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국에 급여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난 9일 귀국시 항공권 마일리지까지 적립했던 그다.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윤 전 대변인은 집에 머물며 지인들과 전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과 통화한 한 측근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에게) 간간이 연락이 온다"며 "본인은 억울해 하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통화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하소연"이라며 "바깥 반응이 어떤지 묻기도 하고. '기사에 이렇게 썼는데 잘못 나간 것 같다'거나 '무슨 신문이 이렇게 썼는데, 어떤 의미일까? 이거 완전 죽이기 아니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조사 받으러) 미국 간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맹(한기총)이 전날 성명을 통해 '윤창중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날은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초선, 비례)이 미 LA 동포간담회에서 "고발한 친구(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뒤에 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현지 한인매체에 따르면 손 의원은 13일(현지시간) "(윤창중 사태는)청와대와 결부시킬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의원은 이와 관련해 "(내) 의도와 달리 기사화됐다"며 자신은 현지에서 그런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을 잠시 언급한 것 뿐 윤 전 대변인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곽재훈 기자

박근혜 청와대와 윤창중의 일베 전쟁 10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15일자 기사 '박근혜 청와대와 윤창중의 일베 전쟁 10'을 퍼왔습니다.
[집중 분석] 사건의 잉태. 대형사고, 그 수순

(매우 긴 글입니다. 예전의 월간 신동아 집중취재 기사를 읽는다는 심정으로 차분한 일독을 권합니다.-필자 말)

들어가며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박근혜가 비록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 형식이라지만 기대(?)보다는 수위가 높은 사과를 했다. 이 사과가 나오기 전에 비서실장 허태열도 상당한 강도가 있는 사과를 했다. 또 허태열의 사과가 나오기 전에 민정수석실은 윤창중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칼을 꽂았다. 이 수순이 정해지기 전에 했던 이남기의 해명과 사과는 번지수가 틀렸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함이다.
이런 수순은 윤창중이 누군가의 코치로 기자회견이란 걸 하면서 사태의 물줄기를 돌려보려 했던 시도 때문에 되려 박근혜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버려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현재는 윤창중을 버린 이들이지만 사실은 윤창중을 처음부터 죽이려 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 청와대와 권력은 윤창중을 범죄현장에서 빼돌리고 남은 이들이 현지에서 윤창중의 범죄행위를 없던 일로 하려 했었다. 그러나 그곳은 한국이 아니었다. 더구나 피해자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에 부모가 있는 유학생이 아니라 재미교포이므로 미국에서 자랐으며 부모도 미국에 있는, 쉽게 말해 한국의 알량한 권력이 통하지 않는 아이였음에 그들의 이런 기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 기도가 실패로 돌아가므로 권력안에서 혼선이 도래했다. 그래서 쉽사리 운신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걸 보수언론들은 대통령 보좌진의 실수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힘 없는 여성 인턴은 여성성과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당했음에도 ‘없던 일’로 치부되면서 ‘대통령 방미 대대적 성공’이란 화려한 잔치 뒤에서 통곡했을 것이다.
한편 현지 무마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무기가 그들에겐 또 있었다. 자신들의 우군인 일명 우파논객들과 일베들이다. 즉 이들을 이용하여 ‘의병 윤창중이 종북이에게 당했다’는 논리로 한판 전쟁을 한다면 국내 여론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도 생각했음직 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베들이 밀리면서 이런 판단도 확신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사건이 (미시USA)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 일베들의 작전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미국 내 교포들이 사건의 실체를 먼저 알고 국내로 확산시킨 때문인데 이들은 국내의 보수층이나 일베들에겐 그 자체로 버거운 상대였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과 우파진영은 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윤창중 구하기는 실패’라는 판단을 너무 늦게 했다. 이점이 그들에겐 너무 아픈 대목이다. 때문에 지금 그 늦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청와대, 새누리당, 보수언론, 마지막으로 대통령까지 합세하여 ‘윤창중 매장’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비록 아직도 꿈속에 있는 지만원 정미홍 변희재 같은 이들과 치료가 불가능한 정신병적 우파꼴통 일베들이 지금도 ‘종북이들의 윤창중 죽이기’라며 (미시USA)라는 사이트까지 종북이라고 왈왈대고 있으나 판세를 정밀하게 읽는 보수 꾼들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한국과 미국이라는 차이는 자신들도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다는 내밀한 판단을 했다. 그래서 ‘윤창중만 죽이면 돼’ 작전을 돌입한 것이다.
오늘도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는 여러 매체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결정타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우파 본진 언론들에서 더 많이 쏟아진다. 이들 언론의 보도들을 보면 권력 안의 더러운 속살이 우리 같은 범부들을 맨붕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해부하면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의 주인공은 ‘마초 윤창중’이 아니라 청와대였다는 것 쯤은 금방 알 수 있다. 사건의 주인공이 왜 청와대인가? 지금부터 그에 대한 ‘소설’을 한 편 쓴다. ‘소설’이나 팩트가 분명한 ‘넌픽션’으로 볼 수도 있겠다.

1. 사건의 잉태.

윤창중은 박근혜의 미국 방문에 매우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김행과의 힘겨루기도 불사하며 여론을 움직였고 결국 김행이 포기함으로 ‘단독수행’이란 열매를 땄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수행단의 홍보 파트 대표이기는 하나, 윤창중은 애초 이남기를 직제상 상관일 뿐 자신이 이남기보다 더 높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배설한 글들을 보면 윤창중은 애초 성격 자체가 ‘마초’였다. 이런 윤창중을 박근혜가 직접 찍어 1호로 픽업했으니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원래 안하무인성 마초기질의 윤창중 스스로도 자신을 제어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여러모로 힘에 버거웠던 이정현이 국내에 남는 다는 것은 윤창중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즉 방미단 홍보 파트에서 윤창중의 콘트롤 타워는 사실상 박근혜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홍보파트에서 윤창중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거다. 윤창중 같은 이에게 콘트롤 타워마져 없다는 것, 대형 사고를 이미 잉태하고 있었던 셈이다.

2. 대형사고, 그 수순

(1) 대통령 일행의 미국 도착 첫날 뉴욕의 1박, 특별히 대변인이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황, 기자출신이라고는 하나 윤창중의 필드기자 경력은 사실 일천하다. 정치권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했기 때문이다. 윤창중은 현역 기자생활 중 청와대 출입기자도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하여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깨달을 틈도 없었다는 말이다.
제어 할 권력자는 없고, 행사할 수 있는권력은 갖고 있으니 '마초 윤창중', 놀기 좋은 물이었다. “윤창중은 미국체류 3일 동안 매일 술에 취해 있었다”는 기사로 봐도 윤창중에게 얼마나 놀기 좋은 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거기다 대사관은 예쁜 인턴 여직원까지 수행비서로 붙여줬다.
윤창중은 그 스스로 말했듯 이들 비서역의 인턴들을 대통령 순방외교를 돕는 재원들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가이드’로만 봤다. ‘이까짓 가이드 쯤’이라는 심리, 그래서 ‘대빵인 내가 술 먹는데 같이 한 잔해도 될 존재’ 정도로만 인식했다. 이 인식이 뉴욕에서부터 인턴에게 “술 좀 가져와라” “같이 술 한 잔 하자” 같은 막 대하는 행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행이 뉴욕 체류 시간은 짧았다. 더구나 뉴욕의 담당 인턴은 워싱턴 인턴보다 겁이 좀 더 많았던 듯싶다. 그래서 바로 주변에 상황을 알리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때문에 더 이상 큰 사고를 칠 수 없었다.
(2) 다음 기착지는 워싱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일정대로 진행했다 윤창중은 대변인으로 이 정상회담을 브리핑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딱 한 번 가진 기자 상대 브리핑이 바로 이 브리핑이다. 우리의 윤창중, 이제 수행 대변인으로서 할 것은 했다. 다시 밤이 되었다. 뉴욕에서부터 꿈꿨던 젊고 예쁜 ‘가이드’와 술자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도했다. 뉴욕과는 다르게 이 예쁜 ‘가이드’가 동석에 동의했다. 이윽고 술자리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워싱턴 인턴이 좀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더구나 ‘청와대 대변인’ 정도 되는 고위 인사인데다 아버지뻘인 사람인데 뭐 별일이야 있겠는가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호텔 와인바 정도 동석인데 뭐의 심리도 작용했다고 본다. 이런 인턴 여직원의 불운이라면 윤창중이 마초적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파악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점이다.
이윽고 술이 한 잔 들어간 윤창중, 와인 2병을 마시며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했다. 기자회견에서 그가 했던 ‘열심히 하고 미국에서 성공해라’는 어쩌면 그 술자리에서 했던 ‘작업멘트’였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여기 순방단 중 대통령 빼면 제일 센 사람이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넌 성공한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곧 내 말을 잘 듣는 것이다’같은 멘트와 함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와 같은 더듬이질을 했다. 이를 문화일보는 “VIP(박근혜 대통령)가 대단한 사람이고 성공한 한·미 정상회담”...“A 씨와 가족관계, 학교생활 등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쓰고 있다. 그랬음에도 인턴 여학생은 꿈쩍도 안 했다. 작업 실패다.
(3) 와인 바에서 와인 2병을 마시며 작업을 했으나 작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미진한 윤창중은 밤 늦도록 호텔을 배회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 밤 시간 중 최대 5시간, 최소 3시간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즉 어디선가 술을 더 먹고 아주 취한 채 호텔을 돌아다니는 걸 기자들이 목격했을 정도다. 새벽에 방으로 들어왔으나 자꾸만 그 젊고 예쁜 인턴비서가 눈에 밟힌다. 목욕을 하고 ‘알몸 상태로’ 그녀를 호출한다.
다시 상관의 호출을 받은 비서는 영문도 모른 채 방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알몸인 상관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한다. 황급히 도망치려 하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은다. (일부 언론은 윤창중이 알몸 상태로 방 안에서 여학생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썼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강간미수 중범죄자’로 미국 경찰의 체포영장과 함께 범죄인 인도요청이 들어 올 사안이라고 쓰고 있다) 어떻든 도망치듯 자기 방으로 돌아 온 여직원은 울면서 룸메이트인 문화원 직원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들은 문화원 직원은 피해 당사자보다 더 흥분했다. 그래서 즉시 상관에게 상황을 얘기하면서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언론들은 이를 화가 나서 소리치며 울부짖었다고 쓰고 있다) 문화원이 바빠졌다. 대사관에 보고하는 한편 이들의 경찰신고도 막아야 했다. 그래서 흥분한 여직원과 피해자를 달래 볼 요량으로 급거 피해자가 있는 호텔로 방문했다. 하지만 너무 충격을 받은 여직원과 피해자는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제 문화원 측과 대사관 측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약 이 여성들이 즉시 경칠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하여 피해상황을 접수하면 대통령이 워싱턴에 체류 중인 상태에서 대변인이 성범죄자로 체포되는 상황이 도래된다. 대사관으로선 이 일만은 막아야 했다. 황급히 청와대 홍보파트 수행단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추후 벌어질 수 있는 사태를 알렸다. 그리고 쌍방 협의 하에 윤창중 귀국행 비행기표를 미리 예약했다.
(4) 자신이 지난밤에 인턴 여직원에게 했던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 윤창중, 어떻든 남녀관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니 마초적인 그에게 지난 밤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날의 대통령 일정대로 경제인 간담회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간담회에 참석, 이건희와 정몽구 등에게는 90도로 인사하는 등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한편 대사관 보고를 통해 상황을 접수한 청와대 행정관은 미리 전화로 윤창중에게 지난밤 일을 확인하고는 여직원들의 얘기가 사실임을 간파했다. 서둘러 이남기 수석에게 보고했다. 보고 내용 및 조치는 대사관의 권유대로 윤창중을 귀국시키는 것이었다. 놀란 이남기는 대사관의 보고대로 귀국시키기로 하고 비행기를 예약하라고 한 뒤 윤창중을 불러 사실 확인을 했다.
하지만 윤창중은 ‘아니다’라고 딱 잡아뗀다. 이남기는 윤창중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경찰이 체포에 나설 수도 있으며 그리될 경우 대통령이 아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리 될 경우 당신이 부인해도 일은 무마되지 않는다. 일단 현장을 피해야 한다. 당신의 부인이 위급해서 급거 귀국했다고 할 거니까 지금 귀국해라. 다음 문제는 여기서 되도록 조용히 마무리 짓겠다. 조용히 마무리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논리로 설득한다. 이 설득에 윤창중은 자신의 방에 다시 들르지도 못하고 그냥 공항으로 가서 귀국행 비행기를 탄다.
-여기까지가 미국의 상황이다-
(5) 귀국한 윤창중, 개인카드로 ‘거금 400만 원’을 주고 산 비행기 값이 아깝다. 착실하게 마일리지를 챙긴다. 그리고 유유히 숙소로 가려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가 온다. 얼떨결에 사실에 가깝게 고백한다.
왜? 자신을 빼돌릴 정도로 보호하겠다는 청와대인데, 즉 같은 편인데 뭐 어떠랴 싶었다. 통화 중에 느낀 감도 자신을 죽이려는 뜻이 아님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전화에서 민정수석실은 ‘집으로 가지 말고 조용해질 때까지 잠시 다른 곳에 피해있으라’고 착실히 코치한다. 이 코치대로 윤창중은 집이나 숙소로 가지 않고 잠적한다.
(6) 윤창중을 빼돌리고 LA로 날아간 방미단, 내부적으론 심도있는 논의를 했으나 대통령에게 알리는 문제는 미적거린다. 그 와중에 LA행 비행기에 대변인이 탑승하지 않은 사실로 기자단이 술렁인다. 이남기, “부인이 중병이 걸려 대통령께 보고하고 먼저 귀국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촉이 빠른 기자(노컷뉴스 소속이었다), 본사 데스크에 ‘방미단의 LA행 비행기에 윤창중이 탑승하지 않는 중대한 변수가 생겼는데 부인이 중병이라고 한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그 시간 대에 <미시USA>라는 사이트에 ‘윤창중이 수행단을 보조하는 인턴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노컷뉴스 데스크, 재빨리 이 글을 접한 뒤 다시 미국의 수행기자에게 알리면서 ‘의혹’이란 제목으로 1보를 날린다. 국내 언론 속성상 이 급보는 제어 불능이다. 줄 잇는 의혹기사들이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인터넷을 달군다. 소식 빠른 국내 트위터리안들, (그중 나도 한 명이다) 실시간 사건 추이를 트윗한다. 삽시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윤창중 성추행’으로 뒤덥힌다.
(7) LA가 바빠졌다. 국내 청와대도 바빠졌다. LA와 국내에서 양날로 사실 확인에 대한 취재가 줄을 잇는다. 그리고 이어진 기사들은 더 어떤 변명도 불가능할 정도로 확실한 팩트가 들어 있다. 이남기, 더는 어쩔 수 없어 대통령께 보고한다. 대통령, 일단 경질을 지시한다. 사건의 전말이 희미하게나마 청와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윤창중이나 청와대 모두 사건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기들에겐 강력한 무기 ‘일베’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변희재를 필두로 ‘종북이의 작전론’이 힘을 받는다. 이어서 ‘젖가슴도 아니고 엉덩이 정도’라는 강력한 지원포가 나른다. 한 술 더뜬 지만원은 이남기가 광주출신이고 주미대사인 최영진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큰 인물이므로 이 ‘종북들이’ 애국인사 윤창중을 죽여 박근혜에게 타격을 입히려 한다는 포탄까지 쏜다.
(8) 윤창중도 기를 받는다. 인턴 여학생을 ‘가이드’로 격하시키고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와서 가볍게 한 잔 했을 뿐이며’ ‘엉덩이를 움켜 쥔 것이 아니라 허리를 툭 쳤고’ ‘일을 잘 못해서 꾸중을 많이 한 고로 미안한 마음에 술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성공하라는 덕담만 건넸을 뿐 성추행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여기까지라면 일베들이 작전을 하기에 매우 좋았을 환경이다. 그러나 ‘필’을 받은 윤창중은 한 걸음 더 나가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윤창중의 급거 귀국을 두고 청와대가 범죄자를 빼돌렸다면서 그렇지 않았으면 뉴욕에서 체포된 IMF 전 총재 스트로스 칸과 마찬가지로 미국 경찰에 체포되어 구속되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던 터였다.
당연히 청와대는 그런 일 없다는 변명과 함께 윤창중이 스스로 판단해서 귀국했다고 했던 판인데, 윤창중은 자신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귀국할 의사도 없었으며 현지에서 해명하고 싶었지만 이남기가 귀국을 종용했고 비행기표도 이남기가 예약했다고 폭로해 버렸다. 여론은 급기야 ‘성추행’의 진위보다 ‘범죄자 도피’의 진위공방으로 흘렀다.
여기에 일베는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윤창중이 그럴리 없어. 성추행은 종북애들의 작전이고 이 작전에 멍청한 ’전라도 종북 이남기‘가 넘어가서 의병장을 종북애들에게 죽게 만들었어’로 도배되면서 청와대 죽이기로 기류가 변했다. 즉 애초 적군인 ‘진보애들’이야 힘을 모으면 제압할 수 있겠는데 강력한 우군인 일베가 진보애들보다 더 강한 적으로 돌아섰으니 박근혜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9) 박근혜의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라면 위대한 대통령의 방미성과(?)가 묻히는 것은 물론, 그나마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던 대통령 지지율도 다시 바닥을 기게 생겼다. 지만원, 정미홍, 황장수, 변희재 같은 일당백(?)의 전사들이 이끄는 일베군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절대로 진보애들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조기진압이 필요했다. 이남기를 자르되 윤창중은 아주 죽여야 한다. 아직 우리에겐 10척의 배가 아니라 강력한 조중동문과 종편, 그리고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있다. 여기에 종일 뉴스만 하는 YTN과 뉴스Y도 있다. 이들을 징발해야 한다.
허태열이 나섰다. 우군들이 흡족할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고백도 했다. 그럼에도 빠지지 않는 것은 우리를 이렇게 만든 윤창중은 용서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오롯이 담았다. 이 시그널을 친박 언론들은 그대로 접수했다. 온 화력을 동원, 무차별 포화를 윤창중에게 날렸다.
(10) 결정타는 박근혜 몫이었다. ‘사과’는 폼이고 실제는 ‘전 병력 집결’에 대한 명령이었다. 이제 전선은 확고하다. 타킷은 윤창중이다. 그리고 오늘 포털의 정치뉴스 란에는 윤창중 사망소식으로 보기도 민망한 기사들이 도배되고 있다. ‘마초 윤창중’ 조용히 때를 기다리지 못해 죽음을 자초했다. 이 전쟁의 승패는 너무도 자명하다.
하지만 남은 것은 지만원 정미홍 변희재 황장수 일베들...이들은 지금도 ‘의병장 윤창중’을 이렇게 잃으면 안 된다고 울부짖는다. 그 울부짖음이 “성폭행으로 살인을 했느냐?”까지 나간다. ‘전라도놈’ 이남기가 잘리자 이제 ‘김대중 노무현이 키운 주미대사 최영진을 자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의병장이 혼자서 죽으면 안 되므로 박근혜 정권에서 '전라도놈'이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밥 먹은 애들도 씨를 말려야 한단다.
마초 윤창중이 여성 대통령을 수행하고 외국을 방문해서도 ‘성욕’을 이기지 못해 만들어 낸 국기문란 사건, 하지만 이 사건은 어느덧 권력과 윤창중의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윤창중이 집중포화에서 살아남지 못하자 ‘전라도놈’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 초토화 전쟁으로 진화되었다. 박근혜, 이걸 노린 것인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기자로서의 참 삶을 추구하다 영어의 몸이 될 위기 있다. 박근혜의 검찰이 하고 있는 짓이다. 대리점주 폭언사태까지 일으키며 갑의 횡포를 일삼던 남양유업 직원들은 검찰에서 “절대로 그런 일 없다”고 증언하고, 남양유업은 겉으론 사과했으나 뒤로는 지금도 갑의 횡포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CJ, 롯데, 지금 내면은 부글부글 끓고 있으나 끓는 솥뚜껑 열리지 못하게 단속하느라 바쁘다.
윤중천이란 건설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평생 검사직을 하고서도 박근혜에게 법무차관직을 하사받았던 김학의에게 여대생 5명에게 최음제를 먹여 상납했다는 뉴스도 오늘 떴다. 국정원이 심리전단이란 조직까지 만들어 대선에 개입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우리의 검찰은 이 사실을 야당에 일린 사람 색출하는데만 골몰한다는 뉴스도 오늘 떴다.
5.18이 나흘 남았다. 민주와 자유를 갈구하던 민중의 피로 쿠데타 권력을 공고히 했던 세력의 후예들인 박근혜 권력은 ‘님을 위한 행진곡’ 죽이기에 골몰하다 반대가 심하자 거기선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그럼에도 지만원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북쪽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며 ‘광주항쟁은 종북들의 반란’으로 몰고 간다. 기부천사 문근영을 ‘빨치산의 손자’라며 문근영의 기부행위까지 ‘전라도 종묵녀의 교묘한 종북질’로 매도하던 지만원이다.
박근혜, 위에서 열거한대로 윤창중과 일베들의 도전을 물리쳤는가? 그 도적을 물리친 것이 ‘전라도와 종북퇴치’를 위한 전초전인가? 나는 당신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당신이 비록 권력욕은 강고했으나 지만원 조갑제류와 동일한 유전인자를 소유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런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찍은 51%의 유권자가 내 동포들이기 때문이다. 이 51%의 동포들이 지만원과 조갑제류가 추구하는 대한민국을 추구한다고 믿고 싶지 않아서다.

나가며

그래서다. 윤창중 이남기가 아니라도 이미 당신이 짠 1기 내각은 실패했다. 윤창중 이남기 외에 또 누가 경질될 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을 대신한 인물도 당신이 뽑아야 한다. 제발, 당신을 찍은 유권자라도 흡족할 수 있는 인물을 뽑으므로 당신이 일베들의 대통령이 아님을 천명하기 바란다.


임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