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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윤창중 사태'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7일자 기사 ''윤창중 사태'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다'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윤창중과 청와대는 피해 여성에게 '사과'했나?

온 나라가 윤창중 얘기로 그득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윤창중 전 대변인이 벌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연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내놓은 '대안'을 보아도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위 윤창중 '사태'로 들끓고 있는 공분이 '분'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라며, 이번 일을 용기 있게 폭로한 피해자인 여성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윤창중 '사태'가 아닌 '성폭력 사건'이라는 정확한 표현이 사용되어야 한다.)

진심 없는 '사과',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윤창중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그의 상급자인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과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의 사과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번 일로 공분하는 국민·동포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과였다.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은 "물의를 일으킨 자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여자 '가이드'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가이드'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에서 비롯된 물의로,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던 게 주 내용이었다.


▲윤창중 전 창와대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이후 공방의 내용은 귀국 종용 여부로 전환되었다. 윤창중 개인 사정으로 귀국했다던 청와대의 발표는 거짓이었고, 관계가 없다며 발뺌했던 주미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의 입장 또한 거짓이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허태열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들 또한 국민들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언급하긴 했지만, 다른 내용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보며 저들은 왜 '사과'하는 걸까 질문하게 된다. 줄줄이 이어진 사과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진실과 진심, 그러나 그들이 말한 진실과 진심은 피해자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윤창중으로 인해 국격이 훼손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윤창중 성폭력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의 인사실패와 국정운영을 둘러싸고 공격과 수비의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부적절한 인사가 문제였고, 새누리당은 윤창중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직자 기강 점검이 필요하다 말한다. 이번 일로 청와대는 '순방 매뉴얼'을 만든다고 한다. 방미 중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상짓'도 제기되는 가운데 저들의 뇌 구조에서는 별다른 일이 아니었을 이번 '사태'가 과연 어떤 경종이나 울릴까 싶다. 여기에 '윤창중의 그녀'라는 지칭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기를 하면서 '반역자', '국제좌빨'의 딱지를 붙여 퍼뜨리고 있다는 소식은 광기마저 느끼게 한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은 윤창중 개인이 저지른 잘못과 물의를 꾸짖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윤창중 개인'에만 시선이 가는 한, '한 번의 실수 또는 재수 없어 걸린 사건'이라는 프레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은 여성-남성이라는 젠더 위계와 인턴-대변인이라는 직위 차이가 맞물린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을 때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했다.

의례적인 '사과'는 피해자에게 더 상처가 될 뿐이다. 성폭력 신고를 한 피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문화원과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시도였다. 처음 성폭력 사건을 접한 문화원의 반응은 묵살이었다. 이어 문화원과 청와대는 사건을 무마하려고 경찰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했다. 설득이 되지 않자 한 짓이 가해자를 대동하여 '사과'시키고 얼버무리려 한 것이었다. 용기 내어 드러냈건만 이를 전면으로 부정당한 것, 이러한 조직적 은폐 시도는 피해자에게 그 자체로 또 다른 가해였다.

제2, 제3의 윤창중이 판치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번 사건으로 김형태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과거 공직자들의 성폭력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임에도 직함이 유지되고, 공공연하게 성 상납이 판치는 현실은 매번 강조되어 온 공직자의 '윤리' 문제로 결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공분이 뜨거운 이유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겪었던 경험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여성민우회에 접수된 고용평등 상담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이 가장 많은 상담유형이었고, 피해사례의 절반이 계약직이나 파견직의 경우였다.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성희롱 피해가 정규직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성희롱, 성폭력의 상황에서 대부분이 그저 참고 넘어가는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계약 해지 되는 등 고용상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여성가족부가 있는 청계천변에 작은 텐트가 쳐졌다. 성희롱을 알렸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된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농성 텐트였다. 1년 넘게 지속된 관리자들의 성희롱을 제보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징계해고였다. 이후 성희롱 피해의 고통, 가해자, 하청업체, 현대차까지 무수히 반복된 2차 가해에 맞서 싸운 그녀와 그녀의 싸움을 지지하고 연대한 사람들의 힘으로 그녀는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성별, 고용형태별 온갖 위계가 맞물려 권력으로 작동하면서 폭력은 발생한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 이런 비하와 몰인격적 태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 자본의 막강한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권력구조의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폭력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숨겼던 전모가 드러나면서 들끓는 공분이 온갖 권력관계로 작동되는 위계들을 흔드는 힘으로 이동하길 바라는 이유다.

이렇게 성별, 고용형태별 온갖 위계가 맞물려 권력으로 작동하면서 폭력은 발생한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 이런 비하와 몰인격적 태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 자본의 막강한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권력구조의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폭력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윤창중 성폭력 사건'의 숨겨진 전모가 드러날수록 들끓는 공분이 '분'을 넘어 권력관계로 작동하는 다양한 위계들을 흔드는 '힘'으로 이동하길 바란다. 자본과 가부장 권력을 뒷받침하는 사회구조와 국가권력을 바꾸지 않는 한,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윤창중 성폭력 사건이 공분으로 그치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KBS, 윤창중 사태 갑갑한 朴 ‘구원투수’?


이글은 PD저널 2013-05-16일자 기사 'KBS, 윤창중 사태 갑갑한 朴 ‘구원투수’?'를 퍼왔습니다.
18일 한미정상회담 진단 프로그램 긴급 편성…“세 번째 방미 특집방송”

KBS가 오는 18일 밤 10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訪美) 관련 성과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날 방송이 예정된 (세계는 지금)을 취소하고  생방송 (특별기획 한미동맹 60년, 글로벌 파트너십의 미래)를 편성하기로 16일 오후 확정했다. 이번 방송은 한미정상회담을 진단하는 토론과 박 대통령의 방미 관련 영상물(VCR) 시청 등으로 진행되며 패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방송 제작은 다큐국과 시사제작국에서 공동으로 맡아 진행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KBS 내부에서는 윤창중 성추행 사태로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묻히자 대담을 통해 정국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는 이미 박 대통령 방미 성과와 과제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두 차례나 방송한 바 있다.  지난 10일  (특별좌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결산)을 긴급 편성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생방송 심야토론)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는?’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짚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 홍기호 부위원장은 “이미 두 차례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한 상황에서 제목만 바뀐다고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겠느냐”라며 “길환영 사장이 국정홍보 해주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으로 밖에 추정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지난 5얼 11일 방송된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밤 11시 20분~)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KBS 화면캡처

이어 홍 부위원장은 “윤창중 때문에 이미지를 구긴 정권이 방미 성과를 다시 한 번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KBS 뉴스가 윤창중 사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지적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방미 1주일이 넘은 시점에서 특별 생방송을 편성한다는 것은 시청자가 아니라 정권을 보고 편성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큐국의 한 PD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오자마자 방미 성과를 방송했는데 다시 한다는 것은 성과 중심으로 치장해주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회사가 정권에 잘 보이려는 의도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윤창중 사건 떄문에 애초에 세웠던 방미 성과 알리기 시나리오가 차질을 빚은 상태에서 다시 애초의 계획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창중 사건에 대해서 빨리 털고, 치적을 홍보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상 이번 대담이 국면 전환을 위한 의도를 갖고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깝게도 KBS가 방송사 가운데 총대를 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긴급 편성에 대해 KBS 홍보실 관계자는 “저녁 5시쯤 편성 공지를 받았다”며 “긴급 편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방송국의 편성이라는 것이 방송국 고유의, 그리고 나름의 판단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이고,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남양유업, 윤창중 사태 터지자 '말바꾸기'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4일자 기사 '남양유업, 윤창중 사태 터지자 '말바꾸기''를 퍼왔습니다.
검찰 조사과정에 밀어내기 부인, 대리점 모임도 방해

밀어내기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던 남양유업이 검찰 조사에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윤창중 성추행으로 국민 관심이 집중된 틈을 이용해 말 바꾸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YTN에 따르면,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뒷따른 행동은 사과와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긴 혐의로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중인데, 지금까지 조사받은 전현직 영업사원 3명은 '밀어내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된 것.

특히 입을 맞춘 듯 업주들이 주문한 물량을 임의로 부풀리는 '전산 조작' 부분은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과정에서 일부 마찰은 있었지만 대리점 업주들을 설득해 승낙을 받은 뒤 제품을 팔았을 뿐, 전산 조작을 통한 떠넘기기는 아니라는 것.

이는 현재 대형 로펌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는 남양유업이 형사 소송뿐 아니라, 업주들의 대규모 손해 배상 소송에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YTN는 보도했다.

앞서 13일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도 국회에서 가진 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전국의 피해 대리점주 150여명이 지난 12일 협의회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었으나 지난 11일 오후부터 남양유업 본사에서 1천500개 대리점주에게 일일이 전화해 참석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서 150명 중에 30명 밖에 못왔고, 그 자리에 왔다가 남양유업의 전화를 받고 돌아간 사람이 30여명"이라며 "남양유업이 자기들 주도하에 상생기구를 만들어 거기 가입하라고 하고, 이쪽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대리점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남양유업을 질타했다.

이 회장은 또한 남양유업이 '밀어내기'에 대해 경영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하위직 영업사원은 혐의를 부인하는 소송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남양유업의 말바꾸기를 비난하기도 했다.


최병성 기자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레임덕'의 통로처럼 보이는 까닭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2일자 기사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레임덕'의 통로처럼 보이는 까닭'을 퍼왔습니다.
[분석]레임덕의 성립 조건, 그리고 박근혜의 선택은?

▲ 9일(현지시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순방중 기내에서 수행원 및 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레임덕은 3가지 조건에서 성립합다. 첫째는 임기 말이다. 정권 재창출 여부와 상관없이 단임제 권력의 최대 적은 언제나 ‘시간’이다.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낮다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뿐이다. 두 번째는 선거에서의 패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중간선거 성격의 선거에서 패할 때 권력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일관성의 상실이다. 주요한 약속이 뒤집히거나, 정권의 핵심을 표상하는 이슈나 정책에서 일관성을 잃을 때 권력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를 두고 레임덕을 논하는 건 그래서 맞지 않을지 모른다. 이 정권은 아직 출범한지 100일도 되지 않았다. 내각 인선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서슬 퍼런 권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예상 밖으로 빨리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27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낙승을 거뒀다.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제1야당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것이 더 나빴다. 일관성의 문제는 ‘경제 민주화’의 쇠퇴나 ‘복지 공약’의 후퇴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레임덕을 논할 정도는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임덕의 기미가 보인다. 이른 레임덕을 점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워낙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권력의 예민한 속성 때문이다. 레임덕은 보통 임기말에 찾아온다. 하지만 권력의 ‘도덕성’과 ‘내부의 단결’이 깨질 때, 권력이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임기 말에 레임덕이 오는 건, 권력이 저물 때 이 속성이 대체로 해체되기 때문이다. 정권의 도덕성이 깨지고, 정권 내부의 단결이 깨지면 권력에 누수가 오고 이 누수는 결과적으로 권력을 잠식한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권력의 이 예민한 속성을 완전히 헤집고 있다.   
역대 정권 누구도 이러한 해체를 견딘 권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역대 모든 정권이 권력형 비리나 측근 부패로 레임덕 상황을 마주하기 시작해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권력 내부의 단결이 도모되지 않으며 침몰해갔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바로 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도망치듯 미국을 떠나온 건 누구의 판단이건 간에 최악의 악수였다. 어떻게든 거기에 남았어야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고, 이제와 무슨 말을 한들 이미 그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전체가 신뢰받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여기에 돌아온 판단을 누가 했는지를 두고 ‘진실 게임’까지 하자고 나섰다. 이 ‘진실 게임’을 부정하려했던 그의 상관은 그러나 하루 만에 옷을 벗었다.
윤 전 대변인은 홍보수석이 귀국하라고 지시해 귀국했다 했고,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맞섰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부를 상징하던 이들이 추태의 낯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자 그렇지 않아도 들끓던 여론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이 홍보수석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 회견과 이 홍보수석의 사퇴는 이 정권 내부의 결속이 전혀 끈끈하지 않음을 단박에 드러냈다. 정권 입장에서 보자면 경위가 어찌되었건, 출범 100일도 안 된 상황인데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은 조율이 됐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사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통제’조차 못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파국을 낳는 문제이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천둥벌거숭이 마냥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권력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의 기자회견이 그렇다고 해서 권력의 추악한 작동을 폭로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성추행 당사자의 전형적 변명을 통해 이 권력의 수준 낮음을 보여줬다.
이런, 윤 전 대변인의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남기 홍보수석의 말 역시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 이러저러한 정황을 감안했을 때,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이 완전히 ‘독단적’이었다고 말하긴 이미 힘든 상황이다. 그의 귀국 여부에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홍보수석의 발언은 전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한 고육책처럼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의도는 관철되지 못했다. 오히려 본인이 옷을 벗으며 사건의 부감만 더 키운 꼴이 됐고, 그의 귀국에 모종의 논의가 있었단 것만 확인해주고 말았다.  


▲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고(왼쪽부터)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긴급 회견을 하고 있고 의혹의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수석의 사퇴는 윤 전 대변인의 행위가 개인적 ‘사고’라 하더라도, 그러나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누구라도 옷을 벗고 물러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홍보수석의 사퇴는 어찌되었건 무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표명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전술일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이 너무 나빴고, 원하는 결과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장고 끝에 또 다른 악수’가 됐다.
내외부의 압박에 의해 수석이 됐건 비서실장이 됐건 또 다른 누군가이건 물러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날 때도 과정과 수순은 중요하다. 권력 내부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며 물러나는 것은 아니 물러남만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번 경우처럼 권력 내부의 붕괴를 보여주며 꼴이 사나워질 경우 그건 그야 말로 레임덕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한 번 잃어버린 도덕성을 원래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의 모든 언론이 ‘속보’ 체계를 갖춰놓고 사건에 덤비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낱낱이 파헤쳐져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회자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추가 의혹들이 겹쳐질 것이고 벌써 일부 매체는 윤 전 대변인뿐만 아니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진상 짓’을 했단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 수렁은 권력 내부의 단결과 결속이 있을 때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미 이 부분이 완전히 깨졌다. 보통 임기 말에는 ‘각자도생’의 욕구가 엇갈리며 단결과 결속이 깨지기 마련인데, 박근혜 정부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오가 유지가 안 됐다. 이는 근본적으로 박근혜 리더십이 형편없단 뜻이고, 박근혜가 구성한 사람들이 무능하단 얘기밖에 안 된다.
언론인 이대근은 한국적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며 “리더를 중심으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질성과 ‘이권’과 ‘자리분배’를 중심으로 한 동질성”의 차이를 말했던 바 있다. 전자의 경우 “친밀도가 높아도 가치가 훼손될 때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반면, 이권과 자리 분배로 결집한 세력은 그것이 충족되는 한 침묵한다”는 것이다. 실제, 참여정부 당시에는 ‘대연정’과 ‘한미FTA’ 같은 가치형 이슈들에서는 권력 내부에 극렬한 이견이 발생했지만, 권력 말기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는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과 같은 가치형 이슈들에서는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권력형 비리가 나오며 모두가 침몰해갔다.
윤창중 사태는 바로 이 권력의 속성,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묻고 있다. 이권과 자리에서 배제되자 극렬히 반발한 윤 전 대변인의 사례는 박근혜 정부 권력자들의 ‘멘탈’을 보여줬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리를 버리는 것 외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궁지로 몰렸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만이 남았다. 권력의 누수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정권 100일 만에 이렇게 ‘파토’가 났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