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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레임덕'의 통로처럼 보이는 까닭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2일자 기사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레임덕'의 통로처럼 보이는 까닭'을 퍼왔습니다.
[분석]레임덕의 성립 조건, 그리고 박근혜의 선택은?

▲ 9일(현지시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순방중 기내에서 수행원 및 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레임덕은 3가지 조건에서 성립합다. 첫째는 임기 말이다. 정권 재창출 여부와 상관없이 단임제 권력의 최대 적은 언제나 ‘시간’이다.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낮다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뿐이다. 두 번째는 선거에서의 패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중간선거 성격의 선거에서 패할 때 권력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일관성의 상실이다. 주요한 약속이 뒤집히거나, 정권의 핵심을 표상하는 이슈나 정책에서 일관성을 잃을 때 권력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를 두고 레임덕을 논하는 건 그래서 맞지 않을지 모른다. 이 정권은 아직 출범한지 100일도 되지 않았다. 내각 인선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서슬 퍼런 권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예상 밖으로 빨리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27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낙승을 거뒀다.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제1야당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것이 더 나빴다. 일관성의 문제는 ‘경제 민주화’의 쇠퇴나 ‘복지 공약’의 후퇴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레임덕을 논할 정도는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임덕의 기미가 보인다. 이른 레임덕을 점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워낙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권력의 예민한 속성 때문이다. 레임덕은 보통 임기말에 찾아온다. 하지만 권력의 ‘도덕성’과 ‘내부의 단결’이 깨질 때, 권력이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임기 말에 레임덕이 오는 건, 권력이 저물 때 이 속성이 대체로 해체되기 때문이다. 정권의 도덕성이 깨지고, 정권 내부의 단결이 깨지면 권력에 누수가 오고 이 누수는 결과적으로 권력을 잠식한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권력의 이 예민한 속성을 완전히 헤집고 있다.   
역대 정권 누구도 이러한 해체를 견딘 권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역대 모든 정권이 권력형 비리나 측근 부패로 레임덕 상황을 마주하기 시작해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권력 내부의 단결이 도모되지 않으며 침몰해갔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바로 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도망치듯 미국을 떠나온 건 누구의 판단이건 간에 최악의 악수였다. 어떻게든 거기에 남았어야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고, 이제와 무슨 말을 한들 이미 그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전체가 신뢰받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여기에 돌아온 판단을 누가 했는지를 두고 ‘진실 게임’까지 하자고 나섰다. 이 ‘진실 게임’을 부정하려했던 그의 상관은 그러나 하루 만에 옷을 벗었다.
윤 전 대변인은 홍보수석이 귀국하라고 지시해 귀국했다 했고,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맞섰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부를 상징하던 이들이 추태의 낯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자 그렇지 않아도 들끓던 여론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이 홍보수석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 회견과 이 홍보수석의 사퇴는 이 정권 내부의 결속이 전혀 끈끈하지 않음을 단박에 드러냈다. 정권 입장에서 보자면 경위가 어찌되었건, 출범 100일도 안 된 상황인데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은 조율이 됐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사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통제’조차 못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파국을 낳는 문제이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천둥벌거숭이 마냥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권력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의 기자회견이 그렇다고 해서 권력의 추악한 작동을 폭로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성추행 당사자의 전형적 변명을 통해 이 권력의 수준 낮음을 보여줬다.
이런, 윤 전 대변인의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남기 홍보수석의 말 역시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 이러저러한 정황을 감안했을 때,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이 완전히 ‘독단적’이었다고 말하긴 이미 힘든 상황이다. 그의 귀국 여부에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홍보수석의 발언은 전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한 고육책처럼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의도는 관철되지 못했다. 오히려 본인이 옷을 벗으며 사건의 부감만 더 키운 꼴이 됐고, 그의 귀국에 모종의 논의가 있었단 것만 확인해주고 말았다.  


▲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고(왼쪽부터)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긴급 회견을 하고 있고 의혹의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수석의 사퇴는 윤 전 대변인의 행위가 개인적 ‘사고’라 하더라도, 그러나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누구라도 옷을 벗고 물러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홍보수석의 사퇴는 어찌되었건 무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표명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전술일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이 너무 나빴고, 원하는 결과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장고 끝에 또 다른 악수’가 됐다.
내외부의 압박에 의해 수석이 됐건 비서실장이 됐건 또 다른 누군가이건 물러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날 때도 과정과 수순은 중요하다. 권력 내부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며 물러나는 것은 아니 물러남만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번 경우처럼 권력 내부의 붕괴를 보여주며 꼴이 사나워질 경우 그건 그야 말로 레임덕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한 번 잃어버린 도덕성을 원래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의 모든 언론이 ‘속보’ 체계를 갖춰놓고 사건에 덤비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낱낱이 파헤쳐져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회자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추가 의혹들이 겹쳐질 것이고 벌써 일부 매체는 윤 전 대변인뿐만 아니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진상 짓’을 했단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 수렁은 권력 내부의 단결과 결속이 있을 때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미 이 부분이 완전히 깨졌다. 보통 임기 말에는 ‘각자도생’의 욕구가 엇갈리며 단결과 결속이 깨지기 마련인데, 박근혜 정부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오가 유지가 안 됐다. 이는 근본적으로 박근혜 리더십이 형편없단 뜻이고, 박근혜가 구성한 사람들이 무능하단 얘기밖에 안 된다.
언론인 이대근은 한국적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며 “리더를 중심으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질성과 ‘이권’과 ‘자리분배’를 중심으로 한 동질성”의 차이를 말했던 바 있다. 전자의 경우 “친밀도가 높아도 가치가 훼손될 때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반면, 이권과 자리 분배로 결집한 세력은 그것이 충족되는 한 침묵한다”는 것이다. 실제, 참여정부 당시에는 ‘대연정’과 ‘한미FTA’ 같은 가치형 이슈들에서는 권력 내부에 극렬한 이견이 발생했지만, 권력 말기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는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과 같은 가치형 이슈들에서는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권력형 비리가 나오며 모두가 침몰해갔다.
윤창중 사태는 바로 이 권력의 속성,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묻고 있다. 이권과 자리에서 배제되자 극렬히 반발한 윤 전 대변인의 사례는 박근혜 정부 권력자들의 ‘멘탈’을 보여줬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리를 버리는 것 외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궁지로 몰렸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만이 남았다. 권력의 누수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정권 100일 만에 이렇게 ‘파토’가 났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1월 31일 목요일

사면초가 박근혜, 출범도 전에 레임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30일자 기사 '사면초가 박근혜, 출범도 전에 레임덕?'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허니문’ 없앤 ‘나홀로 정치’… 보수언론 등 돌리고 MB정부 나 몰라라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전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권 첫 총리후보자는 낙마했고 그 책임은 박 당선인이 질 수밖에 없다. 보수논객과 보수언론 등 지지층에서도 박 당선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미 앞서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이전 정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박 당선인에게 치명적이다. 윤창중-이동흡-김용준으로 이어지는 ‘나홀로 인사’, ‘깜깜이 인사’는 총체적 실패로 드러났다. 인사문제는 즉각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권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 정부의 동력이 받쳐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 지지층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보수언론도 연이은 인사실패에 눈초리가 곱지 않다. 조선일보는 30일 3면 (초읽기 몰린 2월25일 새 정부 정상 출범…한번 더 삐끗하면 위기)제하 기사에서 “박 당선인의 주변에선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선이 차질을 빚거나 검증이 늦어지는 등 한 번만 더 삐끗하면 박근혜 내각이 공백인 상태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박 당선인, 김용준으로 밀봉·불통 인사 끝내야)제하 사설에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위신과 신뢰가 큰 손상을 입게 됐다”며 “보안을 지키는 것도 어느 정도”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30일 1면 (김용준 낙마…밀봉인사의 비극)제하 기사에서 “‘밀봉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김 후보자를 지명한 박근혜 당선인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선인 측의 의사결정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박 당선인도 인사스타일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지층에서도 인사에서 드러난 불통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박 당선인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 특사를 강행해 당선인과 정면충돌했다. 그러나 이번 김용준 총리 후보자 낙마로 박근혜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지적하기도 머쓱해졌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CBS노컷뉴스

관건은 여론의 동향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당선인은 취임 후 3년이 지나서야 총선이 있고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국가재정을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에 부양정책을 쓸 수도 없다”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믿을 건 민심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여론을 잘 다스려야 할 정부”라며 “경제만 기대했던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정부로, 이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한 정책과는 달리 인사는 바로 판단이 나온다”며 “정권이 출범해도 박근혜 식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65.9%다. 지난주에 비해 2.3%p오른 수준이지만 역대 정권 출범 전 지지율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인 시절 86.6%의 지지율을 보였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지율이 80%를 웃돌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75% 수준이었다.
지난주에는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하락할 만한 요소가 없었지만 이번 총리 인사 실패로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인사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이 도덕성 문제였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와 격차가 근소했고 야권 지지층에서 수검표·재개표 논란이 있어 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 측면도 있고 여론조사 방식도 달라진 원인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역대 당선인 지지율보다 낮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김 총리 내정자의 사퇴로 박 당선인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총리후보 겸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니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박 당선인이)정당 대표 할 때의 방식을 당선인이 돼서도 반복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혼자 밀실에서 결정하고 제대로 된 검증과 소통 없는 방식을 고집했을 때 이런 일은 되풀이 될 것이기에 앞으로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MB,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0일자 기사 'MB,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되나'를 퍼왓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말이 두렵다

자랑도 과(過)했고 거짓말도 과했다. 잘한 것은 자기탓이었고 잘못한 건 '글로벌' 때문이었다. 올해 8·15 경축사에서 MB는 그랬다. 모든 지표와 지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등의 어려움은 글로벌경제 위기 탓이라 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첫 광복절인 2008년 8월15일 그는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중요한 국정지표의 하나로 선언했다.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현안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중심국가로 간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주도한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가 이제 국제기구로 출범했고, 국제사회의 항구적 재산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난 몇 년 동안(MB가 취임한 이후를 말하는 듯하다) 더 큰 나라가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관계도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다르게,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뜻밖의 말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지금 잘 살게 되었다고 믿는 사람 없다. 서민 부담인 간접세의 폭발적 증가에서 보듯이, 부자감세로 생긴 부담 고스란히 민초(民草)들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들 아우성인 것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체감경제 고통지수가 MB정권 들어 최악을 기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대선후보가 분석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14.8로, 노무현 정부의 평균 13.3보다 1.5포인트 높다고 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고안한 것으로, 실업률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합한 값이다. 지수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국민의 경제상황은 심각히 악화 된다고 했다.

MB는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상징 사업인양 국내외에 거짓말 해댔으나 그 4대강이 오늘날 어떤 모습이 되어 있는지는 다들 안다.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도 공식 출범은커녕, '주도국'이라는 대한민국조차 조약관련 비준 안이 국회에 접수되지도 않았다. GGGI가 공식 국제기구가 되려면 15개 회원국 중 3개국 이상이 국제조약을 체결해야 하나, 조약 체결한 나라 아직 하나도 없다고 했다. 결국 말짱 거짓말이었다.

남북관계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계속 따로 만나고 다니는데도, 당사자인 우리는 팔짱끼고 구경이나 하고 있는 상태다. MB는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그랬다. 당장 2013년 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 하면서, 감세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율배반이요 모순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그렇다 치더라도, 올해 2012년 MB의 8·15 경축사에는 가슴 철렁케 하는 대목이 등장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MB는 경축사 말미에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여느 때 여느 대통령이 그렇게 말 했다면 미더움을 느끼면서 박수까지 보냈겠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MB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다. 조마조마한 생각과 함께 두려움 까지 느껴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지난해 11월 칼럼을 통해 MB에게 국정에서 손 뗄 것을 권유한바 있다. 대통령으로서 하고 있는 일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정부의 '시스템'에 업무를 일임하고 그저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어떠냐는, 고뇌에 찬 충고였다. 그게 국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놓은 의견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무슨 일 또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 축사를 하기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MB가 독도를 방문했다.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었다. 그리고는 일본과의 '갈등 도화선'에 뜨거운 불길이 댕겨졌다. 물론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한 건 문제일 수 없다. 그러나 독도 문제는 그 동안 일본이 끊임없이 자기네 땅 임을 주장하고, 교과서나 방위백서에도 줄곧 그런 목소리를 실어 오던 터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섬에 발을 디딘 것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도장을 확실히 찍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일대 '사건'이 되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환호했을 것이고, 일본 국민들은 극도로 '열'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 그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다른 나라도 그럴 테지만 특히 일본은 꿈결에 옷깃만 스쳐도, 연고권을 따지기 전에 "거기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기부터 할 만큼, '땅'에 대해서는 유별난 데가 있다. 일본이 대동아 전쟁을 일으킨 것도 밑바닥엔 '섬나라의 땅 욕심'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이 3개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독도는 역대 대통령이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섬이다. 그랬어도 독도는 우리가 여태까지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영토다. 그 섬에 MB가 왜 갑자기 가게 됐는지 무척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아 했으나 사전에 냉철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었던 것 같다. 독도 방문 이후 에 빚어질 일본의 격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 했는지, 그 이후의 대응전략까지 마련해 놓고 방문을 결행했는지도 궁금하다. 문제는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데 있다.

이미 레임덕에 빠져있는 MB는 독도에 갔다 와서 '일왕의 사과'를 말했고,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대통령으로서 '안하는 게 좋을' 자극적인 이야기들까지 서슴지 않았다. '뼈 속까지 친미 친일' 소리를 듣던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언행이었다.

독도 방문 후 그는 여야가 다 같이 반대한, 다른 사람도 아닌 현병철 씨, 국민의 83%가 반대한 그 사람의 인권위원장 연임을 재가했다. MB에게는 현병철 씨 연임에 대한 '집념'이 있었던 듯하다. 레임덕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무척 답답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병철 씨 연임이 쉽게 관철되지 않는 것을 자신의 통치행위가 방해 받는 '상징적 사안' 쯤으로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현 씨의 연임을 재가한 것은 독도 방문 사흘 뒤였다. 여론의 흐름을 읽은 뒤 결심했을 것이다.

MB의 독도 방문 목적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레임덕과 관련해 그는 독도 방문에 승부수를 걸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의 대일외교 자세가 파격적으로 일관성을 벗어난 것을 보아도, MB가 노린 것은 레임덕에서 벗어나 국면을 전환시켜 보려 한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지닌다. 갔다 와서 그는 힘을 얻은 듯하다. 실제로 MB는 독도 방문 후 외부 일정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됐건 MB는 이리 비틀했다가 갑자기 저리 비틀하는, 냉탕 온탕 식 외교행태를 보임으로서, '뼈 속 친일'이라는 비난까지 받던 한일관계를 180도 뒤집으면서, '긁어 부스럼'까지 만들어 놓았다. '독도사태'를 일으킴으로서 MB는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세계를 향해 악을 쓰고 싶어 하는 일본의 목표를 '친절하게' 도와준 꼴이 되었다. 한없이 혼란스럽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개념도, 일관된 전략도, 원칙도 없었다는 심각한 이야기가 된다. 그저 국익 따위는 따져보지도 않은,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얄팍한 계산만이 있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새누리당에서 조차 '국민정서에 기대 감정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일본의 대응방식은 종전과는 달라 보인다. 독도사태와 관련해 한국 주재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고, 정상간 셔틀외교와 스와프 협정의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각료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댔다. 그게 한국의 약점이라는 소리였을 것이다. 기분 나쁜 이야기다.

한국의 안보리 진출 저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조치도 논의 중이라 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는 별도로 일본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임을 주장하는 민간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적 '찝쩍거림'도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 국민들이 받게 될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런저런 외교력 낭비도 우려되는 판국이다.

게다가 같은 영토 분쟁이라도 일본은 중국 쪽엔 고분고분하고 한국 쪽에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엊그제 센카쿠 열도 사태에서도 우리가 보았다. 힘이 약하면 쪽팔리며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게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통용되는 정글의 법칙이다. MB는 그런 것 다 계산해 볼 생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5년 5월 미국에 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딘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한일수교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독도를 폭파해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역사의식이나 개념을 찾아볼 수 없는 소리였다. 그 박정희 씨의 딸이 지금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다.

박정희 씨의 '독도폭파' 발언 이후 반세기가 되어가는 지금, 독도를 놓고 MB도 일시적인 '레임덕 벗어나기'와 '국면전환'만을 노려 역사의식도 개념도 없는 '덜컥 수'를 놓음으로써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더욱 두렵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레임덕 피하려 독도에 이명박 이름 새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4일자 기사 '레임덕 피하려 독도에 이명박 이름 새긴다?'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치적 계산이 부른 외교적 손실’, ‘다음 정부에 정치적 부담 줬다’ 비판 쏟아져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그 후폭풍을 두고 ‘기본적인 외교관행 깨트렸다’, ‘정치적 계산이 부른 외교적 손실’, ‘다음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줬다’, ‘국면 전환용’, ‘레임덕 타개하려 쓴 충격요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마지막 카드’이지만 주무부처 외교통상부와 의견 조율 없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부터 2~4면을 모두 올림픽 소식으로 채웠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면 사진기사와 2~3면을 스포츠로 구성했다.

독도논쟁(?) 2라운드가 뜨겁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는 진실공방이 오갔다. 문 고문 측은 11일 지난 2004년 공개된 ‘미국 국무부 대화 비망록’을 제시했다. 이 비망록에는 1965년 5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딘 러스크 당시 미 국무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논조는 달랐다. 조선일보는 캠프 간 공방만 릴레이로 전달했으나 한겨레는 문재인 고문이 ‘판정승’했다고 봤다.

다음은 13일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통령 독도 방문, 분쟁지역화 역풍 불러)
국민일보 (이 대통령, 8·15 경축사 위안부 등 정면 거론한다)
동아일보 (한여름밤의 꿈처럼… 대한민국이 행복했다)
서울신문 (50대 대기업 44% “정년연장 시행·검토”)
세계일보 (투혼의 코리아 ‘런던 신화’)
조선일보 (방파제·과학기자 독도에 안 만든다)
중앙일보 (대한민국 스포츠, 벽을 넘어 중심으로)
한겨레 (청와대 “8·15 경축사에 새로운 대일 메시지 없을 것”)
한국일보 (일, 독도 분쟁지역 노골화)

MB 독도방문, 분재지역 역풍 불러와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이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튿날인 11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방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독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등 분쟁지역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고 관련부처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외상의 발표가 있던 날 일본 우익단체 회원은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에 벽돌을 던져 유리문을 깨트렸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한·일·대만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생수를 뿌리기까지 했다. (기사링크: 경향신문 1면 (대통령 독도 방문, 분쟁지역화 역풍 불러))

경향신문은 2면 (한·일 외교일정 줄줄이 연기… 노다 방문도 무산 가능성)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여파로 한·일 간 주요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경제 관련 정부 간 회담 등의 일정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부른 외교적 손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후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의 움직임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겐바 고이치로 외상이 언급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며 “독도의 국제사법재판소행은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지만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파장이 동북아 전체에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독도가 북방영토, 센카쿠열도, 남중국해 문제에 이어 동아시아의 주요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부상한 파급 효과는 단순히 한·일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밖에도 필리핀·미국과 중국은 스카보로 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경향은 “그 복잡한 판에 한국이 뛰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8월 13일자 1면

한국일보는 3면 (MB 독도방문, 日에 빌미만 줬나)에서 “마지막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 든 측면이 있다”는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카드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향후 독도 영유권 문제가 악화할 경우에 대비한 전략적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일본이 역공으로 나올 수 있는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일본은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면서도 실제 정부가 이와 관련된 행동에 나선 적은 드물다”면서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06년 독도 근해 해양탐사 계획을 포기했고 일본 우익단체도 독도 방문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1965년 수교 이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논의된 적이 없다.

한국일보는 “하지만 통수권자의 독도 방문이라는 초강수로 이 같은 묵계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일본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압박하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새롭게 생긴 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면 전환용” “국제정세 모르는 얘기” “다음 정권에 부담” 혹평 이어져

한겨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진창수 세종연 일 연구센터장,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의 평가를 크게 실었다. 한겨레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그 후폭풍을 두고 ‘기본적인 외교관행 깨트렸다’, ‘정치적 계산이 부른 외교적 손실’, ‘다음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줬다’, ‘국면 전환용’, ‘레임덕 타개하려 쓴 충격요법’이라는 비판을 소개했다. (기사링크: 한겨레 4면 (“외교적 관점서 냉정함 잃은 MB…되레 ‘분쟁지역’ 만들어”))

▲ 한겨레 13일자 4면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독도방문이 국내 정치 국면 전환용이라고 봤다. 문 교수는 “대통령이나 측근들은 현재의 레임덕이 지속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어 “서로 우호적인 나라 사이에서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은 깜짝쇼 같은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기본적인 외교 관행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 대통령이 일본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까지 맺으려던 사람인데, 아마도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의 북방도서 방문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건 국제정세와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혹평했다. 북방 4개 섬은 일본과 러시아 간 이미 분쟁지역임을 양쪽 모두 인정하는 지역인데 독도의 경우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은 “시민단체가 가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규탄하는 주장을 펼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독도를 찾아감으로써 스스로 우리 영토인 독도를 북방 도서와 같은 상태의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창수 세종연 일 연구센터장은 “독도 방문은 최종적인 카드의 성격이 있다”면서 “그런데 모기 보고 소 잡는 칼을 빼든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기도 의문”이라면서 “임기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켜서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으로 한국 내 반일감정이 세진 상황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은 일본에 해결을 기대했으나 일본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한-일 우호관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일본을 때려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 아래, 임기말에 정권 지지율을 부양하는 카드로 쓴 듯하다”고 봤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꺼냈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일본의 목적은 ‘한국이 국제 사법재판소의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국제 사회의 여론에 호소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언론 지면에는 걱정만 있지 비판은 없다

보수언론은 이날 말이 아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독도방문 후폭풍에 대해 기사를 내보냈지만 사설을 낸 곳은 조선일보뿐이다. 그러나 비판이 아닌 훈수를 두는 정도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독도 방문, 의연하게 ‘후폭풍’ 대처해야)에서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라는 해묵은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독도를 국제적인 분쟁(紛爭) 지역으로 만들려는 자기들의 전략에 어떻게든 끼워 맞춰 활용해보려는 속셈일 것”이라면서 “일본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응하면서도 국제사회에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분쟁 비판 이어지는데 독도에 이름남기겠다는 MB

한편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마지막 카드’이지만 주무부처 외교통상부와 의견 조율 없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청와대가 결정한 것으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이미 일이 일어난 뒤 외교부와 상의했는지 안 했는지 따지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장관은 미리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청와대가 외교부 실무부서와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한국일보는 “외교라인의 판단이 대통령 결정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번 광복절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쓴 ‘독도 수호 표지석’이 세워진다. 중앙일보는 5면 (MB 서명 새긴 ‘독도 표지석’ 세운다)에서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에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독도 수호 표지석’이 세워진다”면서 12일 경상북도가 밝힌 행사 계획을 전했다.

▲ 경향신문 8월 13일자 2면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표지석은 높이 1m 20㎝이고,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 글씨가 포함됐다. 앞면에는 ‘독도’라는 큰 글자, 뒷면에는 ‘대한민국’이 새겨져 있다. 왼쪽 면에는 ‘대통령 이명박’ ‘이천일십이년 여름’이라는 내용도 새겼다. 표지석은 독도 동도의 국기게양대 쪽에 세워질 계획이다.

중앙일보는 “표지석 건립 요청은 한 달 전쯤 받아들여져 대통령이 직접 쓴 글씨가 최근 경북도에 전달됐다”면서 “경상북도는 그때부터 표지석 제작에 착수했으나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독도논쟁(?) 2라운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서 일어났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논조는 달랐다. 조선일보는 캠프 간 공방만 릴레이로 전달했으나 한겨레는 문재인 고문이 ‘판정승’했다고 봤다. (기사링크: 조선일보 (문재인측 “박정희, 독도폭파 발언” 박근혜측 “외교문서 따르면 日이 말한 것”)

▲ 조선일보 8월 13일자 5면

문재인 고문 측은 10일부터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파시켜서 없애버리고 싶다’고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박근혜 의원 쪽에서 “외교 문서에 따르면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 측에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문 고문 측은 11일 지난 2004년 공개된 ‘미국 국무부 대화 비망록’을 제시했다. 이 비망록에는 1965년 5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딘 러스크 당시 미 국무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겨 있다. 문 고문 측은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12일 박근혜 의원 측은 2005년 외교부가 공개한 한일 외교 기록을 공개하며 재차 반박했다. 이 문서는 1965년 한일 협정 체결 과정을 기록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세키 유지로 일본 외무성 아세아국장은 1962년 9월 예비회의에서 “독도는 무가치한 섬… 크기는 (도쿄의) 히비야공원 정도인데 폭발이라도 해서 없애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 한겨레 13일자 4면

이 공방을 두고 한겨레는 문재인 고문이 박근혜 의원에게 판정승했다고 봤다. 한겨레 4면 (‘박정희 독도폭파 발언’ 진위 공방 / 문재인, 박근혜에 판정승)에서 10일 박근혜 의원 측에서 “문 후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와 거짓말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고문 측이 문서를 공개했고, 박 의원 측은 이 문건이 허위라는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MBC 신뢰도 4위로 추락

(기사수정. 오후 3시 10분. 기사작성 과정 중 지난해 조사결과와 올해 결과를 혼동해 내용 전달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시사저널이 지난 12일에 공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MBC 신뢰도는 KBS 한겨레 경향신문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2009년부터 2년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3위였던 MBC는 올해 한겨레, 경향신문에 밀렸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도 MBC는 3위(30.7%)다. KBS가 56.1%로 압도적인 1위고, 2위는 조선일보(45.0%)다. 4~6위는 각각 네이버 중앙일보 한겨레다. 특히 한겨레는 지난해 9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 순위는 조선일보가 22.5%로 1위고, 한겨레(21.9%)와 네이버(21.2%)가 뒤를 이었다. 4위는 KBS(18.6%), 5위는 경향신문(15.1%)다.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005년 이후 8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 됐다. 손석희 교수는 45.5%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7.4%),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5.4%)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시사저널이 지난달 18~27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고,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경제인 등 10개 분야 전문가가 각 분야별로 100명씩 참여했다. 이번 결과는 8월 13일에 발행된 시사저널 1191호 커버스토리에 실렸다.

동아일보 8월11일자 1면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올림픽 이후, 이명박에겐 이제 ‘내림픽’ 밖에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3일자 기사 '올림픽 이후, 이명박에겐 이제 ‘내림픽’ 밖에 없다'를 퍼왔습니다.
[김주언 칼럼] 독도 방문은 임기말 레임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몸부림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17일간 열전을 펼친 런던 올림픽이 13일 막을 내렸다. 밤잠 설쳐 가며 성원을 보냈던 국민적 열기도 이젠 폭염처럼 한풀 꺾였다. 언론들은 너도나도 한국 선수단의 선전에 입에 침이 마를 만큼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면 올림픽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었나.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질러댔던 환호성은 무엇이었나. 세계 5위의 성적을 거둔 만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먹고 살기가 그만큼 나아졌는가. 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 선수들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한다. 그렇지만 17일간의 올림픽 열기가 휩쓸고 간 뒷맛은 영 개운치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올림픽을 통해 나타난 맹목적 국가주의이다. 올림픽을 국가의 우월성이나 인종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것이 그거이다. 우리 선수의 메달에 환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 선수의 승리에 대리만족하고 이를 통해 현실의 간난한 삶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메달 순위처럼 세계 5위의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금메달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고 해서 한민족의 우수성이 세계에 과시된 것도 아니다. 언론이 이를 국가주의로 포장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국민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박주영, 지동원, 정성룡 등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 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별로 메달을 집계하여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각국은 메달 수와 색깔을 따져 순위 매기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은 금메달 수를 우선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미국은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메달 수를 근거로 국가주의를 부추긴다. 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시청자들 보다도 먼저 흥분한다. 그 순간부터 올림픽 정신은 사라진다. 그 자리는 국가주의와 종족주의가 대신 차지한다. 
올림픽 정신은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기록이다.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쿠베르탱도 아마추어 정신에 입각한 친선경기로 세계인의 화합을 꿈꾸는 데 있다고 올림픽의 목표를 말했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올림픽 강령 속에서 나타난 올림픽의 이상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올림픽은 맹목적 국가주의를 넘어 추악한 자본의 복마전으로 전락했다. 선수는 콜로세움 지하의 맹수처럼 사육되고 군중은 충실한 소비자로 동원된다. 자본은 그 위에 네로처럼 군림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스포츠는 국력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슬로건이다. 그래서 오직 메달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체육진흥기금이 투입된다. 선수들은 태릉 선수촌에 모여 혹독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오로지 금메달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소수의 스포츠 스타에게는 무덤에 갈 때까지 연금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기업들은 앞 다퉈 엄청난 포상금을 지급한다. CF 스타로 떠올라 돈방석에 안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올림픽이 자본의 노예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프로 스포츠의 폐해가 올림픽에도 그대로 전가된 것이다.
축구 대표팀처럼 동메달이라도 따면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이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한국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2년간의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승리를 거두는 데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4년 동안 뼈를 깎는 고생을 하고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쓸모없어진 경주마처럼 쓸쓸하게 사라질 뿐이다. 한국문화를 널리 확산시킨 K-POP 스타에게는 이러한 혜택도 없다. 누가 더 국위를 선양했는가. 그러나 우리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 지나칠 뿐이다.
국가 대표 선수의 승리를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방송 등 언론은 누구보다도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나친 국가주의는 승리했을 때의 기쁨도 격을 낮춘다. 더구나 올림픽의 본래 목적인 스포츠 정신과 지구촌의 화합은 오갈 데 없어진다. 이러한 국민적 열기 때문에 주요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묻혀버린다. 정치권력은 이를 활용하여 국민의식을 마비시키곤 했다. 이번 올림픽 기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림픽 기간동안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온갖 비리, 파탄난 민생,  대선관련 뉴스들이 올림픽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들이 런던 올림픽 관련 뉴스들로 도배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송들은 정기뉴스에서 절반이상을 올림픽 관련뉴스로 채워 다른 뉴스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대선관련 기사와 시중은행들의 약탈금융과 가계 ‘부채폭탄’, 한국경제의 저성장, 민생치안 등은 이제 주요뉴스에서 밀려났다. 그래선지 민주통합당은 아예 대선후보 경선일정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공천헌금 파동 등 불리한 이슈가 관심권 밖에 머무르게 되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은 올림픽 보도에 올인하면서 영광 원자력발전소 고장이나 SJM 용역직원 투입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뉴스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국민의 관심이 느슨한 틈을 타 가석방됐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는 등의 혐의로 1,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가석방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발표 다음 날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의 클린정치위원회 BBK사건 대책팀장을 맡았으며 BBK 가짜편지를 기획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막대한 중계권료를 회수하기 위해 총력적인 올림픽 몰입편성에 나섰다. 정규편성을 허물고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해 광고매출을 올리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방송사 메인뉴스는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치어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장악 관련 사건이 줄지어 터져 나왔다. KBS는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 등을 중징계했다.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 해괴한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데도 방문진 이사장 등 이사 3명이 재선임됐다. 사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와 좌천이 꼬리를 물었고 PD수첩 작가들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올림픽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 독도방문이 이어졌다. 독도방문은 올림픽 축구 한일전 개막 직전에 이뤄져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임기말 레임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독도의 분쟁지역화나 한일외교관계 마찰 등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더구나 독도방문 소식이 한국언론에 앞서 일본 언론들이 대서 특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하게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여론도 들끓었다.  
올림픽은 끝났다. ‘올림픽’이 있으면 ‘내림픽’이 있게 마련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게는 ‘내림픽’만 남은 것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해 민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곳곳에서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시민단체는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시켰다. 올림픽에서 초유의 성과를 거두고 자신의 독도방문으로 국민적 지지가 몰릴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국민은 더 이상 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은 올림픽 열기에 묻힌 많은 사건들을 다시 끄집어내 성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주의에 물들고 자본에 사로잡힌 올림픽이라고 하더라도 끝나고 나면 그뿐이다. 언론매체들은 이제 올림픽 보도에서 손을 떼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올림픽 열기도 빨리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김주언·언론인 | newmedia54@hanmail.net  

2012년 7월 3일 화요일

MB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3일자 기사 'MB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 실패를 계기로 사실상 식물정부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인척·측근 비리로 국민적 지지기반을 상실한 상황에서 임기 막판 정책 밀어붙이기가 불발로 끝나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의 사례에 비춰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야당으로부터의 공세는 물론 본격화되는 여당의 차별화 행보에 원군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청와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 통보다. 청와대 참모들과 현 정부 창출 공신들이 잇따라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혐의가 드러나면 정부는 사실상 ‘비리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게 된다. 정권의 도덕적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공격을 받아야 할 소재들은 점점 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합의한 대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권재진 법무장관 등 정권 실세들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거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과 막판 연기는 레임덕이 본격화된 정권의 전형적 행태를 보여준다. 청와대의 성급한 정책 밀어붙이기, 정치권의 반발에 따른 포기,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간의 책임 떠넘기기 등은 전형적인 말기 현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인천공항 지분매각, 차기전투기 선정 등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업들을 가로막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평론가 황태순씨는 “한·일 협정 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움직임은 이 대통령의 권위가 이미 정부 내에서조차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급속도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2012년 3월 7일 수요일

‘1%의 혀’ 김재철에 맞선 MBC 파업에 승리를!


이글은 레프트21 2012-03-03일자 기사 '‘1%의 혀’ 김재철에 맞선MBC 파업에 승리를!'를 퍼왔습니다.

MB 정권의 나팔수가 되길 거부한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MBC 노동자들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벌여 보도본부장을 끌어내렸다. 
간판 앵커들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부ㆍ국장들까지 직책을 버리고 파업 대열에 합류하는 등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지방MBC 노동자들도 파업 동참 채비를 시작했다.


△2월 29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노조 파업 문화제 ⓒ이윤선


 △2월 29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노조 파업 문화제 ⓒ이윤선

KBSㆍYTN 노조도 3월 6일과 9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BS 새노조 김현석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열화와 같은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노조가 끌려간 것”이라며 최근 노조 가입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로써 사상 초유의 방송 3사 공동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노조들은 별도의 인터넷 방송을 위한 총선 공동 기획단을 구성하며 ‘총선 보도를 명분으로 쉽게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 , 노동자들도 파업과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라는 “유리한 조건”에서 언론 노동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 투쟁은 지금 1퍼센트 정권에 맞선 저항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야당들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정두언ㆍ남경필조차 “낙하산 사장이 문제”라며 MBC 파업 노동자들을 편들었다. 
MBC와 의 지분(각각 30과 1백 퍼센트)을 소유한 박근혜는 언론 파업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 안 좋아진다”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정부와 지배자들은 여기서 밀리면 언론 통제가 어려워지고 더 넓은 층의 저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다.
그래서 낙하산 사장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반격을 시작했다. MBC 사장 김재철은 제작 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 회장을 해고했고, 추가 징계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신문 광고를 내 “불법” 운운하며 파업을 비난했고, 대체인력 투입과 비상체제 운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노조는 박성호 회장 해고에 즉시 반발해 “당신들의 칼부림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며 파업 미참가자들에게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아직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드라마국에서도 PD 51명 중 50명이 성명을 내 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정말이지, 이제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해 제대로 “종결” 투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김재철의 액받이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드라마국 PD들도 파업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1백50억 원 이상의 광고 수익이 예상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제작 차질을 빚는다면, 파업 효과는 매우 커질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 만큼 MBC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더한층 뜨거워질 것이다.
MBCㆍKBSㆍYTN 방송 3사 공동 파업을 꼭 현실화하고, 더 넓은 연대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언론노조 지도부는 그동안 MBC 파업에 열의있게 뛰어들지 않았는데,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 다행히 언론노조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고 3월 집중 투쟁을 결의했다. 또 언론노조, 민주노총을 비롯해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들이 ‘MB 방송장악 심판, MB 낙하산 퇴출,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준)’을 구성하고 연대 건설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진보진영은 이 파업을 집중 엄호하며 우파 결집과 위기 탈출을 시도하는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방송사 파업을 중심으로 최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투쟁의 기운들을 모아낸다면, 그 힘은 배가 될 것이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비평]언론 환경 재정비 없이는 뒷날을 감당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 단임제 정부에 동승한 모든 권력자들이 꾸는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아직 내리기엔 멀었다는 안도감이 공유될 때, 멀리 내다볼 수 있고 권력은 서로 부딪치지도 않는다. 권력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 내려야 하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이 감지될 때, 권력과 그 주변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진다. 학술적 용어로는 ‘레임덕’이고, 사회적으로 관찰되기로는 ‘집권 말기 현상’이다. 선출된 권력의 교체시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혼란이고,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할 땐 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이 권력엔 이제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 전체가 소란스럽다. 딱 5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몇몇 상징적 사건들은 필연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부터 흔들린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명박 정부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 ‘만사형통, 상왕’ 이상득 의원이 퇴진한다는 것은 상징적 모습이다.
이 정부의 권력을 구성하던 위계가 내부로부터 깨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다. 이상득으로 대변되던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지자,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각적인 연쇄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친이계는 사실상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포함한 비대위의 전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넘긴다는 것은 생사여탈권을 포기해 최악을 피하겠단 서약의 다름 아니다. 이제 이 권력엔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부인은 “비판은 그냥 패스한다“는 말로 호기를 부렸지만 비웃음만 샀다. 정말, 문제적 권력이고 그래서 더 문제인 권력이다. 별로 한 일이 없는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가야할 길이 아직 한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에 언론계 상황만 봐도 그렇다.

'특혜', '관리', '배제'로 이어진 언론정책의 유일한 전제, '정권재창출'


▲ 지난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맞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1면 백지광고를 실었다
잔가지는 다 쳐내고,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보면 임기 전반기엔 방송 장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다음에는 ‘특혜’, ‘관리’, ‘배제’의 3가지 차원에서 언론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은 특혜다. 대놓고 작심하고 우리 편만 챙긴 것이다. 구실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창출이었고, 명분은 지상파 독과점의 해소였지만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얘기였고 아시다시피 접근 자체가 그렇지 않았다. ‘관리’는 침묵으로 충성을 바친 공영방송에게 던져진 수신료 인상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먹을거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재원을 키워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단 언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제’는 나머지 미디어들을 향했다. 미디어렙법의 처리 지연은 ‘특혜’를 준 몇몇 언론과 자력갱생이 가능한 방송을 제외한 매체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3가지 추진 방향 모두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종편의 경우 개국은 했으나 오히려 개국 이후 생존 여부에 강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애당초 4개의 종편을 허용하는 것이 무리였는데, 철저하게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당최 견적이 뽑히지 않는 이상한 우리 편 챙기기가 됐다. 종편 4사들 역시 이제는 ‘차라리 그때 끝까지 싸워 4개 신설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고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종편을 방치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청산의 'X맨‘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를 노릇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이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이유
중장기적으로 종편의 생존을 도모해주기 위해선 정권재창출이 필수적이다. 종편사들의 개별적 역량에 기대어 종편이 생존할 수 있단 건, 당분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극히 낭만적일 뿐이다. 종편은 당분간 아니 꽤 오래도록 홀로 설 수 없는 매체다. 그래서 다소 감정의 격앙이 있더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야만 한다. 그래야 종편에 대한 특혜를 이어갈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바탕으로 종편사들 역시 ‘약탈적 영업’이 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종편의 생존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수구 세력의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당장에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설계할 땐, 분명히 차기 권력이 당연히 박근혜의 몫으로 흐르는 회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졌지만 궤도 수정을 하긴 너무 늦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방책이었다.
수신료 인상은 좌절되고, 미디어렙은 어쩔 수 없고
수신료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찍어 눌러놓은 덕에 아직 저항이 실제화되진 않고 있긴 하지만 KBS 조직 내부에도 수신료 인상 좌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신료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판을 다 깔았는데도 좌절된 것은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는 항변도 가능하겠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정부 임기하에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고, 외려 KBS는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차기 권력과 이렇게 등을 졌으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해졌다.
미디어렙의 경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되었건 입법은 불가피하다. 종편을 유예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여전히 관건이겠지만 매체의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단 대전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은 대의제 체제에선 존립하기 힘들다.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최대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마저 의회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가능한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고자 했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아래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신설을 추동해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보완, 견제하는 의미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했지만 이 정부는 순서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모든 것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어 권력 내키는 대로 언론을 유린했다.


▲ 7월 11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이사회는 즉시 도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기자회견 모습. ⓒ권순택

정권 이양을 고려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
그 유린을 하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정권재창출’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다음 정권 역시 우리 편이 잡게 되면 뒤탈 없이 시간을 더 벌 수 있단 확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됐다.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행여 또 다시 천막을 친다고 해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권력이 사활을 걸었던 종편은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채, 아니 개국한 것만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적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단 얘기고, 공영방송은 대대적인 복수와 보복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선 지역 언론은 총선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멀어져 가고 있다. 청와대에도 이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벌려놓은 일을 그나마 마무리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남은 시간동안 4대강의 보를 되돌릴 순 없다. 다시 747을 띄울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에서 보듯 저해된 언론 행위에 대한 범사회적 반발 때문이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령 정권이 이양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언론환경을 재정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편 언론과 함께 몰락하지 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했던 언론에게 유의미를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장악해서 어찌해보겠단 흑심을 버리고, 장악을 풀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을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코피 난 김에 쓴 혈서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