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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악화일로’ 남북관계, ‘싸움’ 붙이는 보수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1일자 기사 '‘악화일로’ 남북관계, ‘싸움’ 붙이는 보수언론'을 퍼왔습니다.
[비평] “주관적 보도 두드러져”… “사태 악화시키는 역할 했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으로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에 이어 한 달여간 이어져 왔던 ‘개성공단 사태’가 끝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성향 신문들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부추겨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北 달러 때문에 개성공단 유지?… 언론의 ‘도발’
 
조선일보는 지난달 12일자 신문 5면 (核 불바다 위협하면서 ‘개성 달러’는 챙긴다) 기사에서 “북이 개성공단에 집착하는 것은 달러 때문”이라며 “북한은 노동자 5만3500여명의 임금으로 매년 현금 9000만 달러(약 990억원)를 챙긴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개성공단을 정상 가동시키고 있는 건 ‘달러가 아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북한의 ‘이중성’을 비판한 대목이다.
 
중앙일보도 3월29일자 3면 (북의 달러 박스 개성공단…도발 위협 속에 근로자 늘려)에서 이를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달러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통해 대부분의 이익을 북한 당국이 챙기고 있고, 북한 노동자를 포함한 주민 20만여명이 “공단에 목을 걸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에 집착하는 이유란 분석”이라는 것이다.
▲ 조선일보 3월12일자 5면


동아일보도 같은 날 (北, 군 핫라인은 끊고 개성공단 달러만 챙기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의 입출경까지 막지 않은 것은 전면적 대결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달러는 안정적으로 챙기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개성공단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북한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북한 정권도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보도(4월9일자 3면)한 것처럼,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첫 가동 이후 한 번도 멈춘 적인 없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을 때도 운영돼 ‘남북 간 최후의 접촉선’ 역할을 해왔다.” ‘달러 때문’이라는 논리대로라면,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달러가 아쉬워’ 개성공단을 유지해온 게 된다. 긴장과 대립 속에서도 개성공단을 유지해왔던 남북 정부의 노력을 폄훼한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이튿날인 3월30일,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버리겠다”고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했다. 물론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북한이 일부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아 폐쇄 위협에 나선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달러 때문’이라는 보도가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언론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동아일보 4월4일자 1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우리나라) 언론을 보고 대응하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부 입장을 듣고 싶다’고 나왔어야한다”면서도 “그런 식의 접근에 북한이 자극을 받는 건 당연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보수든 진보든 기본적인 (남북) 교류협력과 대화 필요성을 인정해야한다”며 “남북문제만 터지면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계속되고, 북한이 그걸 이용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교수는 “사태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북한이 발표하는 성명들에 대해 언론이 말꼬리를 잡아 감정적 비판만 키워서 갈등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친구들끼리도 시비가 붙으면 원인에 집중해야 하는데, 말투나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다가 싸움이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 폐쇄 北이 더 손해?… “해법 중심 보도가 필요”
 
한편 조선일보는 4월1일자 5면에서 “공단 폐쇄 시 경제적 피해가 123개 입주기업에 국한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정권 차원의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나 이는 일단 사실과 다르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그 피해는 남한의 입주기업들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협력사들로 이어지고, 피해규모는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경제적 피해가 ‘정권 차원의 고통’일 것이라는 분석도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김연철 교수는 “전체 공정으로 치면 남쪽에서 하는 공정이 더 많다”며 “입주기업 123개가 전부가 아니고 1차·2차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6000개 정도 된다고 보는 상황인데 (피해규모는) 북한과 비교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정권 차원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이 없을 때도 살았고, 노동력을 가지고 공단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며 “개성공단에서 활동하던 우리 기업들은 거기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4월1일자 5면


그런데도 이 신문은 ‘북한이 더 손해’라며 연달아 ‘으름장’을 놨다. 19일자 사설에서는 “한국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은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성 때문이지 경제적 가치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26일자 사설에서는 “지난 9년 동안 개성공단은 우리보다는 북한에 더 많은 경제적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상대적 피해는 북한에 더 크다는 분석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이 역시도 개성공단이 지닌 ‘교류 협력의 가치’를 배제한 단편적 접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전 의원은 “(일부 언론들이) 사실관계를 보도하기 이전에 이념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개성공단 폐쇄로 몰고 갔다”며 “그런 보도는 언론의 본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개성공단 문제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라며 “감정적이고 편향적 보도로 균형감각을 상실하면 이는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누가 더 손해냐 따지는 기사들은 굉장히 무의미하다”며 “북한도 크고, 우리도 손해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이 어느 날 갑자기 악화된 게 아니고, 2010년부터 시름시름 병을 앓아왔다”며 “그런 과정에 대한 언론의 분석이 너무 약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와서 기업들의 피해 상황과 (입주기업들의) 심정에 대한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왜 이렇게 되어왔던 과정은 (언론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 동아일보 4월4일자 4면


일부 신문들은 사태 초기부터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두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조선일보 4월4일자 사설)이 대표적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보다는 사태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인질 사태’ 가능성에 대해 지난 3일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군사적 조치’를 언급한 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군사작전 시나리오가 보도되기도 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김장수 장관의 발언이 현실 가능성이 있는 건지 좀 더 균형감각을 가지고 비판적인 보도를 했더라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있던 사람들 말을 들어봐도 (김 장관의) 인질구출 작전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건데, 언론이 부채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언론이 정확한 팩트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최근 상황에서 언론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으로 보도한 경향이 많았다. 일종의 선동을 했다”고 말했다. “대안 제시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4월4일자 3면


김연철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는 (정상화) 의지만 있으면 풀 수 있다”며 “언론은 북한의 의지를 물을 수도 있고, 우리 정부에게도 의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남과 북 모두 민족의 길이나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은 없고 자기 길만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해법 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대화의 장이 열리면 언제든지 풀릴 수 있다. 개성공단은 언젠가 다시 살아난다고 본다”며 “개성공단이 다시 살아나면 언론들은 뭐라고 할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언론이 자극적인 보도를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직시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경제민주화 반대’ 일제히 칼 빼든 보수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6일자 기사 '‘경제민주화 반대’ 일제히 칼 빼든 보수언론'을 퍼왔습니다.
[이슈 분석] ‘박근혜’ ‘재계’ ‘학계’ ‘여권’의 반대 목소리 전하는 언론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두고 “무리가 아닌지 걱정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재벌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과징금을 물리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연봉을 5억 원 이상 받는 재벌 총수와 대기업 최고 경영자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가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에 박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며 경제민주화 의지가 의심된다고 비판했고,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침해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해 기사 제목을 뽑았다. 동아일보는 1면에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과속 제동?)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1면에 (박 대통령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기사를, 조선일보는 2면에 (박 대통령 기업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 취지 아니다)는 기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5면에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 역시 1면에 (기업투자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투자를 누르지 말라고 말했다는 점, 경제민주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일보 1면


반면 한겨레는 1면 기사를 (대기업 투자 늘려라 압박 나선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 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견제하면서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특별한 주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의 투자 고용에 대한 정부 개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타협을 목표로 노사정위원회의 가동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점도 강조했다. 
한겨레 1면


박근혜의 공약과 다르다!
 
몇몇 언론은 국회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공약을 대대적으로 비판하며 경제민주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재계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언론이 강조한 첫 번째 지점은 국회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공약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국회에서 신규출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며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서 손대지 않겠다고 한 박 대통령 공약에서 한걸음 나아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역시 “정무위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제목은 대선 공약과 같지만 내용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제동 발언이 “공약 내용을 잘 알고 추진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재계의 목소리를 전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기준으로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재계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한 언론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8면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대기업 압박 조치’로 규정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기업이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한 재계의 반박도 전했다. “현금성 자산은 미래 대비를 위한 비상금으로 투자 않고 노는 돈 생각하면 오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8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기업 보유 현금 10%만 투자해도 경기 도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면서도 재계의 비판을 같이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계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첫 째, 투자할 곳이 없다. 둘 째, 글로벌 환경 좋지 않고 내수 전망은 시계 제로다, 셋째, 정치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3면에 (삼성 "추가 투자 고민 중" 현대차 "노조 때문에...)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무작정 늘리긴 힘들어, 주요 그룹들 저마다 고민”이라며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강성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현대차는 노동환경이 바뀌면 투자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경제단체 규제 때문에 작년 투자 50여건 포기)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기업의 투자를 유발하려면 경제민주화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일보 3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학계?
 
언론은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학계의 목소리도 전했다. 국민일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국회가 일감 몰아주기, 횡령 및 배임죄로 처벌을 받으면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의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무소불위의 칼’ ‘과잉규제’로 규정하고, “새누리당이 공약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나치게 대기업을 얽매는 법안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전했다.
동아일보 3면


서울신문은 학계의 견해를 소개하며 “국가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특정 계층의 편의를 도모하면 오히려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8면 기사 (엔저 때마다 한국 외환·금융위기… 내년 초 또 올 수도)에서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에서 학계가 경제민주화와 한국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우려를 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8면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몇몇 언론은 또한 여권 내부에서 경제민주화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여권이 경제민주화 핵심정책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경제민주화가 새누리당 내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이 우려를 표할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급진적이고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선일보는 (“기업 경쟁력 경제 죽이는 법안이라면 막아야”)라는 기사에서 ‘운동권 출신 김용태 의원’이 경제민주화에 반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용태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유일하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경제민주화는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대선 때 표를 얻기 위한 수단 이었다”며 “경제 살리려 경제 민주화한다는 말은 거짓이었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이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운동권 출신마저 비판할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급진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조선일보 2면


재계의 비판은 오버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제동 발언을 비판하는 언론도 있었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지금 단계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공정거래위원회 쪽의 의견을 수렴해 정무위 전문위원이 비공개 심사보고서만 작성해 놓은 상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제동을 가할 시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역시 “국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입법 전 사실상의 지침'이라며 “재계의 의사가 지나치게 반영된 시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제 막 국회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입법 조치에 대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된다”고 말했다.
경향 4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재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 (“대부분 박 공약에 포함된 내용인데 재계가 확대해석해 과장”)에서 재계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큰 틀에서 보면 최근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들이 대부분 박근혜정부의 공약에 포함된 내용인데도, 재계가 일부 법안을 확대 해석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3면


한겨레는 투자를 늘리기 힘들다는 재계의 발언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동걸 교수의 말을 빌려 “일부 대기업들에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돈이 쌓인 것은 이들이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이익을 임금으로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간다면 대기업의 투자 환경도 더 좋아지는 선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이 투자를 하게 만들려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3.20해킹 북한 소행’…하필 이 때 발표할까?


이글은 진실의길 2013-04-11일자 기사 '‘3.20해킹 북한 소행’…하필 이 때 발표할까?'를 퍼왔습니다.
[분석] 입으로만 안보타령, 실제 안보는 맹탕인 정권과 보수언론
지난 3월 20일 KBS, MBC, YTN, 농협, 신한은행 등 방송·금융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이른바 '3·20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군 합동대응팀은 "피해업체 감염 장비와 국내 공격경유지에서 수집한 악성코드 76종을 분석한 결과 과거 7·7디도스(분산서비스공격) 등과 같이 북한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증거를 상당량 확보했다"며 사실상 북한 소행으로 단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전부터 미리 공격을 치밀하게 준비한 공격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공격자는 최소한 8개월 전부터 목표 기관 내부 PC나 서버를 장악해 자료를 절취하고 전산망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다가 백신 등 프로그램 중앙 배포 서버를 통해 PC 파괴용 악성코드를 내부 전체 PC에 일괄 유포하거나 서버 저장 자료 삭제 명령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3.20 해킹 북한 소행"…누리꾼"입으로만 안보타령, 실제 안보는 맹탕인 자칭 보수 정권"

정부에서 북한 소행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크게 ▲이번 공격에 앞서 북한 내부 PC 최소 6대가 피해 금융사에 접속▲공격 경유지 49개 중 22개가 과거 사례와 일치 ▲ 악성코드 76종 중 30종 이상을 재활용했다 따위입니다. 특히 북한 해커만 고유하게 사용하는 감염PC 8자리 식별번호와 감염신호 생성코드의 소스프로그램 18종이 동일했다고 밝혔습니다.

▲ 3·20 사이버테러 민관군 합동대응팀이 10일 증거자료로 제시한 북한PC 접속 기록. 정부는 최소 6대의 북한 내부 PC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금융사에 1590회 접속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정부 발표에 대해 누리꾼들은 @Duc*******"창조무를 시작한 미래창조과학부,북한과 해킹수법이 유사? 이런 이유라면 정부를 찬양하는 인터넷 수많은 댓글은 국정원직원녀로 추정된다는 말이 성립된다", @55dg***** "3.20 해킹도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이라네. 아…그러셨세요. 북한은 못하는 것이 없고, 남한은 할 줄 아는게 없다", @doy******"입으로만 안보타령 하지만, 실제 안보는 맹탕인 자칭보수 정권"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대단합니다. 해킹만 터지면 거의 북한 소행입니다. 지난 2009년 7월 7일 한국과 미국 주요기관 등 총 35개 주요 웹사이트를 공격한 '7·7 디도스 공격'을 북한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은 61개국에서 435대의 서버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 주요기관 35개 사이트를 해킹했으며 공격 근원지는 중국에 있는 북한 체신성 IP로 확인됐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사이버 해킹 터지면, 북한 소행

그리고 지난 2011년 3월 4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주요 인터넷기업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이뤄진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 역시 북한 소행이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월 6일 "악성코드 유포 사이트와 국내 감염 좀비 PC, 외국 공격명령 서버를 정밀 분석한 결과 공격 체계와 방식, 악성코드 설계방식과 통신방식이 2009년 7월 7일 발생한 디도스 공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 2011년 5월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당시 첨단범죄수사제2부 김영대 부장검사가 농협 전산망 장애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그해 4월 농협전산망 사태가 일어나자 검찰은 5월 3일  이번 사태가 2009년 7.7디도스 및 지난 3.4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던 동일 집단이 장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것으로 북한 정찰총국이 관여한 초유의 사이버테러라고 발표했습니다.  한국IBM 직원 노트북에서 발견된 81개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농협 서버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암호화하는 방식 등 독특한 제작기법이 앞선 두 차례 디도스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검찰은 악성코드의 종류와 설계 및 유포 기술, 준비 기간 등 수사결과 밝혀진 정황에 비춰 상당한 규모의 인적ㆍ물적 뒷받침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범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치밀한 준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치밀한 준비를 통해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는데 왜 대한민국은 막지 못했을까요?

정부와 보수언론, 한반도 정세 악화시켜

그런데 정부 발표가 하필이면 그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인 이 때 발표하는지 의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달 25일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고강도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은 도발 원점과 함께 지원·지휘 세력인 북한 4군단은 물론 일부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공대지(空對地)·지대지(地對地)미사일로 타격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인민무력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연합뉴스>


당시 (조선일보)는 김일성·김정일 동상 파괴 계획은, 북한에서 신성시되고 있어 훼손될 경우 북한 체제와 주민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는 김일성 부자(父子)의 상징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추가 고강도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차원에서 수립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급기야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그런 계획이 없고 군이 그런 언급을 한 바도 없다. 언론이 앞서 보도하는 것에 자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조선일보) 보도는 오보일까요? 당시 (조선)기사를 보면 상당히 자세합니다. 어떤 소스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정부관계자는 이를 흘리고, (조선)은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을 어떤 존재인지 안다면 보도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또 개성공단 상황이 악화되면서 체류 인력에 대한 안전 문제가 거론되자 김관진 장관은 새누리당에서 열린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신변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군사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인질구출 작전'을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아파치헬기' 투입 등을 통한 한미연합작전 및 특전사 단독 작전 등 자세한 시나리오까지 전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지난 3일  한국과 미국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주한 미8군사령부에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북한 전역의 핵시설에 대한 침투 및 장악 임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이 조직은 군사쿠데타와 내란 등으로 북한 지도부가 핵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주한미군과 미 증원 전력 등을 투입해 핵물질이나 핵무기가 있을 것으로 파악되는 핵시설을 최단 시간 내 장악하는 세부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임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습니다. 설혹 사실이라도 북한만 자극하는 보도였습니다.

통일부 장관 "핵실험 징후"…언론 보도 '악순환'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날 류 장관은 4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됐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그런 징후가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함경북도 풍계리 남쪽 갱도에서 인원과 차량이 왔다갔다 하고 있어 4차 핵실험 징후 아니냐는 말이 있다"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그런 징후가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습니다. 북한 핵실험같은 중요한 사항을 통일부 장관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파문은 컸습니다. 정부의 대북 정보 및 메시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10일 (기자협회보)는 군사안보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 정부와 언론은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심리전, 교란작전으로 치부하며 간과하는 한편 일부 언론은 이를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보도가 북한 군부의 강경파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예기치 않은 행동을 감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때 발표하나…

정부는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온힘을 다해야 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 입맛에 맛는 보도를 하다가 북한을 더 자극하고, 북한은 또 더 강하게 나옵니다. 그리오 10일 3.20해킹을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소행이 맞다고 해도, 발표 시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너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耽讀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진보언론의 보수언론 따라 하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9일자 기사 '진보언론의 보수언론 따라 하기'를 퍼왔습니다.
언론과 권력 (84)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변호사 문재인은 2011년에 펴낸 자서전에서, 대통령직을 떠나 봉하마을에서 평민으로 살던 노무현이 검찰의 강압적 수사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던 시기의 언론에 관해 이렇게 기록했다.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이 돼 벌이는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은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대통령을 아예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 검찰에서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아침저녁으로 공식 브리핑을 했다. 중수부장 이하 검사들도 언론에 수사상황을 모두 흘렸다. 심지어 검찰관계자라는 이름의 속칭 ‘빨대’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보탰다.

  뇌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갖다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 소설이 단적인 예이다.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으니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압박으로 굴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 언론은 기꺼이 그 공범이 됐다.

  무엇보다 아팠던 것은 진보라는 언론들이었다. 기사는 보수언론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칼럼이나 사설이 어찌 그리 사람의 살점을 후벼 파는 것 같은지, 무서울 정도였다. (···) 그렇게 날카로운 흉기처럼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대해 반성한 것을 보지 못했고, 글쓰기를 자제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문재인의 운명], 399~400쪽)

 한국 사회에서는 언론을 양분하는 방식이 굳어져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통념이 바로 그것이다. 보수의 대표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이고, 문화·세계·국민일보가 같은 계열로 분류된다. 서울신문은 실질적으로 정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권의 성격에 따라 진보와 보수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다. 

 진보적 신문으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꼽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한겨레는 1988년 5월 창간 당시부터 ‘대중적 정론지’를 표방하면서 진보적 보도와 논평에 주력해왔다. 경향신문은 1998년 4월 한화그룹에서 독립해서 사원주주제를 택한 이래 지면 제작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겨레와 비슷한 진보언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이 언제나 진보의 정도를 걸은 것은 아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문재인이 지적한 사실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그 경위를 살펴보자. 

 2008년 2월 25일 이명박이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5개월째인 7월 들어 국세청은 노무현과 가까이 지내던 기업인 박연차가 회장으로 있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해 11월 세종캐피털 등 대부업체 5~6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서 박연차 본인을 비롯한 노무현의 친형 노건평,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정규, 국회의원 이광재,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상문이 구속되었다.

 2009년 4월 11일에는 노무현의 부인 권양숙이, 12일에는 아들 노건호가, 5월 11일에는 딸 노정연 부부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4월 30일에는 노무현이 조사를 받기 위해 봉하마을을 나서 서울 대검 청사로 갔다. 

 얽히고설킨 박연차 게이트에서 권양숙과 자녀들이 관련된 부분에 관해 노무현은 4월 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지지하고 신뢰를 표 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권양숙이 어떤 방식으로든 빚을 갚고 자녀를 돕기 위해 박연차한테서 3억 원이라는 큰돈을 받은 사실을 노무현이 퇴임 후에 알았다고 인정한 이상, 그것이 법에 어긋나는 금품수수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리고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의 돈 500만 달러를 투자 용도로 받았다면 노무현이 대통령 재임 시기에 권력을 이용해서 박연차에게 압력을 가했는지도 증거를 통해 밝혀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검찰은 노무현의 주변을 샅샅이 수사하면서 그 일가는 물론이고 정치적 동조자들과 친지들이 모두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검찰의 그런 ‘작전’을 충실하게 대행한 것은 바로 언론이었다. 검찰은 주로 박연차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 흔히 ‘빨대’라고 불리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09년 3월 31일 자 기사(‘박연차, 작년 2월 말 500만 달러 노건평 맏사위에게 송금’)에서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검 중수부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하면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이 신문은 4월 2일 “500만 달러에 관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몫으로 건네진 돈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위의 보도만을 놓고 보더라도 검찰과 동아일보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은 형사피고인이 아니라 단순한 시민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죄’를 저질렀음이 명백하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 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인의 기자에게 고지(告知)하는 때도 공표가 된다. 

 박연차 게이트를 중심으로 노무현 일가와 친지들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간들로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공표죄’를 철저히 무시했다.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보기로 하자.

 (조선일보) 2009년 4월 10일 자 기사(‘노 전 대통령 몫으로 100만 달러 돈 가방 줬다’)는 “정 전 비서관이 이 돈을 실제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정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기사(‘검, 노 600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형사처벌’)는 검찰이 노무현을 사법처리 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동아일보)는 이튿날, “노, ‘100만 달러 보내라’ 직접 전화··· 청와대로 박연차 불러 ‘고맙다’ 인사”라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이 기사는 순전한 ‘작문’이었다. 

 (중앙일보) 4월 10일 자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노무현의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한테서 500만 달러를 받아 설립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는 노무현의 아들 노건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은 이렇게 일방적인 보도를 쏟아내면서 노무현 본인과 그 일가를 ‘파렴치범’으로 모는 ‘경쟁’을 벌였다.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고 ‘진보’를 표방하는 한겨레와 경향도 비슷한 보도행태를 되풀이했다. 검찰의 ‘빨대’가 뿜어내는 박연차 게이트 관련 피의사실들을 보수언론처럼 받아쓰던 (한겨레)는 노무현이 4월 7일 ‘사과문’을 발표하자 9일 자 사설에서 ‘한 오라기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단언하면서 노골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이는 태도는 구차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검찰이 발표하기 전에 앞질러 ‘자백’과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면피용’에 가깝다. (···)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남김없이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4월 12일 자 사설에서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노 전대통령의 위선을 보는 것 같아 말문이 막힌다”고 비난했다.

 “자기 패는 감추고 상대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격을 가하는 게임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그 속내가 궁금하다. (···) 노 전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와 해명’이 아니라 진정성 담긴 고백이다.”

 앞에 소개했듯이, 노무현은 ‘사과문’에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는 정상문 비서관의 것이 아니라’ ‘저의 집(권양숙)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모든 언론의 기사나 논설처럼 그 자신이 그 돈을 받아서 쓴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던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은 그의 사과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석고대죄’와 ‘진정성 담긴 고백’을 요구했다. 

 당시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을 읽은 사람들 가운데서는 ‘이것은 조·중·동의 사설이 아닌지’ 하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래 인용하는 두 사설을 보고 어느 신문의 것인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지지 말아야 할 돈을 만지면 그것이 똥이 되는 것이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고 활개치며 내로라하는 얼굴들이었다니·····.”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어디 한 번 증거 찾아봐라, 아마 쉽지 않을 걸?’ 하며 버티는 꼴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앞엣것은 (중앙일보) 4월 11일 자 사설, 뒤엣것은 (경향신문) 4월 21일 자 사설의 한 대목이다.

 4월 22일 노무현은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글에서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4월 30일 대검 중수부로 조사를 받으러 떠났다. 그러나 중앙 일간지들의 중추적 필자들은 그 이전에 칼럼을 통해 그에게 ‘파렴치범’이라는 유죄 선고를 내려버렸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서민들이 가난해지는 동안 노무현 패밀리는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절망 속에 빠진 서민을 내버려두고 자기들은 옥상으로 피신해 헬기를 타고 안전지대로 탈출하려 했다. (···)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경향신문] 4월 16일 자, 정치·국제 에디터 이대근)

 “‘전직의 명예’가 무너진 마당에 사법절차에나 매달리겠다니 인간이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 노무현 게이트에 얽힌 돈의 성격과 액수를 보면, 그야말로 잡범 수준이다. 정치자금도 아니고 그저 노후자금인 것 같고 가족의 ‘생계형’ 뇌물수수 수준이다. 그래서 더 창피하다. 2~3류 기업에서 얻어 쓰고 세금에서 훔쳐간 것이 더 부끄럽다.” ([조선일보] 4월 27일 자, 고문 김대중)

 경향신문의 칼럼은, 1975년 4월 말 북베트남에 패한 남베트남 대통령 구엔 반 티우가 대통령 관저 옥상에서 가족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달아난 사실을 빗대어 노무현을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칼럼은 노무현을 아예 ‘잡범’으로 몰아붙였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종북? 보수언론의 매카시즘 도넘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3-11일자 기사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종북? 보수언론의 매카시즘 도넘었다'를 퍼왔습니다.
“대결론에 마녀사냥, 독재정권 때나 하던 것”

한.미 ‘키 리졸브’ 군사연습이 시작되고 이 날을 기점으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 불가침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여느 때보다 높다. 

이 가운데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점입가경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비판만 가능하고 북한과 대화를 요구하기라도 하면 이는 곧 ‘종북’이니 ‘그 입 다물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조선, “北옹호세력 대한민국 사람 맞나”=‘조선일보’는 11일 ‘北核 협박 눈감은 세력들 “韓美훈련이 전쟁 부른다” 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북한 입장 대변해온 정당 및 단체’라는 표까지 제시하며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범민련 남측본부 등을 지목했다.

이 신문은 시민사회 단체가 ‘키 리졸브’ 훈련 중단과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이며 “‘핵 협박을 하는 북을 옹호하는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사람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노골적인 핵(核)전쟁 협박 속에 종북(從北)세력이 더 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韓美)연합 연례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조차 “북한 공격 전쟁 훈련” 운운하며 북한의 적반하장을 그대로 좇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한양대 학생단체가 새내기 대상 강연자로 초청한 것과 관련, 한양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종북 논란’과 ‘경선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표를 강사로 초청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시끌시끌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 요구하면 ‘종북’?=그러나 수십 년 간 이어져온 북미 대결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보수언론이 주장하듯 ‘북한 옹호 주장’도 아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냉전 해체 이후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서자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한편으론 핵개발을 해왔으며 다른 한편으론 평화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는 지난 20여 년 간 지속돼왔으며,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지다 협상에 돌입하는 식의 패턴도 장기간 이어져왔다. 그 사이 한반도 긴장의 수위는 계속 높아져와 현재에 이르게 됐다.

문제는 북.미 간 긴장 고조가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을 경우 그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를 긴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중립적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수의 의견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그간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정책이 애초 추구했던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새로운 접근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한미연합훈련 반대하면 ‘종북’?=아울러 북한을 겨냥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의 반발과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일관되게 해왔던 주장이다. 이는 설혹 국민 모두가 찬성하는 견해는 아닐지언정, ‘대한민국 국민이 어찌 감히’라는꼬리표를 붙일 만한 주장도 아니다.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은 1976년 시작된 팀스피리트 훈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후 연합전시증원연습(ROSI)으로 이어져 오다 2008년부터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으로 대체됐다. 

이 훈련은 한반도 긴급상황 시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을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가를 집중 연습하는 훈련으로, 전쟁 반발과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을 벌인다. 올해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 외에 F-22 스텔스 전투기, B-52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해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연합 훈련이라며 이 훈련을 전후로 강하게 반발해왔다. 올해처럼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 해마다 3월 이 훈련을 전후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실제 2009년 3월엔 북이 세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육로통행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북은 훈련이 시작된 11일 남북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를 끊었으나, 개성공단 출입경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니 한미훈련을 중단하고, 이를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삼으라는 주장은 그저 ‘종북’으로 매도돼야 할까?

앞서 한.미는 지난 1991년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한 이듬해인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일시 중단해 대화의 물꼬를 텄던 경험이 있다. 또 1993년 북이 이 훈련의 실시 등에 반발해 NPT 탈퇴를 결정하고 1차 북핵위기가 불거지자 1994년 다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으며, 그해 맺어진 북미 ‘제네바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이후에도 팀스피리트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건강한 토론을 전제로 다양한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쪽의 주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장은 사라지고 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엽합(민언련) 공동대표는 “보수신문들이 북에 대해선 ‘대결론’으로, 남쪽 내에선 선을 그어 분류해내는 식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대단히 파시스트적”이며 “민주주의적 언론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표는 “원인진단과 처방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를 차근차근 짚어나가며 여론형성 과정을 충실하게 해줘야 하는데 마녀사냥 식으로 딱 건너뛰고 특정 방향으로 ‘몰이’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억압하는 독재시절에나 했던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종북? 보수언론의 매카시즘 도넘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3-11일자 기사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종북? 보수언론의 매카시즘 도넘었다'를 퍼왔습니다.
“대결론에 마녀사냥, 독재정권 때나 하던 것”

한.미 ‘키 리졸브’ 군사연습이 시작되고 이 날을 기점으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 불가침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여느 때보다 높다. 

이 가운데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점입가경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비판만 가능하고 북한과 대화를 요구하기라도 하면 이는 곧 ‘종북’이니 ‘그 입 다물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조선, “北옹호세력 대한민국 사람 맞나”=‘조선일보’는 11일 ‘北核 협박 눈감은 세력들 “韓美훈련이 전쟁 부른다” 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북한 입장 대변해온 정당 및 단체’라는 표까지 제시하며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범민련 남측본부 등을 지목했다.

이 신문은 시민사회 단체가 ‘키 리졸브’ 훈련 중단과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이며 “‘핵 협박을 하는 북을 옹호하는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사람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노골적인 핵(核)전쟁 협박 속에 종북(從北)세력이 더 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韓美)연합 연례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조차 “북한 공격 전쟁 훈련” 운운하며 북한의 적반하장을 그대로 좇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한양대 학생단체가 새내기 대상 강연자로 초청한 것과 관련, 한양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종북 논란’과 ‘경선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표를 강사로 초청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시끌시끌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 요구하면 ‘종북’?=그러나 수십 년 간 이어져온 북미 대결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보수언론이 주장하듯 ‘북한 옹호 주장’도 아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냉전 해체 이후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서자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한편으론 핵개발을 해왔으며 다른 한편으론 평화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는 지난 20여 년 간 지속돼왔으며,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지다 협상에 돌입하는 식의 패턴도 장기간 이어져왔다. 그 사이 한반도 긴장의 수위는 계속 높아져와 현재에 이르게 됐다.

문제는 북.미 간 긴장 고조가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을 경우 그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를 긴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중립적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수의 의견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그간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정책이 애초 추구했던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새로운 접근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한미연합훈련 반대하면 ‘종북’?=아울러 북한을 겨냥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의 반발과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일관되게 해왔던 주장이다. 이는 설혹 국민 모두가 찬성하는 견해는 아닐지언정, ‘대한민국 국민이 어찌 감히’라는꼬리표를 붙일 만한 주장도 아니다.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은 1976년 시작된 팀스피리트 훈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후 연합전시증원연습(ROSI)으로 이어져 오다 2008년부터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으로 대체됐다. 

이 훈련은 한반도 긴급상황 시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을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가를 집중 연습하는 훈련으로, 전쟁 반발과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을 벌인다. 올해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 외에 F-22 스텔스 전투기, B-52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해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연합 훈련이라며 이 훈련을 전후로 강하게 반발해왔다. 올해처럼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 해마다 3월 이 훈련을 전후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실제 2009년 3월엔 북이 세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육로통행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북은 훈련이 시작된 11일 남북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를 끊었으나, 개성공단 출입경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니 한미훈련을 중단하고, 이를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삼으라는 주장은 그저 ‘종북’으로 매도돼야 할까?

앞서 한.미는 지난 1991년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한 이듬해인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일시 중단해 대화의 물꼬를 텄던 경험이 있다. 또 1993년 북이 이 훈련의 실시 등에 반발해 NPT 탈퇴를 결정하고 1차 북핵위기가 불거지자 1994년 다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으며, 그해 맺어진 북미 ‘제네바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이후에도 팀스피리트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건강한 토론을 전제로 다양한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쪽의 주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장은 사라지고 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엽합(민언련) 공동대표는 “보수신문들이 북에 대해선 ‘대결론’으로, 남쪽 내에선 선을 그어 분류해내는 식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대단히 파시스트적”이며 “민주주의적 언론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표는 “원인진단과 처방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를 차근차근 짚어나가며 여론형성 과정을 충실하게 해줘야 하는데 마녀사냥 식으로 딱 건너뛰고 특정 방향으로 ‘몰이’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억압하는 독재시절에나 했던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2013년 3월 5일 화요일

전교조 법외노조화, 그 불법과 억지의 프로파간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5일자 기사 '전교조 법외노조화, 그 불법과 억지의 프로파간다'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초대석] 전교조 법외노조화야말로 불법… 박근혜 정부와 보수언론의 호들갑, 의도가 무엇인가?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은 주로 ‘종북’ ‘친북편향교육’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진행돼 왔다. 민족공존과 평화통일을 주장해도 전교조 조합원이 하면 ‘딱지를 붙이기와 이념 색칠하기 놀이’를 즐기는 세력이 있다. 꽤 힘 있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으로부터 정체가 불분명한 뉴라이트 단체까지 가지가지다. 선거와 정권의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전교조에 대한 ‘딱지붙이기와 색칠놀이’는 그들만의 리그에 유용한 프로파간다였다. 그런데 그 놀이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전혁 전 의원과 보수언론사의 전교조 조합원 명단공개 명예훼손 판결은 그 시작이다. 전교조를 특정하여 ‘종북’ 딱지를 붙이고, 학교 앞까지 몰려가 피켓 선동을 한 단체들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는 색깔몰이의 한계를 넘어서서, 아예 전교조를 와해시키려는 그릇된 욕망의 표현이다. 국정원, 노동부, 교육부 세 기관과 보수언론이 공모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 처음 전교조에 규약시정명령을 내렸을 때부터 2012년 9월 노동부가 2차 규약시정명령을 내리고 벌금에 대한 소송이 진행될 때까지도 이처럼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권한과 책임이 애매한 정권교체 시기임에도 공안사건 조작과 함께 예민한 사안인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기정사실화 하는 행태가 그렇다. 누가 이것을 새 정권의 안위와 보수층의 탄탄한 결집을 위한 기획이라고 여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해고조합원 자격 제한과 그에 따른 규약시정명령’은 그 불이행에 대해 벌금이라는 행정처분만 내릴 수 있다. 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확정지은 것은 ‘설립신고 반려’ 조항에 따른 것이다. 노동조합 설립 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영한 패악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설립 14년째의 노동조합이다. 현행 노동조합법과 그 시행령 어디에도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설립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관련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그 행정조치와 절차만을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는 주장은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이다. 딱지 붙이고 색깔 칠하며 놀던 억지의 한 장면일 뿐인 것이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더군다나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중의 핵심이다. 조합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노동조합이 결정할 일이다. 그럼에도 해고 노동자 조합원 자격을 빌미삼아 노동조합 설립 자체를 흔드는 것은 해괴한 일이다. 현재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교육민주화와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잘못된 법과 제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분들이다. 사용자인 국가가 이를 문제 삼아 전교조의 법적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불법적인 것이자 동료에 대한 패륜의 강요나 다름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ILO는 단결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노동법 개정을 이미 수차례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단결권을 침해하는 노동법 조항과 관련 시행령에 대해 위헌성, 위법성을 들어 폐지와 개정을 요구했다. 즉 조합원의 자격을 문제 삼는 규약시정명령 자체도 위헌인 것이다.
산별노조는 해고 노동자도 조합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직 노동자로 구성된 ‘청년 유니온’도 합법이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다. 전교조는 산별노조다.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전교조 가입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법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은 악법 상태이다. 정당법과 비교하면 더욱 억지가 드러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상실한 사람은 당원이 될 수 없으며 당의 임원도 맡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까지 있다. 정당법에 따르면 민주당, 새누리당 등 모든 정당이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내민 잣대에 의하면 정당해산도 요구해야 하지 않는가? 노동조합과 정당 모두 헌법에 의한 자주적인 단체다. 그 핵심은 자주성에 있다. 법이 잘못되었으면 법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전교조에는 지난 30년 한국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늘 탄압의 예봉에 노출되면서도 참교육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생태, 평화,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공유의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가 자주적인 단결권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에 대한 척도이다. 에릭 홉스봄은 ‘노동의 세기’에서 “민주주의 없는 노동운동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도전이다. 민주사회의 단결과 연대에 의해 불법적인 전교조 법외노조화 선동을 멈추게 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부정하는 노동악법 조항을 폐지시켜야 한다. 끝으로 다시 분명하게 밝힌다. 현행법에는 전교조를 ‘설립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media@mediatoday.co.kr

2013년 2월 24일 일요일

‘환경운동가 이명박’, 꿈은 이루어지나


이글은 한겨레21 2013-02-18일자 제948호 기사 '‘환경운동가 이명박’, 꿈은 이루어지나'를퍼왔습니다.
[정치] ● 2013 정치, 이것이 궁금하다 여권 편- 박근혜의 인사 스타일은 변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과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은 어떻게 전개될까, 보수언론의 딴죽에도 복지 공약 실현할까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휘청거리고 있다. 핵심은 역시 인사다. 극우 성향인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부터 신구 정권이 교감해 낙점했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발목을 잡았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 의혹 속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정식 청문 절차를 밟기도 전에 낙마한 것은 헌정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참사다. 이동흡 파동에선 청와대와 인수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사나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50% 중반에서 저공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지지율이 70% 중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80%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암담한 수준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끝내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했고, 박 당선인 쪽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 모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 정부 출범|‘수첩 인사’는 어떻게 풀릴까

당선인 본인의 ‘감’과 소수 측근들에게만 의존하는 인사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검증의 구멍을 낳는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의 인상과 느낌을 기록했다는 인사수첩을 활용 한다지만 그것으로 검증이 충분하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수첩에 깨알 같은 검증을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시스템보다는 수첩에 더 의존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라며 “내가 만나봤더니 이 사람이 괜찮더라고 단정해버리면 결국 다른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사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는다. 박 당선인은 1월31일 경남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직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제도적으로 시스템화해서 확인하고 통과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검증해 업무 능력이나 업적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 등 인사 논란의 원인이 언론의 ‘검증 보도’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검증하면 능력은 다 들여다보기 힘들다. 현행 인사청문은 공직자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것을 균형 있게 검증하기보다 개인의 사생활, 신상에 치중하는 면이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박 당선인 자신의 과거 발언과도 배치된다. 그는 2007년 6월 남북조찬기도회에서 “국민에게 후보들의 국가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BBK 등 각종 검증 이슈가 정국을 뒤흔든 시점이었다. 같은 날 이명박 당시 후보는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 총체적인 이명박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반발했다. 박 당선인은 2006년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선 “대통령이나 국가 지도자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 철저한 검증을 받는 건 당연하고 그래야 국민도 안심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6월 이해찬 당시 총리 지명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선 “나라의 큰일을 하는 자리인 만큼 철저하게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 그게 야당의 임무가 아니냐”고 했다.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2004~2006년에 이기준 당시 교육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모두 김용준 전 후보자의 경우처럼 부동산 투기 논란이나 자녀 문제 등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이 원인이었다. 정치적 경쟁자나 상대 진영을 향해선 철저하던 검증의 칼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시시콜콜한 꼬투리 잡기’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조해진 의원조차 2월1일 “우리가 야당일 때는 더한 것도 했었다. 당선인이 우리 당에 있을 때 정부를 엄격하게 검증한 것처럼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초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박 당선인도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과 ‘회전문’ 인사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느냐. 인사 추천이나 검증은 공개적으로 해야 하고 누가 추천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인선하게 됐다는게 국민에게 보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처는 입을 만큼 입었다. 하지만 당장 새총리 후보자 지명부터 조각, 청와대 참모진 인선까지 인사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흡 후보자의 자진사퇴 거부로 꼬인 헌법재판소장 공석 사태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감사원장·국가정보원장 등 5대 권력기관장 인사도 남아 있다. 박 당선인의 밀봉·비선·불통·아날로그 인사가 변하지 않는 한 새 정부 출범 과정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박 vs 이|정면 충돌인가 의도된 연출인가

»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계속된 의혹 탓에 자진 사퇴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의 밀봉·비선·불통·아날로그 인사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반전의 계기는 뭘까. 박 당선인에게는 어쨌든 가장 강력한 카드가 남아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는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난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는 실패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내놨을 뿐이다. 하지만 1월29일이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끝내 단행하자 톤이 달라졌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 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특사 강행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당선인도 “그동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 지도층의 범죄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접 이 대통령이나 사면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특사 강행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면 충돌 양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은 무책임한 측근 사면에 반대했다는 명분을, 이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 측근들과 사돈인 조현준 효성섬유 PG장(사장)의 사면 단행이라는 실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은 (상황을) 재미있게 하려고 정면 충돌하는 것처럼 관심을 끌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도 여러 여론 흐름이 좋지 않으니 사면마저 묵인했다는 덤터기를 쓰는 것이 걱정됐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특사 강행을 두고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결국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마치 양측이 심각한 충돌을 할 것처럼 으르렁거렸지만 내부를 잘 아는 이동관 전 수석의 발언은 이번 사면이 짜고 치는 밀당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파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퇴임하는 이 대통령은 이제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상수는 물론 박 당선인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필두로 휘발성이 높은 갈등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한 달 앞둔 1월24일 “이제 소시민으로 돌아가 산다고 하는 데 굉장히 벅차 있다. 나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고 했다. 퇴임 뒤 “환경운동에 뛰어들겠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2011년 발간한 영문판 자서전에선 “지속 가능한 녹색 미래를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녹색성장과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육하는 일에도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보수언론 vs 박근혜|‘출구전략론’ 통할까

1월17일 (조선일보)는 박 당선인이 공약한 4대 중증 질환(암·뇌혈관·심혈관·희귀질환) 치료비 전액 지원 사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박 당선인의 공약인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지원, 가계부채 탕감, 채무불이행자 신용회복 등을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이 끝나자 보수언론이 앞장서 각종 복지공약의 축소 및 속도 조절을 주문한다.
적어도 현재까지 박 당선인은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복지공약 출구전략론’에 선을 긋고 있다. 관건은 역시 각종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여부에 달렸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박 당선인이다. 그는 1월28일 “새로운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약속한 대로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해서 그 안에서 하겠다”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내부의 흔들기도 만만치 않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예산이 없는데 공약이므로 그대로 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결국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출구전략론’에 투항해 각종 복지 공약을 폐기 또는 수정하거나, 자신이 공약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할 묘수를 찾아내거나, 아니면 증세의 필요성을 시인하고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그는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