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인사스타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인사스타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4일 월요일

[Why뉴스] "朴대통령은 왜 陸 · 法 · 官 출신 중용하나?"


이글은 노컷뉴스 2013-03-04일자 기사 '[Why뉴스] "朴대통령은 왜 陸 · 法 · 官 출신 중용하나?"'를 퍼왔습니다.
2인자 두지 않고 상명하복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반영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완료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외교안보라인의 구성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에 이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까지 군인 출신 그것도 육군대장 출신을 임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서는 심지어 군사정부로의 회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군 출신 위주로 구성되면서 외교는 없고 안보만 강조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안보는 곧 국방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남북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강 대 강'의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외교안보라인 군 출신 중용, 왜 뒷말이 무성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육사출신에 육군대장출신의 전성시대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 박근혜 정부에서 군 출신 그것도 육사출신에 육군대장 출신들이 잇따라 중용되고 있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용한 육사출신은 4명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박흥렬 경호실장,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 이어 남재준 전 육군참모 총장이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것이다.

국방장관은 거의 대부분 육사출신들이 차지해왔으니까 제외하더라도 경호실장과 신설된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국가정보원장까지 육사출신을 임명하니까 '육사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5공 때 군사정권이다 보니까 박사위에 '육사', 육사위에 '보안사'라는 그런 말이 있었는데 다시 육사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특히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박흥렬 경호실장은 매우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 후보자가 육사 25기로 가장 선배인데 육사 27기인 김장수 내정자가 남 후보자가 거친 6사단장자리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참모총장 등을 이어 받았다.육사 28기인 박흥렬 경호실장은 김 내정자로부터 육군참모총장 등 주요 직위를 이어 받았다.

남 후보자가 36대 육군참모총장을 김장수 내정자가 37대, 박흥렬 경호실장이 38대 육참총장을 역임했는데 세 명 모두 노무현 정부시절 육참총장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김장수 내정자가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였으니까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 후보자가 핵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에게 안보 분야를 자문해왔으며,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선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에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를 '연결'해준 사람도 남 후보자로 알려져 있다.


▶ 왜 이렇게 군 출신을 중용하는 거냐?

=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고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남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외교안보라인을 군출신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조성된 안보위기 국면에서 안보 중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저는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신뢰를 쌓아 행복한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남북 간 대화보다는 대북 억지력 강화 정책이 우선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세 사람은 군에서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대북 정책의 기조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냐?

= 그렇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핵심으로 남북이 신뢰를 쌓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통해 통일로 가는 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팀 인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가늠하는 척도인데 지금까지의 인선으로만 보면 '군사적 대응'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서 지체된 남북관계 상황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기대가 있다. 그렇지만 군 출신 위주의 외교안보라인 구성은 남북관계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가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군 출신들의 성향은 다소 직선적이다. 군인의 특성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강 대 강' 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지난 2011년 연평도 포격 같은 남북 간 충돌이일어날 경우 강경책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 현직 외교안보 관계자들의 분석을 들어보면 "아직 박근혜 정부의 구체적인 외교안보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군사중심의 외교안보를 추구하는 정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을 쓰느냐 다시 말해 인선 결과만으로 보면 그런 우려를 가질 수 있겠다"는 반응이다.

▶ 군인 출신이라고 외교안보를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 물론 그렇다. 육군대장 출신들을 외교안보라인에 집중배치 함으로서 대북 메시지를 확실하게 하는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뒤에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군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군사'가 곧 '안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안보가 군사문제만은 아닌데 그런 착각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는 외교.군사.정치의 종합으로 군사는 마지막 수단이다. 외교가 마지막 수단인 군사적 대응 직전까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군사적 마인드로 무장된 군인출신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다수를 차지하면 외교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는 것은 매우 현실적 분석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군 출신이 중용된 측면도 있지만 나머지 외교안보라인의 인선도 고려된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의 다른 사람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유길재 통일부 장관 인데주철기 수석은 4강 외교나 한반도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주철기 수석에 대한 언론의 인물평을 보면 "합리적이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유엔과 제네바 대표부 등에서 근무해 다자업무에 능통하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아프리카, 중미 등에서 업무 경력을 쌓아 유럽통으로도 꼽힌다"는 것이다. 외교관시절 중요한 한반도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다.

유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학자 출신이다. 유길재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외교안보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참여해온 대북 전문가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이자 국내 최대 북한연구 모임인 북한연구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남북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데, 최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설득해야 하며 제제를 하더라도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협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외교부 북미1과장, 북미국장, 주미공사를 지낸대표적인 북미라인이다. 참여정부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실장과 마지막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외교부 한 고위당국자는 "새로운 외교안보팀에서 그나마 기대되는 것은 윤병세 장관의 역할이다. 정통 외교관으로는 유일한데 윤병세가 어떻게 공간활용을 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대립이냐 외교냐 판가름 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군인 출신을 중용했다고 군사정권으로의 회귀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 군 출신을 경호실장이나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고 해서 군사정권으로의 회귀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유신이나 5공 정권 등 군사정권에서는 경호실장이나 국정원장(중앙정보부)은 육사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남재준 전 육참총장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하자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주요 안보라인이 모두 육사를 나온 육군 출신으로 채워지면 안보와 관련한 정부 내 다양한 논의 구조가 보장되기 어렵고, 육사 권력독점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 대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유연함을 가진 인사가 국정원장을 맡는 게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군사정권이라는 단어는 여당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군인 출신 국정원장이라니, 군사정권이 부활한 것 같다. 이전까지 발표한 인선도 그렇게 비판을 받았는데, 어떻게 또다시 이런 인선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에 육군 장성 출신이 임명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임동원 원장(육군 소장 출신) 이후 처음이다. 12년 만에 '문민 국정원장' 임명 관행이 깨진 것이다. 그렇지만 임동원 전 원장의 경우 햇볕정책의 핵심이었으므로 '군 출신 전문가'를 앉힌 것은 여러 가지로 논란이 일수밖에없는 대목이다.

▶ 군 출신 중용 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문제 아닌가?

= 그렇다. 군 출신을 중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론조사가 실시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일 중 '잘못된 인선'이 1위를 차지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 전국 19살 이상 남녀 각 800명씩 전화와 휴대전화 임의걸기 방식 95%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3.5%포인트)

지금까지의 인선을 두고 '육.법.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육사출신에 법조인출신 그리고 관료출신을 중용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철저한 '상명하복'이라는 점이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법조인 중 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한 기수중심의위계질서가 강조된다. 관료출신들도 인사권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우스갯소리지만이런 얘기가 있다. '국회의원들은 아무리 부패해도 투표를 하는 유권자(비록 표이긴 하지만)의 눈치를 보지만 관료(공무원)출신들은 아무리 훌륭해도 인사권자의 눈치만 살핀다'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철저하게 2인자를 두지 않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이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을 닮은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정권의 2인자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권력을 가진 특정 측근에게 과도한 힘이 실리지 않도록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견제와 경쟁을 이끌어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철저하게 2인자를 두지 않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의견이 있는' 인물의 중용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자기주장이 강하면서 바른 소리를 하는 정치인들을 멀리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선과정에서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 의원이다. 박근혜계 좌장으로까지 불렸던 그가 한때 계파를 이탈했던 배경에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 스타일 때문이었다. 또 유승민 의원과 김종인 이상돈 전 비대위원들도 비슷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CBS 권영철 선임기자

2013년 2월 24일 일요일

‘환경운동가 이명박’, 꿈은 이루어지나


이글은 한겨레21 2013-02-18일자 제948호 기사 '‘환경운동가 이명박’, 꿈은 이루어지나'를퍼왔습니다.
[정치] ● 2013 정치, 이것이 궁금하다 여권 편- 박근혜의 인사 스타일은 변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과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은 어떻게 전개될까, 보수언론의 딴죽에도 복지 공약 실현할까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휘청거리고 있다. 핵심은 역시 인사다. 극우 성향인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부터 신구 정권이 교감해 낙점했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발목을 잡았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 의혹 속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정식 청문 절차를 밟기도 전에 낙마한 것은 헌정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참사다. 이동흡 파동에선 청와대와 인수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사나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50% 중반에서 저공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지지율이 70% 중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80%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암담한 수준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끝내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했고, 박 당선인 쪽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 모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 정부 출범|‘수첩 인사’는 어떻게 풀릴까

당선인 본인의 ‘감’과 소수 측근들에게만 의존하는 인사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검증의 구멍을 낳는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의 인상과 느낌을 기록했다는 인사수첩을 활용 한다지만 그것으로 검증이 충분하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수첩에 깨알 같은 검증을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시스템보다는 수첩에 더 의존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라며 “내가 만나봤더니 이 사람이 괜찮더라고 단정해버리면 결국 다른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사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는다. 박 당선인은 1월31일 경남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직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제도적으로 시스템화해서 확인하고 통과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검증해 업무 능력이나 업적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 등 인사 논란의 원인이 언론의 ‘검증 보도’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검증하면 능력은 다 들여다보기 힘들다. 현행 인사청문은 공직자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것을 균형 있게 검증하기보다 개인의 사생활, 신상에 치중하는 면이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박 당선인 자신의 과거 발언과도 배치된다. 그는 2007년 6월 남북조찬기도회에서 “국민에게 후보들의 국가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BBK 등 각종 검증 이슈가 정국을 뒤흔든 시점이었다. 같은 날 이명박 당시 후보는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 총체적인 이명박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반발했다. 박 당선인은 2006년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선 “대통령이나 국가 지도자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 철저한 검증을 받는 건 당연하고 그래야 국민도 안심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6월 이해찬 당시 총리 지명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선 “나라의 큰일을 하는 자리인 만큼 철저하게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 그게 야당의 임무가 아니냐”고 했다.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2004~2006년에 이기준 당시 교육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모두 김용준 전 후보자의 경우처럼 부동산 투기 논란이나 자녀 문제 등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이 원인이었다. 정치적 경쟁자나 상대 진영을 향해선 철저하던 검증의 칼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시시콜콜한 꼬투리 잡기’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조해진 의원조차 2월1일 “우리가 야당일 때는 더한 것도 했었다. 당선인이 우리 당에 있을 때 정부를 엄격하게 검증한 것처럼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초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박 당선인도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과 ‘회전문’ 인사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느냐. 인사 추천이나 검증은 공개적으로 해야 하고 누가 추천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인선하게 됐다는게 국민에게 보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처는 입을 만큼 입었다. 하지만 당장 새총리 후보자 지명부터 조각, 청와대 참모진 인선까지 인사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흡 후보자의 자진사퇴 거부로 꼬인 헌법재판소장 공석 사태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감사원장·국가정보원장 등 5대 권력기관장 인사도 남아 있다. 박 당선인의 밀봉·비선·불통·아날로그 인사가 변하지 않는 한 새 정부 출범 과정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박 vs 이|정면 충돌인가 의도된 연출인가

»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계속된 의혹 탓에 자진 사퇴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의 밀봉·비선·불통·아날로그 인사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반전의 계기는 뭘까. 박 당선인에게는 어쨌든 가장 강력한 카드가 남아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는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난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는 실패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내놨을 뿐이다. 하지만 1월29일이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끝내 단행하자 톤이 달라졌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 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특사 강행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당선인도 “그동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 지도층의 범죄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접 이 대통령이나 사면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특사 강행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면 충돌 양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은 무책임한 측근 사면에 반대했다는 명분을, 이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 측근들과 사돈인 조현준 효성섬유 PG장(사장)의 사면 단행이라는 실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은 (상황을) 재미있게 하려고 정면 충돌하는 것처럼 관심을 끌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도 여러 여론 흐름이 좋지 않으니 사면마저 묵인했다는 덤터기를 쓰는 것이 걱정됐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특사 강행을 두고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결국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마치 양측이 심각한 충돌을 할 것처럼 으르렁거렸지만 내부를 잘 아는 이동관 전 수석의 발언은 이번 사면이 짜고 치는 밀당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파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퇴임하는 이 대통령은 이제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상수는 물론 박 당선인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필두로 휘발성이 높은 갈등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한 달 앞둔 1월24일 “이제 소시민으로 돌아가 산다고 하는 데 굉장히 벅차 있다. 나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고 했다. 퇴임 뒤 “환경운동에 뛰어들겠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2011년 발간한 영문판 자서전에선 “지속 가능한 녹색 미래를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녹색성장과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육하는 일에도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보수언론 vs 박근혜|‘출구전략론’ 통할까

1월17일 (조선일보)는 박 당선인이 공약한 4대 중증 질환(암·뇌혈관·심혈관·희귀질환) 치료비 전액 지원 사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박 당선인의 공약인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지원, 가계부채 탕감, 채무불이행자 신용회복 등을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이 끝나자 보수언론이 앞장서 각종 복지공약의 축소 및 속도 조절을 주문한다.
적어도 현재까지 박 당선인은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복지공약 출구전략론’에 선을 긋고 있다. 관건은 역시 각종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여부에 달렸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박 당선인이다. 그는 1월28일 “새로운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약속한 대로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해서 그 안에서 하겠다”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내부의 흔들기도 만만치 않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예산이 없는데 공약이므로 그대로 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결국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출구전략론’에 투항해 각종 복지 공약을 폐기 또는 수정하거나, 자신이 공약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할 묘수를 찾아내거나, 아니면 증세의 필요성을 시인하고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그는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