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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30호 기사 '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애플이 법이다- 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애플


모바일 혁명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지금 세상은 한입 베어문 사과로 상징되는 애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애플은 불과 5개의 제품(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북·맥PC)으로 세상을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이 연 1천억달러를 넘고, 순이익률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여기에 머문다면 그것은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외신들은 애플을 곧잘 중국의 공산당에 비유한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찬사 뒤에는 비밀주의, 소비자와의 불통, 노동권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면서 충전 단자를 30핀에서 8핀으로 바꿨다. 외신들은 일제히 소비자 이익과 환경 보호에 반하는 것은 물론 어떤 기술적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역사상 폐쇄성은 결코 개방성을 이기지 못했다. 애플 스스로 매킨토시(폐쇄)와 IBM PC(개방)의 경쟁에서 이미 쓴맛을 보지 않았던가. _편집자

매출 수조원 올리면서 고용·기부 등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AS도 최하위권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추정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직원은 8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AS도 국내 기업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 고객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고용창출·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당수 국내 소비자에게 소통이 없는 기업,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이 오늘날 애플의 현주소다.

김연기 부편집장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빠졌다. 애플은 지난 9월13일(한국시각) 아이폰5 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한국을 1·2차 출시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9월21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1차 출시국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홍콩·싱가포르 9개국이다. 이보다 일주일 늦은 2차 출시국에는 벨기에·핀란드·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북미와 주요 유럽 국가 등 거대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싱가포르 등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도 한국은 밀렸다.
이번만이 아니다. 애플은 여태껏 제품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늘 한국을 1·2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아이폰3GS는 2009년 6월 발표 뒤 한국 출시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이폰4는 3개월, 아이폰4S도 한 달 늦게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 쪽은 "한국 정부의 전파기기 인증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외 전파기기가 국내에 들어오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 정도면 마무리되는 형식적 절차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주일 정도 걸렸지만 최근에는 5~6일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최소 일주일 전에만 먼저 들여와 인증 절차를 밟아도 출시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한국 소비자 홀대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는 애플이 운영하는 직영 매장 애플스토어가 1곳도 없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30곳이 넘는 애플스토어를 새로 열었다. 현재 전세계의 애플스토어는 300개를 훌쩍 넘는다. 이웃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2곳이 개설됐다. 애플은 몇 년 안에 중국 내 매장을 25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애플이 직접 실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도 애플스토어 내 고객상담센터인 지니어스바(Genius Bar)를 통해 이뤄진다.

애플 마케팅 부사장인 필립 실러가 지난 9월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5 발표회에서 1차 출시국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1·2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졌다(왼쪽). 한 남성이 서울 역삼동 애플코리아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신화 / 한겨레 박승화

소비자 불만 키우는 일방적 AS 정책

애플스토어 설치는 국내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애플의 부실 AS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10월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애플의 파렐 파하우디 시니어 디렉터가 AS 정책 개선을 위해 강조한 것도 애플스토어 설치였다. 당시 파하우디 디렉터는 "소비자의 불편은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애플의 이렇다 할 진전된 움직임은 없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직영점을 내기 위해선 수익성, 입지 등 여러 기준이 맞아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해 애플스토어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S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11년 1~9월 스마트폰 소비자 피해 구제 현황'을 살펴보면 애플의 피해 구제율은 48.4%로 6개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애플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10명 가운데 5명 정도만이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71.2%로 피해 구제율이 가장 높았고, LG전자가 63.2%로 뒤를 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애플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북 등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소형 전자기기에 대해 구입 뒤 1개월 안에 결함이 생기면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리퍼 상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리퍼 상품은 불량이 발견된 제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재정비(수리 및 교체)해 다시 내놓은 제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을 그대로 폐기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인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리퍼 상품은 사실상 중고 제품에 가깝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시행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 AS 기준은 정착되지 않고 있다.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내에서는 AS를 받으려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를 통해야 한다. APR는 현지 기업이 애플의 승인을 얻어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유통점을 말한다. 국내에선 프리스비·에이샵·컨시어지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APR 매장 10곳을 대상으로 새 AS 기준 반영 여부를 확인해보니, 절반이 넘는 5곳에서 새 AS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애플코리아 쪽은 "본사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APR 브랜드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본사가 대리점에 정책 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바일 콘텐츠 장터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한국 소비자는 차별을 받는다. 지난해 국내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앱스토어에서는 원화 결제가 불가능해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달러 결제인 만큼 환차손 위험이 뒤따르고 해외 결제 수수료도 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원화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애플이 금융 당국의 전자결제대행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시스템 운영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뒤집어써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제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해당 앱 업체나 신용카드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청구 절차 탓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렐 파하우디 애플 애프터서비스(AS) 시니어 디렉터(왼쪽)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아이폰 부실 AS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 본사만 아는 아이폰 국내 매출

이처럼 한국 소비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애플은 해마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가 설립된 때는 1998년. 애초 주식회사로 출발한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005년 448억원, 2008년 1486억원, 2009년 178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0 회계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2009년에 견줘 10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10년 실적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출시 직전인 2009년 8월 주주총회를 거쳐 유한회사로 탈바꿈해서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유한회사는 상법상 재무제표 공개나 회계 감사 등의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실적이 대폭 호전되기 직전에 유한회사로 바꿔 주변의 감시를 피해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주식회사 당시에는 주된 사업 영역이 컴퓨터 판매였기 때문에 사명도 애플컴퓨터코리아였다. 하지만 이후 사업 영역이 컴퓨터에서 아이폰으로 옮겨가면서 사명도 바꾸고 기업 형태도 달리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애플코리아의 실적은 애플 본사만이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내에서 애플 제품은 얼마나 팔렸을까.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은 약 250만 대가 팔렸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방통위에 제출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4S 32GB의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16GB 모델은 67만8600원, 64GB 모델은 94만2600원이다. 세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전체 판매 대수에 이 가격을 단순 곱하면 애플은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으로만 2조원 넘게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아이패드도 50만 대 이상 팔려 전체 매출 규모는 2조7천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애플이 이처럼 기업 형태를 바꿔가면서까지 기업 정보를 감추려는 것은 애플의 비밀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밀주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일관된 특징이지만 애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경제전문지 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가 쓴 책 을 보면, 애플 본사에서는 신제품 회의 때 반드시 창문이 없는 방을 사용한다. 또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입사원에게 몇 달이든 가짜 프로젝트만 맡긴다. 비밀 유지는 애플맨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인 셈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철학을 최우선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애플이 이처럼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점은 일면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애플의 폐쇄성은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도드라진다. 애플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납품업체는 삼성전자·삼성전기·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인터플렉스 7곳이다. 여기에 삼성·LG 등을 통한 2차 공급사까지 합치면 국내 납품업체는 10곳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외부에 애플과의 영업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애플이 협력사들에 이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 이익률, 납품업체 쥐어짰나?

납품업체와 관계를 유지할 때 쓰는 전략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애플은 납품업체에 애플을 위해서만 부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애플에 의존하는 종속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앱 등 소프트웨어 수익이 있다 하더라도 30%가 넘는 애플의 순이익률은 일반 제조업체 시각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며 "이는 애플이 납품업체를 관리하면서 협력사의 마진폭을 줄이고 자사의 이익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수준이다. 우선 국내 고용 창출이 거의 없다. 현재 애플코리아의 직원 수는 80명 안팎이다. 매출액이 애플코리아에 한참 못 미치는 외국계 IT 기업 한국HP와 한국IBM의 직원은 각각 1천여 명, 2300여 명이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기부 등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도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난해 기업 기부 현황을 보면 1천만원 이상 기부 기업은 27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애플 본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지난해 9월 도입했다.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최대 1만달러(약 1120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캐나다·멕시코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빼내가면서도 기부는 물론이고 한국 내 재투자에 쓰는 돈이 거의 없다"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ykkim@hani.co.kr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버스 요금 70원"이라던 정몽준, '사회적 책임' 말하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30일자 기사 '"버스 요금 70원"이라던 정몽준, '사회적 책임' 말하려면…'을 퍼왔습니다.
[현장편지] 재벌 정치인의 대선 출마를 보는 우울한 노동절

5월 1일은 노동자들의 생일인 세계노동절입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890년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올해 122주년을 맞이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국제적 기념일입니다.

올해 64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보다 무려 58년이나 일찍 만들어져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추모하고 함께 싸우는 날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한' '근로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노동절인 5월 1일 한국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이지만, 공무원, 교사, 우체국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일잔치에 배제되어 있고, 무엇보다 '빨간 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일날인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와 일본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가 겹쳐 15만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백화점,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 서비스 노동자들은 생일 주간에 초과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일날도 모른 채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

2012년 세계 노동절을 맞는 한국 노동자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입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깁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독일(1419시간), 노르웨이(1414시간), 네덜란드(1377시간) 노동자들에 비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연간 100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의 숫자도 세계 최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114명에 달해, OECD 34개국 중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산재 사망률 3위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어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86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9.2%에 이르며,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900만 명을 훨씬 상회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습니다.

2012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 중에서 언제 쫓겨날 줄 모르는 고용불안속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많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몽준, 임기 내 버스비 70원 공약 내걸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122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정몽준 씨의 대선 출마 뉴스였습니다.


▲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2조194억 원이라는 재산을 보유했고, 올해만 308억7000만 원의 주식 배당금을 챙겼으며, 전 세계 정치인 부자 순위에서 9위(2012년 3월 포브스 기준)를 차지한 재벌 정치인의 상징입니다.

그의 출마 소식을 들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하창민 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몽준이 갈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낸 죄의 값을 치를 감옥"이라고 썼습니다.

한 누리꾼은 정몽준 씨가 2008년 라디오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이 70원"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정몽준은 이왕 70원 드립 쳤으면 임기 내 버스비 70원을 공약으로 내걸어라"고 비꼬았습니다.

비정규직 조선소의 잇따른 산재 사망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울산, 군산, 음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조선소입니다.

2011년 5월 25일 금속노조가 발행한 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1만7751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1만9034명으로 51.74%에 달합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생산직 2744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5669명으로 67.38%에 이르며, 현대삼호중공업은 생산직 2507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6400명으로 71.85%입니다.



이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절반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뜻이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 10명 중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조선소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4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숨졌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지난 12월에는 떨어져 죽었고, 올해 2월에는 지게차에 치여 죽었으며, 대형 철문에 깔려 죽고, 밀폐된 도장공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30대 젊은 노동자들의 영혼이 정몽준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어느 조선소에서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다수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뒤섞여 일하면서 배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의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시민들의 기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총선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은 국민배우 안성기 씨를 모델로 내세워 동서 균형발전을 앞장서는 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광고로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도배했습니다.

동서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모델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입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신규 고용인원만 1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군산조선소에는 울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포함해 5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해 말까지 신규채용 인원은 48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서는 23개의 사내하청업체 2700여 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군산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지역과 동반성장 대책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전시성 기업유치 행정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나쁜 일자리 양산?"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4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대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명박 정권은 법인세 인하, 고환율 정책, 폐차 보조금, 4대강 사업 등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몽준 씨를 포함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고, 민주당 지방정부도 현대중공업에 200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는 27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연봉 2500만 원을 받으며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언제 잘릴지 몰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탐욕의 재벌이 어떻게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몽준 씨가 말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민의 세금을 가로채 비정규직으로 가득 채워진 공장을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입니까?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권 4년,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노동자, 서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재벌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싸웠던 122주년 세계노동절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