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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위험의 외주화]“하청 노동자 일 더 하려면 작업위험 따질 겨를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8일자 기사 '[위험의 외주화]“하청 노동자 일 더 하려면 작업위험 따질 겨를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현장의 목소리ㆍ조선소 기본적인 안전교육 정규직 1시간, 하청은 15분

ㄱ씨는 지난 14일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의 화학공장 보수작업 현장에 있었다. 그는 당시 화학물질 저장탑(사일로) 위를 가로지르는 발판 걸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부들이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사일로에 묶는 작업이었다.

ㄱ씨는 “작업에 앞서 안전화·안전모·귀마개 착용법 등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받았을 뿐이었다”며 “가스나 분진 폭발 같은 위기상황 대응방법은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작업 중 ‘펑’ 소리와 함께 3~4초 후 화염이 덮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3~4초면 적지 않은 시간으로 제대로 된 대피요령만 알았어도 긴급대피가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하다 크게 다쳤다”고 했다. ㄱ씨의 동료는 “같은 사업장에서 원청 작업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하청 작업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업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산업안전교육 참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법이 정하는 교육기준 인원수 미만이라는 이유로 교육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ㄱ씨는 “사측이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정규직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게 노동 현장의 현실”이라며 “대기업체가 하청을 쓰면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 있어 본사에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업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시켜도 확실히 해야 다음에도 일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의 위험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ㄱ씨와 함께 사고 현장에 있다가 간신히 화를 면한 유한기술 고용 노동자인 ㄴ씨는 “작업인부 40여명 모두가 1개월짜리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평균 일하는 날이 연간 100여일에 불과하다보니 일감이 있을 때 위험이 따르는 야간근무를 마다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ㄱ씨와 ㄴ씨를 포함해 화학물질 공장 보수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지만 계약근무 첫날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했다. 노동자들은 식사시간과 오전, 오후 30분씩 외에는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산단에서 이런 형태의 연장근무는 ‘관행’으로 여겨진다. 사측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하면 가동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일부 생산시설을 가동하면서 보수작업을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기업들이 과거에는 위험시설의 설비와 보수를 지원하는 부서들이 다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놓고 다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시 관계자는 “영세 하청업체들은 계약 비용에 맞추느라 숙련공 투입 숫자를 줄이고, 안전교육마저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철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사무국장(43)은 “여수산단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유독가스와 인화물질, 불산·황산 등 유독물질이 곳곳에 널려 있어 위험이 늘 따르지만 ‘안전작업 매뉴얼’이 미비해 보수공사에 참여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대기업 정규직의 관심은 빨리 작업을 끝내 가동 중단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돼 있고,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는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다른 일을 해 돈을 많이 벌려고 한다”며 “모순적인 고용구조 속에서 공기 단축에는 서로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이 일상화되다 보면 공장 내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일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지난 1월에는 경남 거제시의 대우조선해양 컨테이너선 조립 과정에서 선박블록이 20m 아래로 떨어져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23)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류모씨(33) 등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9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명진이엔지에 입사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된 직원이었다. 지난달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안벽에서 작업 중이던 사내하청 노동자 진모군(19)이 26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진씨 역시 대우조선 하청업체 부안기업에 입사한 지 2주일 된 직원이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50)은 “대형선박의 경우 위험하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청인력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4만2000명이 일하는 대우조선의 경우 현재 정규직 노동자가 7100명, 사무직 4000~5000명 등이고 나머지가 하청 노동자다. 강 의장은 “어느 조선소 가릴 것 없이 해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으로 그만큼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작업현장에서 거물망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안전교육 실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며 “이는 자율안전관리제를 도입해 조선소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소가 하청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임금 효과와 함께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노동자를 계층화시켜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 의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 있어 노동강도를 높이기 어렵다”며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대신 사고가 많이 난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은 높은 사고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급한 대로 자율안전관리제를 폐지해야 하고 하청 노동자들도 연대해 법으로 방어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하청제도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은 “조선소에서 사고가 빈번한 것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작업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라며 “혼재작업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선박블록 공정 중에 밑에서는 용접을 하고 있는데, 위에서는 추가 작업을 위한 비계 설치를 하는 등 다른 성격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늘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교육도 한 달에 2시간가량 받도록 돼 있지만, 정규직들이 1시간 받을 때 하청 노동자는 15분이나 30분 정도만 받는다”며 “기일 내 공사준공을 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에 안전교육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하 지회장은 또 “원청사가 하청업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원청사는 경기가 호황일 때는 성과급 나눠먹기에 바쁘고, 불황일 때는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업을 유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은 늘 배고픔과 위험에 시달려야 한다”며 “산업체의 모든 노동자들을 원청사 직영으로 해야 하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나영석·김정훈·백승목 기자 ysn@kyunghyang.com

2012년 6월 24일 일요일

수주·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업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6-01일자 기사 '수주·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업'을 퍼왔습니다.
Trend - 중국 조선산업의 위기

지난 4월11일 중국 저장성의 한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사업 부진의 여파로 종업원 수가 최대 4800명에서 2천 명으로 줄었다. 뉴시스 신화

중국 올해 1분기 수주량 60% 감소… 선박 가격 반토막 나고 선수금도 대폭 줄어
중국 조선산업이 위기다. 수주 물량이 바닥나고 자금조달이 난관에 부딪치자 호황일 때 거침없이 조선업에 뛰어들었던 회사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창강(양쯔강) 남쪽 약 500m에 이르는 황금 물길을 따라 들어선 장쑤지우저우선업유한공사(이하 지우저우조선)의 200㎢ 규모의 조선소에는 간간이 전화벨만 울릴 뿐 비어 있는 작업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우저우조선은 중소 규모의 민영 조선소로 2007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릴 때 업계에 진출했다. "2012년 들어 아직까지 신규 수주를 못했고, 지난해에도 겨우 4척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지금은 700중량톤((DWT) 규모의 해상주유선 두 척을 건조하고 있다." 천쥔푸 지우저우조선 회장이 말했다.
지난 4월 초부터 장쑤성에 입주해 있는 조선소를 취재해보니 대부분 해운과 조선업계의 동반 불황 속에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장쑤 지역의 한 조선소 책임자는 "장쑤성 치둥시의 유명 기업인 난퉁훼이강조선공사 역시 신규 수주가 없어 지난 3월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5만7천t급 벌크선이 주력 선종인 장쑤한퉁선박중공유한공사는 연초에 핵심부서 책임자 2명이 후속 수주 물량 부족을 책임지고 회사를 떠났다. 대표적 민영기업인 롱성중공업도 공급업체와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해 2011년 말 채권자들이 조선소를 포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장즈롱 회장이 회사 보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하청업체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난퉁밍더그룹(이하 밍더중공업)의 마전창 주임은 치둥시에 조선 관련 하청업체가 대거 입주해 있다고 소개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조선소에서 일부 물량을 하청업체에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소가 처리할 물량도 부족해 하청업체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중국선박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의 신규 선박 수주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업계에서 중점적으로 동향을 파악하는 57개 중·대형 조선소 가운데 16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37개 기업은 이익이 급감했다.
적자 감수하고 신규 수주 따내야
중국선박공업경제연구센터 바오장징 부주임은 "2012년 1분기 중국의 세계 선박 총수주량은 200척, 900만DWT에 불과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59% 감소했고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수치다. 앞으로 장기간 조업하지 못하는 조선소가 나타날 거예요. 내후년까지 불황이 지속되면 파산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중국선박공업그룹의 루샤오옌 부총경리는 2012년 기획회의에서 "올해는 조선업계가 본격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첫해가 되고, 2014년까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신증권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중국의 10대 메이저 조선소 가운데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과 광저우국제조선이 각각 74만5천DWT과 15만DWT의 신규 수주를 확보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조선소는 신규 수주 물량이 없다. 수주 물량을 확보한 기업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바오장징 부주임은 "선박의 건조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 일반 선박 종류는 가격이 40~50% 하락했고, 일부는 50% 이상 하락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8만t급 케이프 사이즈 벌크화물선의 경우 역대 최고 가격이 9900만달러였는데, 지금은 국제 견적 가격이 4700만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조선소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신규 수주를 따내야 한다. "조선업처럼 규모가 큰 중공업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잘못하면 갠트리크레인에 녹이 슨다. 게다가 선주사가 발주할 마음이 있어서 조선소에 왔는데 텅 비어 있는 현장을 보면 절대 발주하지 않을 것이다." 지우저우조선의 천쥔푸 회장은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난징우자줴선박제조유한공사(이하 우자줴선박)의 주종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0년 조선업에 불어온 '반짝 특수'는 2009년 자금 사정이 좋았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엔 투자자와 투기꾼이 함께 몰려들었다. "그때는 선박을 건조할 때 자연스럽게 돈을 빌렸다. 가령 건조 비용으로 10억위안이 필요하면 3억위안만 출자하고, 은행에서 7억위안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에서 많아야 3억위안, 그보다 적은 돈을 준다고 한다. 4억위안이나 부족한 셈이니 사정이 딱하게 되었다."
호황 때 우후죽순 늘어난 조선소가 부메랑
주종롱 CFO는 선주의 건조대금 결제 비율도 바뀌어서 기존에는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80%를 지급하고 인도 뒤 20%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30%를 지급한 뒤 나머지 70%를 주거나 심지어 20%를 선지급한 뒤 80%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역전됐다고 했다. "왜 시장이 어려울까? 시장 수요가 급감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조선업계에서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선박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연비도 많이 내려갔지만, 선주사가 발주하려고 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중국선박공업협회는 해운회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해 선주가 이미 발주한 선박의 건조대금을 지급하기 어렵게 되자 새로 발주하는 선박의 선수금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조선소는 유동자금이 줄고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 국내 은행들도 조선업계에 대한 신용대출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됐다.
결국 조선소가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주종롱 CFO는 "현재 우자줴선박은 무역회사와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조선소가 대외무역경영허가권을 보유한 무역회사를 통해 수주를 받아야 했지만 곧 제한이 완화돼 조선소가 직접 선주와 거래할 수 있다.

중국 저장성의 한 조선소에서 대형 유조선이 선주사의 주문 취소로 작업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뉴시스

2007년 전후로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릴 때 조선소들은 먼저 승차한 다음 표를 산 격이어서 해안이나 강을 끼고 있지 않은 조선소도 많았다. 중국선박과학연구센터 우유성 명예소장은 "중국에는 조선소가 너무 많다"고 한탄했다. 2006∼2010년 30만t급 건조 능력을 갖춘 조선소가 7곳에서 33곳으로 늘었고, 10만t급 도크가 17곳에서 59곳으로 늘었다. 산업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져 2006년 전까지만 해도 10대 대형 조선소가 전국 생산량의 68%를 차지했지만 2011년에는 38%로 떨어졌다. 일본은 상위 10개 조선소의 생산량이 58%를 차지하고, 한국은 94%에 이른다. 밍더중공업의 지펑화 회장은 "조선업이 호황을 누릴 때 갑자기 조선소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 장쑤성에는 조선소가 20개면 충분한데 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을 두 개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어 수시로 갈등이 표출된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조선업을 교통 시스템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지금은 산업 시스템으로 분류한다. 현재 국방과학공업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중대장비선박처에서 조선업을 관리하고 있는데 누가 행정법의 집행 주체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 1월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2011년 글로벌 조선업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1년 한국 조선소의 수주 물량은 오히려 증가해 신규 수주가 1355만환산톤(CGT)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48.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920만CGT에 불과했다. 신규 수주 금액 역시 한국이 중국을 앞서 지난해 481억6천만달러였고, 중국은 192억달러에 그쳤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종류가 많았지만, 중국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박 종류에 집중됐다.
지난 3월 말 국영기업인 상하이와이가오차오를 비롯해 민영 조선소 몇 곳이 싱가포르 윌마르그룹에서 발주한 '4척 수주+2척 고려' 방식의 4200DWT급 유조선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한 척당 선가는 700만~800만달러 수준이고, 2013년 3분기부터 인도하는 조건이다. 와이가오차오는 예전에 해당 선종을 건조하지 않았지만 국영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중소 민영기업은 우수한 자원을 보유한 대형 국영 조선소가 일본이나 한국 등 조선 강국과 경쟁해야지 국내 시장에서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 조선소는 시장을 세분화해 살길을 찾고 있다. 밍더중공업의 지펑화 회장은 2004년 조선업계에 진출할 때부터 고급 선박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벌크선의 수익률은 25%였고 대금 결제도 빨랐다. 자동차 전용 운반선은 수익률이 20%였고, 인수 기한을 넘기지 않아야 대금 전액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선주가 제공한 도안대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후자를 선택했다. 앞으로는 로로선이나 화학제품 운반선, 해양플랜트 위주로 공략해서 LNG선이나 해양플랜트선, PSO(부유식 원주저장 설비)가 사업 방향이 될 것이다."
장쑤성의 한 공무원은 일부 기업은 고급 선종으로 전환해 시장이 살아났을 때 더 많은 발전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우징 吳靜 기자
ⓒ新世紀週刊 2012년 17호(제499호) 船企危機剛開頭 번역 유인영 위원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버스 요금 70원"이라던 정몽준, '사회적 책임' 말하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30일자 기사 '"버스 요금 70원"이라던 정몽준, '사회적 책임' 말하려면…'을 퍼왔습니다.
[현장편지] 재벌 정치인의 대선 출마를 보는 우울한 노동절

5월 1일은 노동자들의 생일인 세계노동절입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890년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올해 122주년을 맞이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국제적 기념일입니다.

올해 64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보다 무려 58년이나 일찍 만들어져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추모하고 함께 싸우는 날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한' '근로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노동절인 5월 1일 한국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이지만, 공무원, 교사, 우체국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일잔치에 배제되어 있고, 무엇보다 '빨간 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일날인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와 일본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가 겹쳐 15만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백화점,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 서비스 노동자들은 생일 주간에 초과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일날도 모른 채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

2012년 세계 노동절을 맞는 한국 노동자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입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깁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독일(1419시간), 노르웨이(1414시간), 네덜란드(1377시간) 노동자들에 비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연간 100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의 숫자도 세계 최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114명에 달해, OECD 34개국 중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산재 사망률 3위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어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86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9.2%에 이르며,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900만 명을 훨씬 상회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습니다.

2012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 중에서 언제 쫓겨날 줄 모르는 고용불안속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많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몽준, 임기 내 버스비 70원 공약 내걸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122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정몽준 씨의 대선 출마 뉴스였습니다.


▲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2조194억 원이라는 재산을 보유했고, 올해만 308억7000만 원의 주식 배당금을 챙겼으며, 전 세계 정치인 부자 순위에서 9위(2012년 3월 포브스 기준)를 차지한 재벌 정치인의 상징입니다.

그의 출마 소식을 들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하창민 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몽준이 갈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낸 죄의 값을 치를 감옥"이라고 썼습니다.

한 누리꾼은 정몽준 씨가 2008년 라디오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이 70원"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정몽준은 이왕 70원 드립 쳤으면 임기 내 버스비 70원을 공약으로 내걸어라"고 비꼬았습니다.

비정규직 조선소의 잇따른 산재 사망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울산, 군산, 음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조선소입니다.

2011년 5월 25일 금속노조가 발행한 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1만7751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1만9034명으로 51.74%에 달합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생산직 2744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5669명으로 67.38%에 이르며, 현대삼호중공업은 생산직 2507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6400명으로 71.85%입니다.



이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절반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뜻이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 10명 중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조선소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4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숨졌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지난 12월에는 떨어져 죽었고, 올해 2월에는 지게차에 치여 죽었으며, 대형 철문에 깔려 죽고, 밀폐된 도장공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30대 젊은 노동자들의 영혼이 정몽준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어느 조선소에서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다수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뒤섞여 일하면서 배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의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시민들의 기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총선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은 국민배우 안성기 씨를 모델로 내세워 동서 균형발전을 앞장서는 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광고로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도배했습니다.

동서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모델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입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신규 고용인원만 1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군산조선소에는 울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포함해 5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해 말까지 신규채용 인원은 48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서는 23개의 사내하청업체 2700여 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군산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지역과 동반성장 대책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전시성 기업유치 행정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나쁜 일자리 양산?"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4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대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명박 정권은 법인세 인하, 고환율 정책, 폐차 보조금, 4대강 사업 등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몽준 씨를 포함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고, 민주당 지방정부도 현대중공업에 200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는 27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연봉 2500만 원을 받으며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언제 잘릴지 몰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탐욕의 재벌이 어떻게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몽준 씨가 말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민의 세금을 가로채 비정규직으로 가득 채워진 공장을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입니까?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권 4년,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노동자, 서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재벌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싸웠던 122주년 세계노동절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2012년 1월 6일 금요일

"15톤 강판에 깔려 장 파열, 그래도 구급차 못 부른 이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6일자 기사 '"15톤 강판에 깔려 장 파열, 그래도 구급차 못 부른 이유"'를 퍼왔습니다.
[현장] 조선소 산업재해, 왜 하청 노동자에게만 집중되나

울산시 남구에 있는 울산병원 가는 길. 지난달 30일 세진중공업 대형 선박 블록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현욱일(37) 씨 시신이 안치돼 있다. 사망한 지 7일이 지났지만, 그의 시신은 아직 차가운 영안실에 있다.

길을 알려준다며 함께 병원으로 가던 세진중공업 하청 노동자 김인식(가명·50) 씨는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는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고 속에서 오늘도 다치지 않고 일한 것에 감사하며 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 씨의 죽음은 자신의 미래 모습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그래도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산단다. 김 씨는 새해 들어 딱 하루 일했다. 일하고 싶어도 '오야지'가 일감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20년을 넘게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거야 늘 알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다.대학을 다니는 자식이 두 명이나 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 딱 하나입니다"

7일 오후 3시께 현욱일 씨 유가족을 만났다. 함께 왔던 김인식 씨는 같이 만나지 못했다.회사에서 보낸 사람이 영안실을 찾는 하청 노동자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에 찍히면 생계가 곤란해진다.

현욱일 씨의 이름이 적힌 영안실 입구 전광판에는 발인 날짜가 없었다. 현 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3명의 하청 노동자 유가족은 회사와 합의를 마쳤다. 오롯이 현욱일 씨만 남았다. 왜 현욱일 씨만 회사와 합의를 하지 못했을까.



▲ 현욱일 씨 시신이 안치된 울산병원 장례식장. ⓒ프레시안(허환주)

현욱일 씨 여동생 인영(가명) 씨는 "우리가 바라는 건 오빠 영정에 세진중공업 관계자가 와서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영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유가족에게도 세진중공업은 아무런 사과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며 "버티기 힘들어 다른 유가족은 사과를 받지 않고 그냥 장례식을 치렀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씨와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는 명성테크. 명성테크는 세진중공업에서 만든 조선 블록을 용접하는 일을 한다. 하청업체다. 세진중공업은 이번에 발생한 사고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다.

장례식장 복도 좌우를 빼곡히 채운 화환 중에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등 정치인 화환을 비롯해 사망한 노동자 회사인 명성테크와 아주테크 화환도 보였다. 하지만 세진중공업 화환은 없었다.

김 씨는 "하청에 있는 소장과 직원들이 어제도 찾아와 조문을 했다"며 "이들은 우리에게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사죄했지만 사실 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 오빠가 아니라 이들이 현장에 있었다면 똑같이 죽었을 것"이라며 "구조적문제가 있음을 세진중공업도 알고 있지만 계약상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눈물을 글썽였다.

김 씨는 "세진중공업에서 사죄를 하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닦았다. 현 씨의 시신이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이유다. 현 씨의 초등학교 4학년과 7살 아이는 아직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외할머니 집에서 아버지가 선물을 사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원청의 공정기일 압박이 사고를 일으켰다"

경찰과 소방당국 발표를 보면 지난달 30일 오전 8시50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세진중공업에서 대형 선박 블록 제조 작업 도중에 폭발사고가 발생해 김영도(52), 유동훈(32), 현욱일(37), 유지훈(27)씨 등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이날 폭발사고로 일어난 화재는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명이 작업했고 전날 용접작업이 끝난 뒤 세진중공업 안전팀이 점검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원청의 관리부재로 전날 남아 있던 가스가 이날 그라인딩 작업(블록 면을 기계로 가는 작업)과 동시에 불꽃과 결합, 폭발을 일으켰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선소에서는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고는 블록 안에서 그라인더 작업과 용접 작업을 진행하다 발생했다. 하지만 정작 사고현장에는 페인트통, 붓과 호스, 유압펌프 등이 흩어져 있었다. 주목할 점은 붓은 도장(블록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마친 뒤, 미처 칠하지 못한 구석부분을 페인트로 마무리하는 데 쓰인다는 점이다. 사실상 최종 마무리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 용접을 하고 있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 ⓒ조선하청노동자연대

하지만 정작 사고는 그라인드, 즉 도장 공정 전에 진행하는 블록 깎는 작업을 하다 발생했다. 이는 여러 작업을 블록 안에서 동시에 진행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도장작업이 선행됐다면 현장에 시너 등 인화성물질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폭발에 이은 화재로 연결돼, 사망확률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조선업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원청에서 정한 공정 기일을 지키려 혼재작업, 즉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시킨 걸로 추측된다"며 "무리한 혼재작업이 결국 이런 사고를 빚어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해진 공정 기일을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 있다. 피해자들은 사고 전날 밤 11시까지 작업을 한 뒤, 사고 당일 아침 8시에 또다시 일을 해야 했다. 유족에 따르면 현욱일 씨는 몸살 기운 때문에 쉬고 싶다고 했지만 현장관리자는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반강제적으로 나올 것을 종용했다. 고인은 죽기 일주일 전부터 쉼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더구나 사고 발생 이후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사고가 난 블록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세진중공업은 "1월 3일까지 배가 나가야 하니 작업 중지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정 기일 압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혼재작업이 진행됐다면 원청 책임은 더욱 커진다. 혼재작업 관리를 하청업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동일한 장소에서 원,하청이 작업을 할 때 산업재해예방의 의무는 원청 사업주에게 있다. 또 현실적으로도 세진중공업 안에 30여 개 하청업체가 공정별 또는 혼재된 상태에서 작업할 때,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업무지시는 원청 사업주가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선실 내 배기시설 설치나 통풍 환기조치 등도 원청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가 할 수 있는 건 잔류가스 점검, 산소측정, 작업 후 뒷정리 등이다. 그나마도 작업 공정 기일이 급하면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세진중공업이 안전보건시스템 인증(KOSHA 18001)을 받는 모범 기업이라도 지속적으로 안전관리를 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지난 30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블록. ⓒ연합뉴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인정은 꿈도 못 꿔

조선하청노동자연대에 따르면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90% 이상은 하청 노동자에게 일어난다. 중공업 현장에서 일하는 3만 명의 노동자 중 정규직의 숫자가 1만 명이지만 사고는 비정규직, 즉 하청 노동자에게만 일어나는 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관계자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도 쉬운 일, 편한 일을 한다"며 "어렵고, 위험한 도장 작업이나 용접 작업 등은 모두 하청 노동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규직이야 고용이 보장됐고, 노조도 있으니 회사에서도 이들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비정규직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을 뿐더러, 여차하면 하청업체와 계약해지를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라고 말했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신청은 꿈도 못 꾼다. 산재를 신청하면 원청에서 곧바로 해당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공장 내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한 명이 15톤짜리 강판에 깔려 골반이 부러지고 장이 파열됐다"며 "하지만 업체 관리자는 구급차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사고가 난 걸 알게 되면 하청 업체와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친 노동자는 트럭 짐칸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혹시 문제가 될까 우려한 업체 관리자는 다친 노동자를 담요로 덮는 주도면밀한 모습까지 보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업체 관리자는 병원에 와서 "집에서 다친 거라고 하라"고 협박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니 산재 인정은 엄두도 못 낸다. 사내하청 관계자는 "이런 일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13일 세진중공업 특별안전감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세진중공업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비단 세진중공업의 문제만이 아닌 한국 조선업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지난 11월 4일에는 현대미포조선 장생포공장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12월 16일에는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1명이 역시 추락해 사망했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소 하청 노동자는 일하다 소리 소문없이 죽고 있다.



/허환주 기자(=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