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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위험작업의 외주화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의 연쇄사망


이글은 레디앙 2013-04-25일자 기사 '위험작업의 외주화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의 연쇄사망'을 퍼왔습니다.

계속되는 가스 폭발, 유독물질 누출사고의 원인과 대책


최근 구미, 청주, 울산, 여수 등의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대형 공장들에서 폭발과 유독물질 누출 등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3년에는 4월 현재까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유해물질 누출사고만 14건에 달한다. 연속적인 사고의 원인으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솜방망이 처벌 등이 지목되고 있다.

화성 삼성, 여수 대림… 끝없이 이어지는 사고 소식들, 원인은?

지난 1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불산 용액이 누출되며 경보기가 울렸지만, 삼성전자 측은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고 바로 옆 라인에서 조업을 계속했다.
삼성전자에 불산을 공급하는 협력사 STI서비스 노동자 5명이 밸브 개스킷의 누수를 확인하고 교체 작업에 투입되었다. 당시 그 라인은 1729시간 무정지 라인이었고, 누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라인을 정지하지 않고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인 채 수리작업이 강행 되었다.
이후 2차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였고, 4명이 부상 당했다. 경기도청이 누출 여부를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사고 사실이 파악 되었다.
1차 누출 이후 27시간 만에, 하청노동자의 사망 이후 2시간 만에 누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주변의 시민들도 27시간 넘게 불산 가스에 노출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1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으며, 이 중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 143건에 대해서는 총 2억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3월에는 전남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부상 당했다.
이 사고는 하청노동자가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중간제품인 분말상태를 저장하는 사일로의 내부검사를 위해 보강판 용접작업을 하던 중 잔류 분진에 가연성 가스가 형성돼 폭발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측이 사일로 내부의 폴리에틸렌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노동자들을 투입, 작업을 강행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상 노동자 17명 가운데 15명이 재하청업체가 모집한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림산업의 하청업체로부터 재하청으로 일감을 받은 업체가 모집한 노동자여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대림산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가 1002건에 달했고, 고용노동부는 8억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편, 대림산업 전무인 여수공장장 등 대림산업 임직원 9명과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에 대한 위험전가

화성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나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산업현장에서의 다단계 하청 구조이고, 하청 업체에게 위험이 전가되고 있는 점이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이 발주처와 원청 책임으로 명확히 되어 있지 않다.
원청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관리에 소홀히 하거나 안전 의무를 협력사에 넘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16개가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원청과 하청이 동일한 책임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취급하는 유해물질 농도에 따라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삼성전자 불산 사고는 법적으로 삼성에게 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퇴사한 노동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공정과 관계가 있는 모든 일은 무조건 삼성전자에 보고해야 하고, 사건 사고가 있거나, 위험한 공간에서 작업한다면 무조건 삼성 쪽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공기 단축이나 경비 절감에만 관심을 둔 채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다.
이윤 확대를 위해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더라도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이 사고 발생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청들은 하청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거나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산업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것에는 허술한 법 체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만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가 숨지면 하청사업주만 책임을 지게 된다. 대형사고는 원청이 공동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낮은 수준의 벌금을 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석유화학업계의 정비보수는 발주처로부터 최저가 낙찰을 받은 업체가 하도급을 주고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청업체에게 무사고는 다음 계약을 위한 필수 사항이고, 중대사고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산재는 은폐된다.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경우 공기단축을 위해 유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도 않은 채로 재하청노동자들이 투입되었고, 계약 첫날부터 밤 10시까지 야간노동을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연장근무는 ‘관행’으로 여겨지는데, 사측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공사기간을 단축하면 가동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인건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는 평균 일하는 날이 연간 절반도 되지 않다보니 일감이 있을 때 위험이 따르는 야간근무를 마다할 수 없는 형편이고,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관행’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적인 고용구조에도 불구하고 공기 단축에는 서로의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 사이의 뿌리깊은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도 연속적인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염소 누출사고는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염소가 1ℓ가량 누출되었고, 현장 노동자 4명이 병원 진료를 보았다.
배관 교체작업은 밸브를 잠그고 해야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사고 발생 직후 염소 누출사실을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사내 노동자 100명이 긴급 대피하는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소방서에 이를 신고하면서 사고 발생 4시간 후에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이 사건 발생 6일 후 같은 공장에서 인화성액체인 피아르(PR·감광액)를 담은 유리병(3.8ℓ)이 깨지면서 피아르액 1ℓ가 창고 밖으로 새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이닉스 측은 감광액이 유해물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감광액의 유해성과 관련해 서울대 조사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측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조사결과에서는 벤젠이 검출된 바 있고, 감광액은 제4류 인화성액체(석유류)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질이다. 2번째 사고의 경우도 SK하이닉스가 소방당국에 신고하기 까지 40여분이나 소요되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LG실트론 2공장에서는 3월 2일에 이어 22일에 또다시 불산이 혼합된 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에 발생한 사고에서는 사고 후 16시간, 22일에는 사고 후 6시간이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를 하였다. 누출된 불산에 직접 노출된 현장 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의 경우는 1월에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 뒤에 용인 삼성전자 공장에서 이소프로필알콜 누출사고가 있었다.

사진 출처는 다산인권센터


또한 4월에는 울산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정전으로 다이메틸아민 유출이 있었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삼산동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하면서 사고가 알려졌다. 5일 뒤엔 같은 공장에서 염소가스 4㎏가량이 약 50분간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분간 누출된 이유는 삼성정밀화학이 아닌 인근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경찰과 시청에 신고를 한 시각이 초기 누출 후 50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연속해서 발생한 2건의 누출 사고들은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후 ‘종합 안전 대책’을 내놓은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하였다.
최근 이어진 사고 중 상당수가 시민들의 신고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대형 공장 등 업체 측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가 아니라면, 안전사고를 숨기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고, 실제 사고가 난 이후에도 노동자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기업들의 안전교육 및 사고발생 시 즉시 신고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유해물질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들이 심각하게 유해하지는 않다며, 누출은 되었지만 아주 극소량이라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누출사고가 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노동자의 안전을 제1의 원칙으로 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 재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솜방망이 처벌

삼성 불산사고와 대림 폭발사고의 특별 감독결과 수천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되었다. 위법사항이 이 정도의 규모로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산업안전 관리·감독은 형식적이고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기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며, 산업안전도 기업의 자율적 관리를 강조했다. 2011년 전국의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 사업장은 173만 여곳에 달하지만 산업안전감독관은 270명에 불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3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하도급 금지 유해물질 13종이 결정된 이후 유해물질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최근 문제가 된 불산 등도 여전히 유해물질 대상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실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들의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되면서, 기업들이 안전은 뒷전으로 미뤘다가 사고가 나면 몇 푼의 벌금으로 때우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분석에 의하면,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중대 재해 2290건의 사업주 처분은 벌금형이 57.2%, 혐의 없음 13.8%, 기소유예 11.1%, 공소권 없음 2.6%, 각하·선고유예 1.8%였다. 징역형은 2.7%에 그쳤고 그나마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은 사망사고가 나면 회사 책임자를 살인에 준하는 범죄로 엄벌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기업 살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사용자 책임지도록 원하청 구조 문제 해결해야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불산 등 위험·유해물질 관리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해당 업체와 관련된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지난해 정부는 건설업·제조업 위주로 돼 있던 원청의 안전교육과 안전관리 의무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여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하지만 원청의 하청노동자 교육 책임만 확대한 것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와 업무연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는 탓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
따라서 안전보건 및 산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파견법에서처럼 원청이 지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가 법망을 피해 가기 위한 방편으로 사내하청,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안전보건 및 산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원청에서 지도록 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청노동자들의 교육과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고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에 있다. 자본에게는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안전보건 및 산재 책임 방기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며 살인적인 원하청 관계를 강요,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자본의 행태에 대해 정부는 관리감독은커녕 법률적 규제 완화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책임이 은폐된다면 대형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도적인 규제의 고삐를 강력하게 부여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는 원하청 구조 자체를 타파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강화와 연대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위험의 외주화]“하청 노동자 일 더 하려면 작업위험 따질 겨를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8일자 기사 '[위험의 외주화]“하청 노동자 일 더 하려면 작업위험 따질 겨를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현장의 목소리ㆍ조선소 기본적인 안전교육 정규직 1시간, 하청은 15분

ㄱ씨는 지난 14일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의 화학공장 보수작업 현장에 있었다. 그는 당시 화학물질 저장탑(사일로) 위를 가로지르는 발판 걸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부들이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사일로에 묶는 작업이었다.

ㄱ씨는 “작업에 앞서 안전화·안전모·귀마개 착용법 등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받았을 뿐이었다”며 “가스나 분진 폭발 같은 위기상황 대응방법은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작업 중 ‘펑’ 소리와 함께 3~4초 후 화염이 덮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3~4초면 적지 않은 시간으로 제대로 된 대피요령만 알았어도 긴급대피가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하다 크게 다쳤다”고 했다. ㄱ씨의 동료는 “같은 사업장에서 원청 작업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하청 작업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업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산업안전교육 참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법이 정하는 교육기준 인원수 미만이라는 이유로 교육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ㄱ씨는 “사측이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정규직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게 노동 현장의 현실”이라며 “대기업체가 하청을 쓰면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 있어 본사에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업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시켜도 확실히 해야 다음에도 일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의 위험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ㄱ씨와 함께 사고 현장에 있다가 간신히 화를 면한 유한기술 고용 노동자인 ㄴ씨는 “작업인부 40여명 모두가 1개월짜리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평균 일하는 날이 연간 100여일에 불과하다보니 일감이 있을 때 위험이 따르는 야간근무를 마다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ㄱ씨와 ㄴ씨를 포함해 화학물질 공장 보수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지만 계약근무 첫날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했다. 노동자들은 식사시간과 오전, 오후 30분씩 외에는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산단에서 이런 형태의 연장근무는 ‘관행’으로 여겨진다. 사측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하면 가동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일부 생산시설을 가동하면서 보수작업을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기업들이 과거에는 위험시설의 설비와 보수를 지원하는 부서들이 다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놓고 다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시 관계자는 “영세 하청업체들은 계약 비용에 맞추느라 숙련공 투입 숫자를 줄이고, 안전교육마저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철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사무국장(43)은 “여수산단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유독가스와 인화물질, 불산·황산 등 유독물질이 곳곳에 널려 있어 위험이 늘 따르지만 ‘안전작업 매뉴얼’이 미비해 보수공사에 참여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대기업 정규직의 관심은 빨리 작업을 끝내 가동 중단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돼 있고,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는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다른 일을 해 돈을 많이 벌려고 한다”며 “모순적인 고용구조 속에서 공기 단축에는 서로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이 일상화되다 보면 공장 내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일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지난 1월에는 경남 거제시의 대우조선해양 컨테이너선 조립 과정에서 선박블록이 20m 아래로 떨어져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23)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류모씨(33) 등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9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명진이엔지에 입사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된 직원이었다. 지난달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안벽에서 작업 중이던 사내하청 노동자 진모군(19)이 26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진씨 역시 대우조선 하청업체 부안기업에 입사한 지 2주일 된 직원이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50)은 “대형선박의 경우 위험하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청인력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4만2000명이 일하는 대우조선의 경우 현재 정규직 노동자가 7100명, 사무직 4000~5000명 등이고 나머지가 하청 노동자다. 강 의장은 “어느 조선소 가릴 것 없이 해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으로 그만큼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작업현장에서 거물망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안전교육 실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며 “이는 자율안전관리제를 도입해 조선소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소가 하청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임금 효과와 함께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노동자를 계층화시켜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 의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 있어 노동강도를 높이기 어렵다”며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대신 사고가 많이 난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은 높은 사고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급한 대로 자율안전관리제를 폐지해야 하고 하청 노동자들도 연대해 법으로 방어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하청제도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은 “조선소에서 사고가 빈번한 것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작업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라며 “혼재작업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선박블록 공정 중에 밑에서는 용접을 하고 있는데, 위에서는 추가 작업을 위한 비계 설치를 하는 등 다른 성격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늘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교육도 한 달에 2시간가량 받도록 돼 있지만, 정규직들이 1시간 받을 때 하청 노동자는 15분이나 30분 정도만 받는다”며 “기일 내 공사준공을 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에 안전교육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하 지회장은 또 “원청사가 하청업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원청사는 경기가 호황일 때는 성과급 나눠먹기에 바쁘고, 불황일 때는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업을 유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은 늘 배고픔과 위험에 시달려야 한다”며 “산업체의 모든 노동자들을 원청사 직영으로 해야 하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나영석·김정훈·백승목 기자 ysn@kyunghyang.com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전남대병원 콜센터 외주화… 비정규직 확산 나서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7일자 기사 '전남대병원 콜센터 외주화… 비정규직 확산 나서'를 퍼왔습니다.
노조 "콜센터 외주화 중단할 때까지 투쟁할 것"

ⓒ민중의소리 전남대병원노조는 26일 오전 10시30분 전남대병원 100주년 기념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외주화 중단, 구조조정 중단,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대학교병원이 노사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콜센터 외주화를 밀어붙이고 있어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콜센터 외주화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등 의료서비스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전남대병원노조)는 26일 오전 10시30분 전남대병원 100주년 기념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콜센터 외주화 중단 △신규직원 불법 강제근로 중단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전종덕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 김미화 전남대병원지부장, 백정남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 김행연 조선대병원지부장, 장연주 통합진보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 후보를 비롯해 20여명이 함께 했다.

ⓒ민중의소리 김미화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장이 "콜센터 외주화를 중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다.

전남대병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은 외래 전화 업무 감소 및 고객 응대율을 증가시키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콜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이후 3월 노사협의회, 3차례의 TFT 회의, 진료처장, 사무국장 면담을 통해 노동조합과 상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병원은 콜센터를 아웃소싱하고 기존의 교환실 전화예약실 조합원을 콜센터에 참여시키지 않고 부서를 배치전환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여년 가까이 일했던 전문적 업무를 떠나 새로운 일을 배우게 하는 것은 명백한 구조조정의 의도"라고 꼬집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이용해 콜센터를 오픈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운영화는 외부업체인 콜센터에 전남대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의 정보가 노출된다"고 주장하며 "외주업체가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해 외래 및 검사실과의 연계의 가능성을 두고 있어 불법 파견의 가능성마저 열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병원측은 콜센터운영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외주로 한번 시행하고 그 후 평가에 따라 직접고용을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면서도 "병원은 그동안 한번 외주로 계약이 되면 절대 직접고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교섭에서 아예 이야기도 못하게 했던 화순병원의 업무보조 조합원을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고나서야 직접 고용했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중의소리 전남대병원노조는 콜센터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다양한 선전물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노조는 "전남대병원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 채용을 늘려야 함에도 오히려 기존 정규직이 하고 있는 일을 외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는 것은 국립대병원으로서 역할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구조조정을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또한 신규직원들을 불법적으로 강제근로 시킨 행위에 대해서도 병원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 선포했다.

신규직원 강제근로라 밝힌 부분은 공채합격한 직원을 인사발령 전 민원 해소 명목으로 '병원 안내 요원'으로 고용하고 임금은 식대비로 하루 4시간 1만원을 주고 부렸던 것을 말한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시급 4,580원)의 절반에 불과한 2,500원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신규 임용대기자들은 자신이 근무하게 될 병원의 요구인지라 거절하지 못하고 그 일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수습' 간호사들에게도 5주 동안의 급여 대신 '식대' 명목으로 2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라며 "취업의 칼자루를 쥔 국립대 병원이 취업이 절박한 구직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중의소리 '전남대병원은 왜?! 비정규직만 늘리는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남대병원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전종덕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현재 추세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화를 제도화하고 있다"고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전남대병원의 콜센터 외주화를 비판하면서 "콜센터 외주화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식 직원이 아닌 외주업체 직원에 의해 환자, 직원의 개인정보가 다뤄지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남대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을 방문하는 외래환자는 하루 5천~6천 명으로 추산된다.

전남대병원과 노조는 오는 28일 노사협의회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노사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에 아무런 통보 없이 지난 13일 입찰공고를 냈고 20일에는 설명회까지 치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기자회견 뒤 대표자들이 병원장을 면담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송은규 전남대병원장은 대면하고서도 정식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면담을 거절한 것은 물론 항의서한도 받지 않았다.

ⓒ민중의소리 전남대병원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송은규 전남대병원장(오른쪽)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vop.co.kr

2012년 6월 12일 화요일

‘무도’ 외주화, 김재철 역린 건드린 듯…게시판 성지화


이글은 ‘무도’ 외주화, 김재철 역린 건드린 듯…게시판 성지화'를 퍼왔습니다.
주요포털 등 폭발직전…“김태호PD 없는 무도가 어딨어!”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외주화 검토 소식에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BC 김재철 사장은 지난 11일 임원진 회의에서 ‘무한도전’의 외주화 검토에 대해 언급했다고 12일 알려지자,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가 계속해서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 게시판과 SNS를 통해 외주화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MBC 노조도 12일 공식 트위터(@saveourmbc)를 통해 “김재철이 ‘역린’을 건드린 듯 하다”며 무한도전 게시판이 성지화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청자 게시판 보러가기).

노조는 “파업 135일차, 김재철의 끝은 무한도전에서 종지부를 찍을 모양”이라며 “무한도전은 김재철과 부역자들의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에는 “무도 외주는 곧 폐지를 의미”, “외주화? 어디서 감히..”, “PD가 바뀐다면 시청하지 않겠다”, “김태호 피디 없는 무한도전이 어디 있냐??”, “외주제작은 ‘무한도전’이 아닌 ‘유한도전’”, “무한도전의 7년을 우습게 보지 마라”, “휴면계정 까지 깨우게 만드네”, “시청자가 무한히 기다리겠다는 데, 왠 외주 제작?”이라는 글들이 200여 개 가까이 게재됐다.

다수의 언론들이 이러한 소식을 자세히 전달했으며, SNS 상에도 ‘무한도전’ 외주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부글부글 들끓었다.

트위터 아이디 ‘koala***’는 “재처리 니가 외주화대상이다! 빨리 나가줘”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sonta****’은 “무한도전 외주제작 할경우 그걸 보겠냐? 김태호가 아님 그 어떤 무한도전 볼생각 없다”고 단언했다. 

만화가 강풀씨(@kangfull74)도 “(무한도전) 김태호PD를 뺀 외주제작 검토설? 뭔 똥 싸는 소리야?!!!!! 전국의 무도빠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냐?!!!!!!!!!!!!!!”라고 강하게 분노했다.

이밖에 “무한도전 건들면 가만 있지 않을거다 진짜로”(jannis****), “김태호 없는 무한도전이라니. 유재석 없이 하는거랑 다를게 뭐냐?”(na***), “무한도전 제발 좀 놔둬라! 시청자가 기다릴 수 있다는데 왜 난리임?”(youn***), “무도 멤버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길”(labir****), “이렇게 되면 그냥 티비에서 MBC를 지우게 되겠지”(Wb***)라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무한도전’은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멤버들이 똘똘 뭉쳐 이끌어 왔으며, 김태호 PD는 ‘제 8의 멤버’로 불릴 만큼 김 PD를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이에 MBC 노조의 파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김 PD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의 외주화 가능성이 곧 프로그램 재개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재철 사장이 11일 오전 임원진 회의에서 “무한도전이 정상화될때까지 무한히 기다릴 수 없다”며 “무한도전의 외주화에 대한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 관계자는 “본부장들과 파업 사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면서 김재철 사장이 직접 한 발언”이라며 “당장 외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진에 대해서 업무복귀를 하라고 한 것에 대해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MBC 노조는 지난 30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18개 지역 MBC 지부에서‘김재철 구속수사 촉구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노조는 “불과 일주일여 만에 참여자 수가 34만 명을 돌파해 조기 목표 달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보러가기 )

마수정 기자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KTX 민영화, 여전히 고속 추진중


이글은 시사인 2012-04-18일자 기사 'KTX 민영화, 여전히 고속 추진중'을 퍼왔습니다.
정부는 총선 직후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고 6월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그 이유가 뭘까? 정부는 코레일 적자 등을 이유로 들지만 ‘공공성 비용’을 따지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수서발 민영 KTX가 개통된 지 5년째인 2020년 봄. 당신은 목포행 KTX를 타러 ‘수도권 광역 교통의 허브’라는 수서역에 간다. 자동 매표기(매표소는 인건비 절감 명목으로 사라졌다) 앞을 서성이는 당신에게 50대 남자가 쭈뼛거리며 말을 건다. “광주 가는 KTX표 싸게 드릴 테니 서울역으로 가시죠.” 이 남자, 알고 보니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직원이다. 5년 전(2015년) 민영 KTX 개통 이후 코레일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면서 새마을, 무궁화와 지선(경부선·호남선 등의 본선을 외곽 지역으로 잇는 철로) 등 적자 노선의 운행 횟수를 줄이고 일부 역은 폐쇄했다. 코레일은 대규모 정리해고 및 외주화를 시행했고 이에 따른 노사분규도 잦았다. 그러자 코레일은 사내에서 ‘우리 KTX 태우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직원들의 ‘승객 유치’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50대 코레일 직원이 서울역에서 수서역까지 ‘출장’ 나온 슬픈 이유였다.

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 말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KTX 분할 민영화’에 따라 가능한 미래이기도 하다.

국토해양부는 4월 총선 직후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그리고 2개월 뒤인 6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한다. 현 정부 집권 기간에 철도 민영화 ‘대못’을 박자는 것일까. 


이 정권 안에 ‘KTX 민영화’에 ‘대못’ 박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철도 관련 시설의 소유와 운영은 오로지 국가(공기업)의 몫이었다. 2000년대 초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철도 민영화가 정책 과제로 제기된 적은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백지화되었다. 대신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철도청(교통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철도 관련 시설을 소유 및 운영)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분리했다. 시설공단의 역할은 철도 소유 및 투자·건설이다. 코레일은 철도 운영 및 이에 관련된 여러 서비스를 도맡아왔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역의 한 승강장. 정부는 KTX 일부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길 작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KTX 민영화를 제기한다. 이른바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 현재 공사 중인 수서-평택 간 고속철도는 2014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새로운 구간은 평택을 기점으로 기존 경부선·호남선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과 목포로 이어진다. 이 구간의 열차 운영권을 공기업인 코레일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보고 내용이다. 이 방안이 관철되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은 코레일이,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2015년부터) 민간 사업자가 각각 맡아 운영하게 된다. 그야말로 운영권을 ‘분할’해서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논리는 한마디로 코레일이 열차 운영을 독점하는 바람에 방만한 경영, 과도한 적자, 불친절한 서비스,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민간 기업을 철도 운영에 끌어들여 코레일과 경쟁하게 함으로써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민영화’라는 비난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KTX 경쟁 도입을 민영화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설사 수서발 KTX를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해도, 철도 관련 시설은 여전히 국가 소유로 남아 있으니 민영화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나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는 “일반적으로 철도 민영화는, 철도 시설의 ‘소유권 이전’은 물론 민간 참여와 경쟁 도입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라고 말한다. 

국토해양부가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부실화이다. 그런데 코레일은 정말 부실한 기업일까.

코레일은 부실기업인가코레일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 규모가 2008년에 7374억원, 2010년에 5287억원 등이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 처지에선 손실이 크지만’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공공성이 큰) 노선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X 도입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새마을과 무궁화, 수도권-부산·목포를 잇는 본선(간선)에서 지역 곳곳으로 모세혈관처럼 뻗어나가는 지선, 승객이 적은 구간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이런 부문은 운임도 매우 낮다. 전문가들은 코레일 운임이 원가의 70% 정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레일의 여러 사업 중 수익을 내는 부문은 KTX밖에 없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2011년의 경우 3400억원 흑자)으로 다른 적자 노선의 손실을 메운다. 이렇게 보면 적자 노선의 손실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비용(공공성 비용)인 셈이다. 


ⓒ뉴시스 2월4일 열린 KTX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가 2008년 코레일의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 ‘공공성 비용’은 ‘적자 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1900억원),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운임’(6200억원) 등 모두 9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코레일은 영업이익의 31%를 선로 사용료(철로 사용의 대가)로 낸다.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사용료다. 그런데 ‘공공성 비용’을 시장가치로 환산하고, 선로 사용료도 6000억원(현재)에서 3000억원으로 줄이면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1조2100억원 늘어난다. 영업적자(7374억원)보다 5000억원 정도 많다. 이를 코레일의 ‘숨은 수익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의 영업적자를 오로지 ‘경영 비효율’ 때문이라며, 그 대안으로 ‘경쟁 도입’을 내세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철도운송사업 경쟁 도입 관련 업계 설명회’를 열었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4개 민간 사업자가 참여했다. 수서발 KTX 민간사업의 후보 기업들이다. 국토해양부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수서발 KTX의 운임은 코레일 KTX 운임의 90% 이하여야 한다. 더욱이 선로 사용료로 영업이익의 40%를 제시했다. 코레일이 지금 내는 것보다 9%나 높다. 한마디로 민간 사업자는 코레일보다 낮은 운임을 받으면서 더 많은 선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임기 말 무리한 민영화의 명분이 될 것이다.

더욱이 국토해양부에는 이런 명분을 받쳐줄 ‘과학적’ 근거 자료도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교통연구원(정부 출연 연구소)은 수서발 KTX의 하루 이용객이 8만8586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2011년 현재 KTX 전체 이용객은 14만명 정도다). 현재 KTX 운임의 80%만 받아도 민간 사업자가 8.8%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정부의 대규모 토목사업 때마다 이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예측을 다수 발표해왔다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경우 크게 빗나가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인천공항철도다. 당초 교통연구원은 인천공항철도의 하루 이용객을 21만명으로 예측했다. 이 자료에 기반해 정부는 실제 이용객이 예측치의 90% 이하인 경우, 사업자의 예상 수익과 실제 수익의 차이를 메워주는 계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실제 이용객은 1만3000~1만6000명. 이런 추세라면 정부는 계약 기간인 30년 동안 14조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 황당한 사태는 결국 ‘부실기업’ 코레일에게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뿐 아니라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9월 개통된 김해 경전철, 용인 경전철 등에 대해서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수요를 크게 예측해 막대한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아래 표 참조). 용인 경전철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사업 시행자(봄바디어컨소시엄)가 제시한 일방적 데이터에 의거해 교통 수요를 과다계상한 의혹이 있다고 4월5일 발표했다. KTX 민영화 역시 이 연구원의 예측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 KTX에 거액 보조금 줄 수도

그럼에도 수서발 KTX 사업자는 코레일보다 훨씬 유리한 처지이다. 코레일과 달리 민간 사업자들은 수익성 높은 KTX 외에는 적자 노선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즉, 민간 사업자는 코레일을 괴롭히는 구조적적자 요인으로부터 벗어나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대단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민영 KTX가 실제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코레일보다 적은 운임을 받고 더 많은 선로 사용료를 내는 동시에 민간 사업자로서 ‘시장 수익’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간기업의 경우엔 공기업(코레일)과 같은 돈을 빌려도 더 많은 이자(자본조달 비용)를 내야 한다. 그래서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동일한 운영 조건이라면 코레일이 민간 사업자보다 훨씬 요금 인하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공영 KTX는 민간 사업자 수준의 시장 수익을 낼 필요가 없고 자본조달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민영화보다 코레일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우월한 사회적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민영 KTX가 적절한 수익을 못 내는 경우엔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심지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하는 ‘재정낭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시사IN 조남진

수서발 KTX가 코레일과 국내 철도망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레일 처지에서는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KTX 수요가 수서 쪽으로 분산되면서 재무구조가 대폭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새마을·무궁화와 각종 지선 등 적자 노선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경쟁 체제에서 코레일도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운행 횟수 줄이기, 승객 적은 구간 폐쇄 등 철도망의 공공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희 교수는 “비리와 특혜의 음습한 전례를 떠올리지 않고는 정부가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모적인 민영화 논란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때 어설프게 이뤄진 철도 구조 개편을 보완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최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부가 KTX 민영화를 강행하는 경우 4월18일부터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