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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3일 토요일

4대강 홍보 수달사진전, 부끄럽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20일자 기사 '4대강 홍보 수달사진전, 부끄럽습니다'를퍼왔습니다.
공주보에서 우연히 발견한 수달 전시회까지 열어 유감

국토해양부는 지난 6일 공주보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회복된 것처럼 이야기 하려고 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전문가를 대동하여 공주보에서 수달 서식한 것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수달 전문가는 이미 살고 있었던 개체였고, 실제 서식하게 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침소봉대식 해석이라며, 확대해석하여 홍보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야행성인 수달이 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오히려 이상한 행동이라며,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보에서 수달이 서식한다면 무척이나 환영할 일이다. 금강유역 수달의 서식처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공주보의 단순한 수달 관찰만으로 공주보 인근의 생태계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아무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공주보 수달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백제보 전시장에 공주보 수달사진 전시되어 있었다. 아직 홍보할 필요성이 더 많은 모양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수달 등장... 사진전까지 열어

▲ 백제보에 사진전하는 모습 고향이라는 사진전 뒷편에 수달사진이 보인다. ⓒ 이경호

수달 같은 상위 포식자의 급속한 증가나 감소는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시킨다. 적정한 개체군을 유지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계의 회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전체 생물 간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강은 급류하는 여울과 정체된 소가 반복되는 지형이다. 여름철 우기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건기를 지나면서 매년 지형이 바뀐다. 깊은 물과 얕은 물이 형성되고,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이 반복되는 하천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밖에 없다. 깊은 물에 사는 생물과 얕은 물에 사는 생물, 흐르는 물에 사는 생물과 고인 물에 사는 생물이 서로 공존하기도 하고 약육강식의 생활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으로 촘촘하게 엮인 먹이사슬로 적절한 먹이피라미드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 강이다. 

이런 균형에 금강 정비 사업으로 건설된 대규모 댐이 심각한 왜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흐르는 물은 없어지고, 얕은 물도 없어지고, 오로지 깊고 고인 물만 있는 금강. 이곳에는 이제 얕은 물에 사는 생물과 흐르는 물에 사는 생물이 살 수 없다. 정수성 어종이 증가한 현상은 먹이사슬과 먹이피라미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정수성 생물만이 존재하는 금강으로 변한 것을 반증한다. 감사원의 4대강 부실 발표 이후 국책연구기관에서까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 

▲ 공주보 어도에서 죽은 떡붕어(2월 16일) 떡붕어가 죽어 있는 모습 ⓒ 이경호

국토해양부는 생태계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떠벌이기 위해 공주보의 수달을 이용했다. 수달은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포식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단순한 관찰을 이렇게 과대 포장하여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백제보에서 수 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을 때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고만 외치던 국토해양부가 수달 한 마리를 관찰하여 4대강 사업의 결과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보보다 실제 찾아온 수달을 어떻게 서식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 지난해 10월 금강에서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 떼죽음 당한 물고기 뒷편에보이는 백제대교 ⓒ 이경호

그럼에도 수달 이용은 권도엽 장관의 브리핑과 보도자료로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백제보 전시관에 수달 사진을 전시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의 생태계 복원을 외치고 싶은 듯하다. 아무튼, 작품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한편에는 수달 사진 4장이 덩그러니 전시돼 있다. 수달을 최대한 활용하여 금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강박증이 생길 만도 해 보인다. 

수달을 이용한 이런 맹목적인 홍보보다는 실제 찾아온 수달을 어떻게 서식하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국토해양부 몫이다. 공주보에 찾아온 수달을 완벽하게 서식하게 하고, 강의 물고기도 정수성과 유수성이 어류가 공존하는 강을 다시 만들어야 진정한 강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수달사진과 전시된 그림 멋지게 전시된 그림 한편에 이젤로 전시된 수달사진 ⓒ 이경호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린다고 시작한 것을 증명하기에 수달이 매우 적절한 시기에 관찰되어 적극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는 식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이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정말 모르면서 '껄떡대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멋진 작품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수달 사진전! 멋진 수달에 대한 작품사진이었다면 그나마 봐줄 만할 수도 있다. 예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닌지? 작품성도 없는 단순한 수달 사진을 통해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수달 사진 전시 이제 그만해 줬으면 한다. 전시된 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경호(booby96)

2013년 2월 7일 목요일

'4대강 피눈물'로는 부족해? 댐에 다시 3조5000억 원!


이글은플레시안 2013-02-06일자 기사 ''4대강 피눈물'로는 부족해? 댐에 다시 3조5000억 원!'을 퍼왔습니다.
막가는 국토해양부, 환경부 '반대' 의견 무시하고 강행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댐 건설 장기 종합 계획(2012~2021년)'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6개의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댐 반대 전국 기구(가칭)'는 6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졸속적인 댐 건설 장기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댐 건설 장기 종합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4개(대형 댐 6개, 중·소형 댐 8개)의 댐이 경상북도 영양군 장파천(영양댐), 경상북도 영덕군 대서천(달산댐), 충청남도 청양군 지천(지천댐), 전라남도 구례군 내서천(내서천댐),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오대천댐), 경상남도 함양군 문정댐(일명 지리산댐) 등에 세워진다.

지난 1월 27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환경부의 '댐 건설 장기 종합 계획(2012-2021년)' 의견서를 공개했다. 의견서를 보면 환경부가 국토해양부에 댐 건설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댐 건설 계획을 수립한 국토해양부가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댐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6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해 "불필요한 댐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의견서에서 환경부는 6개 댐 가운데 4개 댐(영양·지천·내서천·문정댐)은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환경부는 특히 영양댐은 건설이 불가하다고 명시했으며 나머지 3개 댐에 대해서는 댐 건설에 앞서 대안을 검토해 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환경부의 요청을 무시하고 계획을 확정하고 영양댐과 문정댐의 예산을 배정했다.

토목 사업을 하면서 환경부의 조언을 무시하는 국토해양부의 이러한 행태는 지난해 7월 전면 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처음으로 시행된 '전략 환경 영향 평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략 환경 영향 평가는 사업 계획을 세울 때 그 사업의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하는 제도다.

기자 회견 참가자들은 국토해양부가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한 것을 두고 "사회적 의견 수렴도 없이 계획을 확정했다"며 "법을 위반하고 절차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댐 건설 장기 계획을 수립할 때 전략 환경 영향 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와 협의해야 한다. 또 환경부의 보완·조정 요청 등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댐 건설의 타당성과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필요하지도 않은 댐 공사를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 정부에 따르면, 영양댐과 달산댐은 각각 경상북도 경산시와 포항시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용도다. 또 오대천댐은 한강 홍수 예방, 문정댐은 낙동강 홍수 조절을 위해서 필요하다.

이런 주장에 이들은 "영양댐은 낙동강 본류 취수라는 대안이 있어 불필요하고 지천댐과 내서천댐도 대체 수원의 이용이 가능해서 불필요하다"며 "홍수 조절용이라는 문정댐 역시 사실은 4대강 공사로 부족해진 부산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댐 건설의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총체적 실패가 드러난 시점에서 3조5000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불필요한 댐 건설의 추진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1월 13일 일요일

토건세력의 밥그릇 만들기?


이글은 한겨레21 2013-01-14일자 제944호 기사 '토건세력의 밥그릇 만들기? '를 퍼왔습니다.
[줌인] 대선 이틀 전 토론도 없이 6곳 댐 건설 예정지 고시한 국토해양부… 4대강 사업 마무리되니 새로운 먹잇감이 필요했나

  
» 2011년 12월 경북 영양과 영덕에서 상경한 주민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국토해양부의 영양·달산댐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 얼마나 경이롭고 장엄한 광경인가. 오직 신념과 용기를 지닌 국민만이 성취할 수 있는 위대한 업적이 아닌가.”
1954년 인도 펀자브 지방의 난갈 운하 개통식에 참석한 인도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목소리는 설렘과 흥분으로 격하게 요동쳤다. 그가 “장엄”하고 “위대”한 스펙터클로 격찬한 대상은 운하 개통에 맞춰 위용을 드러낸 바크라댐이었다. 애국적 수사로 가득한 제3세계 지도자의 헌사와 함께, 1935년 9월 후버댐 방문길에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남긴 말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압도됐노라”(I came, I saw, and I was conquered). 6600만t의 콘크리트가 들어간 이 댐은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후버댐 건설 이후 세계 각국에는 대형 댐 건설이 열병처럼 번졌는데, 나일·인더스·유프라테스 등 ‘4대 문명’의 젖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 지구적 댐 축조 바람은 이제 막 경제성장의 가파른 궤도에 진입한 동아시아의 변방 국가를 비껴가지 않았다. 1972년 11월 ‘동양 최대의 사력(沙礫)댐’으로 선전된 소양강댐 담수식에서 대통령 박정희가 남긴 축사는 18년 전 네루의 난갈 운하 개통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했다. “여기, 또 하나 우리 인간이 대자연에 엄청난 도전을 하여 인간의 의지로써 자연을 극복하고 개가를 올린 산증거를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있다.”

MB 정부 때 댐 건설 억제 기조 뒤집혀

소양강댐 완공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의 대규모 댐 역사(役事)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1966~75년 197건이던 대형 댐 건설 건수가 1976~85년 266건, 1986~95년 216건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물길에 무한정 댐을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댐 건설은 눈에 띄게 줄었고, 재산 피해와 생태계 교란 등으로 인한 반발이 거세져 건설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극심한 진통에 휩싸였다. 주민·환경단체와 갈등을 빚다 2000년 백지화된 동강댐(강원 영월), 1990년대 말 임진강 홍수 통제를 명분으로 추진되다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10년 넘게 표류했던 한탄강댐(경기 연천)이 대표적이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듯, 댐 건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도 2006년 확정한 수자원종합계획에서는 댐과 제방 축조 위주의 구조적 대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비구조적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수자원종합계획을 근거로 2007년 작성된 댐건설장기계획(2007~2011)은 댐 건설 예정지를 고시하지 않았다. 당시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10개가 넘는 댐 예정지를 무더기로 발표했다가 논란을 빚은 2002년 종합계획보다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댐 건설 억제 기조가 뒤집히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토건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4대강 물줄기를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물 부족을 해소하고 홍수를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4대강 줄기에 16개의 댐(보)을 쌓고 바닥을 준설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여당과 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유발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완료를 선언하고 사업본부를 해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신규 댐 건설 예정지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17일 국토해양부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를 열어 6곳의 댐 건설 예정지가 고시된 ‘댐건설장기계획(2012~2021년)’을 심의 확정했다. 예정지 6곳에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경북 영양의 장파천(영양댐)과 영덕의 대서천(달산댐), 경남 함양의 임천(문정댐·일명 지리산댐)이 포함됐다. 대서천과 장파천은 각각 댐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상태며, 임천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3곳은 전남 구례 내서천과 강원 평창 오대천, 충남 청양 지천이다. 세종시 출범 등을 이유로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용수댐 건설 여론을 지피고 있는 청양 지천과 달리, 내서천과 오대천은 지금까지 댐 후보지로 한번도 오르내린 적이 없는 지역이다.

지리산 남과 북, 평창 오대천 포함

갑작스런 댐 예정지 고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장동태 구례군 건설방재과장은 “2012년 상반기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내려와 중장기계획에서 내서천을 댐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반응을 떠보길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주민과 지자체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어디 있냐”고 했다. 오대천 댐예정지가 있는 평창군의 반응도 비슷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수자원공사에서 나왔을 때, 군과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관령 지역의 소규모 식수 전용 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9천만t 규모의 홍수 조절 댐을 오대천에 짓는다는 건 며칠 전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며 당황스러워했다.
환경단체는 내서천·오대천 모두 국립공원 인접 하천으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을 우려한다. 오대산과 발왕산 골짜기에서 발원해 평창군·정선군을 가로지르는 오대천은 멸종위기종인 열목어와 천연기념물 수달의 서식지다. 2000년대 들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급류 래프팅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댐 건설이 추진될 경우 1990년대 말 동강댐과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두 곳의 댐 예정지(구례 내서천·함양 임천)를 품고 있는 지리산 권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반야봉에서 발원해 피아골을 거쳐 섬진강으로 흐르는 구례 내서천은 수달과 하늘다람쥐 등 희귀 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지리산 반달곰 서식지와도 가깝고, 하천유역에 국보 2점을 보유한 고찰 연곡사도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윤주옥 사무처장은 “생태와 역사, 문화의 보고인 지리산의 남북쪽에 동시에 댐을 짓겠다는 발상이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세계댐위원회 “효과에서 개발 가치 의심”

문정댐 예정지가 있는 임천은 댐이 건설될 경우 지리산 국립공원구역 1만㎥가량이 수몰될 수 있다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주장이 지난해 제기돼 파장을 겪었다. 정부가 밝힌 댐의 용도(남강 홍수 조절)와 달리 부산시 식수원으로 계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주민과 환경단체, 불교계, 귀촌 문화 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댐 백지화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 댐이 생기면 이 일대 비경이 고스란히 물에 잠기게 된다. 댐 건설의 근거가 되는 수자원장기계획의 폐기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문정댐 예정지 주민. 김태형 기자

영양 장파천의 영양댐 예정지는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타당성조사 예산 26억7천만원이 통과됐다. 영양댐 반대 대책위의 김형중 위원장은 “토건업자 출신 군수가 관변단체를 동원해 서명을 받고 ‘주민 80%가 찬성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수몰 예정지 주민들과 환경단체, 종교계 인사들로 꾸려져 있는데, 지난해 11월 예산안 삭감을 요구하며 상경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정부가 확정한 댐건설 계획을 두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대통령 선거를 겨우 이틀 남겨두고 논란의 여지가 큰 계획을 환경단체나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과 토론도 없이 통과시켰다. 정권이 어디로 가든 댐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MB 정권 5년간 토건세력 배를 불려준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니, 새로운 먹잇감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10년 주기로 수립되는 댐건설장기계획이야말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개발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한다. “댐건설장기계획은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비슷하다. 댐이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기간 시설물이란 것을 전제하고서,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일정 규모로 지어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댐이 정말 그렇게 필수불가결한 시설물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실제 세계댐위원회(WCD)가 2001년 펴낸 ‘댐과 발전’이란 보고서조차 “댐은 효과와 형평성에서 개발의 가치가 의심스러우니 댐 계획은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댐 건설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사회적 동의를 구하고, 댐의 운영 과정에서도 정기적인 성과분석을 통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댐 건설로 이득 취하는 ‘댐 마피아들’

댐 건설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은 국내에서도 보고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호흡기 질환 증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도 악화, 수압 상승에 따른 지반 불안정 심화 등이다. 입지 선정과 보상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게다가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댐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적합지마다 이미 댐이 들어선 상황이라 더 이상의 신규 건설은 수리공학적 효용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댐 건설이 꾸준히 추진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댐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건설·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를 위시한 각종 개발공사들, 대규모 건설회사, 지역 토건업자, 개발사업으로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 댐 사업과 관련해 각종 용역에 참여하는 학자들, 광고 수주로 이익을 얻는 언론 등이 그들이다
‘댐 마피아’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홍수와 가뭄에 대한 국민의 상식을 적극 활용해 댐 건설을 정당화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댐 마피아가 유포하는 전형적 논리로 ‘물부족론’과 ‘댐 만능론’을 든다. 실제 영양댐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말 바꾸기는 이들 논리가 얼마나 편의적 가정에 근거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애초 정부는 영양댐 건설을 추진하며 확보 수량의 99%를 구미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구·경북 맑은 물 공급 계획’이 별도로 수립돼 구미산단 용수계획이 마련되자, 댐의 목적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도중 물 공급 대상지를 댐 예정지에서 180km나 떨어진 경산산업단지로 변경했다.
문제는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해 풍부한 수량을 확보했다는 낙동강 물줄기가 경산산단에서 겨우 30km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물 부족을 해소하겠다며 4대강 사업을 벌여놓고, 정작 필요한 물은 4대강이 아닌 원거리에 댐을 지어 끌어오겠다는 식이다. 이번 댐 건설 계획을 두고 ‘토건세력의 밥그릇 만들기’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양댐 건설비용, 낙동강 용수 시설 건설비 2배

» 영양댐 예정지인 경북 영양군 수비면 장파천의 늦가을 풍경(왼쪽). 영양댐반대대책위원회 제공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월2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영양댐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해명했다. “경산산단에 낙동강 물을 공급하려면 2천억원 정도의 시설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반면 영양댐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되고 홍수 조절 효과까지 있기 때문에 낙동강물을 쓰는 것보다 경제성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영양댐은 아직 착공도 안 한 상태니 ‘기존 시설’이 있을 리 없다. 영양댐을 짓는 데 앞으로 투입되어야 할 사업비만 4천억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낙동강에 용수 공급 시설을 추가로 짓는 데 들어간다고 한 비용의 2배다. 더구나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영양댐의 홍수 조절 편익은 연간 1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대체 낙동강 물보다 영양댐 물을 경산에 공급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는 이들의 셈법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국내 댐의 역사와 현황

국토 면적 대비 댐 밀도 세계 1위


» 국내 기술로 지은 첫 발전용 댐인 충북 괴산댐. 1957년 완공됐다. 뉴시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벼농사에 필요한 용수 공급을 위해 계곡이나 하천에 소규모 흙댐을 지어왔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최초의 댐은 신라가 축조한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전북 김제의 벽골제다. 이 밖에 눌제(전북 정읍), 황등제(전북 익산), 의림지(충북 제천), 대제지(경북 의성), 수산제(경남 밀양) 등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흙댐들이다. 고려·조선조에는 특별한 축조 기록이 없지만, 중앙정부 산하에 별도의 관청이 있어 수리시설을 관리해왔다.
근대식 댐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와 함께 시작했다. 조선총독부는 식량 증산을 위해 256개의 관개용 댐을 지었는데, 이 가운데 대형 댐이 63개였다. 관개용 댐이 대부분 남한 지역에 건설된 것과 달리, 수력발전용 댐은 북한 지역에 주로 지어졌다. 압록강 수계의 부전강댐(1929년), 장진강댐(1936년), 허천강댐(1940년) 등이 대표적이다. 해방 뒤 정치적 혼란과 재정난 등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댐 건설은 한국전쟁 이후 외국 원조가 늘며 재개된다. 1957년 충북 괴산에 축조된 괴산댐은 국내 기술로 지은 최초의 수력발전용 댐이다.
댐 건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1960년대부터다. 1965년 ‘수자원개발 10개년 계획’ 수립이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 이에 따라 1966~75년 197개, 1976~85년 266개의 댐이 축조됐다. 춘천·의암·화천·청평댐 등 북한강 수계에 들어선 발전용 댐이 이 시기에 만들어진 대표적 댐들이다. 용수공급·전력생산·홍수조절 등 2개 이상의 용도를 가진 다목적댐은 1965년 섬진강댐이 최초인데,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 수계 등에 20개가 건설됐다.
댐의 소재지를 행정구역별로 분류하면 경북이 가장 많고 경남,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등의 순이다. 경상 지역에 댐이 많은 것은, 강수량이 다른 지역보다 적고 하천의 경사도가 상대적으로 큰 지형적 특성과 관련이 깊다.
댐의 관리기관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다목적댐은 한국수자원공사, 생공용수(生工用水)댐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농업용수댐은 한국농어촌공사, 발전용댐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각각 건설·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1만8천여 개의 댐과 저수지 가운데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의 기준에 따라 대형 댐(높이 15m 이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1200여 개에 달한다. 보유량으로 따지면 세계 7위, 국토 면적 대비 댐 밀도는 세계 1위다. 문제는 이처럼 조밀한 댐 밀도에도 불구하고 홍수 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댐의 수리공학적 효용성이 터무니없이 과장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2012년 6월 26일 화요일

정부가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6일자 기사 '  정부가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해설] 화물연대 파업 '불법' 논란... 표준운임제, 운송료 인상 등 3대 쟁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물류2터미널(ICD)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유성호 화물연대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이들의 구호는 지난 2003년과 2008년에도 똑같았다. 4년 만에 총파업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정부 태도 역시 비슷하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의 가장 첫 번째 요구로 '표준운임제'를 제기한다. 지난 파업 당시 정부가 제도 개설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약속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약속사항이었던 운송료 19% 인상, 2009년 표준운임제 도입 등은 모두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합의 이후 개별 사업장 별로 진행된 운송료 인상 협상 결과 실질적인 인상률은 6~8%에 머물렀다. 표준운임제 또한 도입기로 한 약속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정부는 올해 6월에 들어서야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중재안을 내고 추진 중이었다. 이를 두고 '약속이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화물운송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권고안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그밖에 이번 파업의 모든 쟁점 사안에서 정부와 화물연대의 시각차는 아주 크다.

[쟁점1] '불법행위' 강조하는 정부와 '불법'이 될 수 없는 파업

이를 사안별로 보기 전에 이번 파업 자체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매번 비슷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법파업'을 강조하던 정부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 등에서도 이번 파업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집단운송거부'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화물운송업계의 특성이 있다. 택배업, 퀵서비스,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학습지 교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알고 보면 '표준운임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논란이 여기서 시작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일을 하는 노동자와 다른 위치에 있다. 기업에서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관계는 '고용'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이다. 고가의 대형 트럭을 운송업체가 구입해 회사를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이 높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한 화물운송노동자와 계약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운송을 맡긴다. 해당 업체의 일을 하지만 그 업체의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자영업자'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화물연대를 노동자 집단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감당하는 차량운행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업체의 몫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를 규정한 법을 기준으로 화물연대의 운행중단 자체가 '불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가 자기 가게 문을 닫는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번 비슷한 사안에서 '불법파업'이라며 엄포를 놓던 정부도 이번에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하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경우의 수'를 붙였다. 마치 현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불법적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이 아님을 방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쟁점2] '국가물류'라면서 표준운임제는 왜 시행 못하나?

▲ 현재 화물운송업계 구조. ⓒ 화물연대 화물연대

표준운임제는 택시의 요금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운송거리만큼 일정한 요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는 화물업계의 후진적 다단계 하청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부터 화물연대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다.

현재는 운송해야 할 물건을 가진 수출입업체가 대형 운송사에 이를 위탁하고 대형운송사가 알선업체나 중소운송사에 다시 위탁하고 이를 또 한 번 영세운송사들이 받아 최종적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 실제로 운송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오기까지 3~4단계를 거치는 구조다.

화물연대 측에 따르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 왕복운임은 최초 대형운송사에 갈 때 123만 원이었던 것이 그다음 단계를 거치며 96만 원, 86만 원, 78만 원으로 떨어진다. 중간 단계의 서류업무만 하는 업체에서 전체 운송료의 약 37%를 가져가는 것이다. 대형운송사가 결정하는 운임은 지난 2008년 9% 인상된 후 2011년에 다시 9% 인상됐다지만 그 사이 폭등한 기름값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표준운임제는 대형운송사가 운송요금을 결정하는 하향식 구조를 벗어나 화물운송노동자가 실제로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상향식 운임결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국무총리실에 '표준운임제도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10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 및 용역평가를 실시했다.

시행단계를 밟고 있던 표준운임제가 다시 쟁점 사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정부가 제도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측은 법적강제가 없을 경우 대형운송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현재 구조에서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들이 법적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가인상 등 실운송비용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대형운송업체와 화물운송노동자 사이의 특수고용형태인 '계약' 관계에 있다. 권도협 국토해양부 장관은 표준운임제의 법적 강제 요구에 "정부가 사인 간의 계약 특성을 고려해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명 화물 운송이라는 노동의 대가로 운임을 지불하는 형태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이 아닌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의 계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놓고 "국가 물류를 볼모로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한 것"이라고 비난한 담화문을 보면 정부 태도에 모순이 보인다. '국가물 류'라고 할 정도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의 영역을 '사인의 계약관계'에 맡겨놓겠다는 이야기다.

[쟁점3] 유류비 지원한다는데 화물운송노동자는 왜 힘든가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물류터미널(ICD) 앞에서 열릴 화물노동자 총파업 출정식에 화물연대 노동자가 근로노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차량에 붙이고 있다. ⓒ 유성호 화물연대

화물연대의 파업 직후 정부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5개 부처 공동담화문에서 화주와 운송업체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화물운전자들의 운송료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운송료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표준운임제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비현실적인 운송료는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당장 닥친 현실의 문제다.

화물연대 측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운송수입으로 900만 원(총거리 8395km)을 받는 화물운송노동자 A씨의 순수입은 고작 6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수입의 58%가 유류비용이고 운송업체에서 가져가는 알선료와 지입료가 12%에 이른다. 고속도로통행료 등 유류비를 제외한 차량운행비용과 최소생활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이것도 월 300시간가량을 일했을 때 결과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기름값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4분기에 1800원 대에 올라선 경유가격은 올1/4분기에 1830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 1/4분기에 1470원 대였던 것이 4년 사이에 24%가량 오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왕복 운송료는 72만5200원에서 77만5000원으로 7% 인상되는데 그쳤다.

화물연대는 당장 닥친 이 문제를 수입(운송료) 증가와 비용(유류비) 절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형운송업체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상황에서 충분히 운송료를 인상할 여력이 있고, 일정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정부가 면세유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여기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우선 운송료 인상부분은 실질적인 협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 이상의 인상률을 약속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대형운송업체가 결정할 일이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담화문에 나타난 것처럼 화주와 운송업체에 운송료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면세유 지급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유가 급등 당시 정부는 교통세에 탄력세유을 운영해 휘발유를 54원, 경유를 35원씩 낮춘 바 있다. 화물연대는 면세유 지급으로 약 8000억 원가량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운송료 인상의 주체인 대형운송업체들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물운송노동자들과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하청에 하청 관계로 연결돼 있다. 전체 운송료를 결정하는 이들 대신 중소운송사들만 참여한 교섭에서 운송료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 1조5000억에 달한다는 정부의 유류보조금을 받는 것도 개별 화물운송노동자가 아니다. 바로 이 대형운송사들이다. 운송료 책정이 하향식 구조이기 때문에 유류보조금도 같은 방식으로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지원효과는 별로 없다. 결국 대형운송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혼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다. 이들이 파업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한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지용 (endofwinte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수공 내부자료 "함안보 바닥보호공 20m 유실"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07일자 기사 '수공 내부자료 "함안보 바닥보호공 20m 유실"'을 퍼왔습니다.
박창근 "함안보 이미 심각하게 훼손"

낙동강사업 18공구에 건설된 창녕·함안보(함안보) 수문 바로 아래에 설치된 바닥보호공이 세굴현상 때문에 길이 20m가량 유실됐다는 사실이 수자원공사 내부문서를 통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바닥보호공 유실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7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경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함안보의 바닥보호공 유실 사실을 보여주는 수자원공사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수자원공사가 지난 1월 3일 실시한 하천측량 자료에 따르면, 함안보 하류 부분은 EL(해발기준) -20m, 상류 부분은 -12m 깊이까지 세굴(洗掘)현상이 발생했고, 특히 보 상류부에서는 수문 바로 아래까지 세굴이 -10m 정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바닥보호공 개요도에는 끝 부분에 약 20m 정도 유실된 지역이 표시돼 있다.

박창근 위원장은 "측량결과 자료를 살펴보면 세굴로 인해 보상류 지역에서는 물받이공이 유실됐고, 보하류 지역에서는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며 "보는 본체, 물받이공, 바닥보호공, 차수벽 등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함안보는 엄격한 의미에서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함안보 고정보 구간에서 콘크리트 이음부가 어긋나거나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보 아래 모래 유실 등에 따라 부등침하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동강특위는 이밖에 낙동강 준설구간 298㎞ 중 32㎞(전체의 11%) 구간에 대해 수심을 측량한 결과 하천기본계획 단면 기준으로 약 36%가 재퇴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3월 재퇴적 물량은 전체의 3%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재퇴적 물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심 6m까지 준설키로 했던 당초 준설계획이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며 이달 말부터 4대강 전역에 대한 일제 수심 측량을 통해 준설단면과 계획단면이 일치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공은 이에 앞서 지난해 8월31일 함안보 하류의 세굴현상을 발견해 보완공사까지 해 놓고도 지난해 12월 현장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 "보 하류에는 세굴현상이 일체 없다"고 밝히는 등 은폐를 일삼아왔다.

수공은 함안보 보강을 위해 레미콘 차량 1천대분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5천975㎥을 쏟아부었으나, 최근에는 차수벽까지 설치해 수문 보수공사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앞서 5일 낙동강사업 현장을 공중시찰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지리산댐 건설과 강변여과수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모두 낙동강 수질 악화를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며 동부경남과 부산의 상수원인 낙동강 수질관리 대책을 철저히 수립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사설]‘무늬만 민자사업’까지 벌여 국민 주머니 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8일자 사설 '[사설]‘무늬만 민자사업’까지 벌여 국민 주머니 터나'를 퍼왔습니다.
국토해양부 소관 민간투자사업 가운데 6개 대형 사업이 ‘무늬만 민자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기업·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의 출자 비율이 50%를 넘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인데도 ‘민자사업 수익성 보장’을 내세워 이용자들에게 비싼 요금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울산 고속도로 민자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이 100% 지분을 갖고 있고, 신분당선 정자~광교 복선전철 민자사업의 경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80%를 보유하는 등 공공부문 지분이 50%를 넘는 대형 민자사업이 6개에 이르렀다. 민간자본의 투자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참여비율이 낮은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포장돼 있는 것이다. 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효율적으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꾀한다는 민자사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무늬만 민자사업’인 셈이다.

민자사업에는 애초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혈세 먹는 하마’로 비판받아 폐지되면서 민간의 투자가 시들해지자 공공부문이 총대를 메고 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천공항철도처럼 턱없이 부풀린 수요예측을 내세워 건설했다가 이용객이 없어 적자보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공공부문(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이 인수한 사례도 있다.

우선 민간투자가 미미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으로 건설된 시설이면서도 민자사업임을 내세워 이용요금을 비싸게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연금공단이 8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일산~퇴계원의 통행료가 ㎞당 118원으로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남부 구간의 통행료 ㎞당 47원보다 3배 가까이 비싼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분별없이 민자사업을 벌이는 정부의 자세다. 정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민자 도로나 철도 건설이 불가피한 듯이 민자사업을 밀어붙이는 관행이 문제다. 건설비를 민간에 부담시켰다가 운영적자를 메워주느라 더 많은 혈세를 퍼주게 되면 결과적으로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꼴이 된다. 반드시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있다면 정부 재정으로 건설해 국민이 싼값에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 여유가 부족하면 우선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건설하면 된다. 과도한 건설투자 계획을 세운 뒤 민간을 끌어들이고, 민간투자가 부진하면 공공부문에 총대를 메게 하는 식의 ‘건설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KTX '경쟁' 찬성 65%의 허구성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23일자 기사 'KTX '경쟁' 찬성 65%의 허구성'을 퍼왔습니다.
국토부 '민영화' 설문…실제론 민심과 정반대

▲ 국토해양부 공식 블로그 화면

KTX 민영화 반대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과 정반대여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국토해양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64.5%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반대 35.5%)
그런데 22일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같은 사안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하자 반대 여론이 66.0%로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찬성23.1%)
왜 며칠만에 이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요?
국토해양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 추진' 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왜 국토해양부는 '민영화'라는 단어를 사용 안했을까요? 아마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민영화 도입은 부정적인가 봅니다.
사실 몇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동시장 유연성' 설문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경제인, 교수, 정치가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노동시장 혹은 일자리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죠?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은 사실 '비정규직 채용'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죠? 우리 주위에 너무 잘 보이니깐요.
대기업은 사상 유례 없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죠? 88만원 세대가 등장했군요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불황 탓이라고만 합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가능성이 커요. 가까운 미래에 지하철 9호선 요금이 5천원이 되고 새마을호 노선을 사라지만 비싼 KTX만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KTX를 이용하고요. TV에서는 빠른 전철을 이용해서 아주 좋다는 뉴스 보도가 나올지 몰라요. 비싼 요금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지요? 또 민영화가 된 회사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 비정규직화하고요.
기업들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게 구조조정이니깐요. '철도 경쟁체제 도입' 하면 어찌될까요? 요금도 요금이지만 KTX에서 근무하시는 직원 분들 걱정이 앞서네요.
국토해양부의 '민영화' 단어가 빠진 KTX 민영화 여론조사가 소셜네트워크(SNS) 여론과 인터넷에 알려지자 국민들이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꼼수부리지 말고 KTX민영화계획 철회하라!", "사대강부터 KTX 민영화까지…. 이런 XX같은 정부", "이명박 정권은 왜 이리 꼼수가 많은지, KTX민영화 찬성이 65%라고 라디오 인터뷰 하기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쩝"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3일 정부의 KTX 민영화에 대해 "정부가 철도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민영화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반대했네요.
한편,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자에 의한 국내 인프라의 잠식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건 시설투자가 아니라, 15년간 운영권을 주는 문제다. 현재까지 보면 외국자본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며 "외국자본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수출해서 먹고 사는데 외국자본을 막는 게 도움이 되는가"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네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외국자본으로 론스타 사태 아시죠? 은행뿐만 아니라 항만, 기차, 전철, 도로에서 론스타 사태와 비슷한 일이 터져도 괜찮은 가요? 당장은 도움이 되니깐?
파워트위터리안 허재현(@welovehani)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KTX 민영화의 본질은 국민재산을 사기업에 넘기는 사유화입니다. 정부는 임대라고 얘기하며 물타기중이나 중요한 건 운영수익을 누가 가져가느냐 입니다. 핵심은 국부유출입니다" 며 국토해양부의 입장을 비난했습니다.
모두가 '안돼!'라고 외치는 KTX 민영화 사업. 국부유출 하면서까지 돈 벌고 싶으시면 계속 해보세요.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KTX 민영화, 여전히 고속 추진중


이글은 시사인 2012-04-18일자 기사 'KTX 민영화, 여전히 고속 추진중'을 퍼왔습니다.
정부는 총선 직후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고 6월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그 이유가 뭘까? 정부는 코레일 적자 등을 이유로 들지만 ‘공공성 비용’을 따지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수서발 민영 KTX가 개통된 지 5년째인 2020년 봄. 당신은 목포행 KTX를 타러 ‘수도권 광역 교통의 허브’라는 수서역에 간다. 자동 매표기(매표소는 인건비 절감 명목으로 사라졌다) 앞을 서성이는 당신에게 50대 남자가 쭈뼛거리며 말을 건다. “광주 가는 KTX표 싸게 드릴 테니 서울역으로 가시죠.” 이 남자, 알고 보니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직원이다. 5년 전(2015년) 민영 KTX 개통 이후 코레일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면서 새마을, 무궁화와 지선(경부선·호남선 등의 본선을 외곽 지역으로 잇는 철로) 등 적자 노선의 운행 횟수를 줄이고 일부 역은 폐쇄했다. 코레일은 대규모 정리해고 및 외주화를 시행했고 이에 따른 노사분규도 잦았다. 그러자 코레일은 사내에서 ‘우리 KTX 태우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직원들의 ‘승객 유치’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50대 코레일 직원이 서울역에서 수서역까지 ‘출장’ 나온 슬픈 이유였다.

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 말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KTX 분할 민영화’에 따라 가능한 미래이기도 하다.

국토해양부는 4월 총선 직후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그리고 2개월 뒤인 6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한다. 현 정부 집권 기간에 철도 민영화 ‘대못’을 박자는 것일까. 


이 정권 안에 ‘KTX 민영화’에 ‘대못’ 박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철도 관련 시설의 소유와 운영은 오로지 국가(공기업)의 몫이었다. 2000년대 초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철도 민영화가 정책 과제로 제기된 적은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백지화되었다. 대신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철도청(교통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철도 관련 시설을 소유 및 운영)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분리했다. 시설공단의 역할은 철도 소유 및 투자·건설이다. 코레일은 철도 운영 및 이에 관련된 여러 서비스를 도맡아왔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역의 한 승강장. 정부는 KTX 일부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길 작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KTX 민영화를 제기한다. 이른바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 현재 공사 중인 수서-평택 간 고속철도는 2014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새로운 구간은 평택을 기점으로 기존 경부선·호남선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과 목포로 이어진다. 이 구간의 열차 운영권을 공기업인 코레일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보고 내용이다. 이 방안이 관철되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은 코레일이,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2015년부터) 민간 사업자가 각각 맡아 운영하게 된다. 그야말로 운영권을 ‘분할’해서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논리는 한마디로 코레일이 열차 운영을 독점하는 바람에 방만한 경영, 과도한 적자, 불친절한 서비스,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민간 기업을 철도 운영에 끌어들여 코레일과 경쟁하게 함으로써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민영화’라는 비난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KTX 경쟁 도입을 민영화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설사 수서발 KTX를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해도, 철도 관련 시설은 여전히 국가 소유로 남아 있으니 민영화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나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는 “일반적으로 철도 민영화는, 철도 시설의 ‘소유권 이전’은 물론 민간 참여와 경쟁 도입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라고 말한다. 

국토해양부가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부실화이다. 그런데 코레일은 정말 부실한 기업일까.

코레일은 부실기업인가코레일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 규모가 2008년에 7374억원, 2010년에 5287억원 등이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 처지에선 손실이 크지만’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공공성이 큰) 노선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X 도입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새마을과 무궁화, 수도권-부산·목포를 잇는 본선(간선)에서 지역 곳곳으로 모세혈관처럼 뻗어나가는 지선, 승객이 적은 구간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이런 부문은 운임도 매우 낮다. 전문가들은 코레일 운임이 원가의 70% 정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레일의 여러 사업 중 수익을 내는 부문은 KTX밖에 없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2011년의 경우 3400억원 흑자)으로 다른 적자 노선의 손실을 메운다. 이렇게 보면 적자 노선의 손실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비용(공공성 비용)인 셈이다. 


ⓒ뉴시스 2월4일 열린 KTX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가 2008년 코레일의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 ‘공공성 비용’은 ‘적자 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1900억원),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운임’(6200억원) 등 모두 9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코레일은 영업이익의 31%를 선로 사용료(철로 사용의 대가)로 낸다.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사용료다. 그런데 ‘공공성 비용’을 시장가치로 환산하고, 선로 사용료도 6000억원(현재)에서 3000억원으로 줄이면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1조2100억원 늘어난다. 영업적자(7374억원)보다 5000억원 정도 많다. 이를 코레일의 ‘숨은 수익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의 영업적자를 오로지 ‘경영 비효율’ 때문이라며, 그 대안으로 ‘경쟁 도입’을 내세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철도운송사업 경쟁 도입 관련 업계 설명회’를 열었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4개 민간 사업자가 참여했다. 수서발 KTX 민간사업의 후보 기업들이다. 국토해양부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수서발 KTX의 운임은 코레일 KTX 운임의 90% 이하여야 한다. 더욱이 선로 사용료로 영업이익의 40%를 제시했다. 코레일이 지금 내는 것보다 9%나 높다. 한마디로 민간 사업자는 코레일보다 낮은 운임을 받으면서 더 많은 선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임기 말 무리한 민영화의 명분이 될 것이다.

더욱이 국토해양부에는 이런 명분을 받쳐줄 ‘과학적’ 근거 자료도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교통연구원(정부 출연 연구소)은 수서발 KTX의 하루 이용객이 8만8586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2011년 현재 KTX 전체 이용객은 14만명 정도다). 현재 KTX 운임의 80%만 받아도 민간 사업자가 8.8%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정부의 대규모 토목사업 때마다 이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예측을 다수 발표해왔다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경우 크게 빗나가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인천공항철도다. 당초 교통연구원은 인천공항철도의 하루 이용객을 21만명으로 예측했다. 이 자료에 기반해 정부는 실제 이용객이 예측치의 90% 이하인 경우, 사업자의 예상 수익과 실제 수익의 차이를 메워주는 계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실제 이용객은 1만3000~1만6000명. 이런 추세라면 정부는 계약 기간인 30년 동안 14조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 황당한 사태는 결국 ‘부실기업’ 코레일에게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뿐 아니라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9월 개통된 김해 경전철, 용인 경전철 등에 대해서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수요를 크게 예측해 막대한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아래 표 참조). 용인 경전철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사업 시행자(봄바디어컨소시엄)가 제시한 일방적 데이터에 의거해 교통 수요를 과다계상한 의혹이 있다고 4월5일 발표했다. KTX 민영화 역시 이 연구원의 예측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 KTX에 거액 보조금 줄 수도

그럼에도 수서발 KTX 사업자는 코레일보다 훨씬 유리한 처지이다. 코레일과 달리 민간 사업자들은 수익성 높은 KTX 외에는 적자 노선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즉, 민간 사업자는 코레일을 괴롭히는 구조적적자 요인으로부터 벗어나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대단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민영 KTX가 실제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코레일보다 적은 운임을 받고 더 많은 선로 사용료를 내는 동시에 민간 사업자로서 ‘시장 수익’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간기업의 경우엔 공기업(코레일)과 같은 돈을 빌려도 더 많은 이자(자본조달 비용)를 내야 한다. 그래서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동일한 운영 조건이라면 코레일이 민간 사업자보다 훨씬 요금 인하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공영 KTX는 민간 사업자 수준의 시장 수익을 낼 필요가 없고 자본조달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민영화보다 코레일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우월한 사회적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민영 KTX가 적절한 수익을 못 내는 경우엔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심지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하는 ‘재정낭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시사IN 조남진

수서발 KTX가 코레일과 국내 철도망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레일 처지에서는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KTX 수요가 수서 쪽으로 분산되면서 재무구조가 대폭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새마을·무궁화와 각종 지선 등 적자 노선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경쟁 체제에서 코레일도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운행 횟수 줄이기, 승객 적은 구간 폐쇄 등 철도망의 공공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희 교수는 “비리와 특혜의 음습한 전례를 떠올리지 않고는 정부가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모적인 민영화 논란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때 어설프게 이뤄진 철도 구조 개편을 보완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최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부가 KTX 민영화를 강행하는 경우 4월18일부터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MB정부 "총선 결과 보니…KTX 민영화 추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7일자 기사 'MB정부 "총선 결과 보니…KTX 민영화 추진"'을 퍼왔습니다.
철도노조 "지하철 9호선을 보라…총파업도 불사"

임기 10개월 남은 이명박 정부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권 개방을 위한 사업제안서(RFP)가 이르면 이번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은 총선 전에 "4월 말까지 KTX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확정해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을 마치겠다"고 밝혔었다. 사실상 집권당의 총선 승리를 전제한 발언이었다.

이후 4.11 총선에서 유권자는 집권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넘는 152석을 안겨줬다. 정부 입장에서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실제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와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도 야권에 치우치지 않아 계획대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할 사업제안서에는 요금 인하율 요건이 기존 10%보다 늘어난 15%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 KTX에 대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지분율을 49%로 제한했고, 나머지 51%는 국민 공모주, 철도 관련 공기업, 중소기업 등에게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부그룹 등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12일 KTX 민영화와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당정협의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박근혜 위원장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지 민영화를 먼저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톤을 낮췄다. 등 보수 언론이 "새누리당 비대위가 트위터에 휘둘린다"고 지적한 이후였다.

박 위원장이 KTX 민영화와 관련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철도노조

철도노조 "지하철 9호선을 보라…총파업도 불사"

전국철도노조는 민영화 강행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익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 발악을 할 모양이다.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KTX 민영화를 강행할 태세"라며 "KTX 민영화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총투표를 내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1일에는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가 개최된다.

노조 측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폭탄'을 KTX 민영화의 미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3일 만에 서울시 민자도시철도인 '서울메트로 9호선'은 운임 500원 인상을 공고했다. 지하철 요금이 150원 인상 된 지 2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노조 측은 "KTX 민영화 논리에서 국토부, 교통연구원이 가장 중요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하며 국민을 설득했던 서울지하철 9호선이 50% 요금 인상 폭탄으로 돌아왔다. KTX 민영화의 결과는 9호선의 사례와 같다. 민간 운영의 효율성은 고사하고 공기업의 운영보다 못한 결과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박세열 기자 

[사설] KTX 민영화, ‘챙길 것 다 챙기자’는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6일자 사설 '[사설] KTX 민영화, ‘챙길 것 다 챙기자’는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작업을 강행할 모양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안에 사업제안서 요건을 확정하고 신청 공고를 낼 것이라고 한다. 사업자 신청 공고는 케이티엑스 민영화의 출발점이다. 그 뒤 여러 민간사업자들의 경제적 이해가 얽히면 케이티엑스 민영화는 점차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정부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민영화의 명분은 모순투성이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사업에 민간업체를 끌어들이면 서로 경쟁을 해 요금이 내려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틀린 주장이다.
철도는 필수공공서비스이며 자연독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민간사업자는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어 있다. 손실을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떠안고 과도한 이익을 내면 결과적으로 국가로부터 특혜를 보장받는 셈이 된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부실 덩어리였던 민영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국토부의 민영화 구상이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코레일한테는 원천적으로 경쟁여건이 불리해진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케이티엑스는, 정부의 추정으로도 20%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 노선’이다. 민간사업자는 이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반면, 코레일은 적자 노선과 차량까지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만약 코레일마저 경쟁력을 갖추려고 적자 사업을 정리하면 철도의 공공성은 무너진다. 철도 운영 주체가 노선별로 달라질 경우 안전 문제도 생긴다. 일원화된 관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와 같은 국가 기반시설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재산이다. 그 재산을 이용한 사업도 공공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에 충실해야지 함부로 공공재인 국민 재산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챙길 것은 다 챙기자’는 속셈이 아니라면 당장 케이티엑스 민영화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