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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화요일

KTX 쪼개기 조장하는 국책 연구원 '청부 용역'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3일자 기사 'KTX 쪼개기 조장하는 국책 연구원 '청부 용역''을 퍼왔습니다.
[기고] 국토부의 고속철도 민영화 시도와 한국교통연구원

한국 철도의 운명을 가를 5월이 지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 보고와 이어진 기자회견을 통해서 5월까지 수서발 KTX 운영 주체 선정을 포함한 철도 발전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따라 사회적 의견을 모으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한 민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선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날 국토교통부의 소수 철도 정책 담당자가 밀실에서 '철도 개혁안'이란 이름의 정책을 수립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에 비하면 나아진 모양새이긴 하다. 그러나 이 민간 위원회의 구성과 인선 과정을 보면 이것이 과연 민주 정부의 여론 수렴이나 사회적 합의 방식인지 의심스럽다.

5월 말까지라는 한시적 여론 수렴 기구가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 철도 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 전망을 밝히기 위한 논의가 한두 차례의 회의로 가능한가. 유럽과 일본 같은 철도 강국들이 철도 산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했는지 알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진짜 속셈은 무엇인가? 수서발 KTX 운영 주체를 국토부 입맛에 맞게 결정하면서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면피성 절차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민간 위원회 참여 인사들은 모두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선정했다. 단지 공정성이나 중립성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KTX 민영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코레일에서 일부 인사를 추천받고 시민단체 이름을 끼워 넣는 구색만 갖추었다. 이런 민간 위원회는 결국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벗어날 수 없으며 선의를 갖고 참가한 민간 위원들의 명예조차 훼손한다.


▲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KTX민영화저지범대위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철도 민영화 추진 국토부의 여론 조작 꼼수 규탄 및 철도 민영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교통연구원은 어떤 집단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민간 위원들이 기초로 삼아야 할 철도 산업 발전안이 한국교통연구원이 마련한 철도 진단과 미래 전망이란 점이다. 민간 자문 위원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소위원회에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진이 간사로 참여하여 민간 위원들의 입장을 조율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철도·지하철 등 교통 관련 산업에서 겪은 수많은 재앙의 근원에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다. 명색이 국책 연구원이라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의지의 과잉'으로 범할 수 있는 오류 문제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책 연구원의 존재 이유이며,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통연구원의 전력은 어떠한가? 세계 최고로 한적한 철도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인천공항철도부터 최근 개통된 용인 경전철의 문제까지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사회적 손실을 양산한 집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하루 이용객 17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용인 경전철의 실체는 끔찍하다. 용인시는 용인 경전철이라는 '돈 먹는 블랙홀'에 시 재정을 모두 쏟아 부어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황당한 문제가 개선될 여지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용인 경전철 문제는 민간 투자 사업이 갖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종합 세트다. 정치적 성과만을 고려한 무지한 정치인과 사적 이익 확보에만 관심 있는 토건 금융 자본들, 그리고 이들에게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한국교통연구원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시민들을 수렁에 몰아넣었다. 최소한 국책 연구원인 한국교통연구원만이라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서 용인 경전철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 지하철 9호선 민자 CEO →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한국교통연구원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상급 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제공해야만 하는 청부 용역 관행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적 구성에서도 공익적 임무보다는 사적 이익 확보에 어울릴 것 같은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장인 김경철 원장만 해도 2002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서울시 교통개혁단장을 역임했다. 정확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임기와 일치한다. 주목할 점은 2005년 5월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9호선(주)과 실시 협약을 맺는데, 서울시 교통개혁단장은 이 실시 협약의 주요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맺었던 실시 협약이 지하철 9호선(주)에 일방적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난해 지하철 9호선 측의 기습적 요금 인상 추진 과정에서 거세게 제기됐다. 김경철 원장은 서울시 교통개혁단장을 그만둔 뒤 3년 후 베올리아 트랜스포트 코리아의 CEO로 취임한다. 이 베올리아 트랜스포트 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바로 지하철 9호선 운영사이다. 실시 협약과 관련해 줄다리기를 했던 기관의 주요 인사가 협상 상대였던 민간 사업자의 최고 책임자로 등용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교통연구원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철도 경쟁 체제 도입과 수서발 KTX의 민영화를 철도 발전 전략으로 내놓았고, 이에 근거해 추진된 KTX 민영화 문제는 지난해 내내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였다. 수서발 KTX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할 때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뉴스에 출연해 '민간이 운영하는 수서발 KTX는 지하철 9호선처럼 효율적인 철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하철 9호선이 사회 문제가 되고 비난 대상이 되자 국토부가 나서서 KTX 민영화는 서울지하철 9호선과는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만약 9호선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수서발 KTX 민영화의 모델은 지하철 9호선이 되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철도 민영화 문제에 대해 현재의 방식이 아닌 중장기적 발전 전망을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새로운 대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장기적 발전 전망은커녕 지속적으로 재앙을 생산했던 한국교통연구원은 무늬만 다른 청사진을 내놨고, 국토교통부는 이를 바탕으로 밀실 논의를 통해 한국 철도의 전망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행태는 한국 철도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물을 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미 결론이 난 문제에 거수기 역할로 동원될 수 없다며 민간 위원회 참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X 쪼개기는 또 다른 민영화…'밀실 논의' 멈춰야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국토부가 한 역할이라고는 졸렬한 탐색전뿐이었다. 철도 민영화 추진이라는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몇 가지 방안을 흘려 이해 당사자들의 의중을 떠보면서 정치적 부담이 적은 방안을 찾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에 절대로 수서발 KTX 운영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자신들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영화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수서발 KTX 개통은 용량 한계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한국 철도에 최소한의 완결적네트워크를 마련해 철도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도약의 시기에 민영화와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들의 입맛에 맞춰 지속적으로 재앙을 만들어온 한국교통연구원이 설계한 안을 철도 개혁의 방안이랍시고 밀어붙이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진정한 한국 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정책을 두고 열린광장에서 더 많은 사회적 의견을 모아야 한다. 무엇이든 급하게 결정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철도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대안 마련'이라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그들만의 밀실 논의"를 중단시켜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사회적 대립을 부추기고 갈등을 촉발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정부에도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KTX 민영화 밀어붙인 인사가 교통대 총장 1순위 후보?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3일자 기사 'KTX 민영화 밀어붙인 인사가 교통대 총장 1순위 후보?'를 퍼왔습니다.
권도엽 전 국토교통부 장관 거취 논란

이명박 정부 시절 'KTX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1순위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각종 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져야 할 권 전 장관이 오히려 새 정부 들어 요직에 등용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X 민영화 반대 및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권도엽 전 장관이 편협하고 국민 여론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치적 행보를 해 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향후 한국 교통 정책을 이끌고 갈 인재를 양성하는 곳의 총장으로서 심히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통대학교는 철도, 항공, 항만, 자동차 등과 관련해 교통 정책을 생산하는 곳이다.

대책위는 권 전 장관이 "KTX 민영화를 위한 사전 환경 조성을 위해 2012년 내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연구용역 시행, 역사 및 관제권 회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었다"며 "국민 다수가 수서발 KTX 민영화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재벌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퍼주기 위해 철저히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채 오히려 국가권력 기관을 동원하여 국민 여론을 기만하고자 획책한 장본인이 진리를 위해 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 권도엽 전 장관 ⓒ연합뉴스


대책위는 "특히 권도엽 전 장관은 국토해양부의 우월적 관계를 통해 한국교통대학 서○○, 전○○, 이○○ 등과 같은 일부 교수들을 수서발 KTX 민영화 정책 찬성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 활용함으로써 학문의 순수성과 학자적 양심을 훼손하게 만들었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인물이 대학의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는 큰 틀에서 철도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철도 산업 발전 연구가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권 전 장관이 "4대강 사업에 있어서도 안전, 환경 조사 등에 대하여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인사"라며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정면으로 반박을 하는 등 안하무인 태도와 불통으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왔었다"며 권 전 장관이 부적격 인사임을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권 전 장관의 한국교통대 총장 임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은혜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권도엽 전 장관은 2011년 5월 취임 직후부터 4대강 부실 의혹을 덮는 데 급급하였고, 수서발 KTX 민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역사 및 관제권 회수 등을 추진해왔다"며 "이러한 인사가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편향된 방향의 철도 연구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 부대변인은 "특정 권력을 비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동원해온 인사를 한국교통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가 반복되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세열 기자

2013년 4월 4일 목요일

KTX만 떼서 ‘제2철도’? 민영화 꼼수인가


이글은 진실의길 2013-04-04일자 기사 'KTX만 떼서 ‘제2철도’? 민영화 꼼수인가'를 퍼왔습니다.
[집중분석] MB의 민영화 계획과 제목만 다를 뿐 내용 똑같아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겠단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포기한 ‘KTX 민영화 계획’의 표지제목만 바꿨을 뿐 내용은 똑같다.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곧 박 대통령에게 ‘제2철도’ 계획을 보고하고 서둘러 추진할 모양이다.


KTX 떼서 ‘제2철도공사’ 만들다는 새 정부


이명박 정권은 지난해 4월 KTX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다. ‘서울역-부산’(경부선) ‘용산역-목포’(호남선)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KTX노선에 ‘수서발 부산·목포’ 노선을 추가하고, 이 ‘수서발 노선’을 민간기업이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게 계획의 골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방만한 운영과 적자 누적의 원인이 시장 독점에 따른 경영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보고, KTX 노선을 민영화해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KTX 민영화’의 이유였다. 기존 노선을 떼서 민간기업에게 주자니 코레일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고육책으로 생각해 낸 게 ‘수서발 노선’ 신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MB정부가 주장한 ‘수서발 KTX’의 타당성을 그대로 물려받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기업 특혜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민영화’라는 말을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바꾼 것뿐이다. 새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2015년부터 철도운행은 두 개의 공사에 의해 운영되게 된다.


정부의 주장, 타당성 있는 건가?


민영화가 아니라면 복수의 공사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코레일의 시장독점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처방’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주장이 얼마큼 타당한지 한번 살펴보겠다.



‘제2공사’가 설립을 찬성하는 측은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 KTX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제2철도’를 설립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초기 투자비용만 3000~4000억원(코레일 주장)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이 바로 철도산업이다. 승차권 예매발매 시스템 구축, 기관사 등 인력 양성, 사옥 마련, 초기 영업준비금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비용도 부족할 것이다.



새로운 공사 출범 비용은 일종의 투자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승차요금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승객 1인당 대략 5000~6000원 정도의 요금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제2공사’에게 요금을 크게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별반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인천공항과 서울지하철이 모델? 잘못 짚었다


국토부가 복수의 철도공사 설립을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모델이 있다. 한국항공공사와 별도로 설립했던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양분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사례가 그것이다. 크게 잘못된 비교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항공공사가 각각 운영하는 공항과 노선이 중복되지 않는다. 시장이 달라 얼마든지 영업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지하철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도의 경우는 다르다. 여러 열차가 동시에 같은 선로를 달려야 하기때문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서발 KTX’와 현재 운행되고 있는 경부선·호남선KTX의 노선이 90% 가까이 중복된다. 운행시간에 따라 ‘나눠먹기’는 가능할지언정 경쟁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차로를 확장하는 것처럼 선로를 2복선, 3복선으로 깔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외려 ‘제2공사’가 비효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코레일의 설비와 인력 등과는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 설비, 기술, 장비, 시스템 등을 따로 마련하는 데에 따르는 비효율성이 상당할 것이다. 외국에 비해 선로의 총 길이가 짧은 편인 상태다. 나눌 게 아니라 나뉜 것도 합쳐야 할 판이다.


‘제2공사’, 비효율의 함정에 빠질 수도


코레일의 적자가 누적되는 원인이 단지 경영부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용객이 적은 지방노선, 저가운임 열차와 화물운송 분야가 적자를 가중시키는 주범들이다. KTX에서만 흑자가 난다. 코레일에서 KTX사업을 떼어내면 코레일의 부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KTX 사업권은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분야다.



정부는 KTX민영화 사례로 이탈리아의 NTV를 꼽는다. 2012년부터 국영철도인 FS와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고속철도 사업 진출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NTV가 FS의 경쟁체제가 성공을 거둔 것처럼 말한다.


NTV는 출발부터 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2003년부터 화물노선에 민간업체를 참여시켜 점진적인 방법으로 경쟁을 유도해 오며 시행착오를 줄이려 노력했다. 우리처럼 단박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영화 비용 톡톡히 치르고 재공영화한 영국철도


사전 충분한 준비 없이 철도를 민영화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영국의 경우가 그렇다. 신자유주의에 심취해있던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 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다. 영국철도공사가 1개의 선로 회사, 25개의 여객운행 회사, 3개의 화물 운동회사, 3개의 열차임대 회사, 13개의 유지보수 회사로 쪼개진다.


이 과정에서 영국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참여한 기업들 일부는 돈벼락을 맞았다. 선로시설을 독점 운영했던 ‘레일트랙’은 역간 7000~9000억원을 벌어 들였고 여객운송회사들도 큰 돈을 챙겼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5개의 대표적 여객운송회사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무려 4조원에 달했다.



정부와 몇 개 기업이 ‘잭팟’을 터뜨리는 동안 국민들은 치솟은 열차요금과 잦은 철도사고에 시달려야 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사망사고가 6면 발생해 56명이 희생됐다.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비용절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민간기업이 인력과 시설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철도요금도 올라 2배로 튀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영국정부는 다시 ‘네트워크레일’이라는 공기업을 만들어 철도시설을 재공영화하기에 이른다. 원상복구가 이뤄진 셈이다. 재공영화의 효과는 컸다. 사고가 크게 줄었고, 유지보수를 관장하는 기업이 챙겨가던 이윤이 사라지자 비용도 크게 감소했다. 민영화 당시보다 연간 8000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철도 운행 부문을 여전히 민간기업이 맡고 있어 ‘철도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라는 지탄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2공사‘는 KTX 민영화를 위한 꼼수?


KTX만 떼어내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석연치 않는 점이 여럿 발견된다.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기 위해 또 다른 공기업을 만들겠다니 황당할 뿐이다. 동일 노선과 같은 선로위에서 공기업 끼리 경쟁한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코레일이 돈 안 되는 지방노선과 화물노선을 내려놓고 KTX만 운영한다면 어떨까. 수익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 단박에 짭짤한 흑자기업이 될 것이다. 코레일과 경쟁을 붙여서 요금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일종의 ‘꼼수’다. 정부에게 가격 통제권이 있다. 굳이 경쟁을 통하지 않고도 KTX운임 인하는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뭘까. 눈속임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부가 ‘제2공사’ 설립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영화’에 따른 ‘대기업 특혜논란’을 비켜가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공사’는 ‘민영화’의 전단계일 수 있다.


MB정부와 수법이 많이 닮았다. 대운하 구상이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우회하기 위해 운하 수준의 공사를 강행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으로 위장하지 않았던가. 수심 6m와 댐 수준의 보가 그 증거다.


박근혜 정부도 KTX 민영화 반대여론을 우회할 목적으로 ‘제2공사’ 설립을 들고 나왔다. 민영화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건가.

육근성

2012년 8월 2일 목요일

[사설]KTX 뭐가 문제인지 정말 국민은 궁금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1일자 사설 '[사설]KTX 뭐가 문제인지 정말 국민은 궁금하다'를 퍼왔습니다.

KTX 안전사고가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최근 두 건이나 잇따라 발생했다. 둘 다 핵심 부품의 고장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평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관리 상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잘 보여준다. 찜통더위 속에 승객들은 불안으로 떨어야 했다. 코레일이 그동안 몇 차례나 발표한 KTX 안전관리 대책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레일은 최근의 잇단 사고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안전 불감증을 강하게 질책하자 어제 서둘러 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런 코레일에 신뢰가 통 가지 않는다. 코레일은 일회성·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국민에게 KTX의 안전 운행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총리의 질책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코레일이 이번에 발표한 KTX 안전사고 방지 대책의 핵심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부품을 모두 바꾸고 올해 말까지 ‘한국형 운전취급 및 중정비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주요 부품에 문제가 있으면 제때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형 매뉴얼 작성은 얼핏 보면 뚱딴지같은 말로 들린다. 코레일은 8년 전 프랑스 테제베(TGV)를 도입한 뒤 TGV 중정비 매뉴얼을 적용해 왔으나 한국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프랑스보다 습도가 높고 언덕길이 많아 부품 노후화가 프랑스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는 만큼 교체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면 누구라도 한국형 중정비 매뉴얼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매뉴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만드는 시기에 있다. 코레일이 TGV를 도입한 지 8년이 지나서야 두 나라의 지형과 기후 차이를 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KTX의 안전사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부품의 문제인지, 정비 인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문제인지 정밀 진단할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서는 도대체 코레일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프랑스와 기후와 지형이 달라 부품이 얼마나 조기 노후화되고 있는지도 충분히 검증돼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KTX 승객이 목적지에 내린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일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2012년 5월 8일 화요일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7일자 기사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을 퍼왔습니다.
[기고] 지하철 동일요금체계 깨는 민영화

지하철 9호선이 발화시킨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는 껍질을 벗기면 벗길 때마다 그 참혹한 실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 없이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암세포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사회 전반에 탐욕의 블랙홀이 뚫려 버렸다. 권력과 의회와 자본이 하나가 되어 합법적으로 진행된 서민 주머니 털기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아무 탈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자정기능과 능력이 형편없이 소진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특히 민간투자사업의 실행과정에서 주도하는 측의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공표했던 일부 언론이 이제 와서 심판관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공공부문의 몰락은 사회 양극화의 급행열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통한 효율화이다. KTX 민영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국토부의 관료들도 경쟁을 통해 독점의 폐해로부터 철도를 구원하겠다는 것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결과는 결국 독점으로 귀결된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몰락할수록 승자는 더 힘이 세지고 과점과 독점으로 이어져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좀먹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국가는 시장경제체제의 효율성을 살리는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독점의 비효율을 막아야만 하는 이율배반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경쟁을 촉진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 외에 카르텔이나 독점의 방지를 위한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나라마다 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시대는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는 사회적 인프라를 국가의 몫으로 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들여 구축했다. 사회간접자본(SOC)이라 불리는 기반시설들은 거대한 투자비와 그 사회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됐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SOC분야는 경제성장을 촉진 시키는 것 외에 국가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교육, 에너지, 이동권 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이에 따른 이윤율 하락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이윤 창출 창구를 요구했고 마침내 사회기반시설부분의 장악을 통한 이윤확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거대하게 성장한 산업금융복합 자본들은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으로 정부의 역할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테마인 '작은 정부', '민영화(사유화)'의 회오리가 전 세계에 자본주의를 구할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었고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그 깃발의 선두에 섰던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안은 없다며 폭력적으로 진행된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바로 공공부문의 해체를 통해 구현되었다. 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의 분쇄, 경쟁을 통한 승자 독식의 패러다임이 진행되는 동안 눈에 보이는 실물 경제지표의 반짝 효과와 단기 호황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고 사회는 이미 대세로 굳어진 신자유주의 흐름에 밀려 갈 뿐이었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본은 위기를 극복하고 일부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국가의 경제지표도 향상되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열매는 국가의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거대자본에 집중되었고 어두운 그림자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몫이 되었다.복지혜택의 축소, 실업, 물가고 등으로 사회전체는 급격하게 양극화의 물살을 탔다. 20:80의 사회라고 불리던 것이 10:90으로 마침내 1:99라는 상징적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무너지는 공적 시스템과 그에 비례해서 확장되는 사적 이윤체제는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좀먹는 가장 큰 해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위장한 민영화

한국에서 민간투자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 되면서였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최초의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니 메니지먼트(PM)니 등의 생소한 용어들이 새로운 경영기법인 것처럼 등장했다. 민자사업은 민영화의 위장잠입(UNDERCOVER)형태이다. 민자사업은 그 대상을 사회간접자본으로 삼아 광범위하게 추진되었다. 포항제철처럼 완결적 구조의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전통적인 민영화 방식이 아니라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운영권만 확보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런 이유로 민자사업은 사적기업의 이윤창출 도구로 기능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가 관리하고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여기에 가장 큰 함정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기반시설 전반에 걸쳐 사회적 자산이 사적 수익 창출의 도구로 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조용하고 서서히 진행되었는데 정부가 촉진하고 법이 보장하면서 당연하고 자연스런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처럼 보이게 했다. 이것은 끓는 물에 닿은 개구리가 놀라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에 부담을 전가했고 그 결과 오늘 날과 같은 숨 막히는 민영화의 압박에 노출되게 된 것이다.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수서발 KTX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고 민간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까지 약 8일간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러분께서는 수서발 KTX운영을 외주화 할 경우 수서발 KTX의 운임이 인하되고 서비스가 좋아질 거라 생각 하십니까?"라며 아예 질문항목을 외주화로 바꾸어 버렸다. 어떻게든 민영화란 프레임을 바꿔보려는 몸부림이다.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 영국의 현재 모습이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방식이다. 기반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민간이 일정기간 운영권을 갖고 재계약 여부에 따라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논리라면 영국의 철도는 민영철도가 아닌 셈인데 이런 주장은 국제적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철도는 민영화 초기 시설과 운영을 모두 민간에 매각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지난 2002년 국토부(당시 건교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철도의 민영화 모델은 실패한 영국의 모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영국철도는 민간에 매각했던 시설부분을 정부가 인수하면서 재공영화 되었고 지금 국토부가 추진하는 방식의 구조로 자리잡았다.

철도 민영화와 구조개편 방안을 제출 했던 세계은행은 민간 참여의 방법으로 9가지를 제시했는데 "국가소유 기업에서 운영분야의 개방, 사업권 분할, 서비스 공급계약, 경영위탁계약, 사업권 승인" 등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세계은행이 말하는 민영화의 핵심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민자사업처럼 가면을 쓴 채 민영화란 맨얼굴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미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철도노조

공기업의 비효율을 민간의 효율로 극복한다고?

국토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민간의 효율성'이란 말은 언뜻 보면 당연한 명제인 것 같지만 근본주의적 한계를 갖고 있다. 종교적이든 경제적이든 근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오류주의이다. 우리가 항상 옳다는 신념은 결국 상대에 대한 폭력적 제압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민간은 정말 효율적인가?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효율적인 민간은 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몰고 온 것은 누구인가? 문어발식 확장, 부당한 내부거래, 무리한 인수합병, 탈세와 위장 증여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의 주범은 바로 민간 기업이 아닌가? 게다가 민자사업 전반에서 드러난 민간기업의 행태는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팽개쳐버리고 있다. 정부의 막무가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 민간의 탐욕이 만났을 때 민간이 효율적이란 말은 얼마나 허망한 신기루인지 최근의 사태가 잘 보여준다.

민간의 효율성에 대응하는 말이 공기업의 비효율이다. 공기업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정부당국의 주장은 이제 신앙에 가깝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말로 비효율적인가?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공기업은 그 특성상 내재적인 효율성을 이미 담지하고 있다. 투자자와 관리자가 납세자인 시민의 대행자인 정부나 지자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효용은 모두 시민들의 몫으로 환원되게 되어있다. 특정한 사적인 투자자나 주주 분의 수익을 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비효율은 관리 대행체제를 맡은 정부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4대강 사업 같은 공기업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정권의 치적을 위해 강요당하는 사업시행, 퇴임 후 고위 관료들의 노후 보장수단, 심지어는 민간기업의 부실 떠안기 등 공기업의 제 기능을 방해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제어할 시스템을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정부가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 박사나 노엄 촘스키 같은 석학도 입을모아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침투한 악성 바이러스, 민영화

지하철9호선과 수서발 KTX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거대 네트워크망의 일부분이고 또 그 부분만 최초로 들어온 민간기업이라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울시의 필수 교통수단이다. 여러 개선할 지점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철 노선 전체가 단일한 체계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관계된 지하철 시스템은 5개의 운영기관이 있음에도 상호간 연계와 환승이 가능하고 동일한 요금체계로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민간이 들어온 부문만 9호선처럼 요금인상 압박을 하거나 신분당선은 아예 비싼 요금(기본요금 1750원)을 받고 있다. 궤도교통의 다른 대체제가 없는 필수 기반시설에 대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일부 특정 시민들만 더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일이 한시적이거나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보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민자사업이나 민영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체가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기에 어느 특정 부분의 성과나 손실이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네트워크망의 일부에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수 있는 악성 바이러스가 침투했고 이것이 전체를 감염시키려 하고 있는 게 지하철 9호선이고 KTX 분할 민영화의 본질이다. 이 문제를 치료할 백신은 분명하다. 지하철 9호선은 시민의 것으로 환수하는 것이고 수서발 KTX의 민영화 추진을 당장 중지시키는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5월 2일 수요일

국토부 ‘KTX 여론조작’ 의혹…“온라인도 명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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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플 “공무원들 트윗 알바로 전락시켜” 비판 쇄도

‘수서발 KTX’의 민영화 움직임과 관련, 국토해양부가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트위터에 긍정적인 글을 쓰도록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여론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일이다.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는 국토부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손가락으로 해를 가려라”(eks****), “구토 나게 만드는 국토부”(bulko****), “참 애잔하다”(multison****), “작작 좀 하지”(maka****), “그 비싼 공무원들을 트윗 알바를 시키다니!”(neog****), “제 정신인가?”(iskra****), “누굴 위해서 그러는지”(jsww4***)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ocu***’는 “이 정권에서 관직을 받았던 사람들을 동판에 새겨 역사에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dsdsds****’는 “정말 이 정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welovehan)는 “트위터의 RT 기능을 전혀 모르는 한심한 지시”라고 꼬집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SNS를 소통의 도구가 아닌 일방적 선전홍보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결국 온라인까지 명박산성을 쌓고 있는 셈”이라고 논평했다.

SNS 전문가인 정광현 볼리우드 미디어 대표(@hangulo)는 “국토부는 그 뛰어난 공무원들을 트윗 알바로 전락시켰구나. 자괴감을 느꼈을 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KTX민영화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이기에 그런 무리수까지 두나. 알바업체 쓸 돈도 없었냐? 아. 강바닥에 쏟아부어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mediamongu)는 “우와! 드디어 국토해양부가 '여론조작' 그랜드슬램을 달성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KTX 민영화 관련 기사에 찬성 댓글달라 지시, KTX 민영화 찬성 의견 유도하는 설문조사 실시, 직원들에게 트위터 개인 계정으로 KTX 민영화 홍보하라 지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thundel)는 “좋으시겠다. 근무시간에 트위터도 할 수 있고...”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주호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조직국장(@seojuho)는 “전 공무원의 가카 찬양 알바부대화!”라고 촌평했다.

(한겨레)는 “1일 입수한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 문건을 보면, ‘소속 직원의 절반 이상이 매일 트위터 홍보 실시. 100명이 근무하는 기관인 경우 매일 50명 이상이 트위터 홍보 실시’라고 적혀 있다”며 “이 문건은 국토부가 최근 본부 실·국 및 소속기관들에 보낸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문건의 맨 앞부분에는 ‘우리 부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해 철도 경쟁체제 홍보 지시(장관님)’라고 적혀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홍보를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특히 문건에는 ‘국토해양부 계정 트윗을 개인 계정으로 리트윗’하라고 지시했다.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면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KTX 민영화에 찬성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론조작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문건은 ‘전일 16시부터 당일 16시까지의 홍보실적을 17시까지 철도정책과로 제출’하도록 했으며, ‘18시까지 장차관님께 1일 트위터 동향 보고’라는 말도 적혀 있다”며 “문건에는 트위터 홍보 요령과 함께 트위터에 쓰면 좋을 문구 40개도 제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구 가운데는 ‘KTX 경쟁도입은 고속철도 선로를 독점 공기업 외에 민간에도 빌려주는 것일 뿐 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왜 우리는 세금으로 코레일 노조의 비싼 월급을 보조해 줘야 하는가? 파업 잘하라고? 힘내서 시위하라고?’ 등의 표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KTX 홍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하라는 의미였다”며 “홍보실적 보고 등이 강제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커 곧바로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여론조작에 나서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1970~80년대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서슴지 않은 셈”이라고 국토부를 비난했다.

이 신문은 “리트윗 내용과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소속기관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찬성의 주체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뻔하다”며 “국토부의 행위는 참으로 어이없고 유치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겨레)는 “정부가 민간인을 가장해 찬성 여론을 홍보하려 한 것 자체가 민영화의 부당성을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KTX 민영화 구상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강우종 기자

KTX 민영화 찬성글 예시문 써주며… 국토부가 ‘트위터 도배’ 지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기사 'KTX 민영화 찬성글 예시문 써주며…국토부가 ‘트위터 도배’ 지시'를 퍼왔습니다.

소속기관 49곳에 문건 보내
이후 개인계정에 똑같은 문구 올려

국토해양부가 케이티엑스(KTX) 민영화를 찬성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라고 소속기관 49곳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가 입수한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 문건을 보면, ‘소속 직원의 절반 이상이 매일 트위터 홍보 실시. 100명이 근무하는 기관인 경우 매일 50명 이상이 트위터 홍보 실시’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국토부가 최근 본부 실·국 및 소속기관들에 보낸 것이다.
이 문건의 맨 앞부분에는 ‘우리 부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해 철도 경쟁체제 홍보 지시(장관님)’라고 적혀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홍보를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문건에는 ‘국토해양부 계정 트윗을 개인 계정으로 리트윗’하라고 지시했다.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면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찬성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론조작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문건은 ‘전일 16시부터 당일 16시까지의 홍보실적을 17시까지 철도정책과로 제출’하도록 했으며, ‘18시까지 장차관님께 1일 트위터 동향 보고’라는 말도 적혀 있다.
문건에는 트위터 홍보 요령과 함께 트위터에 쓰면 좋을 문구 40개도 제시돼 있다. ‘KTX 경쟁도입은 고속철도 선로를 독점 공기업 외에 민간에도 빌려주는 것일 뿐 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라는 내용부터 ‘왜 우리는 세금으로 코레일 노조의 비싼 월급을 보조해 줘야 하는가? 파업 잘하라고? 힘내서 시위하라고?’ 등 철도노조를 음해하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부터 25일 사이 트위터에는 개인 계정으로 예시문과 똑같은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많은 국민들이 케이티엑스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여론조작에 나서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케이티엑스 홍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하라는 의미였다”며 “홍보실적 보고 등이 강제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커 곧바로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토건금융 재벌 대 시민, '쩐의 전쟁'? 현대판 봉이 김선달, '민자' 전성시대


이글은 레디앙 2012-04-23일자 기사 '토건금융 재벌 대 시민, '쩐의 전쟁'?현대판 봉이 김선달, '민자' 전성시대'를 퍼왔습니다.
[기고] 박원순, 9호선 투쟁 지지를…민주 후보 공약에 경악

1994년 8월 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된다. 이것이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주목 받게 된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법'의 모태이다.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1995년 한국 최초의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이른바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였고, 이에 따라 지금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됐다. 신공항의 민자사업 추진 이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 유치는 대폭 확대된다.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반대, KTX 민영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민자'의 전성시대
한국경제는 중공업,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경제적 도약을 끊임없이 이뤄왔다. 그러나 SOC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성공 신화와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도로건설 위주의 정책은 균형적인 국토 발전과 산업 발전의 장애요소로 다가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SOC 분야 시설 규모는 선진국 대비 45%의 수준이어서 매출액 대비 10%에 불과한 선진국보다 높은 19%에 달하는 물류비는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량 한계에 다른 철도 수요를 감당할 고속철도의 건설,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의 신설, 내륙 곳곳의 고속도로망 확충 등 광범위한 SOC 투자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법이 만들어져 민간사업이 추진되었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민간자본 유치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민간의 투자유치를 더욱 촉진시키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자본 유치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전면개정 법률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탄생한다.
이후 민간투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투어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도입된 재정조달 기법이 ‘프로제트 파이낸싱(PF)’으로 장기자금의 조성과 위험 분산을 위해 국제금융부문에서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PF란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 수익을 담보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한다. 이 방식은 민간 사업주의 현재 물적 가치나 신용 등을 고려치 않고 가상의 미래가 담보하는 수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된 ‘최소운영수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민자투자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건설 과정 등 실제 운영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업자의 수익 보전을 위한 과도한 수요 예측을 일상화시키게 되고, 이를 근거로 PF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결국 손실은 최소운영수익 보장제에 의해서 보존받아 손해보지 않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은 그동안 정부의 끊임없는 민간투자 확장 방침에 따라 잦은 개정을 반복해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학교, 복지, 보건의료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사적 자본의 이윤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및 처분 혜택, 토지취득 및 보상에 대한 혜택, 각종 지원제도 등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은 그 어떤 투자 대상보다도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완벽한 투자 사업이 됐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에 공공적 영역이 감소하고 사적 이윤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재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권의 선언이었다.
사실 지하철 9호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민자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대체 수단이 없는 유일한 필수 공공시설임에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용 요금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요금인하 대책위’까지 만들어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뱃길도 대체도로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코미디 같은 판결로 토건재벌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톨게이트에서 동전보따리로 통행료 내기’ 같은 저항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횡포를 고발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다시 공영화된 사연
현재 진행중인 KTX 민영화 추진 논리와 같이 민간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영으로 새로운 철도경영의 모델을 보여주겠다던 인천공항철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예측 수요의 7%라는 경이적인 이용률을 보이며 세계 최고의 한적한 철도라는 조롱을 받았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1조2천억의 적자를 철도공사에 떠넘기며 다시 공영화되었다.
그런데 이 공영화 과정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시민들의 세금이 또 낭비될 뻔했다. 2009년 3월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출자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인 현대컨서시엄의 행태다. 현대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인천공항철도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준에서 민자사업과 관계 규정에 따라 금융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5월 현대는 정부 승인을 전제로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국토부는 전문기관 연구 및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현대의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인프라투융자사에 매각하려 했던 기존 건설사 출자 지분을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금융권에 지분 매각 이후에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가 밝힌 이유였다. 만약 이때 현대의 의도대로 인천공항 철도가 민간 투융자사에 넘어갔다면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정치권력과 토건금융족 유착
이처럼 민간투자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은폐되거나 외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권력이 토건족이나 금융자본과 밀접히 유착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박원순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측에서 ‘지하철 9호선의 경영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이번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시민 우선 정책을 시정의 제1로 삼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아니었으면 유야무야 끝났을 일이었다.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장악한 정치지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 출신 일부 지자체장의 추진 정책이나 특히 지난 총선 때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경인선 지하화를 약속하면서 민간투자법에 의한 재정조달 방안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실상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그만큼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권을 나누는 무리와 한 통속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선에서 진정으로 민심을 얻으려면, 그리고 진정으로 99%의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지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9호선의 문제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최소운영수익보장제나 주주사의 높은 이자비용 챙기기 같은 문제는 많이 다루어 졌으니 지하철 9호선의 사업구도를 분석해 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민간경쟁체제의 진면목이 보인다. 



적자 노선에도 재벌 높은 순익 보장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Metro 9호선 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9호선 사업권의 총괄 주체가 된 ‘Metro 9호선 주식회사’는 ‘9호선 운영주식회사’와 9호선 운영과 유지보수 협약을 체결한다. 대주주인 현대 로템은 베올리아사와 협약을 맺고 함께 운영회사에 출자한다. 베올리아사가 대주주인 ‘9호선 운영주식회사’는 현대로템을 주축으로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위 표와 같이 중층적 다단계로 서로 얽히고 설킨 채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9호선 운영체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은 다 뽑아 가면서 책임은 면하는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후 실질사업 수익률을 8.9% 보장한다"는 협약에 따른 최소수익 보장분과 공공할인 분으로 ‘Metro 9호선 주식회사’에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715억 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손실분이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지하철 9호선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운영사는 만만치 않은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는 2009년 개통 이후 72억의 순이익을 챙겼다. 운영사 지분을 8:2로 나눠갖고 있는 베올리아와 현대는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 2천만원과 8억 8천 만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투자액 대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또 이런 수익에 대해 법인세조차 단 한 푼도 걷을 수 없는 제도상의 맹점까지 활용하는 선진기법을 보여준다. 깨알같이 알뜰하게 시민의 세금을 챙겨가는 효율적 경영시스템속에 이용 시민들은 환승할인 혜택도 못 받고 혼잡시간 증차 요구도 묵살 당하면서 요금은 더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세금으로 재벌 이익 챙겨주는 블랙홀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여 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자사업과 관련해 수많은 공청회나 학술회의가 열렸지만 화려한 프리젠테이션과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속에서 민자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제까지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져 있던 민간투자사업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졌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뜻을 물어 9호선의 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 공적운영 체제로 유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훨씬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필수적 기반시설인 지하철은 선진경영기법이라는 미명아래 겉으로는 손실을 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세금을 빨아들이는 민영화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은 일본 동경도 등의 경우처럼 독립적 단일 노선이 많은 게 아니라 모든 노선이 서로 환승이 가능하고 전체가 일원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으므로 이 망의 균질적 발전이 가장 효율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과도한 혜택, 감시의 부재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 받았다. 하나는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혜택과 감시기능의 부재, 준비, 시행,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대상에 대한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도시 지하철이나 국가 간선 철도망, 고속도로 망 등 필수기반시설의 민영화나 민간투자유치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모색될 수 있겠다.
남은 하나는 도시철도 망에 대한 장기적 정책 추진 방향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도시 철도는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9호선 운영사, 신분당선 등 여러 운영기관이 있다. 이들 다양한 운영기관의 효율적 통합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영회사로서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공동망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이질적인 환승 및 요금체계를 만들게 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 민영 지하철회사의 재공영화나 공공적 역할의 강화는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시민친화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토건금융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를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켜줘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하철은 재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박흥수 /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소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KTX '경쟁' 찬성 65%의 허구성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23일자 기사 'KTX '경쟁' 찬성 65%의 허구성'을 퍼왔습니다.
국토부 '민영화' 설문…실제론 민심과 정반대

▲ 국토해양부 공식 블로그 화면

KTX 민영화 반대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과 정반대여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국토해양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64.5%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반대 35.5%)
그런데 22일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같은 사안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하자 반대 여론이 66.0%로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찬성23.1%)
왜 며칠만에 이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요?
국토해양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 추진' 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왜 국토해양부는 '민영화'라는 단어를 사용 안했을까요? 아마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민영화 도입은 부정적인가 봅니다.
사실 몇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동시장 유연성' 설문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경제인, 교수, 정치가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노동시장 혹은 일자리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죠?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은 사실 '비정규직 채용'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죠? 우리 주위에 너무 잘 보이니깐요.
대기업은 사상 유례 없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죠? 88만원 세대가 등장했군요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불황 탓이라고만 합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가능성이 커요. 가까운 미래에 지하철 9호선 요금이 5천원이 되고 새마을호 노선을 사라지만 비싼 KTX만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KTX를 이용하고요. TV에서는 빠른 전철을 이용해서 아주 좋다는 뉴스 보도가 나올지 몰라요. 비싼 요금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지요? 또 민영화가 된 회사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 비정규직화하고요.
기업들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게 구조조정이니깐요. '철도 경쟁체제 도입' 하면 어찌될까요? 요금도 요금이지만 KTX에서 근무하시는 직원 분들 걱정이 앞서네요.
국토해양부의 '민영화' 단어가 빠진 KTX 민영화 여론조사가 소셜네트워크(SNS) 여론과 인터넷에 알려지자 국민들이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꼼수부리지 말고 KTX민영화계획 철회하라!", "사대강부터 KTX 민영화까지…. 이런 XX같은 정부", "이명박 정권은 왜 이리 꼼수가 많은지, KTX민영화 찬성이 65%라고 라디오 인터뷰 하기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쩝"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3일 정부의 KTX 민영화에 대해 "정부가 철도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민영화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반대했네요.
한편,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자에 의한 국내 인프라의 잠식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건 시설투자가 아니라, 15년간 운영권을 주는 문제다. 현재까지 보면 외국자본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며 "외국자본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수출해서 먹고 사는데 외국자본을 막는 게 도움이 되는가"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네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외국자본으로 론스타 사태 아시죠? 은행뿐만 아니라 항만, 기차, 전철, 도로에서 론스타 사태와 비슷한 일이 터져도 괜찮은 가요? 당장은 도움이 되니깐?
파워트위터리안 허재현(@welovehani)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KTX 민영화의 본질은 국민재산을 사기업에 넘기는 사유화입니다. 정부는 임대라고 얘기하며 물타기중이나 중요한 건 운영수익을 누가 가져가느냐 입니다. 핵심은 국부유출입니다" 며 국토해양부의 입장을 비난했습니다.
모두가 '안돼!'라고 외치는 KTX 민영화 사업. 국부유출 하면서까지 돈 벌고 싶으시면 계속 해보세요.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설득력 없는 정권말 ‘KTX 민영화’ 밀어붙이기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설득력 없는 정권말 ‘KTX 민영화’ 밀어붙이기'를 퍼왔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는 물론 여당의 견제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법 개정 사안이 아니므로 (정치권이 반대하더라도) 정부 의지로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며칠 전 새누리당이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서신을 보냈음에도 지난 19일 ‘수서발 KTX 운송사업 제안 요청서’ 최종안을 발표해 민영화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사업자 선정 시기에 대해서는 애초의 ‘상반기 중 선정’ 방침 대신 ‘준비기간을 감안해 선정할 계획’이라며 모호하게 넘어갔다. 일방적 추진, 졸속 추진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국토부가 2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KTX 민영화 정책의 새 이름 공모에 나선 것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피해보려는 얄팍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국토부 산하 철도시설공단이 직원들에게 인터넷 포털 등에 민영화 찬성 댓글을 달도록 해 찬성여론 조작에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KTX 민영화 방안의 핵심은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수서~부산, 수서~목포 KTX 구간 운영을 15년간 민간에 임대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운영권만 주는 것이므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지만 시설 매각만이 민영화라는 논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15조원 혈세로 건설한 철도 인프라의 운영권만 민간 기업에 넘겨 15년 동안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계획이 특혜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 철도 차량도 철도시설공단이 사들여 빌려주게 돼 민간 기업은 막대한 자금 부담 없이 KTX사업에 발을 들여놓는다. 국토부는 컨소시엄의 대기업 지분을 절반 이하로 줄여 특혜의혹을 불식하겠다지만 어떻게 하든 알짜노선 운영권을 넘겨줘 민간 기업의 배를 불리는 구조는 피할 수 없다.

국토부는 KTX 요금인하 효과를 전면에 내세워 민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선로 사용료도 철도공사보다 더 많이 받아내고, 요금도 현행보다 10% 이상 낮춘다는 것이다. 수익을 최우선하는 민간 기업이 선로 사용료도 많이 내고, 요금도 낮추려면 비정규직 확대 등 인건비 절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운행 안전을 포함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담보로 한 요금인하인 셈이다. 

알짜노선을 넘겨준 철도공사의 수입 감소분은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수서발 KTX 이용자가 보게 될 요금인하 혜택을 위해 국민의 세금부담은 늘게 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TX의 민영화가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체제 도입’이란 명분 아래 국가기간 교통망의 흑자노선만 떼어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넘겨주려는 시도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2012년 4월 22일 일요일

KTX 민영화 반대 집회 개최... 3000여 노동자들 "감옥 가더라도 막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21일자 기사 'KTX 민영화 반대 집회 개최... 3000여 노동자들 "감옥 가더라도 막겠다"'를 퍼왔습니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철도가 넘어가면 병원도, 교육도 넘어간다. 재벌과 외국자본이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한다. 해고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감옥에 가는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민영화를 반드시 막겠다.”

폭우를 뚫고 전국에서 모인 3000여 철도 노동자들이 “KTX 민영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21일 전국철도노조는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KTX 민영화 저지, 철도 공공성 강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86%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된 직후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의 교통기본권인 철도를 기업들에게 팔아넘기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이영익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재산을 1% 자본, 외국 자본에게 퍼주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매국’을 할 수 없도록 민영화를 폐기할 때까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이명박 정부는 사업자 선정을 늦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저부터 해고를 결심해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10년전 정부가 철도를 판매하려고 할 때 이 자리에서 '국민 철도'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독립군의 심정으로 민영화를 막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전국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과 통합진보당 노회찬 국회의원 당선자 등 정치인이 참여해 정부에 ‘민영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회찬 당선자는 “'KTX 민영화 저지'는 정권에 대한 심판을 넘어 국민들의 미래를 만드는 우리의 행동”이라며 “(4.11 총선에서) 강경진압과 대량해고의 책임자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낙마시켰던 것처럼 철도 민영화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국민의 철도를 자본에게 뺏길 순 없다"며 "정부가 KTX 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총파업으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노조 집행부를 쟁의대책위로 전환하고 총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철도노조는 ▲정부의 사업자 공모시 전 조합원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 ▲각 지방본부는 권역별 결의대회, 지부 및 지구별 총회 등을 개최하여 총력투쟁을 결의할 것 ▲전 조합원은 주요 역사와 새누리당 지역당사에서 1인시위 등 대국민 선전전 전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투쟁명령 1호를 발표했다. 노조는 25일 오후 2시 200여명이 참여하는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세부적인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업 열기 고조' 철도노동자 "끝까지 싸우겠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결의대회에 모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표정에는 '파업을 해서라도 민영화를 막아야한다'는 비장함이 담겨 있었다. 조합원들은 우산도 쓰지 않고 우비만 입은 채 “9호선 요금인상은 KTX의 미래”라며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정비창지부 소속 정비사인 김모(48)씨는 “KTX가 민영화가 되면 이미 자연스럽게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든다”며 “KTX 민영화는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것이기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지난해 인천공항철도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사망한 일이 있다”며 “민영화가 되면 정부는 이런 사고에 대해 민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구로열차승무지부 승무원인 이모(45, 여)씨는 “지금은 수서발 KTX 하나만 민영화로 내주지만, 하나를 내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전체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며 “이는 이미 배부른 기업들을 더욱 배부르게 만드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구로열차승무지부장 김병삼(51)씨도 “지난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공채로 사람을 많이 뽑았다. 하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인턴, 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철도민영화가 되면 비정규직 고용상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느끼게 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기관차승무지부 기관사 류양석(37)씨는 “국민의 혈세로 만든 KTX를 민영화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이영익 위원장을 비롯해 간부들이 삭발 결의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조합원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이영익 위원장과 간부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이영익 위원장이 삭발 결의를 하고 머리띠를 묶고 있다.

정혜규 기자 강민선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