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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온라인에서마저 대선 토론 위축시키려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03일자 기사 '온라인에서마저 대선 토론 위축시키려는가'를 퍼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포털 다음과 딴지일보에 ‘선거법 실명제’를 이행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그리고 1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후 이행하는 날까지 매일 50만원씩을 추가로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관위는 선거기간 인터넷에 선거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은 실명인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선관위의 이번 조처는 옹색하다. 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이런 규정이 있어 실명인증 절차가 불가피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위헌 취지를 고려하면 인터넷상에서 어떤 실명인증 절차도 모두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그럼에도 선거기간 중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은 실명으로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의 관련 조항을 들어 실명인증 절차를 강제하는 것은 헌재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더구나 선관위도 헌재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제 폐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비록 국회의 입법 미비로 관련법이 아직 개정되지는 않았지만 선관위조차도 ‘선거법 실명제’가 부당함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막상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형해화된 조항을 들어 앞뒤가 안 맞는 실명인증 절차를 강제하려는 것이 과연 선관위 자체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다. 활발한 토론을 통해 선거에 국민의 관심이 모이도록 해야 하는 선관위가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현재 다음 등에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게시물을 봐도 실명인증 절차를 꼭 추가하도록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음 대선토론방의 경우 하루에도 수백건의 다양한 의견이 익명으로 올라오고 있다. 간혹 비방성 글도 있지만 대선 후보의 정책과 장단점을 비교 평가하는 글이 대다수다. 이런 활발한 토론은 선거에 무관심하기 쉬운 젊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선거법 실명제’ 조항을 좀더 유연하게 적용하기 바란다.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옛다 저널리즘’과 ‘고객만족 서비스’의 상처 입은 공존


이글은 한겨레21 2012-09-24일자 제929호 기사 '‘옛다 저널리즘’과 ‘고객만족 서비스’의 상처 입은 공존'을 퍼왔습니다.
[기획]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와 네이버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의 가상 대담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와 네이버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을 가상으로 합석시켰다.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온라인 편집기자의 말을 직접 들어본 기획이 없었고, ‘욕심쟁이’ 거대기업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도 없어서다. 각 인물의 말은 전자우편·전화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 보내온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대부분 가명 처리를 원해 최락선 (사)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장에게도 B라는 이름을 주었다. 기자 본인 또한 온라인 편집기자 이력을 앞세워 ‘생소리’를 내는 것으로 했다. 이 계통 없는 ‘포스트모더니즘’ 대담이 자신을 쫓는 추격자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들은 왜 지옥도를 그리고 있는가, 왜 네이버는 이쪽저쪽 아무것도 못하고 엉거주춤해 있는가. 질문에 답은 있으나, 스포일러하자면 늪으로 향하는 추격전을 멈출 해답은 없다.


A: 네이버에서 ‘수원 성폭행 여대생 사망 원인이… 경악’ 기사를 클릭했다.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다. 사망 원인이 대체, 어떻게 한 줄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낚시꾼이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편집자가 이 따위 제목 다는 이유는… 경악’이라고 댓글이라도 달까 했는데, 이미 뭐 욕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참았다.

충격이란 말이 ‘제목 마침부호’쯤 되나

B: 한 선배가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사이트에 ‘○○닷컴, 이건 제목이 아니므니다’란 글에 이 사이트의 네이버 제목들을 모아놓고 있다. 선배는 이 사이트 제목의 성격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① ‘충격’ ‘경악’ ‘헉’ 등의 자극적 단어 사용 ② 말줄임표나 의문부호 사용 ③ 주어나 서술어 등 생략 ④ 팩트나 주제와 상관없는 곁가지 내용에서 제목 추출. 선배가 쓴 글에 따르면, 보통 이 두 가지 유형이 결합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이트는 문법이 맞지 않는 사례도 속출한다. ‘갑자기’ ‘바로’ ‘그만’ 등의 부사로 끝나거나 뜬금없이 목적어나 보어로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양궁 미녀 3총사 ‘충격 고백’, 영국 가기 전 사실” “‘노장투혼’ 유도 金 송대남, 감독 보자 돌발행동을” ‘“北 20대 세련女, 김정은 손잡고 여기저기서” “‘강남 굴욕’, 은마아파트마저… 그 가격도 겨우”… 사례가 끝이 없다.
C: 네이버 뉴스캐스트 모니터링 게시판을 가보면 네티즌이 ‘제목에 많은 것들’이라며 모아놓은 게 있다. ‘인터넷 신문기사에 들어가는 수식어 모음집 v2.0’이란다. 열거하면 이렇다. 왜?, 충격, 발칵, 알고 보니, 속보, 이럴 수가, 헉, 허걱, 아찔, 깜짝, 경악, 사연은?, 이유는?, 무슨 일이?, 파문, 일파만파, 시끌, 글쎄?, 돌연, 논란, 아뿔싸, 설마!, 글쎄?, 폭로, 섬뜩, 화들짝, 끝내, 멘붕, 멘탈붕괴, 이유가…, …말이, …보니, ~더니. ‘기업비밀’ 다 들키고, 밑바닥까지 다 보인 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낚시질이 된다는 걸 기자들도 아는 모양이다. 어떤 기자가 전화해서 이러더라. “기사 제목을 ‘뭐뭐 ~해보니’ 하면 안 될까요?” 젊은 기자였다. 우리끼리는 ‘감각 있다’고 했다.
A: 온라인 제목은 지면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처럼 한눈에 제목·부제·사진을 보여줄 수도 없고, 오직 한 줄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 온라인에서는 지면과 뭔가 다른 제목을 붙여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요즘 온라인 제목들이 너무 ‘충격과 경악’으로만 몰아가거나, 어떻게든 두루뭉술 배배 꼬아서 독자가 클릭하도록 ‘구라’를 친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 딸이 강남서…” 여자친구 엄마 전화에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무슨 사건이 벌어졌나 싶어 클릭해보니 신혼부부 예단에 관한 기사였다. ‘성폭행범 범행 자백… 엄마와 ‘충격’’ 등에서 보듯 충격이란 말이 ‘네이버 제목 마침부호’쯤 되는 건가. 문장 끝에 충격만 붙이면 제목이 되는 줄 아나 보다. 또 웬 성폭력 기사가 이렇게 많은지. 네이버 사회 뉴스의 반이 성폭행으로 덮여 있는 건 아무래도 입맛이 쓰다.

» 연성 뉴스와 경성 뉴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한 언론사의 ‘투톱 시스템’. 롤링되는 투톱 시스템에서 톱뉴스 중 하나는 유머 사이트에나 나올 법한 짤막한 기사다. 두 군데 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톱뉴스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편했다. 한 신문사의 뉴스캐스트. 경악, 허걱, 울화통, 무려 등 인터넷 ‘전용’ 제목들이 즐비하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실시간 조회 수 사이트에 중독되다

C: 뉴스를 보면 현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뉴스캐스트를 보면 지금이 어떤 때인지를 짐작할 수 없다. 철 지난 이야기를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재탕해서 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사진과 함께 오른 기사(사진 기사)가 재탕 기사라고 뉴스 모니터링 게시판에 누가 지적을 해놓았다. 5월11일에 올라온 기사 ‘북한 김태희 식당 납치 사건 발생?’이 9월11일에 올라온 기사 ‘北 해외식당 미모 女종업원 납치사건, 사실은…’과 동일하다. 똑같이 인턴기자가 작성했다. 온라인 편집국의 속보 양산 시스템의 경쟁이 지나쳐 네티즌을 자극할 수 있는 기사를 시기에 상관없이 양산해낸다. 뉴스 연성화의 지표다. 경성·연성을 판단하는 지표에 당일 다뤄야 할 만큼 시의적인가라는 ‘시의성’이 있다. 그 밖에 공적·사적 프레임이냐, 인간적 관심사와 감성적 반응을 유발하냐 그렇지 않으냐 등(‘김예란의 연성화 지표’)이 있다. 뉴스캐스트가 말랑말랑해도 너무 말랑말랑하다. 이미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졌으니까 제목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달아 옛다 하는 느낌으로 던지고는 죄책감이 없다.
A: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물론 페이지뷰 때문이다. 사실 제목에 ‘충격’이라고 쓰면 많이 보긴 한다. 언젠가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사가 있어 팩트를 정확하게 넣어 제목을 만들었다. 그런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페이지뷰가 나오는 거다. 그래서 ‘결과봤더니… 충격’이라고 제목을 바꿨더니 원제목에 비해 4~5배 이상 페이지뷰가 올랐다. 단어 하나 바꾼 것만으로 마치 낚싯대 하나로 고기 잡다가 쌍끌이 어선으로 쓸어담는 효과를 보니 편집자들이 독한 단어를 골라 쓰게 된다. 솔직히 이런 선정성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헉, 충격, 이런 말들은 가능하면 안 쓰려고 하지만 ‘이렇게 바꾸면 엄청 볼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조금만 더 세게 해볼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망설이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매체의 영향력이나 광고수익은 페이지뷰와 비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페이지뷰를 확인하며 ‘쪼임’을 당하는 편집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조회 수를 올리려고 별수를 다 쓰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인터넷 언론이나 메이저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C: 기자들은 ‘실시간 조회 수’ 사이트를 끼고 산다. 처음엔 잘 들어가지 않았다. 선임이 “일주일쯤 뒤면 다를 것”이라며 이러는 거다. “좀 있으면 중독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사이트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제목을 바꾸고 나서 반영되기까지 10분, 몇 번의 새로 고침을 한다. 예상외로 저조하다. 제목 바꾸기에 들어간다. 다시 새로고침을 한다. 기다리는 사이 다른 사이트에는 어떤 식으로 제목이 걸렸는지도 살핀다. 초조하니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사온다. 돌아와 조회 수 새로고침을 한다. 다시 제목을 고친다. 조회 수는 제목의 ‘점수’다. 이쯤 되면 중독이다.
B: 만약 신문사 기자들도 매일의 판매수익을 봐야 한다면 비슷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분단위 시청률이 PD들에게 끼치는 영향처럼. 그런데 이게 광고수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회 수가 고만고만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는 광고 단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검색어 기사를 쏟아내고, 네이버에만 적절한 기사를 양산하는 기자를 대거 채용하는 등 시스템적 변화가 주어지지 않는 한 광고 단가 상한선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편집기자들을 돈 안 들이고 써먹고 있다?

A: 네이버의 책임도 크다. 지금 네이버는 ‘우리는 공간을 만들어줬을 뿐 모두 언론사 잘못’이라는 태도로 수수방관하고 있지만,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네이버다. 네이버의 첫 화면에는 수십 개 언론사가 들어가 있고, 모두 랜덤으로 돌아간다. 비슷비슷한 경쟁자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독자의 눈에 띄려고 ‘무한경쟁’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더 선정적인 제목,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더… 더… 야하게… 이런 진흙탕 상황을 만들어놓고 네이버가 오직 언론사만 탓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B: 2005년 인터넷 저널이 강조되던 시기에 입사했다. 당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후 뉴스캐스트가 도입되자 이런 성과들이 무화되고 ‘클릭 지상주의’가 되었다. 오로지 제목으로 커버하려고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클릭 나오는 제목 달기는 쉽다. 그러면 부정확한 제목이 되고, 그러고 나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많은 기자들이 자신의 일에서 소외돼 있다.


E: 네이버는 사악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언론 자유 시장의 판을 연 듯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시장의 판을 조종하고 있다. 신문사들은 네이버가 연 시장에 코딱지만 한 점포를 열고 손님을 끌려 애쓴다. 앞다퉈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제목에 분칠·떡칠하고 조미료 푹푹 친다. 각 신문사 편집기자들이 자사 사이트의 제목보다 네이버 제목에 몇 배 더 공들인다. 신문사들은 이렇게 네이버 손바닥 안에서 경쟁한다. 이런 경쟁과 수고의 성과물의 상당 부분은 네이버가 챙긴다. 네이버 클릭 수가 엄청 올라간다. 네이버는 신문사들·편집기자들을 돈 안 들이고 써먹는 셈이다. 네이버가 선정성을 규제하는 척하며 방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C: 네이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지만 편집기자들은 금세 익숙해진다. 톱뉴스와 네이버 톱뉴스가 일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나서는 두 개의 톱을 가진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언론사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운영된다. 한 신문사에서 ‘인혁당 재심 판결 존중’ 기사와 ‘대학교수가 길가는 20대女 다리에 뿌린 건… DNA 분석 결과 정액’ 같은 기사가 함께 톱으로 걸린다. 또 경제지 사이트는 ‘상위 1% 평균소득… 연평균 소득이 어마어마…’ 기사와 ‘PC방 주인의 부탁… 팀킬당하지 않으려면’이라는 유머 사이트 글 같은 5줄짜리 기사가 동시에 톱에 오른다. 네이버의 톱뉴스에는 정액 뿌린 대학교수, PC방 주인 기사가 걸린다. 제목을 일치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뒤에는, 네이버로 간 제목에 맞춰 원래 기사 페이지의 제목을 바꾼다. 일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가이드라인이 생긴 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빨간 폰트 전자우편, 새벽의 전화…

D: 예전부터 언론사 사이트는 그대로 놔두고 네이버에는 낚시 제목을 보냈다. 자기 사이트를 그렇게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지난해 트위터 유명인사가 네이버의 선정성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이 주어졌다. 그런데 선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성이 들어간 단어가 몇 개까지 있으면 선정적인 것일까, 치마 길이는 몇cm까지일까. 미국의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남긴 유명한 판례가 ‘보면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다. 그래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민모니터링단을 모집했다. 지난해 4월25일 YWCA, 언론인권센터, 인폴루션제로 등 3곳에서 뽑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언론인권센터 대신 여성연합이 합류했다.
E: 시민모니터링단의 단속이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주제 불일치나 사진 불일치 등은 제외 조처가 되지 않지만(오랫동안 수정이 없을 경우는 제외 조처된다), 시민 모니터링단의 의견은 절대적이다. 경고 뒤 바로 3시간 제외 조처가 이루어진다. 반박을 해서 들어준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게임의 점증하는 선정성을 지목한 기사의 사진이 야하다며, 박경신 교수의 표현의 논란을 보여준 사진이 야하다며 모두 제외 조처시켰다. 선정성 규제라는 규율은 명료하고 확정적이어서 누구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명확한 선정성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시민옴부즈맨의 임의적 판단에 의거하고 있다. 또한 신문사들 기사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이러니 네이버에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이 끊이지 않는다.


D: 제외 조처에 대한 항의가 많다. 솔직히 무리를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과도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있다면 네티즌들이 반발할 것이다. 신문사들은 “틀린 제목이 아니다. 이 이용자는 우리 신문의 안티다. 이용자 한 명의 의견에 왜 기사가 휘둘려야 하나”라고 말한다. 항의 강도도 세다. 전자우편 내용이 빨간색 25포인트의 글자로 날아온다.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전화를 웃으며 받으면 왜 웃느냐고 하기도 한다. ‘후배라 치고 하나 가르쳐주지’라는 비아냥거리는 전자우편을 매일 받는다. 새벽 2~3시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한다.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 현재 담당자들이 정신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한 상태다.
E: 뉴스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 뉴스캐스트의 창은 시궁창에 나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뉴스에는 저널리즘이 없다. 저널리즘이 없는 뉴스에 무얼 바라겠는가.

네이버가 경찰이 될 수 있겠는가

D: 네이버는 서비스 사이트다. 그런데 뉴스캐스트를 이용하는 사람의 60~70%는 네이버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신문사 뉴스 페이지의 선정적 광고도 네이버에 문의하곤 한다. 네이버가 좀더 강도를 높여 경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개 사기업이 언론 중재를 하고 기준을 정하고 편집권을 가질 순 없다. 페널티를 주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기준만 정해지면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도 확보돼 있다. 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일단은 언론사 설정이 쉽도록 하는 이용자 설정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안철수 임신뒤 낙태" 소문쓴 언론은 경향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8일자 기사 '"안철수 임신뒤 낙태" 소문쓴 언론은 경향'을 퍼왔습니다.
7일 온라인 정정·사과…8일자 기사에선 ‘카더라’식 보도 비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협박 전화 폭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안 원장의 여자문제 등에 대한 ‘카더라식’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6일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정리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안 원장이 상대 여성을 임신시킨 뒤 낙태까지 시켰다는 얘기도 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카더라식’ 발언을 인용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경향은 6일 밤 10시께 기사에서 안 원장의 여자와 관련된 소문을 언급하면서 “며칠 전 만난 당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은 여자 문제로 갈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라”며 “안 원장이 상대 여성을 임신시킨 뒤 낙태까지 시켰다는 얘기도 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7일 오전 9시께 수정된 기사에는 문제의 멘트가 통째로 빠졌다. 경향은 7일 밤 인터넷에 ‘바로 잡습니다’를 올려 해당 기사와 관련해 “안 원장에 대한 기사 중 새누리당 관계자가 ‘(당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상대 여성을 임신시킨 뒤 낙태까지 시켰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 부분은 사실 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얘기라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정정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힐링캠프 출연장면

안 원장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발언인데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새누리당 관계자 역시 전해 들었다는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경향은 해당 기사에서 “지난달 25일 일부 언론은 경찰이 지난해 초 안 원장의 여자관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추정되는 룸살롱 주변에 대해 사실상 내사를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첩보의 내용은 안 원장이 ‘새끼마담’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경찰은 이 같은 보도내용을 부인했다”고도 보도했다.
경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바로 잡습니다’를 통해 “언론 보도를 인용해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첩보를 전한 것도 현재까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보도로 안 원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데 대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경향은 해당 기사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새누리당 관계자의 해당 멘트를 삭제하고 ‘바로 잡습니다’도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상 해당 기사 아래에는 ‘바로 잡습니다’를 올렸다는 공지가 없어 자칫 독자들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
한편 경향은 8일자 2면 기사에서 안 원장의 사생활 루머의 진원지와 소문이 확산되는 양상 등을 보도했다. 경향은 이 기사에서 안 원장을 둘러싼 여러 소문들에 대해 “안 원장과 교제 중이라는 30대 여성의 실체는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문은 진화를 거듭해 진실인 양 확산됐다”, “진위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헛소문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에는 ‘카더라’식 보도를 해놓고 이튿날에는 이런 식의 보도를 비판한 것이다.

경향신문 9월 8일자 2면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한국판 드레퓌스 강기훈의 명예회복, 지식인들이 나서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0일자 기사 '한국판 드레퓌스 강기훈의 명예회복, 지식인들이 나서라'를 퍼왔습니다.
[김주언 칼럼] 노태우 정권 희대의 조작사건, 재심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 진행 중

“기훈이가 절대로 하지 않는 얘기가 있습니다. ‘유서대필’이라는 누명을 썼던 때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훈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냈어요. 애들이 ‘아빠, 정말 그랬어?’라고 물어 보더라는 겁니다. 그때 기훈이가 난생 처음 ‘정말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기훈이는 그렇게 상처를 앓은 채 21년을 살아왔습니다. 언제까지 그에게 이 짐을 짊어지게 해야 합니까.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비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주인공 강기훈씨(48)의 20년 지기 원일형씨의 말이다. 지난 28일 200여명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공동대표 함세웅 김상근 등) 발족식에서 원씨는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강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참석자들은 “‘유서대필 사건’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에서 독재정권이 위기 탈출을 위해 만들어 낸 희대의 조작극임이 이미 밝혀졌다”며 “대법원은 하루 빨리 재심 개시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임은 강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재심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치료비 모금 활동을 진행중이다. 내달 20일에는 서울시립대 강당에서 ‘강기훈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열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혜신 박사 등은 재능기부를 통해 ‘강기훈 지킴이’로 활동한다. 

1991년 5월 강기훈 씨가 명동성당에서 필적을 실연해 보이고 있다.
강씨 변호인단도 3년째 재심개시 여부결정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에 판단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고법은 2009년 9월 강씨가 유서를 대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이 항고해 2년10개월째 대법원 심리가 진행중이다. 변호인단은 ‘강씨가 간암수술 후 합병증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있어 제대로 법정에 서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재심개시 여부를 빨리 결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1991년 5월8일,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이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뒤 투신자살했다. 노태우정권 말기 당시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한 정권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도 끝간 데를 몰랐다. 현장에서 두 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을 근거로 유서 글씨가 강기훈 전민련 총무부장의 것이라며 강씨를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기소 내용을 인정해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강씨는 3년을 복역한 뒤 1994년 만기 출소했다. 13년이 지난 뒤에야 진실의 실마리가 풀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어렵게 확보한 김씨의 낙서장을 사설 필체감정원에 의뢰해 김씨와 강씨의 필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진실화해위는 .2007년 11월 이를 토대로 국가에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강씨는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뒤이어 검찰의 항고가 이어졌고, 대법원은 3년째 ‘꿀먹은 벙어리’처럼 심리중이라며 미적거리고 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이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이유는 두 사건에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강기훈 사건이 일어나기 100년 전인 1894년 10월. 프랑스의 육군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파리의 독일 대사관에서 몰래 빼내온 편지봉투 안에 육군 기밀을 담고 있는 명세서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이유였다. 드레퓌스는 유태인이었다. 드레퓌스는 유죄판결을 받아 종신유배형을 받았다.
강기훈과 드레퓌스는 종이 몇장이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점에서 형식상 비슷하다. 강기훈은 친구인 김기설의 유서, 드레퓌스는 군사기밀이 적혀 있다는 명세서가 발단이었다. 강기훈과 드레퓌스는 똑같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유서와 명세서를 자신이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필적이 같다는 것 외에는 다른 물증은 없었다. 필적 감정 결과는 이후 거짓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강기훈은 자살방조 혐의로, 드레퓌스는 반역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기훈은 여기에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추가됐다.
강기훈과 드레퓌스가 당시 주류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강기훈은 젊은 청년으로 전민련 총무부장으로 일하면서 민주화운동에 매진했다. 당시 군사정권은 정권유지를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좌파’로 몰아 탄압했다. 재야인사와 청년학생들은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들어야 했다. 당시 민주화운동 진영은 집권세력과 보수언론에 의해 ‘사회주의 혁명 세력’으로, 북한의 사주를 받는 ‘주사파’로 매도됐다.
드레퓌스는 육군 대위로 성실하게 복무하고 있었으나 유태인이라는 점이 유죄 판결의 근본 이유였다. 프랑스는 유태인 차별 법률을 폐지했지만 오래된 편견은 프랑스인들 뇌리 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군부는 노골적으로 유태인을 차별했고 사회전반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참모본부에서 드레퓌스를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들은 악명높은 반유태주의자였다. 반유태주의자들은 유태계 프랑스인을 진정한 프랑스인으로 간주하려 들지 않고 잠재적 반역자로 간주했다. 
강기훈 사건과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한국 검찰과 프랑스 군의 태도는 크게 다를 바 없다. 강기훈 사건의 경우 재야단체와 변호인단이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으나 검찰은 철저하게 묵살했다. 드레퓌스 사건의 경우 프랑스 군은 진범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새로운 증거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한국 검찰은 강기훈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배후가 있다는 단정 하에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김기설의 집과 동사무소, 김기설이 근무했던 군 부대에 찾아가 필적을 입수했다. 김기설의 유서가 대필되었다는 예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김기설이 작성한 전민련 수첩 등은 조작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부분의 필적들은 은폐했다. 검찰은  강기훈 사건을 민주화운동 진영의 도덕성을 파멸시키려는 의도로 활용했다. 검찰은 논고에서 강기훈에게 "목적을 위해서는 동료의 생명까지도 혁명의 도구로 사용하는 좌경혁명 분자"로 규정했다.

강기훈 씨. ©서울신문

드레퓌스를 반역죄로 몰아갔던 프랑스 군부도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는 명세서를 만든 사람을 가까이 있는 인물로 단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참모본부는 드레퓌스 대위의 필체가 명세서의 글씨와 유사했다는 이유로 반역죄로 군법회의에 고발했다. 드레퓌스를 스파이로 만들기 위해서 명세서의 글씨와 드레퓌스의 필체에 대해 실시한 여러 가지 필적감정 결과 중 유리한 감정결과만 취하고 나머지는 묵살했다.  드레퓌스와 전혀 상관없는 첩보문서들을 드레퓌스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조작했다. 재판과정에서는 드레퓌스에게 불리한 비밀자료를 판사들에게만 불법적으로 전달했다. 재판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강기훈 사건과 드레퓌스 사건의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한국의 1심, 2심, 대법원은 모두 강기훈의 자살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확실한 심증을 형성하지 못했다"며 판결의 한계를 시인하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는 증거재판주의의 기본원칙을 법원 스스로 파괴했다.


드레퓌스의 경우 비공개 재판은 물론이려니와 두 번째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아야 했다. 프랑스 지식인들의 반발로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드레퓌스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에 재심 청구를 해서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1894년 12월. 비공개로 치러진 군법회의는 만장일치로 드레퓌스의 유죄를 선고하고 종신 유배형과 공개적인 군적 박탈형에 처했다. 재판장은 드레퓌스가 불법적 증거들에 대해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재판을 끝냈다.


드레퓌스는 1904년 3월 재심을 청구했고 1906년 7월 12일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비로소 막을 내렸다. 드레퓌스는 후에 육군 소령 계급장과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에 전투에 두 번 참가한 뒤 1935년 7월 11일 병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났다.


두 사건을 다룬 언론보도는 유사한 특성을 지녔다. 일부 언론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사실보도를 통해 여론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은 추측보도를 남발했고 검찰과 군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뿐이다.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프랑스 신문들은 온갖 추측보도를 남발했다. 신문들은 정확한 증거를 찾기는 커녕 드레퓌스를 헐뜯는 기사로 도배했다. 말도 안 되는 뜬 소문이 버젓이 신문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태인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니 반유태주의자들의 항의는 거셌다. ‘유태인이니 당연하다’든지 ‘사형에 처해야 한다’ 는 등의 기사가 잇따라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강기훈 사건과 관련된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도 비슷하다. 보수언론들은 “민주화운동 세력은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죽음을 부추긴 세력’이라는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언론은 한 술 더 떠서 "재야에 자살 특공대가 있다는 풍설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분신에 협력자가 있었을까?", "분신자살조, 사실일까?" 등 선동적인 기사를 써댔다. 1994년 박홍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 발언 이후 일부 신문의 논조는 더욱 가관이었다. ‘조선일보’는 그를 ‘용기 있는 지식인’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드레퓌스 사건은 유럽 지성사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으로 프랑스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강기훈 사건은 아직 한국 지식인 사회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다. 프랑스에는 드레퓌스의 동상이 서 있지만, 강기훈은 아직도 어려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드레퓌스는 12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뒤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가 진급도 하고 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강기훈은 18년 만에야 비로소 법원으로부터 재심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지식인 사회의 모습도 크게 달랐다.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지식인 사회가 성취한 양심의 승리이자, 진실의 승리였다.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에밀 졸라의 눈부신 활약과 정치인 조르주 클레망소 등의 헌신적인 활동은 온갖 위협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졌다. 반면 강기훈 사건에 대한 한국 지식인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졸라처럼 자신에게 닥쳐올 온갖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양심선언을 한 지식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독재권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이라는 극한적 투쟁을 택한 젊은 청년들을 매도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에밀 졸라는 1898년 1월 13일 언론사상 가장 유명한 양심선언인 ‘나는 고발한다’ 라는 논설을 ‘로로르’지에 게재했다. 졸라는 이 격문을 발표하기 전에 보수신문 ‘르 피가로’에 드레퓌스 관련 글을 발표했다. 그러나 독자들이 구독해지 운동을 펼치며 압력을 가해 신문사 편집진은 졸라의 글을 싣지 못했다. 졸라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프랑스에 보내는 편지’ 등을 팸플릿으로 제작해 판매해야만 했다. 졸라는 드레퓌스를 죄인으로 만들어 참모본부의 잘못을 감추려 한 장군들과 엉터리 증언을 한 필적감정 전문가, 드레퓌스에게 유죄를 선고한 군사재판을 꾸짖었다.


"크나큰 고통을 겪어 이제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인류의 이름으로 진실의 빛을 밝히는 것, 그것이 단 하나뿐인 나의 정열입니다. 불타오르는 나의 항변은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나를 중죄 재판소에 고발한다 해도, 백일하에 나를 심판한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 논설은 유태인에 대한 반감이 퍼져 있던 프랑스 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졸라를 죽여라!" "유태인을 죽여라!" 따위의 구호를 외치면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랑스 의회는 졸라를 기소했고 베르사이유 중죄재판소는 1898년 7월 졸라에게 징역 1년에 벌금 3,000프랑을 선고했다. 선고 당일 졸라는 영국 런던으로 망명했다. 선고 며칠 후 프랑스 정부는 레지옹 도뇌르 수훈자 자격도 박탈했다. 졸라는 1899년 6월 돌아왔으나, 불과 3년 뒤인 1902년 9월 29일 가스중독 사고로 사망했다. 계획된 살인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지만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진실’을 쓰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했다.


당시 한국의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홍은 “김씨 등의 잇따른 분신을 보며 우리사회에는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선동하고 이용하는 음흉한 세력들이 분명히 있다”며 “이 모든 세력을 없애는 데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박홍은 구체적인 실례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발언 앞뒤를 보면 조직적으로 분신을 추진하는 세력이 있으며, 이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박홍의 근거 없는 선동에 맞춰 검찰은 "분신자살을 배후에서 조직적으로 부추기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수사에 착수했다.


노태우 정권은 당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정권차원에서 마련한 기획이었다. 민주화운동을 요구하는 분신이 이어지자 보수세력들 사이에서는 ‘운동권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분신자를 선택한다느니’, ‘배후가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학총장이자 성직자인 박홍이 정권의 의도에 동조함으로써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성에 흠집을 가하려 한 것이다. 강기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심여부 결정이 게속 미뤄지고 있는데도 한국 지식인 사회의 반응은 아직 크지 않다.


유서대필 사건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분신의 배후를 찾으려던 노태우 정권의 유령 찾기가 빚어낸 마녀사냥이었다. 이로 인해 강기훈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려니와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강기훈이 재심이 결정돼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국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더라도 20여년 동안 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국가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재심이 시작되면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용기있는 양심적 지식인들이 어떤 활동을 벌일 지 기대해 본다. 드레퓌스 사건이 결국엔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게 된 데에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굴하지 않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주언·언론인 | newmedia54@hanmail.net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미권스'갈등, '온라인 조직력'둘러싼 쟁투?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8일자 기사 ''미권스'갈등, '온라인 조직력'둘러싼 쟁투?'를 퍼왔습니다.
미권스 갈등과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의 상관관계

▲ 정봉주 전 의원의 보좌관은 정봉주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권스' 이탈 소식을 알렸다.

정치인의 트위터 계정 관리자가 그 정치인의 팬클럽에서 이탈하는 흔치 않은 사례가 남을 것 같다. 정봉주의 트위터 계정 @BBK_Sniper 를 운영하는 전 보좌관이 오늘 오후 정봉주 전 의원과의 상의 끝에 미권스를 탈퇴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자신도 문재인 캠프에서 강한복지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용익 의원 보좌관이란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건은 특정후보 지지, 반대와 상관없는 미권스 카페지기의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권스 게시판에서는 카페지기 민국파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권스의 움직임은 이전에도 각 경선 후보들 간의 관심사였다. 카페지기 민국파가 투표를 통해 문재인 후보 지지 입장을 통과시키려고 했을 때, 정봉주 전 의원은 옥중에서 자필편지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의 입장은 김두관 후보와 손학규 후보의 트위터에서 소개되었다. ‘비문’ 후보들은 미권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중립화시키려고 노력한 것이다.

▲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의 '중립' 선언을 매우 반겼다.

미권스의 정치적 입장을 둘러싼 갈등은 카페 내부에서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문제겠지만, 한국 정치의 문맥에선 ‘온라인 조직력’의 힘이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과연 ‘온라인 조직력’을 장악하는 쪽이 이번 경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거를 한 곳은 제주와 울산이고, 아직 수도권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회원 대다수가 수도권 거주민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권스에 대해 후보들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참여인원이 많아질수록 여론조사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칠 여지는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얼마 전 수습된 모바일투표 갈등의 경우 이전에는 각 전화마다 언급되는 후보의 순서가 ‘랜덤’이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고정되었고 문재인 후보가 맨 뒷번(4번)에 위치해 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막상 재검표를 해보니 수천 표에 달하리라던 무효표는 수백 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2002년 국민경선에서도 그랬듯 첫 경선지에선 모두들 조직을 닦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대세론’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2002년 경선 제주에서 한화갑이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에 생채기가 난 것을 모델로 삼는다. 그래서 노력을 했을 테고 기대가 있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후보들 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후보의 인지도가 반영된 국민 여론을 ‘온라인 조직력’으로 뒤짚는 것은 과거보다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권스의 갈등 역시 실제로 온라인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는 친노인사들의 지지를 확정하느냐는 종류의 것이었지 열세 후보가 온라인 조직력을 통해 선거를 뒤짚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상황은 아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바람’이 불지 못한 건 온라인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을 만들어낼 에너지를 당 바깥의 안철수가 다 가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 분석했다. 손학규와 김두관이 나름의 승부수를 던지며 분투했으나,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이 ‘흥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선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이 자연스럽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이 정당정치 내부의 바람직한 변혁의 시도의 동력들을 깎아 먹는 측면이 있고, 그 점이 ‘문재인 대세론’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미권스 갈등과 경선 결과에서 드러난 문재인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에 문재인 캠프가 너무 현혹되지 말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을 퍼왔습니다.
[줌인]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뒤 손해배상 카페 10여 곳 생겨… 2006년 시작된 ‘공익소송’이지만 집단소송할 사람 모집하려고 고객정보 빼내는 기막힌 ‘기획소송’도 있어

텔레마케팅(TM) 업체 사장인 최아무개(40)씨는 지난 2월 ‘엔패쳐’(Nfetche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차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가 무려 7달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엔패쳐는 프로그램 창을 띄운 뒤, 010-○○○○-0000부터 010-○○○○-9999까지 특정한 휴대전화 번호의 대역을 입력하면,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서 그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txt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KT 도봉지사의 한 대리점 컴퓨터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깔아 고객정보조회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그리곤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요금제, 휴대전화 기종, 할부기간, 개통일 등 10가지 항목을 매일 야금야금 빼냈다.
변론비 1만5천원에 10~20만원 판결 선례

»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한겨레 이정아

그가 빼낸 개인정보는 최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텔레마케팅(TM) 업자 황아무개(35)씨에게도 넘어갔다. 가입자의 약정기간과 요금제 등을 알 수 있어, 영업에 활용하기 쉬웠다. 다른 텔레마케팅 업체 10여 곳에도 한 달 이용료 200만~300만원을 받고 프로그램을 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가 돌고, 돌았다.
KT가 해킹을 눈치챈 건, 5달이 지나서였다. KT는 지난 7월11일 서버에 시스템 과부하 오류가 발견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며칠 동안 서버를 감시한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내려 접근한 이들을 포착했다. 지난 7월29일 KT 고객정보를 빼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씨와 황씨를 구속했다. 엔패쳐 프로그램을 사용한 우아무개(36)씨 등 텔레마케팅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 정보유출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계보를 잇는다.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만 모두 870만 건이다. KT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1600여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게 얻은 고객 정보로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기기 변경, 요금제 변경 등을 권유해 1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곧 재판을 받는다.
고객이 맡긴 개인 정보를 도둑맞은 KT는 사건 뒤 “보안의식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의 ‘미지근한’ 사과는 오히려 870만 피해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KT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는 피해자들의 인터넷 까페 10여 곳이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연 곳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에서 직접 문을 연 까페였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 평강’에서 연 인터넷 카페 ‘법무법인 평강 KT 100원 집단소송’(cafe.naver.com/shalomlaw)이다.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회원 수만 4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평강이 “변론비 100원과 인지대(소송 신청 때 법원에 내는 접수비) 2500원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피해자들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8월5일 3만2000여명 규모의 1차 소송단 접수를 마쳤다. 법무법인 평강 쪽은 “대기업의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KT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상자 기사 참조)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 특허도

개인 정보유출 사건이 새로운 뉴스가 아니듯, 법무법인이 인터넷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풍경도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회원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 ‘옥션’ 사건, 지난해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 등 최근 4년 동안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만 1억 건이 넘어서자,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법조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KT 사태의 집단소송에도 과거 비슷한 소송을 해본 변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변론비 1만2500원을 내건 집단소송 까페((cafe.naver.com/c140)를 연 이흥엽 변호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2만여명을 모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개인당 10만~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론비로 1만원을 내건 카페(cafe.naver.com/ktlawyer.cafe)를 만든 유능종 변호사의 경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지난 4월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이동통신사 등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들의 회원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법률포털 사이트 ‘로마켓’과 ‘법무법인 케이알’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적은 위임계약서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는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법무법인 홍윤의·이창현 변호사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당시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킨 (한경비피 펴냄)의 출판사와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씨를 상대로 독자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인터넷을 통한 집단 소송에 적극적인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승소를 할 때 변론비 수익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이기에 ‘공익 소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아예 ‘기획소송’을 노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이 1125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낸 사건은,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집단소송 수임을 노리고 직원과 짜고 일부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 ‘법무법인 평강’이 만든 Kt 관련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1차 소송인단 신청 마감 안내문. 이들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통해 3만2천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은 성적표 얻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대규모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좋은 ‘성적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킹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에 대해 기업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받은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법률적 한계가 크다. 한국의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소송인단만 대규모일 뿐, 미국 등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 Lawsuit)와 크게 다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미참여자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을 17대 정기국회에 상정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사회 여러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인터넷을 헤매고 자기 지갑까지 열어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이한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 인터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3만2천여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47)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또한 KT 휴대전화 가입자다. KT 사태의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저 말고도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 4명도 피해자더군요. 사실은 제가 열 받아서 소송에 나선 건데, 이왕 하는 김에 동참할 분을 100여 명 정도 모집하려 한 건데 판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소송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최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의 변호사 8명 전원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나선 게 거액의 수임료를 벌거나, 법무법인을 알려 영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임료를 100원으로 정한 건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사실 무료 변론인 거죠. 수임료가 높으면 ‘왜 돈을 받고 제대로 진행 안 하냐’는 소송인들의 항의가 많이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징적인 액수를 정한 겁니다.”
법무법인 평강은 이런 집단소송이 처음이다. 평강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6월까지 대구지검 부장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뒤 세운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인 컴퓨터수사부에 근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해킹 사건과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의 소비자 피해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송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소송인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뒤 조립식 도장으로 이름을 맞춰 찍는 작업에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까지 2차 소송단 모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이글은 대자보 2012-07-10일자 기사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를 퍼왔습니다.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 소개, 양쪽 소통 강조 눈길

 
▲ 표지 ©명인문화사
매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저널리즘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지금의 다매체 다채널시대 신문, 방송 뿐 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기사작성, 기자 윤리의식, 취재원과 관계 등 언론인들이 가져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때가 됐다. 또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가 됐다.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영국의 언론 현장을 배경으로 토니 하컵(Tony Harcup) 영국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쓰고, 황태식 번역가가 옮긴 (명인문화사, 2012년 6월)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해 원리와 실제를 함께 다루었다. 

비록 서구(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지만, 우리 같이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언론인들이 알아야할 내용을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을 소개했고, 나아가 양쪽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보공개법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제시와 블로거 활용, 웹에서 비디오, 오디오의 사용, 비연속적 일괄방송, 쌍방향 지도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여타 방법들에 대해 기술했다. 

21세기 저널리즘의 통합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저널리즘의 기초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 다양한 미디어를 고려해 광범위한 영국 언론인들을 인터뷰해 이 책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재의 언론인들은 현장을 파악해 국민을 대변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처널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려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형편없는 임금 사정을 알게 됐을 때, 실제로 열정을 잃어버린다. 기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기사를 베끼느라 책상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장시간 근무하는 편집실의 작업환경을 보면서 환상을 버리기도 한다. 저널리즘(journalismr)이 아니라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처널리즘(churnalism)이란 대량생산을 뜻하는 churn out와 journalism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대량생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본문 ‘저널리즘 개론’ 중에서- 

그리고 언론인들에 대한 제약과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언론인의 업무는 법적 제약, 규제제도, 미디어 소유구조, 조직의 일과, 시간 부족, 시장원리, 광고상황, 문화적 편견, 애국심, 직업정신 업무현장에서 성 인종 계급불균형과 같은 다양한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제약과 상충하는 충성심으로 인해 개인은 언론의 생산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런 제약들은 거부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문 ‘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중에서- 


저자는 “새롭고 특이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에 일어난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뉴스라고 하지만, 모든 뉴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상당수 뉴스는 예측 가능하며, 때로는 결코 사건들과 관련되지 않는 것도 있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어 “언론인들은 무엇이 특정 수용자의 관심을 끄는 지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항목을 확인하고 선정하고 생산한다”면서 “음으로 양으로 언론인들은 소위 뉴스 가치라는 일련의 기준에 비추어 잠재적 기삿거리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의 당면과제로 윤리적 책임, 자신만의 호기심과 독립적 관찰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 교양화라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과 삶에 대한 저널리즘의 영향 때문에 언론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숙고를 통해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인들을 억누르는 구조적 압력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개인이나 단체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저널리즘은 설교보다는 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취사선택이나 검증과 같은 언론인들의 기술들은 여전히 중요해 보인다. 언론계에 갓 발을 들어 놓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언론인들로부터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 만의 호기심과 독립적인 관찰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본문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중에서- 

이 책은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저널리즘 개론)▲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뉴스란 무엇인가? ▲뉴스의 출처 ▲객관적 보도자로서 언론인 ▲탐사자로서의 언론인 ▲엔터테이너로서의 언론인 ▲인터뷰 ▲뉴스 작성 ▲특집기사 작성 ▲이미지를 활용한 보도 ▲언론인이 갖추어야할 스타일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영국언론노조 행동강령이 실렸다. 

토니 하컵 영국 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쓴 < Journalism : Principles and practice >을 옮긴 황태식 번역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Theolgy석사와 오클라호마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네바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김철관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이글은 대자보 2012-07-10일자 기사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를 퍼왔습니다.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 소개, 양쪽 소통 강조 눈길

 
▲ 표지 ©명인문화사
매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저널리즘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지금의 다매체 다채널시대 신문, 방송 뿐 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기사작성, 기자 윤리의식, 취재원과 관계 등 언론인들이 가져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때가 됐다. 또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가 됐다.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영국의 언론 현장을 배경으로 토니 하컵(Tony Harcup) 영국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쓰고, 황태식 번역가가 옮긴 (명인문화사, 2012년 6월)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해 원리와 실제를 함께 다루었다. 

비록 서구(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지만, 우리 같이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언론인들이 알아야할 내용을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을 소개했고, 나아가 양쪽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보공개법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제시와 블로거 활용, 웹에서 비디오, 오디오의 사용, 비연속적 일괄방송, 쌍방향 지도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여타 방법들에 대해 기술했다. 

21세기 저널리즘의 통합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저널리즘의 기초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 다양한 미디어를 고려해 광범위한 영국 언론인들을 인터뷰해 이 책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재의 언론인들은 현장을 파악해 국민을 대변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처널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려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형편없는 임금 사정을 알게 됐을 때, 실제로 열정을 잃어버린다. 기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기사를 베끼느라 책상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장시간 근무하는 편집실의 작업환경을 보면서 환상을 버리기도 한다. 저널리즘(journalismr)이 아니라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처널리즘(churnalism)이란 대량생산을 뜻하는 churn out와 journalism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대량생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본문 ‘저널리즘 개론’ 중에서- 

그리고 언론인들에 대한 제약과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언론인의 업무는 법적 제약, 규제제도, 미디어 소유구조, 조직의 일과, 시간 부족, 시장원리, 광고상황, 문화적 편견, 애국심, 직업정신 업무현장에서 성 인종 계급불균형과 같은 다양한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제약과 상충하는 충성심으로 인해 개인은 언론의 생산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런 제약들은 거부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문 ‘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중에서- 


저자는 “새롭고 특이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에 일어난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뉴스라고 하지만, 모든 뉴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상당수 뉴스는 예측 가능하며, 때로는 결코 사건들과 관련되지 않는 것도 있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어 “언론인들은 무엇이 특정 수용자의 관심을 끄는 지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항목을 확인하고 선정하고 생산한다”면서 “음으로 양으로 언론인들은 소위 뉴스 가치라는 일련의 기준에 비추어 잠재적 기삿거리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의 당면과제로 윤리적 책임, 자신만의 호기심과 독립적 관찰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 교양화라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과 삶에 대한 저널리즘의 영향 때문에 언론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숙고를 통해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인들을 억누르는 구조적 압력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개인이나 단체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저널리즘은 설교보다는 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취사선택이나 검증과 같은 언론인들의 기술들은 여전히 중요해 보인다. 언론계에 갓 발을 들어 놓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언론인들로부터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 만의 호기심과 독립적인 관찰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본문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중에서- 

이 책은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저널리즘 개론)▲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뉴스란 무엇인가? ▲뉴스의 출처 ▲객관적 보도자로서 언론인 ▲탐사자로서의 언론인 ▲엔터테이너로서의 언론인 ▲인터뷰 ▲뉴스 작성 ▲특집기사 작성 ▲이미지를 활용한 보도 ▲언론인이 갖추어야할 스타일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영국언론노조 행동강령이 실렸다. 

토니 하컵 영국 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쓴 < Journalism : Principles and practice >을 옮긴 황태식 번역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Theolgy석사와 오클라호마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네바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김철관

2012년 5월 2일 수요일

국토부 ‘KTX 여론조작’ 의혹…“온라인도 명박산성?”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5-02일자 기사 '국토부 ‘KTX 여론조작’ 의혹…“온라인도 명박산성?”'을 퍼왔습니다.
트위플 “공무원들 트윗 알바로 전락시켜” 비판 쇄도

‘수서발 KTX’의 민영화 움직임과 관련, 국토해양부가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트위터에 긍정적인 글을 쓰도록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여론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일이다.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는 국토부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손가락으로 해를 가려라”(eks****), “구토 나게 만드는 국토부”(bulko****), “참 애잔하다”(multison****), “작작 좀 하지”(maka****), “그 비싼 공무원들을 트윗 알바를 시키다니!”(neog****), “제 정신인가?”(iskra****), “누굴 위해서 그러는지”(jsww4***)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ocu***’는 “이 정권에서 관직을 받았던 사람들을 동판에 새겨 역사에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dsdsds****’는 “정말 이 정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welovehan)는 “트위터의 RT 기능을 전혀 모르는 한심한 지시”라고 꼬집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SNS를 소통의 도구가 아닌 일방적 선전홍보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결국 온라인까지 명박산성을 쌓고 있는 셈”이라고 논평했다.

SNS 전문가인 정광현 볼리우드 미디어 대표(@hangulo)는 “국토부는 그 뛰어난 공무원들을 트윗 알바로 전락시켰구나. 자괴감을 느꼈을 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KTX민영화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이기에 그런 무리수까지 두나. 알바업체 쓸 돈도 없었냐? 아. 강바닥에 쏟아부어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mediamongu)는 “우와! 드디어 국토해양부가 '여론조작' 그랜드슬램을 달성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KTX 민영화 관련 기사에 찬성 댓글달라 지시, KTX 민영화 찬성 의견 유도하는 설문조사 실시, 직원들에게 트위터 개인 계정으로 KTX 민영화 홍보하라 지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thundel)는 “좋으시겠다. 근무시간에 트위터도 할 수 있고...”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주호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조직국장(@seojuho)는 “전 공무원의 가카 찬양 알바부대화!”라고 촌평했다.

(한겨레)는 “1일 입수한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 문건을 보면, ‘소속 직원의 절반 이상이 매일 트위터 홍보 실시. 100명이 근무하는 기관인 경우 매일 50명 이상이 트위터 홍보 실시’라고 적혀 있다”며 “이 문건은 국토부가 최근 본부 실·국 및 소속기관들에 보낸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문건의 맨 앞부분에는 ‘우리 부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해 철도 경쟁체제 홍보 지시(장관님)’라고 적혀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홍보를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특히 문건에는 ‘국토해양부 계정 트윗을 개인 계정으로 리트윗’하라고 지시했다.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면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KTX 민영화에 찬성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론조작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문건은 ‘전일 16시부터 당일 16시까지의 홍보실적을 17시까지 철도정책과로 제출’하도록 했으며, ‘18시까지 장차관님께 1일 트위터 동향 보고’라는 말도 적혀 있다”며 “문건에는 트위터 홍보 요령과 함께 트위터에 쓰면 좋을 문구 40개도 제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구 가운데는 ‘KTX 경쟁도입은 고속철도 선로를 독점 공기업 외에 민간에도 빌려주는 것일 뿐 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왜 우리는 세금으로 코레일 노조의 비싼 월급을 보조해 줘야 하는가? 파업 잘하라고? 힘내서 시위하라고?’ 등의 표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KTX 홍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하라는 의미였다”며 “홍보실적 보고 등이 강제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커 곧바로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여론조작에 나서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1970~80년대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서슴지 않은 셈”이라고 국토부를 비난했다.

이 신문은 “리트윗 내용과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소속기관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찬성의 주체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뻔하다”며 “국토부의 행위는 참으로 어이없고 유치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겨레)는 “정부가 민간인을 가장해 찬성 여론을 홍보하려 한 것 자체가 민영화의 부당성을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KTX 민영화 구상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강우종 기자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사설]선거문화 혁신할 온라인 선거운동 전면 허용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3일자 사설 '[사설]선거문화 혁신할 온라인 선거운동 전면 허용'을 퍼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의 온라인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선관위는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한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공직선거법 254조가 금지하고 있는 ‘선거 당일 및 선거운동기간 전 온라인 선거운동’까지 허용키로 했다.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 등이 아닌 한 언제든 포털사이트·블로그·e메일·트위터·페이스북·모바일메신저 등 모든 온라인 수단을 통해 정당·후보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선관위 결정을 환영하며 향후 선거문화의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선거운동 전면 허용은 시민의 자발적 정치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참여민주주의의 심화에 기여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여론 조작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목소리를 내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허위사실이나 오류는 ‘집단지성’으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앞서 헌재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문에서 “이미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규정이 존재한다”며 ‘과잉 규제’를 지적했다. 이 같은 헌재 결정의 취지는 선거운동 외 다른 부문에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에서 보듯 현 정권 들어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행위를 과잉 규제함으로써 시민들을 위축시켜왔기 때문이다.

어제 선관위 발표 후 검찰 관계자는 “단속 대상이 줄기는 하겠지만, 규제 조항이 남아있는 한 규제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가 온라인 선거운동을 전면 허용한 이상, 검경이 사실상 사문화한 공직선거법 254조 등을 근거로 유권자를 단속한다면 수사권 남용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일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 글을 올렸다가 고발된 방송인 김제동씨 사건을 주목한다. 비록 선관위 발표 전 이뤄진 일이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막는 의미에서 선관위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국회는 유권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헌재 결정과 선관위 기준에 맞춰 공직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각 정당도 향후 분출할 시민들의 정치참여 열기를 온전히 담아낼 통로를 만들어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