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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0일 목요일

공정위 “간부가 담합문건 반출해” 민주당 “추가 제보 막으려 물타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9일자 기사 '공정위 “간부가 담합문건 반출해” 민주당 “추가 제보 막으려 물타기”'를 퍼왔습니다.

‘4대강 담합서류 유출’ 공방
민주당, 제보자 색출 항의에
공정위 유출관련 감사 중단
당사자 “승인 받고 자료 다운”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담합사건 관련 서류가 내부 간부에 의해 외부로 대거 반출됐다고 밝혔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로서는 처음 겪는 사건인데다, 반출된 서류가 공정위 조사를 받는 대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정위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해당 중간간부가 밀반출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4대강 입찰담합 늑장처리 관련 공익제보 사건을 공정위가 변질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날 4대강 입찰담합 늑장처리 제보자 색출에 항의하기 위해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4대강 관련 공정위 내부 문건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에 의해 사건 관련 자료들이 다수 무단반출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자료는 담합 자진신고 접수 및 지위확인 대장, 조사가 진행중인 사건들의 심사보고서 초안, 현장조사 등을 통해 입수한 증거자료 및 진술조서 등이다. 김 위원장은 “반출된 자료들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사건 처리와 소송 대응 등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공정위는 반출 혐의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해 중반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에서 근무했던 손아무개(40) 서기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손 서기관은 지난해 가을 국무총리실로 파견된 뒤 추석연휴 기간을 이용해 새벽부터 심야까지 공공기록물을 대량으로 빼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문서보안장치(DRM)를 무단으로 해제하거나, 다른 직원의 행정서명인증서(GPKI)를 이용해 내부 통신망에 침입했다고 덧붙였다.공정위가 1년 가까이 유출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내부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반출된 자료는 공정위 조사를 받는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정보들이다. 그동안 공정위 출신들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사건정보를 미리 빼내려고 로비한다는 의혹이 많았다. 손 서기관은 로펌으로 옮기기 위해 사의를 표한 상태다.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공정위가 4대강 입찰담합 늑장처리와 관련한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기식 의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다른 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공정위 직원들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색출작업은 말이 안 된다”며 “어떤 의도이든지 이번 제보와 관련된 조사행위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결국 반출된 자료 반납 요구는 유지하되, 추가 감사는 10월23일 공정위 국감 때까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당사자인 손 서기관은 “내부 자료를 개인용 외장하드에 저장한 것은 파견을 가게 된 총리실 업무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료 다운 과정에서 정보화담당관실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정위가 나를 왜 도둑으로 모는지 모르겠고, 김 의원에게 제보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을 퍼왔습니다.
[줌인]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뒤 손해배상 카페 10여 곳 생겨… 2006년 시작된 ‘공익소송’이지만 집단소송할 사람 모집하려고 고객정보 빼내는 기막힌 ‘기획소송’도 있어

텔레마케팅(TM) 업체 사장인 최아무개(40)씨는 지난 2월 ‘엔패쳐’(Nfetche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차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가 무려 7달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엔패쳐는 프로그램 창을 띄운 뒤, 010-○○○○-0000부터 010-○○○○-9999까지 특정한 휴대전화 번호의 대역을 입력하면,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서 그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txt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KT 도봉지사의 한 대리점 컴퓨터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깔아 고객정보조회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그리곤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요금제, 휴대전화 기종, 할부기간, 개통일 등 10가지 항목을 매일 야금야금 빼냈다.
변론비 1만5천원에 10~20만원 판결 선례

»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한겨레 이정아

그가 빼낸 개인정보는 최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텔레마케팅(TM) 업자 황아무개(35)씨에게도 넘어갔다. 가입자의 약정기간과 요금제 등을 알 수 있어, 영업에 활용하기 쉬웠다. 다른 텔레마케팅 업체 10여 곳에도 한 달 이용료 200만~300만원을 받고 프로그램을 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가 돌고, 돌았다.
KT가 해킹을 눈치챈 건, 5달이 지나서였다. KT는 지난 7월11일 서버에 시스템 과부하 오류가 발견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며칠 동안 서버를 감시한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내려 접근한 이들을 포착했다. 지난 7월29일 KT 고객정보를 빼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씨와 황씨를 구속했다. 엔패쳐 프로그램을 사용한 우아무개(36)씨 등 텔레마케팅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 정보유출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계보를 잇는다.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만 모두 870만 건이다. KT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1600여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게 얻은 고객 정보로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기기 변경, 요금제 변경 등을 권유해 1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곧 재판을 받는다.
고객이 맡긴 개인 정보를 도둑맞은 KT는 사건 뒤 “보안의식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의 ‘미지근한’ 사과는 오히려 870만 피해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KT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는 피해자들의 인터넷 까페 10여 곳이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연 곳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에서 직접 문을 연 까페였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 평강’에서 연 인터넷 카페 ‘법무법인 평강 KT 100원 집단소송’(cafe.naver.com/shalomlaw)이다.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회원 수만 4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평강이 “변론비 100원과 인지대(소송 신청 때 법원에 내는 접수비) 2500원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피해자들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8월5일 3만2000여명 규모의 1차 소송단 접수를 마쳤다. 법무법인 평강 쪽은 “대기업의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KT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상자 기사 참조)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 특허도

개인 정보유출 사건이 새로운 뉴스가 아니듯, 법무법인이 인터넷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풍경도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회원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 ‘옥션’ 사건, 지난해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 등 최근 4년 동안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만 1억 건이 넘어서자,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법조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KT 사태의 집단소송에도 과거 비슷한 소송을 해본 변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변론비 1만2500원을 내건 집단소송 까페((cafe.naver.com/c140)를 연 이흥엽 변호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2만여명을 모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개인당 10만~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론비로 1만원을 내건 카페(cafe.naver.com/ktlawyer.cafe)를 만든 유능종 변호사의 경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지난 4월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이동통신사 등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들의 회원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법률포털 사이트 ‘로마켓’과 ‘법무법인 케이알’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적은 위임계약서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는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법무법인 홍윤의·이창현 변호사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당시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킨 (한경비피 펴냄)의 출판사와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씨를 상대로 독자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인터넷을 통한 집단 소송에 적극적인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승소를 할 때 변론비 수익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이기에 ‘공익 소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아예 ‘기획소송’을 노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이 1125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낸 사건은,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집단소송 수임을 노리고 직원과 짜고 일부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 ‘법무법인 평강’이 만든 Kt 관련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1차 소송인단 신청 마감 안내문. 이들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통해 3만2천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은 성적표 얻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대규모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좋은 ‘성적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킹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에 대해 기업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받은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법률적 한계가 크다. 한국의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소송인단만 대규모일 뿐, 미국 등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 Lawsuit)와 크게 다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미참여자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을 17대 정기국회에 상정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사회 여러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인터넷을 헤매고 자기 지갑까지 열어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이한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 인터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3만2천여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47)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또한 KT 휴대전화 가입자다. KT 사태의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저 말고도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 4명도 피해자더군요. 사실은 제가 열 받아서 소송에 나선 건데, 이왕 하는 김에 동참할 분을 100여 명 정도 모집하려 한 건데 판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소송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최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의 변호사 8명 전원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나선 게 거액의 수임료를 벌거나, 법무법인을 알려 영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임료를 100원으로 정한 건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사실 무료 변론인 거죠. 수임료가 높으면 ‘왜 돈을 받고 제대로 진행 안 하냐’는 소송인들의 항의가 많이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징적인 액수를 정한 겁니다.”
법무법인 평강은 이런 집단소송이 처음이다. 평강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6월까지 대구지검 부장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뒤 세운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인 컴퓨터수사부에 근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해킹 사건과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의 소비자 피해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송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소송인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뒤 조립식 도장으로 이름을 맞춰 찍는 작업에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까지 2차 소송단 모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진보의 실력파들, 그들은 왜 민주당으로 갔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9일자 기사 '진보의 실력파들, 그들은 왜 민주당으로 갔나?'를 퍼왔습니다.
[분석] 인재 '유출'이냐 '영입'이냐 …손놓고 있는 진보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하나인 손학규 전 대표가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은 탁월한 슬로건이다. 아직 일반 대중의 입길에는 오르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평가는 상당히 좋다.

손 전 대표는 구체적 공약으로는 2020년까지 70% 이상의 고용률 달성,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 보장, 비정규직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종업원지주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진보적 성장'을 내놓은 것은 문재인 상임고문도 마찬가지다. 김두관 지사나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원장도 비슷한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전 대표 쪽의 피부에 와닿는 짜임새가 돋보인다.

손 전 대표의 이같은 컨텐츠 '배후'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심상정 의원 전 보좌관을 지낸 손낙구 현 최원식 의원실 보좌관을 지목하는 사람이 많다. '정통 운동권' 출신의 손에서 나온 그림인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는 손 보좌관 외에도 박용진 대변인, 길기수 부대변인, 문명학 중앙당 조직국장, 송태경 보좌관(최재천 의원실),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의원실) 등의 진보정당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 운동권이 '새 피'로 수혈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 도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평민련' 출신이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이나 면면은 과거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

손낙구, 송태경, 최병천…박용진, 길기수, 문명학

 ▲ 손학규 전 대표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의 '배후'로 지목되는 손낙구 보좌관ⓒ프레시안(김봉규)
경희대 출신으로 반월공단에서 직접 노동운동을 했던 손낙구 보좌관은 민주노총 교선실장,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을 역임한 '정통파'다.

(2008)와 (2010) 등의 역저를 내놓은 그가 손 전 대표 측에 합류했을 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조용히 최재천 의원실에 합류한 송태경 보좌관도 '실력파'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보진영 내에서 '자본론 박사'로 통했던 송 보좌관은 상가임대차 보호, 파산보호, 사채 이자율 규제 등 지금은 여야 정치권의 상식이된 경제민주화 사안들을 정치권에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민병두 의원실에 합류한 최병천 보좌관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시절부터 '사회민주주의'를 주창해온 인물로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가 '주류'로 잡기 훨씬 전부터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통해 복지국가론을 설파해온 인물이다.

이들이 '정책통'에 가깝다면 박용진 대변인, 길기수 부대변인, 문명학 조직국장은 정무 쪽이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대표적 젊은 정치인이었다. 진보신당 시절 '빅텐트론'에 공감했던 박 대변인은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를 꾸려 민주당 통합에 합류했다.

춘천 출신의 길기수 부대변인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장, 진보신당 강원도당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명학 조직국장은 '책사'다. 지난 2002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의 득표율을 16.9%까지 끌어올린 주역인 문 국장은 그해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의 저작권자기도 하다. 주로 전략파트에 몸 담았던 문 국장은 진보진영 내에서 '현실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꼽혔었다.

범PD·정책통 다수, 과거 '범NL수혈'과는 궤가 달라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에 합류한 '운동권 출신'들은 주로 총학생회장 등을 지낸 명망가거나 범 'NL계열'이었다. 비판적 지지-김대중 전 대통령과 친연성-정권교체 우선론의 맥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 합류한 이들은 '범PD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이후 '좌클릭한 민주당'에 몸을 담은 것이고 하나같이 진보정당에 십여 년 가까이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다.

민주노동당의 창당 주역이라할 만한 인사들도 다수다. 민주노동당 당적을 가진 적도 없는 이석기 의원 같은 인물과도 결이 다르다.이런 까닭에 이들의 민주당 행을 보는 시각은 상당히 복잡하다. 진보정당에 나름의 헌신을 바쳤던 이들에게 "변절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는 적다. "(상황이) 안타깝다"는 말은 많이 들린다.

통합진보당의 한 인사는 "하나같이 탁월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안타깝다"면서도 "사실 자주파(구 당권파)와 이런 문제도 예견됐었기도 하고, 참여당과는 합치는데 민주당하고는 왜 안 되냐는 말도 틀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용진 '뒷배'된 박지원·우상호… 최재천의 송태경 영입 스토리

▲ 박용진 대변인, 민주당 대변인실의 고참당직자도 "박용진 일 잘하더라"고 평가했다ⓒ프레시안(최형락)
물론 이들이 거대정당인 민주당에 합류한 것은 '현실론'이 가장 크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그 진정성은 차치하더라도, 진보적 의견을 수렴하기에 별로 거리낌이 없는 조직이다. 또 영입 인사들에 대한 대우나 활용도 괜찮다.

지난 6.9 임시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김현 의원과 김한길 최고위원과 가까운 정성호 의원을 대변인에 선임하면서 박용진 대변인을 유임시켰다.

당내 기반이 미약한 박 대변인의 유임을 위해 박지원 원내대표, 우상호 최고위원이 힘을 썼다는 후문이다. 장수 대변인 출신인 이들이 자신들의 맥을 이을 '빅 마우스'로 박 대변인을 지목한 것.

민생연대 사무처장으로 불법대부업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무료법률지원 활동에 진력해온 송태경 보좌관이 최재천 의원실에 합류한 사연도 마찬가지다.

송 보좌관은 진보신당이나 통합진보당에서 활동을 계속하길 원했지만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았고 한다. 이후 송 보좌관의 활동은 최장집 교수의 (경향신문) 현장 칼럼에 소개되기도 했다.

송 보좌관은 최근 (레디앙)에 기고한 '진보정당운동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글에서 "최재천 의원이 최장집 교수님의 칼럼을 보고 제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송 보좌관은 "자신의 상임위 활동과는 관계없이, 민생연대에서 제가 하는 일을 의원실에서 하면서 민생고(民生苦) 해결에 필요한 제도개선 활동을 해달라는, 그리고 가능하다면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민생현안들로 일을 확대 해주고 약간의 시간만 빼서 자신의 의회활동을 위해 경제정책 부분을 보좌해달라는…"라고 최 의원의 제안 내용을 밝혔다.

통합진보당 상황 보니, 민주당 '러시'이어질 듯

송 보좌관은 "진보진영의 인사들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제안, 심지어 지금은 제 활동에 우호적인 인사들 대다수조차 '이렇게 바쁜 선거 시기에', '인력이나 예산도 취약한데' 등등의 논리로 반대하거나 뒷전에 밀어두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소극적이거나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김재연 거취' '불법 경선 논쟁' '북한에 대한 입장' '애국가 논쟁' 등을 주요 쟁점으로 삼고 당 대표 경선에 돌입한 상황이다. 경기동부연합+광주전남연합+울산연합 VS 인천연합+진보신당탈당파+참여계의 단순명료한 구도다.

한 진보 성향의 정치학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 이제 혹시 한국 정치가 양당 구도로 가는 게 아닌가도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민주당이 왼쪽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고, 통합진보당은 저 모양이니 말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보정당 출신 '인재'들의 민주당 행이 이어질 기반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