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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을 퍼왔습니다.
[줌인]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뒤 손해배상 카페 10여 곳 생겨… 2006년 시작된 ‘공익소송’이지만 집단소송할 사람 모집하려고 고객정보 빼내는 기막힌 ‘기획소송’도 있어

텔레마케팅(TM) 업체 사장인 최아무개(40)씨는 지난 2월 ‘엔패쳐’(Nfetche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차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가 무려 7달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엔패쳐는 프로그램 창을 띄운 뒤, 010-○○○○-0000부터 010-○○○○-9999까지 특정한 휴대전화 번호의 대역을 입력하면,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서 그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txt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KT 도봉지사의 한 대리점 컴퓨터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깔아 고객정보조회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그리곤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요금제, 휴대전화 기종, 할부기간, 개통일 등 10가지 항목을 매일 야금야금 빼냈다.
변론비 1만5천원에 10~20만원 판결 선례

»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한겨레 이정아

그가 빼낸 개인정보는 최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텔레마케팅(TM) 업자 황아무개(35)씨에게도 넘어갔다. 가입자의 약정기간과 요금제 등을 알 수 있어, 영업에 활용하기 쉬웠다. 다른 텔레마케팅 업체 10여 곳에도 한 달 이용료 200만~300만원을 받고 프로그램을 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가 돌고, 돌았다.
KT가 해킹을 눈치챈 건, 5달이 지나서였다. KT는 지난 7월11일 서버에 시스템 과부하 오류가 발견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며칠 동안 서버를 감시한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내려 접근한 이들을 포착했다. 지난 7월29일 KT 고객정보를 빼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씨와 황씨를 구속했다. 엔패쳐 프로그램을 사용한 우아무개(36)씨 등 텔레마케팅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 정보유출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계보를 잇는다.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만 모두 870만 건이다. KT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1600여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게 얻은 고객 정보로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기기 변경, 요금제 변경 등을 권유해 1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곧 재판을 받는다.
고객이 맡긴 개인 정보를 도둑맞은 KT는 사건 뒤 “보안의식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의 ‘미지근한’ 사과는 오히려 870만 피해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KT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는 피해자들의 인터넷 까페 10여 곳이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연 곳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에서 직접 문을 연 까페였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 평강’에서 연 인터넷 카페 ‘법무법인 평강 KT 100원 집단소송’(cafe.naver.com/shalomlaw)이다.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회원 수만 4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평강이 “변론비 100원과 인지대(소송 신청 때 법원에 내는 접수비) 2500원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피해자들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8월5일 3만2000여명 규모의 1차 소송단 접수를 마쳤다. 법무법인 평강 쪽은 “대기업의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KT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상자 기사 참조)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 특허도

개인 정보유출 사건이 새로운 뉴스가 아니듯, 법무법인이 인터넷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풍경도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회원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 ‘옥션’ 사건, 지난해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 등 최근 4년 동안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만 1억 건이 넘어서자,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법조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KT 사태의 집단소송에도 과거 비슷한 소송을 해본 변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변론비 1만2500원을 내건 집단소송 까페((cafe.naver.com/c140)를 연 이흥엽 변호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2만여명을 모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개인당 10만~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론비로 1만원을 내건 카페(cafe.naver.com/ktlawyer.cafe)를 만든 유능종 변호사의 경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지난 4월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이동통신사 등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들의 회원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법률포털 사이트 ‘로마켓’과 ‘법무법인 케이알’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적은 위임계약서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는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법무법인 홍윤의·이창현 변호사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당시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킨 (한경비피 펴냄)의 출판사와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씨를 상대로 독자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인터넷을 통한 집단 소송에 적극적인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승소를 할 때 변론비 수익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이기에 ‘공익 소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아예 ‘기획소송’을 노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이 1125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낸 사건은,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집단소송 수임을 노리고 직원과 짜고 일부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 ‘법무법인 평강’이 만든 Kt 관련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1차 소송인단 신청 마감 안내문. 이들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통해 3만2천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은 성적표 얻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대규모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좋은 ‘성적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킹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에 대해 기업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받은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법률적 한계가 크다. 한국의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소송인단만 대규모일 뿐, 미국 등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 Lawsuit)와 크게 다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미참여자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을 17대 정기국회에 상정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사회 여러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인터넷을 헤매고 자기 지갑까지 열어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이한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 인터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3만2천여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47)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또한 KT 휴대전화 가입자다. KT 사태의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저 말고도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 4명도 피해자더군요. 사실은 제가 열 받아서 소송에 나선 건데, 이왕 하는 김에 동참할 분을 100여 명 정도 모집하려 한 건데 판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소송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최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의 변호사 8명 전원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나선 게 거액의 수임료를 벌거나, 법무법인을 알려 영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임료를 100원으로 정한 건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사실 무료 변론인 거죠. 수임료가 높으면 ‘왜 돈을 받고 제대로 진행 안 하냐’는 소송인들의 항의가 많이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징적인 액수를 정한 겁니다.”
법무법인 평강은 이런 집단소송이 처음이다. 평강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6월까지 대구지검 부장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뒤 세운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인 컴퓨터수사부에 근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해킹 사건과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의 소비자 피해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송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소송인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뒤 조립식 도장으로 이름을 맞춰 찍는 작업에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까지 2차 소송단 모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한국판 리보게이트' 터졌다…CD금리 '사실상 조작'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9일자 기사 ''한국판 리보게이트' 터졌다…CD금리 '사실상 조작''을 퍼왔습니다.
[분석] 수천억 대 집단소송 예고, 공정위 조사에 "정치적 의도" 반발도

마침내 '한국판 리보게이트', 'CD게이트'가 터졌다.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이 금리 선정에 참여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CD금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00조 원에 육박하는 대출이 CD연동 금리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0.1%만 높여잡아도 은행들이 연간 3000억 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이 자진해서 반납하지 않으면, 부당이득 반환청구 등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CD 금리가 '사실상 조작'되고 있었다는 의혹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담합에 따른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업체는 100% 과징금이 면제된다는 '리니언시'를 이용해 한 금융업체가 담합 사실을 시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CD금리 자체가 시중금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CD 금리 조작 의혹 조사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시스

전광석화 같은 공정위 조사, "이미 증거 확보"?

CD금리 조작을 확인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융감독당국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최소한 사전에 금융당국에 논의를 했어야 한다"면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유감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정위는 17일과 18일 CD 금리를 산정하는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이어, CD를 발행하는 은행들에 대해 잇따른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신속한 조사 과정을 지켜보던 업계에서는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돌았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리보게이트'에 의해 촉발됐다. 350조 달러에 달하는 국제금융거래의 기준금리 격인 리보 금리가 글로벌 대형은행들에 의해 조작됐다는 충격적 사실이 폭로된 이후 , 리보 금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CD금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자 공정위가 나선 것이다.

사실상 거래 없는 날도 CD 금리는 보고된다

현행 CD금리가 산출되는 방식은 이렇다. 10개 증권사가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금융투자협회에 시중에 유통되는 CD 금리를 보고한다. CD는 현재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다. 금투협은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 수치를 평균해 고시금리를 결정한다.

문제는 지난 2009년 정부가 은행이 CD 발행으로 들어오는 돈을 예금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은행이 CD를 발행할 인센티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CD 발행 물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CD 발행 물량의 절대량 자체가 시중금리의 기준으로 삼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식물금리'가 된 지 오래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가 됐다.

지난 2009년 말 100조 원에 달하던 CD 발행잔액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 6월 말 현재 27조 원으로 급감했다. 2010년까지 매달 9조~10조 원씩 거래됐던 CD는 현재 2조 원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시장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CD금리, "나홀로 고정금리"

이처럼 CD 거래가 거의 없는데도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에 유통금리를 보고해왔다. 사실상 금리조작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금투협에 CD금리를 보고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통틀어 CD금리 거래가 있었던 날이 5일 미만"이라면서 "거래량이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 상황에서 금리를 보고해야 하니, 과거 수치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CD금리는 다른 시중금리는 하락했는데, 지난 3개월간 3.54%에서 변동이 없었고, 지난 1년간에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통화안정증권의 금리는 같은 기간 3.38%에서 3.22%로 0.16%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업계에서는 공정위에 자진신고한 금융사가 증권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은행과 '갑과 을'의 관계인 증권사가 '사실상의 조작 금리'를 제시해오다가 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식물금리 만든 건 당국"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처럼 CD 금리를 '식물금리'로 만드는 요인을 제공한 금융당국이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를 만들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내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후 한 번도 추가 회의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정위가 금융당국을 무시하고 CD금리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대 마진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이승선 기자

공정위 "CD금리 담합 증거 확보했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20일자 기사 '공정위 "CD금리 담합 증거 확보했다"'를 퍼왔습니다.
수조대 집단소송, 4천조대 파생상품 청산 등 쓰나미 도래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에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20일 에 따르면, 공정위 관계자는 19일 “지난 17일과 18일 증권사,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금융회사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로부터 CD금리 담합 증거를 포착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가 입수됐지는지, 증거들이 어떻게 CD금리 담합을 입증하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복수의 금융업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입수한 증거는 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의 안건과 관련된 서류, 메모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 CD발행과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는 것. 

이같은 증거들은 한 금융회사의 리니언시를 통해 확보한 것은 아니라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니언시를 한 금융사는 이같은 증거를 제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시중은행들이 은행연합회에 소속된 자금부서장 간담회를 통해 자금부서장들이 만난다는 것과 함께 실무자급들이 ‘발행시장 협의회’ 형태의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수의 금융계 종사자들은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은행과 증권사에서 CD발행에 관련된 실무자들이 사용하는 PC본체 등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CD 발행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주로 채권시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등을 통해 업무상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PC본체 등을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라고 은 전했다.

증권사 한곳이 CD금리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했다는 보도에 이어 현장조사에서 담합 증거를 확보했다는 공정위 관계자 발언까지 나오면서 CD금리 담합 파문은 매머드 태풍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CD금리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선 막대한 수탈적 피해를 입은 가계대출자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수조원대 집단소송을 물론이고,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로 발전하면서 연말 대선에도 중대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정위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리보 금리 조작 사건때 영국 버클레이스은행의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듯, 관련자 구속, 대형 금융지주사 최고위층의 무더기 경질과 금융감독당국 문책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대외신인도 급락. 현재 CD금리를 기초로한 파생상품은 이자율스와프 4천332조원, 이자율선도 5조1천억원, 이자율옵션 250조3천억원 등 모두 4천587조원에 달한다. 이 중 90% 가량이 CD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채권인 변동금리부사채(FRN)가 20조3천억원, 파생상품연계증권(DLS)가이 6조8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파생상품을 주로 취급해온 외국계는 한국에 대한 극한 불신으로 앞다퉈 파생상품을 청산하고 한국을 떠나며 피해자들은 대규모 국제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부동산거품 파열, 가계부채, 수출급랭 등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CD금리 조작 의혹이 한국경제의 신인도에 치명타를 가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심각한 상황 전개다.

임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