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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5일 토요일

미국ITC "애플, 삼성전자 특허 침해 안했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9-15일자 기사 '미국ITC "애플, 삼성전자 특허 침해 안했다"'를 퍼왔습니다.
미국 정부기구 또 애플 손 들어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맞제소와 관련해 먼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제임스 길디어 ITC 위원은 14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예비 판정이며 ITC는 내년 1월께 삼성전자의 이번 제소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법이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플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한 데 이어 ITC가 이번 결정을 내림에 따라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애플도 지난해 7월 ITC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제소를 내 바 있어 이에 대한 판결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데이터 변환, 음악 데이터 저장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바일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뒤이어 애플은 같은 해 7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ITC에 맞제소했다.

연합뉴스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美법원 "삼성, 애플에 10.5억달러 배상하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5일자 기사 '美법원 "삼성, 애플에 10.5억달러 배상하라"'를 퍼왔습니다.
한국법원은 삼성, 미국법원은 애플 손 들어줘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에서 한국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미국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간) 평의를 종결하고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스마트폰들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검은색 전면부와 전면 베젤, 아이콘 디자인 등 최소 3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9명의 배심원은 이에 따라 삼성에게 애플에 10억5천185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에 애플에 대해선 삼성에 한푼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평결했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신의 모바일 기기 디자인 특허와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해해 25억달러∼27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애플이 자신의 무선통신 특허를 위반했다며 4억2180만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이 나옴에 따라 이르면 한 달 이내에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앞서 한국 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는 삼성이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중앙지법은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 1건을 각각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삼성과 애플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9개국(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호주)에서 30여 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을 퍼왔습니다.
[줌인]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뒤 손해배상 카페 10여 곳 생겨… 2006년 시작된 ‘공익소송’이지만 집단소송할 사람 모집하려고 고객정보 빼내는 기막힌 ‘기획소송’도 있어

텔레마케팅(TM) 업체 사장인 최아무개(40)씨는 지난 2월 ‘엔패쳐’(Nfetche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차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가 무려 7달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엔패쳐는 프로그램 창을 띄운 뒤, 010-○○○○-0000부터 010-○○○○-9999까지 특정한 휴대전화 번호의 대역을 입력하면,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서 그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txt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KT 도봉지사의 한 대리점 컴퓨터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깔아 고객정보조회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그리곤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요금제, 휴대전화 기종, 할부기간, 개통일 등 10가지 항목을 매일 야금야금 빼냈다.
변론비 1만5천원에 10~20만원 판결 선례

»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한겨레 이정아

그가 빼낸 개인정보는 최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텔레마케팅(TM) 업자 황아무개(35)씨에게도 넘어갔다. 가입자의 약정기간과 요금제 등을 알 수 있어, 영업에 활용하기 쉬웠다. 다른 텔레마케팅 업체 10여 곳에도 한 달 이용료 200만~300만원을 받고 프로그램을 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가 돌고, 돌았다.
KT가 해킹을 눈치챈 건, 5달이 지나서였다. KT는 지난 7월11일 서버에 시스템 과부하 오류가 발견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며칠 동안 서버를 감시한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내려 접근한 이들을 포착했다. 지난 7월29일 KT 고객정보를 빼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씨와 황씨를 구속했다. 엔패쳐 프로그램을 사용한 우아무개(36)씨 등 텔레마케팅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 정보유출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계보를 잇는다.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만 모두 870만 건이다. KT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1600여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게 얻은 고객 정보로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기기 변경, 요금제 변경 등을 권유해 1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곧 재판을 받는다.
고객이 맡긴 개인 정보를 도둑맞은 KT는 사건 뒤 “보안의식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의 ‘미지근한’ 사과는 오히려 870만 피해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KT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는 피해자들의 인터넷 까페 10여 곳이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연 곳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에서 직접 문을 연 까페였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 평강’에서 연 인터넷 카페 ‘법무법인 평강 KT 100원 집단소송’(cafe.naver.com/shalomlaw)이다.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회원 수만 4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평강이 “변론비 100원과 인지대(소송 신청 때 법원에 내는 접수비) 2500원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피해자들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8월5일 3만2000여명 규모의 1차 소송단 접수를 마쳤다. 법무법인 평강 쪽은 “대기업의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KT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상자 기사 참조)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 특허도

개인 정보유출 사건이 새로운 뉴스가 아니듯, 법무법인이 인터넷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풍경도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회원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 ‘옥션’ 사건, 지난해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 등 최근 4년 동안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만 1억 건이 넘어서자,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법조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KT 사태의 집단소송에도 과거 비슷한 소송을 해본 변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변론비 1만2500원을 내건 집단소송 까페((cafe.naver.com/c140)를 연 이흥엽 변호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2만여명을 모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개인당 10만~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론비로 1만원을 내건 카페(cafe.naver.com/ktlawyer.cafe)를 만든 유능종 변호사의 경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지난 4월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이동통신사 등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들의 회원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법률포털 사이트 ‘로마켓’과 ‘법무법인 케이알’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적은 위임계약서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는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법무법인 홍윤의·이창현 변호사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당시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킨 (한경비피 펴냄)의 출판사와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씨를 상대로 독자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인터넷을 통한 집단 소송에 적극적인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승소를 할 때 변론비 수익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이기에 ‘공익 소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아예 ‘기획소송’을 노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이 1125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낸 사건은,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집단소송 수임을 노리고 직원과 짜고 일부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 ‘법무법인 평강’이 만든 Kt 관련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1차 소송인단 신청 마감 안내문. 이들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통해 3만2천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은 성적표 얻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대규모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좋은 ‘성적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킹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에 대해 기업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받은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법률적 한계가 크다. 한국의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소송인단만 대규모일 뿐, 미국 등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 Lawsuit)와 크게 다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미참여자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을 17대 정기국회에 상정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사회 여러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인터넷을 헤매고 자기 지갑까지 열어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이한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 인터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3만2천여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47)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또한 KT 휴대전화 가입자다. KT 사태의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저 말고도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 4명도 피해자더군요. 사실은 제가 열 받아서 소송에 나선 건데, 이왕 하는 김에 동참할 분을 100여 명 정도 모집하려 한 건데 판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소송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최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의 변호사 8명 전원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나선 게 거액의 수임료를 벌거나, 법무법인을 알려 영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임료를 100원으로 정한 건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사실 무료 변론인 거죠. 수임료가 높으면 ‘왜 돈을 받고 제대로 진행 안 하냐’는 소송인들의 항의가 많이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징적인 액수를 정한 겁니다.”
법무법인 평강은 이런 집단소송이 처음이다. 평강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6월까지 대구지검 부장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뒤 세운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인 컴퓨터수사부에 근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해킹 사건과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의 소비자 피해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송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소송인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뒤 조립식 도장으로 이름을 맞춰 찍는 작업에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까지 2차 소송단 모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한집 걸러 한집에 암환자, '약값 괴담' 진실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5일자 기사 '한집 걸러 한집에 암환자, '약값 괴담' 진실은…'를 퍼왔습니다.
[기자의 눈] 한미FTA와 의약품 특허

"아내가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글리벡이라는 특허약이 필요했어요. 한 정에 2만3000원짜리 글리벡을 하루에 4~8정 먹어야 해요. 한 달 약값이 300~600만 원. 일 년에는 3600~7200만 원이 들었죠."

한 집 걸러 한 집에 암 환자가 있는 시대, 백혈병(혈액암) 환자가 있는 가족의 넋두리다. 그의 말처럼 특허약은 비싸다. 글리벡 한 정당 원가는 760원. 그런데 판매가는 원가의 30배가 넘는다. 왜 이렇게 비쌀까. 사람들은 막연히 추측한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약을 비싸게 파는 만큼 아마도 약효가 혁신적으로 좋거나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돈이 그만큼 많이 들었으리라고.

"밀가루보다 약효가 나으면 신약"

의 저자 마르시아 안젤에 따르면, 신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존 약보다 혁신적이지는 않다. 기존 약의 분자구조만 살짝 바꾸거나, 기존 약의 적응증(약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만 바꿔 똑같은 약을 '신약'인 것처럼 꾸며 등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의사
일례로 미국의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의 프로작이라는 항우울제는 1987년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01년 프로작의 특허가 끝나자 일라이 릴리는 똑같은 약을 '프로작 사라펨'으로 이름을 바꾼 뒤 '월경 전 불쾌 장애'라는 적응증으로 FDA의 승인을 받는다. 알약 색깔만 바꾼 프로작 사라펨은 기존의 프로작과 성분이 똑같지만 제네릭(복제약)보다 3.5배 비싸다.

'신약 같지 않은 신약'의 비밀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특허 허가 요건에 있다. 신약은 기존 약이 아니라 위약보다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 특정 약이 밀가루나 설탕보다 약효가 낫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쉽다.(☞관련 기사 : 보건의료단체들이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한 이유) 그러나 '특허약'이 기존 약보다 낫다는 비교연구는 거의 되지 않는다.

"연구와 특허는 대학이, 독점판매권은 거대 제약사가"

제약사가 연구비를 들여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개 혁신적인 약은 정부기관이나 대학이 수십 년간 연구·개발하면 제약사는 실용단계 마지막에 임상시험비만 대주거나, 실용화 직전에 독점 판매권만 사오는 방식으로 세상에 유통된다.

미국 시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65년부터 1992년까지 승인된 가장 혁신적인 약 21종 가운데 15종은 공적인 연구로 개발됐다. 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가장 많이 팔린 약 50종 가운데 45종이 정부 자금으로 개발됐다고 고발한다.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도 듀크 대학에서 처음 발견했고, 지방의 한 생명공학 회사에서 개발했다. 약이 다 개발되기까지 손 놓고 기다린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푸제온이 만들어진 후에야 독점 판매권을 사들였고, 2003년 FDA의 승인을 받아 기존 에이즈 치료제의 세 배인 연간 2만 달러라는 가격을 매겼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로슈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공에 비해 판매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로슈는 푸제온에 대해 지나치게 비싼 약값을 요구해 한국 에이즈 감염인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로슈는 정부가 책정한 약값이 너무 싸다며 한국에 푸제온 공급을 3년간 거부했다. 대신 로슈는 일 년에 32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요구했다. 한국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약값'을 낼 정도의 경제력이 된다는 것이 근거였다. 푸제온은 아직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왜 에이즈 환자들이 신약 '무상공급'을 반대하냐고?")

로슈를 비롯한 제약업계는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사가 연구 개발비를 얼마나 썼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간접적인 자료는 있다. 2002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안에 드는 10개 제약회사가 쓴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 2170억 달러의 14%에 불과했다. 반면에 마케팅 및 관리비는 31%를 썼다. 광고비나 의사 등에게 건네는 관리비를 조금만 줄여도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 지난 2008년 삼성동 한국 로슈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에이즈(AIDS)치료제인 '푸제온' 공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글로벌 제약회사인 '로슈'는 이전 에이즈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푸제온'을 가격 협상 실패 등의 이유로 공급하기를 거부했었다. ⓒ연합뉴스

"분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특허권을 가진 제약사의 '독점 판매 꼼수'는 제네릭 회사와의 담합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국내 최대 제약회사 중 하나인 동아제약도 지난 10월 제네릭을 출시하지 않는 대가로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와 담합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GSK와 동아제약에 과징금 52억 원을 처분했다.

GSK는 항구토제인 조프란으로 국내 항구토제 시장을 1991년부터 100%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제약이 1998년부터 국내에 또 다른 항구토제인 온다론을 출시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는 동아제약이 온다론을 철수하고 앞으로 항구토제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는 대신, 자사의 신약 판매권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가 적발됐다.

이러한 불법보다 더 큰 문제는 '합법적인' 특허 연장 꼼수다. 특허가 만료될 때쯤 제약사는 똑같은 약을 살짝 바꿔 특허를 연장해 제네릭 회사의 정당한 경쟁을 막는다. 제약업계의 증언을 들어보자. 2002년 피터 제닝스의 에서 미국 카이저 퍼머난테메디컬 그룹의 샤론 레빈 부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약의 구조에서 분자 딱 하나만 바꾸면 특허를 20년 연장할 수 있는데, 왜 새로운 약물을 찾는 불확실한 노력에 돈을 쏟아 붓는단 말입니까?"

'똑같은 약'으로 특허 20년 연장, 정당한가?

다국적 제약회사는 강변한다. 의약계의 '혁신'을 위해서는 독점판매권을 늘려야 한다고. 그러나 가짜 약보다 낫기만 하면 독점판매권을 얻을 수 있는 느슨한 특허 조건과 분자 하나만 바꾼 약의 특허를 20년 이상 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동안 소비자들이 물어야 하는 약값은 커졌다. 2002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10대 제약사 순이익 실적은 나머지 490개 기업보다 높았다. 다국적 제약사가 돈 벌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특허권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비호만 있으면 된다. 미국 제약사가 신약 개발보다 정치권 로비에 공들이는 이유다.

방법은 있다. 특허 취지에 맞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의약품 관련 특허법을 바꾸면 된다. 기존 약보다 약효가 뛰어나다는 의학적 근거를 철저히 입증한 약에 대해서만 특허를 인정하는 것이다. 혹은 공익을 위해 의약품 공급을 '강제실시'할 수 있다는 사문화된 조항을 살리거나. 하지만 미국 정부나 국회의원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


▲ 2001년 노바티스 한국 지사 앞에서 열린 글리벡 약값 인하 시위. 사진의 환자는 실제 백혈병 환자들이었고 이 중에는 고인이 된 이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FTA 이후 약값 부담 상승, 과연 괴담일까?

정부는 한국에서 FTA가 발효해도 약값이 그다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말처럼 심각하게 나빠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지금도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가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약값을 그대로 들어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의약품 특허는 한국에서도 자동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FTA 협정문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따르면 약값은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으로 책정된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약값과 동등한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FTA 이후 약값이 오를 수 있는 근거다.

정부 스스로 이를 시인한 자료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10개 연구원과 공동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EU FTA 발효 이후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입이 급증해 두 분야에서만 앞으로 5년간 5200만 달러의 추가 적자가 생긴다. 국책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은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의약품 매출이 연평균 686~119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일까. 미국의 '다국적제약회사협회'는 한미 FTA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지금도 우리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 앞에 무력하지만, 정부가 그린 장밋빛 미래에 환자의 건강은 뒷전이 될지도 모른다.



/김윤나영 기자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한미FTA가 바꿀 농업③·끝] FTA로 끝 아니다. '자발적 민영화' 반대해야

태초에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15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 중 한미 FTA 출생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한미 FTA는 한번 생명을 얻으면, 쉬지 않고 거듭 탄생한다.

한미 FTA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증거는, 한나라당이 한미 FTA 날치기에 곧이어 날치기한 14개 법률 총 37개 조항이다. 이 법률들은 오로지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끌려 나와 도매금으로 고쳐졌다. 그 안에는 한국의 우체국은 앞으로 새로운 보험 종류를 취급할 수 없다는 조항도 있다.(우체국 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

도대체 왜 우체국은 새로운 보험을 취급해서는 안 될까? 미국의 영리병원을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미국 민간 의료 보험의 영업을 위해서다.

위 14개 법률의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더 고쳐야 할 법령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약값을 올릴 독소 조항인,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를 실제로 보장할 조항, 의료보험 약값 책정에 저항하는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이런 것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한미 FTA는 끝없이 탄생한다. 쌀, 쇠고기 광우병 검역 등은 아직 분만 대기실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 FTA 자체가 탐욕의 무한 팽창을 위한 재생산 장치를 가지고 있으니, '관세 철폐의 가속화'를 위한 협의 의무가 이미 규정되어 있다(2.3조).

중국 봉쇄 'TPP' 가입 강요

위대한 탄생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탐욕은 한미 FTA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을 봉쇄하는 환태평양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 자체가 이미 미국의 'TPP' 전략의 디딤돌이다. 미국과 FTA를 하면서 'TPP'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이 TPP에 가입해서 일본과 FTA를 하면 한국의 무역 흑자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은 미국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서는 원대한 외교 통상 전략을 가지고서 한미 FTA를 날치기한 것인가? 어제 한미 FTA 환영 성명을발표한 대기업 중에서 중국 시장을 잃고 연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한미 FTA 불복종 운동

한미 FTA의 비극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팽창하는 탐욕에 있다. 탐욕을 정화시켜 줄 시민 불복종 운동이 필요하다. 이른바 14개 이행법안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왜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14개 이행법 37개 조항은 시민과 소농의 공공복리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 보장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왜 식약청이 의약품을 허가할 때, 안정성과 유효성 외에 특허까지 판단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을 만드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도대체 왜 건강보험료 약값 책정에서 보험공단이 배제되어야 하는가? 물건의 값을 정하는 절차에서 물건을 살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골목 상권과 재래 시장을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집회 참여자들이 경찰이 쏜 물포를 맞으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

무엇보다도 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우체국, 공항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는 한미 FTA의 치명적 독을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게 하는 모세혈관이다. 외국 자본이 공공부분을 장악하는 것이 민영화다. 한미 FTA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과 체결한 민영화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도 투자자 국제 중재(ISD)에 회부되도록 했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은 한미 FTA의 탐욕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한미 FTA 시민 감시 운동

그리고 시민과 소농은 한미 FTA 자체를 감시해야 한다. 당장 한미 FTA 발효 과정부터 감시해야 한다. '이행법'이라는 명목으로 14개 법률 37개 조항을 날치기한 한국이다. 그런 한국은 과연 미국에 미국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 법령을 파악하고 있는가?

시민과 소농은 감시해야 한다. 누가 투자자 국가 중재권(ISD)으로 한국의 공공정책에 도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끊임없이 한미 FTA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의 최고 집행기관인 '공동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것으로 재구성될 것

나는 결국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수준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끝은 사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과 대중의 끊임없는 참여와 각성의 성취물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 '한방'으로 한미 FTA가 폐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농어촌 특별세와 지역 식품체계

원래 3회차인 이 글은 우리 농업의 대안을 토론하는 글이 되어야 했다. 한미 FTA 날치기 때문에 간략한 내용으로 대신한다. 매년 4조 원이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포함해서,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소농을 탈락시키고 대농을 집중 지원하는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는 지난 20년 간 실패했다. 아무리 한국 대농의 경작 면적을 늘려 주더라도 미국과 호주의 대농과 규모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는 한, 대농조차 농사를 지어 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4조 원인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대농 집중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지탱하는 '식품체계'를 위해 써야 한다. 식품체계란 소농이 소농으로 고립 단절되지 않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틀이다. 지금 농촌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지역의 교육기관 그리고 복지 시설의 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서울과 대도시 학교 급식도 연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소농과 연계된 식품체계의 싹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소농 역량이 해체되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기초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소농 지역 사회가 해제되면 WTO가 인정하는 식량 안보는 불가능하다. 모순된 WTO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소농이 어떤 방식으로 협동체를 결성하여 활동할 것인가를 소농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 협동체의 활동은 독점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농들이 살아남아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어야만, 지역의 농지와 물과 같은 지역 자원을 돌보고 통제할 수 있다. 농지를 모텔이나 아파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에,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