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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사라진 한미FTA ·반값등록금... 야당 노릇 포기하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6일자 기사 '사라진 한미FTA ·반값등록금... 야당 노릇 포기하나'를 퍼왔습니다.
[분석] 변경된 민주통합당 정강정책 '경제·복지' 분야 살펴봤더니...

5·4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되기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이후 이른바 '혁신' 과정의 하나로 기존 정강정책을 '우클릭'하면서,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선' 논란에 휩싸였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으로 이 작업을 주도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정책의 우경화에 대하여 "'우클릭',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축했다.

이른바 "국민의 눈높이"라는 명분으로 정강정책의 개혁적 색채를 지우는데 주력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막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야권 전체에 커다란 우려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 중 경제-복지 분야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개선 의지 상실한 FTA-통상 정책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제민주화 실천을 약속하고 있다. ⓒ 남소연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개정안은 한미FTA 전면 재검토 정책이다. 민주당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미"라는 단어를 빼고, "전면 재검토"를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로 바꿨다. 개정작업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하여 "현재 8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모든 FTA로 변경"했으며, "전면재검토는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 통상정책의 현실에 비추어보아 궁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진보개혁진영이 한미FTA를 특정하여 전면 재협상 내지 폐기까지 주장했던 이유는, 한미FTA가 ISD제도 등 국가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는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의 전면적인 민영화, 개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미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는 다른 국가와의 FTA를 재검토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한미FTA를 전면 폐기하는 것은 국민의 최고 이익이라 할 수 있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위며, 앞으로 빚어질 수많은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이 진보개혁진영에 대하여 "한미FTA 전면 폐기는 비현실적"이라 비난했던 논리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개념 정립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에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한다는 내용을 덧붙여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혹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과제가 제기되었던 배경과 의미를 고려해볼 때 심각한 문제다.

'경제민주화'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소외 계층이다. 이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비정상적인 계열사 지배구조,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독과점 등으로 피폐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와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거꾸로 '경제민주화' 과제에서 노동자 관련 강령과 정책들을 모조리 삭제하려 하였다. 5·4 전당대회 직전 공개된 '개정안'은 강령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계승"과 "노조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이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또 노동분야 핵심정책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최저임금제도 현실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핵심적인 정책 목표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러한 '개정안'은 민주당 내 전국노동위원회의 조직적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4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천박하고 정치철학의 부재를 드러내주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의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당내 분란을 무마해야 했다.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몰이해는 기업과의 관계를 나타낸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이 제기한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재벌의 독과점과 비정상적인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제민주화'가 마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개념을 왜곡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대선기간 새누리당 내에서 김종인과 이한구 사이에 벌어졌던 '경제민주화 논란'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3+1 핵심복지는 포기 수순


▲ "반값등록금 포기? 다음 선거 포기!" 민주당 규탄집회 반값등록금 국민본부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사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복지분야에서도 '보편적 복지' 개념이 훼손되고, 핵심 정책들이 대거 수정, 삭제되었다. 민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을 뼈대로 한 '3+1 보편복지'공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책 개정 작업 중 '보편적 복지' 개념을 아예 삭제하려 시도했다. 

진보개혁진영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는 복지 실현은 국가의 의무이며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 개념은 이미 2011년 서울시 주민투표 당시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보편적 복지'를 지지한 것으로 충분히 정당성을 획득한 개념이다. 이러한 흐름이 있었기에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차용한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며 비현실적"이라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의 철 지난 비난을 여과 없이 수용하려 했다. 노동정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내 반발이 극심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도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 실현'이라 수정했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의료가 마치 모든 의료비용을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여겨져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자기 부담금도 있기 때문에, 무상의료보다는 의무의료라는 말로 바꿨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의 변명은 민주당 기존 강령을 왜곡하고, 국민들이 처한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기존 강령·정책에서도 '무상의료'에 대해 국민들의 보험료 납부 등을 고려해 이미 '실질적 무상의료'라고 유연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지금 한국 의료현실은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기본이지만 이와 더불어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상의료'라는 표현은 의료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 수정은 새누리당이 '무상의료는 퍼주기식 공짜'라고 비난했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데 불과하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아예 폐기했다. 개정 책임자인 이상민 의원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넣을 수 없었다"고 또 다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반값등록금'이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다는 점,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된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과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진보·개혁 야당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조직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최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해 온 한대련은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반값등록금 공약이 선거용 빈공약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야

민주당의 정강정책 수정과 관련하여 당내 개혁적 성향의 386출신 우상호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당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이념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이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도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중도화가 아니라 복지 후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의 이른바 '우클릭'은 지금까지 드러난 민심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민주당은 민생과 직결된 경제/복지 정책부터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진보 개혁적 정책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훈(punkkid99)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정부의 '잡탕밥' 통계, FTA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16일자 기사 '정부의 '잡탕밥' 통계, FTA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나'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1년⑤] 한미FTA, 미국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무용지물'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꼭 1년이 됐다. 1년 전 정부는 거대시장 미국으로의 경제고속도로가 연결됐다고 자축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의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국내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 등의 피해도 우려됐다. 지난 1년 한미FTA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는 중소 수출기업과 감귤농장 등의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등과 함께 향후 대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FTA가 첫 돌을 맞았다. 누군가에겐 복덩이 첫 돌일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엔 후레자식 같을 게다. 복덩이라 믿는 쪽에서는 성대한 돌잔치를 준비할 모양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인사치레도 풍성하다. 

주요 언론마다 한미FTA 첫 돌을 맞는 온갖 기사들을 내보냈다. 대개 이런 내용들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미FTA 덕분에 수출도 늘고, 투자도 늘어서 흑자도 늘었다.' 덧붙여 '우리 농민 다 죽는다더니 아무도 안 죽었네'라는 식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수출이 늘었다는 얘기는 이미 올 1월에 등장한 것이다. 관세청이 자료를 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한미FTA 덕택에 대미수출이 4.1%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새 정부에 향한 립서비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 관세청이 지난 1월 14일 내놓은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 내용 일부 ⓒ 관세청

그런데 발표가 나오자마자 (오마이뉴스)의 강력한 잽에 걸려 버렸다. '한미FTA는 2012년 3월 15일 발효됐는데 왜 2012년 1~3월 자료가 여기에 포함돼 있느냐'는 게 기사의 요지였고 제대로 걸렸다(관련기사 : [단독] 한미FTA 효과로 수출 증가했다고? 오히려 줄어). 1~3월 치를 빼고 보니 오히려 수출이 줄었다. 실제 4월부터 12월까지 대미수출은 매월 약 2%에 조금 못 미쳐 줄었다. 2010년 매월 수십 퍼센트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보통 문제가 아닌 수치였다. 

관세청 보도자료에는 심지어 한미FTA 덕분에 자동차 수출이 20% 가량 늘었다고 적혀 있었다. 치명적인 에러다. 왜냐하면 자동차 관세는 미국이 우리 팔을 비틀어 재협상을 강요해서 4년간 유예하지 않았던가. 쉽게 말해 자동차는 2016년까지는 한미FTA와 전혀 무관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미FTA와 전혀 무관한 데도 수출이 저리 늘어난다는 점일 게다. 

한미FTA 첫 돌께 나온 자료는 '잡탕밥' 수준

아무튼 KBS뉴스까지 나서서 이 허위 과장 광고를 꼬집자 관세청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냈다. 그런데 3월 15일 발효일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새 버전을 발표한다. 무역협회도 거들고 나섰다. 2012년 3월부터 2013년 1월까지의 대미수출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니 수출은 엄청 늘었고 무역 흑자는 자그마치 44%가 늘었단다. 증가 폭은 살짝 줄어 2.67%라고 했다. 한미FTA를 보위하기 위한 노력이 참으로 지난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2013년 1월까지일까.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12년 대미수출은 2012년 2월 자그마치 47%, 3월에는 28%가 증가했다가 4월부터 내리막길을 헤맸다. 그리고 2013년 1월 21%로 급증하고 다시 2월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그렇게 본다면 대미수출 2.67%는 수출이 특히 많았던 2012년 3월 치와 2013년 1월 치를 버무려 만든 '잡탕밥'같은 수치인 셈이다. 

발효일인 2012년 3월 15일부터 2013년 3월 15일까지의 자료는 여전히 나와 있지 않다. 단지 내가 입수한 2012년 4월부터 2013년 2월 20일까지 수출액을 바로 전년도와 비교해 본 자료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대비 99.4%, 즉 0.6%가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89.6%, 자그마치 10.4%가 줄었다. 수출이 거의 그대로고 수입이 확 줄었으니 흑자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한 40% 정도 된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한미FTA 발효 1년 동안 대미수출은 0%대 전후의 증감을 나타내지 않을까 추정한다. 최대 GDP 5.7%, 일자리 34만 개 등을 운운하는 것은 그냥 해본 소리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 분명하다. 정부도 갖고 있는, 동일하지만 가장 최신 버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해 추정해보니 한미FTA 경제효과는 0.0%대로 나온다. 

직접투자 중 M&A 자금은 80~90%대... '착한 투자'는 없었다

▲ 지난해 3월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저지'를 위한 집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또 하나 FDI 곧, 외국인직접투자도 사상최대로 늘었다고 한다. 특히나 미국의 그것은 37억 달러로 전년 대비 자그마치 55%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 자료는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했다. 그래서 이 자료 또한 자세히 뜯어보니 그저 실소만 나온다. 

같은 기간 FTA와는 전혀 무관한 일본의 FDI가 45억 달러로 98% 증가했고, 마찬가지 중국·홍콩 등 중화권의 그것은 40억 달러로 자그마치 107%나 증가했다. FTA를 체결하지 않아도 FDI가 미국의 그것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가관인 것은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FDI가운데 M&A 자금이 245% 증가했고, 공장이나 사업장에서 내는 그린필드 자금은 46.5% 증가했을 뿐이란다. 쉽게 말해 투자된 금액의 대부분은 M&A 자금이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정부가 말한 37억 달러 직접 투자는 어디까지나 신고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실제 통장에 꽂힌 돈 곧을 도착 기준으로 보니 1/3인 12억 달러다. 간단히 정리하면 말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돈의 90%가량은 주식 자금이다.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단기자본이다. 나머지 돈은 직접투자 FDI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이 돈의 80~90%는 M&A 자금이다. 한국 경제의 선순환, 곧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그런 '착한' 투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과연 이런 투자에 희희낙락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농민들 살았다? 참 고마운 '기후변화' 납셨다

'우리 농민 다 죽는다더니…'라고 어느 언론에서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 뒷말은 '아무도 안 죽었잖아' 정도가 될 게다. 또 그 뒷말은 안 봐도 빤하다. 그렇다. '천만다행이다, 아직 우리 농민 무사하다, 왜? 기후변화로 미국 내 곡물 생산이 줄어들어 수출 물량도 줄었다, 그래서 곡물수입이 줄었다.'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고기는 공급 과잉이 됐고, 가격도 하락했다. 굳이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했다. 또 광우병이 발생했다. 게다가 불황으로 소비시장도 얼어붙었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농·축산품 수입이 급감했다. 아울러 1년 차다 보니 관세 인하도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농촌도 살았고, 농·축산물 수입이 줄어 흑자도 늘어났다. 참으로 고마운 '기후 변화' 아닌가. 

세계시장에 보호무역주의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산다는 우리로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2012년 한국산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조치가 467건이라고 한다. 반면 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보호무역조치는 32건이다. FTA가 세계적 대세라고 노래를 부른 지가 엊그제인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아직도 이 흘러가는 옛노래가 18번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얼마 전 사라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 FTA가 확산되는 만큼, 다른 한편으로 보호주의 또한 강화되고 있다. 학자들 사이 오래된 격언이 있다. '자유무역은 강자의 보호무역주의'라는 말이 바로 그것. 이 말처럼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호주의가 바로 '양적 완화'다.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충분히 악용해 달러를 마구 찍고, 그래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산 제품 가격이 떨어진다. 혹시 인플레가 발생하더라도 서민들이나 다른 나라에 전가시키면 그만이다. 그렇게 확보된 가격경쟁력이야말로 오바마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의 동력이다. 

굳이 과거처럼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을 일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도 병행 구사된다.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판정이 그렇다. 삼성·LG 등 한국의 기업에 대한 조사도 같은 맥락이다. 위장된 보호주의로 지적 재산권 강화·국제카르텔 규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민주적 통상 거버넌스 생각할 때

ⓒ 오마이뉴스

한국은 대표적인 서비스무역 적자 국가다. 흑자를 운운해도 그것은 상품 무역에 한정된 이야기다. 상품무역 흑자에 버금갈 만큼 서비스 무역 부문에서의 적자가 쌓인다. 그리고 이 적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그런데 서비스 무역 적자의 가장 많은 부분이 유학·연수비용·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그리고 법률·회계 등 사업 서비스 분야다. 자동차의 한 해 수출액 못지않은 지적재산권, 즉 로열티 지불액이야말로 미국 경제가 전세계적으로 거둬들이는 약탈적 잉여의 산 표본이다. 

한미FTA를 체결해야 되는 이유를 두고 혹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기업이 미국을 상대로 겪는 가장 큰 고충이 바로 각종 비관세장벽, 곧 보이지 않는 보호주의'라고 말이다. 그래서 FTA를 체결했다. 그런데 어떤가. 우리가 미국이 되면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할 일 아닌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산 제품, 특정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자국 이기주의는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서 미국은 돈이 될 만한 구석이 보이면 여지 없이 그 구석을 파고들 것이다. 실제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요구 그리고 최근에 불거진 지식경제부의 IT·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대한 지침에 대한 개정 요구가 그 예다. 정부 조달 시장을 더 열어달라는 요구가 바로 이것이다. 

요컨대, 한미FTA는 미국의 보호주의에 무용지물이다. 미국의 약탈적·공격적 그리고 위장된 보호주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미국의 보호주의에 복무하는 칼날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미FTA 1년, 아직 많은 것이 열려있다. 새로운 민주적 통상 거버넌스를 위한 통상정책이 준비돼야 한다. 오바마의 측근들이 오바마 시대를 열면서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왜 통상협정 때문에 누군가는 언제나 손해를 봐야 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해영님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입니다.

이해영(news)

일본의 조건 ‘ISD는 하지 않는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3-18일자 제952호 기사 '일본의 조건 ‘ISD는 하지 않는다’ '를 퍼왔습니다.
[기획] 3월15일로 한-미 FTA 발효 1년, 미국과 TPP 협상 시작한 일본 다녀온 송기호 변호사 기고… 노무현 정부식의 허위의식 없이 고유의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 놓고 논쟁 중

3월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된다. 성적은 보잘것없다. 정부가 자신했던 장밋빛 경제 효과는 미미한 반면, 우려했던 대로 공공정책이 발목을 잡히는 부작용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FTA 발효 뒤 3개월 안에 미국 쪽에 요구하기로 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철저히 놀아난 결과다. 이제 막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신중하고 주도적이다. 완전 관세 철폐는 반대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ISD도 제외하기로 했다. 건강의료보험·정부조달·금융서비스 따위 주요 부문은 개방하지 않거나 개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가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인 ‘생활클럽’의 초청으로 지난 2월26일~3월4일 일본에 건너가 ‘TPP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실패한 한-미 FTA의 지난 1년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회가 TPP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한-미 FTA는 일본이 피하려는 반면교사지만, 일본의 TPP는 한국이 주목해야 할 선례가 된 것이다. _편집자 

» 송기호 변호사(맨 앞줄 왼쪽)가 지난 3월1일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보좌관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년 평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송기호 제공

일본 도쿄 시내 일본예술원 현관에서는 세 여인을 조각한 입상이 사람을 맞이한다. 일본 조각가 하시모토의 대표작 (화엄)이다. 부처님같이 온화한 얼굴, 부드러운 눈매, 그리고 풍만한 젖이 드러난 몸매를 살포시 감싼 옷을 입고 세 여성이 어깨를 맞대며 나란히 서 있다. 막 깨달음에 이른 듯, 기쁜 미소로 환대한다.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탈아론

나는 3명의 동양적 여성상을 보며 이들이 각기 한국·일본·중국 세 나라의 여성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눈빛과 몸에서 세 나라의 평화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화엄’이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꾸민다는 뜻으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깨달음의 비유라고 한다. 그러니 이 작품에 한국이니 일본이니 하는 국적을 갖다붙이려는 내 생각은 부질없는 짓이리라. 하지만 서로 어깨와 몸을 맞대고 평화롭게 나란히 서 있는 여성상에라도 동양 삼국의 평화를 투영하며 위로를 얻고 싶었다. 그만큼 지금 동아시아의 삶은 위태롭다.
오랜 기간 남한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있었다. 아마 일본에도 그랬을 것이다. 벚꽃처럼 짧았던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밝혀졌듯이 미군 핵무기 반입 밀약이 있었다. 오랫동안 북한 사람들은 핵전쟁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북한의 핵 개발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핵으로 남한을 위협한다. 북한은 지난 2월19일, 유엔 회의에서 남한의 잘못된 행동이 ‘최종적 파괴’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3월6일에는 최고사령부 성명에서 미국이 핵을 내세운다면 서울과 워싱턴이 핵 공격으로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나라의 핵 위협을 이유로 핵 개발을 정당화했던 나라가 이제는 다른 나라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핵보유국 중국은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모습은 화엄의 세 여성이 품고 있는 아름답고 장엄한 땅과 거리가 먼 곳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평화롭게 살까? 도쿄 우에노공원에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불’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마치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의 올림픽 성화처럼 이 불은 꺼지지 않고 타고 있다. 아시아에서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구 문명에 도달한 일본, 그리고 오늘 한국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낱말을 번역해서 동아시아에 도입한 일본은 왜 핵전쟁의 피해국이 되었을까?
일본의 서구 문명 수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회의’ ‘연설’ ‘경쟁’과 같은 일상 용어를 만든 후쿠자와 유키치를 보자. 일본의 가장 고액권인 1만엔에는 그의 초상화가 있다. 그는 세계를 ‘야만, 반개(半開), 문명’의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1875년에 쓴 (문명론의 개략)에서 “단지 진퇴(進退)라는 두 글자가 있을 뿐이며 일본은 앞으로 나아가 문명을 좇을 것인가, 뒤로 물러서 야만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라고 썼다. 그리고 1885년 발표한 사설 ‘탈아론’에서 서구 사회를 문명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중국을 스스로는 문명화될 수 없는 비문명으로 규정했다.
일본은 서구 문명을 도입하며, 사회진화론과 서구 근대화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문명화가 되지 못한 조선과 중국을 문명국 일본이 지배하는 것을 적자생존의 사회진화론으로 정당화했다. 그리고 식민주의로 맘껏 달려갔다. 바로 여기에서 일본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먹고사는 문제”라고 한 한국보다 정직

동양 삼국, 좀더 국제법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유엔 가입국인 북한을 포함한 네 나라 중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를 비문명적이거나 후진적인 사회로 규정해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네 나라 중 어느 나라도 자국을 서구 문명이나 근대화의 선진사회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일본예술원 현관에서 사람을 맞이한 세 여인이 어깨와 몸을 맞대고 평화를 나누며 서로 나란히 서있듯, 네 나라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TPP의 문제도 동양 평화의 문제다.
나의 일본 일정 중,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총리의 TPP 참가를 기정사실화했다. 도대체 왜 일본은 TPP를 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동아시아 평화에 이로운가? 아베 총리는 지난 3월6일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자유무역 체제를 강화하고 환태평양 지역의 활력을 확보하려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국제적룰을 만드는 데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탈아론이라 할 수 있다.
아베의 발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한-미 FTA를 하며 한-미 FTA는 먹고사는 문제이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한 것보다 정직하다. 한-미 FTA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 1년에서 겪었듯 미국과의 FTA는 한국에 경제적 효과가 없다. 2013년 2월20일까지의 정부 통계를 보면 FTA 발효 뒤 1년간 오히려 미국 수출은 줄었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미국이 요구한 대로 한국사회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박주선 의원(무소속)이 지난 2월 정부에 요구해 받은 자료인 ‘한-미 FTA 이행법령 목록 및 주요 내용’을 보면 한국은 법률 23개를 포함해 모두 66개 법령을 바꾸었다.
TPP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적 사회 질서에 일본이라는 소농적 사회 질서가 편입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성균관대 교수로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가 지난 1월에 낸 라는 책에서 입론했듯,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변화는 17세기 소농 사회의 성립을 전후로 하는 동아시아 사회 구조의 대변동에 비한다면 오히려 더 작은 것이다.
즉, TPP가 가져올 일본 사회의 변화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19세기 후반에 직면한 서구 문명의 도입 문제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본질적이다.

농업계·의사회·우정회, 완강하게 반대

일본 체류 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은 적어도 이런 본질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TPP 논의는 한국의 참여정부와 같은 거짓이 없었다. TPP를 하면 미국으로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다든지, 미국이 일본의 경제 영토가 된다든지, 일본이 미국을 선점한다든지 하는 노무현 정부식의 허위의식은 없다. 대신 TPP를 하더라도 일본 고유의 제도, 일본 특질의 사회제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쟁 중이다. 이것은 자민당이 공식화한 일본의 TPP 참가 6대 조건에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정부가 ‘성역 없는 관세 철폐’를 전제로하는 한 교섭 참가에 반대한다.2. 자유무역의 이념에 반하는 자동차 등 공업제품의 수치 목표는 수용할 수 없다.3. 국민 개(皆)보험제도를 방어한다.4. 먹을거리의 안전·안심 기준을 수호한다.5. 국가의 주권을 손상시키는 ISD 조항은 합의하지 않는다.6. 정부조달·금융서비스 등은 일본의 특성을 살린다.

이런 인식은 일본의 제18대 의사회 회장인 하라나카 가즈유키 회장을 일본 의회에서 만나 의견을 나눌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일본 의사회의 ‘일본 의료를 지키는 국민운동’을 이끌고 있다. 일본 의사들은 TPP가 일본의 의료 격차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대대적인 TPP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라나카 회장은 의회 간담회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성이 일본 사회 유지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 사회의 고령화로 2050년이면 노동 가능 인구와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1:1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의료비 지출은 65살 이상 인구가 노동 가능 인구보다 5.5배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건강의료보험제도 유지는 일본 사회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TPP를 하면 미국 제약회사의 이익 추구 앞에 일본의 건강의료보험은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을 지냈고, ‘미스터 엔’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교수와의 만남에서도 “TPP는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 일본의 사회제도가 미국화되지 않도록 일본 고유의 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 국장 출신의 마고사키 우케루 또한 “TPP는 단순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일본 사회를 변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스스로의 힘으로 서구 문명에 도달하고 사회를 운영한 저력이 있었다.

협상 참가 선언이 오히려 거대한 논쟁의 신호탄

한-미 FTA처럼 일본에서 TPP가 제도화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베의 TPP협상 참가 선언은 오히려 거대한 논쟁의 신호탄일 것이다.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농업계·의사회·우정회는 TPP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한국에서 한-미 FTA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박주선 의원이 제공 받은 한국 법령 개폐 목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이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읽고 있었다.
일본의 TPP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만일 일본이 TPP를 수용하는 날, 한국에는 그 수용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동 편입되는 날, 동아시아는 중국·북한 경제블록과 한국·일본·미국 경제블록으로 나뉠 것이다. 이 틀에서 가장 큰 패자가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일본의 TPP 협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한-미 FTA 탓에 담뱃값 인상 어렵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3-18일자 제952호 기사 '한-미 FTA 탓에 담뱃값 인상 어렵다'를 퍼왔습니다.
[기획] 협정 체결 뒤 바뀐 법령 한국 66개·미국 8개, 미국식 제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경제헌법… 공공정책 가로막히지만 정부는 경제 효과만 따져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11월29일 청와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개정법률 공포안에 서명하고 있다. 한-미 FTA로 바뀐 국내법 66개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1년 11월29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개정법률 공포안에 서명했다. 일주일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한-미 FTA 비준안과 함께 날치기 처리한 법안들이었다. 법안 개정은 FTA 비준안 처리만큼이나 정부가 오랫동안 목매온 절차였다. 미국은 FTA가 발효된 뒤 1년 안에만 여유 있게 협정문에 맞게 관련 법령을 수정하면 됐지만, 한국은 발효 전까지 관련 국내법을 다 뜯어고쳐야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0여 일 동안 미국이 손질된 한국의 국내법을 꼼꼼히 따져본 뒤에야 한-미 FTA는 공식 발효됐다.

김현종 “미국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이렇게 오로지 한-미 FTA를 위해 바뀐 국내 법률은 23개에 이른다. 당시 법률이 1200여 개이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법체계의 대수술이라 할 만한 변화다. 여기에 시행령 16건, 시행규칙 18건, 고시·예규 9건을 더하면 한-미 FTA로 개정된 법령은 총 66개로 늘어난다. 정부가 한-미 FTA가 처음 타결된 2007년부터 발효 직전인 2011년 말까지 법령을 하나둘 손본 결과다. 개정된 법령 분야도 세제부터 지적재산권, 보건·의료, 방송통신, 독점 규제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반면 미국은 한-미 FTA로 바꾼 법령·규정이 8개뿐이다. 분야도 한국산상품 수입 절차 등을 바꾸려고 관세법이나 무역협정법을 고친 정도다. 양자 간 FTA를 체결했는데도 미국은 상품 교역 등에 관한 국내법만 일부 손질한 반면, 한국은 경제·사회 시스템을 대수술한 셈이다. 게다가 한국은 아직도 바꿔야 할 법령이 여럿 남아 있다. 단계적으로 개방 범위가 확대될 때마다 추가로 방송법, 약사법, 세무사법, 외국법자문사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FTA를 국내법 체계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 FTA 자체가 미국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절차인 탓이다. 당연히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받는 한국 처지에선 여러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 쪽 협상 대표이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를 가리켜 “미국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개정된 법령 개수만으로 협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한국과 미국이 법체계가 다른 건 맞다. 성문법을 채택한 한국에서 FTA 협정은 기존 국내법에 우선한다. 한-미 FTA와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별도의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반면 불문법인 미국은 FTA가 그 자체로 법이 되지 않는다. 이에 미국은 자국법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FTA 이행법을 별도로 만들어 협정 내용을 이행한다. 연방법이나 주법에 배치되는 FTA 조항이 있다면 자동 무효가 된다. 그러나 이런 법체계의 차이는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법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이행법 제정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바뀐 법률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원장의 설명이다.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할 때는 ‘상호주의 원칙’이 기본이다. 미국은 이행법률을 제정하며 한-미 FTA의 국내법적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지만 우리는 무조건 비준 동의했다. 법체계와 상관없이 미국이 그렇게 국내법적 효력을 제한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결국 한국 정부가 앞뒤 재지 않고 한-미 FTA를 발효시키려다 국가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 침해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법 개정으로 미국식 제도는 한국에 그대로 옮겨졌다. 대표적인 게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절차와 특허권을 연계하는 제도의 도입이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권을 가진 의약품 복제약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허가를 얻으려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특허권자에게 통지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나마 2015년 3월부터는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면 일정 기간 허가가 정지돼 복제약 시판이 늦어질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 구제·예방 방안을 제출하면 위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과징금 등을 면제해주는 ‘동의의결제’도 미국식 제도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손질된 법령도 많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2천cc 이상 중·대형 차량에 부과하던 개별소비세 부담을 줄여주고, 승용차의 세율도 낮춰줬다. 미국의 자동차 수출업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지적재산권 분야도 변화폭이 크다. 상표법 개정으로 상표의 범위에 소리와 냄새까지 포함됐다. 지금껏 소리·냄새 상표 등록을 제대로 해오지 않은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다. 저작권과 저작권 보호 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 한국의 추가 로열티 부담도 가중됐다.
공공 영역은 축소됐다. 특히 ‘우체국 민영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정부의 우편 분야 서비스 영역이 쪼그라들었다. 국가가 독점해온 우편사업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이 바뀐 탓에 새로운 우체국보험 출시는 불가능해졌다.
이처럼 한국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법령들이 시행된 지 1년 정도가 지났지만 효과나 부작용을 따져보기는 어렵다. 일단 변화된 제도의 영향을 측정하기엔 시행 기간이 아직 짧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충분히 흐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캐나다 등은 조약 체결 뒤 인권영향평가

남희섭 변리사는 이렇게 비판했다. “상품이 오고 가는 문제는 한-미 FTA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중요한 건 미국이 한국의 공공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역량 같은 경제적 효과만 따진다. 시스템 변화로 초래되는 사회·문화·경제적 분야에서의 문제를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다. 반면 캐나다 등은 다른 국가와 FTA를 체결한 뒤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해 사회 전반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미 FTA로 정부의 행정권에도 벌써부터 상당한 제약이 생기고 있다. 공공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서서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연기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탄소 배출이 적은 차량을 구입할 때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주되 탄소 배출이 많은 차량을 살 때는 최대 300만원의 부담금을 매겨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을 펼 계획이었다. 1515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갑자기 제도 시행을 2015년으로 늦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해 8월 환경부 장관에게 “이 제도안은 한-미 FTA협정을 위반하는 금지된 무역 기술장벽이 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에 대해 미 당국도 공감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내 압력을 넣은 게 주된 원인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2011년 재협상 때 “양국은 자동차 연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강제적 새 기술 규정을 마련할때 비효과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우 도입할 수 없다”고 합의한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의 환경정책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에 밀린 셈이다.

필사적으로 발효시킨 협정이 부메랑으로

제2의 저탄소 협력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보건 정책으로 내건 금연정책도 그중 하나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6일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고,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한 토론회에서 한-미 FTA 협정 때문에 금연정책 시행이 어렵거나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미 FTA로 한국의 담배 관세율이 40%에서 2027년까지 0%로 내려가면 수입 담배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소비자가 비싼 국산 담배 대신 값싼 수입 담배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담배의 포장·라벨 등에 담배의 실상을 알리는 조처를 하고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노력을 하면 미국 투자자(담배기업)의 문제제기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는 지금까지 한국이 체결한 FTA 중에서 (구속력이) 가장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한국에는 경제헌법과도 같다는 의미다. 환경정책이나 금연정책 등 공공정책이 가로막히고, 전기·철도 같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건 이러한 한-미 FTA의 속성과 연관돼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발효시킨 한-미 FTA가 곧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부의 손발을 자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괴물, 1년 만에 곳곳서 공공정책 무력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15일자 기사 '"괴물, 1년 만에 곳곳서 공공정책 무력화"'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1년 ④] 송기호 국제 통상전문 변호사 인터뷰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꼭 1년이 된다. 1년 전 정부는 거대시장 미국으로의 경제고속도로가 연결됐다고 자축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의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국내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 등의 피해도 우려됐다. 지난 1년 한미FTA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마이뉴스)는 중소 수출기업과 감귤농장 등의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등과 함께 향후 대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인 수륜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미FTA 뿐 아니라 한중일FTA·아세안플러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통상 협정이 난무하고 있다며 국회나 시민사회가 현재의 외교통상전략이 올바른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라는 괴물이 어떻게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책들을 좌절시켰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죠. 물론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항상 느끼지만 그는 말을 조근조근하게 한다. 송기호(50) 변호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1년을 맞아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국내서 통상법을 전공한 몇 안되는 통상전문 변호사다. 한-EU, 한미FTA 체결과 발효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셀 때마다 그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1년 전 그는 기자에게 "이제 한미FTA라는 괴물이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젠 책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사람들은 실체를 알게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 '괴물'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 송 변호사께서 말씀하신 '괴물'이 활보한 지 1년이 됐다."(미소를 띄우며) 벌써 그렇게 됐다. "

- 어떻게 보셨는가."그동안 꾸준히 FTA 문제점을 제기했던 사람으로서, 과연 그런 문제들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해왔다."

- 국민들 사이에선 아직 괴물의 실체가 피부로 크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1년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한미FTA의 본질이 단지 미국과의 수출입 양을 늘리는 숫자의 문제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문화까지도 바꿀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좀더 유심히 봐야 한다."

"한미FTA라는 괴물의 실체, 정부는 보이지 않게 하려 한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정부의 수출입 통계자료도 내보였다. 이어 "적어도 통계만 보면 한미FTA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관세청이 내놓은 지난 2월 20일까지의 잠정치 통계를 보면 미국과 FTA를 맺기 전인 2011년보다 수출입이 늘지 않았어요. 정부도 1년 치 최종 통계치를 내놓겠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적어도 FTA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든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실제 기획재정부가 14일 내놓은 '한미FTA 발효 1년간 주요성과' 자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3월 15일부터 지난 2월 28일까지 한미 두 나라 사이의 교역액은 969억 달러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한 수치다. 대신 수출액은 57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수입액이 399억 달러로 전년보다 9.1%나 줄어 전체 교역 규모가 줄어들었다.

송 변호사의 관세청 자료에는 대미 수출액이 510억8401만 달러(전년대비 -0.6%)였다. 기간도 작년 4월부터 2월 20일 치까지였다. 정부 최종 통계에는 23일 동안의 대미 수출액이 추가로 포함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한미FTA로 인해 대미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 정부는 꾸준히 한미FTA를 통해 수출이 늘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해왔다."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대미 수출이 훨씬 늘었다. 요즘 수출기업들 상당수는 FTA보다는 환율에 더 민감하다. 미국과의 FTA 본질은 단지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산 제품 값이 떨어지면서 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물론 일부 품목들은 관세가 없어지니까 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피부에 느낄 정도로 그렇게 떨어졌을까. 오히려 중간에 수입유통업자들 이익만 늘었다. 국가 입장에선 관세라는 세금 수입만 줄어들었다." 

"바뀐 법률 등 66개... 시민 삶을 지탱해주는 정책들, 미국 이익에 맞춰 바뀐다"

- 좀전에 한미FTA의 본질을 말씀하셨는데."(곧장) 잘 알지 않은가. 그동안 한미FTA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무엇 때문인가. 우리가 미국이라는 경제영토를 넗히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늘지는 몰라도 대신 우리나라 사회제도·법·문화가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한미FTA로 바뀌는 법률 목록을 보여줬다. 관세법을 비롯해 지방세법·대외무역법·상표법·약사법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23개 법률이 바뀌었다. 여기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까지 모두 합하면 바뀌는 제도만 63개에 달한다. 송 변호사는 "민변에서 꼽아본 것이 이 정도지만 누락된 것들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법률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률을 고친다는 것은 말그대로 제도를 바꾼다는 것인데."아마 앞으로 엄청난 변화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번 미국과 재협상으로 시행을 미뤘던 의약품의 특허와 시판 허가를 연계하는 것은 2년 후에 시행된다. 법을 또 바꿔야하는데, 아마 국민 건강권 문제 등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다."

그는 "이미 1년만에 미국쪽에서 우리의 환경 등 각종 사회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어보자.

"환경부가 원래 올해 7월부터 저탄소차 보조금 제도를 하려고 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소형차를 사는 사람에게 적게는 5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돈을 주는 거예요. 대신 중대형차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것인데, 이것을 미국쪽에서 한미FTA 위반이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결국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수정해서 시행을 2015년 이후로 연기해 버렸어요."

- 지난해에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반발을 했었다. "문제는 2015년에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할수 있느냐다. 한국수입차협회에서 환경부 장관에게 의견서를 보내서 아예 저탄소차 지원금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말 것으로 제안하기도했다."

"저탄소차 지원금 제도 연기 등 사회·환경정책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포기"

▲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FTA를 통해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늘지는 몰라도 대신 우리나라 사회제도·법·문화가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처럼 보였다. 다시 그의 이야기다. 

"우체국 보험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2011년 11월에 정부는 우체국 보험의 가입한도를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올린다고 입법 예고를 했어요. 근데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 한미FTA의 약속을 거스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하면서 결국 좌절됐어요. 대표적인 서민금융인 우체국 보험의 가입 한도까지도 미국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죠."

뿐만 아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올 2월에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미국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삶을 위한 중요한 환경 사회정책들이 한미FTA라는 덫으로 인해 줄줄이 걸려 넘어지고 있다"고 했다. 

- 미국 쪽은 우리와의 FTA로 어떤 변화는 없나."우리는 FTA를 통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했던 무역보복조치 등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우리 삼성과 엘지 등 제품에 대해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오히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 강해졌다. 미국 시스템은 적어도 지난 1년 동안 전혀 변한 게 없다."

- 과거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당국자들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긴 했는데."(고개를 절레 흔들며) 현실은 정반대다. 한미FTA로 인해 미국의 개입 여지가 더 커졌다. 통상압력 뿐 아니라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 등을 통해 훨씬더 자기들의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

- 황교안 신임 법무부장관은 ISD가 한국 사법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는데."한미FTA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미FTA 협정문과 국내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상 한미FTA가 법이 된다. 문제는 한미FTA로 인한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권이나 사법권 등 정당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서 미국과 재협상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와의 이야기는 어느덧 2시간째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어투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가끔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은 여전히 매서웠다. 그는 "FTA 찬성론자들은 지금 무엇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미FTA 발효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전략과 전술이 나오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물었다. 

"지금보면 한중FTA 뿐 아니라 한중일FTA·아세안플러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통상 협정이 난무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하나같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것들인데도 제대로 논의나 소통조차 되지도 않아요. 국회나 시민사회가 현재의 외교통상전략이 올바른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재검토해야죠. 정말 앞으로 새 정부 5년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김종철(jcstar21)
유성호(hoyah35)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한미 FTA는 현재 진행형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4일자 기사 '한미 FTA는 현재 진행형'을 퍼왔습니다.
[정태인 칼럼]

3월 15일이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1주년을 맞는다. 2006년 2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 엄청난 ‘결단’을 내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미 ‘선물’로 더 많은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다가 거대한 촛불의 파도를 맞았다.
아직 정부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선지, 아니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는 별다른 행사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2007년 정부가 한 EU FTA까지 추진하면서 미국과 EU와 동시에 발효되는 경우 생산성 증가까지 고려하면 실질 GDP가 무려 7.61%나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물론 관세청은 지난 1월, “한미 FTA 효과 등으로...(대미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전년 대비 4.1% 증가한 585억불 기록”이라는 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았던 2011년 수출증가율 12.8%에서 3분의 1 토막이 났는데도 이런 문구를 뽑는 뇌구조는 어떻게 생긴 걸까.
또 관세청은 2012년 한국이 FTA를 맺은 나라들의 평균 수출 증가율이 2.1%라고 자랑했는데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전체 수출증가율은 3.8%였다. 한편 한EU FTA는 발효된 지 1년 6개월이 되었는데 작년의 EU 수출은 -11.4%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지금 한미 FTA나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매년 10%에서 20%에 이르던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이렇게 낮아진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연이어 유럽 재정위기를 맞은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역사의 해석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작년의 한심한 기록도 양대 FTA 때문에 그나마 선전한 결과라고 강변해도, 그 반대라고 증명할 길 또한 신통치 않다.
문제는 한미 FTA가 이미 파산이 증명된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FTA 전략은 ‘경쟁적 자유화’였고 그것은 미국과 FTA를 맺는 국가에서 미국의 시장을 여는 대신,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분야에서 상대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여 한미 FTA 협상 이래 우리의 관련법은 63개나 바뀌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관심은 수출입이 아니라 이런 법과 제도의 변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미국화’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이고 그 결과는 점점 더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다.
2007년부터 필자는 한미 FTA와 자발적 민영화가 결합될 경우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인천공항 민영화, KTX 일부 구간 민영화, 그리고 가스공사 민영화를 새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여기에 미국자본이 참여할 경우(틀림없이 이들 공기업을 인수할 대기업은 미국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 때부터 저 악명 높은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금 진행 중인 론스타 소송은 우리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가 아니라서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근거를 두었지만 한 나라의 정책이 3명의 민간 통상전문가의 손에 좌자우지된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한미 FTA에 근거한다면 보복관세도 물릴 수 있게 된다). 즉 일단 규제가 완화되고 민영화되면 아무리 부작용이 심해도 다시 되돌아갈 길이 막혀 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많은 FTA가 발효된다 해도 수출은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분배율과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도 2% 안팎을 오갈 것이다. 대선 기간에 약속한 ‘맞춤형 복지’만으로도 재정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40조에서 50조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에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그 돈으로 복지를 늘릴 수 있다는 데 어찌 솔깃하지 않겠는가. 2007년 대선 때 그의 공약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였다는 사실이 못내 불길하다. 7년이 지났어도 한미 FTA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된 글입니다.

정태인/새사연 원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한미FTA저지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

관세 24% 깎아준 체리, 가격은 10%만 내렸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13일자 기사 '관세 24% 깎아준 체리, 가격은 10%만 내렸네?'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발효1년 ③] 미국산 소비재 가격 어떻게 변했나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꼭 1년이 된다. 1년 전 정부는 거대시장 미국으로의 경제고속도로가 연결됐다고 자축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의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국내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볼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 등의 피해도 우려됐다. 지난 1년 한미FTA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마이뉴스)는 중소 수출기업과 감귤농장 등의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등과 함께 향후 대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자유무역협정(FTA) 되면 가격 내려간다길래 좀 기다렸는데 그대로더라고요.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인쿠폰 주길래 결국 그걸로 샀어요."

서울 거주 회사원 박아무개씨(29)는 지난해 3월 초 미국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코치(COACH) 사에서 만든 한 가방을 사기로 점찍었다. 그는 "뉴스에서 한미FTA 발효되면 관세가 인하돼서 가방 가격도 10%는 떨어질 거라고 했다"는 한 지인의 말을 듣고 며칠 기다렸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박씨는 나중에 한 언론의 기사를 보고 이유를 알게 됐다. 자신이 눈여겨봤던 그 가방은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 원래부터 한미FTA 관세인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미국산 식료품 및 생활용품들의 가격인하 폭은 대체로 관세 인하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품목의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FTA효과' 제대로 본 건 오렌지, 주스원액... 쇠고기는 되레 올라

▲ 정부가 지난 2011년 10월 발간, 민간에 배포한 <한미FTA로 달라지는 우리생활>. ⓒ 관계부처합동

정부는 지난 2011년 10월 (한미FTA로 달라지는 우리생활)을 발간, 민간에 배포했다. FTA가 체결되면 미국산 먹거리와 생활용품 가격이 내려가고 일반 소비자들이 인터넷 쇼핑 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제 인하된 장바구니 가격 폭은 홍보된 내용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FTA 발효 즉시 8%의 관세가 사라지며 가격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아몬드 700그램(g) 가격은 1년 새 5.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대표적인 FTA 효과 품목으로 꼽았던 체리는 24%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됐지만 계절과일임을 감안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점인 5월 기준으로 보면 가격은 10.1% 내려가는데 그쳤다. 2011년 5월에는 300g 당 9900원이던 가격이 FTA 발효 후인 2012년 5월에는 8900원으로 떨어진 것.

미국산 저가 와인인 '칼로로시 레드와인'도 관세 15%가 없어졌지만 가격은 10.2% 하락했다. 밀러맥주는 2년에 걸쳐 관세가 7.5% 줄었지만 가격은 변동 없이 2150원을 지켰다. 6% 관세인하 효과를 본 오뚜기의 스위트콘도 판매가격은 그대로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그동안은 옥수수 가격 상승분 때문에 반영을 못 하고 있었지만 올해 2월 1일부로 5.4% 가격을 낮췄다"고 해명했다.

관세가 2.7% 내린 미국산 쇠고기는 곡물가 인상과 국제 공급사정 탓에 되려 가격이 5.8% 올랐다. 롯데마트의 미국산 냉장 척아이롤 100g은 지난해 3월에는 2080원이었지만 올해 3월 가격은 2200원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속 한미 FTA 체면을 살려준 것은 오렌지와 주스 원액 정도였다. 10개들이 네이블 오렌지는 2012년 2월에는 1만3000원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26.9% 떨어진 9500원에 팔렸다. 관세 하락분인 25%를 소폭 넘어서는 효과다.

농심에서 원료를 미국에서 수입해 가공·판매하는 웰치스 주스도 주스 가격에서 원액이 차지하는 하락폭이 적절히 반영된 경우다. 농심은 지난해 4월 10일부터 웰치스 오렌지주스와 포도주스 가격을 8.6% 내려 받고 있다.

▲ 대형마트 한미FTA관련 가격조사 ⓒ 고정미

덮어놓고 '싸진다'던 정부... 안 내려가니 '기업 조이기'

소비자들의 오해가 가장 많았던 지점은 의류,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 해당하는 물품들이었다. 미국 의류업체인 '아베크롬비앤피치(A&F)' 옷을 즐겨 구매하는 김경진씨는 "1년 사이에 옷을 몇 벌 샀지만 가격이 싸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한미FTA 출범에 앞서 "미국산 화장품(8%), 의류(13%), 셔츠(13%), 넥타이(8%), 모자(8%) 등 구체적인 관세 철폐 품목들의 가격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중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회사는 '미국산'이지만 제품은 그렇지 않은 회사가 많았기 때문.

한미FTA관세는 회사를 불문하고 제품 원산지가 미국이 아닐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시아 국가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 의류업체인 '갭(GAP)', '나이키(NIKE)', '캘빈클라인(CK)'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의 '다그치기식' 모니터링으로 속앓이를 하는 기업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한미FTA에 따른 관세 인하효과가 실제 가격인하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15개 해외브랜드와 16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15개 해외 브랜드에는 미국의 화장품 기업 '키엘(KIEHL'S)'이 포함되어 있었다. 화장품 관세는 10년에 걸쳐 8%가 철폐되는데 매해 0.8%씩 없어지는 관세효과가 제대로 적용되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키엘의 경우 2013년 1월 1일부터 모니터링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도 내놨다.

이에 대해 키엘 관계자는 "한미FTA로 화장품 수입 원가에 해당하는 관세가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맞지만 이미 2009년 1월 1일부터 FTA보다 더 우선해서 6.5%의 WTO 양허세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에는 한미FTA 관세효과가 전혀 없고 2013년 부터 비로소 0.1%의 관세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외 직접구매족에도 한미FTA 영향은 미미"

▲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시민들이 수입산 오렌지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과일 매출 중 수입 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31.0%를 기록했으며 과일 중 수입산 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산 과일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 연합뉴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됐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수입액은 390억6984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7.35% 줄어든 수치다. 당초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정 반대인 상황이다.

온라인을 통해 미국 내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직구(해외 직접구매)족'들에게도 한미FTA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해외쇼핑 구매대행업체 '뉴욕매니아'의 김나연 대표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직구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미FTA의 영향은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의 류성호 팀장은 "FTA 때문에 좋아진 게 있다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물품가액 한도가 한화 15만 원에서 미화 199달러까지 상향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해외 직접구매가 늘어나는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보 책자를 통해 '인터넷 쇼핑을 통해 미국산 제품을 구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관세 혜택을 볼 수 있어 온라인 직접 구매가 활발해질 것'이라던 기재부 전망도 머쓱해진 셈이다. 류 팀장은 "해외 직접구매의 경우 관세를 내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1이면 무관세 한도 내에서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은 9정도였다"면서 "FTA 이후에 관세 부담 구매자의 비율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고정미(yeandu)
김동환(hean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