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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사라진 한미FTA ·반값등록금... 야당 노릇 포기하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6일자 기사 '사라진 한미FTA ·반값등록금... 야당 노릇 포기하나'를 퍼왔습니다.
[분석] 변경된 민주통합당 정강정책 '경제·복지' 분야 살펴봤더니...

5·4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되기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이후 이른바 '혁신' 과정의 하나로 기존 정강정책을 '우클릭'하면서,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선' 논란에 휩싸였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으로 이 작업을 주도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정책의 우경화에 대하여 "'우클릭',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축했다.

이른바 "국민의 눈높이"라는 명분으로 정강정책의 개혁적 색채를 지우는데 주력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막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야권 전체에 커다란 우려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 중 경제-복지 분야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개선 의지 상실한 FTA-통상 정책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제민주화 실천을 약속하고 있다. ⓒ 남소연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개정안은 한미FTA 전면 재검토 정책이다. 민주당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미"라는 단어를 빼고, "전면 재검토"를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로 바꿨다. 개정작업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하여 "현재 8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모든 FTA로 변경"했으며, "전면재검토는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 통상정책의 현실에 비추어보아 궁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진보개혁진영이 한미FTA를 특정하여 전면 재협상 내지 폐기까지 주장했던 이유는, 한미FTA가 ISD제도 등 국가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는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의 전면적인 민영화, 개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미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는 다른 국가와의 FTA를 재검토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한미FTA를 전면 폐기하는 것은 국민의 최고 이익이라 할 수 있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위며, 앞으로 빚어질 수많은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이 진보개혁진영에 대하여 "한미FTA 전면 폐기는 비현실적"이라 비난했던 논리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개념 정립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에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한다는 내용을 덧붙여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혹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과제가 제기되었던 배경과 의미를 고려해볼 때 심각한 문제다.

'경제민주화'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소외 계층이다. 이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비정상적인 계열사 지배구조,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독과점 등으로 피폐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와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거꾸로 '경제민주화' 과제에서 노동자 관련 강령과 정책들을 모조리 삭제하려 하였다. 5·4 전당대회 직전 공개된 '개정안'은 강령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계승"과 "노조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이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또 노동분야 핵심정책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최저임금제도 현실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핵심적인 정책 목표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러한 '개정안'은 민주당 내 전국노동위원회의 조직적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4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천박하고 정치철학의 부재를 드러내주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의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당내 분란을 무마해야 했다.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몰이해는 기업과의 관계를 나타낸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이 제기한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재벌의 독과점과 비정상적인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제민주화'가 마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개념을 왜곡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대선기간 새누리당 내에서 김종인과 이한구 사이에 벌어졌던 '경제민주화 논란'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3+1 핵심복지는 포기 수순


▲ "반값등록금 포기? 다음 선거 포기!" 민주당 규탄집회 반값등록금 국민본부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사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복지분야에서도 '보편적 복지' 개념이 훼손되고, 핵심 정책들이 대거 수정, 삭제되었다. 민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을 뼈대로 한 '3+1 보편복지'공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책 개정 작업 중 '보편적 복지' 개념을 아예 삭제하려 시도했다. 

진보개혁진영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는 복지 실현은 국가의 의무이며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 개념은 이미 2011년 서울시 주민투표 당시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보편적 복지'를 지지한 것으로 충분히 정당성을 획득한 개념이다. 이러한 흐름이 있었기에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차용한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며 비현실적"이라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의 철 지난 비난을 여과 없이 수용하려 했다. 노동정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내 반발이 극심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도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 실현'이라 수정했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의료가 마치 모든 의료비용을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여겨져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자기 부담금도 있기 때문에, 무상의료보다는 의무의료라는 말로 바꿨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의 변명은 민주당 기존 강령을 왜곡하고, 국민들이 처한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기존 강령·정책에서도 '무상의료'에 대해 국민들의 보험료 납부 등을 고려해 이미 '실질적 무상의료'라고 유연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지금 한국 의료현실은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기본이지만 이와 더불어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상의료'라는 표현은 의료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 수정은 새누리당이 '무상의료는 퍼주기식 공짜'라고 비난했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데 불과하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아예 폐기했다. 개정 책임자인 이상민 의원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넣을 수 없었다"고 또 다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반값등록금'이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다는 점,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된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과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진보·개혁 야당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조직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최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해 온 한대련은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반값등록금 공약이 선거용 빈공약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야

민주당의 정강정책 수정과 관련하여 당내 개혁적 성향의 386출신 우상호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당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이념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이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도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중도화가 아니라 복지 후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의 이른바 '우클릭'은 지금까지 드러난 민심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민주당은 민생과 직결된 경제/복지 정책부터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진보 개혁적 정책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훈(punkkid99)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日, 역사 왜곡말고 경제나 살려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25일자 기사 ' "日, 역사 왜곡말고 경제나 살려라"'를 퍼왔습니다.

일본 우경화를 군국주의 부활로 규정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지난 23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집단 참배한 것을 두고 미국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자 주요기사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최근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데 이어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도 이날 `일본의 불필요한 군국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설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부활,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후유증, 민감한 북한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면 현안과 관련없는 일로 예기치 않은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3일 있었던 야스쿠니 신사 집단참배 문제를 예로 들었다.

사설은 의원들이 집단 참배한 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나섰다가 숨진 이들을 제사지내는 시설이며 이 가운데는 2차 세계대전 전범도 포함돼 있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특히 이번 참배 인원은 최근 들어 가장 많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주말 조의를 표했으며, 각료들도 참배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군국주의 행태를 미화해온 전력이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이 참배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사설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한국과 중국이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 행태로 고통을 당한 두 나라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일본 방문을 취소했으며, 중국도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23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부근 해상에 도착하고, 중국 해양감시선도 해당 해역에 출동, 중ㆍ일간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설은 일본과 중국 두 나라는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문제에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해 대처해야 할 시기에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 적대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무모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주변국이 겪은 역사적 상처를 헤집을 것이 아니라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고 민주국가로서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2013년 2월 2일 토요일

영세자영업자의 몰락, 그 이유는?


이글은 레디앙 2013-01-31일자 기사 '영세자영업자의 몰락, 그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경제와 사민주의]민주주의로 포장되었던 주주자본주의와 단절해야

또한 주주자본주의와 결합된 잘못된 재벌 규제는 영세자영업자의 처지를 악화시킨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33% 즉 1/3 가량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즉 돈을 버는 이들의 1/3 가량이 식당, 술집, 호프집, 이발소/미용실, 카페, 문방구, 꽃집 등의 주인 또는 종업원이다. 자영업자들의 고달픈 살림살이는 곧 5천만 국민의 1/3이 살아가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벌 빵집 논란과 함께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가 빈곤한 영세자영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닭과 커피를 아무리 팔아도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점포들, 달콤한 말로 편의점 창업을 꼬여놓고는 패망하면 막대한 돈을 약탈하는 프랜차이즈 지점들, 음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도 망할 수밖에 없는 높은 임대료 문제 등이 그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빌린 은행대출, 카드대출의 연체와 신용불량자로의 전락, 채권추심 또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전체 자영업 창업자의 80%가 실패하여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자영업자들의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까?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대기업들이 재벌개혁 과정에서 대거 퇴출되었고, 기업의 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정리해고와 인력 절감도 상시화되었다. 어느 누구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과 함께 생계형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망한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데도 여전히 무수한 사람들이 신규로 자영업에 뛰어든다.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데도 앞에서 밀려드는 군중의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여 절벽 가장자리에 선 사람들은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참혹한 상황이다.
공정시장 우선론자들(즉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재벌-대기업 규제가 영세자영업 보호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재벌 빵집 논란과 대형마트 골목상권 침식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빵집과 통닭집, 피자집과 같은 골목 상권에 대자본이 마구잡이로 진입하는 것은 법률로 막아 규제해야 한다. 신용카드 대기업의 수수료 횡포도 규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영세자영업종에서의 무시무시한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없다. 불공정 경쟁(따라서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도 중요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과당 경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폐업처리 공고와 자영업자의 추이

1998년 이후 만성화 되어 지금도 상시적으로 계속되는 대기업과 은행, 금융권 등에서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적 힘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하게 1998년 이후 대기업과 은행, 금융회사들의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원리가 미국 월스트리트 형의 단기수익성 제일주의, 현금흐름(cash flow) 및 자기자본 수익률(ROE) 제일주의로 재편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1년 안에 매출 및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부와 종업원을 바로 퇴출, 퇴직시키는 일은 97년 이전에는 생소한 일이었는데, 미국식 회계기준과 수익기준이 모든 대기업들의 경영에 전면화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그것은 흔해빠진 일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경제민주화’라는 아름다운 이름하에 일어났다.

경제민주화는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주의 즉 민(people)이 주인이 되는 통치 원리는 정치 및 국가 영역만이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관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이고, 민(民)이 아닌 자본과 시장이 주인인 체제이다. 과연 자본과 시장이 지배하는 이 체제를 5대 재벌 또는 30대 재벌을 규제하여 그 계열사 숫자를 줄이고, 재벌 총수들의 범법 행위를 엄단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민이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민주 정부의 경험을 보면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거꾸로, 주식투자 펀드들, 재테크 세력, 금융자산가 등 국내외 금융자본의 힘은 엄청나게 커졌는데 반하여 서민들과 노동자들, 빈민들의 처지는 크게 악화되었다.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독재화의 길을 간 것이다.
앞에서 말한 50대의 변절(?)로 되돌아 가보자.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그들의 살림살이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유린되었다. 경제민주화의 이면은 대규모의 기업구조조정이었고, 재벌개혁 및 재벌해체와 함께 대규모의 계열분리, 해외매각, 인수합병, 사업재편, 부채축소 등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그 와중에서 명퇴, 정리해고 당한 당시 40대, 50대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사오정’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당시 30대였던 386 세대는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열광했다. 기업의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된 인사제도 재편(팀제 도입)과 임금 제도 재편(성과주의 및 미국식 연봉제 도입) 등에 앞장서면서 미국식 기업 문화를 도입하는데 열심이었던 것도 386 세대였다.
그 ‘경제 민주화’ 과정에서 당시 40대, 50대였던 인물들은 ‘사오정’으로 낙인찍혀 쓸쓸히 퇴출당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이번 선거에서 이제 50~60대에 접어든 된 왕년의 ‘사오정’이 자신들의 살림살이를 망가뜨린 민주주의 및 경제민주화에 정치적으로 복수한다.
50-60대 인구의 비중 확대를 고려할 때, 앞으로 50-60대의 정치적 지지가 없다면 민주주의가 전진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20-30대에 비해 더 불안하고 더 빈곤한 자신들의 살림살이도 풍요롭고 여유로우며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바램을 학자들은 ‘실질적 자유’(형식적·절차적 자유가 아닌)라고 말한다. 그에 반해 지금까지 진보 정치권이 주장해온 민주주의와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구자유주의의 패러다임에 머무르고 있다. 즉 실질적 자유가 아닌 형식적·절차적 자유에 불과하다.
구자유주의로는 5년 뒤에도 희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구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즉 실질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자유, 그것을 위한 새로운 경제민주주의를 이야기하여야 한다. 20-30대만이 아니라 40대와 50-60대까지 모든 세대에서 지지받는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세대,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풍요롭고 여유로울 수 있는 살림살이 경제에 대한 해답은 구자유주의 또는 개혁적(진보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 특히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있다고 나는 본다.

정승일

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박근혜 "지하경제 활성화해 복지 재원 확충하겠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0일자 기사 '박근혜 "지하경제 활성화해 복지 재원 확충하겠다"'를 퍼왔습니다.
경제, 복지 분야 대선후보 2차 토론..."이정희 타임보다 빛난 박근혜 '멘붕'쑈"

복지, 경제, 노동, 환경을 주제로 한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는 다소 밋밋하고 산만한 모습이었다. 경제라고 하는 전문 분야를 다루기에 후보 간의 상호 토론을 제한한 선관위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겨우 후보들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토론을 위해서는 상호 간의 차이점을 예리하게 벼르는 논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사회자는 이를 계속 제지했다.

▲ 대선후보 토론이 끝난 직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지하경제'가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세수 확대를 위해 지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엄청난 후폭풍을 낳고 있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이 발언이 실언이 아니라고 한다면 향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토론회 끝난 직후 ‘지하경제’는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고, ’지하경제 활성화‘ 역시 상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복지 재원의 확충과 관련한 토론에서 사회자가 ‘복지 재원 확충에 대한 입장과 재원 마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방법을 말해 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근혜 후보는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 활성화 등의 방안으로 매년 27조 원씩 5년 간 135조 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이미 준비된 답변이었다는 점에서 복지 재원 확충과 관련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입장이 이렇게 정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지하경제란 ‘정부의 규제를 피해 세금 관리를 회피한 경제’를 말하는 것으로 ‘사채, 절도와 조폭 등 범죄 수익, 마약 거래, 매춘, 도박 등의 위법 행위’와 기업의 음성적 비자금과 현금 거래 등 정상적 경제 주체들의 영역이지만 세무서 등 정부 기관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것‘ 2가지로 구분된다. 지하경제는 보통 현금으로 직접 거래되는 부분이 많아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라 불리기도 하고 위법성으로 인해  ’블랙 이코노미‘(black economy)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복지 재원의 확충을 위해 현재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을 합법화해 세수를 징수하거나 혹은 현재 불법으로 규정되어 세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제 행위를 합법화해 세수를 확충하겠단 입장으로 풀이된다. 토론 중간 박 후보가 이정희 후보를 향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묻는 등 시종일관 '증세'를 쟁점화했단 점에서 '지하경제 활성화' 방안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된 입장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동영상 장면 캡처.

그러나 박 후보의 ‘지하경제 활성화’ 방안은 복지재원 확충의 본질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해법이고, 실효성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나 큰 방법론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매년 27조 원 씩 5년간 135조 원의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러한 규모의 달성이 가능한 것인지도 회의적이다.
박 후보의 발언 이후 ‘지하경제’가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고 박 후보가 말한 ‘지하경제 활성화’ 역시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후보의 발언이 맥락상 발음이 엇비슷한 다른 용어를 실수로 발음한 것이 아니라고 할 때, 실제 박 후보의 의중이 무엇이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상황이다.
2차 토론의 경우 선관위가 정한 룰의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며, 반론과 재반론이 허락되지 않는 토론에서 후보들 간의 변별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정희 타임’이 펼쳐진 1차 토론에 비해 주제의 무거움과 전문성 때문인지 다소 밋밋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특히, 박 후보의 경우 종종 주장의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발언을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재반론이 성립되지 않아 시청자 입장에선 후보자가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듣고 있어야 하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나마 사회를 맡은 KBS 황상무 앵커가 자주 토론에 개입해 흐름을 끊었고, 이정희 후보의 발언에 대해 유독 예민하게 주의를 주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박 후보의 ‘지하경제 활성화’ 발언은 이러한 2차 토론의 난맥상을 그대로 노출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말하려고 했던 바를 전혀 엉뚱하게 그대로 읽고 지나간 셈이다. 마약과 매춘 등 위법적 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하경제 활성화’ 발언을, 신중하기로 소문난 박 후보가 여과없이 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된 상황이 분명한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경제적 식견이 부족한 박 후보가 적어준 것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니냐”며 조소하고 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이준구 "MB, 경제 시퍼렇게 멍 들게 해"


이글은 시사IN 2012-12-03일자 기사 '이준구 "MB, 경제 시퍼렇게 멍 들게 해"'를 퍼왔습니다.
전문] "MB의 신자유주의조차 무늬에 불과"

"이명박 정부가 표방했던 신자유주의가 실제로는 무늬에 불과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MB 5년'의 경제정책에 대해 내린 총평이다. 

이 교수는 MB의 신자유주의가 무늬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는 이유로 "진정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다면 감세와 더불어 정부지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 작은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편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추구했다. 감세정책을 통해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듯하면서 정부지출을 대폭 늘려 큰 정부를 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일 이렇듯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MB 5년'에 대한 본격 분석에 착수했다. 두 개의 글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이 교수는 우선 이날 첫번째 올린 글의 성격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무늬만 신자유주의였을 뿐 실제로는 1960년대의 관리경제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올릴 두번째 글을 통해선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수치만을 인용해 자기네들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홍보를 일삼는 MB정권'에 대한 반박을 예고했다.

그는 MB 5년간 노골적으로 진행된 시장개입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정부 개입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경기를 단기적으로 약간 끌어올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욕심이 지나쳐 무리하게 경기를 너무 심하게 부추기려 들면 경제의 이곳저곳에 잘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숱하게 남기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써온 정책을 보면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의식해 경제성장률을 단 1%라도 끌어올리려고 많은 무리수를 동원한 나머지 경제의 이곳저곳에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다는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평가-어느 케인즈주의자의 고백

1. 케인즈학파 vs. 시카고학파

경제이론은 크게 보아 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의 두 범주로 나누어진다. 미시경제이론은 이름 그대로 개별 경제주체 혹은 개별시장을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한편, 거시경제이론은 경제 전체의 상황을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역할분담 체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케인즈학파, 시카고학파 식으로 학파를 나눌 때는 주로 거시경제이론과 결부되어 그런 구분을 한다. 따라서 나처럼 미시경제이론을 전공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렇게 학파를 구분해 어떤 학파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별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어떤 학파의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는 데 더욱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하고 있고, 그렇다면 두 학파 중 한쪽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 된다. 내가 1970년대에 공부했던 Princeton대학 경제학과는 당시 케인즈학파의 중심 세력 중 하나였고, 특히 내 박사논문을 지도했던 Alan Blinder교수는 대표적 케인즈주의자 중 한 분이셨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자연히 케인즈학파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을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케인즈학파의 현실 설명력이 더 뛰어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시카고학파가 그려내는 경제이론의 세계는 한 마디로 말해 아름답고 정교하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극도로 합리적이며 물가와 임금은 생고무줄 같은 탄력성을 갖는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보고 있는 경제에는 장기간에 걸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불균형이 존재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물가와 임금의 신축성을 통한 조정을 통해 균형이 바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그처럼 윤활유가 잘 쳐져 아무 마찰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부속들로 이루어진 기계가 아니다. 곳곳에 비합리성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물가와 임금이 경직성을 보일 때도 많다. 만약 모든 인간이 극도로 합리적이고 시장의 조정기능이 완벽하게 작용했다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이 감지된 순간 합리적 인간과 완벽하게 작용하는 시장기능이 이를 해소하는 작업에 나섰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조정기능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는 경기침체의 상황에서도 정부가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물론 아무리 심각한 불황이 엄습해 와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극단적인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시카고학파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개입을 삼가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 동안 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내가 전공하고 있는 재정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는 시장실패를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소득분배 상태를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혹은 온정적 간섭주의의 시각에서 경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학자로서의 나는 정부 개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미시경제적 관점에서의 개입뿐 아니라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개입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태도를 취해온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케인즈학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시카고학파의 아름다운 이론체계는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졌고, 그렇다면 나는 케인즈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이와 같은 나의 믿음을 크게 흔들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카고학파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현실성이 없다고 옆으로 제쳐 놓았던 시카고학파의 이론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경제를 운영해온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은 약이 아닌 독이라는 시카고학파의 가르침에 한 점 틀린 것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2. 무늬만 신자유주의인 1960년대식 관리경제정책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들어섰지만, 실제로 경제를 운영해온 방식에 비추어 판단을 해보면 이명박 정부는 결코 신자유주의적 이념에 투철한 정부가 아니었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 두기는커녕 정부가 모든 일에 시시콜콜 간섭해 자신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 정권 초기부터 시장 상황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밀어붙인 고환율정책과 저금리정책이 그와 같은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친재벌적 태도를 취하다가 국민의 여론이 비등하자 갑자기 ‘상생’을 내걸고 이들을 압박하는 태도로 반전한 것도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태도였다.

심지어는 물가마저도 ‘이명박 물가지수’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1960년대식의 관리경제정책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고환율정책과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물가상승의 압력을 이명박 정부는 강압적인 지도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 공정거래의 확립이 유일무이한 목표가 되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안정의 기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 그 좋은 예다. 수요를 적절하게 관리해 물가상승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순리를 버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제력을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신자유주의와 부합될 리 만무한 일이다.

불필요한 개입의 또 다른 좋은 예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대에서 찾을 수 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대가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대응으로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오해하기 쉽다. 또한 이명박 정부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선전해 왔다. 그런 방식으로 선제적 대응을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거듭 말해온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보면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대는 정권 출범 초부터 기본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던 핵심정책이다.

지난 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대운하’라는 기상천외한 토목공사를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정말로 우리나라의 현행 물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라도 건설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동맥경화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라도 있어 그 사업을 구상했을까? 나는 절대로 그것이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 후보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점은 22조원의 지출이 가져올 직접적 경기부양 효과와 소위 친수공간 개발에 따른 추가적 부양효과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경기부양 효과는 그가 내건 ‘747공약’의 실천에 큰 몫을 한다고 보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촛불시위를 계기로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포기한 직후 다시 이름만 ‘4대강사업’으로 바꿔 똑같은 사업을 밀어붙인 것을 보면 문제의 핵심이 바로 22조원의 추가적 지출이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신자유주의적 정부라고 오인하게 된 것은 그들이 그런 시늉을 낸 데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정부라는 시늉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감세정책이다. 오래 전부터 감세정책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세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를 신자유주의적 정부로 오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자감세’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 감세정책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을 보면 이것이 이명박 정부 정책의 핵심은 결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감세정책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묘약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면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날 리가 없지 않은가?

진정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다면 감세와 더불어 정부지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 작은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편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추구했다. 감세정책을 통해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듯하면서 정부지출을 대폭 늘려 큰 정부를 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표방했던 신자유주의가 실제로는 무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 무엇을 믿고 ‘747공약’을 내걸었을까?

되돌아보면 이명박 후보가 실현가능성이 말 그대로 제로인 747공약을 들고 나온 배경이 무엇이었는지가 어렴풋이 드러난다. 이 공약에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에서 5%에 이르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어떻게 단기간에 경제성장률을 7%대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제학의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여간한 무리수를 두지 않고서는 그와 같은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과연 어떤 정책을 통해 그처럼 무모하게 설정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 동안 이명박 정부가 운영해온 경제정책을 보면 7%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동원할 수 있다고 본 수단은 다음과 같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우선 성장률이 높아지려면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해야 하는데, 친재벌정책으로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한편 법인세율을 낮춰 주고 저금리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지금 우리 경제의 투자는 그들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 측은 기업의 투자가 무엇에 의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렇기 때문에 쓸모없는 정책으로 헛방을 날려버린 셈이다.

기업의 투자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케인즈의 말이 시사하듯, 기업은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느낌이 올 때에 한해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투자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가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경우에는 이 말이 더욱 잘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업이 법인세율이나 이자율의 동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는 말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실질이자율을 거의 0%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고 투자를 애타게 기다려도 투자가 증가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여튼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747공약은 바로 이 첫걸음부터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후보측이 그 다음으로 효과 있는 정책으로 본 것은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이었던 것 같다. 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원자재 값이 아무리 올라도 환율만 높은 수준에 유지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면 두 번 다시 생각할 필요 없이 환율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면 된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의 핵심 관료들 중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외환시장에 실제로 개입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와 같은 개입에 찬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노골적으로 고환율정책을 유지해 왔고, 이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전혀 흔들리지 않은 것은 이 고환율정책의 덕이 어느 정도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조금 뒤에 논의하겠지만, 문제는 외환시장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747공약 달성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앞에서 말한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대였다고 짐작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전반기에 기록한 경제성장률 속에는 정부지출 증가가 기여한 것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만 없었어도 7% 경제성장률의 목표를 달성할 뻔 했다고 억울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억지로 높인다는 것은 그들이 내건 7%의 경제성장률 공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747공약에서의 7%라는 경제성장률은 자신의 임기 동안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잠재)성장률을 그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뜻이지, 정부지출 늘려 반짝 상승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방법으로 경제성장률 높이는 것은 누구인들 못하겠는가?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자면, 747공약의 배경에는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경제성장률을 일시적으로나마 그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행운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폭풍 때문에 그렇게 무리수를 둠으로써 과연 7%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의 여부를 검증할 기회마저 날라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어도 일시적이나마 그 목표를 달성하는 일조차 불가능했으리라고 믿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본격화되기 전인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의 성과가 그리 눈부시지도 않았던 것을 보면 그렇게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4. 무분별한 인위적 개입의 불행한 유산

이명박 정부는 그래도 자기네들이 경제정책만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선전한다. 그 근거로는 OECD 가입국들 중 우리처럼 빨리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된 나라가 없다는 것을 든다. 바로 뒤이어 발표할 글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리를 미국이나 유로존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 평가를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로서 그 직격탄을 맞은 나라들이다. 우리처럼 그런 위기와 비교적 먼 거리에 있었던 경제가 그들의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아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해서 하등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해 두 차례의 위기에서 살아남게 만든 공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무리수, 즉 불필요한 개입은 우리 경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행한 유산을 숱하게 남겨 놓았다. 시카고학파가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은 그것이 경기를 일시적으로 반짝 되살려 놓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경제구조를 왜곡하고 체질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권 출범 초 무리하게 밀어붙인 고환율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허덕이고 있던 중소기업들에게 치명적 손실을 가져다준 KIKO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KIKO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의 펀더멘탈을 무시하고 고환율정책을 추구했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야기했던 것이다.

또한 2008년 여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한때 환율이 위험수준까지 뛰어오른 적이 있었다. 다행히 위기를 맞지는 않았지만, 바로 몇 달 뒤에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쓴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 사례를 보면 시카고학파가 왜 과도한 정부 개입이 경제를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경고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수출을 늘리려는 욕심에서 외환시장에 부질없는 개입을 일삼다가 뜻밖의 위기를 맞을 뻔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뿐만 아니라 환율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은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자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난리법석이 일어났다. 과거에는 900원대의 환율에서도 끄떡없이 수출하던 우리 기업이 왜 1,100원선이 무너지면 수출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을 치게 되었는가? 높은 환율이 우리 기업들에게 보호효과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같은 보호에 안주하는 타성을 길러주게 된 것도 사실이다. 기업이 때로는 시장의 호된 채찍을 맞아 보아야 매를 견디는 강한 체질을 키울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정책은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린 결과를 빚었다.

정부가 인위적 개입을 통해 물가를 통제하려 할 때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가 불안이 눈앞에 닥쳐 있는데도 정부는 물가 불안을 더욱 부추길 고환율정책과 저금리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인위적 개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다행히 세계 경제가 극도의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덕분으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줄타기를 한 셈이다. 지금도 잘 살펴보면 시장 이곳저곳에 그와 같은 인위적 개입을 통한 물가 관리의 후유증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22조원이란 어마어마한 정부지출을 쏟아 부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자기 임기 중에 끝내려는 욕심에서 여론의 수렴도 없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4대강사업은 우리 경제, 사회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겨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집권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고 22조원이나 드는 거대토목사업이 하루아침에 시작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효율적이며 공정한 정부를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그렇게 투입된 22조원이 반짝 경기회복에 얼마나 큰 효과를 냈는지 몰라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갖가지 부정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5.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준 교훈

이명박 정부의 5년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이 세상에 경제를 기적처럼 되살리는 묘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의 실험에서도 이미 의심의 나위 없이 입증된 사실이다. 기적처럼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등장한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새처리즘(Thatcherism)의 귀결을 보면 그와 같은 약속은 애당초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5년은 어느 누구가 얼마나 달콤한 목소리로 나는 경제를 기적처럼 되살릴 비방이 있다고 속삭여도 그 말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실질적으로 정부 개입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경기를 단기적으로 약간 끌어올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욕심이 지나쳐 무리하게 경기를 너무 심하게 부추기려 들면 경제의 이곳저곳에 잘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숱하게 남기게 된다. 그 결과 경제의 전반적 체질이 약해져 오히려 장기적 성장이 둔화되는 역효과를 내고 만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써온 정책을 보면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의식해 경제성장률을 단 1%라도 끌어올리려고 많은 무리수를 동원한 나머지 경제의 이곳저곳에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가능한 한 개입을 삼가고 시장기능을 최대한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카고학파의 가르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경제를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과욕의 소산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몰아가려고 해도 쉽게 몰아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과욕 때문에 무리수를 두게 되면 경제에 더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카고학파는 정부의 개입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4%에서 5% 정도인 경제를 하루아침에 잠재성장률 7%대의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허황된 과욕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과욕이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린 주범이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세워 놓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록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경제를 순리에 맞게 이끌어가는 것이 올바른 길임에도 불구하고, 과욕 때문에 흐려진 눈에는 그 분명한 답이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수치만을 인용해 자기네들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홍보를 일삼는다. 다른 글에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그들이 제시한 통계수치 그 자체만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반박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무리하게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은 경제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지 않은 채 우리 경제의 활력을 지속적으로 좀먹고 있다. 앞으로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 후유증의 전모가 우리에게 분명히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

박태견 기자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투표도 못한다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기사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투표도 못한다'를 퍼왓습니다.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 소득과 투표의 상관관계

선거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자 동네인 강남·서초구 등의 투표율이 가난한 구보다 높다. 한겨레 자료

생업 자유로운 고소득층 투표율 높아… 평일 재·보궐 선거에선 투표율 차이 뚜렷

생업에 매인 저소득층은 평일이든 휴일이든 투표하러 가기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 회사에서 나가는 게 아예 불가능하거나, 나갈 수 있더라도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자영업을 하든 직장에 다니든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1인1표의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난 5월22일 나라별로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24위였다. 주거·소득 등 삶의 질과 관련한 11개 항목으로 평가했는데, 이 중에는 시민 참여 부분도 포함돼 있다. 투표율로 대변되는 시민 참여와 관련해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2007년 대선 투표율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는데, 당시 투표율 63%는 OECD 평균(73%)에 비해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20%는 투표율이 91%로 높은 반면 하위 20%는 59%에 그쳐 두 계층 사이에 무려 32%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다른 OECD 국가들의 평균 격차는 7%포인트에 불과했다.
어떤 방법론을 통해 작성한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했을 것임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서민과 빈곤층의 투표권 행사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 참여가 제약되면 이들의 정치적 의사 표출 역시 제한되고, 이는 정치권에 이들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뜨려 결국 이들의 요구·필요 사항들의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서민·빈곤층의 정치효능감은 나아지지 못하고 투표 불참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저소득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음이 확인된다(표1 참조). 월소득 200만원 미만과 200만~299만원 등 상대적 저소득층에서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각각 30.2%, 31.4%로 전체 평균(28.6%)보다 높았다. 하지만 비교적 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0만~399만원, 400만원 이상 계층에서는 투표 불참 응답률이 25.8%, 26.5%로 높지 않았다. 선거 이후 여론조사 방식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투표율과 차이가 있지만 소득수준에 따라 투표율에 차이가 있음은 충분히 보여준다.


강남 3구의 투표율 최상위권

실제 선거 결과를 놓고 지역의 소득수준과 해당 지역의 투표율을 살펴보아도 이런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된다. 특히 재·보궐 선거는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재·보궐 선거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소득수준 요인에 따른 투표율 변화를 파악하는 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 즉, 일을 해야 하는 평일의 재·보궐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투표할 만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힘든 육체노동을 하거나 저녁 8시 이후까지 일해야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투표 시간을 배려받거나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반면 부유층은 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가족 구성원 중 가장을 제외하고는 평일이더라도 투표할 여건이 비교적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평일인 2011년 10월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자치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시가 2년마다 자치구별 월평균 소득 자료를 정리해 내놓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1위는 서초구로 480만원에 이른다. 강남구가 뒤를 이어 454만원이며, 송파구는 376만원으로 3위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48.6%였는데 서초구가 53.1%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49.7%와 50.2%로 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낮은 금천구(44.3%), 중랑구(44.4%), 강북구(45.2%) 등은 투표율 역시 최하위권이었다. 금천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42만원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중랑구는 264만원이고 강북구는 279만원으로 가장 아래에서 순위를 다툰다.  
역시 평일인 2011년 8월24일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당시 주민투표에서는 야권에서 투표 불참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강북 등 야권 강세 지역의 투표율이 낮은 면이 있지만 보수 정치세력도 지역별로 기본 지지층이 있는 상황에서 투표 참여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소득수준과 투표율 관계를 비교해볼 수 있다. 당시 평균 투표율이 25.7%였는데 서초구가 36.2%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 35.4%, 송파구 30.6%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관악구·강북구·중랑구 등은 각각 20.2%·20.3%·21.7%·23.1% 등으로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에서도 투표율이 낮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의 저자 손낙구는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 두 차례 선거를 세밀하게 살펴 투표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한 동네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16~17%로 높지 않은 반면, 투표를 평균 미만으로 적게 한 동네에서는 24%로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1인 가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월세 비율이 높다는 것이고, 가구 소득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75.6%는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이고, 이 중 절반이 100만원 미만이다. 소득도 낮고 주거 환경도 열악한 것이다. 이 역시 소득수준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용·파견 등 비정규직은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투표 불참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한겨레 자료

비정규직은 투표 참여 불가능

이런 흐름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표참여율에 관한 연구다(표2 참조). 가상준 등(2011)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줬다. 2008년 4월9일 실시된 제18대 총선과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 중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응답이 64.1%로 아주 높았다. 반면 '참여할 수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5.9%였다. 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의해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계약제·기간제 노동자는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비교적 적은 편인데 일용직·임시직, 그리고 파견·용역·도급직 노동자는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았다. 즉 비정규직 내에서도 노동강도가 세고, 노동환경이 열악하며,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고용 형태에 처한 경우 투표 참여에 대한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도 물었다.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해서'라는 응답이 42.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임금이 (전액 혹은 일부) 감액되기 때문에' 26.8%, '개인적인 일로 참여가 불가능해서' 14.6%, '고용주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 9.8% 등이었다. 근무와 관련한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80% 가까이 된다. 2010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물었는데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소득수준과 고용 형태에 따라 투표 참여가 제약받는다면,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정치 참여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자유로운 선거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연 이런 상황을 놓고 1인1표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경제민주화도 가야 할 길이겠지만 '정치민주화'의 여정도 끝난 것이 아님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waymaker21@daum.net

2012년 9월 9일 일요일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기사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를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기후변화, 경제를 지배한다- 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경제에 기후변화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 기상이변이 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새 패러다임에 뒤처진 기업은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각광받는 산업 또한 적지 않다. 상시화된 기후변화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고 주요 산업지도의 변화를 그려봤다.  _편집자

W(Weather)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폭염·폭우·가뭄으로 일상화된 기후변화… 적응 못하면 나라, 기업 모두 도태될 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후변화는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지구촌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른바 'W(Weather·날씨)의 공포'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2006년 당시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이 기후변화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른바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2006)다. 스턴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2006년)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이 비용이 GDP의 2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턴의 경고는 당시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스턴 보고서가 전망한 예측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은 한국판 스턴 보고서로 불린다.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한국의 피해 규모가 스턴 보고서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누적 피해 금액은 약 28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GD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 높아졌다.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다. 올해 8월 들어 폭염경보 기준인 35℃를 웃도는 날씨가 7일 연속 이어지면서 1994년(9일) 이후 가장 긴 폭염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7월은 한국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달로 기록됐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56년 만의 가뭄으로 국토의 절반가량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여름엔 시베리아도 30℃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이같은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 연평균 12.7회에서 2010년대 24.5회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의 기후변화 예측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이미 글로벌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지난 7월2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경제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온 4℃ 올라가면 GDP 5.6% 손실

기후변화는 이제 세계경제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KEI의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를 보면, 기온이 4℃ 올라가면 GDP의 5.6%가 손실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운영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의 4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4℃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심한 가뭄·홍수·태풍은 기업의 원자재 조달은 물론 판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이 남해안에서 재배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연구 자료를 보면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의 비율이 GDP의 52%에 달하고,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는 연 3조5천억~6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풍이나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현상을 더 이상 예외적이고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전세계는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왔다. 기후변화의 파장은 선진국에도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경제는 우기인 6~9월의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5% 성장도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는 "급속한 경기둔화에 몬순기 가뭄까지 겹쳐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륙 동남부 지역의 주요 항구도시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큰 변수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전세계 항구도시' 보고서를 보면, 10대 취약 도시 가운데 4곳이 중국의 항구도시였다. 광저우가 2070년 인명 피해 1030만 명과 재산 피해 3조4천억달러가 예상돼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5위), 톈진(7위), 홍콩(9위)이 모두 취약 도시로 꼽혔다. 인도는 콜카타가 재산 피해 2조달러, 인명 피해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4위에 올랐으며, 뭄바이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중공업이 2009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쇼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이 담수화 시설은 하루 88만t의 담수를 생산해 메카와 메디나에 공급하고 있다. 88만t은 하루 300만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 제공

식량·에너지 수급 불균형 일상화


기후변화가 불러온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에너지와 식량 산업이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인 기상이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수급 불균형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상고온 현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사용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는 몬순기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최악의 정전 사태를 겪었다. 루마니아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대폭 낮아져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25% 이상 줄었다.


기업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 나서면서 그동안 싼값에 펑펑 써왔던 전기가 더 이상 값싼 재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큰 틀은 절전 혁신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우선 전기요금 상승과 전기 부족에 허덕이는 생산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소비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에너지 절전형 산업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생산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혁명도 기후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생긴 공백을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메꾸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500만 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 3천 곳을 세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뒤처지는 기업들은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생존 자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연구원은 "과거 정보기술(IT)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 역시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식량 공급 부족과도 직결된다. 국제쌀연구소(IRRI) 자료를 보면, 온도가 1℃ 상승하면 쌀 생산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 세계 온도가 최대 4℃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한다면 쌀 생산량이 40%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발표를 보면,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 상승했다. 2009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미국 중서부를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칸반도 지역의 고온 현상, 인도의 가뭄, 중국의 홍수 등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5월 말 이후 옥수수 가격은 47%, 콩은 26%나 올랐다.

자료: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변화 적응 여부가 기업 경쟁력

UNFAO가 매년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를 보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곡물값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식량가격지수를 100으로 삼았을 때, 2012년 식량가격지수는 194.8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식량 파동 때의 164.6보다 높은 수치다. 급기야 유엔이 미국 정부에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생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식량 가격 상승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중국·인도 등 이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신흥 경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위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명한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경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일방적으로 경제에 악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들 역시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날씨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선 비로소 날씨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폭염 등 날씨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날씨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경영이란 기업이 날씨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에 대응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을 말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기회를 살려 매출을 늘리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백재봉 소장은 "기상에 대한 투자는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 전환 등 치밀하게 대응해야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2012년 8월 1일 수요일

박지원 기습 ‘출두’에 “수사받으라”던 언론들 ‘머쓱’


이글은 미디오늘 2012-08-01일자 기사 ' 박지원 기습 ‘출두’에 “수사받으라”던 언론들 ‘머쓱’'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사설용역경비업체 ‘불사조’ 생명력 비결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검찰에 전격 출석했다. 세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을 거부한 바 있는 박 원내대표는 “8월 민생국회를 실종시킬 수 없고, 여야 의원들에게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지표는 체감경기 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던 정부 설명이 무색해질 정도다. 기업들의 심리적 지표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을 방불케 하는 장비와 무력 사용으로 ‘폭력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설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가 2010년 경비업 허가를 취소당한 후 보름 만에 다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8월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정부 “중국 수감 한국인 가혹행위 전면조사”)
국민일보 (여론 굴복? 체포안 처리 피하기?)
동아일보 (박 기습출두…검 “추가조사후 영장청구”)
서울신문 (박지원 원내대표 검찰 자진 출석)
세계일보 (“중국내 수감 한국인 625명 가혹행위 여부 전원 조사”)
조선일보 (“김영환 고문 안해” 中정부 공식 거짓말)
중앙일보 (유도 김재범, 한국 금 갈증 날렸다)
한겨레 (정부, ‘김영환 고문’ 중국에 뒤늦게 강경대응)
한국일보 (野원내대표 회기중 사상 첫 검찰 출두)

박지원 ‘기습 출두’에 허 찔린 검찰

▲ 경향신문 8월1일자 1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검찰에 전격 출석했다. 검찰의 체포동의요구서가 법무부와 청와대를 거쳐 국회에 접수된 지 3시간여만의 일이다. 박 원내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저녁 의원총회에서 8월 임시국회를 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로 뜻을 모은 것과도 대비된다. 이날 오후 1시30분 경 이를 통보 받은 검찰은 부랴부랴 조사 준비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4면에서 “갑자기 ‘호랑이굴’로 뛰어든 박 원내대표와 ‘의외의 수’에 허를 찔린 검찰 간의 치열한 공방이 대검 1123호 특별조사실 안을 뜨겁게 달궜다”고 전했다.

우선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2007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 2008년 3월 20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검찰은 또 2008년 4월에 오문철 보해저축은행장으로부터 수사 선처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임 회장 등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일보 8월1일자 3면

관심은 향후 수사의 향방에 쏠린다. 한겨레는 4면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구속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해저축은행에서 받았다는 3000만원을 ‘뇌물’로 보기에는 당시 국회 법사위원이던 박 원내대표의 ‘영향력 행사’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2억원 미만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으로는 구속 수사가 어렵다는 점도 관건이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3면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에는 체포에 필요한 최소한의 혐의만 기재됐다”고 말했다.

언론들 “스스로 출두한 것은 구속 사유로부터 자유로와 져” 등 다양한 해석

언론들은 박 원내대표의 ‘기습적’인 출석 배경에도 관심을 쏟았다. 서울신문은 5면에서 “8월 임시국회 개원의 명분을 확보, ‘방탄국회’ 오명을 벗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고, 중앙일보는 4면에서 “스스로 출두함으로써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라는 구속 사유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에 결국 항복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회기 중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져 검찰 조사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 조선일보 8월1일자 2면

그동안 사설을 빌어 “결백하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법정투쟁을 벌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될 것”이라거나 “제1 야당을 이끄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국회를 검찰 수사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 진지(陣地)'쯤으로 여긴다”고 박 원내대표를 질타했던 신문들은 이날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관련 소식을 2면에서 비교적 간단히 전하는데 그쳤다.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길을 두고 뫼로 가려던 그가 뒤늦게나마 정공법을 선택한 것은 다행스럽다”는 사설을 냈다.

“올해 성장률 2%로 떨어질 수도”…경제 ‘빨간 불’

6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광공업 생산은 5월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9% 감소했다가 4월과 5월에 회복세를 보이던 것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4개 부문을 합친 전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0.3% 떨어졌다.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8.2%로 5월보다 1.2% 떨어졌고, 제조업 재고와 기업의 설비투자도 전월에 비해 각각 2.1%, 6.3% 감소했다. 소비도 하락세다. 내구제와 음식료품 등 모든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소매판매지수는 전월에 비해 0.5% 감소했다. 소매판매 모든 분야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 국민일보 8월1일자 16면

세계일보는 16면에서 “유로 재정위기 심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20면에서 “유로존 등 대외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약하고, 정부도 재정의 60%를 이미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큰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분석을 전했고, 한겨레는 8면에서 “경기 흐름이 엘(L)자형 침체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불황의 악순환’이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처음으로 올해 2%대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31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박 장관은 “7월 중 유로존, 특히 스페인 쪽을 비롯해 규모가 큰 나라들까지 계속 흔들리는 모습에 하방 위험이 상당히 크다”며 이 같이 말했다. 2%대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인 3.3%나 한국은행이 예상한 3.0%를 밑도는 수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강연을 연 자리에서 “가계부채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 악화 시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급속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면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위기 가능성을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8월1일자 19면

‘불멸의 경비업체’…생명력의 비결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안산의 SJM 공장에서 농성하던 노조 조합원들을 무차별 폭행했던 사설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가 2010년 경비업 허가를 취소당한지 보름 만에 다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재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10면에서 (불멸의 용역경비업체…허가 취소 ‘콧방귀’)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컨택터스는 2010년 6월18일 전남 나주의 한국3M 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 조합원들을 폭행했다. 경찰은 이에 가담한 컨택터스의 직원 13명을 형사입건하고, 이듬해 1월 전남지방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통보했다. 서울경찰청은 같은 해 9월1일 컨택터스에 대한 경비업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나 컨택터스는 허가 취소 나흘 만에 임원과 주소지만 바꿔 신규 허가 신청을 냈고, 같은 달 15일 새로 경비업 허가를 받았다. 상호는 그대로였다. 이 신문은 “허술한 법령과 경찰의 감독 미비가 컨택터스의 또 다른 폭력 행사를 방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8월1일자 10면

이 같은 영업이 가능한 건 현행법상 경비업체가 관할 지방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되는 탓에 관할 지방경찰청만 다르다면 상호가 같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경비업 허가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업체가 ‘콧방귀’를 뀌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겨레는 “이번에 경찰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허가 취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컨택터스의 경기도 법인”이라며 “컨택터스 경기도 법인의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이 회사는 서울 법인을 중심으로 용역경비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컨택터스는 3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의 폭력 행사는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번 폭력사태의 원인을 ‘금속노조의 투쟁문화’나 ‘일부 기득 노동권력’의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한국일보 12면에 따르면, 컨택터스는 “부상당한 노조원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쾌유를 빈다”면서도 이 같이 밝혔다. 또 이를 문제 삼는 국회와 언론에 대해서는 “(파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라”거나 “(노조는) 알고 보면 그렇게 애통해할 대상과 상황은 아니니 착하고 어지신 마음은 접으라”는 등의 ‘훈계’를 늘어놨다. 

이 신문은 같은 면에 이어진 기사에서 “컨택터스는 상신브레이크, 발레오공조코리아, 한국쓰리엠, 유성기업 등 노조 쟁의 현장에 투입돼 왔다”며 “이들 노조들은 이후 급속히 와해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직장폐쇄로 파업장기화를 유도해 결국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새로 어용노조를 출범시키는 수순을 밟아 온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노동권과 민주주의 유린 행위를 막는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8월1일자 사설

한겨레 10면 보도에 따르면, 직장폐쇄가 단행된 만도에는 이미 어용노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만도지부는 2400명의 조합원을 둔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 중 하나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이 신문에 “민주노조를 죽이려고 회사가 대놓고 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진상조사와 함께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