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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투표도 못한다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기사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투표도 못한다'를 퍼왓습니다.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 소득과 투표의 상관관계

선거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자 동네인 강남·서초구 등의 투표율이 가난한 구보다 높다. 한겨레 자료

생업 자유로운 고소득층 투표율 높아… 평일 재·보궐 선거에선 투표율 차이 뚜렷

생업에 매인 저소득층은 평일이든 휴일이든 투표하러 가기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 회사에서 나가는 게 아예 불가능하거나, 나갈 수 있더라도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자영업을 하든 직장에 다니든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1인1표의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난 5월22일 나라별로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24위였다. 주거·소득 등 삶의 질과 관련한 11개 항목으로 평가했는데, 이 중에는 시민 참여 부분도 포함돼 있다. 투표율로 대변되는 시민 참여와 관련해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2007년 대선 투표율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는데, 당시 투표율 63%는 OECD 평균(73%)에 비해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20%는 투표율이 91%로 높은 반면 하위 20%는 59%에 그쳐 두 계층 사이에 무려 32%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다른 OECD 국가들의 평균 격차는 7%포인트에 불과했다.
어떤 방법론을 통해 작성한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했을 것임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서민과 빈곤층의 투표권 행사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 참여가 제약되면 이들의 정치적 의사 표출 역시 제한되고, 이는 정치권에 이들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뜨려 결국 이들의 요구·필요 사항들의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서민·빈곤층의 정치효능감은 나아지지 못하고 투표 불참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저소득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음이 확인된다(표1 참조). 월소득 200만원 미만과 200만~299만원 등 상대적 저소득층에서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각각 30.2%, 31.4%로 전체 평균(28.6%)보다 높았다. 하지만 비교적 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0만~399만원, 400만원 이상 계층에서는 투표 불참 응답률이 25.8%, 26.5%로 높지 않았다. 선거 이후 여론조사 방식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투표율과 차이가 있지만 소득수준에 따라 투표율에 차이가 있음은 충분히 보여준다.


강남 3구의 투표율 최상위권

실제 선거 결과를 놓고 지역의 소득수준과 해당 지역의 투표율을 살펴보아도 이런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된다. 특히 재·보궐 선거는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재·보궐 선거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소득수준 요인에 따른 투표율 변화를 파악하는 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 즉, 일을 해야 하는 평일의 재·보궐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투표할 만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힘든 육체노동을 하거나 저녁 8시 이후까지 일해야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투표 시간을 배려받거나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반면 부유층은 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가족 구성원 중 가장을 제외하고는 평일이더라도 투표할 여건이 비교적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평일인 2011년 10월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자치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율 차이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시가 2년마다 자치구별 월평균 소득 자료를 정리해 내놓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1위는 서초구로 480만원에 이른다. 강남구가 뒤를 이어 454만원이며, 송파구는 376만원으로 3위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48.6%였는데 서초구가 53.1%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49.7%와 50.2%로 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낮은 금천구(44.3%), 중랑구(44.4%), 강북구(45.2%) 등은 투표율 역시 최하위권이었다. 금천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42만원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중랑구는 264만원이고 강북구는 279만원으로 가장 아래에서 순위를 다툰다.  
역시 평일인 2011년 8월24일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당시 주민투표에서는 야권에서 투표 불참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강북 등 야권 강세 지역의 투표율이 낮은 면이 있지만 보수 정치세력도 지역별로 기본 지지층이 있는 상황에서 투표 참여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소득수준과 투표율 관계를 비교해볼 수 있다. 당시 평균 투표율이 25.7%였는데 서초구가 36.2%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 35.4%, 송파구 30.6%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관악구·강북구·중랑구 등은 각각 20.2%·20.3%·21.7%·23.1% 등으로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에서도 투표율이 낮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의 저자 손낙구는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 두 차례 선거를 세밀하게 살펴 투표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한 동네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16~17%로 높지 않은 반면, 투표를 평균 미만으로 적게 한 동네에서는 24%로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1인 가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월세 비율이 높다는 것이고, 가구 소득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75.6%는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이고, 이 중 절반이 100만원 미만이다. 소득도 낮고 주거 환경도 열악한 것이다. 이 역시 소득수준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용·파견 등 비정규직은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투표 불참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한겨레 자료

비정규직은 투표 참여 불가능

이런 흐름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표참여율에 관한 연구다(표2 참조). 가상준 등(2011)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줬다. 2008년 4월9일 실시된 제18대 총선과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 중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응답이 64.1%로 아주 높았다. 반면 '참여할 수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5.9%였다. 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의해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계약제·기간제 노동자는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비교적 적은 편인데 일용직·임시직, 그리고 파견·용역·도급직 노동자는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았다. 즉 비정규직 내에서도 노동강도가 세고, 노동환경이 열악하며,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고용 형태에 처한 경우 투표 참여에 대한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도 물었다.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해서'라는 응답이 42.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임금이 (전액 혹은 일부) 감액되기 때문에' 26.8%, '개인적인 일로 참여가 불가능해서' 14.6%, '고용주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 9.8% 등이었다. 근무와 관련한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80% 가까이 된다. 2010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물었는데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소득수준과 고용 형태에 따라 투표 참여가 제약받는다면,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정치 참여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자유로운 선거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연 이런 상황을 놓고 1인1표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경제민주화도 가야 할 길이겠지만 '정치민주화'의 여정도 끝난 것이 아님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waymaker21@daum.net

2012년 3월 23일 금요일

야권연대 파열음, 'MB 심판부대' 공중분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3-23일자 기사 '야권연대 파열음, 'MB 심판부대' 공중분해?'를 퍼왔습니다.
중도·무당파 투표 외면 우려... "갈등 조기 봉합, 투표 명분 주는 게 관건"

▲ 야권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측의 여론조사 조작 사실이 드러나 야권연대가 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정연주 KBS 전 사장을 비롯한 '희망2013 승리2012원탁회의' 소속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관악을 지역의 문제로 야권연대의 포괄적 합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양당 대표 회동을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야당의 4·11 총선 필승 전략으로 거론되던 야권연대가 심각한 외상을 입으면서 야권 전체의 총선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서 불거진 부정 경선 파문은 야권연대를 좌초 일보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2일, 이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이정희 대표가 민주진보진영의 원로들의 사퇴 압박에도 출마 강행을 선언하자 민주당은 '여론조사 오류 의혹'이 있는 경기 안산 단원갑의 백혜련 후보에게 공천장을 주면서 맞불을 놨다. '후보 등록 후 단일화'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당 차원의 '경선 불복'으로 읽힐 위험을 무릅쓴 초강수였다. 게다가 관악을의 민주당 후보였던 김희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 시한인 21일 자정께 탈당계를 내고 당의 영향권 밖으로 사라졌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면충돌

통합진보당은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이 백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야권연대 미합의 지역에 통합진보당 후보를 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통합진보당이 거론한 곳은 민주당 후보 공천이 늦어져 단일화를 하지 못한 서울 동대문갑과 성동을 등이다. 특히 안산 단원갑처럼 통합진보당 후보가 미세한 차이(1.7%포인트)로 진 인천 남동갑에도 후보 등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양당의 야권연대가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이 보이자 시민사회가 긴급 중재에 나서 양당 대표회담을 촉구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야권연대 성사의 한축인 이정희 대표는 부정 경선 후폭풍을 뒤로하고 선거 지원을 위해 광주로 갔다. 민주당도 대표 회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양당이 퇴로가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야권연대가 승리의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당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새누리당과 1:1 구도를 만든 지역에서 조차 각당의 지지세를 단일후보가 원만하게 흡수하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이미 이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유시민 대표가 민주당 지지세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 패했고 지난 해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양당 지지자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래로 보수진영은 더 이상 결집할 수 없을 정도로 똘똘 뭉쳐있는 상태"라며 "수도권에서 2000~3000표 이내에서 승부가 나는 지역에서는 3자 구도면 필패고, 새누리당과 1:1 구도라도 야권 지지층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처 입은 야권연대, 중도·무당파 투표 외면 우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더 큰 문제는 상처 입은 야권연대가 이명박 정권 심판 정서를 가진 중도·무당파층의 투표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층과 중도층이 야권을 외면하거나 투표에 나서지 않는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은 물론 안 그래도 힘겨운 영남 지역의 총선 전망은 크게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정희 대표가 이날 팟캐스트 방송 에 나와 "오염이 두 군데 같이 있었다", "상대 후보측에서 더 노골적으로 노년층에게 젊은층으로 (위장해 여론조사에 참여하라고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상대방 후보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뒤에서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심판 투표로 보여주고 싶은 젊은 유권자와 중도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야권에서 불거진 부정 경선, 경선 불복 등 잡음은 이들의 투표 참여 의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부정 경선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관악 을 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야권으로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 정서를 가지고 있는 중도층이 이번 선거를 외면하지 않도록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다시 투표 참여 명분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선거운동 나선 김용민·우원식·노회찬... "야권연대 위기 아닌 증거"


▲ 4.11 총선 서울 노원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후보, 통합진보당 노회찬(노원병)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원지역 공동 선거대책본부 발족식'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과 정파와 정당을 넘어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힌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거친 쇳소리가 나는 중앙 무대와는 달리 지역별 선거 연대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야권이 붙들고 있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후보와 통합진보당 노회찬(노원병) 후보는 이날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꾸렸다. 이들은 서로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이들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단결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연대의 정신을 노원에서부터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노회찬 후보는 '야권연대가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오늘 우리가 보여줬다"며 "가지가 많으면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래도 가을에 대추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