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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 18대 대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줬는가


이글은 2012-12-21일자 기사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18대 대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줬는가'를 퍼왔습니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대선 평가 성명이다.

지배계급과 우파는 결속한 데 반해
노동계급의 정치조직들은 투표 외엔 사분오열 된 결과

정치 권력을 둘러싼 첨예한 양극화가 이뤄졌던 18대 대선은 결국 박근혜의 당선이라는 불길한 결과로 끝났다. 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연대다함께를 비롯한 급진좌파들은 한동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크게 자본주의 위기의 재(再)격화와,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과, 기존 제국주의 질서의 불안정 심화라는 더 커다란 맥락 속에서 치러졌다. 즉, 세계경제 위기로 한국 경제도 더욱 침체하고, 미국의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의 효과로 일본과 중국에서도 강경 보수 정부들이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위기 의식 속에서 한국의 지배계급 전체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할 강성 우파 정부가 필요하다는 컨센서스에 도달한 듯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들이 바라건대, 한국판 마가렛 대처가 됐으면 하는 군사독재 정권의 퍼스트 레이디 출신을 밀어준 것이다. 
지배계급 전체와 모든 우파들이 이 전략의 시행을 위해 박근혜를 당선시키고자 주요 일간지와 방송 3사, 종편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박근혜를 칭송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도 박근혜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다.     

△첨예한 양극화 속에서 치러진 박빙 선거 박근혜는 권력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1천4백70만 명의 박근혜 혐오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재광

김종필, 이회창, 나경원, 오세훈, 이재오 등이 모두 박근혜 지지에 나섰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온건에서 이른바 꼴통까지 보수 전체가 이렇게 일치단결해 치르는 선거는 처음이다. 조금이라도 발을 빼면 역적이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근혜는 용의주도하게 우파 결집을 유지했다. 노무현의 NLL 발언을 문제 삼으며 색깔론을 폈고 북한의 로켓 성공도 그 목적에 이용했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의 분열 

정치 양극화의 왼쪽 그림은 이명박 5년에 대한 분노와 박근혜라는 강경 우파 집권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문재인에게 표가 결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적 개혁주의 정당인 민주당의 문재인은 ‘독재 정권의 후예이자 재벌 친화 세력인 박근혜와 새누리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노동자와 천대받는 사람들의 위기 의식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막판의 광화문 유세에서 문재인은 “쌍용차와 용산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물론 다소 막연한 말이다)고 약속했다.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의 양자택일 구도, 진보정당들의 분열과 위기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정리해고, 비정규직,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한 반감은 문재인에 대한 투표로 나타났다.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정서가 일반적이었다. 계급 간 정치투쟁은 그 지형이 다소 오른쪽으로 이동해, 박근혜 투표냐 문재인 투표냐 사이의 ‘좌ㆍ우’ 양극화로 나타났다.
그래서 문재인이 얻은 표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이 얻었던 표보다도 2백70만 표 더 많은 1천4백70만 표였다. 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차악으로서 문재인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배계급과 우파의 총결집 덕분에 박근혜가 얻은 지지를 능가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정치사에서 그나마 자본주의적 개혁주의 정당이라도 집권할 수 있었던 경우는, 경제나 정치의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이 분열한 반면 노동자들이나 다른 천대받는 사람들이 거대한 대중 투쟁으로 힘을 과시할 수 있었을 때였다. 김대중은 1996년 연말과 1997년 연초의 민주노총 총력 파업과 ‘IMF 공황’이라는 격변 속에서야 겨우 1.6퍼센트 차이로 이회창을 꺾을 수 있었다. 노무현도 40만 촛불 시위 덕분에 ‘노풍’이 일어나 겨우 2.3퍼센트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가도에서 노동운동은 그런 힘과 잠재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개혁주의 문제도 있지만, 특히 이번 경우에는 노동계급에 기반한 정치조직들이 통합진보당 사태를 포함한 심각한 반목으로 사분오열 상태였다. 따라서 계급적 대립을 내포한 이번 ‘좌ㆍ우’ 대결 구도에서 진보정당들은 전혀 왼쪽 축을 형성하지 못했다. 
올해 총선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정치 양극화가 새누리당의 우파 결집으로뿐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의석 수 배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곧 자책골을 넣었다. 내부 선거 부정 파문 속에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 당내 스탈린주의자들이 정치적 기득권을 한사코 포기하지 않으려 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내분과 우파의 마녀사냥으로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고, 통합진보당은 쪼개졌다. 이 후유증 속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전현직 상층 간부들이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로 대거 이동했다. 노동운동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표현을 내놓지도 못했고, 단결된 대응을 하지도 못했다. 
선거에 반영되는 계급세력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계급투쟁 수위도 충분치 않았다. 물론 노동운동은 2008년 촛불운동과 경제 공황 이후 싸울 수 있다는 자신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8월 현재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73만 1천5백28일로,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중간계급의 다수를 견인할 만큼 강력한 힘을 보여 주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중간계급은 극단주의에 놀라 뒤로 나가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강력하고 가장 결연한 지도를 제공하는 사회 세력에 끌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대로 지배계급 전체와 모든 우파들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힘을 보여 주는 상황은 중간계급의 다수를 견인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확고하게 단결해서 좌파와 노동계급 단속을 기대할 만하게 하는 우파가 미덥게 여겨졌을 것이다.

순탄치 않을 박근혜의 앞날   

박근혜 정부의 등장 앞에 조직 노동자들과 진보파 청년들은 한동안 사기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을 겪을 것이다. 이명박보다 더 선명한 우파인 박근혜 정부의 등장은 분명 좌절스러운 일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5ㆍ16군사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법살인 등이 불가피했다고 여기는 자들이 박근혜 세력의 핵심에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우파 정권 재창출은 공식 정치에서 우파의 주도권이 더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박근혜는 그 여세를 몰아서 사회의 전반적 세력균형을 더 오른쪽으로 돌리려 애쓸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 위기의 심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과 능률, 이윤율 그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계급을 더 쥐어짜고 내핍을 강요하려 할 것이다. 이미 내년 예산에서 복지비 비중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복지 지출 증가율도 낮아졌다. 
또, 박근혜 정부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 가하는 압력 속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일 3각동맹 강화 등도 계속 추진하려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나 NGO와의 연계가 없는 박근혜가 이런 과제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수행한다는 것은 미사여구일 뿐이다. 오히려 박근혜 세력의 핵심을 이루는 김무성 같은 ‘공안’ 세력이 ‘친북좌파’와 급진좌파에 대한 탄압과 마녀사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우리는 노동계급과 좌파 정치조직들이 한동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다지 오래지 않아 반전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경제 위기가 결국 부르게 마련인 정치 위기 상황 속에서 이런 공격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는 노동운동을 통제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지배계급과의 약속은 지키려 애쓰겠지만, 복지와 분배에 대한 우익 포퓰리즘적 약속은 대부분 휴지통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면 그의 중간계급 지지자들은 실망하고 이반하기 시작할 것이다. 
부패 문제도 박근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국고로 환수돼야 할 거액의 돈을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일과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보듯이 박근혜 자신이 부패의 원조다. 부패 문제는 지배자들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것이고, 그러면 책임 전가에 급급한 지배자들은 쉽사리 내분에 빠질 수 있다. 이미 대선 가도에 부패 문제가 추문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박근혜는 현영희, 홍사덕, 송영선 등을 줄줄이 꼬리 자르기 해야 했다. 
지배자들의 내분은 노동자들에게 저항할 자신감이 생기게 해 줄 수 있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은 공동전선으로 단결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새 정부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고 저항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특정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미리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민주당과는 다른 진보적 정치 대안 구축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진보정치가 위기와 분열을 벗어나 중심을 잡는 것이 지금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 건설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은 분열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층 노동자들의 일상적 조직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치 지도부들이 분열하고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력 사상의 지지자들은 박근혜 집권을 보며 충격을 받은 노동계급 속에서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이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는 광범하고 다양한 공동전선 건설 과정에 함께해야 하며, 민주당의 왼쪽에서 진보정당을 재건하고 성장케 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하고 동참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전반적인 계급 세력관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분석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기회를 과대평가하거나 장애물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견해 내놓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 21일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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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투표가 뭐가 중요하냐구요? 졸라 중요합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9일자 기사 '"투표가 뭐가 중요하냐구요? 졸라 중요합니다"'를 퍼왔습니다.
[정희준의 '어퍼컷'] 20대가 이런 거였어!?

사실 제가 대학 다닐 땐 '정규직,' '비정규직'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취업의 목표가 '종합상사' '은행' '건설회사'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초등학생도 정규직이라고 한다지요.

정규직은 이제 인격에 앞서는 그 무엇이 되었고 그것으로 사람을 품평하기도 합니다. 딸 결혼시키려는 부모가 사윗감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게 "정규직이에요?"라더군요. 또 명절날 만난 친척 어른은 직장에 다닌다고 했는데도 굳이 "정규직이냐?"라는 송곳 같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진답니다.

정규직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가 불안의 시대로, 그리고 생존만을 쫓는 메마르고 인정머리 없는 시대로 전락했음을 듬뿍 가르쳐 줍니다.

"20대가 이런 거였어!?"

대한민국은 먹고살 만해졌다는데 20대는 왜 이렇게 힘들고도 복잡할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등록금에 학원비도 내야하고, 당연히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고, 이도 저도 안 되니까 휴학을 했다가 졸업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는 게 요즘 청춘들의 삶입니다.

요즘 대학 졸업식이란 수많은 청년들을 채무자로 만들어 세상으로 몰아내는 세리머니가 돼버렸습니다. 은행에 다니는 분이 그러시더군요. 대학 졸업하면서 500만 원 이상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그 빚을 중년이 돼서도 못 털어낸다구요. 그러니 요즘 청년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 부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청년들에게서 사랑마저 앗아간 사회. 이게 도대체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입니까.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스펙에 '올인'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셔야죠. 그런데 문제는 스펙에 올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관문을 통과하는 건 더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정규직 취업의 기회는 점점 줄고 있죠, 거기에 후배들까지 계속 밀려오죠, 게다가 번듯한 직장의 대표 격인 공기업마저 민영화 되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취업 기회가 계속 줄어드는 지금의 현실에서 여러분의 미래는 바뀌기 어렵습니다. 더욱 더 심한 병목 현상 속에서 여러분들만 서로 박 터지게 싸우게 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생산성을 지닌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데 가난한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모순이죠.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더 못 살던 옛날에도 직장에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평생 직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빛나는 경제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라는데 왜 평생 직장은커녕 정규직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생각해봅시다. 여러분들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뽑히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에 의해 뽑히기 위해 여러분의 청춘을 다 바치고, 대출까지 받고, 또래 친구들이 먼저 자빠지기를 기도하기도 하지만 실상 뽑히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걸 바꿔야 합니다. 여러분이 그들에 의해 뽑히려 발버둥 칠 게 아니라 그들이 여러분을 뽑게 만드는 겁니다. 그들로 하여금 여러분들을 뽑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겁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차라리 세상을 바꿔라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오늘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투표하면 됩니다. 투표한다고 세상이 바뀌냐고요? 바뀝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졸라' 중요합니다.

스펙 쌓기보다 투표하기가 여러분의 미래를 바꾸기 쉽습니다. 여러분들이 뽑히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것보다 차라리 세상을 바꾸는 게 차라리 더 쉽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되면 반값등록금 될 거구요, 청년취업 활성화 될 거구요, 정규직 늘어날 겁니다. 또 그렇게 되면요 누구 혼자 스펙 쌓아서 간신히 취직하는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무더기로 취직이 될 겁니다.

두 대선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를 외칩니다. 이거 잘 할 대통령 뽑으면 됩니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되려면 재벌 개혁을 해야 합니다. 이거 없이 경제 민주화 없습니다. 재벌이 잘 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을 거예요. 아닙니다. 지금 재벌들이, 아니 재벌들만 너무 잘 돼서 여러분들 취직이 안 되는 거예요.

한 번 보세요. 5대 재벌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무려 70퍼센트예요. 그런데 이들 재벌이 여러분을 얼마나 취직시켜 줄까요? 3퍼센트도 안 돼요. 그래도 어쨌든 대기업에 취직만 하면 된다고요? 아니에요. 대기업에 입사해도 그 회사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고작 0.6퍼센트밖에 안 된답니다.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 입사 동기 167명 중 한 명만 임원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럼 이건 또 무슨 얘기냐. 나머지 166명은 나이 쉰 전에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얘깁니다.

그럼 중소기업을 한 번 볼까요? 사실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 해줍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재벌들 때문에 호되게 시달립니다. 단가 후려치기, 어음 남발,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을 피 말리게 하고 심지어 부도까지 나게 합니다. 결국 재벌은 고용에 기여하기는커녕 고용의 대부분을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고용을 할 수 없게 괴롭히는 거죠. 여기에 사내 하청과 골목 상권 침해 문제까지 더하면 재벌은 청년 실업, 비정규직, 저임금,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지요.

투표하면 바뀝니다

그런데요 이번에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두 후보 중에서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재벌 개혁은 모른 채 하는 후보가 있더군요. 이 분은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분입니다. 경제 민주화는 바로 재벌의 횡포 때문에 생겨난 개념입니다. 재벌 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하겠다는 것은 브로콜리를 자꾸 소나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분은 반값 등록금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게 실상은 '차등 등록금'이고 '장학금 확대'더군요. 여러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는 공약입니다. 청년 취업도 '활성화 시키겠다,' '확대하겠다'고 수백 번 이야기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내용은 없더군요.

투표하세요. 작년 서울 시민은 대머리에 이름도 촌스런 아저씨를 시장으로 뽑았는데 시장 되자마자 초등학교 전면 무상 급식 실시하고,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3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고, 서울시립대학교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췄습니다. 인문사회 계열 등록금이 102만 원이랍니다. 그래서 많은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지금 '공부만' 합니다.

지도자 잘 뽑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투표하세요. 여러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이렇게 참 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세요. 이번에 자식 좀 도와달라고. 참, 아버지께 괜히 그런 말 꺼내면 부자, 부녀 간 의만 상합니다. 제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이야기 하세요. 어머니는 들어주실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설득해 주실 거예요.

정치, 밥 먹여줍니다

청년 여러분. 여러분은 앞으로도 계속 혼자 뽑힐 때까지 스펙을 쌓으시겠어요, 아니면 그들로 하여금 여러분들을 뽑게 만드시겠어요. 여러분은 다니는 학교의 등록금이 일정하게 반값이길 원하세요, 아니면 성적이나 가정 형편에 따라 매학기 등록금과 장학금 액수가 달라지길 원하세요. 후자는 확실히 긴장감(?) 있는 대학 생활을 선사할 것 같긴 합니다.

세상은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혼자 외롭게 스펙 쌓는 것보다 함께 투표하면 세상을 확 뒤집을 수 있습니다. 세상 바꾸기가 이렇게 쉽습니다.

청년 여러분.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죠.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대선 투표 관련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 박근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재인에게 투표하는 심정에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런 환상도 없어야 한다


이글은 레프트21 2012-12-10일자 제94호 기사 '[대선 투표 관련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 박근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재인에게 투표하는 심정에 공감한다하지만 아무런 환상도 없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와 관련해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회가 12월 10일 발표한 성명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박근혜라는 ‘최악’을 막기 위해 문재인이 ‘차악’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내키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투표할 듯하다." ⓒ<레프트21>

18대 대선 투표일이 이제 열흘 정도 남았다. 현재 박근혜가 좀더 우세라는 관측이 많지만 과연 누가 당선될지 확실하게 점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게 있다면 누가 당선하더라도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한국 경제도 깊은 위기의 골짜기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주류 대선 후보들은 표 떨어질까 봐 그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약속하고 있다. 이것은 누가 되더라도 자신만만하고 손쉽게 공격에 착수하지는 못할 것임을 뜻한다. 그럼에도 분명히 새 정부는 조만간 공격을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투쟁 전선은 투표장에서 진정한 승부처인 작업장과 거리로 옮겨갈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이 진정한 전투에서 우리가 주눅들지 않고 얼마나 자신 있게 저항할 수 있느냐다. 대선 투표 전술은 바로 이것, 즉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먼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박근혜는 한국 역사를 피로 물들여 온 유신 독재의 계승자다. 자그만 민주 개혁조차 “국가 정체성에 어긋난다”며 극렬 반대하는 강경 우익이며, 이 나라의 부와 권력을 독차지해 온 ‘1퍼센트’의 진정한 대표다. 지금 박근혜의 뒤에는 전두환, 이회창, 김종필, 이명박 등 낡고 부패한 우익 정치인들과 탐욕스런 대자본가들이 결집해 있다. 이들이 똘똘 뭉쳐서 ‘보수대연합’을 이루고 있다.
만약 이번에 박근혜가 승리한다면 이런 1퍼센트 세력과 수구 우익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할 것이다. 삼성 이건희와 현대차 정몽구, 막장 검찰, 조ㆍ중ㆍ동 소유주들이 안도할 것이며 다시 공격을 시작할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다수는 이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자신들 삶의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투표장에 들어갈 것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거나 길거리를 헤매는 현대차, 쌍용차, 강정마을 등의 아픔을 떠올리며 투표장에 들어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정서가 진보 후보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투표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 주류 양강 구도, 진보정당의 분열과 위기 때문에 진보 후보들은 대중의 시야에서 가려져 있다. 그래서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정리해고, 비정규직, 제주해군기지, 핵발전소 등에 대한 반감은 우리가 좋든 싫든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후보 문재인에 대한 투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광범한 대중뿐 아니라 조직 노동자들 속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존재한다.
11월 22일 현재까지 문재인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노조는 총 1천3백64개이며 소속 조합원 수는 45만 6천여 명이다([매일노동뉴스] 2012년 11월 23일치). 이 중 압도 다수는 한국노총 소속이지만 민주노총 소속도 포함돼 있다. 특히 문재인 캠프는 민주노총의 전현직 간부들을 통해 민주노총의 조직 노동자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왔다. 진보정당의 분열과 위기 속에 민주노총이 투표 방침도 정하지 못하는 갑갑한 상황이 이런 민주당의 시도를 더 손쉽게 하고 있다.

좌우 양극화

그래서 지금 박근혜 지지자와 박근혜를 혐오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분단선이 그어지고 있다. 정치적 좌우 양극화가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로 (치우쳐) 나타나고 있으며, 계급 갈등도 (왜곡되고 굴절된 형태로) 반영돼 있다.
최선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다수 노동계급 대중이 최악(박근혜)을 막으려고 차악(문재인)을 찍으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민주당 정부 10년의 배신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문재인이 차악이라는 것을 뻔히 알기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근혜에 맞서 문재인이 승리한다고 해서 대중이 환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는 막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싸우기가 좀더 수월하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투쟁의 입장에 서 있는 우리 노동자연대다함께도 불가피하게 문재인에 대한 비판적 투표 입장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우리 단체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전술과 강령ㆍ원칙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거나 아니면 고의적인 왜곡이다. 우리는 문재인ㆍ민주당이 박근혜ㆍ새누리당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둘 사이에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진실을 줄기차게 말해 왔다. 민주당은 집권 10년 동안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늘려 온 장본인이다.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고속도로를 깔아 온 것도 민주당이다.
만약 이번에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자신이 차선도 못 되는 차악으로 취급돼, 즉 박근혜에 대한 대중의 증오와 두려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났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얼마 안 가, 자신을 살려 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과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민주당도 지배계급의 일부(비록 소수파이고 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부분이지만)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민주당 정부 10년 동안 이런 민주당에 반대하고 그들의 친시장경제 정책을 저지하려는 투쟁의 선두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가차없고 날카로운 비판과 폭로를 결코 삼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진보세력이 문재인에게 비판적 투표를 넘어 아예 무비판적 지지를 제공하거나 민주당 정부에 동참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정부에 들어가거나 그 ‘왼쪽 날개’가 된 진보세력은 자본주의 위기라는 조건 하에서 결국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보정치는 민주당으로부터 독자적인 세력화를 추구하며 민주당 정부의 예고되는 노동자 공격에 맞서 투쟁하는 가운데 건설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비판적 투표라는 전술상의 타협을 하는 이유는 박근혜 저지를 염원하는 수백만 노동 대중과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해서다.
사회주의자들의 투표 전술은 정부ㆍ의회를 통한 위로부터 개혁으로 사회를 바꾸겠다는 개혁주의자들과 다른 근거에서 나온다. 노동계급이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에 도전한다는 사회주의 원칙에 근거한 투쟁 건설을 위해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만은 막아야 한다는 노동자들 편에 선다. 문재인의 집권이 그나마 차악이라고 생각하는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저항을 건설하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소통과 연대

물론 문재인과 민주당 같은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세력에게 표를 줄 수는 없다며 진보 독자 후보를 찍겠다는 동지들이 존재한다. 노동자들을 배신해 온 민주당을 찍기 싫다는 이 동지들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과 이해가 간다. 노동운동에 기반한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등 좌파 후보들은 또한 문재인과 차별되는 급진적 주장과 진정한 노동계급 의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끝까지 완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운동들이 이번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기는 힘들 듯하다. 특히, 1997년에 30만 표, 2002년에 96만 표, 2007년에 72만 표를 얻은 권영길 후보가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와 지지에 기초해 출마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일부 진지한 전투적인 투사들이 이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에게 투표할 조직 노동자만도 적어도 1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자들은 계급의 극소수 전위가 아니라 계급의 광범한 대중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 혁명의 리더 레닌도 “투표 지침이 바람이나 견해들에 의해, 한 집단이나 당 혼자만의 계급의식과 전투성 수준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좌파 공산주의 ― 유아적 혼란》) “계급 전체의, 그리고 바로 모든 근로인민 대중의 의식과 준비 정도의 실제 상태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박근혜만은 막아야 한다는 노동계급 대중의, 심지어 조직 노동자들 다수의 정서를 무시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독자 후보에게 투표하려는 노동자들은 선진적인 반면, 문재인에게 투표하려는 노동자들은 더 후진적인 상황도 아니다. 투쟁 속에서 조직된 선진 노동자들의 다수도 문재인에게 투표하려는 상황이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박근혜와 문재인이 다를 게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4월혁명을 짓밟은 5ㆍ16반혁명이 “구국의 혁명”이라고 말하고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사람과 그걸 비판하는 사람을 대다수 노동자들이 똑같이 볼 리는 없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단지 자본주의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와 사회주의적 대안을 선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레닌은 “노동계급 다수의 견해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는 혁명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변화는 대중들의 정치적 경험으로써 창출되는 것이지, 선전만으로 생겨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수백만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문재인 같은 자를 찍을 수 있느냐’는 태도를 취할 수 없다. 그보다는 ‘박근혜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당신들과 함께 문재인에게 투표하겠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은 저 자를 믿지 않고 우리 스스로 투쟁할 때 가능하다. 투표하고 나서 함께 투쟁을 건설하자’ 하고 말해야 한다.
이것은 타협이지만 불가피한 타협이고, 박근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대중과 소통하며 그 속에서 좌파들의 힘과 조직을 키우기 위한 타협이다. 선거주의자들에게는 투표가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만 혁명가들에게 투표는 좀 덜 중요한 것이고 전술일 뿐이므로 이런 타협이 가능하다.
선거주의자와 달리 진정한 좌파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나 투표가 아니라 투쟁이고, 투쟁 속에서 노동자가 단결하는 것이며, 누가 당선되든 시작될 공격에 맞설 저항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와 상관 없이 노동자들은 함께 단결해서 새 정부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노동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의 운명과 미래는 결국 거리와 작업장과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질 이런 투쟁들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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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인적 청산'을 위하여, 투표!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8일자 기사 '공영방송의 '인적 청산'을 위하여, 투표!'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대선 이후는 공영방송을 고민해야 할 때

 

18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MBC와 KBS가 보여준 공영방송의 편향적 보도 행태는 사상 최악의 대선보도로 평가할만 하다. 저녁 9시 시보가 끝나기가 무섭게 전두환 대통령의 소식부터 전했던 “땡전 뉴스”보다 더 최악이란 말인가? 그렇다. 그 시절에는 “엄혹한 군사독재시절”이라는 최소한의 핑계가 있었다.
지금은 그 핑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은 주체적으로 편향적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공영방송 자신에게 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중립(의 모양새)을 지켜왔던 공영방송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처음으로, 제 발로, 어느 한 진영의 선수로서, 주도적으로 활약했다. 특정 정당의 논평과 공영방송의 기사가 구분되지 못했다. 남 탓 할 수가 없다.  
특정후보를 편 들며 정치적으로 개입하려했던 나쁜 보도의 수많은 예를 여기서 새삼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많은 지면(가령, 언론연대의 대선보도비평이나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선보도모니터링을 참고하라)을 통해 소개되어있기에 이를 다시 적는 것은 지면의 낭비라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는 왜 공영방송의 대선 개입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 공영방송 스스로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논의를 집중한다.  
우선적으로 피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을 MB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낙하산 사장 투하와 그에 따른 정권의 언론장악이 사실무근이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행태적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구조적 원인은 될 수 없다. A와 B의 다툼에서 누가 먼저 폭력을 사용했는가도 중요하지만 폭력을 야기한 A와 B 사이의 채무관계나 치정관계를 밝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MB의 공영방송장악은 공영방송이 어떻게 MB의 언론장악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가에 비하면 부차적이다. 공영방송은 MB의 출현을 기다렸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시청률을 인상하기 위해, 혹은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지레로 삼기 위해 공영방송은 오히려 MB와 같은 인물의 도래를 반겼다. 기자 출신 정치인을 뜻하는 폴리널리스트란 말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진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권언유착은 언론의 자발적 호응이 뒤따르지 않고는 결코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둘째로, 흉내에 그쳤던 인적청산의 문제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시대의 뒷켠으로 퇴장했으리라 여겼던 구태 언론인의 부활을 목도했다. 전두환 대통령을 민족의 지도자로 칭송한 기자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그 대표적 예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는 당시의 정치적 보도에 책임을 지고 언론계에서 퇴출되었어야 할 인물이었다. 비단 수장뿐만이 아니다. 구태 수장이 등극하니 그가 임명하는 간부도 초록이 동색이다.
불분명한 과거사의 정리로 촉발된 한국 현대사회의 비극이 공영방송에서도 되풀이되어 나타났다. 궁금한 것은 왜 공영방송이 지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이런 인물들을 거르지 못했냐는 것이다. 어설픈 동료의식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인지상정 때문이었는지, 혹은 이미 기득권을 가진 그들에게 감히 쓴 소리를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것은 성역 없는 취재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스스로 자신의 조직 내에서 성역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자를 기사로서 평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셋째로 언론인의 샐러리맨화와 영혼 없는 언론인의 일반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적 관계는 대체로 임노동 관계로 구성된다. 샐러리맨은 임노동 관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임노동관계가 건조하게 돈을 매개로 맺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생산물과 그에 따른 임금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스스로의, 조직의, 사회의 몫이다.
뉴스가 자판기 상품이 아니고 뉴스란 다름 아닌 기자 자신의 시각이 반영되는 상품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기자의 샐러리맨화는 스스로의 노동과 노동 생산품에 대한 책임 부정이자 영혼 없는 기자로서의 자기비하에 불과할 뿐이다. 기자 또한 여느 임노동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은 겸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권한은 갖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의 발로다.
여전히 공영방송에 거는 사회적 기대는 차고 넘치는 반면에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언론인은 점차 늘고 있다. 과연 공영방송으로서 KBS와 MBC가 자신의 조직원에게 어떠한 자긍심을 전해주었던가 진지하게 반성할 대목이다.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적극적 권언유착, 인적청산의 부재, 조직 정체성의 약화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극적으로 도드라졌다. 지난 5년간 MB의 이름 때문에 가려진 공영방송의 맨살이 가감 없이 드러난 셈이다. 스스로의 개혁을 거부하는 수구적 발악은 극에 달했다. 그러므로 정권이 교체되면 공영방송 역시도 시나브로 제 역할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는  헛된 희망고문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누가 정권을 잡는가와 상관없이 공영방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해,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과거 정치적 행태를 보였던 인사를 조직으로부터 축출하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조직 정체성을 견고히 다질 수 있을 때에만 공영방송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은 비록 결정적이지 않을지언정 공영방송을 개혁하기 위한 작은 모멘텀은 될 수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모아져야 한다. 이번 대선 보도를 통해 확실해진 것은 공영방송 스스로가 이를 수행하기에는 지나치게 먼 길을 돌아갔다는 점이다. 

홍성일 /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  mediaus@mediaus.co.kr

[사설] 희망과 열정 담은 소중한 한 표 행사하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8일자 사설 '[사설] 희망과 열정 담은 소중한 한 표 행사하자'를 퍼왔습니다.

거창하게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시대 서민들의 가슴에 담긴 소박하면서도 절절한 희망은 대동소이하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사회, 기득권층의 특권을 없애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낡은 정치 대신 새로운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 대립과 갈등 대신 화해와 소통의 기운이 넘쳐나는 공동체에 대한 꿈이다.세상을 바꾸는 힘은 종종 분노와 열정에서 비롯된다. 선거는 바로 현실에 대한 분노, 미래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시하는 행위다. 이제 이런 분노와 열정을 담은 한 표를 행사할 제18대 대통령 선거날이 밝았다. 하지만 분노는 맹목적이어서는 안 되고, 열정에는 냉철한 분별심이 수반돼야 한다.우선,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진이냐 후퇴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한때 국제적인 찬탄의 대상이었다가 이명박 정권 들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복원하는 일은 다음 정권의 최우선적 과제다. 이 과제는 국가지도자의 철학과 사상, 지나온 행적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정치세력의 성격에서도 행로가 확연히 갈리게 돼 있다. 유신시대에서 이명박 정권까지를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 세력 대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이어온 진보개혁세력의 한판 승부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둘째, 민생과 안보의 증진이다. 전통적으로 민생과 안보는 보수정치세력의 전유물처럼 사용돼온 단어다.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 대목은 좀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안보 성적이 낙제점이었음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스스로 인정한다. 청년은 희망을 잃고, 중장년층은 고용불안, 노인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안보는 수시로 구멍이 뚫렸다. 그 낙제점의 주인공들이 다시 외치는 민생과 안보의 약속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잘 헤아려볼 일이다.한걸음 나아가 민생은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나 소득 증대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야말로 민생의 핵심적 사안이다. 안보 역시 군사력으로 영토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개선까지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공약이나 한반도 냉전 해소 약속의 진정성을 살펴보면 후보 간에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셋째, 통합과 소통 또한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다. 이념과 계층, 지역으로 갈가리 찢긴 참담한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포용과 화해, 융합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통합은 결코 어느 한 세력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국민이 뭉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을 배격하고 꼬리표를 붙이고, 색깔을 덧씌우면서 화해를 말하는 것 역시 위선이다. 어떤 지도자가 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열린 귀를 갖고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치의 실현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민심은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정치쇄신, 정당개혁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구다. 안철수 전 후보 역시 단순히 새정치의 상징적 아이콘에 머물지 않고 유세활동을 통해 새정치 실현을 위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실 새로운 정치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다만 누가 집권했을 때 새정치를 향한 새로운 정치지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지는 잘 판가름해볼 필요가 있다.이제 중요한 것은 선거 참여다. 아무리 가슴에 분노와 열정을 담고 있어도 투표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지 않으면 칼집 속에 들어 있는 칼일 뿐이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정부가 잘못한 일에 불평할 권리가 없다”는 경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아침이었으면 한다.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젊은이들이여, 투표가 혁명이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6일자 기사 '"젊은이들이여, 투표가 혁명이다!"'를 퍼왔습니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세상을 바꿀 마지막 기회, 12.19 대선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일지 고민한 끝에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고 이 명구(名句)를 남겼다.

나는 데카르트를 따라 민주국가의 국민은 투표를 통해 주권자인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외치려고 한다. 프랑스의 생존 철학자 장-폴 주아리 교수는 2007년 는 제목의 책에서 투표가 민주국가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분석하며 시민들의 투표를 권장했다. 투표는 국민이 자신을 대신해서 국가를 운영할 대표자를 뽑는 중요한 주권행사 행위다. 국민이 4년 또는 5년에 한 번 행사할 수 있는 소중한 주권 행위다. 그 결과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는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며 의무를 태만히 한 주권자다. 미국의 청년층 웹 사이트 어바웃닷컴 틴 어드바이스(About.com Teen Advice,http://teenadvice.about.com)는 미국의 2030세대가 투표에 참여해야 할 5가지 이유를 제시한 가이드에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정부가 잘못한 일에 불평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꾸짖는다. 따라서 정부를 운영할 사람을 선택하는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고서 뒤늦게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2030세대 유권자들을 설득한다.

지당한 책망이다. 2030세대 중 선거에 관심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 한 사람 투표 안했다고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 있겠느냐'고 자신의 투표 가치를 경시한다. 그러나 Teen Advice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투표가 쌓이면 선거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투표는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숫자가 중요하다. 토론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교착상태를 푸는 방법이 다수결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인권선언에 근거한 것이다.

며칠 전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한 말이 기억난다.

"청년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청년이 투표해야 청년문제가 해결됩니다. 꼭 투표에 참여하실거죠? 혹시 주위에서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하지 않겠다다는 친구나 이웃이 계시면 꼭 투표하라고 부탁드린다고 전해주기 바랍니다."

백퍼센트 사실이다. 새누리당이 그 동안 대학생보다 노인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것도 노인들이 새누리당에 투표하기 때문이었다. 반값 등록금에 냉담하던 박근혜 후보가 갑자기 반값 등록듬 전도사로 변신한 것도 학생들의 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87년 6.10 민주화 항쟁은 한국의 권력 작동 구조를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바꿨다. 젊은이들의 피를 통해 선거권을 얻어낸 이 항쟁이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하는 투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줬다. 1987년 7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대규모 시민이 운집한 모습. ⓒ연합뉴스

2030세대가 투표에 관심을 덜 쏟는 건 거의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투표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후보도 16일 제3차 대선 후보자 TV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투표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억압받고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준 파시스트 체제다.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집권하게 되면, 그 주변 인물 면면으로 보아 우리 사회를 다시 유신의 과거로 되돌릴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의 진로가 달라질 것이다.

브라질에서 룰라 대통령이 일으킨 경제사회혁명의 힘은 브라질 국민의 투표를 통해 나왔다.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대통령도 선거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에서도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거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의 봄을 완성하는 것도 결국 투표다.

다만 독재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조작을 하는 곳에서의 선거혁명은 쉽지 않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체제 아래서 치른 선거가 전형적인 관제 선거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은 푸틴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장악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타락시키고, 권언유칙 관계에 있는 조중동을 선거의 동반자로 이용해 박근혜 후보의 선거 승리를 돕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안철수 효과와 그로 인한 2030세대의 각성이 선거 결과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 2030세대가 대거 투표에 참여해,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역사적인 시점이다. 극우주의자와 수구 반공세력의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정권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종언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영방송'과 종편까지 거느린 보수 우익 언론의 여론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투표에 의한 선거 혁명은 기대하기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 안철수가 새 정치를 펼 환경도 척박해질 것이다. 2030세대는 민주세력과 반동세력의 아마겟돈이 될 19일 선거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을 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가 4반세기의 반독재 투쟁 끝에 87년 민주혁명을 성공시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선배가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민주주의의 재단에 목숨을 던졌는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이정도로나마 자유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성취한 민주체제를 지켜야 할 역사적 의무가 오늘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행동을 통해 지킬 수 있다. 투표가 행동이다. 투표해야 세상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새누리당 불치병 '색깔론'…평화를 원하면 투표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8일자 기사 '새누리당 불치병 '색깔론'…평화를 원하면 투표하라'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지정학적 딜레마를 지경학적 기회로!

운명적 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8대 대선은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와 의의를 따져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격동의 시대로 접어든 동북아에서 선보여야 할 '통일외교안보 리더십'이다.

우선 한국의 12ㆍ19 대선은 동북아 권력 이동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국제정치성'을 품고 있다. 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와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치권력 변화는 대만의 마잉주 총통의 재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통령으로의 귀환, 미국의 버락 오마바의 재선, 중국의 시진핑 체제의 등장을 거쳐 일본 자민당의 압승과 아베 신조의 총리 복귀로 막바지에 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대선이다.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7개국에서 1년 사이에 정치권력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러한 시간적 조우는 우연의 일치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동북아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마그마가 꿈틀거리고 있다.

격동의 동북아, 한복판에 선 대한민국


우선 북한은 세계에서 9번째로 핵무장을 하고 10번째로 우주 클럽에 가입한 군사강국이자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라는 '이중 정체성'을 안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세계 최연소 핵보유국 지도자이기도 하다.

유일 초강대국으로 불리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약한 상태에 있다. 반면 중국은 150년간의 '치욕의 역사'를 딛고 재부상에 성공하고 있다. 초조해진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미국의 세기'를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봉쇄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큰 변수가 아니지만, 미국과 양대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가 말해주듯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푸틴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그 길 가운데 하나를 동방정책에서 찾고 있다.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20년간의 장기침체와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거치면서 정치의 실종 및 우경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베 신조 정권의 재탄생으로 나타났고 아베의 일본은 전후 가장 극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은 이 한복판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파탄을 맞이한 남북관계, 한미동맹 '올인'과 한중관계 '홀대'의 교차, 러시아와의 지경학적 관계 구축 기회 유실, 그리고 한일관계의 널뛰기는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켰다.

기실 MB 정부는 역사상 가장 좋은 대외적 환경을 안고 출범했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 북한의 호응에 힘입은 6자회담의 진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던 오바마 행정부 및 유연한 대외정책을 표방한 일본 민주당 정권의 등장,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구축된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 가스파이프와 철도 연결에 의욕적이었던 러시아의 입장, 중국-대만 관계 발전에 따른 양안 문제의 안정화 등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러나 MB 정부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말았다. 그리고 한국은 또 다시 동북아 지정학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딜레마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리더십은?


12ㆍ19 대선은 이처럼 '잃어버린 5년'을 딛고 코리아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지경학적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역사적 길목에서 실시된다. 대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국익과 한반도 주민의 복지를 증대시키면서 동북아에서 공공재를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접근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경학적 기회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5년간 더욱 날카로워진 한반도의 철조망을 거둬내고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웅비할 수 있는 지혜와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적대적 분단과 지정학적 딜레마라는 오랏줄을 풀어내고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 출발점은 내년으로 60주년을 맞이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데에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넘어 20년간 한반도를 짓눌려온 핵문제 해결의 중대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지정학적 오랏줄을 지경학적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며 세계 냉전을 완전히 종식시키는다는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또 다시 역사적 기회의 유실을 수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대동소이하다고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박근혜 후보는 '시대교체'를 내세워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대선 막바지까지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선거용으로 악용하는 모습에서 어떠한 차별성도 발견할 수 없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서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난치병이 아니라 불치병 수준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세력이, 남북관계의 '발전'보다는 '악화'를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 정권의 이익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인류 공동체의 이익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일이다. 아울러 세 차례의 TV 토론을 보면서 박근혜 후보가 과연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짙은 회의감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안보, 평화와 복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은 발견할 수 있다. 겸손함을 품은 자신감, 소통을 통한 공감 능력, 정책과 비전의 조화 속에서 격동의 동북아 시대를 해쳐나갈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지도자의 탄생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문 후보의 잠재력과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적 열의가 만난다면,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신명나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거듭 강조하고 또 호소하고 싶다.

평화와 번영과 복지를 원하거든 투표하라!

▲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이번 대선에 사용될 투표 용지와 기표용구 모형을 들고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어렵다! 하지만 투표 열심히 하면 이길 수는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8일자 기사 '"어렵다! 하지만 투표 열심히 하면 이길 수는 있다"'를 퍼왔습니다.
[분석]대선 마지막 판세 및 최종 예측

▲ 대선 전날 필승을 다짐한 두 후보(왼쪽 문재인, 오른쪽 박근혜)의 모습 ⓒ뉴스1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소위 정치평론이라는 것을 하면서 전략이 어쩌고 중간층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지껄여 왔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면 향후 5년을 좌우할 대통령은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만이 분명할 뿐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가 무엇인지를 함께 공유하는 작업 또한 지금 이 순간 참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말할 수 있다. 

'박빙' 상황, TV토론 결과는 문재인에게 유리할 것

우선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자.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보도를 종합해서 판단해볼 때 ‘박빙’의 상황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던 추세가 안철수 후보의 재등장으로 인해 떠받쳐지고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의 지지율이 복원되면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세는 상승세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소위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충성도 높은 지지율에 흔들림이 없는 상황이다.
3차례에 걸친 TV토론의 결과는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박근혜 후보의 모습과 다소 답답하긴 했지만 점잖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 대비되어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TV토론의 결과로 박근혜 후보의 ‘콘크리트’가 깨질 일은 없겠지만 최소한 중간층 일부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선택을 결심하게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 역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박빙승부가 펼쳐지는 싸움에서 이정희 후보가 갖고 있었던 1%대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문재인 후보 측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야권연대 등의 협상 절차가 없었던 점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관악을 야권단일화 여론조사 부정, 색깔론 시비 등을 안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것을 민주통합당이 부담스러워 하던 상황에서 이정희 후보 측이 알아서(?) 물러나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 덕에 박근혜 후보와의 비교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양자토론이 성립되기 까지 한 것을 고려해보면 어쨌든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서는 이정희 후보의 사퇴가 긍정적 영향으로 귀결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두 후보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이러한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부 결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박근혜 후보의 우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언급되는 그 일부도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소폭 앞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은 문재인 후보 지지율의 상승세가 박근혜 후보의 그것에 어느 정도 따라 붙었느냐, 추가로 따라붙을 여력이 있느냐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선거가 하루 남은 지금 어떤 변수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첫 번째는 박근혜 후보 측이 마지막 카드로 무엇을 남겨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층의 추가적인 결집을 원한다면 안보와 관련한 문제를 집중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보와 관련한 어떤 사건이 존재한다. 북한이 이에 반응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적 후보의 당선이 절실하다.’ 라는 것이 이와 관련한 논리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 측이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NLL 관련 대화록’ 같은 문제도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박근혜 후보 측이 원하는 만큼 쟁점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어떤 다른 여론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다. 세간에 떠도는 소위 ‘김정남 망명설’같은 것이 현실화 된다면 이런 경우일 것이다. ‘김정남이 망명했다.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이런 상황에 야당 후보는 NLL을 포기하자고 한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이미 보수층이 충분히 결집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술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균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오히려 핵심은 중간층을 흔드는 것인데 여기에 적합한 이슈가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현 정부가 야당 후보를 모함하기 위한 작전을 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이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 때문에 ‘야당이 정략적으로 엄한 사람을 모함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에서는 누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느냐가 중요하고 그것에 따라 중간층이 선거에서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간층이 선거에서 손을 떼면 야당 후보의 지지층은 무너지고 콘크리트 위에 서있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포인트는 없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내용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보면 될 것 같다. 보수층 결집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안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NLL 대화록 공개 되어도 괜찮다’는 입장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중간층으로의 지지율 확장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안철수 전 후보는 중간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타이밍에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승부를 뒤집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공개적 발언, 유세 방식, SNS 메시지 작성 등 어떤 수단을 써도 언론이 대서특필을 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충분하다.

투표율의 중요성과 희망적 예측

또한 2, 30대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을 내일까지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필요 또한 절실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세대일수록 정치에 대한 고전적인 감각 때문에 투표행위에 충실한 흐름이 있다. 2, 30대의 경우 다양한 변수에 의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여 왔더라도 선거 당일에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이들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인터넷과 SNS를 통한 정보 제공과 투표 독려를 계속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핵심은 ‘술 깨고 투표’하는 시간인 15시 이후이다. 이 포인트에 투표를 해야 한다는 유인을 제공해주지 못하면 그냥 집에서 눌러 앉다가 18시가 지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투표를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이번 대선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얘기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대답하기 참 쉬운 질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 하지만 남은 시간에 따라 문재인 후보가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대답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이런 대답이 만족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재인 후보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근거는 없지만 야당 지지자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주고 싶어서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호들갑은 좀 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역시 함께 전하고 싶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  mediaus@mediaus.co.kr

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분노하라! 직시하라! 투표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7일자 기사 '"분노하라! 직시하라! 투표하라!"'를 퍼왔습니다.
[특별기고] 도올 김용옥 교수의 '혁세격문(革世檄文)'

지금 조선의 들판이 혁명의 불길로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금 조선의 먼동은 "다시 개벽"의 눈부신 햇살을 발하고 있다. 자고 있는 자들이여, 모두 깨어나라! 새 시대, 새 정치의 함성이 그대를 부른다. 깨어난 4천만의 유권자들이여, 남녀노소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투표장으로 가라! 19일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혁명의 물결이 이 아사달 신시를 휘덮으리라! 조선의 깨인 자들이여! 남김없이 혁명의 대오에 어깨를 엮어라!

환인 하느님께서는 이 신시에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거룩한 건국 치세이념을 내리셨다.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지금 우리는 홍익(弘益)이 아닌, 홍해(弘害), 홍살(弘殺)의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인의(仁義)를 망각하고 솔수식인(率獸食人)의 사리(私利)를 앞세우며, 진현(進賢)의 정도(正道)를 거부하고 착복과 부패의 한계를 없이 하며, 국고를 털어 치자(治者) 본인의 사욕을 충족시키며 주변의 승냥이들에게 떡고물을 분배하고 있다. 국토의 산수대강(山水大綱)을 파괴하고 4대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왜곡·오염시키며, 백두대간의 대혈인 국립공원에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케이블카의 설치를 획책하고, 인천공항과 같은 공익의 자산을 사유의 질곡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농촌을 해체시키고 도시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양극화의 괴리는 재벌의 독재를 흥륭(興隆)케 하며 서민대중의 삶을 노예 이하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추락은 영락이요 죽음이다. 그런데 서민대중의 죽음을 현 정권의 치자들은 환호하고 재벌은 환희의 박수를 친다. 그리고 전국 골목골목의 상권을 대형마트라는 탱크와 기관총으로 후려 갈겨대고만 있다. 어찌 미국의 총기난사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처다보고만 있는가? 자기 가슴에 총알이 박히고 있는 바로 그대들이!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우리가 지도자를 잘못 뽑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아니 될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국민이 교사(巧邪)와 허언(虛言)의 달인(達人)을 지도자로 떠받들 수 있는가? 민주라는 허명에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메이저 언론의 정보조작과 선거를 둘러싼 가치의 혼란이 민중의 너무도 정당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중이 민주의 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호도하는 온갖 정교한 부정이 민주주의라는 타자(他者)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이여! 또 당할 셈인가? 현 정권의 죄악을 반성 없이 반복할 셈인가? 이제 또 안보의 위협에 대책 없이 속을 셈인가? 마지막 순간을 앞둔 깜짝쇼에 대의(大義)의 정조(情調)를 굴복시킬 셈인가? 민생의 감언에 또다시 도덕을 망각할 셈인가? 민중이여! 두 손에 가슴을 얹고 잘 생각해보라! 누가 과연 그대들의 민생을 도와주었는가? 누가 과연 그대들에게 돈 한 푼이라도 거저 준 적이 있는가? 민생은 아사달의 신시로부터 지금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민중 스스로 해결해온 것이다. 착각하지 말라! 정치는 민생을 해결하지 못한다. 민생은 어디까지나 민중 스스로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민중의 간절한 염원이란 그 민생결단의 번영을 훼방하는 행위를 정치가 제발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일 뿐이다. 오늘과 같은 악랄한 대기업의 횡포는 정부와 공권력의 비호가 없다면 당장 민중의 힘으로 타도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권력의 유착, 자본의 끝없는 폭리확대와 공무행정의 부패의 연환(連環)은 대중민생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이 희생에는 이제 부르죠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구분도 의미가 없다. 자산가, 임금노동자를 불문하고 모든 대중이 기만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공약으로 "민생"을 우선시 한다 하는 자는 거짓말쟁이요 위선자일 뿐이다. 민중이 원하는 것은 민생이라기보다는 도덕의 구현이며 정의의 확립이요 인정仁政의 구체적 실천이다. 위장된 웃음의 눈꼬리를 가장하며, 정의와 도덕을 외면하고 반성과 실천을 거부하는 위선의 심장에 이제 종지부를 찍자! 더 이상 속지 말자! 민생이 아닌 도덕의 기강을 바로잡자! 그리하면 민생은 저절로 해결된다. 도덕이 바로서고 민생이 풍요롭게 되지 아니 하는 역사는 인간세에 있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도덕을 어떻게 바로잡는가? 그 너무도 쉬운 해결방안이 그대 손에 쥐어져 있다. 부패와 사악의 정권을 바꾸면 된다. 어떻게 바꾸는가? 투표장으로 가라! 그대의 신성한 혁명의 권리를 행하라! 나와 같이 수십만 권의 장서를 수십 년에 걸쳐 뇌리에 입력한 자나, 만 20세의 청순한 홍안의 유권자나, 동일한 한 표의 권리가 평등하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이 인간 오성의 보편적 권리에 대한 신념은 반만년 인문정신의 기나긴 투쟁의 결과로서 획득된 것이다. 어찌 이 고귀한 권리를 나태와 냉소와 방임으로 포기할 셈인가? 혁명은 어렵지 않다. 유권자의 90%만 매번 투표에 참여한다면 역사는 항상 선을 지향하며 뒤바뀌게 되어있다. 그런데 유권자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세력이 과연 수권(受權)의 자격이 있을 수 있겠는가? 모든 국가기관이나 공영언론조차도 투표를 독려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직무유기를 일삼는 것이다. 국민이여! 분노하라! 분노하라! 실상을 직시하라!

과거에는 최고의 권좌, 그 천명(天命)을 바꾸는 혁신(革新)의 대업에는 수없는 인명의 희생이 있어야만 했다. 삼일운동을 기억하라! 동학의 우금치전투를 상기하라! 정주에서 폭파된 홍경래의 염원을 다시 한 번 상상해보라! 그 얼마나 처절한 고립무원의 항쟁이었던가? 그대들이 손에 쥐고 있는 투표용지는 이들 선열(先烈)의 잘린 모가지처럼 피가 흐르고 있다. 민주의 나무는 민중의 피를 먹고 자랐다. 대한민국처럼 비서구권에서 서구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수용하고 직접선거의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정권의 평화로운 교체를 이룩한 선례를 축적하여온 나라도 별로 없다. 이것은 오직 선현(先賢)들의 피흘림의 투쟁으로만 가능하였던 것이다.

체제 밖에서 천 리를 가는 것보다 체제 안에서 한 치를 가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체제 안에서 천 리를 갈 수가 있다. 우리 민중 모두가 19일 투표함으로 가기만 한다면 혁명은 이루어진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혁명은 왜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가? 이제 혁명은 폭력이 아니다. 이제 혁명은 광포한 영감이 아니다. 이제 조선의 혁명은 체제의 룰에 따라 도덕의 기강을 바로잡는 정의로운 상식적 작업이다. 그러나 이번 우리의 혁명은 바스티유감옥의 철창을 터뜨린 불란서인들의 인권선언보다, 차르왕정을 무너뜨린 러시아혁명보다, 아편전쟁 이래 열강의 침탈을 종식시킨 마오쩌뚱의 공산혁명보다도 더 막중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니는 혁명이다. 우리의 혁명은 열강의 모든 근대적 노략질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결과물인 세계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진정한 세계평화의 출발이다. 동·서의 언어적 편견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며 남·북의 불필요한 이념의 기미(羈縻)를 절단하며,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회복하고, 도농(都農)의 균형을 꾀하고, 세조의 찬탈 이래 끊임없이 왜곡되어온 정의의 패배를 설욕하는 대업이다. 훈구파들의 끊임없는 득세, 선조의 파렴치한 임란책임회피, 그 뒤로 이어지는 노론의 장악, 세도정치, 일본제국의 식민지통치와 친일파의 발호, 이승만의 권력찬탈과 무능한 6·25전쟁대처, 일제 만군출신 박정희의 쿠데타와 유신폭정, 이 모든 흐름이 "불의라도 박박 우겨대면 역사의 정의가 된다"는 왜곡된 가치관에 대한 통렬한 국민적 반성의 기회를 박탈해왔다. 반성이 없는 역사는 미래가 없다.

올해가 임진왜란 일곱 환갑! 그 부끄러운 통치자들의 행위가 빚어낸 참혹한 민중의 삶을 일순간이라도 연상할 수 있다면 오늘 우리의 좌표는 명료해진다. 그대들은 아는가? 가도입명(假道入明)의 명분으로 이 땅을 짓밟은 토요토미 히데요시 침략군의 저주보다, 이 나라를 구해주겠다고 원정 온 명군(明軍)의 작태가 민중의 삶에 끼친 폐해가 구체적으로 더 심원했다는 사실을 그대는 정말 아는가? 임란 극복의 원동력은 이순신의 서남해상권 제패와 수군의 활약과 의병의 분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무공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장렬한 최후의 진로를 선택해야만 했고, 의병장 김덕령은 모진 고문 속에 죽어야만 했고, 홍의장군 곽재우는 신선을 가장하고 소리 없이 스러져야만 했다. 선조는 이들 구국의 지도자들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오직 명군의 "재조지은(再造之恩)"만을 찬양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이여송의 사당을 만들었고 명군을 위하여 동대문 밖에 관묘를 지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다시 만들어주었다는 은혜, 즉 재조지은의 찬양은 결국 불과 30년만에 정묘·병자의 양 호란(胡亂)이라는 처참한 비극을 다시 불러왔다. 이러한 민중의 비운의 역사의 배면에는 6·25전쟁 등 현대사의 명암이 겹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다. 그러나 우리의 친미는 미국과의 정당한 거리감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을 도덕적으로 만들어주는 인도주의적 친미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남·북한의 화해를 돕도록 만들어야 하며, 역으로 우리는 남·북한 화해의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세계평화를 이끌어가도록 만드는 21세기 인류 최대의 염원을 달성케 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생(民生)이라기보다는 민본(民本)이다. 민중 스스로가 자결의 주체성을 갖는 역사를 갈망하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손에 쥔 투표용지 하나로 인류의 역사를 전쟁과 대결의 국면에서 평화와 화해의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사의 기나긴 좌절과 절망을 승리와 희망으로 회향시킬 수 있다. 보도연맹사건으로 학살된 30만 우국지사들의 원혼을 기억하라! 좌절된 반민특위의 역사를 반성하라! 이제야말로 우리는 투표용지 하나로 반민족행위자들의 작태를 일소할 수 있게 되었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투표장에 국민이 오는 것을 꺼려하는 모든 반민족행위자들의 생애에 종막을 드리워라! 그것도 아주 평화롭게! 19일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 땅의 깨인 자들이여! 모두 남김없이 투표장으로 가라! 그대들의 투표가 이 민족 모두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 주리라. 주변의 모든 동포를 설득하여 투표장으로 가라! 이 민족의 기나긴 불의와 독선과 배타와 불인(不認)의 역사를 끝장내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돌아갈 수 없다! 모든 반동은 그 자체의 힘에 의하여 분쇄된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투표장으로 가라!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TK 찾은 문재인 "'우리가 남이가' 했는데 덕 봤나"


이글은 프레시안ㅇ 2012-11-30일자 기사 'TK 찾은 문재인 "'우리가 남이가' 했는데 덕 봤나"'를 퍼왔습니다.
젊은층도 공략 "투표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고향인 포항, 대구 등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MB 실정론'과 '박근혜 공동책임론'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포항 죽도시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이명박 정권 5년간 포항은 그야말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며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새누리당 찍을 건가"라고 MB 정권에 대한 심판을 호소했다.

그는 포항의 인구 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곳이 되어버렸다"면서 이같은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렸다.

문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주고 만들어주었지만, 과연 이명박 정부 5년 간 지역발전 있었느냐"며 "대통령 주변에서 큰소리치던 포항 출신 인사들은 다 어디 가 있나"고 일갈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포항 시민들께 지지를 부탁하려면 지난 5년 간 포항 경제를 어렵게 만든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이어 대선 정국에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열풍에 대해 "참여정부 때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면 좌파정부라고 비난했던 거 기억하느냐"면서 "그렇게 비난했던 것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말하려면 그 생각이 왜 지금에 와 바뀌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고향이자 보수 세력의 '심장'인 대구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대구시민들께서 오로지 새누리당만 찍어주고 밀어준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부탁했다.

그는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구시민들이 '그래도 한 번 더' 이러면서 계속 밀어주면 고마워하면서 더 잘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오히려 오만하고 무책임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토끼도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 홀대했다"며 "새누리당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서 이제 준엄한 경고를 내려서 대구시민을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렇게 된 것은 대구의 정치를 새누리당이 오로지 독점했기 때문"이라며 "누가 나를 대변해 줄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영남 젊은 표심 잡기… "투표로 세상을 바꿔달라"

문 후보는 이날 경북·경남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중장년대에서는 박 후보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있는 반면, 청년 세대는 부동층과 유동층이 두텁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학교 유세를 통해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지방대 출신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일자리 늘리는 것은 누가 만들어 내느냐"며 "우리 젊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를 찾은 문 후보는 학생식당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등록금 문제, 지방 대학생으로서의 고충 등을 청취했다. 문 후보를 보기 위해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학생식당은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학생들은 한 손에는 토익 문제집을, 또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문 후보의 모습을 담아갔다. 문 후보를 가까이서 본 학생들은 "TV로 볼 때보다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니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어리 기자(=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