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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6일 수요일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출마'에서 희망을 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2-06일자 기사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출마'에서 희망을 품다'를 퍼왔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재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CN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다"고 말하며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재출마 계획을 밝혔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출마는 그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2011년 9월에 프레시안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박원순 당시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의 잔여임기 3년 정도론 부족하다"면서 "재선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재출마 선언을 서울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것은 재보궐 선거로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 시장이 그동안 그리 나쁘지 않은 서울 시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보다 더 빠른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 시정'

박원순 시장은 다른 여타의 지자체장과 다르게 온라인을 활용한 적극적인 쌍방향 시정 활동을 벌이는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서울 시장 역할을 하는데 시민에게 호감은 받은 최근의 사례가 폭설로 인한 등교 시간 관련 멘션입니다.

▲ 폭설이 내렸던 2월 3일 저녁 박원순 시장 트위터.

지난 2월 3일 서울시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폭설이 내리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등교 시간과 관련한 궁금증을 가졌고, 이에 교육청보다 오히려 박원순 시장 트윗 계정에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등교 시간을 몰랐던 학생과 학부모의 질문에 박원순 시장은 정확한 교육청 발표라며 유치원,초,중,고 모든 학교의 등교 시간이 1시간 늦춰졌다고 답글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떤 큰 사례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등교 시간 연기 공지가 교육청에서 개별학교로 내려가는 것이 늦어 2월4일 아침 10시에나 공식적인 등교 연기 문자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장의 트위터가 매우 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잘 활용되고 있으며, 시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반값등록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보여준 박원순 시장'

반값등록금이 정치권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대학들은 반값등록금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립대학교들은 등록금 인하는 소폭으로 하고, 수업과 복지 관련 예산, 장학금은 대폭 삭감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학교 등록금이 2,3% 인하됐다고 성적우수자로 선발된 학생들의 장학금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는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서울시립대의 사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에 따라 '반값등록금' 제도를 도입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서울시립대의 2013년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이 102만2000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음악계열 161만500원으로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 평균 335만3000원과 비교하면 절반입니다.

▲ 서울시립대가 공개한 등록금 대출 추이, 출처:서울시립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이 절반으로 낮아지자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 수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이 줄어들면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여기에 서울시립대 합격생의 수능 성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일은 대학이 가만히 앉아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한 사례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사립대들은 대학등록금을 소폭만 낮춰 국가장학금이 줄어 들어 성적 우수학생들이 장학금 대신 학자금 대출을 받게 만들었는데, 서울시립대의 경우 국가장학금 예산을 정부로부터 많이 받을 수 있었었던 요인이 바로 반값등록금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립대처럼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면 국가장학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이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으니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예방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보다 학업에 전념하게 하여 대학과 학생이 모두 발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반값등록금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유는 서울시립대처럼 학교가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충실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장 한 명이 바뀌면 정책이 변화되고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와 19대 대통령 선거'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 정책을 꾸준히 이어 나가기 위해 재출마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시장의 재출마와 19대 대통령 선거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내년 2014년 지방선거는 앞으로의 박근혜 정부를 가늠하는 잣대와 정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박원순 시장의 19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놓고 만든 도표이지만, 결국(재선된다면) 임기 1년을 앞두고 대선에 뛰어들 박원순 시장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2014년 6월 30일까지 입니다. 2014년에는 지방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은 재임 기간에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현직 단체장은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재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의 임기는 2018년 6월 30일까지입니다. 그런데 2017년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박원순 시장처럼 지자체장들의 변화가 있다면 19대 대선의 향방이 미묘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0년 시행된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구청장,광역의원 숫자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많은 승리를 거둔 요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정부 불신임과 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투표참여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 승리한다고 대선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다른 유형이기도 하면서 지자체장들이 야당이라고 반드시 그 지역의 대선 투표에서 야당이 승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선 패배 이후 가졌던 정치에 대한 외면과 실망을 2014년 지방선거로 회복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2014년 지방 선거를 새로운 희망으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박원순 시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에 사는 시민의 삶은 대통령과는 다르게 나름 행복할 수 있는 면도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장의 권한이 강화됐고 이는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통해 이들이 정치를 새롭게 만들거나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대선 패배 후 가졌던 유권자들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정치를 외면하며 떠났던 사람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많습니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과 행태를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당론이 아닌 지역정책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야권연대가 끌고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 2010년 고양시 지방선거를 이끌었던 '무지개연대' 출처:이무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무지개 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무지개연대는 고양시장과 지방의회, 광역의회를 석권하면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무지개 연대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당 정치에 속해 있는 의제는 배제하고 정책 의제, 그것도 지역에 맞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를 정당의 사상이나 노선에 따르자면 한도 끝도 없이 갈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지방에 맞는 정책 의제만을 논의한다면 당리에 따라 분열되는 후보가 아닌 진짜 국민연대 후보를 낼 수 있습니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후보를 선정해 그들의 공약을 널리 알리고 그들과 함께 지역 정치에 참여한다면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무지개 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무지개연대는 고양시장과 지방의회, 광역의회를 석권하면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무지개 연대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당 정치에 속해 있는 의제는 배제하고 정책 의제, 그것도 지역에 맞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를 정당의 사상이나 노선에 따르자면 한도 끝도 없이 갈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지방에 맞는 정책 의제만을 논의한다면 당리에 따라 분열되는 후보가 아닌 진짜 국민연대 후보를 낼 수 있습니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후보를 선정해 그들의 공약을 널리 알리고 그들과 함께 지역 정치에 참여한다면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치 투쟁을 우선시되는 면만 강조됐습니다. 이제 정치로 우리의 삶을 가장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지방자치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합니다.
정치연대는 깨지거나 반목, 그리고 서로 아픔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의 정치 역사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사례처럼 야권연대 후보이지만 정당색이 옅고 정치적 노선보다는 실제 행정을 잘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이 생겨난다면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 - 수원 '지동벽화마을' 그 아름답고 눈물겨운 이야기
[정치] - '청계천VS수원천' 사람이 다르면 하천도 달라진다
[정치] - 박원순 시장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서울시 공무원
[정치] - '서울시장 박원순'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이 패배했다고 실망과 좌절 속에 살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사는 지역을 움직이는 한 사람만 바뀌어도 우리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지역과 내게 필요한 정책을 누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 들어보고 검증하고 후보를 선정하여, 그 후보를 밀어주기에는 지금부터 해도 늦을 수 있습니다.
이제 투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스스로 작은 정치 활동을 해야 합니다. 거창한 정치사상을 위한 정치활동이 아니라 내 앞길의 보도블록을 쓸데없이 뜯어 고치는 것을 막고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써달라고 외치는 자발적인 시민 정치입니다.

세상은 희망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 삶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희망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기를 여러분에게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희망입니다.

아이엠피터  |  impeter701@gmail.com

2013년 1월 3일 목요일

‘젊은 정치’로 희망을 되살리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03일자 기사 '‘젊은 정치’로 희망을 되살리자'를 퍼왔습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던 2012년 12월 19일 저녁 7시께부터 밤 8시 50분 사이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시간이었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개표 현황을 지켜보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 춤추는 것을 보면서 지상파 방송 3사와 YTN의 출구조사 결과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KBS, MBC, SBS가 공동으로 벌인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예상 득표율은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 50.1%,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48.9%였다. 1.2%포인트 차이는 오차범위 안에 드는 수치로서 누가 승리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YTN의 출구조사 결과는 문재인 49.7~53.5%, 박근혜 46.1~49.9%로 드러났다. 박근혜가 최대한으로 얻을 수 있는 표인 49.9%는 문재인의 53.5%보다 3.6%포인트나 뒤지기 때문에 문재인이 3%포인트 이상, 다시 말하면 120만 표가 넘는 표차로 낙승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나는 SBS에 채널을 고정하고 개표 결과를 주시했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와는 달리 박근혜는 시간이 갈수록 문재인과 격차를 벌려나갔다. 밤 8시 50분까지 그런 ‘추세’가 계속되었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럽쇼! 바로 그 시간 텔레비전 자막에 ‘박근혜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대경실색했다. 전국 개표율 26.4%, 서울 개표율 6.7%밖에 되지 않는 시점에 특정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낸 것일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1.2%포인트의 차이는 36만여 표에 불과한데 앞으로 개표할 것이 2,234만여 표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선 유력’이라니! 게다가 문재인이 유리하다고 조사된 서울에서는 93.3%가 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혼자서 판별할 수가 없어서 지인들이 모여서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는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달려갔다. 수십 명이 지켜보는 텔레비전에는 박근혜가 40여 분 전과 비슷한 추세로 문재인을 앞서고 있다는 자막이 떠 있었다. 그 격차는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었다. 채널을 KBS나 MBC로 돌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은 밤 11시 40분쯤 민주통합당 당사에 나와 패배를 시인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박근혜 51.6%, 문재인 48.0%였고 표차는 108만이었다.  나는 그날 밤 이렇게 단정했다. ‘민주통합당은 오늘 오후 8시 50분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문재인이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라고. 왜 그런가? 한 방송사의 텔레비전에 ‘박근혜 당선 유력’이라는, 과학적으로도 산술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막이 떠오른 뒤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만 내쉴 뿐 아무도 방송사에 항의하지 않았다. 일당 독재를 하는 나라 말고 어느 국가에서 제1야당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는 선례가 있었던가?  민주통합당의 좌초와 난파는 그 이후에 점입가경으로 들어섰다. 자기 당의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후보가 된 뒤 막강한 보수진영 후보를 상대로 초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문재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 적이 전혀 없는 의원들이 ‘패배는 친노 때문’이라고 공격을 퍼부으면서 당권을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이나 다름없는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개표가 끝나자마자 네티즌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의혹의 내용은 여기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로지스틱함수와 시간대 투표율이 100% 일치한다.’, ‘MBC의 개표방송 투표자 수는 30,161,138명인데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자 수는 30,721,459명이다.’ 등등이다. 선관위가 방송사들에 보낸 개표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얻은 디지털 정보를 근거로 ‘개표 부정’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수개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1월 2일 현재 서명자는 21만 명을 넘어섰다.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당연히 사법기관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검표나 선관위 자료 검색을 통해 의혹 일부가 진실로 밝혀지면 18대 대선 결과의 유효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 뒷짐을 지고 있다. 국회의원 최민희가 트윗에 띄웠다는 글이 인터넷에 보일 뿐이다. “지난 민주당 의총서 전자개표 부정 의혹에 대하여는 행안위 차원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김현 의원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저희 검찰에 약점 잡힌 것 없습니다. 다만, 너무나 엄청난 문제 제기라 근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의원총회가 언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진보언론에서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고 의원 한 사람이 그 중대한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니! 127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이런 상태로 명맥을 유지한다면 전통적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그 당 후보들에 표를 준 젊은 세대 구성원 다수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 2012년 7월 22일 저녁 6시 종각역 엠스퀘어에서 열렸던 '졸라청춘 올라잇' 안내

민주통합당은 정계 개편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오는 4월의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세력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러 각도로 통합을 모색할 것이다. 그 큰 흐름을 주도할 역량을 갖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겸허한 자세로 진정한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의 구성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 앞서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락파티’를 기획하고 실행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런데 ‘락파티’는 중도에 활력을 잃고 말았다. 당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서 잡음에 휘말리면서 언론의 초점이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민주통합당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항구적인 프로젝트로 젊은 세대를 당의 중심부로 ‘모셔야’ 할 것이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휴학을 한다는 대학생들, 20~30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차별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입당해서 한 달에 1천 원이라도 당비를 내는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정치조직이라는 믿음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새 출발을 하면서 4월 재보선 이전에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충실한 일원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3년 1월 1일 화요일

[사설]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31일자 사설 '[사설]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다'를 퍼왔습니다.

삭풍과 한파 속에서 새해 첫날이 밝았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자 새로운 5년의 출발이다. 선거의 승패를 뒤로하고 이제는 각자 대한민국 공동체의 안녕과 전진을 위해 스스로 할 바를 진지하게 성찰할 때다.대한민국 공동체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저질러온 난장의 결과다. 민주주의의 보루가 돼야 할 검찰 등 공권력과 언론이 권력의 주구로 동원됨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은 퇴행을 거듭했다. 대기업·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은 1 대 99의 사회를 고착시켜 서민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지난 세밑에만 해도, 삶의 현장과 노동의 현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사회의 외면을 견디다 못해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파헤쳐진 산하는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상황이 엄혹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지속되는 체제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로켓을 개발하는 등 대결적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퇴행적인 극우정권이 등장해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시아로의 귀환을 내세운 미국과 이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 사이의 대결 역시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어질러진 난장을 정리하고 다시 전진하기 위해선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물질 위주의 패러다임을 생명·생태 중심으로 바꾸고, 승자독식사회에서 성장의 과실이 고루 분배되는 공존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고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역시 절실하다. 대외관계에선 북한문제 해결에 우리의 주도적 역량을 강화해 한반도가 동북아 갈등의 진원지가 아니라 평화의 촉진자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두 간단치 않은 과제다.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다면 극복 못할 어려움도, 넘지 못할 산도 없다. 문제는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가 이념과 세대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는 점이다. 이렇게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내지 않고선 한 치 앞으로도 전진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그들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포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펴야 할 까닭이다.대통합의 바탕은 이미 마련돼 있다. 박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복지·평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당선인은 심지어 시대교체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그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존의 시대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박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만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벌써 현실성을 들먹이며 공약 폐기를 주장하는 세력에 귀기울이거나 극우인사를 등용해 통합을 소망하는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새 정권이 경제민주화·복지·평화·대통합 등 공약을 제대로 구현하도록 추동하고 감시하는 일은 이제 야권의 책무가 됐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국민의 변화 욕구를 제대로 수렴해내지 못함으로써 또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환골탈태해야 야권에도 희망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 국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국민의 구체적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에만 지울 수는 없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놀라운 열정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졌던 20~30대는 안철수 현상을 통해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고, 투표를 통해 그 갈망을 현실화하고자 했다. 열망이 강렬했기에 좌절의 아픔도 그만큼 깊을 것이다. 하지만 떨어진 낙엽은 뿌리를 튼튼히 하는 거름이 된다. 좌절의 아픔을 새 정치에 대한 더 큰 책임감으로 승화시킨다면 아픔의 그루터기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터 오를 수 있다.87년 6월항쟁 이후에도 민주진영은 분열함으로써 군부정권의 후예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뼈아픈 패배를 겪었었다. 당시 국민들은 그 아픔과 좌절을 딛고 민주언론 를 탄생시켰다. 올해 창간 25돌을 맞는 가 그동안 만들어주시고 키워주신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언론의 길을 제대로 걸어왔는지 두려운 마음으로 되돌아본다. 이제 부족한 점을 반성하면서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민주주의의 보루인 비판언론의 책무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공존·상생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이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믿음을 갖고.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언론장악’ MB 5년차… 눈물·분노 뒤엔 희망도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3일자 기사 '‘언론장악’ MB 5년차… 눈물·분노 뒤엔 희망도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물로 본 2012 언론계]

2012년은 언론계에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에 맞서 처절히 저항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역사상 언론계 최장기 파업이 있었다. 그리고 언론을 주물렀던 이명박 정부 측근이 구속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계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모았다. 인물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언론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의 얼굴을 보면 웃음과 눈물, 한숨, 분노가 터져나올 것이다. /편집자 주

김재철, 2012년 그의 이름은 언론계 ‘최대 학살자’

2012년 언론계 결산 인물로 단연 1위는 김재철 MBC 사장이다. 언론계 역사상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은 ‘2014년 자신의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법인카드 사적 이용, 무용가 J씨의 관계 의혹, 직원을 대상으로 한정보수집 프로그램 운용 등으로 검찰 고발까지 당하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비밀 회동으로 민영화 논란까지 일으키며 MBC 내부를 뒤흔들어놨지만 김 사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특히 김재철 사장 체제의 편파보도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김 사장이 보통 내기가 아니다’라는말까지 나왔다. 9명의 해고자를 양산하고 200여명이 넘는 징계자가 속출되면서 전두환 이후 언론계 ‘최대 학살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이 언론계 결산에서 1위에 뽑힌 것을 두고 2012년 언론계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근행, MB정부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MBC DNA’

김재철 사장이 취임 이후 제일 먼저 해고한 언론인. 12월 19일로 해고 930일째를 맞았다. MBC에 이근행의 자리는 없지만 이근행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PD다.

그는 올해 비영리 시사프로그램 (뉴스타파) 시즌2 제작 및 연출을 주도하며 민간인 불법사찰 등 굵직한 특종과 여론조사의 한계 등 기획기사들을 내놓았다.

이 PD는 를 한국형 ‘프로퍼블리카’로 만들고자 한다. MBC가 못하고 있는 정론보도를 MBC 해직PD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PD수첩은 완전히 무력화 됐고, 최승호 PD는 해고됐다. MBC에선 대규모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뉴스타파)가 여러 곳에서 언론상을 받아도 씁쓸한 이유다.

이제 이근행은 과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았던 ‘MBC DNA’를 보유한 마지막 언론인이 될 상황에 놓여있다. MB정부 5년,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말처럼 이제 ‘반격’의 순간이 필요하다.

최시중, MB 최측근… ‘방통대군’으로부터 언론장악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최측근.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방송통신의 전권을 휘두르는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수장을 맡겼다. 막강한 이권을 배분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방통위원장의 자리에 ‘정치적 멘토’라고 불리는 최 전 위원장을 앉힌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여론 통제의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금수 KBS 이사장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국가 기관이 동원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끌어내리면서 최 전 위원장은 언론통제의 중심에 섰다. 종합편성채널은 최 전 위원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편 심사위원조차도 백서에서 ‘종편의 수익성 전망이 어둡다’라고 했지만 방통위는 종편에 광고 직접판매와 중간광고, 간접광고, 황금채널 배정 등 온갖 특혜를 제공했다.

결국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6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성탄절 MB측근 특별사면설 대상에 오르면서 또다시 언론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최성진, 계절별 특종… MBC·정수장학회 저격수

올해 계절별로 굵직한 특종을 써냈다. 모두 MBC와 관련된 것이었다. 겨울(2월)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단독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정수장학회와의 관계 및 장물 논란을 이슈화시켰다.

봄(3월)에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단독인터뷰에서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뽑아내며 방문진의 편향성과 치부를 드러냈다.

여름(5월)에는 MBC의 170일 파업 당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비밀행보를 이어오던 김재철 사장을 서울 공덕동의 한 목욕탕에서 만나 단독인터뷰를 진행, 수척해진 김 사장의 ‘맨얼굴’을 보여줬다.

가을(10월)에는 최필립·이진숙과의 만남을 단독 보도하며 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민영화 및 지분매각 기도’를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기자가 사내외에서 각종 언론상을 거머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올 겨울 최 기자는 또 다른 ‘특종’을 준비 중이다.

정봉주, BBK 의혹제기에 ‘나홀로 옥살이’… 24일 만기 출소

 “나 20대 아이들 몸이 됐어요. 식스팩 보여줄까요?”

지난 11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한 정봉주 전 의원이 건넨 인사였다. ‘나는꼼수다’의 진정한 ‘깔때기’. 옥살이도 그의 깔때기를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아 현재 충남 홍성 교도소에서 수감돼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 조작을 했다는 허위가 입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책임을 졌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그의 교도소행은 오히려 극적 효과를 만들면서 ‘팬심’을 자극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을 비롯한 나꼼수 팬들은 정권의 ‘꼼수’ 때문에 유죄를 받았다며 정 전 의원을 이명박 정부 하 정치적 탄압을 받은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각인을 시켰다. 그는 지난 9월 보좌관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대선시기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리검증을 요구했고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감옥생활을 하고는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의 출현을 두려워 한 것일까? 정치범이고 모범수로까지 인정받아 가석방 절차 에 들어갔지만 법무부는 불허했다. 정 전 의원은 1년형을 채우고 오는 12월 24일 만기 출소한다.

박종진, 종편 “‘뉴스쇼’로 살아남자”… 그 중심엔 그가 있다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한국판 ‘폭스뉴스’가 출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는데 현실이 됐다. 종편들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고 대안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뉴스쇼’였다. 뉴스쇼 성공의 최대 관건은 진행자의 능력. 채널A의 박종진 앵커는 종편의 뉴스쇼 진행자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그의 능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종편을 대상으로 총 22건의 제재 중 채널A는 가장 많은 10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중에서 무려 7건이 박종진 앵커가 진행하는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주인공이었다.

제재 내용을 보면 지난 10월 1일 방송에서 이한국 이라는 역술가를 초대해 박종진 앵커가 “(대선)결과가 어떻게 됩니까? 누가 더 기운이 더 센지?”라고 묻고 이씨는“아, 기운이 비슷비슷합니다. 하하.”라고 하자 박 앵커는 “알고 계시는데 방송에 영향을 미치니까 안 하시는 거죠?”라고 답했다.

방통심의위는 시사프로에서 확인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내용을 내보냈다며 법정제제인 ‘경고’조치를 내렸다. 는 종편 4사 개국이후 처음으로 주간 평균 시청률 1.3%를 기록해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방통심의위 한 관계자는 (박종진의 쾌도난마)를 비롯한 채널A의 프로에 대해 “일부러 제재를 감수하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현, 조선일보 희대의 오보 희생자, 속보쫓는 언론의 ‘민낯’ 보여줘

연예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동 성폭행범’도 아니다. 평범한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전지현(21)씨는 조선일보에 의해 희대의 범죄자로 공개됐다. 지난 9월 1일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그의 얼굴을 공개하며 성폭행범 고종석으로 지목하는 희대의 오보를 냈다. 전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빨리 처리돼서 다시 예전처럼 살고 싶지만 답답하다”고 했다. 전씨는 그 때의 심리적 고통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는 당시 오보가 “빨리 특종을 잡아서 기사를 내려다보니 일어난 것”이라 지적한 뒤“이번 일은 다른 언론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전지현 오보사건’은 범죄자에 대한 속보경쟁과 노출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조선일보는 사회부장을 교체하고 지면을 통해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사진=머니투데이 

이효리, ‘녹색평론’ 읽는 섹시스타… 연예인의 ‘말 할 자유’ 늘어날까

연예인의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물. 아이돌 출신으로서 (녹색평론)을 읽는 섹시스타로 극적인 진화중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가하면, “소·돼지·닭 등이 키워지는 체제에 반대한다”며 채식주의를 선언했다. 최근 5년간 맡았던 ‘처음처럼’ 소주모델도 그만 두고 환경에 안 좋은 상품 광고 역시 거부하기로 했다.

그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핑클 때는 내 의견이 전혀 없었다…(이제) 몇 억 원 준다 해도 나를 상품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놓는 게 싫다”며 영혼 없는 연예인을 양산하는 엔터테인먼트 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효리는 분명 김제동이나 김흥국과는 전혀 다른 DNA로 진화 중이다. 그녀는 연예인도 사회적 발언에 나설 수 있고, 차별과 폭력에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상식’을 보여주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 “할 말은 한다” 용감한 녀석들의 용감한 ‘직격탄’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소신 발언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 사회를 정면으로 풍자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에서 용감한 녀석들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MBC 노조 파업이 한창일 당시 용감한 녀석들은 “만나면 좋은 친구, 보고 싶은데 못보게 하는 너희들 잘 들어”라면서 “다같이 1박 2일, 전국 노래자랑, 그리고 무한도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결방되고 있는 현실을 짚은 건데, 언론계의 최대 이슈였지만 정권에 민감했던 MBC 파업을 타 지상파 방송에서 언급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박았다.

지난 10월에는 개그맨 정태호씨가 대선 후보를 향해 “벌써부터 서로 물고 뜯고 먼지털기하기에 바쁘다”며 “그렇게 대통령 되고 싶나. 정말 대통령 되고 싶다. 그럼 대통령되는 방법 알려주지. 상대방의 약점을 찾기 위해 상대방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눈으로 우리 국민들 좀 바라봐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를 이야기할 때는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씨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이름을 차례대로 말한 뒤 “어젯밤에 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나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시민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냐며 선관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싸이, 세계도 주목한 싸이 스타일, 일방적 찬양기사는 씁쓸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두 달 넘게 단 한명의 뮤지션이 주목을 받았다.

기자들은 올해 기사를 쓰며 한 번 이상 그의 이름을 적었다. 세계도 그를 주목했다. (강남스타일)은 싸이의 삶을 바꿔놨고, K-POP의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미디어의 민낯도 드러냈다.

기자들은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기사를 셀 수 없이 쏟아내야 했다. 정치·경제·스포츠 등 많은 영역을 포괄하며 재생산했던 싸이 관련 보도의 핵심은 애국주의였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강남스타일)을 두고 “싸이의 애국주의 마케팅과 미디어의 애국주의 저널리즘이 합체돼 괴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싸이에 대한 기사 대부분은 일방적 찬양조 기사가 많았다. 조회수를 노린 기사도 셀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싸이와 강남스타일 현상은 21세기 문화애국주의의 대표적 프로파간다 유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싸이 앞에서 대다수 미디어는 이성을 잃었다.

이재진·정철운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사설] 희망과 열정 담은 소중한 한 표 행사하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8일자 사설 '[사설] 희망과 열정 담은 소중한 한 표 행사하자'를 퍼왔습니다.

거창하게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시대 서민들의 가슴에 담긴 소박하면서도 절절한 희망은 대동소이하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사회, 기득권층의 특권을 없애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낡은 정치 대신 새로운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 대립과 갈등 대신 화해와 소통의 기운이 넘쳐나는 공동체에 대한 꿈이다.세상을 바꾸는 힘은 종종 분노와 열정에서 비롯된다. 선거는 바로 현실에 대한 분노, 미래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시하는 행위다. 이제 이런 분노와 열정을 담은 한 표를 행사할 제18대 대통령 선거날이 밝았다. 하지만 분노는 맹목적이어서는 안 되고, 열정에는 냉철한 분별심이 수반돼야 한다.우선,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진이냐 후퇴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한때 국제적인 찬탄의 대상이었다가 이명박 정권 들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복원하는 일은 다음 정권의 최우선적 과제다. 이 과제는 국가지도자의 철학과 사상, 지나온 행적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정치세력의 성격에서도 행로가 확연히 갈리게 돼 있다. 유신시대에서 이명박 정권까지를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 세력 대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이어온 진보개혁세력의 한판 승부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둘째, 민생과 안보의 증진이다. 전통적으로 민생과 안보는 보수정치세력의 전유물처럼 사용돼온 단어다.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 대목은 좀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안보 성적이 낙제점이었음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스스로 인정한다. 청년은 희망을 잃고, 중장년층은 고용불안, 노인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안보는 수시로 구멍이 뚫렸다. 그 낙제점의 주인공들이 다시 외치는 민생과 안보의 약속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잘 헤아려볼 일이다.한걸음 나아가 민생은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나 소득 증대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야말로 민생의 핵심적 사안이다. 안보 역시 군사력으로 영토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개선까지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공약이나 한반도 냉전 해소 약속의 진정성을 살펴보면 후보 간에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셋째, 통합과 소통 또한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다. 이념과 계층, 지역으로 갈가리 찢긴 참담한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포용과 화해, 융합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통합은 결코 어느 한 세력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국민이 뭉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을 배격하고 꼬리표를 붙이고, 색깔을 덧씌우면서 화해를 말하는 것 역시 위선이다. 어떤 지도자가 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열린 귀를 갖고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치의 실현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민심은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정치쇄신, 정당개혁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구다. 안철수 전 후보 역시 단순히 새정치의 상징적 아이콘에 머물지 않고 유세활동을 통해 새정치 실현을 위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실 새로운 정치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다만 누가 집권했을 때 새정치를 향한 새로운 정치지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지는 잘 판가름해볼 필요가 있다.이제 중요한 것은 선거 참여다. 아무리 가슴에 분노와 열정을 담고 있어도 투표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지 않으면 칼집 속에 들어 있는 칼일 뿐이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정부가 잘못한 일에 불평할 권리가 없다”는 경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아침이었으면 한다.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쌍용차 노동자 “정치가 희망으로 고문했던 5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8일자 기사 '쌍용차 노동자 “정치가 희망으로 고문했던 5년”'을 퍼왔습니다.
[현장]쌍용차 해고노동자 송전탑 고공농성 18일째

“23명이 아니라 230명, 2300명이 이유 없이 우리 곁을 떠나도 꿈쩍도 안하는 파렴치한 세상, 모진 시기를 견뎌왔습니다. 4년이 흘러 이명박 정권이 보따리를 쌀 시간이 됐습니다. 노동자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는 꿈을 접을 수 없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2013년 달력에 소망을 적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은 가족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7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송전탑 아래에는 경찰 병력 100여명이 배치돼 있었다. 송전탑에는 ‘쌍용차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송전탑 30미터 지점에서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7일로 18일째다. 송전탑에서는 쌍용차 평택공장이 내려다보인다. 농성 조합원들은 손전등을 흔들며 ‘나 여기 있소’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새벽 널빤지 두 장을 가지고 송전탑에 올랐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이 41일 동안 단식을 벌인 후 병원으로 이송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24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해고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7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 ⓒ조현미 기자

이날 하루 전면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금속노조 확대간부들이 쌍용차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7일 현대차 → 쌍용차, 8일 유성기업으로 이어지는 1박2일 노숙농성 투쟁이다. 땅 위에 있는 해고노동자들은 아래서 올려 보내준 무선 마이크로 농성장을 찾은 다른 노동자들과 대화했다.
울산 현대차에서 올라온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세 분을 걱정하며 달려왔다”며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은 “세 명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점심 저녁 하루 두 끼 먹으며 소량소식하고 있다”고 철탑소식을 전했다.
“울산에서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웃으면서 지상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현대차 인근 송전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불법파견 인정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이날로 52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송전탑에 있는 농성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이 18일차인데 15일차까지 합판 4장으로 버티고 있다가 연대동지들이 올려준 철빔과 합판으로 두 평 남짓한 천막을 지어서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 10도로 내려가지만 연대의 열기로 잘 견디고 있습니다.”(복기성 수석부지회장)
한 조합원은 문기주 정비지회장과 소주를 마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문 지회장은 “내려가면 소주 한 번 진하게 묵자”고 답했다.

▲ 금속노조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조현미 기자

금속노조는 이날 밤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한 사업장에서 무려 23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죽었는데 잘못된 정리해고에 대해 어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41일 동안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하고, 세 동지가 15만40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목숨 건 고공농성을 하는 요구는 딱 하나, 잘못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쌍용차 현장복직 그리고 노조 파괴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비상한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1월에 총파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내자”고 강조했다. 노조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총파업을 결의한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7일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서울역에서 19번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열고 평택 공장 앞에서 희망텐트를 시작했다. 세 차례 희망텐트, 네 차례 범국민대회,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4일 대선 후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앞둔 ‘선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낼 때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8일 오전 쌍용차 해고노동자 3명이 송전탑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조현미 기자

농성을 마친 조합원들은 송전탑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방수침낭을 올려 보냈다. 침낭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로 30미터 송전탑으로 올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송전탑 농성장에 마련한 130여동의 천막에서 1박을 한 후 8일 오전 고공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충남 아산 유성기업으로 향했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올해 8월 5일 출소했다. 다음은 송전탑에서 농성 중인 한상균 전 지부장과의 전화통화 일문일답.
- 날씨가 많이 추운데 생활하는 것은 괜찮은가.“추운데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만만치는 않다.”
- 세 분의 건강상태는 어떤가.“처음 올라올 때보다는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는데 지금 밑에 있는 동지들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약해질 수 없어서 정신 차리고 있다.”
- 얼마 전 새누리당에서 대선 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지부의 입장과 별 다르지 않다. 쌍용차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한 것 같지는 않고 민심의 동향도 있는 것이다. 연속적인 죽음 앞에 정치가 너무나 무기력했다. 그런 것에 대해 자기 반성이 좀 따라주는 결단이면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하게 대선만 앞둔 하나의 이벤트로 한다면 정말 오히려 희망으로 고문하는 격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새누리당에 △기자회견 내용이 박근혜 후보의 입장인지 명확히 밝히고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시기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며 △정리해고자에 대한 입장과 △책임자 처벌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뿐 아니라 △2009년 자행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입장과 함께 △중구청의 대한문 분향소 철거 예고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쌍용차 비극에 대한 새누리의당 해결 의지에 진정성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은 쌍용차 문제를 정쟁 구도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얼마 전 국민일보 보도(12월 5일자 [朴,쌍용차 노조 만남 철탑농성 해제 조건]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송전탑 농성 해제를 조건으로 만남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기사를) 못 봤다. 이후 언론을 통해 몇 번 접하기만 했지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국민이 함께 살자고 하는데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말하는 사람이 조건을 가지고 오겠나. 진정성이 있으면 오면 되는 것이다. 이런 투쟁까지도 거래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 금속노조 정리해고철회 공동투쟁단이 붙여놓은 현수막 뒤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전탑이 보인다. ⓒ조현미 기자

- 18대 대선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지. “지금까지 정치가 희망으로 우리를 고문만 했던 5년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새로운 대한민국의 권력이 등장한다. 노동과 경영은 서로 균형이 맞아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데 지금 현재는 일방적이고 완전히 불공정하다. 자본은 현금이 넘쳐서 주체를 못하고 있는데 노동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간의 영혼, 존엄성까지 짓밟히고 있다.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소박함을 나눌 수 있고, 노동자로 살다 죽어도 조금은 행복했다는 생각 가질 수 있는 국정철학을 가진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쌍용차는 이미 노사관계의 폭을 넘어서 결국 정부 관련 기관들이 총체적으로 개입된 사건이다. 사회 상류층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탄압하는지 보여준 백화점이었다. 이런 것들이 많이 이슈화되고 보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회사의 움직임을 언론에서 많이 다뤄져야 할 것 같다. 원죄가 있는 상하이차의 먹튀에 대해 잘못이 있는 경영진, 법정관리 잘못이 있는 경영진은 이해 당사자인 저희들의 문제를 정상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다. 적극적으로 더 담을 쌓고 대화를 단절하고 그들의 잘못을 미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물량도 그렇고 회사가 고용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조건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탄압으로 일관하는 것은 스스로 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범죄 사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를 지속적으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런 스토리를 언론에서 풀어내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다. 일부 기자간담회에서 얘기하기도 했는데 사실 언론에서 그 문제가 선을 넘기 쉽지 않나 보더라.”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이렇게까지 확장될지는 몰랐다. 그것을 염두해 놓고 외친 것은 아니었는데 아시다시피 현실화됐다. 외국에서도 수천 명, 수만 명이 해고되지만 이런 일은 없다. 우리나라도 언론 보도와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해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쌍용차 정리해고는) 억울하고 잘못되고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정리 살인 해고였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부분을 치유하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또 다른 피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발생할 것이다. 계속 살얼음판이다. 생과 사의 문턱에서 왔다갔다하는 조합원들이 너무 많다.그런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투쟁을 이끌었던 입장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조합원들을 고통에 빠지게 해서 너무나 죄송스럽다. 사회 문제로 이미 확장됐기 때문에 풀려야 한다. 조합원 동지들도 이 또한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 잘못된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길에 나서든지 아니면 이 나라가 양심과 정의의 가치가 있어서 그 잣대로 잘못을 단죄하든지 해야 한다. 노동자가 있을 곳은 철탑이 아니라 공장이다. 함께 웃으며 공장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 때까지 잘 견뎌주길 매일 밤 기도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대기업 비정규직 운동 : 고민의 탐방기


이글은 레디앙 2012-09-24일자 기사 '대기업 비정규직 운동 : 고민의 탐방기'를 퍼왔습니다.
[노동과 희망] 계급연대 핵심은 반(反)착취의 가치 연대

울산으로
간만에 울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음은 무겁고 몸도 따라 무겁다. 대법원의 두 번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은커녕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추가 정규직화 부담을 덜기위해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에 대해 계약 해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규직 지부와의 교섭 막바지에 정몽구 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 3,000명을 연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고, 언론은 이를 ‘통 큰 결단’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것이 참으로 치사한 ‘꼼수’임은 곧바로 드러났지만, 이 ‘꼼수’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원청 노사교섭에서 합의되고,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결국 이 사안은 분리해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포함한 합의안이 나왔고, 거의 모든 현장조직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를 조금 넘겨 통과되었다. 내가 울산으로 향한 날은 그 조인식이 있는 날,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권자이니 본조 간부들도 아마 올 것이었다.

두 개의 이데올로기, 그 효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지만, ‘주간연속 2교대제’는 전체 제조업의 작업방식과 장시간 노동체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화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 결과 그들이 “이번엔 얼마를 손에 쥐나”가 화제였다. 적게는 2,300만원에서 많게는 2,700만원까지라던가. 이번에도 그들은 웬만한 노동자 1년치 임금을 추가로 챙겼다. 평균 연봉이 얼마고, 연봉 1억 이상의 노동자들이 얼마라는 등의 이야기는 이미 식상한지 오래다.


귀족 노조, 귀족노동자 이야기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자본의 이데올로기임을 지적하기 어렵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변했다. 지금은 이 이데올로기가 노동진영 전체에,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기에는 현실의 양적 격차가 너무 커졌다. 양이 쌓이면 질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건 그렇다 치자. 내 머리를 무겁게 한 것은 그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였다. 이런 것들이다. ①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비정규직은 오히려 중소 하청기업 정규직보다 낫다. ②그들의 운동은 정규직이 되기 위한 개인적 욕구의 반영이다. ③정규직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조합활동 열심히 안 할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와 대기업 ‘귀족 비정규직’ 이데올로기는 한 세트를 이룬다. 전자는 후자의 전제가 되고 후자는 전자를 강화한다. 양자는 함께 “원청 대기업 노동자들이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더 큰 이데올로기의 일부가 된다. 사회적 주요 쟁점이 자본/노동 관계에서 자본/자본 관계와 노동/노동 관계로 전환된다. 자본/자본 관계는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이슈로 수렴되고, 노동/노동 관계는 ‘정규직 양보론’을 거쳐 이제 ‘대기업 비정규직 양보론’으로 나아갈 판이다. 이것이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잡으면 노동운동은 더 이상 주체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 이미 우리 운동이 그 상황에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은 미련이 있다. 막바지 퇴조기의 고통 속에 있는 노동운동이지만, 이후의 반격(fight back) 지점이 어디일지는 생각해야 할 것이기에.

현대차 비정규직, 다 끝난 운동이다?

교섭 와중에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가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우선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그것이 사람들의 회의를 더 깊게 한 듯하다. 비정규직까지도 편협한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주도권 경쟁 속에 있는 비정규직 운동 내 활동가 조직들이 비타협적 갈등관계에 있어 조합원들의 이기심을 오히려 부추기고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서울에서도 그랬지만, 울산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 지역 활동가들은 ‘이제 사실상 끝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파로, 이해관계별로 분화되어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비정규 조직은 이후 특별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떤 안을 던지느냐에 따라 계속 흔들리고 분열될 것이다. 결국 원칙을 고수하다 부서지거나 굴욕적인 방식으로라도 정규직화(의 가능성)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고민의 중심에 있는 비정규 주체들을 만났다. 비정규지회 활동가, 해고 활동가, 그리고 몇몇 지역의 주도급 활동가들. 이후 몇몇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주체들과의 대화 내용을 먼저 적는다. 사정에 따라 민감한 내용은 빼거나 간추리고, 발언자 이름도 명기하지 않는다. 내용과 순서도 편집한 것이다.

(대화)
문: 우선 현재(9/5) 상황을 정리해보자. 사내하청 의제 분리했고, 정규직은 타결하여 오늘 조인식 한다.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어떤 상황이라 보는가?
답: 교섭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겠지만, 1, 2 주 후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추석 전에 좀 진행될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는 날을 몰아 집중적으로 교섭할 수도 있다고 본다. 회사도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교섭은 그렇고, 조합원 상태, 현장 상태는 아시겠지만 별로 좋지는 않다. 사내하청 8천 중 조합원 천이백, 적극 참여 조합원은 그 중 약 4백 정도? 조합원 다수도 ‘신규’로라도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바랄 것이다. 교섭이 시작되어 채용의 시기, 비율,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크게 동요할 것이다.
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비정규지회의 생각은 무엇인가?
답: 함께 연대했던 정규직 활동가들도, 비정규 지회의 간부들 중에서도 정규직 타결 이후 비정규직 동력만으로는 회사의 양보를 끌어낼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교섭 분리는 과도했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정규직 지부를 매개로 3각 교섭을 해온 셈이고, 대부분 원청 노사가 담합한 결과를 비정규에게 강요하는 구조였다. 이번에는 어떻든 그것을 제친 것이다. 원청과의 직접교섭을 위해 넘어야 할 다리 하나는 넘었다. 물론 특별교섭도 또 하나의 난관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다. 정규직 활동가들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더 지원해야 하지 않나?
문: 비정규지회의 요구는? 간략히 정리해보자. 그 이유도 함께.
답: 회사는 불법파업을 대법 판결에 따라 인정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공정 재배치는 안 되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인다. 이 내용이다. 이유도 분명하다. 두 번의 대법 판결에도 불복하다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상식을 거스르는 것이다. 3천명 신규채용을 용인하면, 현대차 내 나머지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제조업 사내하청 100만을 팔아먹는 것이 된다. 10년 동안 투쟁해왔는데, 이 투쟁의 자기 역사성을 다 부정하는 것이고 비정규직운동 전체의 후퇴다. 3천 정규직이 이후 얼마나 운동에 기여할까? 안 될 거다. 빠르게 노쇠화하고 있는 정규직 운동, 더 가속화할 뿐 아닐까?
문: 조합원 우선채용 이야기는 무엇인가?
답: 8월 26일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신규채용이 아니라 ‘전환’을 전제로,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내부 논쟁, 비난도 심하다. 이건 양보안이고 결국 신규채용 받아들이면서 조합원 우선을 조건으로 할 것이라 의심하는 동지들도 많다. 우리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고, 전환을 단계적으로 하게 되면 조합원들을 우선하라는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고육지책’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교섭 중 원청노사 담합의 기로에 처해 그것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잘 설득이 안 된다.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문: 교섭이 시작되어도 회사는 정규직 교섭 다 끝난 상황이니 이 교섭 서둘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답: 이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고, 정치적으로도 쟁점화될 것이다. 검찰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현재 소송이 줄줄이 걸려 있어 결과가 나올 때마다 회사는 부담이 될 것이다. 헌재 결과도, 언제일지 모르나, 나올 것이다. 회사도 털고 가고 싶을 것이다.
문: 그러면 회사가 양보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답: 신규채용 방식은 절대 고수하려 할 것이다. 숫자나 시기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사내하청 불법성은 인정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공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활용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대상자 8천 중 3천 신규채용하면 나머지 5천, 지금 촉탁계약직이 1,500이니 대략 7천 정도는 비정규직으로 두어야 생산량 변화에 따른 유연성 확보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신규채용의 전제조건이 사내 전환배치, 공정재배치다. 타타대우처럼 현행법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블록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문: 이후 진행 과정을 한번 예측해보면?
답: 지부와의 단협에 의해서도 신규채용은 해야 한다. 봄에 약 2백 뽑아 현장 투입까지 3개월 정도였으니, 나머지 8백 9월 말에서 10월 중순에는 채용에 들어가야 한다. 정규직 지부도 3천 신규채용에 의지가 있었지만 비정규 단위의 항의에 발목을 잡힌 거라면,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 투쟁에 따른 징계 문제, 그리고 이미 두 곳 공고된 업체 폐업 문제, 3천 제시안 수용 여부, 회사 일정에 따른 신규채용 발표, 이 4가지가 맞물려서 지회를 압박할 상황이 올 것이다. 이걸 잘 견디고 넘으면 해고되면서도 끝까지 갈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보내는 사회적 메시지가 되고, 여기에 사회적 연대가 얼마나 강하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이다. 연대형성이 안 되면 쌍용차처럼 그냥 가게 될 거고. 지회가 이 고비를 못 넘고 타협할 수도 있다. 즉 신규채용 조건 정도 조정해서 수용하고, 내부적으로는 1사1노조로 가거나, 그러면서 신규채용 형태로 하도급 문제 정리하는 것이 사회적 기준이 되어 버리는 거다. 이 두 길이 있고, 지회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 한 걸음 물러서서, ‘2교대제’ 합의와는 어떤 관계인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인가?
답: 비정규직 입장에서 보면, 3가지 모두 걸린다. 인원 충원 문제, 노동강도 문제, 복지문제 모두. 지금 비정규직 노동강도는 정규직의 120% 수준인데, 7% 이상 상승하면 극에 달할 거다. 복지문제도 당장 출퇴근 문제부터 어떻게? 하지만 이번 합의에 비정규직은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문제 발생하겠지.
그런데, 정규직 지부가 공장 내 전환배치를 열었다. 나쁘게 보면 3천으로 정리하는 건 지부의 요구이고 회사는 공정 재배치를 원한 것이라 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것은 담합이다. 즉, 공장 내 부서 간 전환배치는 공정블록화와 연동된다고 본다. 2015-16년까지 8-8로 가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완성하려는 계획 아닌가? 지부 집행부가 ‘심야노동 철폐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회사의 요구를 100% 수용한 것 아닌가 의심되는 부분.
문: 비정규직 조직 내에 입장의 차이가 있을 터인데? 해고자들 의견도 궁금하고.
답: 3지회 중 한 곳은 신규채용 방식을 받고 정리했으면 하는 입장이 강하고, 다른 한 곳은 그 반대이고. 규모가 큰 울산이 문제인데, 지도부 입장은 원칙론이지만 조합원들 입장은 서로 갈린다. 현장의 생각은 조건 맞추어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맞다. 따라서 몇 가지 기준에서 양보 못한다는 것은, 집행부 의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회사는 해고자들은 일단 해당 업체로 복귀하게 하자는 것인데, 지도부가 이번 주 해고자들과 간담회 할 텐데, “업체로의 복귀는 없다”고 선언해 달라 왜냐면, 조합원들에게 전환을 위해 투쟁하자면 해고도 감수하자는 것인데, 그래 놓고 해고자가 업체로 복귀하면 웃기는 일이 된다. 싸울 만큼 싸우고 져서 밀려나면, 정몽구 회장과 담판을 요구하면서 서울 양재동에 가마솥 걸자. 그 정도는 보고 가야 한다.
문: 가능한 이야긴가?
답: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정도는 내다보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득하려 한다.
문: 정치적 엄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다. 정당이나 정치인들과 관계는?
답: 진보정당들은 지금 그렇고···. 개별 의원실 단위로 접촉이 있다. 민주당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박00 박사가 자주 왔었는데, 그의 안이 이번 회사 안과 거의 같다고 느껴지고, 민주당에서도 그런 정도 내용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적절히 봉합하고, 사내하도급법은 받자는 분위기 아닐까?
문: 사회연대의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싸움의 폭이 훨씬 넓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당사자의 이익의 크기와 연대의 폭이 반비례할 가능성이 큰, 안타까운 형국이다. 대기업 비정규직, 특히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특수한 시각, 혹은 이데올로기기도 작용하고 있다. 이 부담이 오롯이 비정규 주체들의 어깨를 누르는 모습이다. 어떻든 연대 확산을 위한 메시지가 이 운동 내에서 나와야 할 듯하다. 가능할까?
답: 그런 고민 심각하다. 원하든 아니든, 이 싸움의 결과가 사회적 기준이 될 것이니까. 지금 당사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번에 수정안을 말하면서 욕 왕창 먹었다. 집중포화라 할 정도로. 원청노사 담합 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으나 믿어주지 않는다. 어떻든 절대로 기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우리가 불신임 당해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도 간다. 그런데 그 투쟁의 부담이 모두 주체에게 있고,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50명 해고자가 생계비 없이 1년인데, 아무도 관심 없었다. 이번에도 최소 100명은 해고된다는 각오인데(“지도부 방침이 그렇다”, 웃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역반응도 있다. “밖에서 원칙 강조하고 논평하는 X들, 믿을 수 없다”, 이런 역반응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가가 과제다.


문: 금속노조는?
답: 영향력 없고, 중재자도 못 된다. 내려 와도 밖에서 겉돌 뿐이다. 지금은 미비실도 개입력이 없음을 알고 포기 상태라 한다. 금속 간부들이 지회 간부들에게 무시당한다. 평소 지회의 요구는 안 들어주고, 사안이 있을 때는 중재자가 되어 딱 나타나니까, 신뢰가 없다.
문: 다른 연대 단위들과의 협력 관계는?
답: 아까 말씀하신 사회적 메시지, 이런 문제 때문에 민교협, 참여연대, 건약, 건치, 참교육학부모회 이런 데에 연대제안서 보내고 지역 단체 다 찾아갔다. 해고자들이 울산 16개 지역, 전체 20개 지역 다 돌았고, 투쟁사업장은 다 찾아갔다. 함께 플래카드 걸고, 투쟁방침 걸고, 집회 연대발언 하고, 컨셉은 “비정규직이 기본은 있더라” 이런 거였다. 어느 정도 효과는 본 듯하다.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는 것도 우리 몫이 아니냐? 절반은 성공, 절반은 과제로 남았다고 본다. 근데 잘 안 움직인다. 참여연대든 어디든. 시민사회단체들은 무엇인가 대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는 강박이 있나 보다. 뭔가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그리고 원칙이 맞기는 한데, 그게 과연 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이 강한 듯하다.
문: 결국 주체의 상태 문제겠다. 조합원들, 그리고 내부 활동가들. 어떤가? 그리고 마무리 발언도 부탁한다.
답: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10년인데, 정규직 갈망 심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밟는 것이 되면 안 된다. 또 하나는 불법파견을 인정 안하는데, 우리 평균 근속이 10년, 정년퇴직 앞둔 조합원도 많다. 10년의 착취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번 아니면 언제 정규직 되겠나, 이런 불안감 많은 것 사실이다. 10년 투쟁해도 안 되었는데, 올해도? 그래서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자고 설득하는 중이다.
활동가들을 보면, 지금 현장에는 거의 모든 정파가 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갈등, 대립 많았다. 얼마나 지지고 볶았나? 근데, 올해는 좀 다르다. 협력하자. 우리 싸움으로 조합원들이 흔들리면 안 된다. 그래서 서로 말을 아낀다. 초기 주장을 접고 다른 입장 수용하고, 단합하고. 이번 판은 그게 차이다. 주장하면 실천도 하자. 그런 자세가 보이니까 신뢰도 높고. 그리고 지도부도 잘 버티는 중이다. 과거 깨끗이 잘못 인정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하겠다, 이렇게 나서는 자세가 있다.
부탁이 있다. 우리가 여론화에 젬병이다. 현안에 집중하기에도 손이 딸린다. 그 역할 도움이 필요하다. “원하청 공동투쟁” 구호를 외치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주체가 주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원하청 연대는 멀고 종속관계다. 정도 차이일 뿐. 누군가 “지금 비정규직의 요구는 실제로 무리한 것이 아니다”, 이걸 증명해주면 좋겠다. 왜 이렇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지, 정규직이 어떤 태도와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그걸 누군가가, 전문가 집단이면 좋겠고, 양비론적 시각이 아니라 비정규 주체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주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뒷 이야기

(1)두 연구자와 만났다. 모두 노동문제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분들. 두 사람의 첫 마디는 각각 이랬다. (A) 조합원 우선 채용을 요구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B) 원칙만 고수하다가 결국 대책 없이 물러앉는 것, 이번에는 다를까? 모두 비정규 주체들이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하고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내가 물었다. 그럼, 전환 포기하고 신규채용 받고 끝냈어야 했나? 비조합원➝관망 조합원➝참여 조합원➝해고자 순으로? 그게 사회적 연대의 원칙인가? 모두 침묵·····.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나, 우리 모두 앞에 말한 두 개의 이데올로기, 즉 대기업 정규직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와 대기업 ‘귀족 비정규직’ 이데올로기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게다가 상당한 수준의 ‘정파 혐오증’도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긴 이야기 끝에 A는 현대차 비정규직 활동가를 직접 만나보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나서면, 누군가가 나서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제대로 전달해주기를 원하는 주체들에게 다소는 힘이 될 것이다. B는 지금의 투쟁주체의 진정성을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고수했다. 노조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연구자로서, 그의 비관은 몇 년에 걸쳐 누적된 기대와 실망의 경험으로 단단히 뒷받침되고 있었다.
(2)현대차 자본이 하려는 일은 무엇일까? 자본의 욕구에 한정이 있겠는가? 최대치로는 아마도 일본의 경우처럼 제조업 파견의 전면 합법화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 타산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면, 현상을 동결(freeze)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➀배치전환이든 공정재배치든 합법도급의 조건을 만들어, 상당수의 비정규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➁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신규채용’의 통로를 두어 완충지를 만든다. ➂미시적 유연성은 비정규직 중 단기고용자들을 통해 확보한다. 생산직 노동자의 정규직 입직 통로가 기업 외부가 아니라 내부 하청 비정규직을 향하게 되면 그 효과는? 좋은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에 잘 적응하고 견딘 소수에게만 선별적으로 열린다는 메시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메시지. 그런 것이리라. 아마도 완성차를 중심으로 1차 밴드 정도까지는 이 구조의 확산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3)밤늦게까지 지역의 주요 활동가 몇 명과 대화를 가졌다. 현대차는 물론, 지역과 전국조직에 이르기까지 두루 활동의 경험을 갖춘 이들 역시 답답함과 무기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현대차 정규직인 이들 역시 앞의 두 이데올로기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정규직 운동은 이미 끝났고, 비정규직 운동은 그 뒤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으며, 이번을 고비로 아마도 끝날 것이었다. 정규직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를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반박 댓글이 계속 올라오더라는 경험담도 있었다. 저주에 가까운 비난 댓글이 많았다고 했다.
비정규 주체들에 대한 불신은 이들 역시 주로 ‘정파’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비정규 주체들을 그리 보면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활동가 K는, 토론 내내 그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틈틈이 그들을 만나며 지내는 K의 진정성, 즉 그가 비정규직과 ‘정서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했지만···. 그것이 교육공간이든 상담공간이든 혹은 (민중의 집)이든, 자기 근거지를 가진 호흡이 긴 지역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보였다. 더 이상 ‘노조’도, ‘당’도 아닌 듯했다.
(4)노동의 연대, 계급연대가 확장되면 사회연대(social solidarity)의 중심이 선다. 계급연대가 무너지면 사회연대의 가치 중심이 바뀐다. 계급연대의 핵심인 반(反)착취의 가치 대신에 공정성, 사회정의 등의 자유주의적 중산층의 가치가 그것을 대신한다. 입장의 차이, 소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반착취의 요구와 투쟁이라면 모두 함께 연대하는 운동의 기풍이 살아 있던 기간이 있었다.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정의롭고 공정한 착취’일지 모른다. 2012년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이 노동을 향하여 “같이 살자!”고 외치는 기막힌 형국에 있다.
(5)이 글을 쓰는 지금, 현대차에서는 비정규직과 회사 용역이 맞붙었고, 서른두 살의 비정규 노동자가 스스로 목을 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병든 부친과 동생을 부양하는 가장이었고, 10년을 하청업체에 일했다 한다. 노조 활동에도 열심이었고, 현대차와의 소송에도 참가하고 있었다 한다. 다리를 다쳐 3개월을 쉬고, 복귀하자마자 투쟁에 참여했었다 한다. 사랑하는 여인도 있었다 한다. 유서도, 유언도 없었다 한다. 연대가 무너져 고립된 기업의 울타리, 그 도가니 속에서 이렇게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나 스스로가 싫다. 이제는 좀 다른 세상을 말하고 싶다.

By 임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