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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정치가 절망인 이유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25일자 기사 '정치가 절망인 이유'를 퍼왔습니다.
[현장] 강정마을에서 만난 암울한 그림자

제주도가 하와이에 이어 또 다른 미국의 부속도서인가

틈만 생기면 가 보고 싶었던 제주도도 왠지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 건 제주도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의 전쟁터로 여겨진 탓이다. 제주도는 분명 대한민국 영토지만 주권을 행사하는 쪽은 미국이나 다름없었다. 친일·친미에 찌든 사람들이 제주도민의 뜻을 무시한 채 강정마을 구럼비를 폭파하면서 생긴 불협화음이 그 원인.
제주도민(유권자)의 94%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가 밀어붙인 천혜의 자연파괴 사업. 4대강사업에 이은 국토파괴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판은 4대강사업 폐해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명목으로 진행된 구럼비 파괴 공사현장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미 지난 정권의 일이라서 다 용서가 됐다는 말일까. 아니면 여야정치인들이 토건사업에 모조리 연루돼 어찌해 볼 수 없다는 말일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0일이 넘었지만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지지 대신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자 방미한 게 탈이 난 것. 독재자의 딸이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민주국가로 자임하고 있는 미국이 두 독재자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김정은을 독재국가로 비난하며 몰아세우는 미국이, 한국의 현대사를 암울하게 만든 독재자 박정희의 딸을 동맹파트너로 삼았으니 모순의 극치. 그래서 할 수 없이 북한의 핵카드를 시비거리로 삼았지만, 약효가 다 떨어지자마자 윤창중이 타잔놀이를 했다. 빨가벗은 타잔놀이. 이명박에 이은 또 다른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 남들 다 아는 데 자기만 모르는 발가벗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놀이.
윤창중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됐지만 운창중을 발가벗긴 건 다름 아닌 독재자의 딸. 국민들이 '윤창중은 안 된다'라고 했을 때 독재자의 딸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발탁된 박근혜의 입. 윤창중은 박근혜의 대변인이었다. 그런 인간이 윤봉길 의사 처럼 의거를 일으킨 게 아니라 홀딱쇼를 했다나 뭐라나.
박근혜가 입이 백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이번에는 윤창중을 재판에 회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 현지의 모습. 잘 판단해야 한다. 윤창중을 재판에 회부한다는 건 박근혜정부를 재판에 회부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자, 대한민국을 미국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 그걸 '좋아라' 연일 대서특필 하고 있었던 언론들. 좋아할 일인가. 윤창중이 잘못 한 게 있다면 홀딱쇼를 벌이며 딸 같은 어느 여직원의 엉덩이(부위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를 만진 것 뿐. 더 큰 잘못은 박근혜와 性누리당으로 불리던 새누리당 사람들. 비록 입으로만 잘못을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날일도 아니었다. 사과를 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면 좋겠지만 발가벗은 윤창중의 모습은 점점 더 뚜렷하고 깊게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는 것. 어쩌나… 제주도 강정마을 올레길 입구에서 만난 안타까운 풍경 하나.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강정마을의 구럼비 파괴 현장이자 공사장 입구. 성폭행범이 백주에 한 처녀를 성폭행한 현장과 다름 없는 곳.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반대해도 정부가 밀어붙인 사업. 정부가 있으나마나 정치인이 있으나마나. 정치가 절망인 이유를 한 눈으로 보여준 국토파괴 현장이자 정치판이 벌인 홀딱쇼 현장.
윤창중은 한 여성의 엉덩이를 만져 자기와 독재자의 딸의 이름을 더럽혔지만, 구럼비 공사현장은 나라의 국격을 통째로 더럽힌 현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대한민국의 안보가 튼튼해질까. 세계최고 최신의 무기를 가진 미국과 한국의 합참은 백령도 앞 바다에 나타난 재래식 잠수정(또는 잠수함)이 천안함을 폭침 시키고 유유히 사라지는 동안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46명의 꽃같은 장병들이 희생되었지만 책임진 사람도 없었다. 속수무책!!... 제주도에 가면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강정마을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가슴만 움켜쥐고 허탈해 하며 돌아섰다. 대한민국에 정치인은 많아도 희망이 없었다. 정치인들이 홀딱쇼를 벌인 현장에서 느낀 건 절망 뿐이었던 것. 강정마을에 달라붙은 기생충을 제거하지 못하면 제주는 곧 파멸에 이를 것.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 제주까지 마수에 걸려든 현장을 보며 통탄했다. 니들이 정치인인가. 기생충들인가.


장유근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朴, 정치와 외교 구분 못한 MB 전철 피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02-27일자 기사 '朴, 정치와 외교 구분 못한 MB 전철 피하라'를 퍼왔습니다.
[한반도 브리핑]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풀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양한 정책 조언들이 언론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현안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대북정책을 다루는 자세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위기라고 생각하면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우선적으로 위기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라는 말이 넘쳐나지만, 과연 위기를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진짜 어려운 상황이라 느끼면, 말과 행동이 신중해진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무책임한 말들이 왜 이토록 넘쳐나는가? 그것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가?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중요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으로 위기를 인식하면, 해결의 수단과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위기국면에서 지혜를 모은다. 초당적 협력이 자연스럽게 가동된다. 서독에서 1982년 보수적인 기민당이 집권했을 때, 헬무트 콜 총리는 동방정책의 상징이며 사민당 총재인 빌리 브란트를 공개적으로 만나 지혜를 구했다. 서독의 대동독 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의 역사는 배울 만하다. 미국도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항상 초당적 협력을 추진한다. 1998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의회가 충돌했을 때, 혹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출구를 모색할 때, 초당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법을 찾았다.

▲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북핵 문제의 적절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회동한 박 대통령(가운데)과 황우여(왼쪽)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오른쪽)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그런 점에서 인수위에서 시도한 북핵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은 잘한 일이다. 다만 선진국들의 초당적 협력은 단순히 만남의 모양이 아니라,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북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의견차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협력의 출발이다. 우선적으로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가능한 수준에서 차이를 줄이는 노력, 즉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사에서 초당적 협력의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나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지혜를 모으고,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문화된 '남북관계발전법'을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2005년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해서 만든 법이 아닌가? 여야가 함께 남북관계 발전을고민하고, 토론하고, 발전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부의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초당적으로 중장기적인 남북관계 발전 계획을 세우는 일, 그것이 초당적 협력의 시작이다.

말의 관리가 필요

둘째, 말의 관리가 필요하다. 외교는 말로 시작하고 말로 끝난다. 대북정책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와 국내정치적 메시지가 충돌하는 경우다. 이명박 정부처럼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말이 험악해 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태도에 비판적인 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면, 그것이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고, 국내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언술은 일반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다. 외교정책에서의 말은 선거 국면에서의 말과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정치와 외교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새 정부가 발표한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과제 내용에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여전히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선제타격과 같은 용어는 작전계획으로 검토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튼튼한 안보는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것이지,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말의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면 국민에게도 상대에게도 신뢰를 주기 어렵다. 새 정부에서 정보실패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분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책임감을 갖고 정보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부처 내의 정보소통과 협력·조정 체계가 가동되어야 한다.

정부안에서 말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전략적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대북 정책의 목표를 공유해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전략이 있어야, 일상의 부처 간 조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정책은 능동적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북 정책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북한이 결정한다는 말인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7.4 남북공동성명부터 2007년 10.4 합의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의 중요한 성과들은 북한이 하자고 해서 한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 정부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을 설득하고, 협상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다.

대북정책이 북한의 태도에 종속되는 수동적 정책이 되면,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기 어렵다. 대북정책을 포함해서 외교 정책은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능동적인 정책개입이 아니라, 수동적이라면 도발-제재-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내부의 신뢰를 얻는 일부터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관건이다. 신중하게 능동적으로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과제도 있고, 단기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할 일들도 적지 않다. 특히 쟁점 현안에 관한 기본 입장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산가족 상봉을 어떻게 추진할지, 5.24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현안에 관한 입장은 중장기적인 전략이 있어야 정리가 가능하다. 현재의 정책이 미래의 비전과 충돌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리고 대북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의 신뢰다. 외교 안보 통일 부처의 조정과 협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관한 철학과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외교정책과 더불어, 대통령 아젠다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분명하면, 제도가 없어도 정부 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의 차이를 존중하며, 대화와 소통으로 합의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면 정책에 관한 신뢰는 조성된다. 우리 내부의 신뢰가 정책 상대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정치와 멀어질수록 정치는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1일자 기사 '“정치와 멀어질수록 정치는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를 퍼왔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에게 대선과 시대를 묻다 (하)

▲ 레드북스'에서 한윤형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모습. 사진은 윤다정 기자.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윤여준 전 장관을 인정할 수 없는 이들도 많을 거라 본다. 그것은 그가 박정희 시대에 관료가 된 사람이라서라기 보다는, ‘전두환 정권의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최근 메디치미디어 출판사가 주관하는 강연회에서 청중 중 한 명이 ‘돌직구’를 던졌다. “이런저런 소신은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80년에 국내도 아니고 해외(그는 79년부터 83년까지 싱가폴 공사관에 있었다)에 계셨던 분이 전두환 정부의 청와대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아픈 부분이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다른 재주가 없어 가족들을 먹여 살릴 방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공무원이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가자고 생각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생각이 다른 이들이 있어 같이 산책할 때는 ‘각자가 있는 곳에서 좋은 결과를 내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들 모두 자기정당화 논리란 걸 잘 안다. 아들들에겐 이렇게 얘기했다. ‘너희들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족이 없어서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들과 나의 차이는 용기의 문제였다. 너희들은 신념에 어긋나는 일을 강요받을 때 신념에 따른 결단을 실천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그런 길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트‘는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누군가는 이 답변에 수긍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윤여준은 그런 사람이다. 이 인터뷰 기사는 이전 기사에서 이어지는 그런 사람과의 대화의 기록이다. (전편 기사 링크)
미디어스(이하 ‘미’): 이번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이유가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연관이 있다고 보시나.
윤여준 전 장관(이하 ‘윤’): 연관이 많다. 찬조연설에서도 한 얘기인데, 평소 민주화운동과 그에 헌신하다 희생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다. 기회가 온다면 그 빚을 갚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래도 이번 대선에는 어느 쪽에도 눈길 둘 생각이 없었다. 그래야 할 절박한 의미가 내겐 없었다. 70대 초반 나이가 있으면 선거캠프에 얼굴 내미는 일은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자리를 빼앗나. 일체 할 생각이 없었다.
근데 문재인 후보와 가까운 이 중 마음 속으로 존경하는 학자 분이 계셨다. 잘 모르다가 이번에야 알았는데 뜻밖에 문재인 후보와 오랜 세월 가까이 지낸 모양이었다. 그분이 내게 문재인 후보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안 그래도 만날 때마다 문후보가 자꾸 장관님 이야기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진정으로 그리 말씀하시니 칼같이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보자고 했다. 그걸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않은가. 그
그래서 만나서 두 시간 정도 얘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정도 품성과 자질 가진 사람이면 이 사람을 통해서 빚을 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후보가 인품이나 자질에서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사람을 잘못 고르면 빚을 갚기는커녕 더 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웃음) 근데 사람이 정말 호감이 갔다. 또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면 안했겠지만 국민통합위원장을 부탁했으니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도 박근혜도 다 국민통합 말하지 않았나. 한국 사회의 갈등이 심하니까, 이건 국가적 과제 아닌가. 그래서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 작년 대선 담쟁이캠프 회의에 참석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윤여준 전 장관의 모습 ⓒ뉴스1

새누리당은 집권당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

: 그렇게 해서 겪어본 민주당은 어땠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모두 겪어보신 상황인데 두 당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 민주당은 이번에 잠깐 겪었을 뿐이므로 피상적인 관찰평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차이는 확실히 느껴진다. 새누리당은 권력에 순치된 체질이라 정치인들이 관료적 습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좋게 말하면 그에 비해 훨씬 리버럴하고 분방하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 좋은 방향으로 말씀하셨지만 뒤집어보면 새누리당은 권력욕 밖에 없어서 그 외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다른 기준이 많아서 일이 잘 안 되고 그런 측면도 보이지 않았나.
: 물론 민주당은 당내 세력이 복잡하다. 가보니 크게 친노, 비노, 반노로 나눌 수 있겠더라. 그렇게 세 갈래다. 그런데 친노도 다시 들어다보면 몇 갈래로 나뉜다. 세력이 다양하니까 갈등을 한다. 하지만 민주정당에 당내 세력이 있고 그들이 갈등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갈등의 내용과 관리의 수준이 문제인 거다. 새누리당은 갈등이 아예 없다. 일인지배정당이다. 권력에 순치된 집단이라 당내 계파를 용인 않는 강력한 당 총재가 다스려도 반발이 없다. 작년 총선 때 사실상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 아닌가. 이미 그때 언론들이 사당화 얘기를 하고 일인지배정당이라 했다. 근데 새누리당의 풍토에선 다른 질서란게 있을 수 없다. 원래가 수직적으로 통제받는 정당. 그렇게 보면 민주정당이라기 딱하다.
내 지론이지만 정당이란 게 왜 중요하냐를 따져물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학자들이 헌법적 역할이라 부르는 게 그거다. 근데 그런 역할은 새누리당이 민주정당이라야 감당할 수 있는데 새누리당은 그 역할을 할 정도의 민주정당이 되지 못한다. 우선 진성당원이 없고 위로부터 수직적으로 통제받는 것에 익숙하다. 집권당이 이런 사정이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기가 힘들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을 때 새누리당이 원내 다수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힘든 얘기다. ‘본능’ 자체가 그쪽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미: 그러면 정국운영이 어떤 식으로 될까. ‘박근혜 시대’가 어떨지 감을 못 잡겠다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큰 피해를 본 문화와 노동 분야에서 그런 질문이 들어온다. 혹시 예측이 되시는 부분이 있을지.
윤: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에 가진 컴플렉스 중 하나가 자기들이 ‘문화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들은 이를 ‘문화권력’이라 부른다. 그들이 보기에 문화예술계 종사자는 대개 진보적 성향이다. 저 사람들이 중요한 선거 있으면 그 몇 년 전부터 TV 드라마, 영화, 음악, 만화, 그림 등으로 교묘하게 정치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위험하게 생각하고 피해 입었다고 생각하니 집권하면 그 쪽을 약화시키겠다 마음먹은 게 아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CEO 출신이다. 근데 CEO 출신 중에도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나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여섯 번 정도 밖에 못 봐서 확실하게 얘기하기는 힘드나, 문화예술과는 인연이 먼 삶을 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MB는 CEO인데다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말하자면 자수성가형이다.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뜻이다. 자기 방식을 고수해서 성공한 사람들은 정치인으로선 다소 위험한 구석이 있다. MB는 기업은 국가와 전혀 다른 것이고 CEO와 대통령의 자질도 전혀 다른 거란 걸 인식하지 못했다. 자기 입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기업 CEO라고 했다.
그래서 아주 많은 과오를 남겼다. 본의였겠나.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되면 누구라도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기억되고 싶어 한다. 학교 다닐 때 보면 말썽쟁이도 반장을 시키면 잘하려 한다. MB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동기를 의심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하지만 CEO 마인드를 가지고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데 왜 문제가 안 생기겠는가? 국가는 공익을 추구하지만 기업은 사익을 추구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니다. 기업은 이윤을 많이 내야 하니까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까지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국가가 국민을 해고할 수 있는가? 그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까 국가라는 건 기본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 조직이 아닌거다. 더군다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는 생산성을 핵심으로 하는 그런 게 아니다. 결국 이 사람은 좋은 뜻으로 한다고 했겠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통치를 안 했다. 민주주의 과정을 생략하고 기업 총수처럼 하다가 스스로 많은 갈등을 만들어냈다.

▲ 광주환경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최근 감사원에서 지적된 영산강 4대강 공사현장의 부실,수질악화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16일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뉴스1

'민주화 이후'의 국가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4대강이 대표적인 상황 아닌가. 4대강사업 추진본부 가서 대통령이 이 사업은 대통령인 자신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으니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얼마나 놀라운 얘기인가. 어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민이 논쟁해선 안 된다고 선언할 수 있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깜짝 놀랐다.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근데 더 놀라운 건 그걸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는 거다. 정치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언론도 그랬다. 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을 뱉었고 이게 공개적으로 보도됐는데 난리치는 정치세력도 언론도 없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이 아직 그 정도까지는 가지 못한 거다.
: 관심 없는 분야는 마치 기업이 외주 주듯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 그 문제는 좀 다른데 요즘은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 세상이다. 앞으로는 정부도 그래야 할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국가가 과대성장했고 사회가 과소성장 상태였다. 권위주의 시대엔 사회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많이 커져서 국가가 사회보다 힘이 약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국가 능력의 저하가 염려될 정도다. 정보화혁명 때문에 민간이 국가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더 많이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국가 관료가 질적인 측면에서나 양적인 측면에서나 민간 전문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부도 규모를 줄이면서 적절한 아웃소싱을 하는 법을 익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MB는 자기가 관심 가진 분야도 민주주의 국가 운영 방식 원리에 맞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고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몰랐다. 본인은 그 과정을 낭비라 보았고 생략하고 내가 결정하면 따라오면 되지란 식으로 생각했다. 딴에는 애국심이 있었다 본다. 지금 사람들이 박근헤 당선인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비슷한 계열이다. 아직 취임을 안 했으니 취임해서 일정 기간 국가를 운영하는 걸 봐야 판단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거나 인수위 운영하는 모습만 보면 걱정이 된다는 거다. 불통이니 밀봉이니 하는 게 다 그런 걱정 아니겠는가? 하지만 주변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을테고 본인도 느끼는 게 있으니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도 있다.
: 한국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했다고 설명하시는데 그 이후에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랄까, 프레임이랄까, 그런 것은 무엇이 될 거라 보는지.
: 그걸 내놓을 정도가 되면 내가 대통령에 나가야 하지 않았겠나. (웃음) 근데 해결책은 모르더라도 지금의 과제가 무엇인지 정도는 공유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다. 한국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거쳐 여기까지 왔다. 한국의 산업화라는 게 결국은 박정희 모델이다. 학문적으로는 권위주의 발전국가 체제라 부른다. 후진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 권위주의가 필수적인지 민주주의로는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다. 그런데 다수 학설은 산업화 과정에선 권위주의가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그리고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 민주화의 과정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화에 걸맞는 국가운영 모델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국가 지도자들이 그걸 못 만들었다.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인 두 대통령도 권위주의 방식으로 통치했던 거다.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얼마나 역설적인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것을 없애고 바꾸겠다는 문제의식 좋았다. 정부 이름을 ‘참여정부’로 지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무릎을 쳤다. 기가 막히게 좋은 이름이라 생각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국민의 참여 욕구가 분출할 때였다. 그걸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렴해서 대의제를 보완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던 시절 등장한 정부였다. 문제의식이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집권 이후에 그 노력은 별로 안 하더라. 문제제기는 좋았는데 문제설정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문제제기와 문제설정은 다르다. 문제설정은 방법론이다. 두 개가 똑같이 작용해서 결과가 나온다. 정책을 만드는 능력 뿐 아니라 추진 능력도 있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게 안 됐다. 준비가 덜 되었던 거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민주화 모델에 염증을 느끼고 산업화 모델을 불러내서 MB가 등장했다. 그는 문제설정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었다. 자꾸 권위주의 국가시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에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친 이 나라의 향후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불행히도 대선전에선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못 내놨다. 심지어는 내놔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경우 준비기간이 일 년 안팎에 불과했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오년 이상 준비한 박근혜는 도대체 뭘 준비한 건가? 논란이 될 수 있는 거라고 던졌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개인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취임사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떤 가치, 철학, 원리로 운영해서 어떤 나라로 만들지에 대한 얘기를 취임사에선 내놓지 않겠나, 배신하지 않는 기대는 없다지만 일단 기대해보려 한다.
: 작년에 출간된 을 읽으면서 훌륭하지만 사람들이 고위 관료 출신에게 기대했던 책은 아니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관련된 에피소드 같은 걸 기대했을 것 아닌가. (웃음) 여기서 각 대통령의 성격에 대한 평가, 혹은 민주화 이전과 이후의 대통령들의 차이 같은 것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지.
: 권위주의 시대의 일과 민주화 이후 시대의 일을 표면적으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고 개인적 캐릭터 차이는 많다. 성격이 다르니까. 리더십의 성격도 개인의 품성에 따라 달라진다.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 5공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그런 얘기를 했었다. “자신이 국가 통치를 맡은 기간의 시대적 의미를 잘 모른다”고 말이다. 그는 청와대 안에서 박정희 흉내를 내고 싶어 했다. 10.26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다. 김재규의 총탄은 유신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었고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전두환 대통령은 오랫동안 권위주의 체제로 지낸 사회를 민주화로 이행하는 첫 걸음을 내딛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너무 급격하게 이동하면 진통이 생기니 천천히 천천히 그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거기로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없었다. 물론 권위주의로 잘한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물가안정 같은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결과 7년 후 6월 항쟁이 왔고 버텨보다가 6.29로 항복선언을 했다.

▲ 청와대 세종실에 걸린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 ⓒ뉴스1

체험의 역사성과 원형적 체험, 그리고 박근혜

그 뒤 노태우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육사 출신이다. 육군사관학교는 젊은 나이의 사람들을 국가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몰딩, 그러니까 찍어내는 곳이다. 거기서 민주주의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지휘관으로 살아왔으니 체질적으로는 권위주의 문화가 몸에 벤 사람이다. 게다가 그의 정권은 6.29 이후 직선제 선거로 탄생한 과도기 정부였다. 근데 그의 성격이 전두환과는 판이했다. 수동적이고 섬세하달까, 감성적인 면도 있었다. 당시에 정말 힘들었다. 통제받던 사회가 느슨해지니 눌렸던 만큼 튕겨오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각 사회 분야별로 민주화의 에너지가 대분출했다. 언론사마다 노조가 생기고 KBS도 MBC도 파업하고 공장마다 극렬한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 정부 있었기 때문에 안다.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내가 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비서관이었는데 매일 사건이 터졌다. 당시 사무실이 2층이었는데 그 계단을 매번 뛰어다녔다. 한 번도 걸어서 올라가본 적이 없다.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는지 모른다.
노태우 역시 본인이 과도정부라는 문제의식은 없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다행인 것은 그가 그 큰 흐름을 그저 수동적으로 끌어안아 버렸다는 거다. 그 때 관료들은 불만이 많았다. 이게 무슨 하루살이 정권인가. 계획이 있고 대책을 세워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데 상황이 벌어지는 대로 가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에 대들기도 많이 했고 상관에게 혼도 많이 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물결을 거스르지 않고 안아 버린 것이 잘 한일이 되었다.
공보수석으로 모셨던 김영삼 대통령은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도 그렇지만 민주화에 평생을 바친 의회주의자였다. 그것을 긍지로 생각하는 사람인데도 대통령 되니까 완전히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영삼은 그렇다 치고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도 그러는 걸 보고 솔직히 말하면 믿어지지 않아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금방 답이 나왔던 게 어떤 사람이든 그가 겪은 체험으로 구성된다. 체험의 역사성이라고 부른다. 누구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까 YS나 DJ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시기의 교육내용을 보면 민주주의가 없다. 민주정치 시작해서도 야당의 투사가 되었고 민주화운동 할 때에도 권위주의 정권의 회유와 탄압에 맞서 싸워야 했다. 상대편과 같은 방식으로 당을 만들고 조직을 틀어쥐고 통제했다. 그러지 못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화투사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민주주의적 가치화가 내면화 될 수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가 살아온 과거 체험으로 벗어날 수.
같은 의미로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원형적인 체험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청와대에서 자라났다. 그걸 인간이 벗어나기 어렵다.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거기에 머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물과 사회를 그렇게 보는 게 본인으로서는 자연스럽고 익숙한데 제3자가 보기에는 시대에 안 맞는거다. 전여옥 전 의원의 단평이 그런 점에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가산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과 정치적 지분을 물려받은 유산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 강연회 기획안을 들여다보니 본인의 삶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처음엔 뭐하러 내 얘기하라고 하나 싶었다. 근데 준비하면서 내가 살아온 역사를 들여다보니 시대적 특성이 있었다. 개인사를 돌아본다는 것은 살아온 시대를 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태평양전쟁 발발 2년 전에 태어났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날 무렵이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결하던 시절이다. 소위 냉전 체제에서 수십 년 살았다. 그 사이에 우리는 6.25를 겪었고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을 겪었다. 해방 후 한국 현대사라는 게 격동이 아닌 날이 하루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옛날 어딘가에 편안한 시절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니다. 6공 때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며 매일 나라가 요절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왔다. 시민적 역량이 뛰어나서라고 생각한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모아지면 총체적인 역량 되는데 이 지점에서 한국인들은 매우 뛰어나다. 세계에서 이만한 국민이 드물다고 본다. 그러니 30년 동안 엄청난 일을 해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성과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국민역량은 매우 좋다. 그런데 이 역량을 지도자가 잘 쓰면 짧은 시기에 나라를 바꿔낼 수 있는데 등장하는 지도자마다 능력이 부족하니 나라가 늘 시끄럽다. 한탄스러운 게 언제나 우리는 국민의 총체적 역량을 잘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식견을 가진 리더십을 맞느냐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미국 건국시기 ‘건국의 아버지’들 같은, 중국 마오쩌둥 시절과 일본 메이지유신 시절의 정치인들 같은 대단한 인물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조 중기 이후로는 한 번도 없다. 우리도 인물이 나올 떄가 되지 않았나 하는데 너무 안 나온다.
: 세종 때 너무 많이 끌어다 쓴 거 같다. (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청년세대들이 많은 실망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다시 탈정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민주당이 이들을 붙들어 맬 수 있다고 보시는지, 만일 없다면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지.
: 민주당이 지금처럼 해서는 못 붙들어 맨다. 붙들어 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고 싶은 말은, 정치를 외면하고 혐오하고 멀어질수록 정치는 당신을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거라는 거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말하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게 합리적인 거라는 거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바꿀 건 바꿔야 한다. 근데 그러려면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 사회의 모순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공부도 좀 하고 공부한 사람들에게 물어서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모순이 뭐며 구조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고 그런 지식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세상에 바뀐다.

▲ 지난 대선 광화문 유세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모습 ⓒ뉴스1

청춘,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민주주의가 나와 무슨 관계냐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라는 건 인간이란 게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권력의 속성은 무조건 ‘집중’과 ‘연장’을 원한다. 자꾸 자신에게 집중하고 기간을 연장하려 하면 권력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완벽한 인간이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둬도 된다. 완벽한 인간이라면 자꾸 ‘집중’하고 ‘연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인간은 능력도 불완전하고 권력욕도 통제를 못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들어진 게 민주주의다. 집중을 방해하고 연장을 금지하는게 민주주의다.
삼권분립이나 정권 교체가 결국 그 얘기다. 경제문제도 비슷하다. 요즘 재벌을 해체하냐 마느냐 하는 말 많은데 경제적 관점에서만 경제 민주화를 보면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산분리 정책 등에 대한 실효를 일반 국민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럴 땐 역시 집중과 연장을 생각하시면 된다. 재벌이 막강하니까 정치권력까지 제압하고 국가권력을 압도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월스트리트가 1:99 사회를 만든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 얘기다. 자본권력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연장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국가도 민주주의를 못한다. 민주주의 원리를 벗어나는 나라가 된다.
민주주의나 경제민주화가 공공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와 관계없는 일처럼 느껴지기 쉽다. 피상적으로 볼 때는 공공성이 일상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국엔 그것이 우리 삶을 좌우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공공성은 곧 개별성이라고 학자들이 말한다. 그걸 알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바꾸려 노력할 수 있다. ‘멘붕’에 빠져 있다고 해결해줄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니다. 결국은 본인이 공부하고 행동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면 기성세대가 이런 소리를 하는 걸 싫어할 거라는 걸 알지만, 결국 젊음이 사회변화의 동력이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무조건 박근혜에 대해 반대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해 책임 있는 시민으로 정치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참여의 전제는 책임성이다. SNS 통해 사실이 아닌 이상한 글 쓰는 정도로는 책임 있는 참여가 안 된다. 책임 있는 참여 없이는 세상이 안 바뀐다. 그게 세상의 이치고 안 바뀌면 삶은 항상 어렵다.
시민으로서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내가 준 권력으로 국가가 무슨 엉뚱한 일을 하지 않는지를 살피는 것, 그것이 참여다. 나는 논산훈련소에서 조교들이 날 너무 심하게 때려서, 도대체 쟤들이 무슨 권리로 날 이렇게 하지, 란 고민을 하다가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국가기관 안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런 사람의 관점에서 하는 얘기다.
: 좋은 말씀에 감사드린다.

▲ '레드북스'에서 얘기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사진은 윤다정 기자.

한윤형, 윤다정 기자  |  mediaus@mediaus.co.kr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먼저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25일자 기사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먼저다'를 퍼왔습니다.
[정태인 칼럼]

착한 경제학에서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다소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시장실패’라는 추상적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1950년대 초에 저 유명한 케네스 애로는 ‘일반균형의 존재’를 증명했다. 즉 이 세상 모든 시장을 동시에 균형상태로 만드는 가격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으로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균형이론은 동시에 시장실패론의 출발점이었다. 이 균형의 존재조건인 완전경쟁, 완전정보 등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아름다운 세계도 그저 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뮤얼슨이나 애로 같은 학자들은 시장에서 아예 공급될 수 없는 공공재 이론이나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할 수는 있지만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의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1950~1960년대 국가 개입의 미시경제학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그 반대 쪽에서는 시카고학파 중심의 경제학자들이 이런 국가 개입의 근거를 무너뜨리는 데 몰두했다. 부캐넌의 ‘정부실패론’은 관료나 정치가 역시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에 모든 걸 맡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며, ‘코즈 정리’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도 시장실패(외부성)를 민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이용되었다(코즈 본인은 떨떠름해 했지만). 나아가서 이런 주장은 현실에서 실천됐는데 1980년대 이래의 민영화, 규제완화, 개방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착한 경제학은 이런 시장만능론을 근본부터 부정한다. 인간은 경제학이 가정하는 대로 이기적이지 않을 뿐더러 즉각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계산해낼 계산능력도 없으며, 시장 또한 대단히 느리고 곧잘 고장이 나는 기계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우리는 시장실패론조차도 인식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로 시작하고, 경제학에는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가 제일 먼저 나온다. 시장실패론은 우선 시장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되 그게 실패로 판명나는 경우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은 대단히 강력해서 민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 틀에서 얘기를 시작해야 했다. 예컨대 왜 의료는 시장에서 실패하는지, 농업을 시장에 맡기면 안 되는지부터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논의는 정교해 보이지만 갑갑하기 이를 데 없는 경제논리와 실증 싸움에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시장이 인간관계를 대변한 건 지난 300년뿐이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 수많은 방법 중 시장이 제일 먼저 나와야 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왜 사랑이 먼저 나오면 안 되는가? 물론 시장은 가격이라는 변수만으로 인간관계를 빈약하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원거리의 익명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진화한 신판 교류방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때문에 다른 관계를 무시해도 좋다는 경제학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경제학이 자랑하는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평등이나 우애와 같은 다른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근거도 없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건 모두 합의하는 어떤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예컨대 이제 우리는 최소 수준의 의료나 교육, 심지어 식량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시장의 균형가격을 치를 능력이 없는 사람이 치료나 교육을 못받거나 굶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최소한으로 누려야 할 어떤 가치를 우리는 흔히 ‘공공의 가치’(public value), 또는 ‘공공성’(publicity)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공공성의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롤즈가 ‘기본재’라고 부른 것, 그리고 센의 ‘능력’이 그런 기준의 예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정하자면 꽤나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즉 공공성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공이성(public reason)을 사용해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 또는 그런 걸 원하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바로 정치가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 합의 이후에 그걸 공급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즉 태초에 있어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그런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 즉 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적 경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를 다뤄야 한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정태인/새사연 원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한미FTA저지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  edu@saesayon.org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쌍용차 노동자 “정치가 희망으로 고문했던 5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8일자 기사 '쌍용차 노동자 “정치가 희망으로 고문했던 5년”'을 퍼왔습니다.
[현장]쌍용차 해고노동자 송전탑 고공농성 18일째

“23명이 아니라 230명, 2300명이 이유 없이 우리 곁을 떠나도 꿈쩍도 안하는 파렴치한 세상, 모진 시기를 견뎌왔습니다. 4년이 흘러 이명박 정권이 보따리를 쌀 시간이 됐습니다. 노동자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는 꿈을 접을 수 없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2013년 달력에 소망을 적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은 가족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7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송전탑 아래에는 경찰 병력 100여명이 배치돼 있었다. 송전탑에는 ‘쌍용차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송전탑 30미터 지점에서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7일로 18일째다. 송전탑에서는 쌍용차 평택공장이 내려다보인다. 농성 조합원들은 손전등을 흔들며 ‘나 여기 있소’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새벽 널빤지 두 장을 가지고 송전탑에 올랐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이 41일 동안 단식을 벌인 후 병원으로 이송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24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해고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7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 ⓒ조현미 기자

이날 하루 전면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금속노조 확대간부들이 쌍용차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7일 현대차 → 쌍용차, 8일 유성기업으로 이어지는 1박2일 노숙농성 투쟁이다. 땅 위에 있는 해고노동자들은 아래서 올려 보내준 무선 마이크로 농성장을 찾은 다른 노동자들과 대화했다.
울산 현대차에서 올라온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세 분을 걱정하며 달려왔다”며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은 “세 명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점심 저녁 하루 두 끼 먹으며 소량소식하고 있다”고 철탑소식을 전했다.
“울산에서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웃으면서 지상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현대차 인근 송전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불법파견 인정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이날로 52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송전탑에 있는 농성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이 18일차인데 15일차까지 합판 4장으로 버티고 있다가 연대동지들이 올려준 철빔과 합판으로 두 평 남짓한 천막을 지어서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 10도로 내려가지만 연대의 열기로 잘 견디고 있습니다.”(복기성 수석부지회장)
한 조합원은 문기주 정비지회장과 소주를 마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문 지회장은 “내려가면 소주 한 번 진하게 묵자”고 답했다.

▲ 금속노조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조현미 기자

금속노조는 이날 밤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한 사업장에서 무려 23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죽었는데 잘못된 정리해고에 대해 어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41일 동안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하고, 세 동지가 15만40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목숨 건 고공농성을 하는 요구는 딱 하나, 잘못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쌍용차 현장복직 그리고 노조 파괴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비상한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1월에 총파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내자”고 강조했다. 노조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총파업을 결의한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7일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서울역에서 19번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열고 평택 공장 앞에서 희망텐트를 시작했다. 세 차례 희망텐트, 네 차례 범국민대회,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4일 대선 후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앞둔 ‘선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낼 때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8일 오전 쌍용차 해고노동자 3명이 송전탑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조현미 기자

농성을 마친 조합원들은 송전탑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방수침낭을 올려 보냈다. 침낭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로 30미터 송전탑으로 올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송전탑 농성장에 마련한 130여동의 천막에서 1박을 한 후 8일 오전 고공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충남 아산 유성기업으로 향했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올해 8월 5일 출소했다. 다음은 송전탑에서 농성 중인 한상균 전 지부장과의 전화통화 일문일답.
- 날씨가 많이 추운데 생활하는 것은 괜찮은가.“추운데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만만치는 않다.”
- 세 분의 건강상태는 어떤가.“처음 올라올 때보다는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는데 지금 밑에 있는 동지들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약해질 수 없어서 정신 차리고 있다.”
- 얼마 전 새누리당에서 대선 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지부의 입장과 별 다르지 않다. 쌍용차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한 것 같지는 않고 민심의 동향도 있는 것이다. 연속적인 죽음 앞에 정치가 너무나 무기력했다. 그런 것에 대해 자기 반성이 좀 따라주는 결단이면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하게 대선만 앞둔 하나의 이벤트로 한다면 정말 오히려 희망으로 고문하는 격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새누리당에 △기자회견 내용이 박근혜 후보의 입장인지 명확히 밝히고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시기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며 △정리해고자에 대한 입장과 △책임자 처벌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뿐 아니라 △2009년 자행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입장과 함께 △중구청의 대한문 분향소 철거 예고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쌍용차 비극에 대한 새누리의당 해결 의지에 진정성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은 쌍용차 문제를 정쟁 구도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얼마 전 국민일보 보도(12월 5일자 [朴,쌍용차 노조 만남 철탑농성 해제 조건]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송전탑 농성 해제를 조건으로 만남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기사를) 못 봤다. 이후 언론을 통해 몇 번 접하기만 했지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국민이 함께 살자고 하는데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말하는 사람이 조건을 가지고 오겠나. 진정성이 있으면 오면 되는 것이다. 이런 투쟁까지도 거래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 금속노조 정리해고철회 공동투쟁단이 붙여놓은 현수막 뒤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전탑이 보인다. ⓒ조현미 기자

- 18대 대선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지. “지금까지 정치가 희망으로 우리를 고문만 했던 5년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새로운 대한민국의 권력이 등장한다. 노동과 경영은 서로 균형이 맞아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데 지금 현재는 일방적이고 완전히 불공정하다. 자본은 현금이 넘쳐서 주체를 못하고 있는데 노동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간의 영혼, 존엄성까지 짓밟히고 있다.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소박함을 나눌 수 있고, 노동자로 살다 죽어도 조금은 행복했다는 생각 가질 수 있는 국정철학을 가진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쌍용차는 이미 노사관계의 폭을 넘어서 결국 정부 관련 기관들이 총체적으로 개입된 사건이다. 사회 상류층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탄압하는지 보여준 백화점이었다. 이런 것들이 많이 이슈화되고 보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회사의 움직임을 언론에서 많이 다뤄져야 할 것 같다. 원죄가 있는 상하이차의 먹튀에 대해 잘못이 있는 경영진, 법정관리 잘못이 있는 경영진은 이해 당사자인 저희들의 문제를 정상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다. 적극적으로 더 담을 쌓고 대화를 단절하고 그들의 잘못을 미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물량도 그렇고 회사가 고용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조건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탄압으로 일관하는 것은 스스로 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범죄 사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를 지속적으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런 스토리를 언론에서 풀어내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다. 일부 기자간담회에서 얘기하기도 했는데 사실 언론에서 그 문제가 선을 넘기 쉽지 않나 보더라.”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이렇게까지 확장될지는 몰랐다. 그것을 염두해 놓고 외친 것은 아니었는데 아시다시피 현실화됐다. 외국에서도 수천 명, 수만 명이 해고되지만 이런 일은 없다. 우리나라도 언론 보도와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해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쌍용차 정리해고는) 억울하고 잘못되고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정리 살인 해고였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부분을 치유하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또 다른 피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발생할 것이다. 계속 살얼음판이다. 생과 사의 문턱에서 왔다갔다하는 조합원들이 너무 많다.그런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투쟁을 이끌었던 입장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조합원들을 고통에 빠지게 해서 너무나 죄송스럽다. 사회 문제로 이미 확장됐기 때문에 풀려야 한다. 조합원 동지들도 이 또한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 잘못된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길에 나서든지 아니면 이 나라가 양심과 정의의 가치가 있어서 그 잣대로 잘못을 단죄하든지 해야 한다. 노동자가 있을 곳은 철탑이 아니라 공장이다. 함께 웃으며 공장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 때까지 잘 견뎌주길 매일 밤 기도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정치 ‘선한 뜻’만으로 안돼…국정운영 메커니즘 알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19일자 기사 '“정치 ‘선한 뜻’만으로 안돼…국정운영 메커니즘 알아야”'를 퍼왔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현안문제와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대통령후보 인터뷰

정치구상
 복지국가 대개혁 끌어가려면
국민과 동행하는 리더십 필요
여야 협의 공통정책부터 실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인터뷰는 한동안 중단됐던 단일화 협상이 재개 쪽으로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직전, 문 후보는 낮 12시30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룰을 안철수 후보 쪽에 일임한다’며 즉각적인 단일화 논의 재개를 제안했다. 이보다 30분 앞서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문재인 양보’ 가능성에 대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게 불리할 수 있는 룰을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이다. 제가 지금 (무조건) 양보하면 배임기획죄쯤에 해당될 것”이라고 했다.-왜 문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야 하나?“대통령으로 갖춰야 할 덕목의 하나가 역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또 그런 방향과 함께 노력해온 삶의 경력이 있어야 그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둘째, 선한 뜻을 현실정치 속에서 구현해낼 수 있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저 자신도 참여정부 5년 다 보내고 나서야 비로서 그 메커니즘을 좀 알게 됐다. 안 후보는 그 균형감각 능력에 대해서는 미지수가 아니냐 생각한다.”-단일화를 통해 집권하게 되면 안철수 후보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대통령-책임총리 분담 방식과 청와대와 정당을 나눠 맡는 방식도 거론되는 것 같다.“안 후보와 전혀 협의된 내용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이다. 제가 ‘공동정부’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두 세력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공동정부로 표현한 건데, 공학적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하는 차원은 아니었다. 만약에 저와 안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하면 정권교체 이후 개혁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과 함께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두 후보가 함께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안 후보 쪽이 정당이나 정치적 시민운동체를 별도로 만든다면, 민주당과 그 조직 간 ‘연합정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을 걸로 본다. 문재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리더십의 요체는 국민들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반 국민의 인식보다 반걸음만 앞서 가자가 모토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정적으로 앞서서 선도하는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접근방식이 옳다고 보는데, 다만 그것이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면서 개혁의 힘을 끌어나갈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대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이해찬 후보 사퇴는 미리 알고 계셨나?“사전에 말씀을 들었다. 고맙게 받아들였다.”-어떻게 생각하나?“이해찬 대표나 최고위원들도 참으로 승복하기 어려운 요구였을 텐데,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서, 단일화에 걸림돌이 안 되기 위해서 희생해주셨다. 사실 그분들에게 4·11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게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본다.”-안철수 후보도 4·11 총선 패배 원인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거론한 바 있다.“그때 책임으로 지도부는 다 물러섰다. 그 이후 20만 국민과 당원들이 선출한 지금 지도부더러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 이러건 저러건 다 친노 아니냐고 하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갖고 따지면 저만한 친노가 없다.”-자신감 있는 메시지가 잘 안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탈원전,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남북경제연합 등 지금 어젠다가 되는 것은 제가 가장 먼저 주창했고, 공통적인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왔다.”-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정부라고 불리고 싶나?“강조하고 싶은 표현은 민주통합당 정부이다. 당과 함께 책임지고 그것을 통해 정체성을 내세우고, 잘못하면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문재인 양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저는 양보가 불가능하다. 지금은 민주당 후보라서 제가 양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지도에 현격한 차가 나기 때문에 ‘당원동지 여러분. 안 후보를 우리 후보로 모셔야 하지 않겠나’ 동의를 구해서 동의해준다면 그때라야 양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게 불리할 수 있는 룰을 받아들이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제가 지금 양보하면 배임기획죄쯤에 해당될 것이다.”(웃음)-집권해도 여소야대 환경이다.“야당과도 대화 상생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정말 필요하다. 당선되면 곧바로 박근혜 후보가 될지,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될지 모르지만, 정책협의 하려 한다. 다행히 세 후보 간 공통 정책이 많다. 그런 부분부터 우선 실천하려고 한다.”

정리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의료비 연 100만원 상한제, 부자감세 철회로 가능”정책구상토건사업·낭비예산 줄여공공 일자리 40만개 확충

-개인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했다. 재원조달이 가능한가?“전체적으론 증세를 말했다. 부자감세만 철회해 참여정부 수준으로만 되돌려도 담세율이 19%에서 21%로 올라간다. 거기에 재벌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조세감면을 정비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자 세원을 발굴한다. 또 건강보험의 경우,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는 게 정해져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이행을 안 해왔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면 건보 재정이 늘어난다. 불가피한 최후 수단으로 건보료 인상까지 필요할 수 있다. 평균 세대당 5000원 정도 인상하면 가능하다. 건강보험이 제대로 작동 안 해 국민들이 민간보험에 가입하는데, 세대당 20만원 정도 든다. ‘100만원 상한제’ 실시하면 별도 민간보험은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최근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의 영해선’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엔엘엘이 영해선인지에 의문을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단과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표현의 차이일 뿐이다. 남북관계 특수성 때문에 쓰는 표현인데, 헌법상 한반도와 부속도서 전체가 대한민국 영토라 엔엘엘을 영해선이라고 쓰면 헌법상 맞지 않다. 그래서 불가침 해상경계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엔엘엘이) 사실상의 영해선이 된다. 어쨌든 남북간에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일부에서 고약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단호하게 지키겠다’고 말씀드리겠다.”-임기내 공공부문 일자리 40만개를 확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의 3분의 1에 불과한 공공부문 일자리(5.7%) 비중을 절반(8%)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했다. 재정지출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공공부문 일자리 40만개 확충은 소방·치안 담당 민생공무원뿐 아니라, 보건·복지·요양·교육·보육 등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 또한 공공부문 처우에 준하는 좋은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목표치다. 연간 2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 세출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제어하고, 낭비성 예산을 최소화하는 등 현 재정지출 구조를 바꿔 사람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슈퍼 부자’에 대한 부담 확대도 필요하다.”정리 손원제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한용 선임기자 등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불리한 룰 수용과 결과승복이 나에게는 최고의 양보”단일화 협상서로 강점 적극 부각시키고활발하게 대화해야 하는데너무 점잖은 경쟁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 입장에서 질문한다. 후보 등록 시점이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단일화 협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왜 단일화가 돼야 하나?“우선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혁신과 새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아가 정권교체 이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나가는 개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안철수 후보도 누차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단순히 후보가 단일화되는 것으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선택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승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두 세력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가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열기와 시너지 효과가 더해져야 한다. 투표장에 반드시 가자는 투표참여 열기까지 보태져야 비로소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여전히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정치 지형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극복해 내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두 세력이 함께해 나가면서 개혁세력 저변이 넓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비춰보면 단일화 논의 자체가 너무 늦게 시작됐다. 단일화를 시작하자는 논의 자체가 자유롭지 못했다. 오는 24일에는 단일후보가 결정돼야 하는데, 두 후보가 만나서 시작하자고 한 것이 6일이었다. 그것도 새정치 공동선언 먼저 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선언문 준비하다가 또 협상이 중단됐다. 남은 시간이 너무 없다.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단일화해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지 않으냐 걱정도 하실 것 같다. 저는 그래도 조금 이해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간의 정당정치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그래서 기성정당을 부정하는 분들 간의 세력 단일화 협의이다 보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단일화가 여론조사로 이뤄지든 다른 방안을 더하든, 두 분이 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을 해야 한다. 두 분이 ‘당당하다’ ‘멋있다’고 감동 주는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 경쟁에 임하는 원칙은 뭔가?

감동적 단일화 시간 촉박국민참여방식 물 건너가여론조사 방법만 남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페어플레이는 아니다. 자신 후보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지층을 규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점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러나 그간 아무것도 못해 왔다. 지금까지 있었던 거의 유일한 이야기는 저는 정당 후보이기 때문에 정당 후보로서 강점을 이야기하고 안 후보는 무소속 후보의 강점을 이야기한 정도다. 각자 자기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심판받아야 하는데 기껏 한 것이 그 정도였다. 지금까지 텔레비전 토론도 못해 봤다. 경쟁 과정도 국민 참여 방식을 택해서 국민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는 방식을 선택하면 그 과정도 좀더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시기상 다 어려워졌다. 이제 남은 거의 유일한 방식이 여론조사 방식 정도다. 이제 여론조사 시기나 방법, 문항 가지고 서로 당기고 미는 상황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민주당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 10명 중 한 분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안 후보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단일화 협상 중단 강수 두는 것이다’며 안 후보를 자극하는 장면이 계속되던데?“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이제 1주일 남짓인데 말도 점잖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어보면 내용은 ‘왜 빨리 대화하지 않나’는 것이고, 저쪽에선 ‘뭔가 불공정하지 않냐’는 것인데, 제 생각에 저와 안 후보는 유사 이래 가장 점잖은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 네거티브(흑색선전) 하지 않고 자신 장점조차 최대한 주장을 아끼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더 활발하게 대화해야 한다.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우리는 열심히 하려는데 상대방은 왜 안 하냐’고 상대에게 책임을 묻기도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활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여론조사에 의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저도 공감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실제로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전체적인 평가나 인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가도 의문이고, 여론조사 기관마다도 다르고, 심지어 똑같은 기관이라도 시기마다 엄청난 편차를 보여서 국민 뜻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 같지 않다. 다들 그래서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론조사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가장 최악의 방법이다.”-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안 되면 여론조사라도 해야지.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는 그런 행위 자체가 처음이었고, 정몽준 후보가 갑자기 부상해서 실질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여론조사도 국민들이 수긍하고 환영했다. 그러나 저와 안철수 후보는 언제부터 단일화 얘기 했는데, 단일화에 관한 논의들을 전혀 안 하고 있다가 끝내 내놓은 방법이 여론조사뿐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조금 실망할 것 같다. 정치혁신과 새로운 정치를 추구해 온 가치지향은 같지만 우리는 정당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추구해 온 반면, 안 후보는 정당정치와 동떨어져 그것을 부정하는 견해에서 출발해 현실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빨리 하기 힘든) 상황이 있었다고 국민들이 이해해 주십사 하는 마음이다.”-담판 가능성은 있나?“만약에 시간이 없다면, 그런 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표참여 열기 보태져야비로소 정권교체 가능단일화는 상대존중 전제돼야

-안철수 후보는 ‘양보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양보가 가능한가?“저는 불가능하다. 저는 원래 양보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후보다. 제가 양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지도에서 현격한 차가 날 때, 그래서 당원 동지들에게 ‘여러분, 안 후보를 어떻게든 우리 후보로 모셔야 하지 않겠냐’고 동의를 구해서, 동의해 준다면 그때 양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저는 제게 가장 불리할 수 있는 룰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최고의 양보라고 생각한다. 제가 지금 양보하면 배임 기획죄쯤 될 것이다.(웃음)”-그러면 후보가 생각하는 가장 유리한 방식, 불리한 방식은 무엇인가?“가장 유리한 방식은 국민경선이라고 본다. 그건 이미 물건너갔다. 그다음이 국민참여경선인데, 그것도 물건너갔다.”-안 후보는 경선을 중단하게 된 이유를 ‘아름다운 단일화를 해치는 행동’ 때문이라고 했는데?“저는 그런 점들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사과했고, 단일화 협상을 다시 하자고 촉구했다. 단일화를 하려면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저는 안 후보 지지층이 정치의식 없다거나 그렇게 말해본 적 한번도 없다. 안 후보 쪽도 후보로서 저보다 안 후보가 훨씬 낫다고 말씀하신 적 있다. 물론 그렇게 주장한 것은 자유지만, 민주당을 ‘청산해야 할 세력’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단일화를 함께 해야 할 세력이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백낙청 교수가 ‘민주당이 안 후보와 어떻게 통합할지 고민이 안 보인다.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얼마나 많은 덕을 입었는지 감사하는 마음이 안 보인다’는 글을 올렸는데?“누구나 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말씀해 주시지 않았나.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하면 그 점을 나무라 주시고, 그 가운데 지지부진한 이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그런 지점을 가려줘야지, 양비론적으로 다뤄버리면 제대로 논의가 안 되는 것이다. 단일화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우리가 말도 못하게 하지 않았나. 또 언론이나 바깥에서도 그런 (시시비비를) 제대로 말하지 않아 왔다. 그러고 여기까지 왔지 않나 싶다. 저는 단일화가 상대 있는 일이라 너무 조심스럽다. 저는 행여나 깨뜨려질까 싶어서 유리그릇 머리에 이고 살얼음 걷듯 걸어야 할 상황인데, 자유로운 분들은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점을 대신) 말해주면 (단일화 논의가) 잘될 텐데 아쉬움이 있다. 백낙청 선생에 대해서가 아니고 주로 언론에 대해서 한 말이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정리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언론의 정치 편향보다 더 무서운 건 '정치의 분리'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01일자 기사 '언론의 정치 편향보다 더 무서운 건 '정치의 분리''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 삶에서 분리된 정치와 언론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보도에는 늘 객관성, 공정성 논란이 따라다닌다.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말할 때마다 전통적으로 언급되어 온 것들은 웨스터슈탈(J. Westerstahl)이 말한 4가지 요소, 즉 진실성, 관련성, 균형성, 중립성이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언론이 지켜야 할 규범적인 태도이지 정치라는 장(field)에서 언론이 처한 존재론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규범 자체의 기계적 준수가 언론에게 또 다른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의도와 영향력을 은폐하거나 면죄부를 줄 때이다.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언론

▲ 영화 트루먼쇼

객관성이란 말과 같은 어원을 갖는 대상화(objectification)를 떠올리면 알 수 있듯, 언론의 객관성이란 언론을 정치적 사안에서부터 일상의 사소한 일까지 벌어지는 우리 삶의 장으로부터 냉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존재임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에 걸맞는 가장 이상적인 언론의 처소는 아마도 영화 에 나온 ‘루나 방송국’처럼 달나라가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론이 냉정한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토론회의 사회를 볼 때조차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단순히 특정한 정파와의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함만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정치적 영향력은 정치적 동기라기보다 시장 경쟁의 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언론이란 존재를 인정한다면, 문제는 언론의 정치적 영향력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행해져야 하는가의 물음이다.

2007년과 지금, 대선보도의 과잉?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 보자. 요즘 황망하기 그지없는 대선관련 TV 뉴스를 보노라면 지난 2007년 대선에는 어땠는가가 궁금해진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지난 일주일 간(10월 23일~10월 30일)의 방송 3사 뉴스와 같은 기간 2007년 방송 3사의 대선 관련 뉴스보도 횟수를 비교해 봤다. 여기에 관련 보도의 중요성을 어떻게 부여했는지 보기 위해 상위 아이템 10건 안에 포함된 대선 관련 아이템의 수를 별도로 구분해 보았다.

▲ 괄호 안의 숫자는 상위 리포트 10건 안에 포함된 대선관련 리포트의 횟수

단지 일주일간의 보도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기간에 앞서 정수장학회와 NLL 관련 보도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음을 염두에 두면 올해 대선관련 보도는 언론 스스로가 상당한 우선 순위를 두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당시 74건의 아이템 중 상위 10위에 포함된 대선 아이템은 43개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동안에는 70건 중에 57건이 상위 10위에 포함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선 관련 보도의 ‘과잉’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MBC는 예외다). 그러나 2007년 대선 당시 이맘때 즈음 방송 3사 모두 대선 보도보다 더 중요하게 다룬 아이템은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수수사건, 이라크 파병 연장 논란, 고유가 등의 이슈였다. 지금은 어떤가. 대선 관련 이슈 이외에 일주일 동안 일관되게 강조된 아이템은 전무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10월 31일 KBS 9시뉴스와 SBS 8뉴스 헤드라인

삶에서 분리된 정치와 언론

대선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론의 집중된 보도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것’의 범위를 지극히 협소하게 만든다. 특히 대선 관련 뉴스가 정치인들의 행보와 공방에만 초점을 맞출 때 우리 삶의 문제 중 정치와 연관된 많은 사안들은 유보되고 잊혀 진다. 구미 불산 유출 사건과 같은 공동체의 위기나 현대차 비정규직, 콜텍 노동자들의 해고 합헌 판결 등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하는 장은 어느새 사회문제, 노동문제만으로 치부되고 정치는 이에 관심을 둘지언정 누가 당선될 것인지의 문제보다는 나중의 순위로 미뤄진다. 흔히 말하는 정치적 무관심, 냉담함이란 바로 이런 정치적인 것의 범주를 정하고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과 분리시킬 때 벌어진다. 언론의 정치적 편향보다 더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는 바로 이런 정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분리에 있는 셈이다.
결국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언론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공공성을 위한 언론의 보도란 단순한 객관성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제도정치의 가장 큰 이벤트가 벌어지는 대선과 같은 시기에 우리 삶의 어떤 문제들이 정치로 풀어갈 수 있는지의 요구와, 그런 문제들을 지금의 정치가 감당할 수 있는지의 물음을 던지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engagement)이 바로 언론의 공적 역할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2007년과 2012년, 단지 5년 사이에 우리 언론의 공적 역할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아니, 질문을 달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언론의 공적 역할은 얼마나 빈곤해 졌는가로 말이다.

김동원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media@mediaus.co.kr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MBC 표절 보도는 과학계 기준으로 볼 때 억지주장


이글은 한겨레신문 과학블로그 사이언스온 2012-10-02일자 기사 'MBC 표절 보도는 과학계 기준으로 볼 때 억지주장'을 퍼왔습니다.

'대선 과학쟁점 언론보도' 검증   

MBC의 '안 후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보며- 고영규 고려대 교수

» MBC 보도 화면. 출처/ MBC

철수 박사의 논문에 표절시비가 일고 있다. 2012년 10월1일 MBC가 방영한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사실인지 억지인지 따져 보자.

이공계 논문은 오랜 기간 실험 데이터를 축적한 뒤 2~4 주 동안의 논문 작성을 통해서 발표된다. 이공계에선 실험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데이터 조작, 테이터 베끼기 등이 연구윤리에서 가장 큰 범죄행위이다. 서OO의 학위 논문과 비교했을 때 안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어디에도 데이터 조작 및 베끼기를 한 흔적이 없다.

어떤 문장을 다른 문장과 비교했을 때 일곱 단어가 연속해서 일치하면 표절이라고 정의한다. 엄격한 표절의 정의에 의하면 서론, 연구내용, 결론 등에서 안박사와 서OO 논문엔 표절 관련성이 전혀 없다. 

두 논문의 방법에서 볼츠만 방정식을 유도한 내용이 일치하였다. 두 논문에서 기술한 볼츠만 방정식은 19세기 볼츠만이 발견한 것으로 과학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론이다. 이공계 과학자들이 논문을 작성할 때 명백한 사실 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을 기술할 때 인용논문을 첨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DNA 구조가 이중나선이라는 사실은 명확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기술할 때 왓슨-크릭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안철수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이라고 제기한 MBC 보도는 사실보도가 아닌 억지보도이다. 경악스럽게도 MBC 보도엔 어떤 과학자의 인터뷰도 없었는데, 이는 표절을 확인해 준 과학자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MBC가 사실에 기반한 보도(fact-based news)를 해 주길 기대한다.

고영규 교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