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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9일 화요일

KBS 보고서 “박근혜 후보 유리한 보도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8일자 기사 'KBS 보고서 “박근혜 후보 유리한 보도했다”'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연구결과 “중계방송 수준 못 벗어나”… 책임론 제기될 듯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의뢰해 18대 KBS 대통령 선거보도의 공정성 연구를 수개월 간 진행한 결과 대선 보도가 양적·질적으로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KBS노사가 참여하는 대통령선거 공정방송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연구로, 대선보도에 대한 공정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현재로서 가장 권위 있는 결과에 해당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주 KBS노사에 전달됐다.
18일 미디어오늘이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연구진은 “KBS가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보도를 함으로써 기계적 공정성 확보는 성공했지만 상황적 논리에 대한 고려보다 일률적인 균형보도를 취하며 유권자에게 후보자간 정책적 차별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어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 비해 보도 내용상의 전체 항목에 걸쳐 우호적 요소가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며 “공정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준수되어졌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는 길환영 KBS사장이 신년사에서 “KBS가 총선·대선을 가장 공정하고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연구는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동윤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크게 보도의 형식, 내용, 프레임, 영상요소를 공정성 척도를 위한 분석틀로 설정하고 인터뷰 형식과 빈도, 보도 분량, 자료화면, 자막, 앵커의 태도, 후보자 이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이전 100일 간의 KBS 대선보도를 모집단으로 설정, 364건의 뉴스를 분석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선거 보도량은 선거 의제 개발, 유권자의 정치참여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16대, 17대 대선에 견주어 이번 18대 대선보도의 보도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 걸린 KBS로고. ⓒ정철운

보도는 공정했을까. 양적인 균형은 어느 정도 맞췄다는 평가다. 대선관련 보도 분량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05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913초,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11초로 나타났다. 3자 구도이던 2012년 9월 19일부터 11월 23일(안철수 사퇴)까지의 시기는 박 후보 881초, 문 후보 940초, 안 후보 910초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문 후보 분량이 많은 것을 두고 “9월 16일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이뤄진 앵커대담에서 133초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도의 양과 달리 구체적 내용에선 차이가 드러났다. 리포트의 자료화면 여부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만 다룬 58건의 리포트 중 31건에서 자료 화면이 있었다. 반면 문 후보만 다룬 43건의 리포트 중 자료 화면은 17건에 불과했다.
또한 뉴스보도의 시점별 앵커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3자구도 당시 앵커의 부정적 보도태도가 25.8%를 나타냈다. 그런데 안 후보 사퇴 이후 양자구도에서 부정적 보도태도는 6.8%로 급감했다. 이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후보자별 앵커 보도태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전체 박 후보 보도의 8.6%(58건 중 5건)에 그쳤던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 보도의 경우 부정적 태도가 전체의 60%(30건 중 18건)에 달했다. 리포터의 보도태도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46.7%가 부정적이었던 반면, 박 후보는 부정적 보도태도가 5.2%에 불과했다.
화면 영상에서는 후보 간 차이가 좀 더 명확했다. 박 후보의 경우 클로즈 샷이 55.9%로 제일 많았지만, 문 후보는 미디엄샷이 50.5%로 제일 많았다. 안 후보 역시 미디엄 샷이 52.6%로 제일 많았다. 연구진은 “장면을 가까이 비추는 클로즈샷은 박 후보에게 많이 사용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는 미디엄 샷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표정도 박 후보는 웃는 모습이 가장 많은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경직된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 대선 기간 중 KBS '뉴스9'의 화면 갈무리.

이 같은 연구보고서는 KBS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공동 추진했던 만큼 그 결과를 두고 길환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KBS가 각 후보자나 정당이 구축한 프레임을 단순히 전달하는 경향성이 매우 높은데 반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해 단순히 후보자 캠프가 구축한 프레임을 중계방송 하듯이 사실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이어 “KBS의 대선보도 대부분이 형식적 차원에서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많았다. 선거의제 개발, 후보자 평가, 정책검증 등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규범을 수행하는데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힌 뒤 “기계적 공정성이 선거 보도의 절대선이 될 수 없다. KBS는 과연 최선의 보도를 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영상요소의 공정성에 대한 가치와 규범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당초 지난 1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발표일이 한 달 미뤄졌다. 이를 두고 KBS새노조는 “사측이 보고서를 사전에 입수해 연구자들에게 수정을 요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국민의 알권리인가, 취재원에의 접근권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4일자 기사 '국민의 알권리인가, 취재원에의 접근권인가'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

▲ TV조선 '뉴스와이드 참'은 지난달 26일 안철수 전 후보 캠프 옆 건물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소동을 전화연결을 통해 30여분간 생중계했다. 뉴스 화면 캡쳐.

지난 달 26일 공평동 안철수 전 후보 캠프 옆 건물에서 벌어진 ‘자살소동’을 생중계한 TV조선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권고’ 제재를 내렸다고 한다. 제재의 이유는 장시간 중계 및 모자이크 미처리, 특정후보에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자막 등이 야권에 불리한 보도였다는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이기 때문에 보도내용 및 방식에 대한 심의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이지만, 이런 정치적 편향성을 잠시 제쳐놓고 본다면 TV조선의 생중계는 미디어와 현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자막이나 앵커의 멘트, 전화통화 등을 제외한다면 당시의 생중계는 그야말로 사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리얼’한 보도였다. 흔히 객관성이나 공정성의 시비가 붙는 경우가 편집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생중계는 다른 방송사와 같이 3분 정도의 뉴스 리포트 꼭지로 편집하지 않고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 ‘객관적’ 보도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소동 당사자와 전화연결까지 해서 그의 주장을 가감없이 전달해 주었느니 철저한 ‘사실성’을 충족하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미디어가 자살 소동과 같은 현실의 이벤트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는가라는 전통적인 반영론적 관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방송심의의 경우에도 불공정성의 판단 기준은 방송이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의 문제에 주로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반영이나 재현 기구로서 미디어를 보지 말고, 미디어를 자신이 보도하는 사건에 개입한 또 다른 행위자로는 볼 수 없을까? 다시 말해 TV조선의 카메라와 기자가 ‘자살소동’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생중계를 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연결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결국 TV조선의 ‘자살소동’ 생중계의 문제점은 보도의 공정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작 심의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건 자막이나 앵커의 멘트라기보다 “그들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그 자체”가 아니었을런지.
현실을 있는 재현하는, 그래서 현실을 대상화하는 미디어가 아닌, 미디어의 존재 자체가 자신이 보도하는 사건의 일부를 이루는 상황은 며칠 전 역삼동 오피스텔의 국정원 직원 취재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사후 가정은 부질없겠지만, 만일 문 후보측의 인터넷 생중계가 없었다면,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없었다면 밤 12시를 훌쩍 넘겨버린 지리한 공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국정원은 민주당이 직원을 미행함으로써 사생활 침해를 했다고 주장하며, 새누리당 또한 민주당이 일주일 간 사찰을 감행하며 인권을 짓밟았다고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당일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의 인산인해로 벌어진 진풍경을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도리어 문 후보 측의 인터넷 생중계는 사생활 침해로 질타를 받으면서도 단지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같은 현장에 있던 방송3사의 카메라들은 면죄부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지적에 예상되는 대응은 바로 ‘국민의 알권리’일 것이다. TV조선의 투신자살 소동 생중계 시에도 앵커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생중계를 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 취재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당연히 현장에 있었어야 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말하는 “국민의 알권리”란 시청자들의 권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취재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의 기만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다. 물론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에 취재를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것과 다른 언론사들에게 속칭 ‘물먹지 않기’ 위해 취재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그리고 숱한 카메라와 기자들의 인산인해가 신속한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협의를 통해 현장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미디어가 현장에 어떻게 있었는지는 그 자체로 취재원의 전혀 다른 발언과 행동을 끌어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어쩌면 미디어의 이데올로기란 그 내용의 편파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정치적 행위자로 영향을 미쳐, 자신이 일부가 된 그 사건을 마치 자신이 없었던 상황인 것처럼 보도하는 알리바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공영방송 권력형 불량서비스에 대한 총평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3일자 기사 '공영방송 권력형 불량서비스에 대한 총평'을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후보 지지선언, ‘기계적 중립’ 보도의 정치공작

“나훈아 짝퉁 너훈아도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호소.”
네이버에 ‘박근혜 지지’라는 검색어로 치자 나오는,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업데이트 정보. 12월 12일 박후보가 도착하시기 전 울산 유세장에서는 그렇게 나훈아 아닌 너훈아씨가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엔)이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재미나다. ‘공영방송’ 뉴스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트로트 부르는 설운도가 있고, 한물 간 개그맨 김종국도 있다. 누군들 빠질 소냐. 모두 다 나와라. 신바람 나는 한판이다. 노래하고 까불고 춤추면서, 모두가 선거판에 뛰어든다. 연예인, 스포츠맨, 작가 가릴 것 없다. 정치의 시간은 그렇게 도래했다. 한참 오래된 일이니, 세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정치의 대중(이벤트)화. 아니면, 일찌감치 크라카우어가 간파한 사이비 정치판의 ‘대중장식(mass ornament)’화? 
어떻게 읽든지 간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충성을 약속하는 꼴은 이제 한국 선거정치의 명백한 현실로 자리 잡았다. 일종의 유행이고, 피하기 힘든 유혹이다. 온갖 인기인들과 각종 단체들의 지지로 대중여론을 장악하라! 확실한 공작정치다. 막바지에 이른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연출되는 반복적 현상. 이런저런 간판을 내세운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울 것이다. 뭐라 쓴 플래카드를 걸고는, 나란히 카메라 앞에 도열한다. 그리고 엄숙하게 선언한다. ‘우리’는 어쩌고저쩌고 해고 그(녀)를 지지한다! 이런 지지의 정치(공)학에서는 무엇보다 카메라에 잡히고, 방송을 타며,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지지를 표한 들,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도루묵. 그래서 지지자들은 불나방처럼 카메라를 찾는다. 
행사 주최 측도 국회와 같이 기자들이 모일 장소만 노린다. 저녁 방송 선거보도에 온갖 지지 선언 뉴스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제, 거꾸로 뒤집어, 줄줄이 이어지는 많고 많은 지지 선언 기자회견 중 대체 어떤 것들이 왜, 어떤 기준에 기초해서 보여주는지, 방송 뉴스 구성의 방법론과 현실 생산의 메커니즘을 한번 살펴보자. 텔레비전은 어떻게 대선후보자 지지선언을 재현하나? 외설 종편은 논외로 하자. 문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하나마나한 소리일 듯싶어 그러하다. 하기야 지상파 TV에 대해서도 말해봐야 입만 아픈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저널리즘의 최소 요건 준수를 기대해야 하고, 이에 비춰 문제를 살펴보고 위반의 사항을 단호히 고발해야 한다. 문제가 보일 시, 그 시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 11일자 SBS 8뉴스 화면 캡처.

얼마 남지 않은, 그렇지만 더 이상 여론조사가 발표되지 않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KBS와 MBC는 어떻게 후보자 지지선언의 헤게모니 정치학을 매개하고 있는가? 선한 정치를 행하는가, 아니면 악한 공작에 가담했나? 답을 찾는 것은 간단하다. 다음과 같은 원칙에 비춰 비교 분석해 보면 된다. KBS와 MBC 공영방송은 후보자 지지 선언을, 뉴스의 가치에 비춰, 정치적 판단과 토론에 도움 주는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는가? 11일에 있은 정운찬씨 등 전직 장관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예로 해서 살펴보자. 공영방송은 이 이 뉴스를 어떻게 다루는 게 맞나? 과연 실제로는 어떻게 다루었을까? 참고로 부터 먼저 살펴보자. 비교를 위해서다. 첫 번째 박근혜 후보 동정 기사에 이은 두 번째 문 캠프 유세 관련 뉴스 말미에 다음과 같이 갖다 붙이고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에 공감하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수성 전 총리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재미난 것은, 박후보 관련 첫 번째 기사 말미에서도 SBS는 다음과 같이 절묘한 형평의 미덕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봉걸 씨를 비롯해 전국씨름연합회 천하장사단 18명은 씨름 중흥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이 얼마나 절묘한 기계(체조)적 균형감인가? 한물 간 천하장사 18명의 무게감으로 정운찬 등 전직 정치인들의 중량과 밸런스를 맞춰준다. 기막힌 정치적 감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똥찬 평형감각에 비춰, 그렇다면 당일의 MBC 저녁 메인뉴스는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100% 싱크로다. 아니다. 다르다. 꼼꼼히 기사를 들여다보시라.

▲ 11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디테일에서는 여전히 미묘한, 의미심장한 차이가 발생한다! 똑 같이 첫 번째 박 후보 유세 뉴스에서 기자는 “또 이봉걸씨 등 씨름연합회 천하장사단과 전직 대사, 해양수산계 인사들이 박근혜 후보 지지대열에 합류했습니다.”라고 쓴다. SBS 뉴스보다 좀 더 풍성해졌지 않은가? 전직 대사도 합류했고, 해양수산계 인사들도 모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 후보측 관련 뉴스에서는? 기자는 다음과 같이 딸랑 한 줄로 정리하고 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운찬 이수성 전 총리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그걸로 끝이다. SBS의 기술보다 더 뛰어난 고 난이도의 플레이라 할 것인가? (SBS8뉴스)에게 ‘기계적 중립성’ 측면에서 10점 만점을 준 당신은, 이렇듯 실력 발휘한 MBC (뉴스데스크)에게는 대체 얼마나 높은 점수를 주실 텐가? 지지선언 보도는 이렇듯 박을 띄우고 문을 깎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제 마지막으로 점검할 채널은 KBS. 악명의 낙하산 사장이 날아가고 대신에 무명의 듣보잡 사장이 들어선 우리의 ‘국가기간방송’ ‘국민의 방송’. 같은 날 뉴스를 까보자. “이봉걸씨 등 천하장사단 19명과 전직대사 모음 등 박 후보지지 선언은 잇따랐습니다.” “막판 세 불리기도 가속화 돼, 보수 성향인 정운찬․이수성 전 총리가 문 최고 지지에 동참했습니다.” 어떠하신가? SBS의 판박인가? MBC보다 나은 듯해 다행인가? 그 정도의 ‘중립성’이면 됐다고 봐줄 것인가? 박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은, 그게 누구든 거의 빠트리지 않고 카메라로 잡고 뉴스로 내주던 채널이다. 그런 정황에 비춰볼 때, 균형은 한창 무너진 것 아닌가? 공정한 플레이, 균형감 있는 퍼포먼스라고 평가할 수 없다. 기계적 중립의 교묘한 잣대는 KBS 대선보도를 치명적으로 옥죄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치적/공적 기능을 억압한다. 
요컨대 내용이나 의미와 관계없이 그냥 (정운찬 이든 누구든) A는 (이봉걸이라도 괜찮으니) B로 맞춰주는, 기계체조적인 균형 감각의 대선 보도를 우리는 지상파 TV에서 지켜보고 있다. 모른다. 이러다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너훈아 같은 이가 지상파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와 명분으로 온갖 사람과 단체들이 이미 저녁 뉴스를 타지 않았나? 기계적 균형조차 포기한 공영방송은 특정 후보에 대한 특정 세력의 일방 지지를 뉴스로 포장해 중계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보수권력 선전에 음모적으로 가담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지지 선언의 단순 중계, 일방 뉴스, 기계적 보도는 이 땅의 정치가 얼마나 반동적으로 돌아섰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지금의 단순 기계적 지지 선언 관련 뉴스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대사에 임하는 한국 방송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을 그대로 드러낼 따름이다.    
중립의 기계주의는 단순히 후보자 지지 선언 보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영방송’ 뉴스의 대세이고 지상파 TV의 보편현상이기 때문에 위험하며, 더욱 교묘한 편파방송과 연동되어 있기에 매우 불순하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현 정권 들어 철저하게 붕괴된 공영방송 뉴스의 최악의 서비스를 선거라는 결정적 국면에서 비극적으로 목도하고 있다. 해체된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대미! 우울하고 두려운 미래의 전경이기도 하다. 파탄에 이른 공영방송 뉴스는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정치과정마저 얘 장난 같은 유아적 게임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정치 진보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결국 이번 대선 보도는 종편에서의 외설적 정파 저널리즘 탄생과 더불어,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공영방송’의 권력형 불량서비스를 총평으로 정리되고 마는 것인가?   

전규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mediaus@mediaus.co.kr

방송3사 대선보도 ‘축소 편성·단순 중계·편파성 심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12일자 기사 '방송3사 대선보도 ‘축소 편성·단순 중계·편파성 심화’'를 퍼왔습니다.

ㆍ종편은 ‘불공정’ 물량공세로 유권자 판단 흐리기도

18대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대선 뉴스 비중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하면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적 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후보자의 자질이나 공약을 검증하기보다는 ‘오늘은 어느 후보가 뭘 했더라’는 식의 동정 보도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분량 자체도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방송의 편파성 시비도 대선 과정에서 증폭되고 있다.

■ 방송3사, 대선 뉴스는 ‘실종’

대선 투표일 2주 전인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 종합 메인 뉴스에서 대선 보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6분의 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3사가 방송한 뉴스 463건 가운데 대선 보도는 81건(17.5%)에 불과했다. 갑자기 추위와 폭설이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한파 보도(104건·22.5%)가 훨씬 많았다. 특히 MBC는 한파 보도(41건)가 대선(22건)의 2배에 육박했다. MBC는 지난 6일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소식도 7건의 한파 소식을 보도한 이후인 8번째 뉴스로 내보냈다.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 소식은 다음날 9개 조간신문이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MBC는 같은 기간 7일 가운데 5일을 첫머리에 날씨 기사를 배치했다.

이번 대선은 ‘야권 후보 단일화’ ‘양강 후보의 접전’ 등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판세가 기울었던 5년 전 17대 대선에 비해 실제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선보도 모니터단이 지난달 한 달간 메인 뉴스의 보도를 5년 전과 비교한 결과 대선 보도 분량이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건수 기준으로 KBS는 2007년 11월의 50.2%, MBC는 42%, SBS는 51.8%였으며 3사를 합하면 47.8%에 그쳤다.

보도 건수가 줄어들면서 적은 시간에 뉴스를 소화하려다 보니 대선 보도는 대부분 후보들의 유세지역을 따라다니며 공방을 단순 중계하는 식에 그치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방송 뉴스의 존재는 거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전광판’ 신세와 같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보도량 부족뿐 아니라 편파성 논란도 여전하다.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방송3사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단독으로 화면에 나온 비율이 13%로 가장 많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5.7%, 문재인 후보는 4.8%에 그쳤다. 보도 시간도 차이가 났다. 복수의 후보를 다룬 보도에서 박 후보는 평균 50초, 문 후보는 36초, 안 전 후보는 33초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사 프로그램 을 통한 감시·견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 빈자리는 종편의 편파보도가 대체

지상파 방송이 대선에 쏟아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채워주지 못하면서 빈자리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물량공세’로 채워지고 있다. 보도 외에도 교양, 드라마, 연예·오락 등을 종합적으로 편성해야 할 종편의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지난 3~9일 종편에서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내보낸 시간은 채널A가 하루 평균 15.9시간으로 가장 많고 MBN 15.3시간, TV조선 13.2시간, JTBC 6.4시간으로 나타났다. JTBC를 제외한 3개 채널에서 절반 이상을 보도·시사에 할애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이다. 종편4사는 18대 대선과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18건의 제재를 받았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요인이 되는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를 받은 것도 7건에 이른다. 진행자의 특정 후보 편들기나 출연자의 여과 없는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야권 단일화는) 더티한(더러운) 작당, 슈퍼마켓에서 파는 ‘원 플러스 원’ 상품”과 같은 식의 발언이 뉴스 앵커와 출연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학계 차원에서 세심한 분석을 통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박근혜 후보가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8일자 기사 '박근혜 후보가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고?'를 퍼왔습니다.
[방송 5사 대선보도] 전지적 시점 주관적 언어 많아… MBC 보도 편파성

방송사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행보를 주관적인 언어로 표현하면서 결국 홍보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팀은 KBS MBC SBS YTN OBS 5사의 지난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메인뉴스 대선보도를 분석한 결과 “정당의 선전 언어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후보의 입장이 돼서 방송 보도를 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는데 대선에서 패할 경우 “정치 인생을 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주관적 표현으로 박 후보의 사퇴 소식을 전해 물의를 빚었다. MBC의 경우 “비장한 각오를 밝혔습니다”, SBS YTN OBS는 “배수진을 쳤습니다”, SBS는 또한 “불퇴전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YTN은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MBC가 안철수 후보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박근혜 후보의 반응을 톱으로 배치한 모습.

최 교수팀은 “선거 기간에는 최대한 보도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후보나 정당이 사용하는 선전 언어는 먼저 진정성을 따지면서 여과를 할 필요가 있고 보도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으면 반드시 인용 보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니터 결과 MBC는 유독 보도순서와 보도 내용에서 여권의 편향성이 두드러졌다.

KBS SBS OBS가 27일 대선 후보 등록 시작,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톱으로 배치한 반면 MBC와 YTN은 박 후보 사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다.

MBC는 논란이 일었던 박근혜 출산 그림에 대한 새누리당의 수사 의뢰 소식을 유일하게 보도했지만 다른 방송사들이 앞다퉈 보도했던 안철수 전 후보의 상경소식은 기자의 언급으로 간단히 처리했다.

최 교수팀은 “그럴 만한 사안이 아닌 것을 크게 키워주는 ‘부각’과 보도되어야 할 것은 보도하지 않는 ‘생략’은 대표적인 편파 왜곡 사례”라고 지적했다.

MBC는 뉴스의 중요성을 떠나 새누리당의 반응을 우선 배치하는 보도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안철수 전 후보 사퇴와 관련해 MBC는 새누리당 반응, 문재인 후보 반응, 안 전 후보 사퇴 배경, 안 후보 사퇴 반응 순서로 보도했다. 반면 다른 방송사들은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와 지지자 반응, 문재인 후보 대응에 이어 새누리당 반응을 배치한 것과 차이가 났다.

최 교수팀은 “새누리당 우위의 기득권 정당 프레임에 안철수 사퇴 이슈를 짜 맞춰 이슈를 희석”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박근혜에게 묻지 못하고, '복심'에게만 묻고 있는 언론의 무능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15일자 기사 '박근혜에게 묻지 못하고, '복심'에게만 묻고 있는 언론의 무능'을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이데올로그의 세상, 이데올로그의 대선

 
▲ 8일 박근혜 후보가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을 마치고 외신기자들과 악수를 하고 잇다. ⓒ뉴스1

말이 많은 대선 국면이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말을 많이 하는 이들이 많은 대선 국면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정치평론가들이 제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를 비롯해 신율, 고성국, 윤창중, 박상헌, 유창선, 전원책에 이르기까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미디어를 종횡무진 중이다.
진중권과 변희재의 토론은 그 백미였다. 기존의 대중 매체에 몸을 싣기보다는 아예 새로 판을 짜 인터넷 생중계를 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의 말들이 유령처럼 미디어에 떠다녀도 정작 기억에 남는 말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생식기” 하나 정도가 뇌리에 남을 뿐이다. 양에 비해 영양가는 제로에 가깝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매체환경의 변화만으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종합편성 채널이 제 콘텐츠를 채울 역량이 못되기 때문에 대담 프로그램만으로 시간을 메우고 있다고, 혹은 SNS의 일반화로 이제야말로 말이 주요한 사회적 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핵심을 놓친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마(大馬)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대마에게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대마의 말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이 많은 것은 말이 없는 것의 이면이다. 우리는 자주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음을 감추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 대마가 침묵하니 그 침묵을 대신하기 위해 수많은 이데올로그들이 대마의 복심을 자임하며 말을 건넨다. 미디어가 말을 끌어내지 못하니, 미디어는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자 한다.
지금의 대선국면에서 보이는 복화술의 향연은 기실 수 년 전부터 예상되어 왔던 바다. MB 정권의 시작과 더불어 기획된 언론 장악과 그에 따른 심층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위축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위축시켰다. 진실이 방기되니 거짓과 추측, 의혹과 공방만이 미디어를 배회할 뿐이다.
MB 정권을 비판하는 가 역설적으로 “가카” 헌정방송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실을 전하지 못하는 미디어, 말을 끌어내지 못하는 미디어에 대한 실망감이 풍선효과를 낳고 로 부풀어 올랐다. 이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말을 떠벌리고 있다. 말에 대한 책임은 나중 일이다. 증명은 없고 주장만 남았다. 정작 말의 진실을 캐고 말을 거르는 언론이 제 책임을 못하니 말은 말을 더하며 수다스러워지고, 수다는 다른 수다로 뒤덮여 빈 수레의 요란한 소음만을 증폭하고 있다.

▲ 네덜란드 언론의 기자 바스 베르베익(Bas Verbeek)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 후보가 연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 참가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의 아무 내용 없는 긴 연설을 듣고 있다"며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만 한 단어도 구체적인 정책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물론 모든 대마가 묵언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주례 연설은 100회를 넘어 오늘까지 방송중이다. 그 어떤 대통령도 이렇게까지 말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허나, 그 일방적 외침을  말이라 할 수 있을까. 대화를 전제하지 않는 말을 사람의 말이라 할 수 있을까? 말을 말이게끔 만드는 것은 상대방의 반응이다. 청자의 표정, 반응, 질문이 화자의 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말에 내용을 더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미디어가 대마의 말에 어떤 반응을 했던가를 생각하면 절망스럽다. 비단 대통령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지금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의 말 또한 마찬가지다. 드물게 대마가 말을 건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말에 살을 더하고 진실을 파헤쳐야 할 언론이 제 책임을 못하고 단순히 중계하는데 자신을 멈추면 말은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말은 자신들에게 되돌아갈 뿐이며, 단지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려는 영역 표시의 외침 밖에 되지 못한다. 시끄러운 침묵의 순간이다.
“원인이 부재할 때 결과들이 번성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말이다. 원인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정신 병리적 현상이 지속된다는 이야기겠다. 원인을 제대로 밝히는 일이 결과를 한정하고 정리하는 길이다.
이 말은 우리의 대선 정국에도 해당한다. 수많은 말의 향연이 대선 정국을 뒤덮고 있다. 그 자체로 정신 병리학적이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원인이, 다시 말해 대마가 직접 말을 하게끔 해야 한다. 혹 회피한다면 이를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하고 못 배길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 아니던가. 대마가 제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말을 하고, 이에 대해 타자의 반응을 겸허히 수용하며 대화할 수 있을 때, 지금의 이데올로그들의 소음은 일거에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홍성일 /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  mediaus@mediaus.co.kr

야권 단일화가 '알까기'? 막가는 MBC 뉴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15일자 기사 '야권 단일화가 '알까기'? 막가는 MBC 뉴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MBC 등 지상파 대선보도 최악... 김재철·길환영 편파성 논란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방송3사 야권단일화 부정적 전망 가득''방송3사, 새누리 맞춤형 의제 왜곡...유권자 의제는 무관심'''최악의 대선보도' 선정 3번째...MBC 저널리즘은 무너졌다''봇물 터진 여론조사 결과보도... 오차범위 무시에 편파적 문항까지'

방송사들의 편파보도를 경고하는 메시지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대선이 불과 34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도들이 전파를 타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가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트위터와 누리꾼들로 구성된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의(공정보도실천위) 등이 내놓은 최근 방송보도 모니터 결과와 논평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사들의 대선보도가 지독한 편파보도로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후퇴시키는 모양새다. 게다가 선거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방송사들의 그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 후보 토론회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방송사들 동정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후보가 TV토론회 참석을 기피하면서 빚어진 기현상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야권 단일화'갈등 부각... 투표시간 연장은 정쟁 보도 

▲ 지난 11일 방영한 MBC <주말 뉴스데스크> 한 장면 ⓒ MBC

'2012 대선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이 8일과 14일 내놓은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편파보도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방송3사는 야권후보 단일화 관련 보도에서 주로 '갈등'이나 '경쟁구도'를 부각했고, 민주통합당 인적쇄신과 관련해서도 '당 내홍' 등으로 전하면서 부정적으로 내보냈다. 

반면,'참정권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입법청원, 국민서명 등 유권자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방송3사 중 이를 심도있게 다룬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모니터단의 지적이다. 특히 방송3사는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직결된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정치권의 '정쟁'으로 치부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유권자운동은 외면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사들은 야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회의적 전망을 내놓거나 경쟁구도를 부각하는 한편, 보도 앞뒤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를 덧붙이는 등 야권 단일화에 대한 흠집내기 보도로 일관해 '야권 단일화'의 긍정적 측면을 퇴색시켰다. 이에 더해 MBC는 단일화 협의를 '문-안 두 후보의 알까기'에 비유하는 시사만평을 내보내는 등 부정인식 심기에 가장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KBS와 MBC는 순환출자 제한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갈등은 축소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박 후보와 새누리당 내부의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방송사들의 편파성 논란은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전국언론노조 공정보도실천위가 지난 12일 발간한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주무르는 나쁜 관행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소개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응답 내용에 결정적인 문항내용을 편향적으로 구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분석을 본문과 기사 제목으로 편집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변동하는 것을'상승' 또는 '하락'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정보도실천위는 MBC가 지난달 2일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지에 박근혜 후보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MBC의 '박근혜 후보' 관련 문항은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며 판단 유보를 유도하는 내용을 미리 전달한 뒤 의견을 물었다. 또한 답은 '긍정', '부정','판단 유보','모름' 순이었는데, MBC는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판단 유보' 비율을 전하지 않았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경우 MBC는 정반대로 문항을 구성했다. MBC는 응답자에게 "안철수 후보에 대해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등과 관련한 논란이 있습니다"라고 전한 뒤 질문을 던지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먼저 배치하기도 했다.

"MBC, 저널리즘 무너졌다"... '최악 대선보도' 3회 연속 선정 

방송사들 중 MBC 편파보도 논란은 이번 대선 기간 중 가장 뜨겁다. "MBC 저널리즘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흘러나올 정도다. 지난 7일 '공정언론공동행동' 주최로 열린'MBC 제작시스템과 보도, 어떻게 망가졌나'란 주제의 보고대회는 MBC 보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편파성 논란에 휩싸여 있는 핵심 원인을 "김재철 체제 하에 무너진 취재윤리"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MBC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만 적극적으로 띄울 뿐, 야권 후보 관련 보도는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2012년 11월7일 MBC <뉴스데스크> ⓒ MBC

여기에다 공정보도실천위의 '트위터·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에 MBC는 3회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편파보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트위터·누리꾼들의 다섯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 공모'에서 지난 7일 방송된 MBC의 '새누리 "밀실 야합·정치공세"…여성 대통령이 쇄신' 보도가 '최악'으로 선정됐다. 

언론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누리꾼들로 꾸린 공정보도실천위는 지난달 MBC가 를 통해 내보낸 '안철수 후보의 편법 증여 의혹'과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의 두 기사를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한 바 있다. MBC가 다른 보수언론사들을 제치고 3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된 것은 대선을 앞두고 MBC의 편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이런 상황은  MBC 김재철 사장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12일 'MBC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음에도 김 사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아 국회까지 능멸했다는 비난을 샀다. 4번이나 국회출석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야당이 그를 국회 모욕죄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까지 나올 정도다. 

수상한 새누리당·박근혜, 김재철 해임 저지 개입 논란 

더욱 수상한 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태도다. 앞서 여야는 김 사장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국회 출석을 3회째 거부하자 청문회를 열기로 함께 뜻을 모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상황을 갈등국면으로 몰아갔다.

▲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이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

결국, MBC 청문회 개최 안건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청문회 당일인 12일 오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전원 불참했다. 김 사장 증인출석 거부에 이은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는 끝내 파행을 빚고 말았다.

방송사 노조의 반발과 언론계·학계·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사장은 당당하고 뻔뻔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의 '봐주기' 또는 '훈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 MBC 김 사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양 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추천)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진의 일부 여권 추천 이사들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지난달 하순 김 사장 해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두 사람의 개입으로 합의가 무너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해임안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 주장대로라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김재철 체제'를 사수하려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전 "공영방송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던 박 후보의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 청문회 불발과 방문진 해임안 부결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진행됐다. 암묵적 동의와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길환영씨 KBS 사장 임명...KBS도 MBC처럼?

공교롭게도 KBS 이사회가 지난 9일 길환영 부사장을 새사장 후보로 뽑았다. 길환영 부사장이 누구인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일해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문,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편성 파문 등으로 '편파방송의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장본인 아닌가. 

지난해 2월 KBS 새노조가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도 88%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사장을 뽑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KBS 이사회는 전체 11명. 이들 중 7명이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여당 추천인사가 훨씬 많은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가 개입해 MBC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불신과 편파성 시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친여 편파보도 지적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은 '편파 방송'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야권 단일화 회동 이후 방송 3사의 보도비중이 현저하게 형평성 잃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회동 제의 이후부터 보도 양을 시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보도 분량이 다른 후보보다 현저히 적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권 실장은"내용면에 있어 편파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각 방송사가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형평과 균형을 맞춰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세 후보에 대해 3분의 1씩 보도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후보 단일화할 쪽을 50%, 박근혜 후보를 50% 보도하는 게 맞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민언련과 언론노조 등의 분석을 보면,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지상파 방송 보도는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편파성'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 체제가 여당과 현 정권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구도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방송사 보도가 박 후보한테 유독 편파적"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다.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를 아예 '박근혜 뉴스'로 도배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가 없다. 

박주현(parkjh)

야권 단일화가 '알까기'? 막가는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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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 MBC 등 지상파 대선보도 최악... 김재철·길환영 편파성 논란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방송3사 야권단일화 부정적 전망 가득''방송3사, 새누리 맞춤형 의제 왜곡...유권자 의제는 무관심'''최악의 대선보도' 선정 3번째...MBC 저널리즘은 무너졌다''봇물 터진 여론조사 결과보도... 오차범위 무시에 편파적 문항까지'

방송사들의 편파보도를 경고하는 메시지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대선이 불과 34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도들이 전파를 타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가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트위터와 누리꾼들로 구성된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의(공정보도실천위) 등이 내놓은 최근 방송보도 모니터 결과와 논평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사들의 대선보도가 지독한 편파보도로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후퇴시키는 모양새다. 게다가 선거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방송사들의 그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 후보 토론회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방송사들 동정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후보가 TV토론회 참석을 기피하면서 빚어진 기현상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야권 단일화'갈등 부각... 투표시간 연장은 정쟁 보도 

▲ 지난 11일 방영한 MBC <주말 뉴스데스크> 한 장면 ⓒ MBC

'2012 대선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이 8일과 14일 내놓은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편파보도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방송3사는 야권후보 단일화 관련 보도에서 주로 '갈등'이나 '경쟁구도'를 부각했고, 민주통합당 인적쇄신과 관련해서도 '당 내홍' 등으로 전하면서 부정적으로 내보냈다. 

반면,'참정권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입법청원, 국민서명 등 유권자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방송3사 중 이를 심도있게 다룬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모니터단의 지적이다. 특히 방송3사는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직결된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정치권의 '정쟁'으로 치부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유권자운동은 외면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사들은 야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회의적 전망을 내놓거나 경쟁구도를 부각하는 한편, 보도 앞뒤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를 덧붙이는 등 야권 단일화에 대한 흠집내기 보도로 일관해 '야권 단일화'의 긍정적 측면을 퇴색시켰다. 이에 더해 MBC는 단일화 협의를 '문-안 두 후보의 알까기'에 비유하는 시사만평을 내보내는 등 부정인식 심기에 가장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KBS와 MBC는 순환출자 제한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갈등은 축소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박 후보와 새누리당 내부의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방송사들의 편파성 논란은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전국언론노조 공정보도실천위가 지난 12일 발간한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주무르는 나쁜 관행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소개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응답 내용에 결정적인 문항내용을 편향적으로 구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분석을 본문과 기사 제목으로 편집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변동하는 것을'상승' 또는 '하락'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정보도실천위는 MBC가 지난달 2일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지에 박근혜 후보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MBC의 '박근혜 후보' 관련 문항은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며 판단 유보를 유도하는 내용을 미리 전달한 뒤 의견을 물었다. 또한 답은 '긍정', '부정','판단 유보','모름' 순이었는데, MBC는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판단 유보' 비율을 전하지 않았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경우 MBC는 정반대로 문항을 구성했다. MBC는 응답자에게 "안철수 후보에 대해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등과 관련한 논란이 있습니다"라고 전한 뒤 질문을 던지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먼저 배치하기도 했다.

"MBC, 저널리즘 무너졌다"... '최악 대선보도' 3회 연속 선정 

방송사들 중 MBC 편파보도 논란은 이번 대선 기간 중 가장 뜨겁다. "MBC 저널리즘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흘러나올 정도다. 지난 7일 '공정언론공동행동' 주최로 열린'MBC 제작시스템과 보도, 어떻게 망가졌나'란 주제의 보고대회는 MBC 보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편파성 논란에 휩싸여 있는 핵심 원인을 "김재철 체제 하에 무너진 취재윤리"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MBC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만 적극적으로 띄울 뿐, 야권 후보 관련 보도는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2012년 11월7일 MBC <뉴스데스크> ⓒ MBC

여기에다 공정보도실천위의 '트위터·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에 MBC는 3회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편파보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트위터·누리꾼들의 다섯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 공모'에서 지난 7일 방송된 MBC의 '새누리 "밀실 야합·정치공세"…여성 대통령이 쇄신' 보도가 '최악'으로 선정됐다. 

언론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누리꾼들로 꾸린 공정보도실천위는 지난달 MBC가 를 통해 내보낸 '안철수 후보의 편법 증여 의혹'과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의 두 기사를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한 바 있다. MBC가 다른 보수언론사들을 제치고 3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된 것은 대선을 앞두고 MBC의 편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이런 상황은  MBC 김재철 사장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12일 'MBC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음에도 김 사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아 국회까지 능멸했다는 비난을 샀다. 4번이나 국회출석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야당이 그를 국회 모욕죄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까지 나올 정도다. 

수상한 새누리당·박근혜, 김재철 해임 저지 개입 논란 

더욱 수상한 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태도다. 앞서 여야는 김 사장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국회 출석을 3회째 거부하자 청문회를 열기로 함께 뜻을 모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상황을 갈등국면으로 몰아갔다.

▲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이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

결국, MBC 청문회 개최 안건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청문회 당일인 12일 오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전원 불참했다. 김 사장 증인출석 거부에 이은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는 끝내 파행을 빚고 말았다.

방송사 노조의 반발과 언론계·학계·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사장은 당당하고 뻔뻔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의 '봐주기' 또는 '훈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 MBC 김 사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양 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추천)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진의 일부 여권 추천 이사들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지난달 하순 김 사장 해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두 사람의 개입으로 합의가 무너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해임안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 주장대로라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김재철 체제'를 사수하려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전 "공영방송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던 박 후보의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 청문회 불발과 방문진 해임안 부결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진행됐다. 암묵적 동의와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길환영씨 KBS 사장 임명...KBS도 MBC처럼?

공교롭게도 KBS 이사회가 지난 9일 길환영 부사장을 새사장 후보로 뽑았다. 길환영 부사장이 누구인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일해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문,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편성 파문 등으로 '편파방송의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장본인 아닌가. 

지난해 2월 KBS 새노조가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도 88%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사장을 뽑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KBS 이사회는 전체 11명. 이들 중 7명이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여당 추천인사가 훨씬 많은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가 개입해 MBC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불신과 편파성 시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친여 편파보도 지적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은 '편파 방송'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야권 단일화 회동 이후 방송 3사의 보도비중이 현저하게 형평성 잃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회동 제의 이후부터 보도 양을 시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보도 분량이 다른 후보보다 현저히 적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권 실장은"내용면에 있어 편파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각 방송사가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형평과 균형을 맞춰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세 후보에 대해 3분의 1씩 보도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후보 단일화할 쪽을 50%, 박근혜 후보를 50% 보도하는 게 맞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민언련과 언론노조 등의 분석을 보면,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지상파 방송 보도는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편파성'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 체제가 여당과 현 정권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구도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방송사 보도가 박 후보한테 유독 편파적"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다.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를 아예 '박근혜 뉴스'로 도배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가 없다. 

박주현(parkjh)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누가 정말 투표시간 연장을 두려워 하는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14일자 기사 '누가 정말 투표시간 연장을 두려워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

 
▲ 지난 9월 27일 오전11시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노동·시민사회에서 '선거일은 유급공휴일로, 투표는 9시까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2008년 봄 촛불시위가 시작될 무렵으로 기억된다. 청계천 광장에서 시작해 세종로로 흘러 넘친 촛불 행진은 주요 일간지와 여당 내에서 “대의 정치가 사라지고 국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거나 “정치 집회로 변질되어 모든 정책에 이명박 아웃(out)을 외치다 언제라도 반미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으로 인지되었다.1)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리의 정치”에 대한 불안에 다름 아니었다.2) 하지만 촛불 ‘문화제’가 정치 집회로 옮겨가면 안된다는 ‘과도한 정치의식’에 대한 이들의 경고는 불과 두 달 전 이들이 말했던 또 다른 정치를 떠올리게 했다. 이전 해 63.0%라는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과 46%라는 최악의 총선 투표율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정치 혐오증’, ‘정치적 무관심’, ‘정쟁에 지친 실망과 피로감’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촛불이 꺼진 이후 지금까지 촛불의 정치와 대선의 정치는 왜 달랐고, 무엇 때문에 이런 간극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에 적어도 한국의 언론은 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투표

과도한 구분이겠지만 이 두 개의 정치를 제도정치와 그 외부의 정치라고 불러보자. 제도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그 영역과 구성원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선거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거란 송신자인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다양한 메시지를 수신자인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선거 당일은 다시 유권자들이 송신자가 되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숫자로 환원되는 표를 던짐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문제는 이 두 개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있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실로 다양한 형태와 매체가 동원되는 풍부한 기호의 구성물이지만, 유권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직 숫자로만 계산되는 빈약한 기호이기 때문이다. 제도정치의 성패는 어쩌면 이런 비대칭성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단순하고 객관적인 기호로 환원된 지지율만을 정권의 존립근거로 삼을 때, 촛불시위와 같은 거리의 정치는 포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외부의 정치이자 불순세력의 음모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본다면 2008년 촛불시위가 남긴 유산은 반MB 감정의 유포가 아니라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한 대선과 총선이라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빈곤함일 것이다.

일상의 패턴과 투표방식

한국에서 20여 년 간 대선 뿐 아니라 총선 모두 점점 낮은 투표율을 기록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선거 이후의 투표율 분석 등의 기법은 고도로 발전해 왔지만 투표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분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유권자 한 명의 정당과 제도정치에 대해 복잡다단한 감정이 몇 개의 보기 중 하나의 선택으로 계산되듯, 투표하지 않은 이들은 ‘정치적 무관심’이나 ‘냉소’, ‘혐오’와 같은 몇 개의 단어들로 동어반복되어 왔다. 물론 투표하지 않는/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과 정치가 어떤 연관도 없다고 느끼거나, 투표가 일상의 다른 일들보다 우선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정치와 일상 사이의 간극이 심연처럼 깊지 않은 마당에야 다른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지극히 ‘객관적’인 지표를 보자. 최근 발표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보면 2012년 8월 기준 총 1,773만 명의 임금 ‘근로자’ 중 33.3%에 해당하는 591만 명이 비정규직 ‘근로자’이며 이중 70.4%가 30인 미만의 영세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스스로도 2004년 이후 지금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중이 대기업보다 더 커졌다고 보고하고 있다.3) 문제는 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B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에서 올해까지 가장 많이 늘어난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파견, 용역, 재택, 일일 노동자인 “비전형” 노동자들로 4년 전 122만 9천 명에서 182만 6천명으로 48.5%로 한시적 노동자나 시간제 노동자보다 8배 가까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적인 통계수치와 경총의 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시간이 일정치 않고, 일과시간 중 현재의 투표시간에 투표소에 갈 수 없는 비전형 노동자들과 같은 이들의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단순한 정치 혐오나 냉소라는 단어로 환원할 수 없는 낮은 투표율의 이유를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달라져온 고용형태, 차라리 ‘먹고 사는 일상의 패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서 찾는 것은 무리인가? 선거가 실로 중요한 전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면 이러한 장에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은 일종의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투표시간 연장을 비롯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은 일부 후보들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

“정쟁”으로 변해버린 투표시간 연장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넓히기 위한 요구로서의 투표시간 연장에 우리의 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자. TV 뉴스만을 보면 투표시간 연장이 처음 보도된 시점은 민주통합당이 현행 투표시간을 2시간 더 연장하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내용으로 새누리당과 중앙선관위에 제안한 9월 중순으로 거슬러 간다. 이후 투표시간 연장은 지상파 3사와 YTN의 보도에서 통합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일방적 요구로, 나아가 다른 정치적 공방과 한데 묶여 다뤄져 왔다. 처음 이슈로 제기되었을 때부터 투표시간 연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유신헌법 평가와 함께 묶여 법제사법위원회의 논란으로,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의 이슈로 한정되었다. 그 이후에도 정수장학회나 NLL 녹취록 존재 유무, 선거보조금 환수와 맞바꾸어야 할 거래 목록으로 묶여 전형적인 ‘정쟁’의 소재로 전락했다. 이는 최근 투표시간 연장을 다룬 뉴스 리포트들의 제목만을 일별해도 알 수 있다. 
“투표시간 연장, 공동 대응 희망”(YTN, 10월 28일)“박선숙 본부장, ‘박근혜 후보 투표시간 연장에 동참해야’”, “새누리, ‘투표시간 연장 주장에 정치 의도 있어”(YTN 10월 29일)“여야, ‘투표시간 연장’ ‘정수장학회 강압’ 공방”(KBS 10월 28일)“NLL 대화록 존재 인정 … 투표시간 연장 압박”(KBS 10월 29일)“안측 ‘먹튀방지법’ 수용 존중 … 투표시간 늘려야”(SBS 10월 31일)“여야, 투표시간 연장․여성 대통령 놓고 공방”(SBS 11월 1일)“먹튀․투표시간․여성성 … 정치권 전방위 충돌”(MBC 11월 1일)“새누리 ‘후보단일화 비판’, 민주 ‘투표시간 연장’”(SBS 11월 2일)“야권단일화․투표시간․여성성 … 대선 쟁점 ‘난타전’”(MBC 11월 2일)
투표시간 연장 보도의 문제점은 한 가지 사례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NLL의 인정여부나 정수장학회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지의 여부는 이런 선택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언론보도는 투표시간 연장을 위와 같이 정치적 쟁점의 문제로 협소화시키며 다른 이슈들과 함께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요컨대 투표시간 연장의 주장을 어떤 후보가 하고 있는지, 시간 연장으로 어떤 후보가 더 득을 볼 것인지의 문제틀에만 갇혀있는 꼴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축소하는 우리의 ‘공론장들’

투표시간 연장이나 사전투표제,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주로 근무처)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는 통합선거인명부제 등 투표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9월 중순 민주통합당의 제안 이전에도 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해 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언론은 투표시간 연장이 왜 필요한지, 이에 대해 그 당사자인 유권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투표율 제고에 정말 효과가 있을지 등에 대한 분석은 전무했다. 오직 유일하게 10월 21일 MBC 시사매거진 2580만이 “투표시간 연장 논란”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집중적으로 다룬 사례만이 있을 뿐이다. 시사매거진 2580의 리포트와 앞서 언급한 뉴스 리포트를 비교해 보면 현재 언론 보도의 수준을 갸늠할 수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새벽 5시에 일상을 시작하는 건설 노동자, 선거일에도 납품기일에 쫓기는 반월시화공단, 격일로 근무하는 광역버스기사의 일상을 통해 투표시간과 일상을 불일치를 정확하게 포착해 냈다. 여기에 지난 총선의 불참사유 분석, 투표시간 및 투표요건 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사례 등 “정쟁”이 아닌 범주로 투표시간 연장 이슈를 접근했을 때 어떻게 다른 보도가 가능한지를 보여주었다.
다른 선거도 그렇겠지만 대통령 선거야말로 정치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비록 건조한 숫자로 환원되는 수량의 커뮤니케이션일지라도 그런 환원으로써 2008년 촛불시위와 같은 ‘광장의 정치’, ‘거리의 정치’가 제도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선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제도정치와 그 외부의 정치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커녕 오로지 후보 간 이전투구의 소재로 축소함으로써 제도정치의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 중대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을 이른바 공론장이라 자칭하는 언론 스스로가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미 주요 언론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조망해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성조차 내팽개칠 만큼 중대한 절대절명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최우선의 이해당사자가 되어버린 마당에 높은 투표율은 어쩌면 최악의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바라지 않는 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정말 새누리당 뿐인가?

1) “국민, 대통령 사이 국회는 없었다”, 2008년 6월 11일 중앙일보 사설, 전진우 칼럼, “누가 촛불을 끄게 할 것인가”, 2008년 6월 14일 동아일보,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자”, 2008년 6월 23일 중앙일보 사설.
2) “광장, 그 달콤쌉쌀함에 대해여”, 2008년 6월 14일 조선일보 사설.
3) 흥미롭게도 이 보고서는 대선 후보들의 비정규직 축소 공약이 ‘영세기업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대응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사업체 규모로 본 비정규직 고용의 변화 추이와 시사점, 2012.11.

김동원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mediaus@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