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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골든브릿지증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30일자 기사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골든브릿지증권'을 퍼왔습니다.
[민교협의 정치시평] 골든브릿지 유상감자 승인을 반대한다

노동 배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 극에 달하고 있다. 파업을 했다하면 장기 파업인데 해결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5월 30일 현재 코오롱은 3020일, 영남대 의료원은 2546일, 콜트콜택은 2310일, 재능교육은 1986일, 쓰리엠은 1466일, 대우자동차판매는 857일, 유성기업은 740일,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은 570일, JW생명과학은 347일째 농성중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은 노동조합이 과격하고 극단적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이 터럭만큼도 양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는 자본의 편에 서서 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등 여러 폭력을 가하고,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검찰, 보수언론, 어용학자, 대형교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또한 이들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나서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연대할 것은 연대해야 한다.

골든브릿지증권도 증권사 노동조합으로는 이례적으로 401일째 농성 중이다. 민교협은 이를 예의 주시하고 이 문제에 대해 지식인답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공개 토론회를 하고 내부 논의를 하였다. 그 결과 사측에 많은 문제가 있으며 더욱이 증권유상감사는 전혀 타당성이 없으므로 이를 승인하지 않는 것이 정도라고 판단하였다.

외국 투기자본인 BIH(브릿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는 회사에서 막대한 '자본 빼먹기'를 하고는 2005년에 발을 뺐다. 자기자본 4500억 원, 직원수 850여명, 점포수 42개의 중형증권사를 고율배당과 유상감자, 구조조정 등의 방식으로 5년 만에 자기자본 740억 원, 직원수 140여 명, 점포수 9개의 소형증권사로 축소시켰다. 직원들은 회사 밖으로 내몰렸고, 4000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자산은 해외로 유출되었다. 그들은 이에서 멈추지 않고 회사를 청산위기로 몰고 갔다.

2005년에 청산위기를 막아내고 회사를 살린 이들이 노동조합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이들은 투기자본에 맞서서 싸우며 회사를 지켰으며,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보험노련 홍보부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였던 이상준 회장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았다. 노조는 이상준 대표와 '브릿지증권(주) 공동인수와 경영에 관한 약정서'를 체결하였고, 회사를 인수한 이상준 대표는 노사 공동 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상준 대표는 회장 취임 이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공동경영약정'을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등기이사를 해임하고,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더 나아가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노조파괴 공작까지 감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23일에 골든브릿지 이사회는 1900억 원에서 1600억 원으로 300억 원의 감자를 한다고 결정하고,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다고 발표하였다. 지금 유상감자의 주체인 대주주 골든브릿지는 자본잠식률 89%, 부채비율이 7840%에 달하는 심각한 부실을 떠안고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 요건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하일 경우에만 유상감자를 실시할 수 있는데, 그 39배에 달하는 7840%의 부채비율을 안고 있으므로 유상감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금융위로부터 승인절차를 위임받은 금감원이 금융투자업 규정에 의거해 유상감자 승인신청을 불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이번 유상감자가 '대주주의 금융사 빼먹기'의 재탕일 가능성이 현저하다. 이대로 유상감자가 시행될 경우 골든브릿지 주식의 46%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준 회장에게 140억 원의 배당이 돌아간다. 이는 전 국민이 공분하였던 브릿지 증권의 유상감자를 통한 자본 유출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 5월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의 전신인 브릿지증권은 유상감자를 단행해 1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당시 대주주였던 BIH가 회수하도록 했다. BIH는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도 각각 유상감자를 단행해 170∼180억원 규모의 회사 자본을 빼내간 바 있다. 이렇게 자주 자행된 유상감자로 골든 브릿지 증권사는 부실 금융사로 전락하였으며, 국민들은 금융위(당시 금감위)에 '대주주의 금융사 빼먹기' 및 국부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질책을 퍼부은 바 있다.

감자된 300억 원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현금과 예치금 등 현금성 자산의 82%에 해당되므로 회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 8일 신제윤 위원장은 한국금융학회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박근혜정부의 금융정책기조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금융사는 특성상 일반 기업과는 달리 공익적인 측면이 있어 차별화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유상감자 승인이 내려질 경우 금융위는 대주주의 금융사 자산 빼먹기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금융위가 대주주의 금융사 빼먹기를 바로잡아 위상에 걸맞는 권위를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금융의 공공성이 현저히 훼손되었고, 이의 극단적인 모습이 골든브릿지의 유삼감자 시도다. 금융의 공공성이 없이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위를 비롯한 감독기관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음은 물론,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시민사회의 민주적 참여와 통제 아래 놓여야 한다. 아울러, 제도적 개혁의 방편으로 '유상감자금지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도 금융의 공공성을 확립할 길은 얼마든지 있다. 금융위가 설립 취지에 맞게 공적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금융위는 먼저 사안을 지극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라. 그러면 이번 유상감사가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인식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 승인을 불허하면 된다. 그것이 수 백 원의 회삿돈을 회사부실의 책임이 있는 자가 빼먹는 명백한 범죄 행위를 막는 것이자, 회사와 직원을 살리고 시대과제인 경제 민주화와 금융공공성을 달성하는 길이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대통령이 직접 진화 나섰지만..가열되는 '경제 민주화' 논란


이글은 이데일리 2013-05-17일자 기사 '대통령이 직접 진화 나섰지만..가열되는 '경제 민주화' 논란'을 퍼왔습니다.

[17th SRE Issue]정치권은 입법 포퓰리즘..기업은 혼란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온 나라가 ‘경제민주화’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양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입법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판을 치고 관료사회와 기업조차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3원칙’을 제시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확산하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3대 원칙은 ‘경제적 약자 지원, 단계적 추진으로 부작용 최소화, 대·중소기업 공생’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국정과제 발표 때 제시했던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열풍…양극화의 역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널리 통용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시기는 비정규직 양산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경제권력 불평등의 시발점으로 이후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출주도의 한국 경제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중소기업이나 국민에게는 골고루 나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중소기업 공생과 정규직 확대,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은 이미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경제민주화는 소비자와 노동자를 비롯해 폭넓은 의미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기업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고객 만족도 향상’ 등도 경제민주화의 한 단면이다.

새누리-민주 정치권도 ‘갈등’


지난해부터 새 정부가 들어선 최근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청와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후퇴시키려고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경선을 치르고 있는 최경환·이주영 의원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놓고 맞서고 있다. 최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우리 경제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몸에 좋은 약이지만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한꺼번에 과다 복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속도 조절론을 폈다. 반면 이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대선 공약 등으로) 약속한 것을 일방적으로 어기는 속도 조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 좋은 것이라고 한다”며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논의는) 인기에 영합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표를 얻기 위해 한 것이라도 당시에 국민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고 지금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양극화의 문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기업들 ‘어느 장단에 춤추리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기업들은 혼란스럽다. 지난달 30일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무더기 통과됐지만, 이튿날 정부는 새 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각종 규제를 풀어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대기업 계열사인 SK종합화학과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등이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불리는 하도급법에 이어 대기업을 옥죌 수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입법 포퓰리즘으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에 따라 재계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과잉 입법을 자제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중소기업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대기업집단(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朴 임기 내 논란 계속될 듯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기업경영이 위축된다거나 자신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했다는 등의 엇갈린 시각이 모두 맞지 않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최근 광고와 물류 등에서 경쟁입찰 방식을 택한 것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 설계 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균형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제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필수 과제로 거론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기업 규제를 위한 것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 공동 발전하도록 기업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문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정권 초부터 무리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이기보다 균형과 중용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입법 시기와 강도 등을 적절히 조절하며 반대 세력과 기업의 상황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예림 기자 nimp726@

'금융자본주의 폭력' 앞에 경제민주화 없다


이글은 대자보 2013-05-15일자 기사 ''금융자본주의 폭력' 앞에 경제민주화 없다'를 퍼왔습니다.
크리스티안 마라찌의 『금융자본주의의 폭력』, 경제위기 대처법 제시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함께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그 기업인들과 박근혜는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기사화된 내용을 살피자면, ‘경제가 어려우니 각종 규제를 풀어주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IMF 이후로 한치도 변함없는 논리 그대로이다. 그런데 과연 각종 과세와 규제를 제거해주면, 거기에서 발생한 이익을 기업들은 산업시설과 고용창출에 사용하여 국가경제의 부흥을 도모하는 선순환을 발생시킬 것인가? 

▲ 크리스티안 마라찌 심성보 번역 『금융자본주의의 폭력』표지 © 갈무리, 2013

마라찌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산업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 완전히 변모했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혹여 그 기업이 100 % 제조업에만 관련되었을지라도) 실물경제에 발생한 이윤을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금융상품 등을 통한 사적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자본주의 하의 사익추구의 극대화는, 부의 선순환 시스템과 단절되기에 소비를 진작하지 못하여 경제대공황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마라찌의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본주의의 변화한 양태다. 포드주의의 위기 후에 자본주의는 새로운 버전으로 변형되었다. 그것은 인지자본주의 혹은 생명자본주의라고 통칭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화의 경제양상과 병행하여 진행된다. 그것은 자본이 잉여가치 자체를 생산하는 방식의 거대한 전한이다. “가치추출은 더 이상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장소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이른바 공장 문을 넘어서 확장된다. 가치추출이 자본의 유통영역, 곧 상품과 서비스가 교환되는 영역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은 유통과정 혹은 생명자본주의라 부를 수 있는 영역에서 부불노동의 증대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이윤 증가는 임금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정적인 고용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발생한 기업의 이윤은 대부분 금융상품에 흘러들어 실물경제의 전면적 금융화를 초래한다. 기업이나 국가경제(주식시장)의 운영자체도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변동된다. 이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노동 복지의 질적 저하와 상시적 구조조정의 강제를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금융자본주의의 거대한 위기의 임박한 도래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시스템이 붕괴직전에 처해있고, 이는 온전히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이 부른 시스템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위기가 도래했을 때, 국가적 대처가 대부분의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내핍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도모하면 안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인지자본주의와 금융자본에 대한 강력한 과세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즉 자본이 창출하는 모든 이윤에 대해서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는 경제가 국가적 수준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각국이 대처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대처법이다. 

한국만 보더라도 경제가 불황이니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감세를 해줘야 하고 각종 복지를 감축해야 한다는 논리가 횡행하곤 하였다. 이는 부의 40퍼센트 이상을 과잉되게 소유하고 있는 1프로의 부자가 아닌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더 강력한 내핍을 강제하는 역설적인 논리였던 것이다.

위기가 도래할 것은 명백해 보이고, 그 원인은 국가와 언론과 기업이 호도하는 것과 다르게, 금융자본주의의 자본가들에게 있다. 따라서 위기의 주기적 반복을 통하여 전국민의 노예화를우리가 희망하는게 아니라면, 도래할 것이 뻔한 내핍에의 강제를 거부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당장 우리가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앞에서 금융자본과 기득권층의 이윤을 대대적으로 선취하여 공동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적 투자에 몰입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경제위기에 대한 영구적 대처법이다.

* 글쓴이는 다중지성의 정원 회원입니다.

김환희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라면 상무' 향한 분노는 왜 대한항공 앞에 멈췄을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0일자 기사 ''라면 상무' 향한 분노는 왜 대한항공 앞에 멈췄을까'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갑을 관계'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평등

'갑을'이 바람을 탔다. 지난달부터 연이어 언론에 보도된 '라면 상무', '빵 사장', '조폭 우유'가 갑을 관계를 도마에 올렸다. '갑을'은 불평등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이 바람은 평등을 향해 불어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갑을'의 문제가 몇몇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드러나는 듯하다.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인에게 욕설을 퍼붓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남양유업은 "임직원들의 인성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겠다며사과했지만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이고,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사례 발표회'에서 쏟아져 나온 증언들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강매, 리베이트 요구 등이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렸다. (관련 기사 : 수많은 '남양유업'들…"CJ·롯데·한국GM·농심 등 횡포") 민주당은 "도를 넘는 대기업 횡포 근절"을 위해 경제 민주화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바람이 정말 평등을 향하고 있는지 묻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네 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 직원 막말 음성 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이 멈춘 곳

'라면 상무'는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한 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기업 임직원'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자만해 '비도덕적 태도'를 보인 것이 분노를 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포스코는 임직원이 더욱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반성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갑'이라고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은 고객 정보 관리가 허술했던 점을 보완하겠다며 오히려 간접적으로 '라면 상무'에게 사과를 하는 듯 보이고, 정작 폭행을 당해야 했던 여승무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서비스 이용자들과 맺는 관계에서 '사건'화된다. 그러나 항공기 여승무원들이 '진상 고객'들에게 시달리게 되는 이유는 어떤 고객들이 '진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고객을 맞든 친절해야 하며 행여 불만이 있으면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자본은 고객 불만 건수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빼앗아 간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진정한 '갑'은 직업이 대기업 임직원인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를고용한 자본이다. 그런데 남양유업 영업 사원의 욕설이 단순히 그가 '진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많은 사람의 바람은 왜 대한항공 앞에서 멈춰 섰을까.

어떤 사건을 해석하는 데에는 개개인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욕설과 폭행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던 것은 그만큼 그것이 준 모욕감에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하면 먹고살 만해질 거라는 기대가 납득할 수 없는 '갑'의 요구로 번번이 좌절당할 때, 그것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항의하고 맞설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심지어 욕을 듣거나 맞아도 되는 사람인 듯 취급하며 '갑질'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 그것이 우리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너무나 잘 안다는 것. 그만큼 불평등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 있기 때문에 저마다 공감의 계기를 만날 수 있었다는 역설.

그러나 어떤 욕설과 폭행은 사람들의 분노를 그리 일으키지 못하기도 한다. 학교에서교사가, 가정에서 가부장이, 작업장에서 사장이 퍼붓는 욕설이나 폭행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불평등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공감의 계기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헤아리지 않으면 모습은 바뀔지언정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양유업 너머를 향하고 있는 분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 앞에서 멈춘 분노는 '있을 수 있는 일'의 경계에 갇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공정해야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 경제 민주화 주장도 딱 이 경계에 있다.

불평등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근혜 대통령도 이미 경제 민주화를 주창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확신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대기업 친화 정책이 불황 극복의 신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규제 완화를 하며 대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지 않아도 이미 대기업들은 충분히 자유롭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의 형태로 노동력에 대한 책임 없이 노동력을 지배할 구조를 갖추었고 그 사슬을 따라 줄줄이 배치된 다단계 하청 구조의 '사업자'들 역시 대자본의 지배력 아래 단단히 붙들려 있다. 이것은 협박과 강요의 불공정 거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 민주화 주장은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기조로 각종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나 횡포를 없애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이 힘을 얻게 되는 지점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힘은 그들의 경영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지배력으로부터 나온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대'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자본의 문제다. 자본이 노동을 함부로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커지는 만큼 재벌과 대기업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슬에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가맹점, 대리점 등이 더욱 붙들리게 된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 신자유주의가 자본의 힘을 만드는 방식이다. 더욱 값싼 노동을, 더욱 낮은 위험 부담으로, 더욱 폭넓게 제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집단적 저항은 더욱 강경하게 진압한다.

우리가 서로 먹여 살리기 위해 필요한 노동들이 자본을 통해서만 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관계란 자본의 힘을 벗어날 수 없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운전 일을 하기 위해서는 CJ대한통운과 같은 유통 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유통 기업은 그를 고용하지 않고 화물차를 빌리도록 하고 오히려 보증금과 수수료 등을 받는다. 이 계약은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운임은커녕 기업에 빚을 지게 만든다. (관련 기사 : "노예 계약 CJ, 우리 그냥 죽으란 건가") 이 억울한 사정을 사회는 '사업자'들 간의 불공정한 계약으로 읽는다. 그러나 갑을 관계는 갑을 '계약'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약 너머에 숨어 있는 갑을 관계가 계약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들의 '을'의 위치는 계약 조건만 공정하게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이들의 노동이 어떻게 '갑'에 붙들려 있는지, 계약 너머를 보지 않는다면 '갑'의 힘을 겨룰 수 없다.

섣불리 대안을 말하기 전에

'대기업'만 문제 삼을 때 갑을 계약의 당사자인 대기업의 모습은 바꿀 수 있어도 자본의 힘은 꺾을 수 없다. '갑을 관계'가 평등한 관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불평등의 근원과 그 연결 고리들을 직시할 때만 불평등에 맞설 수 있다. 불평등이 어떻게 이토록 뿌리 깊게 우리를 옥죄고 있는지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 아니, 오히려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본은 저 홀로 힘을 갖추어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불평등의 장면들에는 그 힘과 우리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힌트들이 있다.

불매운동은 자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불매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을'인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을 때 잠시 누릴 수 있는 '갑질'의 힘이기도 하다. 그 위치는 '을'의 위치에 있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불편을 성토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을'들과 함께하는 마음은 그 위치를 충분히 살피지 않으면 '을'들을 배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드러날 때 '갑'을 보지 못하고 '갑질'에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을'들을 만날 수 없다.

불평등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존엄을 이룰 수 있다. 부당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항의하고 호소하고 힘을 모으고 행동할 수 있다. 불평등은 그것을 가로막는 데에서 힘을 얻는다.

지난달에는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 롯데백화점은 직원 전체에게 협박에 가까운 입 다물기를 강요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도 정규직화를 거부하는 자본에 맞서 철탑에 오르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은 노숙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연행을 해대고 있다. 말하지 못하고 들리지 않는 곳,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을'들의 외침이 들리는지 귀 기울이자. 경제 민주화가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보다는, 힌트를 얻기 위해 우리의 위치를 조금 더 헤아려야 한다. '을'들의 연대는 그렇게 시작될 수 있고, 그때 '갑'의 힘은 사그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갑을'의 대안이 경제 민주화라고 말하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5월 9일 목요일

[사설]심상치 않은 ‘을의 반란’ 경제민주화가 해법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8일자 사설 '[사설]심상치 않은 ‘을의 반란’ 경제민주화가 해법이다'를 퍼왔습니다.

남양유업의 ‘막말 전화’ 파문 이후 우리사회 곳곳에서 왜곡된 갑을문화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협력사나 대리점에 각종 불이익을 강요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는 비단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잇단 자살도 그 배경에는 영세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불공정 계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횡포를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재계와 여당의 반대에 발목이 잡힌 채 또 미뤄졌다. 정치권이 입만 열면 서민경제를 외치면서도 결국 기득권에 굴복한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들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갑을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하루빨리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10여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하도급법 개정안과 대기업 등기임원 보수공개 법안 2개뿐이다. 여야 대표는 그제 프랜차이즈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은 처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 우선 처리를 강조해온 여야 합의가 무색할 지경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은 갑을관계 청산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 협력업체를 옥죄는 대기업 횡포를 규제하고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프랜차이즈법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약관을 강요한 게 사회문제가 됐다. 이 법안은 가맹본부의 매출 뻥튀기를 막기 위해 예상 매출액을 서면으로 가맹점주에게 제출하고 기대이익을 부풀렸을 경우 벌금을 3억원으로 높였다. 또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보호하고 과도한 위약금이나 24시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도록 했다. 가맹점주들의 최소 권리를 법에 보장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갑을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장만 행사하는 고발권을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에게 확대하는 게 골자다. 공정위는 그간 대기업 납품업체나 하도급, 프랜차이즈 업체의 불이익을 적발하고도 과징금을 매기는 데 그쳐 봐주기란 비난을 자초했다. 최근 5년간 345건(2012년 10월 기준)의 납품단가 부당 인하를 적발하고도 검찰 고발은 1건에 그쳤다. 형사 고발은 담합행위로 한정돼 있는데도 재계는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투자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앓는 소리만 할 계제는 아니다. 최근 호텔 직원을 폭행한 회장 때문에 제빵회사가 공장 문을 닫은 것에서 보듯 ‘을의 반란’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법과 제도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자정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다. 기득권 세력에 기댄 채 법안 처리를 계속 미룰 경우 정치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박근혜표 새마을운동',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09일자 기사 ''박근혜표 새마을운동',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성장 중심의 박근혜표 창조경제의 허실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진행됐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34년 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청와대에서 열었습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시작해 월례 회의로 열던 걸 부활한 겁니다. 부전여전이라고, 박 대통령은 투자와 수출만이 살 길이라던 아버지와 상당히 닮은 박근혜표 경제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TV조선 뉴스7 2013년 5월 2일

5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두고 보수언론, 종편, 경제일간지 등은 일제히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계승했다며 쌍수를 들고 나섰다. 

"아버지처럼… 국정 올코트 프레싱, 어머니처럼… 민원 디테일 리더십"(동아일보). "박 대통령 '수출 진흥'도 아버지처럼"(MBN TV) "아버지처럼… 박근혜 대통령, 첫 무역투자진흥회의 주재"(한국일보) 등 회의의 내용보다 아버지와 닮은 행보에 초점이 맞추어진 대부분의 기사들은 수출이 나라의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그려내고 있었다.

회의 다음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엔저 현상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생산성 혁신을 위한 '산업혁신 3.0'을 제안했다. 1970년대 공장 새마을운동의 자조 정신을 계승하고, 동반성장 관계를 대기업과 2,3차 협력사까지 확산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이 제안은 대통령 업무보고 때 소개된 대모엔지니어링과 협력사의 '3정(정품, 정량, 정위치),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 운동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고 한다. 

창조경제 = 공장 새마을운동?


'부전여전'이라는 미사여구까지 동원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등치시키고자 하는 보수 언론의 노력과 대통령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등학교 급훈처럼 초보적인 도덕 덕목을 내세우며 산업혁신을 주창하고 나서는 장관과 경제 단체들을 보면서 창조경제라는 것이 결국은 공장 새마을운동의 철지난 재방송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든다. 

"우리는 수출증진만이 우리의 살길임을 인식하고 어떤 난관도 극복하여 올 목표를 기필코 달성한다. 우리는 원가 절감. 품질 향상 및 생산 일수를 높이고 국제경쟁력 배양에 주력한다. 우리는 종업원을 아끼고 원만한 노사관계 개선으로 복리를 증진시키고 경영의 능률화를 도모한다."  한국수출공단이 주도한 총력수출을 위한 노사결의회의 결의문. 1978년 10월6일 (경향신문)

1973년 석유 파동 때 '직장의 제2가정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근면과 자조를 요구했던 공장 새마을운동. 노동자의 밤샘 근무는 수출 증진을 위한 당연한 의무였고 평생직장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은 수출이 부의 분배를 담보할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1970년에 있었던 전태일의 분신 이후에도 수출의 역군이라던 노동자는 여전히 공돌이, 공순이였고, 치솟는 물가고는 수출을 위해 감내해야 할 국민 된 자의 도리였다.  

숨 가쁘게 달려온 성장의 역사. 비단 박정희 정권에 그치지 않았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3당 합당으로 태어난 김영삼 정권에서도 '수출만이 살길이다. 지금은 빵을 나눌 때가 아니라 빵의 크기를 키워야 할 때'라며 노동자와 서민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조차도 이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고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정책은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세웠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이명박 정부는 또다시 노동자와 서민의 희생을 요구했다. 저렴한 노동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고, 억지로 환율을 끌어올려 기업에게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안겨 주었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난립을 방조한다는 비난에 대해 대통령이 한 일이라고는 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주며 대출을 받으라는 권유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내내 물가는 폭등했고 가계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한강의 기적' 이후에도 성장 제일주의는 지속됐다. 그 결과 세계적 대기업이 생겨났고 세계 100대 부호에 수많은 기업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수출세계 7위, 경제 규모 10위권 진입이라는 팡파르를 울렸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성장의 뒷 그늘에서 공돌이 공순이의 아들딸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자영업자가 되어 성장의 도구가 됐다. 성장과 수출 위주의 경제 정책은 치유될 수 없는 빈부격차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경제민주화 논의였고 복지담론이었다. 박정희 정권부터 40년을 줄기차게 고집해 왔던 성장 제일주의. 이명박 정권의 5년은 분배 없는 성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처절하게 일깨워 주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너도 나도 이제는 빵을 나눌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배 없는 성장은 더 이상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복지 없는 노동은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적임자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은 여야가 따로 없었고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분배와 복지 없는 창조경제, 위험하다 
▲ 2011년 8월 27일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성역화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날 제막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또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무섭게 총선과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은 축소되거나 후퇴했다. 일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먼지만 쌓인 채 논의조차 되지 않고, 경제 관련 단체들은 경제민주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를 막아서야 할 야당조차 경제민주화, 반값 등록금, 복지 약속들을 수정하면서 기업과 자본 편들기에 합류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의 최저임금,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자살 증가율 1위 등의 아찔한 통계는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다. 남편의 장례식 비용이 없어 영안실에 시신을 눕혀 놓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는 아내. 대기업 밀어내기 횡포에 한 달 빚만 천 만원을 진다는 대리점 사장의 절규는 새삼스럽지도 않게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또 한편에는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에서 배당금으로 수십억을 챙기는 대기업 임원과 서너살 손자에게 수억원의 주식을 물려주면서 합법이라고 강변하는 경이로운 성장의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

창조경제.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그림의 밑바탕에 노동자와 서민의 희생이 요구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34년 만에 열렸다는 무역투자진흥회의. 아버지의 대를 잇는 결단이라지만 기업과 수출 위주의 정책이 새마을운동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단 한번 바뀐 적이 없었다. 분배를 약속하지 않은 채 노동자와 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밑그림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되어야 한다. 또다시 노사 화합, 품질 향상,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공장 새마을운동이 창조경제의 밑그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창조경제가 서민 살림살이 거덜 낸 제2의 747 공약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욕설' 남양유업, 불매운동만으론 부족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08일자 기사 ''욕설' 남양유업, 불매운동만으론 부족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조폭 같은 대기업... '을'의 분노가 던지는 질문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남양유업 횡포에 분노한 대리점 업주들 남양유업이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이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사원의 폭언에 항의하며 남양 제품을 거리에 내팽개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남양유업의 부당 강매행위인 '밀어내기'와 떡값' 요구, '유통기한 임박 상품 보내기', 유통업체의 파견직 임금을 대리점에 떠넘기기 등 대리점 불법 착취 등에 항의했다. ⓒ 유성호


"물건 못 받는다고? 그딴 소리하지 말고 알아서 해. 죽여 버린다 진짜 씨X. 그럼 빨리 넘기던가. 씨X 잔인하게 해줄게 내가. 핸드폰 꺼져있거나 하면 알아서 해. 당신은 XXXX 그게 대리점장으로 할 얘기냐 이 XX야. 당신 얼굴 보면 죽여 버릴 것 같으니까 XX아. 자신 있으면 들어 오던가 XXX야"

하나의 녹취파일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는 분노했고 당연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개념을 우유에 말아먹은 영업사원의 막말이 언론에 노출되자, 남양본사의 대응은 재빨랐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4일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해당 영업사원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했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관리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2일 남양유업 본사와 서울서부지점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으며, 남양유업의 주가는 사건 발생 이후 나날이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점차 확산되는 불매운동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가맹점주 협의회도 동참했다. 앞으로 남양유업 임직원에 대한 줄소환이 있으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남양은 한 직원의 막말 때문에 회사 전체가 피해를 봤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언론에서 이 사건을 문제 삼자, 즉각 직원해고 사실을 포함한 사과문을 올린 것은 그 직원과 회사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행위였다. 그러나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측이 공개한 피해사례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남양유업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업계 1위에 올라섰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속칭 '밀어내기 강매' 이외에도 명절 시 떡값 요구, 10~30%에 이르는 리베이트 요구,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강매, 사측의 요구에 불응하는 대리점주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 눈 밖에 난 점주에게 물량을 주지 않는 일명 '찢어버리기'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어떻게 기업과 조폭의 차이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피해자협의회가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을 포함한 회사 관계자 10명을 고소한 직후부터 사건이 공개되기까지 대략 72억 원의 주식을 매도해 현금으로 챙기는 파렴치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을' 깔보는 '갑', 남양만의 문제일까

문제는 이번 남양사건이 한 명의 영업사원만의 문제도 아니며, 한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드러난 사건만 모아 봐도 그렇다. 불과 얼마 전, 속칭 '라면상무'로 알려진 포스코 에너지 임원의 항공기 난동사건과 P베이커리 회장의 호텔 주차관리직원 폭행사건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기업 임원들이 어떤 정신상태로 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사건 이후 보인 반응도 가관이다. 항공기 난동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기업은 임원의 조심을 촉구하면서도 실제로는 해당 항공사의 승무원 일지 노출을 이유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겠다는 불만 인터뷰를 날리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속칭 '빵회장'으로 불린 P베이커리 회장은 난데없이 '회사 폐업' 카드를 꺼내들며 자신의 잘못을 애꿎은 직원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것으로 면피하려 했다.  

또한,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와 불공정한 계약관계, 지나친 점포 확대 등으로 올해만 벌써 3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했으며, 얼마 전에는 롯데백화점의 매출실적 압박에 입점업체 여직원이 투신자살 하기도 했다. 심지어 롯데백화점은 이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직원은 다시는 백화점 3사에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후죽순으로 터지는 일련의 재벌, 기업 관련 사건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나같이 도저히 뜯어갈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쥐어짜는 기술에 도가 터 있으며, '갑을관계'를 '주종관계'로 인식하는 천박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동안 '경제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은폐당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우발적인 사건들이 운 좋게 언론에 등장한 경우가 이 정도라면, 언론에 나타나지 않은 사건들은 또 얼마나 많겠나? 3년 전 일이라는 남양유업의 욕설 녹취도, 달리 생각하면 그 이후 이런 행태가 빈번하게 계속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 아닐까? 
▲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여야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을 4월 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이날 처리하지 않는 대신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한국 자본주의가 천박하기로 유명하다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할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에서도 후보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를 외치지 않았는가? 국회에서도 이미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6일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경제민주화의 발동이 걸리는 듯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본회의 통과가 남은 경제민주화 법안은 물론 다른 핵심 법안들은 '경제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재계의 반발로 인해 결국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재계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음은 물론, 정부 역시 경제민주화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들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최근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시장 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각종 경제·노동 관련 규제 입법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킴으로써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대기업을 옥죄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곱게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대기업이 그토록 오랫동안 경제활성화의 임무를 부여받고 각종 혜택과 규제철폐, 감세의 이득을 누려왔는데도, 서민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지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만성적인 자조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재벌의 매출과 수익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피라미드 아래쪽에서 주종관계에 묶인 이들의 신음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투자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항변하는 태도는 '우리를 건들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협박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화답하듯 재계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할 경제사절단을 사상 최대 규모인 51명으로 꾸렸다. 청와대 요청에 의해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절단 규모를 보노라면, 공개적으로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대기업과 더 강한 스킨십을 자랑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의 탐욕을 누르고 진정 민주화다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대기업민주화로 결론 날 가능성이 걱정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전제 조건 

설령 관련 법안들이 6월 임시국회에 처리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로 이어질 지도 의문이다. 민주주의 이론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달은 한 국가의 민주적 절차가 바람직하다는 믿음이 부족하고, 습관적으로나 관습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런 믿음이 뿌리 깊지 않다면 민주적 절차는 지켜지기 힘들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좋은 제도가 자동적으로 좋은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한국의 시장질서는 경제민주화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전혀 자리 잡혀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이것이 경제적 약자의 권력을 강화할 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초적인 상식을 간과하고 있다. 재계와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시혜적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있을 뿐,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철저히 불온시하는 시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화 풍토를 바꾸지 않고서는 기업이 직원을, 직원이 점주를 차례차례 과잉 착취하는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을 수 없음은 물론 제2, 제3의 남양사태, 항공기 승무원과 주차관리원 폭행,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살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동이 천대받는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어림없는 소리다. 

수익창출만 강요하는 잔인한 자본의 논리구조에서는 누구라도 아버지뻘 되는 점주에 욕설을 내뱉는 영업사원이 될 수 있다. 천민 자본주의는 항상 우리에게 그런 유형의 인간이 될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역할을 대신 떠맡고, 언제든 잘라낼 꼬리 같은 인간 말이다. 

손우정(roots96)

2013년 5월 7일 화요일

국내 굴지의 유제품 대기업, 그 ‘민낯’ 은…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07일자 기사 '국내 굴지의 유제품 대기업, 그 ‘민낯’ 은…'을 퍼왔습니다.
[분석] “남양은 악마의 기업”, 경제민주화 필요한 이유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제품을 강매하기 위해 막말을 하고 협박까지 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는 제품 강매, 전산 조작 등의 혐의로 홍원식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 등 남양유업 임원과 관계자 10명을 검찰에 고소해 놓은 상태다.


“악마의 기업”이 자행한 횡포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측의 주장에 의하면 남양유업은 악의적인 방법으로 대리점주에게 주문량의 2~3배에 이르는 제품을 떠넘기고, 각종 명목으로 ‘떡값’과 리베이트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대리점주들이 적시한 남양유업 측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피해자들이 커피제품인 ‘악마의 유혹’에 빗대 ‘악마의 기업’이라고 부를까.


▲‘밀어내기’ 강매. 대리점의 전산발주가 마감된 이후에도 본사의 매출목표 등에 맞춰 주문 데이터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주문량보다 많은 제품을 내려 보냈다.


▲떡값 요구. 명절이 되면 각 대리점에게 10~30만원을 떡값으로 요구했다.


▲리베이트 요구. 남양유업 측이 판매장려금, 육성지원금 명목으로 대리점주에게 10~30%의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임직원 퇴직위로금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 강매. 유제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70%까지 차면 제품을 출고하지 않지만, 남양유업은 이런 제품도 대리점에게 떠넘겼다.


▲일방적 계약해지. 사측의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겁박했다. 실제로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다수다.


▲‘찢어버리기’ 겁박.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등 사측의 눈 밖에 나게 되면 다른 대리점에 물량을 몰아줘 도태시키는 방법을 썼다.



‘밀어내기’ ‘겁박’... 대리점 영업망 둔 기업들의 공통된 관행


‘밀어내기 강매’ ‘리베이트 요구’ ‘계약 관련 겁박’ 등 본사가 대리점주에게 자행하는 부당행위는 남양유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리점 영업망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단지 제품과 시장의 특성 때문에 유제품 업계에서 더 심각할 뿐이다.


우유와 분유, 유가공품 등은 유통기한이 짧다. 생산된 제품을 빨리 소화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밀어내기 강매’를 부추기게 된다. 게다가 시장도 포화상태이고 경기도 좋지 않아 업계는 수년 동안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대리점이 주문한 제품 금액(상), 남양유업이 일방적으로 수정한 주문금액(하)


대리점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리점 영업망을 갖춘 업체들은 보통 100여개의 대리점을 개설한다. 반면 유제품 업계는 1500여개에 달하는 대리점을 갖추고 있다. 영업확대를 위해 본사가 대리점의 매출구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리점수를 늘려온 결과다.


‘갑과 을’의 계약관계에서 ‘갑’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게 ‘강매’다. 얼마 전 롯데백화점 판매직 파견사원이 관리직원의 매출 압박에 못 이겨 투신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농심도 지난해 특약계약을 체결한 도매상인에게 매출목표를 정해주고 이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남양유업, 어떤 기업이기에...


논란이 된 남양유업은 어떤 업체일까. 증권가에서는 가장 폐쇄적인 업체 중 하나로 손꼽는다. 통상적으로 상장사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기업현황과 경영목표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다. 남양유업은 이런 행사를 거부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주식 배당도 인색에하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는 기업이다 보니 소액 주주의 이익을 생각할 턱이 없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된 최근 3년간 주식 배당현황을 보면 어떤 업체인지 짐작이 간다. 상장사 평균 배당률이 2%인데 반해 남양유업의 주식 현금배당률은 0.1~0.2%에 불과하다. 배당률은 바닥인 대신 업체의 현금보유액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회사부채가 0%다.



과도한 매출 드라이브로 유가공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측은 남양유업의 ‘악랄한 영업 방식’의 실례라며“15% 매출이 상승하면 그 다음달에는 20%나 많은 물량을 떠넘기는 식으로 대리점주들의 피를 빨아먹었다”고 주장한다.


남양유업의 민낯... 군대식 기업문화, 경쟁사 ‘비방·헐뜯기’


남양유업의 기업문화가 경직돼 있고 거칠다는 평이 있다. 정승훈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총무는 군출신 임원들이 다수 포진해 ‘상명하복식 군문화’가 기업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임원들 가운데 해병대, 기무사, 특전사 등 군 출신이 많아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대리점주들에게 물량을 밀어 넣어 불법적으로 착취해 왔다.”


경쟁사를 비방하고 헐뜯기를 잘하는 기업으로 소문 나 있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타사 제품을 모함하는 듯한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남양유업 유아식의 원료와 제품의 품질은 100% 안전하다”라는 신문광고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멜라민 파동 당시 남양유업의 경쟁사 '모함 비방광고'


2010년에는 커피믹스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사를 누르기 위해 ‘카제인나트륨’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다’는 식의 광고를 해 경쟁업체인 ‘네슬레’ 등에게 타격을 줬다. 이 비교광고로 식약처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남양유업의 커피믹스는 단박에 시장점유율 13.5%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갑’의 부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홍원식 회장의 한마디가 남양유업의 이런 행태를 대변해 준다. (경향신문)은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올해 초 무슨 자리에선가 홍원식 회장이 ‘어떻게 일일이 법을 다 지키면서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불법행위 없이 경영이 불가능하단다. 이게 한국 굴지의 유제품회사의 ‘민낯’이다.


남양유업의 실태처럼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도 본사가 대리점에게 자행하는 각종 부당행위가 유통업계에 만연돼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리점 피해자들은 이런 부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부당행위를 고발해도 본사에게 주어지는 처벌은 공정거래위의 시정명령과 과태료 1500만원 뿐이다. 이렇다 보니 본사의 횡포가 계속되는 거다. 또 다른 이유로 공정거래위 등 관계당국의 ‘대기업 편들기’를 꼽는다. 공정위의 행태와 관련해 이번 남양유업 사태에 대해서도 대리점주의 불만이 크다.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 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계속해서 부족하다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갑'의 횡포 막고 ‘을’을 보호하는 것, 이게 경제민주화


계약관계에서 갑과 을은 평등해야 한다. 갑이 우월하고 을이 불리한 계약은 계약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는 '노예계약'도 존재한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힘있는 대기업이 힘없는 대리점인 ‘을’에게 각종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갑’과 ‘을’이 계약상 평등해 지는 것, 이게 경제민주화다. 대기업의 횡포에 가슴을 치며 눈물 흘리는 ‘을’을 보호하는 게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란 얘기다. 남양유업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육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