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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5일 수요일

'꽃뱀' 외치는 윤창중 공모자들... 참담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5일자 기사 ''꽃뱀' 외치는 윤창중 공모자들... 참담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가해자 편들고 피해자 비난하는 야만사회의 민낯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대한항공 승무원 폭행, 롯데백화점 직원 자살, 남양유업 폭언,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대형 사건들이 한 주가 멀다고 연쇄폭발처럼 터져 나와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한 달, 유달리 운이 나빴던 것일까? 유난히 봄이 늦게 오더니, '잔인한 사월' 기운이 오월까지 가시지 않은 탓일까? 

착각하지 말자. 이런 사건은 한국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저 교묘하게 가려져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가해자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일 수록, 피해자가 힘 없고 돈 없는 사람 수록 사건은 묻히기 쉽다. 

예컨대 남성보다 여성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경제적 착취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여성민우회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이 불안정한 여성일수록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성폭력 상담 내용 가운데 절반이 직장 내에서 일어났으며, 가해자의 87.5%가 그들의 명줄을 쥔 사업주와 상사들이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90% 이상이 성폭력을 당해도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면에서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은 힘깨나 쓰는 가해자들이 꽁무니를 숨기지 못한 '희귀 사례'에 가깝다. 이들의 추태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손을 쓰기 어려웠던 탓이다. 이마저도 우연의 도움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사건을 폭로한 사람의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폭언, 폭행, 착취처럼 흔적도 없이 묻혀 과거가 되고 미래로 되풀이 되었을 것이다. 

권력자의 악행은 어떻게 은폐되는가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사과의 뜻을 표명하며 절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록 '사고'로 가해 사실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배후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치밀하고 조직적인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권력자들의 악행이 은폐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워싱턴DC 소재 주미 한국 문화원은 성추행 사건을 파악하고도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가해자와 함께 피해자를 찾아가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청와대가 가해자를 서둘러 귀국시킨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청와대는 여론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고, 도리어 가해자가 거짓과 변명으로 가득한 '기자회견'을 하게 내버려 뒀다. 그런 뒤 귀국을 종용했느니 안 했으니, 팬티를 입었느니 안 입었느니 하며 가해자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청와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내용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였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느 누구라도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그리고 '윤창중 재발방지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거라곤 '이번 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기 뿐이다. '재발방지 매뉴얼'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정말 이번 사건의 원인이 '매뉴얼'이 없어서 일어났다고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윤창중 재발방지 매뉴얼'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 "'성공하라'고 인턴을 격려할 때는 손의 위치를 조심하라"? "아무리 바빠도 문을 열 때 최소한 팬티는 챙겨 입어라"? 당사자 윤창중은 기자회견에서 "여자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쳤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물론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

"미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저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 가이드에게 이 자리에서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겠다." 

그렇다면 매뉴얼에 이런 내용도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여자를 허락 없이 만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굳이 이런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훈련시켜야 하는 존재라면 청와대 고위직보다 동물원에 더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윤창중 전 대변인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이 '위로'가 아니라 '사과'라는 점도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이성을 허락 없이 만져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둘러싼 '문화적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강자가 약자의 생존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의 크기와 그런 착취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보장되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윤창중이 성추행을 저지른 것은 자신의 행동이 부도덕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희생자가 자신의 악행을 '감히' 드러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자의 생존권과 내부 고발자의 신변이 보호되지 않는 한, '행동지침 매뉴얼'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분량으로 펴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윤창중은 청와대 대변인에서 '한국문화'의 대변인으로 영원히 살아남게 될 것이다. 

윤창중의 공모자들 


▲ "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성추행' 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권우성

공무원 사회만 그런 게 아니다. 대한항공은 '라면 진상고객'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한 일은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색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사의 잘못된 서비스 정책이 승무원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객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만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게 아니다. 권력자들이 이런 짓을 벌일 때는 항상 권력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부 보수시민들은 사건을 공론화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종북'이라며 비난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 신상을 털며 '꽃뱀' 딱지를 붙이는 야만에 동참하기도 한다. 

범죄를 고발하는 것이 '좌빨'이 되고,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학대하는 범죄가 '애국'이 되는 나라, 우리는 이런 희한한 곳에 살고 있다. 왜곡된 정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사회 전체를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분단 상황을 악용한 이데올로기가 약자의 착취를 영속화하는 구실이 되는 것이다. 

극우 사이트 '일베저장소' 처럼 몰상식한 주장을 거리낌없이 하는 집단이 득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기득권 편에 서서 발언하는 데 용기 같은 건 필요 없다. 이들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대가로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를 얻는다. 이들은 보수회귀의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받는 유일한 집단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착취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있는 약자가 고통 받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강원랜드 직원이 '채용'을 미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키스를 요구하고 문자로 성희롱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국민의 기초생계와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건, 강자의 악행, 범죄, 착취를 보장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실을 무시한 '정의', '상생', '경제민주화'는 권력 유지를 위한 빈 구호일 수밖에 없다. 사람을 멋대로 착취하는 사회에서 무슨 '정의'와'공존'을 말하는가. 이는 현 정부가 목놓아 외치는 '창조경제'와도 거리가 먼 일이다. 생존에 목 맨 전쟁터에 창의성이 들어설 공간은 없다. 

우리는 지금 분노하고 있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질 것이다. 우리가 벌써 대한항공 사건과 남양유업 사태를 잊기 시작했듯 말이다. 그러면 과거는 현재로, 현재는 미래로 되풀이될 것이다. 행동과 결합되지 않는 분노가 사회를 바꾸는 일은 없다. 

강인규(foucault)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라면 상무' 향한 분노는 왜 대한항공 앞에 멈췄을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0일자 기사 ''라면 상무' 향한 분노는 왜 대한항공 앞에 멈췄을까'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갑을 관계'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평등

'갑을'이 바람을 탔다. 지난달부터 연이어 언론에 보도된 '라면 상무', '빵 사장', '조폭 우유'가 갑을 관계를 도마에 올렸다. '갑을'은 불평등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이 바람은 평등을 향해 불어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갑을'의 문제가 몇몇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드러나는 듯하다.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인에게 욕설을 퍼붓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남양유업은 "임직원들의 인성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겠다며사과했지만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이고,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사례 발표회'에서 쏟아져 나온 증언들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강매, 리베이트 요구 등이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렸다. (관련 기사 : 수많은 '남양유업'들…"CJ·롯데·한국GM·농심 등 횡포") 민주당은 "도를 넘는 대기업 횡포 근절"을 위해 경제 민주화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바람이 정말 평등을 향하고 있는지 묻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네 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 직원 막말 음성 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이 멈춘 곳

'라면 상무'는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한 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기업 임직원'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자만해 '비도덕적 태도'를 보인 것이 분노를 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포스코는 임직원이 더욱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반성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갑'이라고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은 고객 정보 관리가 허술했던 점을 보완하겠다며 오히려 간접적으로 '라면 상무'에게 사과를 하는 듯 보이고, 정작 폭행을 당해야 했던 여승무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서비스 이용자들과 맺는 관계에서 '사건'화된다. 그러나 항공기 여승무원들이 '진상 고객'들에게 시달리게 되는 이유는 어떤 고객들이 '진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고객을 맞든 친절해야 하며 행여 불만이 있으면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자본은 고객 불만 건수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빼앗아 간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진정한 '갑'은 직업이 대기업 임직원인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를고용한 자본이다. 그런데 남양유업 영업 사원의 욕설이 단순히 그가 '진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많은 사람의 바람은 왜 대한항공 앞에서 멈춰 섰을까.

어떤 사건을 해석하는 데에는 개개인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욕설과 폭행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던 것은 그만큼 그것이 준 모욕감에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하면 먹고살 만해질 거라는 기대가 납득할 수 없는 '갑'의 요구로 번번이 좌절당할 때, 그것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항의하고 맞설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심지어 욕을 듣거나 맞아도 되는 사람인 듯 취급하며 '갑질'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 그것이 우리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너무나 잘 안다는 것. 그만큼 불평등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 있기 때문에 저마다 공감의 계기를 만날 수 있었다는 역설.

그러나 어떤 욕설과 폭행은 사람들의 분노를 그리 일으키지 못하기도 한다. 학교에서교사가, 가정에서 가부장이, 작업장에서 사장이 퍼붓는 욕설이나 폭행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불평등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공감의 계기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헤아리지 않으면 모습은 바뀔지언정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양유업 너머를 향하고 있는 분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 앞에서 멈춘 분노는 '있을 수 있는 일'의 경계에 갇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공정해야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 경제 민주화 주장도 딱 이 경계에 있다.

불평등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근혜 대통령도 이미 경제 민주화를 주창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확신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대기업 친화 정책이 불황 극복의 신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규제 완화를 하며 대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지 않아도 이미 대기업들은 충분히 자유롭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의 형태로 노동력에 대한 책임 없이 노동력을 지배할 구조를 갖추었고 그 사슬을 따라 줄줄이 배치된 다단계 하청 구조의 '사업자'들 역시 대자본의 지배력 아래 단단히 붙들려 있다. 이것은 협박과 강요의 불공정 거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 민주화 주장은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기조로 각종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나 횡포를 없애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이 힘을 얻게 되는 지점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힘은 그들의 경영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지배력으로부터 나온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대'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자본의 문제다. 자본이 노동을 함부로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커지는 만큼 재벌과 대기업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슬에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가맹점, 대리점 등이 더욱 붙들리게 된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 신자유주의가 자본의 힘을 만드는 방식이다. 더욱 값싼 노동을, 더욱 낮은 위험 부담으로, 더욱 폭넓게 제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집단적 저항은 더욱 강경하게 진압한다.

우리가 서로 먹여 살리기 위해 필요한 노동들이 자본을 통해서만 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관계란 자본의 힘을 벗어날 수 없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운전 일을 하기 위해서는 CJ대한통운과 같은 유통 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유통 기업은 그를 고용하지 않고 화물차를 빌리도록 하고 오히려 보증금과 수수료 등을 받는다. 이 계약은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운임은커녕 기업에 빚을 지게 만든다. (관련 기사 : "노예 계약 CJ, 우리 그냥 죽으란 건가") 이 억울한 사정을 사회는 '사업자'들 간의 불공정한 계약으로 읽는다. 그러나 갑을 관계는 갑을 '계약'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약 너머에 숨어 있는 갑을 관계가 계약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들의 '을'의 위치는 계약 조건만 공정하게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이들의 노동이 어떻게 '갑'에 붙들려 있는지, 계약 너머를 보지 않는다면 '갑'의 힘을 겨룰 수 없다.

섣불리 대안을 말하기 전에

'대기업'만 문제 삼을 때 갑을 계약의 당사자인 대기업의 모습은 바꿀 수 있어도 자본의 힘은 꺾을 수 없다. '갑을 관계'가 평등한 관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불평등의 근원과 그 연결 고리들을 직시할 때만 불평등에 맞설 수 있다. 불평등이 어떻게 이토록 뿌리 깊게 우리를 옥죄고 있는지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 아니, 오히려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본은 저 홀로 힘을 갖추어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불평등의 장면들에는 그 힘과 우리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힌트들이 있다.

불매운동은 자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불매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을'인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을 때 잠시 누릴 수 있는 '갑질'의 힘이기도 하다. 그 위치는 '을'의 위치에 있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불편을 성토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을'들과 함께하는 마음은 그 위치를 충분히 살피지 않으면 '을'들을 배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드러날 때 '갑'을 보지 못하고 '갑질'에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을'들을 만날 수 없다.

불평등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존엄을 이룰 수 있다. 부당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항의하고 호소하고 힘을 모으고 행동할 수 있다. 불평등은 그것을 가로막는 데에서 힘을 얻는다.

지난달에는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 롯데백화점은 직원 전체에게 협박에 가까운 입 다물기를 강요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도 정규직화를 거부하는 자본에 맞서 철탑에 오르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은 노숙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연행을 해대고 있다. 말하지 못하고 들리지 않는 곳,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을'들의 외침이 들리는지 귀 기울이자. 경제 민주화가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보다는, 힌트를 얻기 위해 우리의 위치를 조금 더 헤아려야 한다. '을'들의 연대는 그렇게 시작될 수 있고, 그때 '갑'의 힘은 사그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갑을'의 대안이 경제 민주화라고 말하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5월 3일 금요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승무원 폭행사건 알려져 사회 계몽 효과 났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2일자 기사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승무원 폭행사건 알려져 사회 계몽 효과 났다"'를 퍼왔습니다.

ㆍ사내 게시판에 글 올려… ‘제 식구 감싸기’ 비판도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장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39·사진)이 “(지난달 발생한 승무원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계몽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승무원 폭행이 또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지만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항공사 임원으로서 ‘제 식구 감싸기’에 집착했다는 지적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사내게시판에 ‘객실승무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면서 “그러나 승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위로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이 기회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항공기의 안전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가 발생해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정당하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반성은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물의를 빚은 대기업 임원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대한항공의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은 비싼 가격에 비해 기내식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이 이번에 작성한 글은 전 포스코에너지 상무 ㄱ씨가 지난달 15일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의 비즈니스석에서 기내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진 후 약 1주일 만에 작성됐다. 여론에 부담을 느낀 ㄱ씨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 사흘 만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승무원리포트 유포자가 누구인지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비판과 해외 출장이 잦은 대기업 임원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한항공을 바라보자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2013년 5월 2일 목요일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01일자 기사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을 퍼왔습니다.

‘폭력 경위 담긴 내부보고서’ 유포자 조사만 강조
피해 당사자인 승무원들 근무환경 개선은 ‘냉무’


대한항공이 최근 논란이 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1일 내부보고서가 유출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며, 승객 정보 유출 등 보안이 허술한 부분을 적극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인 승무원의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여승무원 폭행사건 관련 입장’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의 방침과 상관없이 고객 업무 처리와 관련된 내부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외부에 유출됨으로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유포자가 누군지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출된 내부 보고서 내용에는 당시 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승객 신상에 대한 개인정보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마치 승객 신상정보 노출 확대의 중심처럼 호도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는 승객 정보 등 보안과 관련된 사항을 적극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승무원이 포스코에너지 임원과 벌어진 업무 처리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해당 임원이 사표를 냈고, 포스코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내놓은 자료에 피해 당사자인 승무원의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없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객실 서비스와 관련해 고객 불만이 두차례 이상 회사에 접수되면 업무에서 제외돼 서비스 재교육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이 굴욕적인 상황까지도 참아야 한다. 한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은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그 내용이 정당하더라도 시말서를 쓰고 벌점을 받는다. 0.5~1점씩 받는 벌점이 9점까지 쌓이면 사장 경고가 가능하고, 이를 빌미로 해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항공사들은) 객실 승무원의 안전 활동이 최우선 업무임을 인식하고 무릎 꿇기 같은 노예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 항공 노동자들의 정당한 자기방어권을 제한하는 각종 평가제도를 개정하고, 피해 승무원을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협의회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전국운수산업노조 아시아나항공 지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객실 서비스 등 노동 환경에 대한 보완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객실 서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39)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객실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내식, 기내 면세점, 호텔 등도 책임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김병관 또 거짓말 들통, 대한항공이 '영세 항공사'?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21일자 기사 '김병관 또 거짓말 들통, 대한항공이 '영세 항공사'?'를 퍼왔습니다.
박기춘 "우리 국적기가 영세한 항공사 맞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또다시 거짓말 의혹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측은 지난 20일 10년 간 14차례 출국기록 중에서 KMDC의 MOU에 참석하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기록만 '미상'으로 되어있는 이유를 '영세한 항공사'의 자료제출 미흡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1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와 관련, "김병관 후보는 2011년 2월 19일 국적기를 이용해서 태국 방콕으로 갔다. 그리고 비행기를 환승해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후 전세버스로 행정수도인 네피아에 도착했다"며 "우리 국적기가 영세한 항공사가 맞는가"라고 추궁했다.

박 원내대표측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20011년 미얀마를 갈 때 이용한 항공기는 대한항공으로 확인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김 후보자는 그렇게 모든 것이 자신 있으면 2011년 5월 KMDC 주식 750주 매입금액 3천만원, 2011년 11월 100주 매입금액 450만원에 대한 자금 출처와 그 결제과정도 꼼꼼히 해명해보라"며 "해명이라고 거짓을 늘어놓을수록 스텝은 점점 꼬일 수밖에 없다"며 즉각적 사퇴를 촉구했다.

박정엽 기자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대한항공 밖에 없다'"던 인천공항급유시설 임원 파면, 민영화는 강행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7-31일자 기사 '"대한항공 밖에 없다'"던 인천공항급유시설 임원 파면, 민영화는 강행'을 퍼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핵심시설인 공항급유시설 민영화가 국민의 강한 반대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인천공항급유시설 측이 "국회와 주무관청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31일 인천공항급유시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공항급유시설㈜은 민자사업법에 의거, 정해진 절차에 따라 8월13일 청산을 앞두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급유시설 소속의 임원이 사실과 다른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물의를 일으킨 해당 임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인사조치 했다"며 "정부에서는 새로운 급유시설 운영자를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투명하게 선정키로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천공항 직원들에게 "정부가 형식상 입찰 공고를 내겠지만 이 사업은 대한항공 밖에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해 특혜 논란을 일으켰던 임원은 전날 파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천공항급유시설 측은 '공항급유시설 운영권 매각 결정에 대한 번복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민영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현석 (angeli@wikipress.co.kr) 기자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인천공항 알짜 급유시설 또 민간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4일자 기사 '인천공항 알짜 급유시설 또 민간에…'를 퍼왔습니다.


대한항공에 11년간 고수익 안겨
정부에 넘어오게 될 운영권, 국토부가 민간입찰 권고 공문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 추진에 이어 ‘알짜’ 인천공항 시설도 민간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3일 (한겨레)가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해양부 공문(사진)을 보면, 공영화가 예상되던 인천공항급유시설(급유시설) 운영권을 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넘길 방침인 것으로 돼 있다.국토부는 6월22일 인천공항공사에 보낸 이 공문에서 ‘공개경쟁 방식에 의하여 운영관리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주무 관청의 지침에 따라 운영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급유시설은 2001년부터 인천공항에서 항공유를 독점으로 보관·급유하면서 매년 수십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설립 자금을 투자한 대한항공 쪽은 계열사 한국공항을 통해 지분 61.5%를 소유하면서 지난 11년간 운영을 맡았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2004년부터 ‘이사’ 직함을 갖고 경영에 참여해왔다. 그동안 대한항공 쪽은 10년 이상에 걸친 운영을 통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해, 민간 운영기간이 끝나면 공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넘길 방침을 정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재차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대한항공 쪽에 또 운영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공사가 홀로 투자한 2단계 급유시설 운영권마저도 민간에 넘기면 수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는 별도로 2009년 부채가 1400억원에 이르는 인천공항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민자 사업체 인천공항에너지의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지분을 인천공항공사가 떠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정훈 노현웅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