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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박근혜 정부는 지금, "폐쇄…실종 상황"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30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는 지금, "폐쇄…실종 상황"'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갈등'도 '내치'도 '외교'도 모두 방관하는 이상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동상ⓒ뉴스1

중앙일보는 점잖게 ‘박근혜 정부가 시험대에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말한 “박근혜 정부는 실종 상황”일 것이다. 지금, 어디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강정, 밀양, 진주의료원, KTX민영화 등 갈등 사안이 도처이다. 중앙일보 같은 보수 언론조차 “전국에 ‘갈등지도’가 그려질 만큼 갈등 이슈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로 표현하고 있다. ‘내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사안들이 전국에 뻗쳐있지만, 이 건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사안에도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다.
‘내치’ 뿐만 아니다. ‘외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9명이 북송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한국 대사관은 연락을 받고도 사실상 상황을 방기하고 방치해버렸다. 6.15 공동행사 개최를 제 발로 차버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6자회담 제안에도 전혀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상황도 심란하긴 매한가지다. 계속되는 망언을 그냥 맥없이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고, 엔저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에도 호들갑만 있을 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보인다.
윤창중 사건에 대한 짤막한 사과 이후 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선 아예 침묵이다. 기세를 드높였던 ‘경제 민주화’ 관련해선 남양유업 사태가 터지고, CJ대한통운 문제가 겹쳐지고, 편의점주들의 잇따라 자살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역시 침묵이다. ‘지하 경제 양성화’의 신념은 (뉴스타파)에 의해 조세피난처에 투자한 기업과 개인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전혀 의외의 호기로운 상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래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의 중심에 섰던 것은 딱 한 번, ‘시간제 일자리’ 관련 발언을 통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한데,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엄청난 비판과 논란에 직면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현실을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고,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경제지들마저 ‘‘반듯한’ 표현부터 고용률 70%를 목표로 인센티브 제안을 한 것까지 이미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2010년 제안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이다.
예고된 갈등들을 방치하며 그 갈등이 절정을 향해가는 상황은 방기하며,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의 업무들에는 무능하거나 무기력하다. 권력 주변의 몰염치한 비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당선의 기반이 됐던 약속들은 모르쇠이다. 그 대신 권력의 이해관계를 위해 검찰이 충성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사건들이 고강도로 정국을 장식하고, 대통령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만 집어 말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 29일자 중앙일보 1면.

취임 100일을 맞이한 시점에서 국정을 컨트롤함에 근본적 장애가 발생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상황까지 치달은 것은 단순히 권력의 무능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암운을 드리운다. 결국, 이 상황에 개입하고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은 언론의 역할인데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에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안는지, 역시 박근혜 대통령마냥 상황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참여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정부 역시 ‘라디오연설’이란 형식을 통해 국정의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제스처라도 했었다. 그 소통방식이 일방적이란 비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방통행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가히 ‘폐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 뭘 하는지 몰라 근황을 궁금해야 하는 상황을 당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朴, 정치와 외교 구분 못한 MB 전철 피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02-27일자 기사 '朴, 정치와 외교 구분 못한 MB 전철 피하라'를 퍼왔습니다.
[한반도 브리핑]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풀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양한 정책 조언들이 언론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현안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대북정책을 다루는 자세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위기라고 생각하면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우선적으로 위기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라는 말이 넘쳐나지만, 과연 위기를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진짜 어려운 상황이라 느끼면, 말과 행동이 신중해진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무책임한 말들이 왜 이토록 넘쳐나는가? 그것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가?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중요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으로 위기를 인식하면, 해결의 수단과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위기국면에서 지혜를 모은다. 초당적 협력이 자연스럽게 가동된다. 서독에서 1982년 보수적인 기민당이 집권했을 때, 헬무트 콜 총리는 동방정책의 상징이며 사민당 총재인 빌리 브란트를 공개적으로 만나 지혜를 구했다. 서독의 대동독 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의 역사는 배울 만하다. 미국도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항상 초당적 협력을 추진한다. 1998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의회가 충돌했을 때, 혹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출구를 모색할 때, 초당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법을 찾았다.

▲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북핵 문제의 적절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회동한 박 대통령(가운데)과 황우여(왼쪽)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오른쪽)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그런 점에서 인수위에서 시도한 북핵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은 잘한 일이다. 다만 선진국들의 초당적 협력은 단순히 만남의 모양이 아니라,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북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의견차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협력의 출발이다. 우선적으로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가능한 수준에서 차이를 줄이는 노력, 즉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사에서 초당적 협력의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나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지혜를 모으고,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문화된 '남북관계발전법'을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2005년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해서 만든 법이 아닌가? 여야가 함께 남북관계 발전을고민하고, 토론하고, 발전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부의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초당적으로 중장기적인 남북관계 발전 계획을 세우는 일, 그것이 초당적 협력의 시작이다.

말의 관리가 필요

둘째, 말의 관리가 필요하다. 외교는 말로 시작하고 말로 끝난다. 대북정책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와 국내정치적 메시지가 충돌하는 경우다. 이명박 정부처럼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말이 험악해 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태도에 비판적인 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면, 그것이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고, 국내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언술은 일반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다. 외교정책에서의 말은 선거 국면에서의 말과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정치와 외교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새 정부가 발표한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과제 내용에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여전히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선제타격과 같은 용어는 작전계획으로 검토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튼튼한 안보는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것이지,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말의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면 국민에게도 상대에게도 신뢰를 주기 어렵다. 새 정부에서 정보실패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분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책임감을 갖고 정보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부처 내의 정보소통과 협력·조정 체계가 가동되어야 한다.

정부안에서 말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전략적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대북 정책의 목표를 공유해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전략이 있어야, 일상의 부처 간 조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정책은 능동적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북 정책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북한이 결정한다는 말인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7.4 남북공동성명부터 2007년 10.4 합의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의 중요한 성과들은 북한이 하자고 해서 한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 정부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을 설득하고, 협상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다.

대북정책이 북한의 태도에 종속되는 수동적 정책이 되면,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기 어렵다. 대북정책을 포함해서 외교 정책은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능동적인 정책개입이 아니라, 수동적이라면 도발-제재-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내부의 신뢰를 얻는 일부터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관건이다. 신중하게 능동적으로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과제도 있고, 단기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할 일들도 적지 않다. 특히 쟁점 현안에 관한 기본 입장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산가족 상봉을 어떻게 추진할지, 5.24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현안에 관한 입장은 중장기적인 전략이 있어야 정리가 가능하다. 현재의 정책이 미래의 비전과 충돌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리고 대북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의 신뢰다. 외교 안보 통일 부처의 조정과 협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관한 철학과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외교정책과 더불어, 대통령 아젠다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분명하면, 제도가 없어도 정부 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의 차이를 존중하며, 대화와 소통으로 합의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면 정책에 관한 신뢰는 조성된다. 우리 내부의 신뢰가 정책 상대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민망하구나, ‘벌거벗은 MB’


1월4일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국정성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MB 정부의 주요 성과를 7개 분야로 정리한 이 보고서는 ‘과(過)’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없고 온통 ‘공(功)’ 일색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자화자찬은 어떤 잣대로 봐도 도를 넘어섰다. 

먼저 대북정책이다. 청와대는 원칙에 입각한 정책 추진으로 남북관계가 상호주의에 기초한 올바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됐고, 평화의 기반이 강화되었으며, 북한 내 위기상황 발생에 대비하고 통일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국내외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자평한다. 압권은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욕적 평화에서 한반도 평화결정권과 남북관계 주도권을 회복했다”라는 대목이다. 

공개주의 원칙 강조하면서 물밑으로 북한과 비밀 접촉

이러한 과장된 평가는 거꾸로 MB 정부의 가장 큰 과오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바로 ‘원칙’을 신성시하는 태도다.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국익의 증대에 있고, 원칙 또한 이러한 척도에서 평가해야 마땅하다. 그런 대원칙을 어기고 경직된 대북정책을 펴면서 나라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던 것이 MB 정부 아닌가. 더구나 상호주의 원칙에 투철했다던 MB 정부가 북에 16억8000만 달러 상당의 현금 및 현물을 지원하면서 되받은 것은 무엇인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두 차례의 로켓 발사, 그리고 2차 핵 실험이었다. 또 있다. 공개주의 원칙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물밑으로는 북한 측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을 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회담 내용을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가며 국제적 수모를 자초했다. 

다음으로 ‘한반도 평화결정권과 남북관계 주도권의 회복’을 보자. 6·25 이후 최초로 우리 작전해역에서 군함이 피격돼 46명의 젊은이가 희생됐고, 우리 영토인 연평도가 포격당했다. 이것이 평화결정권인가.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횟수는 노무현 정부(40회)보다 일곱 차례가 더 많았지만 경고 사격은 단 2회에 그쳤다. 청와대가 ‘굴욕적 평화’라고 평가 절하하는 참여정부는 북한 측 함정의 NLL 침범에 대해 다섯 차례의 경고 사격을 가한 바 있다. 더 가관은 통일 항아리 사업이다. 청와대 보고서는 “통일 항아리 등 민간 통일모금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재정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에 기여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할 정도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통일부는 통일 홍보비용으로 7억여원을 사용했지만 통일 항아리 모금액은 3억8400만원에 불과했고, 총 기부자 633명 가운데 통일부 소속 공무원이 318명으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애물단지나 다름없게 된 사업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 포장하는 것은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다.  

청와대 보고서가 가장 자신 있게 기술했을 미사일 지침 개정 부분도 따져볼 대목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포기를 강제할 군사적 대안도 마련했다”라고 자랑한 부분이 그렇다.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리가 보유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300㎞에서 800㎞까지 연장돼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탄두 중량이 500㎏ 이하로 제한돼 있어 사거리 연장의 의미가 크게 퇴색돼서다. 더욱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 할 북한 장사정포의 전진배치 문제는 미사일 지침 개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끝으로 주변국 외교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합의하면서 한껏 기대감을 높였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당시 중국은 북한 감싸기로 일관했고 이 때문에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게다가 탈북자 문제나 김영환씨 사건 등을 놓고 두 나라가 벌인 외교 갈등의 수위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대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과거사 사과요구 발언 이후 양국 관계는 65년 수교 이래 최악으로 돌아섰다. 

권좌에서 내려오는 대통령의 업적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참모들의 노력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요, 혹자는 그게 참모된 도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미화가 상식의 선을 넘어서면 조소의 대상이 될 따름이다. 주군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드는 불경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임기 말 MB 정부, ‘외교’는 없고 충돌만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5일자 기사 '임기 말 MB 정부, ‘외교’는 없고 충돌만'을 퍼왔습니다.

ㆍ일본·중국과 불편한 관계… 북한, 활발한 외교와 대조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한국을 제외한 주변국들과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임기 말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8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러시아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동시베리아 울란우데에서 열린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신문은 “중국을 배려하는 북한이 김 제1비서의 중국 방문 전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응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북한의 실력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과 김 제1비서의 방중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에서는 한성렬 북한 뉴욕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 7월 중순 클리포트 하트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북한 대표부로 불러 면담하는 등 미국과의 소통 채널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거리를 둬온 일본과도 접촉수위를 높였다.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를 매개로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4년 만에 북한과 당국 간 회담을 열 예정이다. 4월13일 로켓 발사로 한·미·일은 물론 중국, 러시아로부터도 규탄받으며 고립 위기에 몰렸던 김정은 체제가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반면 임기 말 이명박 정부는 이곳저곳에서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5년 “외교전쟁” 선언 이후 가장 악화됐다.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당화해야 하지만, 그동안 견지해온 독도의 분쟁지역화 방지 원칙에 배치되는 쪽으로 일이 돌아가고 있어 논리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청와대가 설명한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며 첨언하기조차 꺼리는 모습이다. 

24일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축제 분위기여야 할 양국 관계는 서먹서먹하다. 양국은 당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개최할 리셉션 참석자의 급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예년의 관례, 장관 등의 일정을 감안해 조만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씨 고문 파문으로 한·중 양국은 정무적으로는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양국 관계는 한·미동맹의 복원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삼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삐걱대기 시작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을 거치며 계속 악화됐다. 

북한과는 접촉 채널조차 유지되지 않고 있다. 최근 비밀리에 추석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부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 주변국들과 모두 불편한 관계에 처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 전략이나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필연적 귀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제민 기자·도쿄 | 서의동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소녀상’ 말뚝테러범, 일본서 말뚝 판매중 ‘점입가경’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10일자 기사 '‘소녀상’ 말뚝테러범, 일본서 말뚝 판매중 ‘점입가경’'을 퍼왔습니다.
네티즌 “답답한 외교…어버이연합은 뭐하나?”

지난달 19일 서울의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벌인 극우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 씨가 일본에서 말뚝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스즈키 씨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http://blogs.yahoo.co.jp/ishinsya)에 ‘「타케시마의 비」판매의 소식’이라는 글을 올리며 소녀상에 묶었던 것과 똑같은 말뚝을 3000엔에 판매하고 있었다.

ⓒ 스즈키 씨 블로그

스즈키 씨는 “일본 정부가 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국민의 손으로 「타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하는 국민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타케시마의 비」를 일본 전국에 보급시킵시다”라며 “타케시마 탈환 운동에 협력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가 지난 9일 자신을 입국 금지 조치시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나를 고소하고 입국 금지하는 것은 무슨 일일까?”라며 “일본에 국사로 불리는 변호사가 있으므로 든든하다. 한국과 반일 일본인 상대의 싸움이 지금부터 시작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9일 한 6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일본대사관에 돌진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 대사관앞에 역사 사실과는 다른 거짓의 「추군매춘부상」을 불법 설치했던 것에 대하는 반성의 조각도 없다”며 “원래 한국인에 반성 등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인은 당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발신할 뿐이라는 민족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즈키 씨는 10일 “동료가 하네다 공항에서 서울로 날아 올랐다. 일본인 관광객의 필휴 아이템은 「타케시마의 비」다”는 글을 올려 자신의 동료가 말뚝을 들고 한국으로 향한 것으로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상에는 “입국금지가 아니라 입국 시 체포해야지”(Chih***), “상종하지 맙시다. 관심가지면 더해요”(전종*),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고 항의해야할까? 답답한 외교...”(마사*), “어버이연합은 뭐하냐?”(인생**), “그 때 경찰이 체포 못했기 때문에 저 짓을 하는거다”(me*)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스즈키씨가 행한 말뚝 테러에 대해 나눔의 집에 사는 김순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0명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스즈키 씨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했고, 법무부는 스즈키 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일본인을 입국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한 60대 남성이 ‘일본인 말뚝 테러’에 항의하기 위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랜카드를 붙이고 자신의 트럭으로 일본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아 경찰에 붙잡혔다.

마수정 기자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미-일 군사주의 세력, 이날을 기다렸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9일자 제918호 기사 '미-일 군사주의 세력, 이날을 기다렸다'를 퍼왔습니다.
[초점] 한-일 군사협정이 이전 협정과 ‘뼛속’부터 다른 이유… 일본 군사대국화 부추기고 남북한 불신과 동북아 신냉전 심화시킬 위험

가랑비가 소나기로 바뀌었다. ‘한-일 군사협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기 초부터 ‘쥐도 새도 모르게’ 이를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는 급기야 6월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문을 통과시켰다. 기습이다.
정부는 ‘한-일 군수지원협정’ 체결까지 추진하고 있단다. 야권과 대다수 국민은 독도와 위안부 등 한-일 관계 문제를 들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냉전시대로 되돌릴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은 ‘국익론’을 앞세워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예상보다 여론이 좋지 않았던 건가? 새누리당마저 정부에 협정 체결 연기를 요청했다. 결국 정부는 6월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서명식을 ‘국회 설명이 먼저’란 이유로 돌연 연기했다.
물론 협정 체결 자체가 취소된 건 아니다.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보고 절차만 밟고 협정 체결을 강행하려 할 공산이 크다. 왜 이렇게 급한 걸까? 임기 말에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궁금증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협정 추진 배경과 이유이고, 둘째는 그 실체와 본질이며, 셋째는 문제점과 파장이다.

미·일이 뼈저리게 기다린 ‘뼛속 친미·친일’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미-일 동맹의 오랜 숙원이었다. 왜 ‘MB 시대’에 그 숙원이 풀리는 걸까? 두 가지 이유가 크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선호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2007년 대선 직후인 12월19일 작성된 주한 미대사관의 외교전문에는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 참모이며 외무장관을 지낸 유종하는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하등의 걱정할 것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한-미-일 3각 동맹은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2008년 5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주일 미대사관 주관으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도,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태진 참사관은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강력한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희망하고 있지만,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로 인해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위키리크스는 폭로했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비현실적이고도 자해적인 흡수통일론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공개·비공개적으로 흡수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미국은 이를 위해서라도 한-일 간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주문해왔다. 2010년 2월22일치 주한 미대사관 외교전문이 “천영우 외교통상부 차관은 강력한 한-일 관계가 일본으로 하여금 통일된 한반도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스티븐스 대사의 주장을 인정했다”고 기술한 것은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앞선 2009년 7월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자 국방회담(DTT)에서도 한국 국방부의 한 고위 관료는 “북한 권력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3자 공동의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3자 간 정보 공유 및 전략 대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군사협정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미사일방어(MD)체제를 고리 삼아, 사실상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데 있다. 동맹이 겨냥한 대상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된다. 한-미·미-일 동맹으로 이원화된 동북아 동맹 체제에서, 한-일 군사관계까지 이어지면 3각 동맹의 맹아는 자연스럽게 태동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뼛속까지 친미·친일” 성향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정치적 기회’로 간주했다. 이 대통령의 시간이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한-일 관계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속전속결로 협정을 마무리하려 하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 한-일 군사협정의 ‘군사적 필요’는 더욱 커졌다.

한-일 현안과 별개? 외교에 별개란 없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런 분석이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한-일) 두 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미-일) 3자 MD 협력을 위한 조처를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와이의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제프리 호넝이 일본 영자지 6월18일치 기고를 통해 지적한 바다. 그는 한-일 군사협정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그가 속한 연구소는 한-미-일 3국의 민관 접촉(1.5트랙)의 핵심 기관이다.
에드워드 라이스 주일미군 사령관도 2009년 7월 도쿄에서 열린 차관보급 한-미-일 DTT에서 “정보 공유가 미-일, 미-한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MD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유된 지식과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중요한 장점들과 함께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일 미대사관도 3자 간의 정보 협력은 “다른 분야에서의 효과적인 협력을 위한 선도적 조처”라고 평가했다. 한-일 군사협정은 애초부터 한-미-일 군사협력의 맥락에서 추진돼온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협정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 한-일 군사협정을 통한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이 왜 한국의 국익을 심대하게 훼손하게 될 것인지를 따져보자. 첫째 일본의 경거망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일 군사협정과 독도·위안부 등 한-일 관계 현안은 ‘별개’라고 강조한다. 외교의 세계에 ‘별개’란 없다. 외교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언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주의 군사적 이용까지 명문화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한-일 군사협정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이를 반대할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독도·위안부 문제의 근원은 일본 군국주의에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한국이 일본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익인가?
둘째 남북관계 파탄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 악화다. 군사 ‘동맹’이든 ‘협력’이든, 기본적으로 ‘공동의 적’을 기반으로 한다. 한-일 군사협력 정당화의 다른 이름은 ‘북한 때리기’다. 이는 남북한의 불신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북한은 한-미-일의 의도에 더욱 강한 경계심을 품고, ‘핵 억제력’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또 MD라는 방패를 뚫기 위해 탄도미사일 전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는 한반도 군비경쟁 격화와 상시적인 안보 불안을 낳을 것이다. 안보를 위한다는 한-일 군사협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커다란 국익 손실이다.

‘남방 3각 강화’가 불러올 ‘북방 3각 강화’

끝으로 동북아 신냉전 출현 위험이다. 한반도 지정학적 특성의 핵심은 ‘남방 3각 동맹’이 강해질수록 ‘북방 3각 동맹’의 출현 가능성도 커진다는 데 있다. 전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2008년 4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3자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눈에 띄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따른) 인지된 위협에 대처하고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일 결속이 중-러 결속을 야기해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의 선택이, 고작 ‘티 내지’ 않고 추진한 것이었다. 냉전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이 그 냉전 부활을 부추기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7월 6일 금요일

[사설] 한-일 군사협정 인책, 외교·안보정책 대전환 계기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5일자 사설 '[사설] 한-일 군사협정 인책, 외교·안보정책 대전환 계기로'를 퍼왔습니다.

한-일 군사협정 파문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협정의 밀실 처리를 주도한 쪽이 외교통상부가 아니라 청와대였음을 발설한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 사의를 밝힌 데 이은 두번째 행동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책임은 무게가 전혀 다르다. 김 기획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사안을 주도한 당사자지만, 조 대변인은 그야말로 긴 과정의 일부 사실을 공개한 데 불과하다. 사의 표명의 순서도 잘못됐다. 사안의 성격상 김 비서관이 먼저 하는 게 맞다. 이렇게 순서가 뒤바뀌고 책임의 경중이 희미하다 보니, 감독과 선수도 분별하지 못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청와대가 조만간 책임 소재와 그에 대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니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사건을 마무리하진 않으리라 믿는다. 청와대는 최소한 4월23일 가서명을 통해 협정문을 사실상 확정해놓고도 국회에 두 차례 설명을 하면서 왜 이를 속였고,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 협정을 처음에 주도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나중에 이를 넘겨받아 처리한 김성환 외교장관, 이를 조율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은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이런 큰 그림을 드러내지 않은 채 김 기획관에 조 대변인, 실무국장인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 국장을 끼워 문책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사태로 ‘네오콘’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및 미·일 일변도 외교를 주도해온 김 기획관이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김 기획관은 이 대통령 친구의 아들이라는 것을 배경으로, 직제와 직위에 구애됨이 없이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쥐락펴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도 자위대의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한 개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그의 시각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이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그의 낙마가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던 대북정책과 경시돼온 대중정책의 균형을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또 이번 사태는 외교·안보정책이 특정 개인의 취향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런 점에서 외교·안보 관련 부처 간의 견제와 균형, 의견 교환을 법률적으로 제도화하는 지난 정권 때와 같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부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