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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박근혜 정부는 지금, "폐쇄…실종 상황"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30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는 지금, "폐쇄…실종 상황"'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갈등'도 '내치'도 '외교'도 모두 방관하는 이상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동상ⓒ뉴스1

중앙일보는 점잖게 ‘박근혜 정부가 시험대에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말한 “박근혜 정부는 실종 상황”일 것이다. 지금, 어디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강정, 밀양, 진주의료원, KTX민영화 등 갈등 사안이 도처이다. 중앙일보 같은 보수 언론조차 “전국에 ‘갈등지도’가 그려질 만큼 갈등 이슈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로 표현하고 있다. ‘내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사안들이 전국에 뻗쳐있지만, 이 건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사안에도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다.
‘내치’ 뿐만 아니다. ‘외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9명이 북송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한국 대사관은 연락을 받고도 사실상 상황을 방기하고 방치해버렸다. 6.15 공동행사 개최를 제 발로 차버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6자회담 제안에도 전혀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상황도 심란하긴 매한가지다. 계속되는 망언을 그냥 맥없이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고, 엔저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에도 호들갑만 있을 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보인다.
윤창중 사건에 대한 짤막한 사과 이후 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선 아예 침묵이다. 기세를 드높였던 ‘경제 민주화’ 관련해선 남양유업 사태가 터지고, CJ대한통운 문제가 겹쳐지고, 편의점주들의 잇따라 자살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역시 침묵이다. ‘지하 경제 양성화’의 신념은 (뉴스타파)에 의해 조세피난처에 투자한 기업과 개인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전혀 의외의 호기로운 상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래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의 중심에 섰던 것은 딱 한 번, ‘시간제 일자리’ 관련 발언을 통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한데,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엄청난 비판과 논란에 직면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현실을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고,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경제지들마저 ‘‘반듯한’ 표현부터 고용률 70%를 목표로 인센티브 제안을 한 것까지 이미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2010년 제안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이다.
예고된 갈등들을 방치하며 그 갈등이 절정을 향해가는 상황은 방기하며,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의 업무들에는 무능하거나 무기력하다. 권력 주변의 몰염치한 비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당선의 기반이 됐던 약속들은 모르쇠이다. 그 대신 권력의 이해관계를 위해 검찰이 충성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사건들이 고강도로 정국을 장식하고, 대통령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만 집어 말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 29일자 중앙일보 1면.

취임 100일을 맞이한 시점에서 국정을 컨트롤함에 근본적 장애가 발생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상황까지 치달은 것은 단순히 권력의 무능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암운을 드리운다. 결국, 이 상황에 개입하고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은 언론의 역할인데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에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안는지, 역시 박근혜 대통령마냥 상황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참여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정부 역시 ‘라디오연설’이란 형식을 통해 국정의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제스처라도 했었다. 그 소통방식이 일방적이란 비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방통행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가히 ‘폐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 뭘 하는지 몰라 근황을 궁금해야 하는 상황을 당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개성공단 플랜 B’ 이미 세워놓았다


이글은 시사IN 2013-05-16일자 기사 '‘개성공단 플랜 B’ 이미 세워놓았다'를 퍼왔습니다.
북한 당 중앙위는 이미 2009년부터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플랜 B’를 마련해두었다. 앞으로 3개월 내 해법이 안 나오면 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후보지는 남포와 신의주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대책적 방안(플랜 B)’은 자못 충격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파장이 개성공단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5년의 남북관계가 위태롭다.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대화 없는 5년’ 얘기가 나온다. ‘더 이상 필요 없다. 서울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북한의 당 중앙위가 준비해온 대책적 방안(플랜 B)은 그만큼 남쪽의 기존 논의를 넘어섰고, 어떤 면에서 ‘남북관계 없는 또 다른 5년’까지를 대비한 모양새다. 물론 북한 측이 앞장서서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않으리라 보인다.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은 지켜본다. 그러나 거기에는 시한이 있다. 공단의 기계설비 부품들은 남쪽에서 진단한 대로 무한정 방치할 수 없다. 녹이 슬어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 시한을 북측은 3개월로 본다. 남쪽에서도 6~7월까지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공단이 자동 폐쇄된다고 진단하는데, 시점이 엇비슷하다. 3개월이면 7월 말. 이때까지 개성공단을 둘러싼 진전이 없으면 어차피 남북대화도 판이 깨질 것이고, 북측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바로 ‘개성공업지구 폐쇄 결정’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많이 논의된 것은 바로 금강산 사례였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래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었고, 급기야 북한은 2010년 4월 정부자산 몰수, 민간자산 동결, 관리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는 2011년 4월 현대아산의 개발독점권 회수, 5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 채택, 8월 남측 체류인원 추방 등의 조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재는 현대아산과 관광공사의 시설을 이용해 중국인 대상 관광사업을 자체 운영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된 2009년부터 계획 

개성도 그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그동안 이에 대한 남측의 진단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단 운영은 관광과 다르다. 공장설비와 인프라를 운영하기 위한 기술이 있어야 하고, 원단과 자재 구입, 제품의 판로 등이 갖춰져야 한다. 북한 스스로 이런 것들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의 답변은 ‘가능하다’이다. 남쪽은 북한이 개성에 대한 ‘대책적 방안’을 언제부터 준비해왔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빗나간 전망만 내놓는다는 얘기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18~19쪽 딸린 기사 참조). 더 이상 개성공단을 확장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되고, 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9년부터 북한은 개성도 언젠가 금강산의 전철을 밟으리라 보고 당 중앙위 중심으로 ‘플랜 B’ 마련에 착수했으며, 지금 그 플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이명박의 덫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몰려오는 형국’이다.

그 정도 준비를 했다면 공장 운영 메커니즘이나 기계설비 구조에 대한 숙지를 빼놓았을 리 없다. 남한의 많은 기업이 핵심 부품을 빼가지고 나갔어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자기들 실력으로 충분히 채워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와 반자재 공급도 이미 대책이 다 서 있다고 한다. 북한 근로자들이 틈틈이 원자재와 반자재 등을 갖고 나온 경우가 있었는데, 빼돌려서 팔아먹으려 한 것이라기보다 자기들이 운영할 때를 대비해 중국 등의 공급선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단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남측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전기에 대해서는 남측의 지적을 인정한다. 개성공단의 전기는 그동안 경기도 파주 문산변전소를 거쳐 공단 내 10만㎾급 평화변전소를 통해 공급됐다. 따라서 정부가 문산변전소와 평화변전소를 잇는 라인을 차단하면 공단 내 전기가 100% 차단된다. 

이에 대해 북측도 “개성의 전기를 다 끌어모아도 공단을 가동하기에는 빡빡하다”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남쪽의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단되는 데 비해, 북측의 ‘플랜 B’는 그 한계를 다른 방법으로 뛰어넘는다.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가 공단을 꼭 개성에서 할 필요가 있나”라는 것이다. 개성에 공단을 만든 것은 남쪽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쪽이 더 이상 없는데 왜 굳이 개성에 공단을 유지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이다.

더욱이 남쪽이 빠져나가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바로 군부 때문이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이 착공되기 전, 개성과 판문점 인근은 북한 군부의 주둔지였다.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 등이 있었다. 이중 6사단에는 북한군 주력인 천마호 전차와 장갑차 대대가 있었고, 62포병여단은 수도권을 겨냥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하고 공단을 조성한 것이다([연합뉴스] 4월29일자 기사). 그만큼 ‘유사시 북한의 기습 남침 시간을 지체시키고, 북한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기 쉬워져’ ‘(개성공단이) 한국군 몇 개 사단과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안보적 가치가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뉴시스 4월27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귀환하고 있다.

정반대로 북한 군부가 그동안 받았을 스트레스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자신들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대남 진격로를 넘겨주고 나서,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경제적으로는 손해만 봤다. 군부의 불만이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라는 얘기다(18~19쪽 딸린 기사 참조). 따라서 개성공단의 운명을 쥔 것은 당 중앙위지만, 군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그 누구도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총대를 멜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개성공단은 원래 군부 땅이었기 때문에 공단이 폐쇄되면 군부가 다시 주둔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뭔가. 앞으로 3개월 내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개성 지역에서 공단은 그대로 폐쇄되고, 그 자리에 원주인인 군부가 다시 들어선다는 의미다. 이 경우 그곳에 있던 123개 남한 기업들의 공장과 기계설비는 어떻게 될까. 남측에서는 공단이 폐쇄되면 공장과 기계설비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북쪽 기류다. 해답은 공장과 설비를 뜯어, 북한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있다. 당 중앙위가 마련한 ‘플랜 B’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옮길까. 북한 내에서 공장과 설비를 옮겨 새로 시작하려면 기본 조건이 바로 전기와 인프라다. 이 조건에 맞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남포이고 다른 하나는 신의주다. 남포는 북한 내 대표적인 경공업 단지다. 과거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공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곳이다. 남포로 이전하자고 하는 측에서는 적어도 평양 옆에 자기들이 키우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신의주로 가게 되면 통제권을 벗어난다고 본다. 신의주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공단을 옮기기만 하면 바로 가동이 가능한데 질질 끌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입장이라고 한다.

남한 중소기업의 목숨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남포냐, 신의주냐 논쟁이 벌어진 형국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또 다른 각도에서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먼저 신의주로 옮길 경우를 생각해보자. 북한 내부에서도 통제권 상실을 염려한다. 그 이유는 신의주에 들어설 공단은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조만간 신의주에서 중국 대재벌 그룹이 주도하는 공단 착공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홍쉐화 회장이 이끄는 대중화그룹(대중화국제집단(중국)유한공사)의 공단이다. 어디로 가든 우리로서는 뼈아픈 대목

대중화그룹과 북한 간의 투자 교섭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제258호 ‘장성택 방중, 신의주 특구를 주목하라’ 참조), 드디어 5월 중순 착공식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전체를 대중화그룹이 대중화합영총회사 이름으로 개발하고, 전기는 수풍댐 전기를 단둥에서 가져다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중국 사이에 황금평 개발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부터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의 조차식 개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결국 남북한의 힘이 미약해 사실상 중국 대재벌에 의한 조차 개발 시대로 접어들게 된 셈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지난 10년간 남북 화해의 상징이라고 떠들어온 개성공단의 공장과 시설들까지 중국의 조차식 공단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볼지 아득하다. 그렇게 따지면 남포공단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남포는 이미 일본이 지난해 가을 북한·일본 적십자 교섭의 와중에 자국의 세계적 전자산업의 공단으로 점찍어놓은 바 있다([시사IN] 제280호, ‘일본 전자업계, 북한 남포공단에 진출한다?’ 참조). 지금은 아베 총리가 7월의 참의원 선거 때문에 우경화 페달을 밟고 있지만, 일본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북한 남포공단은 포기하기 어렵다.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끌고 들어가려 하는 신의주나 남포 모두 외세의 등장으로 남한 처지에서는 뼈아픈 현장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지금 단계는 아직 설왕설래 수준이다. “신의주가 되든 남포가 되든 옮긴다는 것에는 이구동성 의견 일치가 이뤄졌으나, 어디로 갈지는 앞으로 봐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결국 123개 공장 중 약 100개는 남포와 신의주로 나뉘고, 나머지는 개성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개성에 일부를 남기는 이유는 공단으로 다시 진출하는 북한 군부용이다. 자기들 몫을 떼어달라는 요구가 이미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과 설비 이전 순서도 이미 짜여 있다고 한다. 크게 1, 2, 3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1단계는 조립식 공장들(샌드위치 패널 공장)이 주 대상이다. 금방 뜯어서 재조립할 수 있다. 두 번째가 콘크리트 공장들이다. 옮길 경우 지금처럼은 못 지어도 앞으로 몇 개월이면 얼추 비슷하게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관건은 가급적 추위가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것. 북측의 겨울은 10월부터이기 때문에 7월 말을 넘기면 안 된다. 마지막이 개성에 남겨두는 공장들이다. 설비 측면에서 보면 의류·봉제·가공 공장이 많은 편인데 이런 것들은 쉽게 옮길 수 있다. 기계조립 공장도 옮기기 쉽다. 화학공장들은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 현지에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측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개성공단에서는 북한 노동자 5만3000여 명이 근무했고, 개성 지역에 그들 가족 20여만 명이 있다. 산업기술 갈증에 시달리는 북한에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공짜로 기술을 습득한 고급 인력이다. 북한 당국이 그들을 개성에 계속 내버려둘 거라고 보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북한 어디로 보내든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인재들이다. 중국에 기술 인력으로 파견해도 된다. 또 신의주나 남포로 공장과 함께 이동시킬 수도 있다. 과거 신의주 인구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40만명을 한꺼번에 옮기기도 했던 북한이다. 개성의 20만명을 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현재 북측은 “지금 당장 문 닫아도 남한이 손해면 손해지, 우리는 손해 볼 것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최근 국내의 한 누리꾼이 개성공단의 최저임금(63.8달러, 평균임금은 144달러)을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한국 시화공단(831달러), 중국 칭다오 공단(194달러), 베트남 탄뚜어 공단(95.8달러)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한국의 13분의 1,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의 3분의 2였다. 또 땅값은 개성공단이 1㎡당 39달러로 한국의 6분의 1,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서울에서 가깝고 말도 잘 통하고 숙련도도 뛰어나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세상에서 최고 싼 임금에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었던 셈이다. 반면 북한 중앙당국 시각에서 보면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정말 별것 아니었다. 국내 한 대북 사업자가 최근 베이징의 북측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1년 수입 9000만 달러 중 6000만 달러는 개성 현지에서 다 소비되고, 중앙에서 가져가는 것은 3000만 달러, 한 달에 25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군부만이 아니라 중앙당국 처지에서도 개성이 주는 편익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언론들은 대단한 달러박스나 되는 양 온갖 생색을 냈으니, 그 꼴을 더 이상 못 보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6년을 이 악물고 싸웠는데…대법 "콜트 정리해고 정당"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4일자 기사 '6년을 이 악물고 싸웠는데…대법 "콜트 정리해고 정당"'을 퍼왔습니다.
2008년 부평공장 폐쇄 후 해고에 회사 손 들어줘, 노조 "충격적"

6년여를 끌어온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싸움이 사실상 패배로 끝날 상황에 처했다.

24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선모(51) 씨 등 콜트악기 인천 부평공장 해고노동자 2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실시한 해고는 무효지만, 2008년 콜트악기의 부평공장 직장폐쇄에 따른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콜트악기의 공장 폐쇄는 위장폐업이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이므로 정리해고 요건을 갖췄다"며 "해고무효확인청구를 각하하고 2008년 이후 임금 및 퇴직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최초 해고된 2007년 4월부터 부평공장이 폐쇄된 2008년 8월까지의 임금은 회사 측이 지급해야 하지만, 그 이후는 회사에 귀책사유가 없어 임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변론종결일 이전에 정년을 맞은 이모 씨 등 6명에 대해서는 정년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했다.

방종운 콜트 지회장은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콜텍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서 대법 판결의 문제점을 계속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 콜트 공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콜트악기는 1990년대 한 때 순이익 누적액이 170억여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국내굴지의 전자기타 생산업체다. 해외 유명 기타의 OEM(주문자위탁생산)을 도맡아 한 때 전 세계 기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자 2007년 4월 부평공장 노동자 38명을 무더기 해고했고, 113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이어 2008년 8월에는 아예 콜트 부평공장과 어쿠스틱 기타를 생산하던 대전 콜텍 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노동자를 모두 해고했다. 콜텍의 경우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겨 악기를 생산 중이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소를 내며 장기간 농성에 돌입했다. 또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이 결과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정리해고에 대해 낸 행정소송에서 당시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구제명령이 내려진 후 다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더해, 같은 사안에 대해 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부평공장 폐업 이후의 상황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이 때문에 당시 공장 폐업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새 판결이 나오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대희 기자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민주노총이 강의실 불법점거? 조선일보 왜곡보도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0일자 기사 '민주노총이 강의실 불법점거? 조선일보 왜곡보도 논란'을 퍼왔습니다.
홍대 청소경비 노조 사무실, “학교 측도 암묵적 동의했던 것”… 기사 나간 뒤 폐쇄 “교감 있었나”

조선일보가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임시 노조사무실을 ‘강의실 불법 점거’로 왜곡 보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기사에선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 또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당일 홍익대 측에서 노조사무실을 폐쇄한 점에 미뤄 사전에 양측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홍익대는 보수언론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11면 (민노총, 대학강의실 7개월째 불법 점거) 기사에서 “이 공간(인문사회관 C동 831호)은 강의실 또는 교수 연구실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곳”이라며 “이 강의실은 약 4∼5년 전부터 학내 운동권 단체 소속 학생들이 무단으로 점거해 학생회실로 사용해오던 곳”이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홍익대 관계자 말을 인용, “학내 공간도 모자라는 상황에 멀쩡한 강의실을 외부 단체가 불법 점거하는 것은 수업권 침해”라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홍익대 총학생회도 ‘학내에서 민주노총 지부에서 강의실을 불법으로 점거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당일 낮 홍익대 총무과는 831호에 자물쇠를 채우고 공고를 붙여 “831호를 무단 사용하는 관계자들은 9월 15일까지 퇴거하라”고 알렸다. 이후 홍익대 측은 16일 공간 내 집기를 모두 가져갔다. 학생들의 책과 기타까지 빼갔다. 노조관계자는 이 사실을 18일에야 알았다. 

조선일보 9월 13일자 11면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이었을까. 홍대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홍익대학생 모임인 ‘플라멩고’에서 활동 중인 서희강씨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학생들은 20여 년 전부터 831호를 쓰기 시작했다. 831호는 처음부터 강의실이 아닌 창고였고 학생들이 이곳을 생활도서관으로 운영하다 2000년대 들어 학생자치단체가 회의를 하거나 학생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홍익대 총무과는 강의실 또는 연구실로만 사용해야 하는 공간을 2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날 갑작스레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단 점거”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학교 측이 용인한 ‘점거기간’이 너무 길다. 

기사에 쓰인 “외부단체 불법 점거”란 지적도 사실과 달랐다. 2011년 831호를 이용하던 홍대생들은 이곳을 홍익대 청소경비노조사무실로 쓰자고 합의했다. 사무실 사용의 주체는 학내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외부단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 만약 조선의 표현이 맞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장에 민주노총이란 외부단체가 상주하는 셈이다. 

기사는 홍익대 총학생회가 ‘강의실 불법점거’에 불만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김아름 홍익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831호 공간 사용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이번 사건을 보수언론을 이용한 홍익대의 노조탄압으로 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는 18일 성명에서 “언론보도가 나가자마자 홍대측이 사무실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일방적 퇴거 요구를 하는 등 기획된 노조 탄압이 드러났다. 홍익대는 보수언론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권태훈 서울경인지부 조직부장은 “831호를 노조 사무실로 쓰는 것에 학교 측도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분위기였는데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고 전광석화처럼 일이 진행됐다”며 양측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홍익대 총무과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관련 사실을 제보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19일 찾아간 홍익대 인문사회관 C동 831호.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를 지지하는 문구가 여러곳에 붙어있다. ⓒ정철운

19일 찾아간 인문사회관 C동 831호에는 청소경비노동자를 지지하는 문구가 여기저기 적혀있었다. 홍익대 미술대생 윤종묵씨는 “부디 (공간을) 잘 지켜서 학교를 위해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잘 이용하셨음 한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학생은 “근 2년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홍익대는 고용주라는 이유만으로 악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내가 이런 학교의 일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홍익대학생 행동연합 ‘플라멩고’는 “이미 공간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학내에 빈 공간이 있다는 걸 알면서 불법점거라고 매도하지 말고 청소경비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A씨는 1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목요일 점심 먹고 올라와보니 문에 자물쇠가 잠겨있더라. 꿈 있는 학생들이 같이 쓰자고 해서 1년 가까이 써왔는데 학교의 이번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학교 측에 노조사무실 제공을 요청해왔으나 계속 거부당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고려대분회, 경희대분회, 연세대분회, 이화여대분회의 경우 학교의 협조로 노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해 1월 용역업체 재계약 시기를 악용해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학교측은 2억 8천 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청구했다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홍익대 분회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교섭권을 제약하려 한 용역업체의 퇴출 약속을 받고 86일 만에 농성을 끝낸 지 한 달 만에 일어났다.


한편 해당 기사를 쓴 권승준 조선일보 기자는 기사를 둘러싼 오보 논란에 대해 묻자 “경영기획실에 문의하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권태훈 조직부장은 “곧 언론중재위에 정정 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동아일보 인쇄소 3곳 중 한 곳 폐쇄, 대규모 정리해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8일자 기사 '동아일보 인쇄소 3곳 중 한 곳 폐쇄, 대규모 정리해고'를 퍼왔습니다.
노사 합의로 오금동 공장 73명 정리해고 확정… “부수 급감이 주원인”

동아일보의 인쇄 자회사가 서울 오금동 인쇄공장을 오는 10월 말까지 폐쇄하고 노동자 7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오랫동안 부수 급감과 임금 동결로 ‘신문의 위기’를 체감하고 정리해고를 예상해 온 노동자 대부분이 이를 받아들였다.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동아일보신문인쇄지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어진 6차례 교섭을 통해 노사는 정리해고 인원을 73명으로 합의했다. 애당초 90여 명에서 소폭 줄어든 규모로 전체 직원 205명 중 3분의 1 수준이다. 오는 10월 31일 공장 폐쇄에 따라 130여 명은 서울 충정로 공장이나 경기도 안산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특히 윤전·세판·정비·전기·발송 등 신문제작부서 인원이 73명 중 65명이다. 나머지는 관리직과 설비직이다. 경영진은 정리해고를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18일까지 희망퇴직, 25일까지 권고사직을 신청 받는다. 위로금 조로 1인당 평균 3250만 원이 지급된다.

동아일보는 앞서 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동아프린테크, ㈜동아프린컴에 공문을 보내 △오금동 공장 폐쇄 △필름 공정을 생략하고 컴퓨터로 바로 인쇄하는 CTP 시스템(Computer To Plate) 도입 △안산공장 주간근무 폐지 등을 지시한 바 있다. 신문 발행 적자를 메우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정리해고의 주원인이 ‘부수 급감’이라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이종호 노조 비대위원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 공장에서 30만 부 정도를 인쇄해왔는데 지난해부터 부수가 줄어 3개 공장에서 감소분을 나눠서 부담해왔다”고 전했다. 이종호 위원장은 “부수가 줄어든 만큼 작업 시간도 줄었고 조합원들은 정리해고를 예상했다”면서 “동아일보의 지시는 협상대상이 아니었고 정리해고 인원을 협상으로 풀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 조합원들의 대다수도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 앞서 13일 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73명 정리해고 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185명 중 174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138명이 찬성했다. 찬성률은 79.3%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임금 추이에서도 예견돼 왔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의 임금은 지난 5년 동안 동결돼 왔고 올해 들어 총액의 2% 정도만 인상됐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월성원전 또 멈춰…환경단체 “사고 반복, 폐쇄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6일자 기사 '월성원전 또 멈춰…환경단체 “사고 반복, 폐쇄해야”'를 퍼왔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는 16일 오후 4시51분쯤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가 발전기 여자변압기 고장으로 정지했다고 밝혔다. 발전기 여자변압기는 발전기에 여자전류(발전기 회전자를 전자석으로 만들기 위한 전류)를 공급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월성 1호기가 외부로부터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받고 있어서 발전소 안전에는 이상이 없고 방사능 외부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월성원전에서는 올해에만 사고가 3차례 발생했다. 월성원전은 지난 1월 원자로 냉각재 펌프 정지 사고가 있었고 7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비상발전기가 오작동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 7월31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인근 신월성 1호기는 가동된 지 19일 만에 원자력 출력 제어 장치 고장으로 멈춰섰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월성 1호기의 고장 원인을 점검하고 관련 정비를 한 후 발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올해 11월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되지만 한수원은 2009년 계속운전 신청을 냈고 27개월 동안 설계 개선 작업도 마친 후 지난해 7월 재가동했다. 지난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월성원전의 가동 연장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함으로써 사실상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환경단체 등은 “수명이 다 된 원전이고 사고·고장이 반복되는 만큼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2012년 6월 12일 화요일

[사설]“고리 1호기 상태 양호” 과연 믿을 수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1일자 사설 '[사설]“고리 1호기 상태 양호” 과연 믿을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 점검을 실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어제 “지난 2월 발생한 정전 사고의 원인이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IAEA의 발표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IAEA의 안전 점검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IAEA의 안전 점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증폭될 것이 뻔하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섣불리 재가동을 결정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7개국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AEA 점검단은 한수원의 요청으로 지난 4일부터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주민들이 IAEA의 점검을 불신하는 것은 IAEA가 핵발전의 안전보다 핵발전의 필요성을 우선하는 기구로 보기 때문이다. 과거 굴업도와 경주방폐장 부지 등 국내 핵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에서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이번 점검단의 전문성과 짧은 현장점검 기간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IAEA의 안전 점검은 고리 1호기 재가동을 위한 요식적이고 형식적인 점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다했으나, 수명을 10년 연장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고는 국내 전체 원전 사고의 20%를 차지한다. 지난 2월에는 외부전원 공급장치인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심각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최근 고리 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는 최대 90만명, 경제적 피해는 628조원에 이른다는 모의 실험 결과도 나왔다. 한수원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고리 1호기에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IAEA 안전 점검단은 고리원전 1호기의 운전 연수 경과에 따른 설비 관리가 IAEA가 제시한 국제기준에 만족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의 폭넓은 안전조치는 우수 사례로 추천한다고도 했다. 한수원은 “IAEA가 점검 착수 전 두 달간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8일간의 현장점검 기간은 부족하지 않다” “IAEA는 모든 나라가 공인하는 원자력 안전 부문의 최고, 최후의 기관”이라고 해명했다. IAEA는 믿을 만한 전문기관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이 고리 1호기의 안전을 신뢰하지 못하는 한 재가동해선 안된다고 본다. 당장 폐쇄가 어렵다면 적어도 이들이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안전 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이 아니라 국민 안전이다.

2012년 3월 22일 목요일

원자력안전위 "우리는 잘못 없다" 발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1일자 기사 '원자력안전위 "우리는 잘못 없다" 발뺌'을 퍼왔습니다.
강창순 "고리1호기 폐쇄 계획 없다…사고는 용역 탓"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벌어진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사태와 관련한 조사 현황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원전 안전에 관한 총체적 책임을 가진 이들 기관이 정전 사태와 은폐에 사과하기는커녕, 해당 원전의 간부들과 용역업체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독기관이 "한수원이 은폐하면 알 수 없다"?

원자력안전위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원자력안전위 대회의실에서 '고리 1호기 전력공급중단 관련 조사현황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는 △발전기 보호장치를 시험하던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에 따르지 않아 외부전원이 차단됐으며 △고리 원전 제1발전소장이 사건 은폐를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고리 원전 1호기 간부들은 사건 당시 모든 운전원 일지 등에서 관련 기록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사건을 은폐했고, 당시 고리원전본부장과 사장을 포함한 한수원 경영진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3월 10일에야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에는 원자력안전위에서 파견된 주재관 1명과 안전기술원 소속 주재원4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사고가 난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발전소 직원들이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안전위와 안전기술원 주재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했느냐 여부를 확인했는데, 조사 결과 주재원들은 사고와 관련해 잘못 처리한 사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윤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도 "안전기술원 입회 하에 진행했던 정기 검사에서 비상디젤발전기는 잘 돌아가는 것으로 기록됐고, 현장 담당자들도 인터뷰에서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며 발전소 직원들이 보고서와 일지까지 기록하지 않고 조작적으로 은폐해 주재원들이 사고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12분간 정전으로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도에서 58.3도로 올랐으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는 21도에서 21.5도로 상승했다. 박윤원 원장은 '원자로 온도 변화 기록도 나와있는데도 왜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정기 점검 기간이라 온도변화만 예의 주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수원이 진행하는 한달 남짓한 정기 검사 기간 동안 수행되는 절차서만 800개이고, 이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압축해도 200개"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상시엔 '안전하다'더니 사고나자 '책임없다'고?"

그러나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만 해도 이들의 감독, 검사 부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사고가 알려지고 난 후 현장조사단의 조사에서도 고장난 상태였으나, 앞서 안전기술원 등은 지난달 21~23일 진행한 정기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판단했다.

이 비상디젤발전기는 닷새 후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도 가동에 실패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으나 안전기술원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4일 재강동한 고리원전은 이번 사태로 다시 정지할 때까지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난 상태로 운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사업자가 한달 넘도록 숨기다 보고하기 전까지 알지 못한 것은 원자력 안전 당국의 자격과 능력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고장이 난 비상디젤발전기만 해도 원자력안전위나 안전기술원이 성능 검사 결과 정상이라고 통과시킨 것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21기 원전 점검하고 '안전에 문제 없다'고 한 것도 이들"이라며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자 '책임 없다'고 발뺌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의 해당 비상발전기를 개조해 문제가 생긴 공기공급밸브를 신품으로 교체하면서 두 개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2013년 3월까지 비상발전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막대한 예산이 드는 작업이나 원자력안전위는 수명을 넘긴 고리 1호기의 폐쇄 가능성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 원전을 폐쇄하느냐 마느냐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결정할 몫"이라면서도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할 계획이 전혀 없고, 비상디젤발전기 등을 검토한후에 재가동할 예정"고 못박았다.



▲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원자력안전위, 은폐 한수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이날 원자력안전위는 정전 사건 발생의 책임을 당시 점검을 진행했던 용역업체 작업자의 과실로 돌렸다.

유국희 안전위 안전정책국장은 "사고 당시 3개의 외부전원 회선 중 2개가 정비중인 상태였는데, 용역업체의 직원이 당초 11일로 예정되어 있던 '보호계전기 시험'을 임의로 당겨서 8일에 진행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현장의 한수원 관계자 역시 정비 콘트롤 센터에 보고 없이 이를 묵인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작업자가 오류를 내면서 외부 전원이 차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용역업체 직원은 같은 점검 작업을 고리 원전 뿐 아니라 월성 1호기에서도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자력안전위는 "책임있는 관계자들을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중하게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책임있는 관계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와 검토해 확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원자력 안전위는 △ 한수원에 24시간 자동감시시스템을 구축 △전 원전의 비상발전기 안전점검을 4월까지 실시 △검사항목 현 57개에서 100개로 확대 △주재 인원 현 5명에서 25명 수준으로 증가 △IAEA의 안전문화평가(SCART) 수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한편 이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의 브리핑을 듣고 강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려 원자력안전위를 방문하려 했으나, 위원회가 있는 흥국생명 정문에서 경찰에 의해 출입을 저지 당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브리핑장 입장을 원천 봉쇄 한 것은 한수원에서 이 사고를 은폐한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투명성이 제일 중요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비공개하고 알리지 않는게 체질화되어있다"고 비판했다.



/채은하 기자